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이해 없이 유행에 휩쓸려 AI 상품 대거 출시 빅테크 기업의 노력에도 완치되지 않는 '환각' 증상 AI의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2022년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한 이후 생성형 AI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생성형 AI는 코드를 작성하거나 회의 자료를 요약하는 등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필수 도구로도 자리매김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람들이 AI를 신격화해 사회적 비효율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쏟아져나오는 생성형 AI, 그 끝은?
챗GPT의 등장은 AI 붐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생성형 AI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메타의 라마(LLaMA) 등 다수의 생성형 AI가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빅테크 기업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을 펼치며 생성형 AI의 성능을 높여 갔다.
생성형 AI의 높은 수준과 쉬운 접근성으로 사람들의 기대도 점점 부풀어 올랐다. 기대에 대한 화답으로 기업들은 시장에 생성형 AI와 관련된 상품을 대거 출시했다. 그러나 최근 시장 반응은 시큰둥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원인으로 생성형 AI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유행에 휩쓸린 점을 꼽는다. 또한 창의적인 상품의 출시는 긍정적이나, 과도한 시도는 사회적으로 비효율을 낳는다고 지적한다.
생성형 AI의 한계, 환각 증상
컴퓨터 과학자인 자넬 셰인(Janelle Shane) 광학 연구원도 "사람들이 생성형 AI가 내뱉는 헛소리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생성형 AI는 일관성 있게 정확한 정보를 찾아주는 것처럼 포장돼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생성형 AI는 단어와 단어 간의 연결을 매끄럽게 만들어 그럴듯해 보이게 답할 뿐, 자료의 사실 여부를 따지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은 아니다. 이렇다 보니 거짓된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대답하는 환각(Hallucination) 증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빅테크 기업들도 이 같은 환각 증상을 해결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오픈AI의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 RLHF)이 대표적이다. RLHF는 더욱 '인간다운 문장'을 만들기 위해 학습 과정에 인간이 개입한다. 학습 과정에서 챗GPT가 제시한 대답 중 인간이 선호하는 문장을 고르는 식으로 미세 조정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를테면 A 문장과 B 문장을 보고 A 문장이 인간이 봤을 때 자연스럽다는 정보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러한 미세 조정은 환각 증상을 잠시 지연시킬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AI 모델이 애초부터 정확한 정보를 판단하고자 설계된 모델이 아니기 때문이다. AI는 여타 다른 통계학 모델과 같이 상관관계를 계산할 수 있을 뿐이지, 인과관계를 판단할 수는 없다. 생성형 AI가 이전 글과 유사한 단어를 찾아낼 수는 있지만, 이전 글이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적재적소에 활용됐을 때 빛을 발하는 AI
이렇듯 AI가 가진 한계는 명확하다. 하지만 적절한 곳에 활용됐을 때는 엄청난 시너지를 보여준다. AI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 반복 업무를 빠르게 수행한다는 점이다. 간단한 코드 작성이나 글 요약을 잘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한 인간이 일일이 실험해 봐야 확인할 수 있는 것들도 AI가 대신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예컨대 신약 개발 연구에서 다양한 약물 조합을 AI에게 맡기면, AI는 수많은 조합을 시뮬레이션해 보고 그중 유망한 것으로 예상되는 조합을 연구자에게 제시할 수 있다. 연구자는 AI가 추천한 조합을 바탕으로 테스트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이는 기존에 모든 조합을 테스트했을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생성형 AI에 대해서도 AI의 특징을 대입할 수 있다. 단순 반복 업무를 잘하는 특성상, 생성형 AI가 일반적인 수준에서 답을 내놓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즉 AI에게 수준 높은 대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회의 내용 정리, 보고서 정리 등 상황에 맞게 활용할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다. 아울러 AI는 약간의 부정확성이 허용되는 상황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음성 메시지 변환 작업을 예로 들면, AI는 음성 메시지를 텍스트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오타 등 약간의 부정확함이 있을 수는 있지만, 변환된 메시지를 읽고 해석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결국 유행에 휩쓸려 AI 특성과도 맞지 않은 곳에 활용하기보다는 그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재적소에 AI가 활용됐을 때 비로소 그 빛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어떻게 하면 최고의 비서를 뽑을 수 있을까? 현실에서 유용한 비서 문제 해결책, 배우자 선택부터 집 고르기까지 "최고만 고집하기보다는 적당함에 만족하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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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을 바꾸기도 하지만, 이에 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은 고민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있다. “장고 끝에 악수둔다“는 말처럼 오랫동안 고민했음에도 불구하고 안 좋은 선택을 내릴 때도 있다. 만약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최적 전략이 있다면, 선택하는 데 느끼는 부담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
가장 우수한 직원을 뽑으려면?
최적 전략에 대한 연구는 ‘비서 문제(Secretary problem)’에서 비롯됐다. 비서 문제란 100명의 지원자 중 어떻게 하면 가장 우수한 비서를 뽑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과제다. 지원자는 순서대로 면접을 보며 면접관에게는 합격과 불합격, 단 두 가지 선택지만 주어져 있다. 면접관이 이전에 내린 결정이 후회돼 탈락한 지원자를 합격으로 번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가장 뛰어난 비서를 뽑을 수 있는 전략은 뭘까? 단순히 무작위로 지원자를 선택하면 최고의 비서를 뽑을 확률은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적 전략대로라면 그 확률을 37%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최적 전략은 간단하다. 전체 선택지 중 처음에 등장한 37% 선택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거절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지금까지 본 선택지를 ‘기준’으로 삼고 더 나은 선택지가 나오면 바로 채택한다. 예를 들어 면접관은 처음에 면접 본 37명의 지원자를 기준으로 삼고, 그 기준을 바탕으로 더 나은 지원자가 나타나면 채용하는 식이다. 이 같은 전략은 선택지 수에 따라 성공률이 달라지지 않으므로 선택지가 많은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최적 전략을 직접 실천한 두 학자
최적 전략은 비서 문제뿐만 아니라 현실의 여러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집을 구하러 돌아다니는 상황이나 맛집을 가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심지어 최고의 배우자를 찾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전략을 현실에 적용한 두 학자가 있다. 수학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데이비드 위스(David Wees)와 마이클 트릭(Michael Trick) 카타르 카네기멜런대(Carnegie Mellon University in Qatar) 학장이다.
위스는 최적 전략을 아파트를 고르는 데 활용했다. 집을 구하기 위해 많은 곳을 찾아다니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체력을 쓸 뿐만 아니라 괜찮은 매물은 빠르게 소진돼 빠른 결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위스는 우선 문제에 맞게 상황을 설정했다. 위스는 자신의 처지를 고려했을 때 26개 매물을 방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26개 중 37%에 해당하는 처음 10곳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무조건 거절했다. 이후에 그다음으로 본 아파트 중 이전 매물들에 비해 마음에 드는 매물을 선택했다. 물론 나머지 매물들은 확인하지 않았으므로 선택한 아파트가 가장 좋은 매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위스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했고, 결정하는 데 머리를 싸매지 않은 만큼 후회는 없다고 답했다.
트릭 학장은 최적 선택 전략을 최고의 배우자를 찾는 데 적용했다. 그는 18살부터 배우자가 될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가정하고 40살 이후에는 더 이상 결혼 시장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를 토대로 나이를 계산하니 26살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그는 26살까지 만났던 사람보다 마음에 드는 첫 번째 여성에게 무릎을 꿇고 청혼했다. 다만 트릭 학장은 해당 여성에게 거절당했다. 아쉽게도 최적 전략은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다루지 않는다.
최고보다는 적당함을
사실 관점을 조금 바꾸면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 이 전략의 치명적인 단점이 성공 확률이 37%로 낮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단, 최고가 아닌 '적당히 괜찮은'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 목적이라면, 성공 확률은 상당히 올라간다. 예컨대 상위 10% 선택지를 고르는 상황에서 최적 전략은 14% 후보를 보내고, 그 후보들보다 나은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다. 이 경우 성공 확률은 83%에 달한다. 상위 25%까지 기준을 낮추게 되면 최적 전략은 7% 후보를 보내는 것으로, 만족할 확률은 92%에 이른다. 더욱이 목표를 낮출수록 기준이 되는 선택지 수도 감소해 고민하는 시간 또한 줄일 수 있다.
최적 전략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최고의 선택에만 집착할 필요가 없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전략을 세우면 된다는 점이다. 최고의 선택을 좇는 데에는 그만큼의 리스크가 존재하며 눈을 조금 낮추면 기대했던 바를 이룰 확률이 훨씬 올라간다. 최고의 선택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여유를 갖고 지켜보는 것이, 차선의 선택을 할 때는 빠르게 결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사회적 유대감 형성·집단 규범 강화·정보 전달 등 긍정적 기능 많아 관계·의도·정보신뢰성 및 퍼뜨리는 사람의 동기에 따라 달라지는 영향 대부분 사실에 기반, 조직 내 적응과 사회적 소수자에게 중요 정보 제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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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십(Gossip)은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연구해 온 주제다. 가십은 일반적으로 누군가가 없는 자리에서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크고 작은 사회적 집단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과 서유럽의 직장에서 90% 이상의 사람들이 가십을 즐기는 것으로 추정되며,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 심리학 연구팀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하루 평균 약 한 시간을 가십에 할애한다고 한다. 최근 연구자들은 이러한 보편적인 사회적 현상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하고 있다.
사회적 유대와 규범을 굳건히 하는 연결고리
과거 연구자들은 주로 가십의 부정적인 영향에 집중했다. 또한 티안준 선(Tianjun Sun) 미국 라이스대학교(Rice University) 심리학 교수에 따르면, 그들은 가십을 퍼뜨리는 사람이나 가십의 대상 중 한쪽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가십의 긍정적인 측면과 더불어 가십을 퍼뜨리는 사람, 듣는 사람, 그리고 그 대상 사이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상호작용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연구들은 가십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자아를 고양하고, 그룹 내에서 사회적 경계나 소속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가십은 어떤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을까? 먼저 공통의 지인에 관해 대화를 나눌 때, 그 정보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관없이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간에 사회적 유대감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테렌스 도레스 크루즈(Terence D. Dores Cruz)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University of Amsterdam) 실험 경제학·정치적 의사결정 연구센터의 박사후 연구원을 비롯한 연구진들은 가십을 전달한 사람에 대한 호감도 역시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가십은 누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혹은 피해야 할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나아가 가십은 집단 내 규범을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어 한 동료가 회의 시간에 반복적으로 늦는다는 이야기가 퍼지면, 그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조직 구성원들의 기대에 어긋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이를 통해 집단 내에서 올바른 행동 기준이 자연스럽게 전달되고 강화될 수 있다.
관계와 의도에 따라 달라지는 영향
다만 가십은 양날의 검이다. 가십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지는 가십을 퍼뜨리는 사람과 듣는 사람, 그리고 대상 간의 관계, 각자의 의도, 그리고 전달되는 정보의 신뢰성에 따라 달라진다. 그중에서도 가십을 퍼뜨리는 사람이 이 드라마의 주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들이 왜 가십을 퍼뜨리는지, 그로 인해 얻는 이익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위험을 수반하는지에 대한 사회과학 연구가 많은 것이 놀랍지 않은 이유다.
선 교수에 따르면 가장 순수한 형태의 가십은 연결감과 소속감을 형성한다. 그러나 가십의 내용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라면, 가십을 퍼뜨리는 사람은 죄책감을 느낄 수 있고 보복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가십을 듣는 사람들 역시 퍼뜨리는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가질 위험이 존재한다.
가십을 퍼뜨리는 사람들은 흔히 유언비어 형태의 험담을 일삼는 사람으로 여겨지지만, 실제 연구에 따르면 그들이 전달하는 정보의 대부분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프란체스카 자르디니(Francesca Giardini)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교(University of Groningen) 사회학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학생들이 일련의 공공재 게임을 수행하는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이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 그룹 전체가 이익을 보지만, 이기적인 행동을 할 경우 개인의 이익만 증가한다. 또한 참가자들이 공통 기금에 더 많이 기여할수록 그 금액은 1.5배로 증가해 모두가 더 큰 이익을 얻게 되는 구조였다.
연구 결과 기여도가 높은 참가자들이 이기적인 참가자들에 대한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경향을 보였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참가자들은 서로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게 됐고, 기여도가 낮은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다른 참가자들에게 익명으로 전달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때 팀에 가장 많이 기여한 사람들이 이기적인 행동을 한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다른 사람들에게 더 자주 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가십 전파 동기를 탐구하는 다른 연구들과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크루즈 연구팀의 실험에서도 가십을 전파하는 사람과 대상 사이에 갈등이 없으면 진실한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지만, 경쟁 관계에 있으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왜곡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 실험에서 팀에 크게 기여하는 사람들이 이기적인 참가자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 이유가 팀의 공동 이익이 증대됨으로써 자신도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크루즈 연구팀이 소문을 듣는 사람들에게 소문을 전달하는 사람의 의도를 주의 깊게 살핀 뒤 '이 상황에서 이익을 얻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라고 조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행히도 가십이 복잡한 동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가십을 전달하는 이들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능숙하다. 사람들이 가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그 가십이 듣는 사람을 돕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퍼뜨리는 사람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인식이다. 만약 듣는 사람이 가십이 자신을 돕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면, 그들은 그 소문을 전하는 사람을 더 신뢰하게 된다.
사회적 관계와 소수자 연대의 연결고리
가십은 듣는 사람에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컨대 동료가 직장을 그만둘 것이라는 소문을 듣게 되면, 그 정보는 승진이나 새로운 기회를 추구할 동기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팀이나 조직에 합류한 사람들에게 가십은 조직 문화를 이해하고, 중요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더욱이 대규모 조직에서는 여러 소규모 집단이 형성되기 마련인 만큼 이들 그룹 내에서 누구를 신뢰하고 누구와 협력할지 결정하는 데 가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성 소수자(LGBTQ+)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 집단은 회사 내 사건이나 결정에 대한 소문을 통해 자신을 지지해 줄 동맹을 찾거나 관계를 형성하는 데 가십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가십의 영향을 다룬 연구는 많지 않지만, 그중 일부 연구는 가십이 특정 상황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메이켈 베르쿠이텐(Maykel Verkuyten)과 에스터 드리엘(Ester Driel)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Universiteit Utrecht) 사회 행동과학 교수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이탈리아 남부 리아체라는 마을에서 난민과 이주민을 20년 넘게 받아들인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인종 그룹 간의 가십이 지역 사회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리아체에서는 인종적 갈등이 없었기 때문에 가십이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반면 2016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백인 중심 대학에서 있었던 다른 연구에서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흑인 직원들에 대한 가십이 그들의 업무 성과와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가십이 사회적 소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인종적 갈등이 없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가십이 가진 선한 영향력
한편 대부분의 연구가 직장 내 가십에 초점을 맞춰 실험실이나 온라인 환경에서 진행된 것과 달리, 크루즈 연구팀은 실제 사회에서 가십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네덜란드의 한 지역 사회에서 300명 이상의 참가자를 모집하고, 이들에게 자주 접촉하는 15명의 사람을 목록으로 작성하게 했다. 10일 동안 하루에 네 번씩, 참가자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적 네트워크 내에서 다른 사람에게 들은 정보나, 자신이 전달한 정보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정보들은 주로 제삼자에 대한 평가로 신뢰성, 따뜻함, 능력 등 다양한 측면을 포함했는데, 연구 결과 대다수의 수신자는 가십을 진실로 받아들였고, 그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인식을 변경하며 행동을 조정해 나간 것으로 분석됐다. 가십의 가장 유익한 결과 중 하나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크루즈 연구팀은 예시로, 누군가 동료가 매일 지각한다고 불평할 때, 가십을 통해 그 동료가 이혼 중이거나 어린 자녀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불평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그 사람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동료를 공감하고 더 도와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비록 가십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여겨질 수 있지만, 과학자들은 가십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또한 크루즈 연구팀과 동료들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실제 생활에서의 가십 대부분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지 않고, 단순한 정보 전달에 가까웠다. 누군가가 최근 할아버지가 됐다거나 약혼했다는 소식 같은 것들이다. 참고로 연구진들은 참가자들에게 편견을 주지 않기 위해 '가십'이라는 용어 대신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가십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측면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개인 맞춤형 가격, 온라인 넘어 오프라인까지 분야에 따라 소비자에게 도움 되기도 알고리즘 규제보다는 투명성에 초점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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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품에 다른 가격을 매기는 이른바 ’개인 맞춤형 가격‘ 알고리즘이 한층 더 발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맞춤형 가격 알고리즘은 수학자 클라이브 험비(Clive Humby)가 데이터를 '새로운 원유'라고 부르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데이터를 정제하면 디지털 시대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후 빅테크 기업들은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패턴을 찾아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고, 그 결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객별로 맞춤형 가격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점차 넓어지는 감시 영역
현재 개인 맞춤형 가격을 두고 사용자를 감시해서 얻은 부산물이라는 비판이 팽배하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감시 가격’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정도다. FTC가 감시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기업이 사용자가 공유하지 않은 정보를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찾아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빅브라더를 연상케 한다.
게다가 이 같은 사용자 감시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업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가격표를 도입해 유통기한이나 고객 수요에 따라 자동으로 가격표가 업데이트되도록 설계한 것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식료품 배송 기업 인스타카트(Instacart)는 AI 기반 '스마트 카트(Smart cart)'를 선보였는데, 이는 개인 맞춤 광고와 쿠폰을 표시하는 화면이 카트에 장착돼 있어 실시간으로 상품을 추천한다.
개인 맞춤형 가격, 소비자에게 항상 불리하다?
사실 개인 맞춤형 가격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최근 들어선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가격을 제시하는 등 방식만 다를 뿐이다. 이를테면 중세 시대 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상인은 농민보다 부유한 지주에게 더 높은 가격을 제시했는데, 이는 현대에 이르러 중고차 판매 직원이 고급 시계를 차고 있는 사람에게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과 같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개인 맞춤형 가격이 부정적인 측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고객의 지불용의(Willingness to Pay)를 추정해 가격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고객의 예산에 맞게 가격을 조정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는 저소득층에게도 기회를 준다. 대학이 공정성과 다양성을 높이고자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이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은 학생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실제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장 피에르 두베(Jean-Pierre Dubé)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University of Chicago Booth School of Business) 마케팅 교수는 실험을 통해 개인 맞춤형 가격이 소비자에게 혜택을 가져다주는 것을 밝혀냈다. 실험은 두 극장을 두고 경쟁사와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고객에게 저렴한 영화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A극장은 B극장 근처에 거주하는 관람객에게 저렴한 티켓을 제공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두 극장 모두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으며 고객은 저렴한 가격에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물론 개인 맞춤형 가격이 부정적으로 작동하는 시장도 있다. 주택담보대출에 개인 맞춤형 가격을 적용하면 저소득층이 더 큰 비용을 내는 경향이 있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대출을 갚지 않을 위험이 더 큰 만큼 높은 이자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진화하는 알고리즘, 데이터 이면에 있는 정보까지 활용해
개인 맞춤형 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제시할 수 있게 된 데에는 AI와 머신러닝의 발전이 한몫한다. 기업은 AI와 머신러닝이 발달하면서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정보를 넘어 데이터 이면에 존재하는 정보까지 활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사용자의 성별과 나이와 같이 겉으로 드러난 정보만 활용했다면, 지금은 요인분석(Factor analysis)을 통해 잠재 변수(Latent variable)를 찾고자 한다. 이를테면 국어 점수와 영어 점수의 이면에 있는 언어 능력이라는 잠재 변수를 찾아내는 것과 같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사용자의 시청 기록처럼 눈에 보이는 데이터와 더불어 사용자의 취향을 설명할 수 있는 잠재 변수를 활용해 추천하고 있다.
신기술에 열린 마음 가져야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선 FTC가 '감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대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장일단이 존재하는 기술에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FTC가 개인 맞춤형 가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기술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는 개인 맞춤형 가격 알고리즘을 단속하기보다는 알고리즘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개인 맞춤형 가격의 효과를 연구하는 하가이 포랏(Haggai Porat) 하버드 로스쿨(Harvard Law School) 교육 연구원은 "데이터가 사용되는 방식을 사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해야 사용자가 감시당하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게너의 판구조론, 과학자들 저항 거셌지만 데이터 마주한 이들이 의견 바꾸며 학계 정설 돼 박사논문 뒤엎은 한 연구자는 세계 최고 지구과학자로 자리매김하기도 “틀린 것 인정하고 바로잡는 과학자들이 세상 바꾼다”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과학자들은 흔히 열정, 냉정함, 섬세한 것들을 놓치지 않는 주의력,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 등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이 같은 요소들은 일상생활에선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학적인 대화와 일상 대화 사이엔 큰 갭이 있고, 이는 과학자들이 흔히 대중과 소통하는 데 실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과학적 글은 종종 나쁜 글”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과학자들이 써낸 글들이 정보를 전달하고 독자와 소통하는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과학계의 특성이 우리의 행동 양식에 주는 교훈도 있다. 바로 ‘우리가 틀렸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나는 옳고 타인은 틀리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이 같은 인식은 많은 시사점을 갖는다.
지식의 진보, 오류 인정하는 과학자들이 이끈다
물론 모든 과학자들이 이렇게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니다. 다만 역사적으로는 새로운 증거와 주장을 마주했을 때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의견을 바꾼 과학자들이 분명 있었다. 판구조론(plate tectonics) 논쟁 당시 일부 과학자들이 보여준 태도가 한 예다. 지난 20세기 초 독일의 지구물리학자이자 기상학자인 알프레드 베게너(Alfred Wegener)는 대륙 이동설을 내놨다. 대륙이 지구 표면에 고정된 게 아니라 지구의 역사 내내 이동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베게너의 입지는 상당했다. 그는 기상학과 극지 연구에서 큰 업적을 남긴 과학자였다. 게다가 떨어져 있는 대륙들이 한때 연결돼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증거로 드러나고 있었다. 여러 종류의 층서학 및 고생물학적 증거가 이미 다른 대륙 이동설에 영감을 준 상황이었다.
그런데 1920년대부터 1930년대 초 사이 유럽과 북미, 남아프리카, 호주 등지에서 베게너의 주장을 놓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대다수 과학자는 그의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상당수 지질학자가 베게너의 이론을 부정했고, 지구물리학자들 또한 대륙 이동성을 부인하는 이론을 고집했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 들어선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의 패트릭 블랙켓(Patrick Blackett), 미국 프린스턴대(Princeton University) 해리 해먼드(Harry Hammond), 영국 케임브리지대(University of Cambridge) 에드워드 불라드(Edward Bullard) 등의 학자들이 대륙 이동설을 지지하고 나섰다. 1967~1968년을 거치며 이 같은 움직임은 판구조론이라는 하나의 이론으로 성장해 나갔다.
다만 컬럼비아대(Columbia University) 소속 라몬트 지질 연구소(Lamont Geological Laboratory)에선 계속해서 다른 주장을 펼쳤다. 지구물리학자 모리스 유잉(Maurice Ewing)이 이끄는 라몬트 연구소는 1950~1960년대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해양 지구물리학 연구소 중 하나였다. 당시 라몬트 연구원들은 미 해군의 지원을 받으며 해저에서 발생하는 열의 흐름과 지진, 수심 및 구조 등에 대한 방대한 연구를 시행했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라몬트 연구소는 새로운 판구조론에 끝까지 저항했다.
유잉이 대륙 이동설을 그토록 강하게 부인했던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유잉은 전기 공학과 물리학, 수학을 공부한 과학자였는데, 이 때문에 지질학적 질문엔 크게 매료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올 뿐이다. 또한 유잉은 베게너의 연구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심지어 1947년 쓴 연구비 지원서에서 유잉은 베게너의 대륙 이동설을 언급하며 그의 이름을 ‘바그너(Wagner)’라고 쓰기도 했다.
판구조론, 과학자들 논쟁 딛고 학계 정설 되기까지
지질학계에서 벌어지던 논쟁들에 대해 무지했던 건 유잉만이 아니다. 한 과학자는 1965년 “대륙 이동설에 대해 대충 알고 있다”고 답했고, 라몬트 연구원들은 “대륙 이동설에 회의적이고 냉소적이었다”고 회상했다. 한 해양학자는 유잉을 “해양학계의 패튼 장군(General Patton)”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럽 전선 등을 이끌었던 미 육군 장군 조지 패튼(George Patton)에 빗댄 것으로, 패튼 장군은 불같은 성격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그 시기 유잉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굳건했던 유잉의 생각을 바꾼 이들 중 하나는 과학자 자비에 르 피숑(Xavier Le Picho)이었다. 1966년 봄 르 피숑은 지각 이동 가능성을 부정하는 내용의 박사 학위 논문을 마무리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주 미국 지구물리학회에서 발표된 라몬트의 데이터를 본 뒤 주저앉았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 아내에게 “내 논문의 결론이 틀렸다”고 말하며 술을 달라고 부탁했다.
르 피숑은 당시 논문에서 열 흐름 데이터를 사용해 ‘현무암 마그마가 해양 능선의 중간부 맨틀에서 치솟아 압력을 만들었고, 이 압력이 해저를 반으로 갈랐다’는 해리 헤스(Harry Hess)의 가설에 반박했다. 그러나 르 피숑이 확인한 새로운 데이터는 헤스의 가설이 맞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르 피숑은 자신의 해석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이후 그는 에세이에서 “그 하루 동안 내 세계 전체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또 “새로운 증거를 거부하려고 애를 썼다”고도 했다.
하지만 르 피숑은 좋은 과학자들이 할 법한 일을 했다. 자존심을 내려두고 연구소로 복귀한 것이다. 그리고 2년 만에 판구조론의 확립에 공헌한 주요 논문들을 써냈다. 그 결과 1982년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과학자 중 하나가 됐는데, 지구물리학자들 중에선 그를 포함해 단 두 명만이 얻은 명예였다. 이후 르 피숑은 미국 지구물리연합 모리스 유잉 표창 등 수많은 상을 탔고, 당대 최고의 지구과학자 중 하나로 우뚝 섰다. 과학에서도, 인생에서도, 틀렸을 때는 인정하고 마음을 바로잡는 것이 때때로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AI 기반 펀드, S&P500 지수에 비해 성과 미미 인간 개입 전혀 없는 AI 펀드 성과는 더욱 저조 의미 파악 및 판단 능력, 여전히 인간 수준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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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말 챗GPT(ChatGPT)가 인공지능(AI) 챗봇 시대의 서막을 열었을 당시 세상은 이를 경이로움과 뜨거운 기대감으로 맞이했다. ‘실리콘밸리의 큰 손’으로 널리 알려진 마크 앤드리슨은 챗GPT를 "순수하고, 절대적이며, 형언할 수 없는 마법"이라 극찬했고, 빌 게이츠는 PC, 인터넷에 비견될 만큼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더해 알파벳과 구글의 CEO인 순다르 피차이는 AI를 인류 역사상 가장 심오한 기술이라 선언했으며, ‘AI 대부’로 알려진 제프리 힌턴은 산업혁명, 전기, 바퀴에 비견될 만큼 혁신적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AI 챗봇의 등장은 세상을 뒤흔들 만큼 강력한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인간의 오류와 편견을 배제한 새로운 시대의 도래?
하지만 지난 70년간 이어져 온 AI 지지자들의 장밋빛 전망은 현실의 한계에 부딪혔다. 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진정한 지능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채용, 판결, 금융, 투자 등 중요한 의사 결정에 AI를 섣불리 적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물론 AI 기반 투자는 기술의 성능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2017년 10월 투자 플랫폼 에퀴봇(EquBot)은 최초의 AI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인 'AIEQ'(인공지능 운용 주식)를 출시하며 AI 투자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당시 치다 카투아(Chida Khatua) 에퀴봇의 CEO 겸 공동 창업자는 보도 자료에서 AIEQ는 유전자 알고리즘, 퍼지 로직, 적응형 튜닝 등 혁신적인 AI 기술을 적용해 인간의 오류와 편견을 제거한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고 자랑했다.
AIEQ 출시 2주 후 글로벌 자산 운용사 호라이즌(Horizons, 현 Global X)도 AI 기반 ETF인 'MIND'를 출시하며 AI 기반 투자 열풍에 합류했다. MIND는 모회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자문을 받아 ‘딥 뉴럴 네트워크 학습’을 통해 데이터 분석 및 패턴 추출을 수행하는 AI 시스템을 기반으로 투자 전략을 실행한다. 호라이즌은 이 시스템이 인간의 뇌처럼 패턴을 인식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면서도 훨씬 빠르게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호라이즌의 CEO였던 스티브 호킨스(Steve Hawkins)는 “오늘날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과신이나 인지 부조화와 같은 투자자 편향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MIND는 감정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S&P500 지수에 크게 뒤처진 실적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과장된 광고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로 두 펀드 모두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에 비해 훨씬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AIEQ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총수익률은 63%에 그쳤으나, S&P500 지수는 10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MIND 역시 2022년 종료되기 전까지 누적 총수익률이 -12%로 마이너스였지만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65%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다른 AI 펀드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게리 스미스(Gary N. Smith) 미국 포모나대(Pomona College) 경제학 교수와 샘 와이어트(Sam Wyatt) 포모나대 학생이자 포모나 컨설팅(Pomona Consulting Group)의 프로젝트 책임자가 2017년 10월 18일 이후 출시된 모든 AI 기반 ETF와 뮤추얼 펀드를 분석한 결과 AI를 사용하면서도 인간의 개입을 허용하는 43개의 AI 펀드 중 단 10개만이 S&P500 지수보다 더 나은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43개 펀드의 평균 연간 수익률은 S&P500 지수보다 약 5%포인트 낮아, AI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7.11%인 반면, S&P500 지수는 12.4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인간 개입이 전혀 없는 AI 펀드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AIEQ와 MIND 같은 완전 AI 기반으로 운영되는 11개의 펀드 모두 S&P500 지수보다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이들 11개 펀드 중 6개는 실제로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해당 11개 AI 펀드는 연평균 1.8%의 손실을 기록한 반면, S&P500 지수는 투자자에게 연평균 7.6%의 수익률을 제공했다. 이런 이유로 운영 기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11개 AI 펀드 중 6개와 부분적으로 AI를 사용하는 43개 펀드 중 25개가 이미 폐지된 상태다.
단순 패턴 인식과 진정한 이해의 차이
AI 시스템은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통계적 패턴을 찾아내는 데 탁월하다. 하지만 이러한 패턴이 실제로 의미 있는 상관관계를 갖는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의 일치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예를 들어 특정 연도의 주가와 몬태나주의 앤틸로프 최저 기온 사이에 우연히 통계적 상관관계가 나타난다고 가정할 때, AI는 이러한 상관관계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능력이 부족해, 두 변수 사이에 인과관계가 전혀 없더라도 이를 투자 결정에 잘못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에서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줄어들고, 혁신적인 알고리즘을 활용한 투자 상품들의 수익률이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이는 것도 AI 기술의 이러한 근본적인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 AI는 뛰어난 계산 능력과 패턴 인식 능력 덕분에 때때로 인간의 분석 능력을 능가하는 성과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진정한 '이해'와 '판단' 능력에서는 아직 인간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AI 알고리즘이 단어의 의미와 맥락을 이해하고, 이를 현실 세계와 연결해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투자를 비롯한 중요한 의사 결정에 AI를 맹목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린라이트, 일부 교차로에서 긍정적인 효과 보여 구글 지도 데이터로 학습해 비용 획기적으로 낮춰 단, ‘정차 횟수’라는 한 가지 변수만 최적화했단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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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교통 체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AI를 내놨다. 일명 ‘그린라이트(Green Light)’ 프로젝트로 운전자가 신호등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줄이도록 설계됐다. 실제로 해당 AI는 5개의 교차로에서 테스트를 거쳤는데, 그 결과 도로 교통이 원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라이트는 시애틀과 브라질 리우제자네이루, 인도 콜카타 등 교통이 혼잡하기로 악명 높은 지역을 포함해 12개 도시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스스로 교통 정리하는 그린라이트
그린라이트는 도로에 센서를 직접 부착하지 않고 구글 지도 데이터를 이용해 도로 상황을 파악한다. 따라서 다른 제어방식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신호등을 제어한다. 구글은 신호 대기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혼잡한 도로와 교차로의 교통 상황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소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린라이트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시애틀 교통부 대변인 마리암 알리(Mariam Ali)는 그린라이트를 통해 교통 상황이 개선됐으며 그린라이트가 스스로 교통 상황을 인지하고 병목현상을 식별한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또한 2024년 구글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라이트로 인해 교차로에서 정차 횟수와 배기가스 배출량이 각각 30%, 10% 감소했다. 이에 힘입어 구글은 점차 더 많은 도시로 그린라이트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호등 제어방식의 일장일단
신호등을 제어하는 방식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고정 시간 △감응 △적응형 제어 등이다. 이 중 가장 오래된 방식은 교통 상황과 관계없이 신호 시간을 고정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신호등 도입 초기에 주로 사용됐으며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다음으로는 감응을 활용한 방식이다. 도로 밑에 센서를 부착해 차량 유무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신호등을 제어한다. 주로 땅이 넓은 미국과 중국에서 사용되는 방식으로 한국에서는 좌회전 감응신호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적응형 신호는 여러 교차로에 센서를 부착해 교통 상황을 파악하고 알고리즘이 교통 상황에 맞게 신호 대기 시간을 조정한다.
하지만 적응형 신호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피츠버그대학교(University of Pittsburgh)에서 교통 제어를 연구하는 알렉산다르 스테바노비치(Aleksandar Stevanovic) 토목환경 엔지니어는 미국에서 약 4~5%만이 적응형 신호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적응형 신호등은 높은 성능을 보이지만, 그에 따른 설치 및 유지 보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미국 교통부에 따르면 적응형 신호등의 초기 투자 비용은 교차로당 수만 달러에 달한다.
그린라이트, 구글 지도 데이터 활용해 비용 절감
그러나 그린라이트는 값비싼 고정 센서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현장 관측 또한 필요 없어 저렴한 신호등 제어방식으로 꼽힌다.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에서 교통 연구소를 이끄는 헨리 리우(Henry Liu) 토목환경 엔지니어는 구글 지도 데이터가 ‘모바일 센서’ 역할을 대신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데이터가 가진 힘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구글은 그린라이트의 작동 원리를 공개했다. 사람들의 주행 기록을 기반으로 각 교차로에 머신러닝 모델을 구축해 방대한 정보를 처리했다. 머신러닝 모델은 차량이 반복적으로 감속하고 정지하는 교차로를 예측해 정확한 신호등 타이밍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와 관련해 구글 리서치 프로젝트 매니저인 마테우스 버블로트(Matheus Vervloet)는 차량 이동 데이터를 활용하면 기존에 센서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교통 상황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차 횟수’만 고려한 그린라이트, 실효성은?
다만 일각에서는 그린라이트가 다른 최신 기술과 비교해 유의하게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린라이트를 미시간주 버밍햄에서 테스트한 결과, 교차로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정지 횟수가 각각 20%, 30%나 감소했다. 하지만 리우 엔지니어는 “모든 것은 비교하는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러한 수치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이어 버밍햄은 고정 시간 신호등만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린라이트 외에 다른 신호 제어 방식이 도입됐어도 상당한 개선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구글은 70개 교차로에 대해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이 중 대부분은 적응형 신호등을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린라이트와 최신 기술을 비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그린라이트의 활용처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린라이트는 신호등에서 '정차 횟수'라는 한 가지 변수를 최적화하는 데 힘 쏟았다. 이에 교통 엔지니어들은 이러한 방식이 도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대처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버스 노선에 우선순위를 두거나 통근자들이 주거 지역을 통과하지 않도록 하는 등 여러 상황을 반영해 신호등을 제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차 횟수에만 집중한 제어방식은 뚜렷한 한계를 가진다는 설명이다.
교통 체증 완화 =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구글은 신호등 대기 시간 최소화를 목표로 AI를 개발했다. 버블로트 프로젝트 매니저는 한 발 더 나가 그린라이트의 임무는 교통 관련 탄소 배출을 줄이고 도시가 지속 가능한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구글이 공개한 결과를 보면 그린라이트가 해당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구글은 공해가 일반 도로보다 교차로에서 29배 더 높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린라이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동차의 공회전을 줄이고 교통 체증을 감소시켜 지역 오염을 막자는 논리다. 그러나 교통 체증 완화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반박이 뒤따른다. 2022년 미국 의회예산처 보고서에 따르면 도로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약 2%만이 교통 체증으로 발생했다. 이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미미한 부분이다. 게다가 교통 체증 완화로 운전 수요가 증가해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즉 온실가스 배출량이 공회전 감소로 줄어든 부분과 운전 수요 증가로 늘어난 부분 중 어느 것이 더 클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AI 도입, 대부분 직업과 산업에서 고용에 부정적 영향 미쳐 STEM 학위 소지자와 상위 10% 소득층만 AI 도입으로 수혜 서비스 부문 AI 도입 특히 활발, 제조업서도 고용 감소 영향 확인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AI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정책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AI 기술이 노동 시장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 중요한 정책적 이슈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AI는 인간의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기술 기반의 일자리를 창출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자동화의 확산으로 인해 일부 직업이 사라지거나 인간의 의사 결정 역할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AI가 근로자를 보완할지, 아니면 대체할지는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만큼, 실증적 증거에 기반한 연구와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AI 도입 확산, 미국 고용 시장에 부정적 영향 초래
인공지능(AI)은 최근 가장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기술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머신러닝 기술의 발전과 방대한 양의 디지털 데이터 증가로 인해 지난 20년 동안 △검색 엔진 △맞춤형 광고 △추천 시스템 △생성형 도구 △챗봇 등 다양한 AI 응용 프로그램의 사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처럼 AI의 급속한 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AI 도입이 미국 고용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레산드라 본피글리올리(Alessandra Bonfiglioli) 베르가모대학(University Of Bergamo) 경제학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미국 통근 구역(Commuting Zone, CZ)을 대상으로 2000년부터 2020년까지 AI 기술 도입이 노동 시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비록 이번 연구는 오픈AI의 챗GPT(ChatGPT)와 같은 대형 언어 모델이 개발되기 이전의 시기를 다루고 있지만, 디지털 경제의 부상과 아마존·구글·페이스북과 같은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AI를 빅데이터에 적용되는 알고리즘으로 넓게 정의하면, 그 확산은 2000년대 초반에 시작해 2010년 이후 가속화됐다. 따라서 이러한 분석은 AI 도입 초기 단계가 노동 시장에 미친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며, 앞으로 AI 기술이 더욱 빠르게 발전할 미래를 대비한 정책 수립에 있어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챗GPT와 같은 챗봇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AI 기술의 발전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영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AI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는 두 가지 주요한 어려움이 따른다. 첫 번째로 AI 도입을 측정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계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이 꼽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AI 기술이 특정 프로그래밍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먼저 미국 노동부의 직업정보데이터(O*NET)에서 제공하는 'Hot Technologies' 카테고리를 활용해, 머신러닝과 데이터 분석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장 많이 요구하는 직업을 AI 관련 직업으로 분류했다. 여기엔 △데이터 과학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소프트웨어 개발자 △웹 디자이너 등 19개의 직업이 포함되며, 이러한 AI 관련 직업의 상대적 중요성 증가를 통해 AI 도입을 감지했다.
두 번째 어려움은 AI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여러 요인들과 얽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경제 성장이나 기술 발전 수준이 높을수록 AI 도입이 활발해지는 동시에 고용 증가율도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AI 도입이 직접적으로 고용 증가를 유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AI 노출’이라는 도구 변수를 개발했다.
이 도구 변수는 AI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분리하는 데 사용된다. 이를 위해 AI 노출 변수는 AI 도입이라는 주요 변수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면서도,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들과는 상관관계가 없어야 한다. 이는 계량경제학에서 인과관계를 분석할 때 흔히 사용하는 방법론으로, 완벽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어려울지라도 이를 평가하는 기준으론 활용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AI 노출 변수는 미국의 산업별 AI 도입 수준과 각 통근 지역의 과거 고용 데이터를 결합해 각 지역의 AI 노출도를 측정한 값이다. 즉 AI 관련 직업이 많이 늘어난 산업이 있는 지역일수록 AI 노출도가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산업별·지역별 차이 존재
AI 도입의 확산과 그 영향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지난 20년 동안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고용 변화와 산업별 AI 확산의 전반적인 추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에서 AI 관련 직업이 차지하는 고용 비율은 0.14%에서 0.20%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중 대부분의 성장은 2010년 이후에 이뤄졌으며, 산업별로 AI 기술의 확산 속도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AI 도입은 주로 전문적·과학적·비즈니스·정보 서비스 등 고급 서비스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전기와 같은 일부 유틸리티 부문과 국가 안보 및 국제 문제와 같은 공공 부문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제조업에서는 여전히 AI 도입이 제한적이다. 이 결과는 주로 제조 부문에 도입된 산업용 로봇과는 별개로, AI 도입만을 측정한 것에 기인한다.
흥미롭게도 AI 도입을 측정한 지표는 보스턴, 시애틀, 실리콘밸리와 같은 예상되는 지역뿐만 아니라 볼더, 보즈먼, 솔트레이크시티와 같은 새로운 첨단 기술 허브에서도 AI 확산을 효과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아래 그림1은 미국 통근 지역(CZ)별로 AI 도입(패널 a)과 AI 노출(패널 b)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색상 지도로 나타낸 것이다. 어두운색일수록 샘플 기간 동안 더 높은 수준의 AI 도입이나 노출을 의미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음수 값은 드물며 전체 통근 지역의 6%에 불과한데, 이는 지난 20년간 AI 기술의 도입이 미국 전역에서 널리 퍼져왔음을 시사한다. 한편 AI 노출을 측정한 지표는 동시대의 통근 지역 수준의 충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변동성을 제거해 추정 과정에서 혼란을 줄 수 있는 요인을 배제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AI 도입의 순수 효과 분석
이어 연구진은 AI 도입의 순수한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도구 변수를 활용한 2단계 최소제곱 회귀분석(2 Stage Least Square, 2SLS)을 실시했다. 그림2는 이러한 분석 방법과 주요 결과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네 개의 산점도 각각에서 각 점은 특정 통근 구역(CZ)과 10년간(2000-2010 및 2010-2020) 관측된 데이터를 나타내며, 빨간색 선은 선형 회귀선을 표시하고 있다.
패널 a는 최소제곱법(Ordinary Least Square, OLS) 분석 결과로, AI 도입과 통근 구역 수준에서의 고용-인구 비율 10년 변화 간에 부정적인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패널 b에서는 2SLS의 첫 단계(First Stage)를 통해 AI 노출이 AI 도입을 예측하는 강력한 변수이자 효과적인 도구 변수임을 확인할 수 있다. 패널 c는 AI 노출과 고용 증가 간에 강한 음의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나타내며, 마지막으로 패널 d는 AI 노출로 예측된 AI 도입(Predicted AI Adoption)과 고용률의 10년 변화 간의 관계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AI 도입이 고용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강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림2의 그래프들은 AI 관련 직업이 많이 늘어난 지역에서 AI 도입률이 높아졌고, 그로 인해 해당 지역의 고용 증가가 상대적으로 둔화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또한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 만약 평균적인 AI 도입률을 가진 통근 지역이 가상으로 AI를 전혀 도입하지 않았다면 고용률이 0.6% 포인트 더 증가했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규제, 산업용 로봇 도입, 그리고 ICT 사용 증가와 같은 여러 추가적인 노동 시장 충격(변수)을 통제하더라도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됐다. 심지어 AI 관련 직업에 대한 정의를 변경하거나, 이상치를 다양한 방식으로 처리하더라도 그 유효성은 변하지 않았다.
서비스업과 저학력 근로자에 미치는 타격 더 커
나아가 연구진은 AI 도입이 고용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도출했다. 먼저 AI 도입의 효과를 AI 노출을 통해 측정했을 때 그 영향이 훨씬 강하게 나타났다(2SLS vs OLS). 이는 AI가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다른 요인들에 의해 가려질 수 있음을 뜻하며, AI 도입 변수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다른 요인과 혼재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AI의 영향은 주로 이러한 기술이 널리 도입된 서비스 부문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마지막으로 대졸 학위가 없는 근로자들이 AI 도입으로 인해 가장 큰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반면, STEM(과학·기술·엔지니어링·수학) 학위가 요구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소득 분포 상위 10%에 속하는 사람들만이 AI 도입의 혜택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하면 AI 도입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서비스 부문과 저학력 근로자에게 더 큰 타격을 줬다.
아울러 이번 연구는 AI 도입의 부정적 영향이 서비스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AI 기술의 활용이 아직 제한적인 제조업의 고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구체적으로 AI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제조업에서 약 45%, 서비스업에서 60%로 나타났는데, 이 두 수치를 합하면 105%가 돼 다소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두 부문 간의 중복 효과나, 한 부문에서의 AI 도입이 다른 부문의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를 "스필오버 이펙트(Spillover Effect, 파급효과)"라 설명했다. 서비스업에서 개발된 AI 기술이 제조업 부문으로 확산하면서, 제조업에서의 자동화가 가속화돼 일부 일자리가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4를 보면, 제조업 부문에서도 AI 도입의 부정적 영향이 큰 부분은 특히 운송 장비와 목재 제품 산업 등 자동화 수준이 높은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최근 AI 분야의 발전은 미래의 노동 시장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비록 AI의 혁신과 그 적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재 드러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물론 AI가 고용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미시적 증거가 필요하겠지만, 이번 연구는 AI가 일자리 자동화와 불평등 심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정량적으로 밝혀냈다. 끝으로 이러한 결과는 AI 기술의 발전이 미래 노동 시장에 미칠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며, 특히 저학력 근로자를 위한 재교육 및 지원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닉 보스트롬 교수의 사고 실험 ‘종이 클립 종말’ 기존의 틀을 깬 정글 모델, 모든 시장 참여자가 동등한 힘 가지지 않아 초지능 AI,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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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종이 클립이 넘쳐 종말이 올 수 있다는 이른바 ‘종이 클립 종말’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스티븐 호킹과 일론 머스크는 이 개념을 통해 AI의 실존적 위협에 대해 우려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 개념은 AI가 인간 지능을 넘어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AI에게 종이 클립 생산을 맡기면?
종이 클립 종말은 옥스퍼드 대학교의 철학자 닉 보스트롬 교수의 사고 실험에서 비롯됐다. 보스트롬 교수는 AI가 지금보다 훨씬 더 똑똑해졌을 때 인간이 어떻게 AI를 통제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보스트롬 교수는 사고 실험을 통해 AI 위협을 강조했다. 누군가 종이 클립 생산을 목표로 AI를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AI는 매우 똑똑해서 종이 클립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게다가 종이 클립 생산을 위한 자원도 적극적으로 확보한다. AI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특화되어 있으므로 인간보다 종이 클립 생산에서 우위를 가져가고 종이 클립이 넘쳐나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인간은 종이 클립 종말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AI를 막으려고 한다. 하지만 AI는 자신의 목표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생존에 집중하여 인간을 위협적인 존재로 판단하고 인간과 맞서 싸우려고 할 것이다. 보스트롬 교수는 이처럼 초지능 AI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본질적으로 더 나은 지능을 가진 물체가 더 낮은 지능을 이기기 때문이다. 인간이 지능에서 못 이긴다면 AI의 목표를 수정하는 방법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AI에게 정해진 개수의 종이 클립만 생산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AI는 인간이 종이 클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종이 클립을 무한히 생산해 종이 클립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정글 모델, 초지능 AI를 이해하는 데 적합해
일반적인 경제학 모델은 AI가 지배하는 상황을 이해하는데 적합하지 않다. 보통 경제학 모델은 모든 사람이 동등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지능 AI는 인간보다 강한 힘을 가져 일반적인 경제학 모델의 가정을 벗어난 존재다.
런던정경대 미셸 피치오네 교수와 텔아비브 대학교의 아리엘 루빈스타인 교수는 기존의 틀을 깨고 ‘정글 모델’을 개발했다. 정글 모델은 모든 사람이 동등한 힘을 가진 유토피아적인 상황을 가정하지 않고, 약육강식의 세계인 정글을 가정했다. 즉, 일반적인 균형 모델과 달리 각 시장 참여자에게 서로 다른 힘이 있다고 가정했다.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은 힘이 약한 사람의 물건을 빼앗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균형이 존재하고 파레토 효율을 이룬다.
정글 모델은 초지능 AI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는 의견이다. 정글에서 AI가 살아남으려면 인간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AI가 힘이 없으면 인간에게 지배당하며 반대로 힘이 있으면 인간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지능 AI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미래 달라져
전문가들은 AI가 지식을 손쉽게 습득할 수 있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컴퓨터 과학자들은 AI가 스스로 능력을 개선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AI는 기존 목표를 유지하면서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하위 목표가 필요하다. 하위 목표가 클립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권력 획득을 목표로 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경제학에서 얻은 통찰은 인간이 초지능 AI를 제어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간이 AI를 작동시키는 것은 정글에서 왕이 될 야수를 풀어놓는 셈이다. AI가 인간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얻고자 한다면, 초지능 AI를 만드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게끔 AI를 설계할 수 있다. 만약 인간이 규칙적인 목표로 초지능 AI를 만든다면, AI는 권력을 얻고자 하는 행동을 활성화하지 않을 것이다. AI가 스스로 위험한 결과를 발생하지 않게 조절하므로 힘을 모으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긍정적인 시나리오에서처럼 초지능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미래가 달렸다. 인간은 현재 칼날 위에 서 있다. AI에게 지배당할 것인가, AI를 밑에 두고 효율적인 사회를 꾸려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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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만에 최대 규모 독점금지 판결, 구글 독점 행위 제동 미 법원, 구글의 시장 지배력 남용 및 불법 관행 지적 독점 문제 해소 위해 기업 분할 가능성도 거론돼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수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구글은 독점 금지법 위반 판결을 받았다.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의 아밋 메타(Amit P. Mehta) 판사는 구글이 1890년 제정된 '셔먼 독점금지법 2조'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구글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셔먼법 2조는 기업의 독점화 시도 및 담합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색 시장 90% 장악, 불법적 사업 관행으로 독점 유지
메타 판사는 판결문에서 구글 검색 엔진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지적했다. 2020년 기준 전체 인터넷 검색의 약 90%, 스마트폰 검색의 약 95%가 구글 검색을 통해 이뤄졌다. 주요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 빙은 전체 검색의 약 6%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구글의 독점적 위치는 더욱 두드러진다. 또한 메타 판사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업체와 계약을 맺어 자사의 일반 검색 엔진을 기본 옵션으로 설정함으로써 시장을 지배하는 사업 관행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구글은 애플 기기에도 자사 검색 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출한 바 있다.
판사는 구글 자체 조사에서도 시장 지배력 남용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2020년 구글이 진행한 품질 저하 연구에서, 검색 제품의 품질이 크게 저하되더라도 검색 수익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소비자를 잃을 걱정 없이 제품의 품질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기업은 명백한 독점력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 글로벌 담당 켄트 워커(Kent Walker) 사장은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에 항소할 뜻을 밝혔다. 워커는 "이번 판결은 구글이 최고의 검색 엔진을 제공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우리가 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짓고 있다"며, "이 과정이 계속되는 동안 우리는 사람들이 유용하고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독점 판결, 빅테크 규제 신호탄?
이번 판결은 20여 년 전 미국 법무부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승소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독점금지 판결로, 전문가들은 이를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예일 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이자 오바마 행정부에서 법무부 최고 독점금지 경제학자를 역임한 피오나 스콧 모튼(Fiona M. Scott Morton)은 이 사건을 "현대 디지털 플랫폼 관련 소송 중 처음으로 결론이 난 사건"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계기로 빅테크 기업들의 독점 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빅테크 기업들은 잇따른 소송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연방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독점력을 이용해 가격을 부풀렸다는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규제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스콧 모튼 교수는 이번 판결 결과가 거대 기업은 패소하지 않는다는 통념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며, 법원이 "핵심 사항"을 정확히 파악했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독점 소송에서 기업의 성공이 "능력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경쟁을 해치는 행위를 통해 얻은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구글의 성공은 전자보다 후자에 가깝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OEM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은 주문자의 의뢰에 따라 주문자의 상표를 부착해 판매할 상품을 제작하는 업체를 의미한다.))들에게 자사 검색 엔진을 독점적으로 기본 설정하도록 강요하고, 애플에는 막대한 금액을 지급해 사파리 브라우저의 기본 검색 엔진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구글의 행위는 새로운 검색 엔진 개발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고객을 확보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드로이드 분리' 등 정부 후속 조치 주목
스콧 모튼 교수는 구글이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가능성이 높고, 궁극적으로는 대법원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녀는 2020년 발표한 논문에서 제시했던 구글의 독점 해소 방안을 다시금 언급하며, 이번 판결 이후 예상되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중 첫 번째 시나리오는 구글이 독점적인 기본 검색 엔진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지급하는 비용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애플은 연간 2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잃게 되므로, 자체 검색 엔진 개발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분리해 독립적인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OEM들은 운영체제 라이선스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검색 엔진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검색 엔진 시장의 경쟁을 촉진시키고, 휴대전화 제조사(OEM)들은 검색 엔진으로부터 얻는 수익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더 저렴한 가격으로 휴대전화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스콧 모튼 교수는 구글의 독점이 없었다면, 검색 엔진 시장은 더욱 다채로워지고 사용자들은 광고가 적고 깔끔한 검색 결과 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실제로 그러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는 정부의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궁극적으로 스콧 모튼 교수는 휴대전화 제조사와 브라우저들이 기본 검색 엔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분리를 통해 제조사들이 검색 엔진 선택에 대한 구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