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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우수 대부업자 제도' 크게 바꾼다
금융위원회가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 제도’를 대폭 손본다. 대부업의 서민층에 대한 신용공급 확대를 유도하고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감독규정을 개정하는 것이다. 대출원가 상승으로 저신용자 대출이 축소되고 불법 사금융이 증가할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우수 대부업자의 유지 요건을 단순화하려는 목적이다.
‘우수 대부업자 제도’란 저신용자 개인신용대출 잔액이 100억원 이상 또는 대출잔액 대비 비율이 70% 이상인 대부업자를 선정해 운영 자금 조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다. 지난해 사금융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되면서 도입됐다.
현행 우수 대부업자 선정 방식은 잔액 요건과 비율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우수 대부업자 선정 당시 잔액 요건(저신용 대출 잔액 100억원 이상)을 충족해 선정됐더라도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율 요건까지 충족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가중되는 측면이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위는 잔액 요건으로 우수 대부업자로 선정된 경우 유지요건 심사 시에도 잔액 요건으로 심사하도록 하는 등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선정 때 잔액과 비율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에는 유지 요건 심사 때 어느 하나의 요건만 충족해도 유지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한다. 아울러 잔액기준 대출규모가 증가한 경우에는 유지요건의 기준금액도 증가하도록 해 저신용대출 규모를 증가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대출중개 플랫폼 '핀다' 정부보다 한발 앞서 저신용자 대출 어려움 해결
그런데 문제는 ‘우수 대부업자’를 정부가 굳이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우수 대부업자의 중저신용 서민층에 대한 신용 공급 확대를 실제로 이미 대출중개플랫폼이 시장영역에서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중개 및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핀다’가 자사 앱 서비스를 이용했던 누적 180만 고객의 대출 집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출 중개 서비스는 상환 의지가 충분한 중저신용 서민층 고객의 상환능력을 키워 부실화를 막고 대출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핀다’는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서비스를 이용한 충성고객 군집을 세 가지로 정하고 그들 각각의 특성을 조사했다. 이를 통해 서비스 이용 고객 중 같은 신용점수라도 대출을 잘 갚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고객들의 경우 결과적으로 연체를 막고 낮은 금리로 대환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지난 상반기 핀다를 통해 대출을 받은 중저신용 고객 중 24.4%가 금리 9% 이하의 신용대출을 받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아울러 10%에서 16% 금리 상품을 받은 고객은 55.6%, 17% 이상은 20%로 나타났다. 즉 중저신용자임에도 불구하고 24.4%나 되는 고객들이 은행 중금리 대출 수준의 금리를 받을 수 있던 것이다. 그간 대출 서비스에서 소외돼 불법 사금융 등으로 빠진 중저신용 고객을 제도권 금융의 테두리 안으로 포섭한 것은 정부의 관리감독이 아닌 플랫폼 시장에서 일어난 하나의 혁신이었던 것이다.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최고금리 제도 도입 필수"
일각에서는 '우수 대부업자 제도'가 대부업체와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자에게 사실상 정책지원 패키지가 제공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더불어 시장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만큼 현재 20%인 대부 시장 최고금리 규제로 인해 일종의 '최고가격제' 효과로 시장 분배가 왜곡되는 상황의 후폭풍으로 시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속도를 고려했을 때 대부업체가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적정 금리는 아무리 낮아도 연 26.7%라는 것이다.
실제 작년 7월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낮아진 뒤 약 40만 명이 대출 시장에서 밀려나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났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그 영향으로 지난해 말 기준 1인당 대출 잔액은 1,308만원으로 전 분기와 비교해 128만원 늘었지만 대부 이용자 수는 같은 기간 112만 명으로 전 분기 말(123만 명)과 비교해 11만 명(8.9%)이나 감소했다. 경영이 어려워진 대부업자들이 신용이 높은 차주들에게 대출을 더 해주고 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고금리 인하의 취지가 ‘금융 포용’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저신용자의 대부금융시장 이용 기회를 줄이는 모순이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신용자 대출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최고금리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제도를 도입하면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 배제 현상을 대폭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금리와 법정 최고금리를 연동하면 조달금리의 상승 폭만큼 법정 최고금리를 인상할 수 있어 고정형 법정 최고금리하에서 조달금리 상승으로 대출 시장에서 배제되는 취약차주의 대부분에게 대출 공급이 가능하게 된다는 논리다. 금융위원회는 관계자를 통해 이러한 지적에 대해 “별개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로써 시장은 한발 빠르고 정부는 한 발 느리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