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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부원장 “시장 내 PEF 영향력 막강, 순기능 극대화 위한 논의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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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 및 모험자본 공급 역할 톡톡
금산분리의 새로운 관점 제시
‘핫 이슈’ MBK·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사진=금융감독원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금융시장 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일각에서 PEF가 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는 만큼 그 영향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PEF는 시장원리에 따라 운용돼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변함이 없음을 확실히 했다.

PEF 도입 20년, 출자약정액 140조원대

금융감독원은 12일 오전 금감원 본원 회의실에서 PEF 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고 금융시장 내 PEF의 바람직한 역할과 책임, 건전한 성장방안과 지배구조 개선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함 부원장과 MBK파트너스, H&Q, 한앤컴퍼니, 스틱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한 12개 PEF 운용사가 참석해 최근의 PEF 운용사례를 공유했다.

함 부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으로 “2004년 PEF 제도가 국내 도입된 이래 1,100여 개 PEF의 출자약정액이 140조원대에 이르는 등 국내 PEF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해 왔다”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PEF가 기업 구조조정, 모험자본 공급 등을 위한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 것은 물론 기관 투자자에게 중요한 대체투자 수단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PEF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시장 내 영향력 또한 커졌다는 게 함 부원장의 평가다. 그는 “PEF의 목적이 비교적 단기 수익 창출에 있는 탓에 자칫 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며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대규모 타인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언급했다.

함 부원장은 최근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을 끈 일부 PEF의 경영권 분쟁 참여, 소액주주와의 갈등 등을 예시로 들며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 이슈와 관련해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 PEF는 이제 기업의 지배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며 “지금까지의 금산분리와는 다른 관점에서 논의가 필요한 이유”라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함 부원장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PEF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PEF 업계는 그간 금융당국과 뜻을 모아 자본시장 선진화를 지속 추진하는 과정에 산업 발전의 건설적 동반자가 돼 왔다”며 “PEF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우려에도 ‘PEF는 시장원리에 따라 운용돼야 한다’는 대전제에 변함이 없으며, 그간 추진해 온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자본시장 선진화 노력에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 주주 가치 훼손 가능성 대두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우려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지난달 28일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을 꼽을 수 있다. 이날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 직후 이 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고민했지만, 반대로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을 고민해 본 적이 있었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MBK를 겨냥한 것으로, 이 원장은 “특정 산업은 20~30년 정도 길게 보고 (경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5년이나 10년 안에 사업을 정리하는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했을 때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주 가치 훼손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기업 경영권을 손에 쥔 PEF 운용사가 단기 수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발언은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상호 소유를 금지하는 금산분리는 1995년 은행법에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 분리)가 규정되며 도입된 개념으로, 지금까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막는 방식으로 작동해 왔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이 원장은 금산분리 대원칙이 반대 방향으로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쉽지 않은 경영 능력 입증의 길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MBK의 과거 경영 실패 사례까지 재조명되며 PEF의 산업 지배를 한층 더 경계하는 모습이다. MBK는 지난 2008년 케이블TV 씨앤엠(C&M)을 인수하며 미디어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MBK는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노사 간 상생까지 내세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영 효율화라는 명목하에 AS와 설비 등 일부 분야를 하청 구조로 전환했다.

이후 2014년에는 비정규직 노동자 약 15%에 해당하는 109명을 해고했다. 회사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실제로는 매각 가치를 높이기 위한 비용 절감 차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와 같은 혼란이 반복되며 C&M는 인수처를 찾지 못했고, 결국 채권단의 손에 넘어갔다. MBK의 케이블TV 인수와 경영 실패는 궁극적으로 방송 산업 생태계까지 교란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MBK가 국가기간산업이자 씨앤엠보다 매출 규모가 수십 배 큰 고려아연을 인수해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노사 갈등이 발생할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단 며칠의 파업에도 길게는 한 달 이상 조업이 중단되는 등 사업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단순한 제조업체가 아니라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전후방 기업들과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진단하며 “MBK처럼 단기적 수익이 최우선 목표인 사모펀드가 경영할 경우, 기업 경쟁력은 물론 산업계 전반에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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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반정부 부채·공공부문 부채 나란히 폭증, 나라빚 '빨간불'

지난해 일반정부 부채·공공부문 부채 나란히 폭증, 나라빚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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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 최초로 50% 넘었다
공공부문 부채도 전년 대비 84조원 증가
불어나는 부채, 재정 준칙 도입 논의 힘 실릴까

지난해 중앙정부 국가채무와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를 합친 일반정부 부채가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정부 회계·기금 부채 증가세가 일반정부 부채 확대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정부 부채가 증가함에 따라 GDP 대비 공공부문 부채 비율 역시 7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일반정부 부채 60조원 증가

12일 기획재정부는 '2023 회계연도 일반정부 및 공공부문 부채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부채 통계는 국가채무(D1), 일반정부 부채(D2), 공공부문 부채(D3)로 나뉜다. 국가채무(D1)에 비영리 공공기관 349곳의 부채를 더한 것이 일반정부 부채(D2)고, 여기에 비금융공기업 158곳의 부채를 합산한 것이 공공부문 부채(D3)다. D1은 국가 재정 운용 계획 수립에, D2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비교 등에 주로 사용된다. D3는 공공부문 재정 건전성 관리를 위한 지표로 쓰인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총 1,126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반정부 부채는 1,217조3,000억원으로 2022년보다 60조1,000억원 늘었다. 중앙정부 회계·기금 부채가 1,128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3조7,000억원 증가한 영향이다. 중앙정부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는 4조원 늘어난 59조원을 기록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부채는 새출발기금을 포함한 가계·기업 지원 등과 공공투자 확대로 1조9,000억원 늘었고, 서민금융진흥원 부채도 청년 자산 형성 사업 등의 영향으로 8,000억원 증가했다. 지방정부 부채의 경우 지난해보다 2조원 줄어든 70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부채 비율은 전년 대비 0.9%포인트(p) 상승한 50.7%를 나타냈다. 해당 비율이 50%를 넘어선 건 2011년 일반정부 부채 통계 집계 이래 처음이다. GDP 대비 일반부채 비율은 앞서 2017∼2018년 감소세를 보였다가 2019년(39.7%)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공공부문 부채비율 70% 육박

공공부문 부채 증가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공공부문 부채는 1,673조3,000억원으로 전년도(1,588조7,000억원)보다 84조6,000억원 증가했다. GDP 대비 공공부문 부채비율은 69.7%에 달한다. 공공부문 부채비율은 지난 2017~2018년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2019년(55.5%)부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공공부문 부채 확대에는 일반정부 부채 급증 및 비금융 공기업 부채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전체 비금융 공기업 부채는 전년 대비 28조원 늘어난 545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앙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는 전년보다 22조6,000억원 증가한 481조4,000억원에 육박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정책 사업 확대로 차입금과 공사채가 증가하며 부채가 6조8,000억원 증가했다. 한국도로공사는 건설 재원 조달을 위한 차입금과 공사채가 늘어나며 전년보다 부채가 2조4,000억원 증가했다.

한전을 비롯해 한국수력원자력, 서부발전, 남부발전, 중부발전, 남동발전, 동서발전 등 발전자회사의 지난해 부채는 전년 대비 12조9,000억원 증가한 172조8,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앙 비금융 공기업 부채 중 3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들 기업의 부채가 급증한 원인으로는 전력 구입 대금 상승, 설비투자를 위한 차입금·공사채 등의 확대가 지목된다.

'재정 준칙' 도입 논의

정부 차원의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정부는 '재정 준칙' 도입을 통해 재량 지출의 폭증을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재정 준칙은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 재정수지 적자를 일정 한도 내에서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의 별칭이다.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의원입법안 형태로 발의됐으나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22대 국회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다시 발의했다.

21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는 관리재정수지 한도를 GDP 대비 -3%, 국가채무 비율을 GDP 대비 60%로,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에는 관리재정수지 한도를 -2%로 축소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박대출 의원 발의안에는 국가재정법상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건이 발생할 경우 재정 준칙을 적용하지 않는 다소 완화적인 내용이 추가됐다. 야당의 의견을 반영해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대량 실업·남북관계 변화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 발생 △법령에 따른 국가 지출 발생·증가 등의 경우에 한해 확장 재정을 펼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계잉여금의 국채상환 의무 비율은 현행 30%에서 50%로 상향했다. 특히 추가 재정 소요가 발생한 다음 해에는 세계잉여금 100%를 국가채무 상환에 사용토록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정 준칙 도입 자체에 대한 반대론 또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재정 준칙에 발이 묶여 경제 성장세가 둔화한 독일의 선례를 고려해서라도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독일은 국가부채 제동장치(재정 적자를 GDP의 3%, 국가부채 한도를 GDP의 0.35%로 제한하는 재정 정책)로 인해 첨단 기술 육성에 필요한 정부 투자가 줄어들며 시장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독일의 GDP 대비 공공투자 비중(2018~2022년 기준)은 2.5%에 불과하다. 이는 공공투자가 열악한 것으로 꼽히는 영국(3%)을 밑도는 수치자, 유로존 주요 고소득 국가(스페인 제외)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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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원·달러 환율, 국민연금 '환 헤지 확대'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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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외환당국, 국민연금에 지속적으로 환 헤지 확대 요청
국민연금 해외자산 10% 환 헤지 시 63조원 규모 달러 공급
외환 스와프 확대 통한 환율 방어 방안도 논의

원화 가치가 하향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외환시장의 '큰손'으로 꼽히는 국민연금의 환 헤지 확대 가능성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와 외환당국의 요청 및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 헤지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이다.

국민연금, 환 헤지 범위 넓힐까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은 국민연금이 환 헤지 범위를 넓힐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8년 이후 해외 자산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100% 환 노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한성희 국민연금공단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환위험 관리는) 기존 5%의 전술적 외환 익스포저 관리에만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외환당국은 원화값 급락 이후 지속적으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 환 헤지 확대를 요청해 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7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 간부 등을 한은본관으로 비공개 초청해 환 헤지 비율 확대 시행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당국 관계자는 "당국과 정부는 꾸준히 국민연금에 환 헤지 비율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연기금 환 헤지가 없다면 고환율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국민연금의 외환시장 영향력

당국이 국민연금에 적극적인 환 헤지 협조를 구하는 것은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의 큰손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환 헤지 규모에 따라 환율이 유의미한 변동을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이 환 헤지를 위해 달러 현물을 사는 동시에 선물환을 매도하면 이를 사들인 은행이 달러 매도·매입 포지션을 맞추기 위해 달러 현물을 시장에 내놓게 되고, 원화 가치 하락세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앞서 정부는 환율이 1,400원 선을 넘나들던 지난 2022년 11월에도 연기금에 환 헤지 비율 확대를 요청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이에 화답하듯 같은 해 10~12월 전술적 환 헤지 규모를 73억1,800만 달러(약 10조2,000억원)가량 늘렸고, 그다음 달에는 전략적 환 헤지 비율을 0%에서 10%로 상향했다. 전술적 환 헤지는 기금운용본부 재량에 따라 판단해 헤지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 전략적 환 헤지는 모든 해외 자산에 대해 일괄적으로 헤지 비율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지난 7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주식·채권·대체투자 등 해외 자산에 투자한 규모는 630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4,156억9,000만 달러(약 582조원, 10월 말 기준)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현시점에 해외자산의 10%를 환 헤지하면 외환시장에 추가로 공급되는 달러는 최대 63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0월 기준 일평균 원·달러 거래량이 116억9,000만 달러(약 16조원)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한은-국민연금 외환 스와프 확대 논의도

한편 외환당국은 환 헤지 확대를 넘어 한은과 국민연금 간의 외환 스와프 확대를 통한 환율 변동성 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은과 국민연금은 2022년 10월 100억 달러(약 14조원) 규모로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이후 지난해 4월 350억 달러(약49조1,300억원), 올해 6월 500억 달러(약 70조1,900억원)로 한도를 연이어 확대해 왔다.

두 기관의 외환 스와프 거래 연장과 규모 확대는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국민연금은 외환 스와프를 통해 해외 투자에 따른 환 변동 리스크를 완화하고, 외화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해외 투자를 위해 필요한 달러 자금을 외환당국 외환 스와프를 통해 한도 내에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환 스와프 한도가 확대되면 국민연금은 기금의 해외 자산 증가 등을 반영해 환 헤지 비율을 상향할 때 헤지 수단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한은 측은 이미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규모 확대를 시사한 상태다. 이 총재는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연장되는 500억 달러 규모 국민연금 외환 스와프와 관련된 질문에 “12월 만기 전에 (확대를) 논의할 것”이라며 “몇 배까지는 아니고, 변동성에 맞춰서 상당한 정도로 늘릴 필요성은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해외로 나가는 돈이 많은 기관 중 하나”라면서 “그로 인해 과도하게 환율이 절하되거나 속도가 빨라지는 경우엔 여러 수단을 통해 변동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원칙적인 시그널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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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개정 시동 거는 정부, 쪼개기 상장·M&A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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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법 활용한 '핀셋 규제'에 무게
M&A, 물적분할 등 제도 손질해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
증시 저평가 유발하는 '쪼개기 상장' 제동 걸릴까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비상장 중소·중견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국내 상장사에 투자한 일반주주의 이익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개정 자본시장법을 통해 상장 기업이 인수합병(M&A), 쪼개기 상장 등을 할 때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금융위의 자본시장법 개정안

2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을 발표했다. 상법을 개정할 시 비상장 중소·중견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우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핀셋 규제'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인 상장법인은 2,464개 수준이다.

정부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상장법인이 합병, 분할, 분할합병 등 주요 구조를 조정하는 경우 기업 이사회가 구조조정의 목적, 기대 효과, 가액 적정성 등에 대해 의견서를 마련해 공시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기업이 합병 등 자본거래를 할 때 일부 대주주만이 아니라 일반주주의 이익까지 고려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계열사 간 합병 시 가액 산정 기준을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계열사 간 합병 시 상장법인의 경우 기준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10~30%를 할인 또는 할증해 합병가액을 산정하고, 비상장법인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1 대 1.5로 가중 평균해 합병가액을 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상장법인이 합병 등을 하는 경우 주식 가격, 자산 가치, 수익 가치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한 ‘공정한 가액‘으로 결정하라는 것”이라며 “일률적인 산식 대신 기업의 실질 가치를 반영한 가액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M&A에 대한 외부 평가·공시 의무도 확대한다. 정부는 차후 원칙적으로 제3자인 외부평가기관이 모든 합병에 대해 평가·공시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현재는 상장 계열사 간 합병 등에 대한 외부 평가·공시 여부를 기업이 선택할 수 있다. 정부는 외부 평가·공시 의무화를 통해 기업 합병 시 결정된 몸값 등에 대한 객관성과 중립성을 강화할 수 있고, 일반 투자자에 대한 정보 비대칭도 완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쪼개기 상장' 피해 축소 방안

기업이 유망 사업 부문을 떼어내 별도 법인으로 증시에 기업공개(IPO)를 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대한 대책도 마련됐다. 기존 증권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IPO 공모주식은 우리사주(20%), 일반투자자청약(25%), 기관투자자(55%) 등에 배정된다. 이 같은 구조하에서 모회사 일반주주는 공모주식을 우선적으로 받아갈 여지가 없어 사업부의 성장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다.

이에 개정안에는 쪼개기 상장을 시도하는 기업이 모기업 일반주주에게 신규 상장하는 신설 법인의 공모주를 우선 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근거가 담겼다. 정부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이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때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공모 신주 비중의 20% 이내를 우선 배정할 수 있게 된다. 기존 배정 규정에서 일반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비중은 줄이고, 모회사 일반주주의 비중을 확대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 셈이다. 단 이를 무조건 의무화하는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20% 이내 우선배정 기준 등은 법률로서 정할 것이 아니라 회사가 주주들과 소통해 정해야 한다고 본다”며 “하위규정과 시행령 정비 과정에서 시장과 기업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상장사가 물적분할을 해 신규 상장을 시도할 때 한국거래소가 기업의 일반주주 보호 노력을 따져 상장 심사를 진행하는 의무 기간을 '무제한'으로 바꾸기로 했다. 기존엔 물적분할 이후 5년 이내에 자회사를 상장할 때만 심사를 진행해 왔다. 거래소가 기업의 노력이 미흡하다고 본 경우엔 상장을 제한할 수 있다. 금융위는 “영업양도·현물출자 방식 등 물적분할을 우회할 수 있는 기업 분할 형태에 대해서도 동일한 수준으로 질적 심사를 실시하도록 거래소 세칙을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적되는 중복 상장 사례

정부가 상장 법인의 물적분할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장에서 쪼개기 상장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은 약 18%로, 일본(4.38%), 대만(3.18%), 미국(0.35%), 중국(1.98%) 등 여타 주요국 대비 월등히 높다.

문제는 상장 회사가 많아져 자본이 늘더라도 기업가치는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회사의 가치가 유통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평가될 경우, 투자자들은 보유한 자회사 지분 가치를 할인한 선에서 모회사의 가치를 인식해서다. 이 경우 증시가 저평가될 위험이 커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에도 SK, LG, 롯데 등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알짜 자회사의 쪼개기 상장이 이어지고 있다"며 "쪼개기 상장이 밸류업에 역행한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실제 최근 대규모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 대부분은 이미 모회사가 상장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중복 상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신규상장 심사가 진행 중인 기업은 LG CNS와 DN솔루션즈, 롯데글로벌로지스, 달바글로벌 등 4곳이다. 이 중 달바글로벌을 제외한 3곳은 모두 이미 모회사가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다.

LG CNS의 최대주주는 50% 지분을 보유한 ㈜LG고, 롯데글로벌로지스는 46%를 가진 롯데지주다. DN솔루션즈의 최대주주(85%)는 특수목적법인(SPC)인 지엠티홀딩스인데, 지엠티홀딩스는 상장사인 DN오토모티브가 100% 지배하고 있다. 최근 상장 주관사 선정을 마치며 IPO에 속도를 내고 있는 SK엔무브의 최대주주 역시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이다. 지난달 수요예측 부진으로 IPO를 중단한 케이뱅크의 경우 모회사 BC카드의 최대주주가 상장사 K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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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 고민해 봐야" 이복현 금감원장, MBK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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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회계 심사서 문제점 발견, 감리 전환
이복현 금감원장, MBK 경영권 인수 시도 '경계' 
10년 이상 장기 투자하겠다는 MBK, 진위는 불분명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대한 의견을 드러냈다. 회계상 문제가 적발된 영풍에 대한 감리 조사 소식을 전하는 한편,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며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고 있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정조준'한 것이다.

영풍 감리 조사 본격화

28일 이 원장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영풍이 환경오염 이슈와 관련해 손상차손을 미인식한 회계상의 문제점이 발견됐다”면서 “이번 주에 (회계 심사에서) 감리로 전환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금감원이 회계상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부적정 회계 처리에 대해서 결론을 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0월 15일 고려아연과 영풍에 대한 회계심사에 착수한 바 있다. 통상 회계심사는 3~4개월이 소요되며, 심사 과정에서 회계 위반 혐의가 발견되면 강제성 있는 감리 조사로 전환된다. 영풍의 경우 심사가 시작된 지 약 한 달 반 만에 감리 조사 전환이 결정됐다.

고려아연 분쟁에도 '금산분리' 적용?

이에 더해 이 원장은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이 원장은 "그동안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고민했지만,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을 고민해 본 적이 있었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산업은 20~30년 정도 길게 보고 (경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5년이나 10년 안에 사업을 정리하는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했을 때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주 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지 않나”고 말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손에 쥔 MBK가 차후 단기 수익 실현을 위해 고려아연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장은 이 원장이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상호 소유를 금지하는 금산분리는 1995년 은행법에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 분리)가 규정되며 도입된 개념으로, 지금까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막는 방식으로 작동해 왔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이 원장은 금산분리 대원칙이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까지 적용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라며 "금산분리라는 정책적인 주제를 기존과 정반대의 관점에서 상기시켰다"고 평가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사진=MBK파트너스

MBK "장기 보유할 것"

MBK는 단기간 내 고려아연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상태다. 지난 9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MBK 부회장은 "고려아연이 중국에 팔린다는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중국에 팔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부회장은 "10년 정도 보고 오래 투자할 것"이라며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가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한 행보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MBK의 발언에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과거 MBK가 국내 기업 인수를 추진하면서 보여온 행보 탓이다. 과거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인수 당시 MBK는 금융당국, ING생명 임직원 등에 회사를 약 10년 이상 보유하며 장기적으로 경영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한 바 있다.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후 MBK는 인수 약 6개월 만에 대대적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임원 32명 가운데 18명을 내보냈고 평직원의 30%에 달하는 270명 감축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10년 이상의 장기경영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MBK는 법적 재매각 금지 기간(2년)이 끝나자마자 안방보험 등 중국계 금융회사를 포함한 매수 희망자들과 협상에 돌입했고, 4년도 안 돼 ING 생명 지분 40%를 매각했다. 지난 2018년에는 잔여 지분 일체를 신한금융지주에 넘겼다.

MBK는 지난 2015년 약 7조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에도 인위적인 인력 감축,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결과는 달랐다. 홈플러스 직원 수는 2015년 2만5,000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2만 명으로 5,000명가량 급감했고, 간접 고용 직원 역시 5,000명 줄었다. MBK 인수 이후 1만 명가량의 직원이 홈플러스를 떠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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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생산·소비·투자 나란히 감소, 가라앉는 韓 경제 전망

10월 생산·소비·투자 나란히 감소, 가라앉는 韓 경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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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산업생산·소매판매·설비투자 지표 줄줄이 부진
금리 인하 단행한 한은, 경제전망은 하향 조정
주요 글로벌 IB·증권사 등도 비관적 성장 전망 제시

10월 산업생산과 소비·투자 지표가 5개월 만에 동반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매판매가 감소하고 건설 한파가 지속되며 내수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는 양상이다. 주요 경기 지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함과 동시에 미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10월 산업 지표 '부진'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0으로 전달보다 0.3% 감소했다. 9월(0.3%)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전산업생산지수는 우리나라 경제 전체의 모든 산업을 대상으로 재화와 용역에 대한 생산 활동의 흐름과 변화를 월별지수로 나타낸 지표다.

산업별 생산 상황을 살펴보면 광공업 생산은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일부 공장 파업·화재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6.3%) 부문 생산이 감소했지만, 반도체(8.4%) 등의 생산이 늘며 이를 상쇄했다. 제조업 생산은 전달보다 0.4% 증가했고, 건설업 생산은 4.0% 감소하며 6개월 연속 줄었다. 건설업 생산이 6개월 이상 감소한 것은 2008년 1∼6월 이후 16년 4개월 만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1.4%), 숙박·음식점(-1.9%) 등에서 줄었지만 금융·보험(3.1%), 보건·사회복지(1.8%) 등에서 늘며 0.3% 증가했다. 재화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는 0.4% 감소하면서 전달(-0.5%)에 이어 두 달 연속 줄었다. 의복 등 준내구재(4.1%)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6%)의 경우 판매가 늘었지만, 가전제품 등 내구재(-5.8%)의 감소세가 뚜렷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5.4%) 등의 부진으로 전달보다 5.8% 줄었다. 올해 1월(-9.0%)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건설기성은 토목(-9.5%), 건축(-1.9%) 등에서 공사 실적이 줄면서 전달보다 4.0% 감소했다. 이로써 6개월 연속 감소세다. 건설수주는 건축(-22.9%) 부문의 부진으로 1년 전 대비 11.9% 줄어들었다.

한은, 2개월 연속 기준금리 인하

산업생산, 소매판매, 설비투자가 나란히 감소하며 내수 침체 상황이 본격화한 가운데, 한은은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0.25%p 낮은 3.00%로 조정하기로 했다. 한은이 연속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2008년 9월부터 2009년 2월까지(연 5.25→2%) 다섯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한 이래 처음이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물가상승률의 안정세와 가계부채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 압력이 증대되면서 금리를 추가 인하해 위험성을 완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경제상황 변화를 보아가며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히며 내년 1월 금통위에서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한편 한은은 같은 날 발표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8월 전망(2.4%) 대비 0.2%p 낮은 수준이다. 내년과 후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1.9%와 1.8%로 잠재성장률(2% 추산)을 밑도는 수준까지 하향 조정됐다. 잠재성장률은 인위적인 경기부양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경제성장률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내년 성장률을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는데, 1.9% 경제성장률 전망치에도 불확실성이 많아 내년 2월에 (다시 한번) 변경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韓 경제, 돌파구 안 보인다"

주요 기관들도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2024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 따르면 IMF한국 협의단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2.2%, 내년 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10월 전망 대비 각각 0.3%p, 0.2%p 하향 조정된 수치다. IMF 한국 협의단은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며, 위험은 하방 리스크가 더 높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 또한 한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집계에 따르면 주요 IB 8곳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치는 지난달 말 대비 0.1%p 낮은 2.0%로 확인됐다. 특히 바클레이스·씨티·JP모건·HSBC·노무라 등 5곳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도 1%대 성장 전망을 제시하고 나섰다. 최근 SG증권은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1%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오석태 S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증가율이 점차 둔화하는 가운데, 민간 소비와 투자가 반등해야 하지만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 추세로 간다면 월별 수출 증가율이 다시 0%에 수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소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안정화했는데도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고, 부진한 건설업을 중심으로 투자도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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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증 힘든 리딩방 피해, 투자 사실만 증명하면 손해배상 청구 가능해진다

입증 힘든 리딩방 피해, 투자 사실만 증명하면 손해배상 청구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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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BA ‘30억 클럽’ 사건 원심판결 파기
유죄 인정 리딩방 평균 추징액 1.6%
해외 리딩방 성행, 범죄수익 동결·환수 어려워

앞으로 유사 투자 자문 업체, 일명 ‘리딩방’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더 쉽게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리딩방 운영진의 주가조작 기간 중 해당 주식에 투자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다. 그간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손해배상 청구를 망설이던 투자자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해외 리딩방 등 규제의 맹점을 이용한 불법 행위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시장 변화 인한 간접적 영향도 배상 대상에 포함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 14일 리딩방을 운영했던 LBA경제연구소(이하 LBA)를 상대로 투자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행위와 관련한 투자자들의 손해 입증이 있어야만 배상이 가능하다는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와 원고들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그 증명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지적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앞서 LBA는 ‘30억 클럽’이라는 이름의 리딩방을 운영하며 600여 회원을 대상으로 케이디씨 주식 매수를 추천했다. 이 과정에서 LBA는 케이디씨 경영진의 측근인 것처럼 꾸며 “기업 경영에 참여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관리하겠다” 등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 또 케이디씨 주식의 유통 물량이 많지 않은 만큼 주식 매입 후 물량을 풀지 않으면 주가가 무조건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하지만 정작 LBA 운영진이 보유한 케이디씨 주식은 투자자들의 매입 당시 처분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2심 재판부는 LBA 측 복합 부정행위와 피해자들의 주식 매수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입증을 요구했고, 입증이 어려울 경우 손해배상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금융감독원 또한 입증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며 “리딩방 주가조작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 손해배상 청구도 쉽지 않다”며 “신속한 적발 및 조치와 피해자 구제가 어려워 피해 예방을 위한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례를 통해 리딩방 주가조작 피해자들의 포괄적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졌다. 대법원이 “주가조작 행위가 벌어지는 기간에 주식을 매수한 사실을 입증하면 되고, 개별 주가조작 행위와의 관계를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한 덕분이다. 아울러 주가조작 행위와 직접 인과관계가 있는 일들은 물론, 시장이 움직여 간접적 영향을 끼친 일까지 배상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시장 참여자 및 전문가 사이에선 주식시장 내 만연한 각종 불법행위를 제재하는 수단이 마련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리딩방 주가조작 피해자들이 포괄적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게 하는 판결을 내려준 덕에 향후 피해 구제가 원활해지는 것은 물론, 주가조작 세력의 부정행위 유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피해 복구 가입비·수수료 수준에 그쳐

리딩방 사기는 점점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피해 규모 역시 커져 가는 추세다. 경찰청에 접수된 리딩방 사기 신고는 지난해 4분기 1,452건에서 올해 1분기 1,783건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피해 규모 역시 1,266억원에서 1,704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하루에 18건씩, 1건당 9,200만원에 달하는 피해 신고가 접수된 셈이다.

이들 리딩방 대부분은 투자 자문업 등록을 하지 않은 유사 투자 자문 업체다. 우리 법은 이들과의 투자 자문 계약을 대개 불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법원은 ‘손실을 일부 보전해 줄 것을 사전에 약속하는 행위 내지 일정한 이익을 보장할 것을 사전에 약속하는 행위’와 관련한 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다. 주식 정보를 제공하는 계약이나 이와 관련한 회원 가입 계약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이미 지급한 가입비나 수수료 등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투자 손실액에 대한 피해 복구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수없이 많은 탓에 급락의 원인을 리딩방 운영진의 매도로만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1심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된 리딩방 사건 총 43건 중 재판부의 추징 명령이 떨어진 건 4건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들 4건의 평균 추징액도 범죄 피해액의 1.6%에 그쳤다. 사실상 모든 사건에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복구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해외 주식 매수 권유 사례도 급증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해외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규제 맹점을 이용한 불법 리딩방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에서 자신을 블랙록 등 해외 유명 자산운용사 직원이나 오펜하이머, 피터 린치, 얀 하치우스 등 해외 유명 투자 전문가라고 속여 특정 해외 주식 매수를 권유하는 식이다. 이들은 상장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소형 종목을 중심으로 추천하고, 주가가 오른 틈을 타 자신들의 보유 주식을 팔고 떠난다.

일례로 지난 5월에는 나스닥시장에서 싱가포르계 원격의료 기업 모바일헬스네트워크솔루션(MNDR) 주가 급락 사태가 벌어졌고, 올 4월에는 공모가 4달러로 나스닥 시장에 입성한 MNDR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공모가의 580% 수준인 23.27달러까지 치솟았다. 5월 2일 22.07달러로 장을 마친 MNDR의 주가는 바로 다음 날 3.39달러까지 떨어졌다. 약 85%에 달하는 추락이다.

시장에서는 MNDR의 주가 급등락 배후로 한국 리딩방을 지목했다. 자신을 외국인 석학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투자자를 유인, 오픈 채팅방을 열고 “100%가량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추격 매수와 20달러 인근에서 지정가 주문을 권했단 것이다. 실제로 폭락 전 약 3주 동안 한국인 투자자들은 6,300만 달러(약 877억원) 규모의 MNDR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종목은 현재 공모가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29달러에 거래 중이다. MNDR 외에도 샹송인터내셔널홀딩(CHSN·87.8%), 메종솔루션스(MSS·83.6%) 등이 큰 폭의 하락세를 그리며 투자자들을 울렸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에 몰린 뒤 단기간 내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자 금융감독원도 실태 파악에 나섰다. 당초 금감원은 국내 상장 증권이 아닌 경우 시세조종을 했더라도 자본시장법 위반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법률 검토를 거쳐 해외 주식에서 부정 거래 행위로 국내 투자자가 피해를 입었다면 현행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해외 리딩방 피해 구제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리딩방 사기는 한국 국적이 아닌 자가 해외에서 저지르는 경우가 더 많다”며 “해외에서의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범죄수익 동결이나 환수도 어려워 처음부터 연루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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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여파에 대위변제 폭증한 HUG, 7,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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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기·5년 콜옵션·금리 4.1%
자기자본 90배까지 보증 발급 가능
LH도 법정자본금 늘리기 한창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이번 채권 발행으로 HUG는 내년 서민들의 전세대출과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의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정책자금 확대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이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HUG 자본금, 2년 만에 반토막

21일 HUG는 오는 26일 총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HUG가 정부의 기금 출자가 아닌 자력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UG가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30년이다. 5년 콜옵션(조기상환권) 조건이며, 금리는 4.1%다. HUG 지난 19일 수요예측을 진행해 모집 물량 이상의 투자 수요를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신종자본증권은 기업이 자본을 확충할 때 발행하는 금융상품의 하나로, HUG의 경우 5년 콜옵션 조건에 따라 발행 후 5년 시점부터 발행사의 자체 판단에 따라 조기상환할 수 있다.

HUG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것은 2022년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여파로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대위변제액)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HUG는 지난해에만 대위변제액으로 3조5,540억원을 쓴 데 이어 올해 1~9월에도 3조220억원을 썼다. 반면 회수율은 10%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에 HUG의 자본금은 2022년 5조5,916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996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처럼 손실 누적으로 자본금이 하락하면서 HUG의 보증 발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행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HUG는 자기자본의 90배까지만 보증을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금이 줄어들면 보증 발급 한도 또한 줄어드는 구조다. HUG 내부에서는 올해 4분기 말 보증 배수가 132.5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내 출자 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자본금을 늘리지 않으면 당장 내년부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비롯한 신규 보증 발급은 전면 중단된다.

자료 미비로 한 차례 반려되기도

당초 HUG는 늦어도 이달 초까지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달 20일께 금융당국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이날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 조사를 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관계 부처 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며 관련 절차 중단을 통보하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시장에서는 디딤돌 등 정책대출 확대에 이어 HUG의 채권 발행까지 관계 부처와 금융당국 간 정책 엇박자가 이어지는 데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확대를 우려해 HUG의 채권발행을 반대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HUG가 자본을 확충해 전세금 반환보증이 늘어나게 되면 자칫 시장에 전세대출을 확대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고, 이런 우려 때문에 금융당국이 채권 발행을 막아섰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HUG의 채권 발행 절차 중단과 정책대출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HUG가 제출한 자료에 일부 미비점이 발견돼 보완을 요청한 것일 뿐, 채권 발행을 반대하지는 않았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HUG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면 유가증권신고서를 내고 이에 따라 일반 투자자를 모집해야 하는데, 일반 투자자들에 대해 (공모를) 왜 하는지 등의 부분이 충실히 공시될 필요가 있었다”며 “이는 HUG와 금융당국이 당연히 협의해야 할 부분으로, 정책대출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후 금융당국 및 국토부와의 협의 끝에 HUG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절차를 다시 밟았다.

늘어나는 시장 내 정책 자금, 가격에 직접 영향

HUG의 이번 채권 발행은 부동산 시장 내 정책자금의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정책자금을 비롯한 유동성 증가는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 활성화를 불러오고, 이는 다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이 부동산 시장의 가격 책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책대출과 공적 보증을 합한 부동산 관련 정책금융 규모는 2015년 229조원에서 지난해 701조원으로 세 배 이상 폭증했다.

이같은 정책자금 확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또한 자본금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LH에 따르면 법정자본금을 50조원에서 65조원으로 15조원 증액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행법상 LH는 법정자본금을 초과해 정부에서 출자받을 수 없는데, 11월 기준 LH의 납입자본금 누계는 48조7,000억원으로 법정 한도에 근접했다. LH 또한 HUG와 마찬가지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염두에 둔 채 자본금 확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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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 엑소더스에 칼 빼든 정부, 무늬만 상장사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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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거래소, '느림보 상폐' 철퇴
올해만 상장사 72곳 '위험 선상'
내년 시행되면 50곳 상폐 가능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2년 연속 감사 의견 부적정(의견 거절, 한정 포함)을 받은 상장사를 즉시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존에는 감사 의견 미달 사유가 발생해도 이의신청 등을 통해 거래 정지까지 최대 20개월이 걸렸지만 앞으로는 조건 충족 시 즉각 퇴출되는 것이다.

정부, 개선기회 없이 퇴출 추진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거래소는 감사 의견 부적정이 나온 상장사가 다음 해 감사 의견도 정상에 못 미칠 경우 개선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즉시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조만간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제도 개선에 나선다.

감사 의견 부적정에는 재무제표에서 일부 왜곡이 발견될 때 회계법인이 기업에 부여하는 ‘한정’과 감사 의견조차 내기 힘들 정도의 왜곡 시 받는 ‘의견 거절’이 포함된다. 이는 모두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이 경우 상장사들은 이의신청을 통해 1년 이내의 개선 기간을 부여받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감사 의견 미달 사유가 발생했을 때 평균 거래 정지 기간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가 20개월, 코스닥 상장사는 19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거래소는 상장 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실적 요건도 강화할 계획이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50억원, 코스닥 시장은 40억원이지만 이를 각각 300억원, 100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매출액은 각각 50억원, 30억원에서 두 배 이상 상향할 방침이다.

퇴출 제대로 안돼 韓 증시 신뢰 추락

정부와 거래소가 칼을 빼 든 데는 퇴출 절차 개선 없이는 증시 선진화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실제로 한국 증시 현실을 보면 암담하다. 올해 감사 의견 거절과 한정을 받은 상장사는 코스피는 16개(21일 기준), 코스닥은 56개로 총 72개사다. 2022년 43개, 2023년 52개였음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뚜렷하다. 또 감사 의견 부적정을 받아 상장폐지된 기업 수는 2022년 11개, 2023년 7개, 올해 4개(21일 기준)로 감소한 반면, 감사 의견 부적정을 받은 상장사는 같은 기간 43개→52개→72개로 급증했다.

그간 상장에 비해 퇴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증시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한국 증시는 주요 국가 대비 시가총액은 낮은 반면 상장사 수가 지나치게 많은 편이다. 이는 미국 나스닥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나스닥은 시가총액 측면에서 우리나라보다 25배 정도 크지만 상장 기업 수는 고작 2.5배 수준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 증시의 경우 매년 100개 기업이 상장하는 반면 퇴출 기업은 10개도 안 된다”며 “전체 상장사 중 20%가 적자인데 증시 퇴출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시장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좀비기업을 빨리 퇴출해 주식시장을 건전화시켜야 신규 자금 투입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상법 개정 멈춰달라", 16개 그룹 긴급성명

다만 재계에서는 증시 선진화를 위해서는 현재 야당이 진행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 추진부터 멈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1일 국내 16개 그룹 사장단이 이례적으로 긴급 성명을 발표한 데도 이 같은 우려가 반영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상법상 이사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대상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 확대 등이 포함됐다.

이에 재개는 한국 증시의 ‘나 홀로’ 하락세 속에서 각 기업이 밸류업(가치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상법 개정으로 접근할 경우 부작용이 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총주주’로 확대하면 소송 리스크가 크고 오히려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성명에 참여한 한 대기업 사장은 “소액주주 보호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도 충분히 가능한데 상법에서 지나치게 포괄적인 규정을 도입하게 되면 해외 행동주의 펀드 등의 공격에 노출되고 중장기 의사 결정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사장도 “미국을 제외하고 글로벌 경기가 모두 악화되고 있고, 이것이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며 “주가를 올리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기업 경쟁력을 올리는 것인데 상법 개정안은 오히려 기업 경쟁력을 낮추게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역시 야당의 상법 개정안에 대해 “법적으로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일률적으로 포함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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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검찰 쌍방 압박, 우리금융 경영 '시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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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잇단 금융사고에 고강도 수사
검찰 압수수색 영장 '피의자 조병규' 명시
수뇌부 정면 겨냥, 임종룡 회장 거취도 불투명
사진=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현직 경영진으로 수사 대상을 확대했다. 우리은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우리금융지주 최고위 경영진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고강도 조사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넘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檢, 우리銀 이틀 연속 압수수색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1부(김수홍 부장검사)는 18일에 이어 19일에도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사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임 회장과 조 행장 집무실을 포함한 CEO(최고경영자) 결재 라인과 은행 본점 대출부서 등이 주요 수색 대상으로, 파견된 복수의 조사관은 각종 결재기록과 전산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손태승 사태'가 세간에 알려진 직후인 올해 8월 서울남부지검은 우리은행 여신 담당 등 실행부서만 압수수색 대상에 올려 수시로 조사를 벌여왔지만, 이번에 임 회장 등 지주에 초점을 맞춰 수사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각종 의혹이 불거진 대출 비리가 이미 벌어졌거나 실행되던 순간에도 조 행장 등 경영진에게 제때 보고가 됐는지 여부, 보고가 됐음에도 은폐하려던 정황이 있었는지 등이 이번 수사의 초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피의자 전환' 조병규 은행장

당초 손 전 회장 처남 등은 우리은행에서만 35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승인 서류를 누락한 채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2금융권 계열사인 우리저축은행, 우리카드, 우리캐피탈 등에서도 많게는 수십억원의 추가 대출이 이뤄진 사실이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또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추가 부정대출건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현재까지 400억원 이상의 비위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조 행장은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압수수색 영장에는 조 행장이 피의자로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른 수사기관 등에 보고의무를 위반한 혐의에 따른 것이다. 임 회장은 현재 피의자 신분은 아니지만, 검찰은 금융당국 미보고 의혹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 칼끝 임 회장 향하나

검찰 수사의 대상이 손 전 회장 재임 당시 경영진을 넘어 현 경영진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우리금융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 무엇보다 검찰이 조 행장을 피의자로 적시하면서 우리은행장 선임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조 행장의 임기는 올 연말까지다.

현재 우리금융그룹 이사회는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조 행장은 1년 4개월여 간의 짧은 임기 기간 특별한 과오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연임 의지를 강하게 피력해 온 것으로 전해졌지만, 검찰이 피의자로 전환함에 따라 연임 가능성은 사실상 빨간 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간 조 행장 연임 여부를 놓고 고심해 왔던 이사회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은행장을 선임하는데 확실하게 무게추를 옮길 것으로 전망된다.

미보고 의혹과 관련해 임 회장에 대한 직접적인 검찰 수사가 이뤄질지 여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검찰이 부당대출 의혹 사건과 관련해 우리금융지주를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약 임 회장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경우 임 회장의 거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임 회장이 피의자로 전환되면 보험사 인수합병(M&A), 제4인터넷은행 인가 등 대형 이벤트 추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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