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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원사업 위한 하림그룹의 ‘선택과 집중’, HMM 내려 놓고 양재 물류단지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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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승인
랜드마크 구축 위해 교통 인프라 개선도
HMM 인수 무산된 하림의 ‘전화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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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조감도/사진=서울시

하림그룹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꼽히던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이 서울시 승인을 통해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서울시와 하림은 6조원(약 45억 달러)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물류와 업무, 연구개발(R&D) 시설 등이 어우러진 랜드마크를 건설해 양재동 일대의 관광명소로 활용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올해 초,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인수에서 물러난 하림그룹이 주력 사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안정화를 도모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울시 물류 경기 의존도 70%→34% 전망

서울시는 29일 양재동 일대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사업에 대한 계획안을 승인·고시했다고 밝혔다. 계획안에 따르면 서초구 양재동 225 일대(8만6,002㎡)에 지하 8층~지상 58층, 8개 동 규모로 들어서는 도시첨단물류단지에는 물류와 R&D, 업무·판매시설 등과 함께 아파트 998가구 및 오피스텔 972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동안 서울시는 물류 소화를 위해 필요한 시설의 70%가량을 경기도에 의존해 왔지만, 양재 첨단물류단지가 완공될 경우 34%까지 의존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시와 하림은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친환경 물류단지로 조성할 방침이다. 생산자 1차 포장 후 직배송으로 배송과정에서 발행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자원화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배송 쓰레기는 70%, 음식물 쓰레기는 최대 10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외에도 탄소 발생을 줄이는 수소차와 전기차 활용 등을 검토 중이다.

이번 사업 승인은 지난해 말 서울시의 조건부 승인 이후 약 두 달 만에 이뤄진 것으로, 당시 서울시는 하림그룹을 비롯한 공사 주체가 대중교통 접근성을 높이는 대책을 마련한다는 조건으로 사업 계획 승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해당 부지가 서울 남쪽 경계에 위치해 시민들의 접근성이 다소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림그룹 등은 신분당선 만남의 광장역(가칭) 역사 신설을 위해 1차분 사업비 500억원을 우선 부담하고, 향후 전문기관 검증에 따라 추가 부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가 제시한 조건에는 외부 교통 대책 개선에 대해 사업자 분담 비율을 높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신양재 나들목(IC)을 새로 만드는 데 투입되는 사업자 분담 비율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초 292억3,000만원으로 추산됐던 신양재 IC 신설 사업자 부담금은 379억6,000만원으로 87억원가량 늘었다.

지역주민을 위한 주택 및 녹지 시설을 갖춰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사업 계획에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R&D 관련 연구·업무시설(2만3,600㎡) 확충, 공공임대주택(45가구) 공급, 서초구 재활용처리장 현대화 등이 포함됐다. 이와 같은 지역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투입되는 금액은 5,607억원(약 4억2,000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는 향후 서울시의 건축 심의와 서초구의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등을 거쳐 이르면 2025년 상반기 착공한다. 준공 예정 연도는 2029년이다. 서울시는 “양재 IC 일대는 경부고속도로와 맞닿아 있어 서울 남부로 진입하는 관문임에도 상습적인 교통 정체와 개발 지연으로 장기간 방치돼 있었다”고 진단하며 “대규모 물류단지와 R&D 산업 유치로 새로운 도심기능과 관광명소로 탈바꿈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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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해원연합노동조합(선상노조)의 선상 시위 모습/사진=HMM 해원연합노동조합

‘큰 그림’ 위한 하림의 HMM 인수 포기

시장에서는 올해 초 투자 업계의 가장 큰 화두였던 HMM 인수 무산이 하림그룹에는 전화위복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하림의 인수 자금 조달 능력이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하림의 HMM 경영권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는 게 당시 업계의 중론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HMM 노조는 “하림그룹이 HMM을 인수하려면 자기자본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차입하거나 유상증자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회사 팬오션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는 하림 측의 입장과 관련해 “무리하게 인수 자금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팬오션의 유동성 위기가 불가피하고, 이는 결국 모회사 하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같은 시장의 우려에도 인수 의지를 꺾지 않았던 하림그룹의 발목을 잡은 건 다름 아닌 재무적 투자자(FI)의 존재다. 재무적 투자자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의 지분 의무 보유 기간을 둘러싸고 매각 측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당시 하림그룹은 투자금 회수를 고려해 JKL파트너스를 지분 의무 보유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지만, HMM 측에서는 하림이 보유 현금을 해운업 투자보다 다른 부문에 활용할 것이라는 걸 문제 삼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결국 HMM 인수 컨소시엄은 해체 수순을 밟았지만, 당초 하림그룹이 HMM 인수를 위해 마련한 재원은 고스란히 물류단지 조성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 ‘하림그룹의 HMM 인수 포기는 더 큰 그림을 위한 결정’이라는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잘하는 일’ 집중, 시장 점유율 확대·수익성 제고 노린다

하림은 그간 그룹 숙원사업으로 양재 물류단지 개발에 대한 의지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하림에서 생산하는 가정간편식을 당일·신선 배송으로 서울 내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 이 과정에서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17개에 달하는 국내 육계 업체 중 하림의 시장 점유율은 2022년 기준 19.1%로 집계됐다. 물류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수도권 소비자 직배송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점유율 확대는 물론 수익성까지 제고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2010년대 초반부터 서울 내 물류단지 조성을 추진한 하림은 2016년 4,525억원에 양재동 부지를 매입한 후 용적률 등 각종 건축 규제를 이유로 서울시와 마찰을 빚으며 1,500억원 상당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기도 했다. 해당 부지는 이처럼 오랜 시간 개발 사업이 표류하는 동안에도 ‘서울 강남권 최후의 금싸라기 땅’이라는 평가를 놓치지 않았다. 심지어 부동산 시장에서는 “해당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자는 서울시의 특혜를 받는 것과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사업비를 훌쩍 상회하는 막대한 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주는 이루는 가운데 하림그룹은 자기자본 2조3,000억원(약 17억2,500만 달러)을 비롯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아파트·오피스텔 분양 수입으로 사업비를 충당할 계획이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해운 물류 서비스를 포기하고 보다 안전한 길을 택한 하림그룹의 결단이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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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첫날 '기대 이하' 성적표 받아든 APR, 결국 또 공모주 거품인가

상장 첫날 '기대 이하' 성적표 받아든 APR, 결국 또 공모주 거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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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첫날 27% 상승한 APR, 시장 기대 꺾였다
이튿날까지 꾸준히 하락세, 'IPO 대어' 위상 어디에
"IPO 흥행은 시장 이상과열로 인한 거품" 비판 여론 형성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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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첫 'IPO 대어'로 꼽힌 뷰티테크기업 에이피알(APR)이 상장 첫날 '따블(Stock Price Doubles)'에 실패했다. 상장 당일인 지난 27일, APR은 공모가(25만원) 대비 27%(6만7,500원) 상승한 31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46만7,500원 선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장중 지속적으로 미끄러진 결과다. APR이 이렇다 할 반등의 조짐 없이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APR의 IPO(기업공개) 흥행이 그저 IPO 시장 내 '이상과열(Irrational Exuberance)' 현상 중 일부일 뿐이라는 비판적 분석이 흘러나온다.

APR, 호실적 타고 IPO 흥행 성공

올해의 첫 조(兆) 단위 'IPO 대어'로 주목받은 APR은 기관 수요예측·일반 청약에서 줄줄이 흥행에 성공, 시장 기대감을 키워온 바 있다. 이달 초 진행된 APR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663대 1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허수성 청약'이 금지된 이후 최고 수준이다. 공모가는 희망 범위(14만7,000원∼20만원) 상단을 초과한 25만원(약 187달러)으로 확정됐다. 지난 14~15일 진행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은 1,1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약 14조원(약 105억 달러)에 달하는 증거금을 모으기도 했다.

IPO 흥행의 근본적인 배경은 '호실적'이었다. APR의 2023년 3분기 매출은 1,219억원(약 9,100만 달러) 영업이익은 219억원 수준이었다. 1~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 3,718억원, 영업이익 698억원으로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특히 시장은 APR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전체 영업이익(392억원) 대비 78%가량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가정용 미용 기기 브랜드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 화장품 브랜드 메디큐브 등을 필두로 한 폭발적인 이익 성장세가 투자자 이목을 끈 것이다.

실제 메디큐브 AGE-R은 올해 1~3분기에만 미용 기기 75만 대를 판매, 지난해 1년 동안의 판매량(60만 대)을 가볍게 뛰어넘은 바 있다. 같은 기간 지난해 전체 해외 매출(1,437억원)의 96.5%를 달성하며 글로벌 시장 내 저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제로모공 패드'를 비롯한 메디큐브의 화장품 제품 역시 높은 판매량을 기록, △에이프릴스킨 △포맨트 △글램디 바이오 등 여타 APR 산하 브랜드와 함께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시장 기대 밑돌았다" 미끄러지는 주가

APR의 청약 성적표를 확인한 투자자들은 상장 후 주가 상승에 기대를 싣기 시작했다. APR이 공모가 대비 4배 상승(따따블)에 성공, 올해 첫 황제주(주당 가격이 100만원 이상인 초고가주)에 등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될 정도였다. 하지만 증시 입성 이후 APR의 행보는 시장의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반짝 상승세를 기록한 뒤 주가가 미끄러지며 '따블'에도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APR이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PR의 상장 첫날 유통 가능 물량은 기존 주주 보유 주식 249만1,311주로, 공모 주식의 8배에 달했다. 이는 전체 주식 수의 37% 수준이다. 이에 더해 1개월 후에는 11.53%, 2개월 후엔 11.68%의 물량 보호예수가 풀린다. 차익 실현 움직임이 본격화할 경우 주가가 미끄러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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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APR은 상장 이튿날인 28일에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APR 주가는 28일 오후 2시 17분 기준 29만7,000원 선에 형성돼 있다. 상장 첫날 종가 대비 2만500원(-6.46%) 하락한 수준이다. APR이 이렇다 할 반등의 조짐 없이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APR의 주가가 이대로 공모가 수준까지 미끄러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IPO 시장 덮친 이상과열, 공모가 거품 주의보

일부 전문가는 APR의 IPO 과정에서 발생한 '거품'이 상장 후 본격적으로 붕괴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APR의 IPO 흥행은 IPO 시장 내 이상과열 현상의 일부일 뿐이라는 시각이다. 실제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IPO 시장 '따따블' 행렬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뒤흔들고 있다. 아직 시장을 옥죄는 고금리 압박이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IPO 시장 내에서만 기형적인 흥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공모주 중 대다수의 주가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급락했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1일 코스닥에 상장한 이차전지 안전 솔루션 전문 기업 '이닉스(INICS)'의 경우, 상장 첫날 공모가(1만4,000원) 대비 165% 상승한 3만7,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상장 이튿날인 지난 2일에는 주가가 8.63% 급락해 3만3,900원으로 마감했다. 같은 날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해 코스닥에 입성한 레이저옵텍 역시 상장 첫날 공모가(8,615원) 대비 100.23% 오른 1만7,250원에 거래를 마쳤으나, 이튿날인 지난 2일에는 하루 만에 18.26% 급락하며 1만4,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APR의 상황은 이들 종목보다 한층 심각하다. 상장 첫날의 '반짝 상승세'가 채 하루도 버티지 못한 채 꺾였기 때문이다. 오버행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만큼 차후 주가가 눈에 띄게 상승할 가능성도 작다. 시장 일각에서는 IPO 시장 과열 여론을 따라 APR 투자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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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HBM’ 날개 단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격차 벌리며 ‘D램 최강자’ 굳히기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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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분기 D램 매출액 80억 달러 돌파
차세대 HBM 개발→외국인 자금 대거 유입
HBM 최강자 SK하이닉스는 ‘불안한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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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D램 반도체 생산기지 평택2라인 전경/사진=삼성전자 뉴스룸

반도체 업황이 조금씩 회복의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D램 시장 점유율 45.7%로 1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2위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벌린 삼성전자는 2016년 3분기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게 됐다. 경쟁 업체들의 치열한 추격 속에서도 차세대 D램 개발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계 1위’ 타이틀을 사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7년 만에 최고 수준 도달한 시장 점유율, 50% 목전

28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D램 점유율은 45.7%로 집계되며 1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점유율은 직전 분기(38.7%)와 비교해 7%p 늘어난 수치며, 2016년 3분기(48.2%)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위 SK하이닉스와 3위 마이크론은 각각 31.7%, 19.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이 늘며 매출도 동반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D램 매출액은 80억 달러(약 10조 6,760억원)로 직전 분기(52억1,300만 달러·약 6조9,570억원) 대비 53.3% 뛰었다. 모바일 D램 가격 상승에 힘입은 결과로, 삼성전자의 D램 평균 가격은 지난해 4분기 전 분기 대비 12% 상승했으며, 출하량 또한 전 분기 대비 16% 늘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은 46억3,400만 달러(약 6조1,840억원)에서 55억5,500만 달러(약 7조4,130억원)로 19.9% 증가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진행된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 D램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DDR5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의 매출이 급증하며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D램 시장 최강자 타이틀을 수성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업계 최초로 36기가바이트(GB) HBM3E 2단 적층(12H) D램 개발에 성공하면서다. 삼성전자는 HBM3E 12H의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상반기 내 양산에 돌입할 방침이다.

한동안 침체했던 글로벌 D램 시장이 빠른 회복의 기미를 보인다는 점도 기업 입장에서는 호재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총 매출액은 175억600만 달러(약 23조3,760억원)로 직전 분기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D램 시장 매출은 지난해 1분기 93억6,700만 달러(약 12조5,080억원)으로 저점을 찍은 후 2분기 111억700만 달러(약 14조 8,310억원), 3분기 134억6,900만 달러(약 17조9,850억원)로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대규모 투자 힘입은 일본마저 가세, ‘사방이 견제’

업계는 삼성전자의 1위 굳히기가 일본의 반도체 기술 강화와 제조업 활성화 정책 등 강력한 견제 속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산업 활성화 추진 의지가 대규모 보조금 집행으로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일본에 생산 기지를 둔 기업의 선전이 확실시된 바 있기 때문이다.

한때 반도체 강국으로 꼽혔지만, 2010년대 이후 미국과 한국 등에 산업 주도권을 빼앗긴 일본은 산업 회복을 위해 외국 기업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았다. 세계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의 동행이 대표적 사례다. 일본 정부는 TSMC 자국 내 반도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과 도로, 산업용수 등 인프라 구축에 적극 속도를 냈고, 그 결과 지난 24일 규슈 구마모토현 TSMC 제1공장의 개소식을 열었다. 이는 비슷한 시기 착공한 미국과 유럽 등의 TSMC 신공장보다 1년 가까이 빠른 가동으로, 일본 정부와 TSMC는 연내 구마모토현 제2공장 착공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외국 기업의 생산 거점으로 발돋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국 기업들과 함께 독점 기술 개발을 위한 움직임에도 나섰다. 단기적으로는 TSMC를 통해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자국 기업을 활용해 핵심 기술을 내재화한다는 복안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출자해 설립한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는 오는 2027년 2나노 미세공정 상용화를 목표로 홋카이도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신설 중이다. 업계는 라피더스의 2나노 반도체 개발이 성공하면 일본이 한국과 대만, 미국 등 첨단 반도체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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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HBM3E 12H 제품 이미지/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수요 탄탄·수익성 우수’ HBM 시장 지각변동 예고

하지만 일본의 ‘반도체 강국’ 청사진은 삼성전자가 저만치 앞서가며 또 한 번 늦춰질 전망이다. 5세대 HBM 개발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의 관심이 대거 삼성전자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삼성전자는 “24Gb D램 칩을 12단까지 적층해 업계 최대 용량인 36GB HBM3E 12단 제품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서버 시스템에 해당 제품을 적용하면 직전 모델인 HBM 8H(8단 적층)보다 인공지능(AI) 학습 훈련 속도를 평균 34%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엔비디아를 비롯한 고객사에 순차 제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한동안 SK하이닉스에 몰리던 외국인의 투자자의 대규모 자금이 모처럼 삼성전자를 향하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7일 삼성전자에는 329억원(약 2,470만 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순매도가 456억원을 기록한 것과 매우 대조적인 성적으로, 오랜 시간 HBM 시장의 선두 주자로 군림해 온 SK하이닉스의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2020년대 들어 시작된 AI 열풍과 함께 급성장을 거듭 중인 HBM 시장은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기존 D램보다 수익성이 우수해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일찌감치 HBM의 중요성을 느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며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선점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의하면 2022년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0%로 절반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삼성전자에게 시장 선두 자리를 위협받는 모습이다. 지난해 8월 진행된 조사에서 삼성전자와 나란히 46~49%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것이다. 불과 1년 전 삼성전자(40%)와 10%p의 격차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뼈아픈 성적이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에 대규모 수주가 몰린 만큼 두 회사의 격차는 빠르게 좁혀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삼성전자의 5세대 HBM 개발과 양산 계획은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과거 HBM 시장을 다소 과소평가했던 삼성전자가 차세대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지금으로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안정적인 공급이 기업의 경쟁력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진행된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2024년 HBM 생산능력을 전년 대비 2.5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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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 중국 떠난 현대차그룹, 인도에서 ‘제2의 전성기’ 꿈꾼다

‘세계의 공장’ 중국 떠난 현대차그룹, 인도에서 ‘제2의 전성기’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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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현대차·기아 해외 생산량 367만 대
인도 생산량 2년 연속 100만 대 상회
투자 확대-IPO 추진, ‘인도 시장 집중’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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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동의 현대차·기아 본사 사옥/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4년 만에 최고 수준의 해외 생산량을 기록하며 탈(脫)중국 행보에 속도를 높였다. 인도 생산량이 대폭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현대차그룹은 연내 현지 법인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등 인도 사업 확대를 위해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4년 만에 해외 생산량 최대, 일등 공신은 ‘인도’

27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13곳의 해외 생산 거점에서 제작한 완성차는 총 367만8,831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357만4,796대)과 비교해 2.9%(10만1,035대) 증가한 수준이며,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388만3,325대) 이후 4년 만에 기록한 최대 해외 생산량이다.

현대차는 미국, 인도, 중국, 튀르키예, 브라질,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슬로바키아 등 8곳에서 224만3,069대를 생산했으며, 기아는 미국, 중국, 슬로바키아, 멕시코, 인도 등 5곳에서 143만5,762대를 생산했다. 양사의 합산 생산량은 인도(108만4,878대)에서 가장 높았고, 이어 미국(72만7,000대), 중국(39만4,249대), 슬로바키아(35만224대) 등 순을 보였다. 튀르키예, 브라질,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대차만이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며, 멕시코는 기아 자동차만을 생산하는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오랜 시간 현대차그룹의 생산 거점으로 활용되던 중국의 생산량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2016년 182만9,922대에 달했던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내 합산 생산량이 매년 감소해 40만 대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는 2022년 기록한 41만2,333대보다 1만8,000대 이상 줄어든 결과다.

이는 중국 사업 구조 개선을 위해 다각도의 사업 효율화를 추진한 현대차그룹의 전략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급성장을 의식한 현대차그룹이 중국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보다 고정 비용과 손실을 줄이는 전략을 취한 이후 거둔 성과이기 때문이다. 2002년 가동된 베이징1공장을 시작으로 한때 5곳까지 늘었던 현대차 중국 생산 거점은 이제 단 세 곳만 남았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매각한 베이징1공장과 올해 1월 새 주인을 찾은 충칭공장에 이어 창저우공장의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생산량은 0대를 기록했다. 2010년 현지 공장 준공 이후 14년 만의 일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 속에 현지 생산을 중단한 데 따른 여파다. 이로써 2012년부터 10년간 매년 20만 대 이상을 생산하며 동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낸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문을 닫게 됐으며, 지난달 현지 업체 AGR자동차그룹에 매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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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6일 'Kia India's First Green Workshop'에 참석한 기아 인도 공장 관계자들이 테이프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그룹 뉴스룸

세계 3대 자동차 시장 인도, 생산 잠재력 ‘무한’ 평가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 생산량의 급감에도 현대차는 인도 생산량을 더 크게 늘리며 감소분을 만회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인도에서 76만5,000대를, 기아는 31만9,878대를 생산했다. 이로써 인도는 3년 연속 최다 생산량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2022년 104만8,596대에 이어 2년 연속 100만 대 이상을 만들어낸 생산 거점으로 발돋움했다.

2020년 이후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온 현대차그룹은 인도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만큼, 인도의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판단에서다. 1998년 첫 인도 공장 설립 후 20년 넘게 70만 대 이하로 유지되던 연간 생산량은 지난해 상반기 대규모 설비 투자를 통해 85만 대까지 늘었으며, 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탈레가온 공장이 정상 가동될 경우 100만 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 외에 현대차그룹은 인도에 배터리 조립 공장 건설을 위해 향후 10년간 3조2,000억원(약 24억 달러)을 투입할 계획을 밝히며 인도 생산 거점을 활용한 전기차 생태계 구축과 생산시설 현대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벤드라 파드나비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州) 부총리는 “현대차가 인도에 세계적 수준의 현대식 자동차 제조 시설을 건설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환영한다”며 “그들의 원활한 사업 전개를 보장하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상승세 거듭 중 인도 증시, 현대차 현지 법인 자금 조달 도울까

현지 정부의 전폭적 지원까지 등에 업은 현대차그룹은 인도 현지 법인인 HMI의 연내 상장을 추진하며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이달 초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다수의 외신은 HMI가 인도 증시 입성을 위한 초기 단계 협상에 돌입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HMI는 기업가치 250억 달러~300억 달러(약 33조원~40조원)로 연내 상장을 목표로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IPO에 성공하면 HMI는 최소 30억 달러(약 4조원)을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지 매체들은 “HMI의 IPO가 추진될 경우 인도 증시 사상 최대의 공모가 이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HMI의 연내 인도 증시 상장을 위해서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을 비롯한 최소 5개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주관사 경쟁을 위해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IB가 이달 초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를 방문해 경영진에게 HMI의 현지 상장 자문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 인도 IPO 주관에 필요한 인가를 갖추지 못한 탓에 주관사 경쟁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 뭄바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해당 시장 내 30개 우량기업의 주가지수를 반영하는 센섹스(SENSEX)지수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12월 기준 전년 대비 18.74% 올라 세계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HMI가 증시에 입성하기에 유리한 환경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인도 법인의 현지 상장과 관련해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당사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해외 법인 상장을 비롯한 여러 활동을 상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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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상속 분쟁과 한미-OCI의 닮은 꼴 - 아들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과 모녀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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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들, 한미-OCI 연합을 경영 참여하는 '모녀의 반란'으로 해석
LG그룹 구 회장 일가 세 모녀의 상속 분쟁도 경영 참여 의지 표현
아들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모녀의 반란' 이끌었다는 해석도

지난 1월 한미약품과 OCI가 통합을 선언한 가운데,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어머니 송영숙 회장이 주도하는 통합에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크게 반발하며 소송을 시작했다. 재계에서는 한미약품 창업자인 임성기 회장이 지난 2020년 8월에 별세한 이후부터 가시화되던 집안 내 경영 전략 차이가 가시화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고(故) 임 회장의 생존 시에는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던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의 전격적인 의사 결정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딸들이 다시 경영에 참여하려는 모습은 LG일가에서도 관측된다. 지난 2018년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작고 이후 장자 상속 원칙에 따라 현 구광모 회장에게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듯 했으나, 구 선대회장의 아내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구연수 씨가 상속 지분 분할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조용한 승계'라는 LG그룹의 대원칙이 깨진 상황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의 경영 승계가 확정되기 전에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LG그룹 승계에 관심을 보였던 사례와 더불어,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LG 일가 내에 확산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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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가 2013년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에 참석한 모습 / 출처=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

남성 중심 기업 문화에 대한 여심(女心)의 반란

재계에서는 한미약품 그룹의 최근 경영권 분쟁도 임성기 회장 생존 당시에 뒷선에 물러나 있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지난 2년간 장·차남의 경영 방식에 큰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특히 장녀 임주현 사장은 한미-OCI 연합이 상속세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인 동시에 제약업계 현실을 돌파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안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장·차남이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한미약품의 글로벌 시장 도약을 위해 자본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점과 상속세 지급이라는 재무적인 문제를 놓고 봤을 때, 집안이 아니라 한미약품을 위한다면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3월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모녀의 기업 결합 안이 다수 주주들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장·차남의 경영 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적지 않다.

LG그룹 구 회장 일가의 세 모녀도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이 경영을 이끌고 있을 때는 뒷선에 물러나 있었다. 김영식 여사는 LG생활건강에서 내놓는 생활용품 시연식에 참여하는 것 이외에 경영 일선에 나오는 일이 드물었다. 지난 2018년 상속 분할을 정할 때도 세 모녀는 집안에서 정한 경영권 분리 상속에 별다른 불만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구본준 LX회장이 LG그룹 승계에 잠시 관여했다가 LX그룹으로 계열 분리를 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명목상으로는 삼촌과 조카간의 계열 분리였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는 것이 LG그룹 가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LG그룹 경영권 승계에 욕심을 냈지만 일가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양자라는 점, 아직 경영 승계를 위한 훈련을 많이 받지 않은 점 등을 내세웠으나, 자칫 구본무 선대 회장의 세 모녀가 경영권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양보했다는 평가다. 결국 구본준 회장은 본인이 보유하고 있던 LG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구광모 회장의 LX 지분 15.95%을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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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 삼남매. 왼쪽부터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 차남 임종훈 사장 / 출처=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이 수면 아래 있는 있던 이유는 경영 능력 때문?

재계 관계자들은 LX그룹 계열 분리 사건이 LG그룹 구 회장 일가 세 모녀의 생각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예상한다. 단순히 소수 지분을 가진 가족의 일원으로 남을 것이 아니라, LX그룹과 같이 계열 분리를 요청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었으나, 구광모 현 LG그룹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집안 내 의구심이 확산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더 복잡하게 흘러가는 모습이다.

LG그룹은 지난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이 시가총액 2위로 상장하면서 그룹 전체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올해들어 글로벌 불경기가 심화되는 와중에 해외 전기차 수요 부진에 따른 배터리 산업 부진이 겹치면서 조용한 위기설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이 중 LG에너지솔루션과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에는 수익성 악화를 지적하는 내용이 주총장에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LG엔솔과 LG이노텍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8.89%, 34.67% 감소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영업손실 2조5,102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가 계속되는 중이다. 올해 들어 주식 추가 발행을 통해 최소 1조원의 추가 자금을 확보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LG디스플레이는 내부적으로 명예퇴직을 진행하고 있고, 남은 직원들도 우리사주 주식을 구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다. 16조원에 달하는 부채가 알려지면서 직원들의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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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 지분율 /출처=금융감독원

한미약품 그룹도 고(故) 임성기 선대회장의 생존 당시에는 장남 임종윤 사장이 기업을 이끌었다. 차세대 경영자가 임종윤 사장이라는 점을 의심하는 인력은 없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임 선대회장의 사후 법정 상속비율에 따라 어머니 송영숙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가 됐고, 직접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임 선대회장 작고 후 1년 반이 지난 2022년 3월에 결국 임종윤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둘의 경영 스타일이 맞지 않았다는 해석과 함께, 장녀 임주현 사장이 어머니와 손을 잡았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당시 한미그룹 직원들 사이에는 어머니인 송영숙 회장은 딸인 임주현 사장을 그룹의 차기 후계자로 낙점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어 2023년 7월 임주현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으로 부임한다. 당시 내부 공지에는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의 리더십과 임주현 사장의 기획을 기반으로 혁신 신약 연구개발, 글로벌 비즈니스, 디지털 헬스케어 등 전체 그룹사 차원의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매진할 것"이라는 표현이 등장해, 사실상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회사의 중추가 됐다는 것을 직원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모녀는 수천억원대 상속세와 신약 개발에 쓸 자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와 지분 매각 계약을 제결하기도 했는데, 가격이 맞지 않아 계약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OCI와의 통합이라는 전례없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송 회장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의 어머니가 친분이 있었고, 상속세와 연구개발에 쓸 자금이 필요한 한미그룹 모녀와 뛰어난 현금창출력을 가졌지만,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OCI그룹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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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미사이언스

모녀 반란의 미래는?

재계 관계자들은 LG그룹 세 모녀의 상속 분쟁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 재판 결과가 단번에 나올만한 사안도 아니고, 세 모녀의 본질적인 목적은 LX그룹 같은 계열 분리를 넘어 LG그룹 자체의 경영 참여로 보인다는 관측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불경기를 맞아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보다는 경영 상황이 개선되고 난 다음에야 본격적으로 상속 분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속 분쟁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세 모녀의 지분이 LG그룹 지주회사의 15%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외부의 적이 있을 때 내부 분란을 일으켜서는 지지 세력을 모을 수 없다는 관점 아래 구광모 현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시장 판단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한미약품 그룹은 오는 3월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모녀와 장·차남 간의 표 대결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표 대결이 벌어진다면 캐스팅보트는 아버지의 고향 후배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쥘 것으로 전망한다. 신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11.5% 정도로, 임종윤·종훈 형제의 지분과 합치면 약 32% 가량이 된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주총이 두 형제의 경영 능력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는 동시에 향후 한미약품 그룹의 경영권 전체에 대한 시장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OCI 그룹 지분이 대규모 유입되면서 지분 희석이 일어나는만큼 임종윤·종훈 형제가 다시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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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전직원 800% 성과급 조기 발표로 횡재세 논란 차단한다

에쓰오일, 전직원 800% 성과급 조기 발표로 횡재세 논란 차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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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쓰오일 전직원에 성과급 800%, 업황 나빴던 탓에 지난해 절반 규모로 축소
발표 시기 앞당긴 것은 지난해 기록적 이익 본 후 횡재세 논란 나왔던 것 피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전직원 일률 비율 지급으로 지난해 차등 지급 논란도 피할듯

정유사들에 대한 횡재세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유4사 중 한 곳인 에쓰오일이 전직원에 대해 성과급 800%를 발표했다. 지난해 2월에 지급했던 1500% 대비 700%나 감소한 규모지만, 각종 대외 변수로 정유업계 사정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 실적을 감안할 때 횡재세 논란을 일축시키기 위한 구색이라는 논란도 제기된다.

지난해 2분기까지 실적 악화에 어려움을 겪던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는 3분기에 약 3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소식이 알려지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유가 상승, 고금리 때문에 정유사와 은행이 사상 최고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민생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 고통을 분담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해 횡재세 논란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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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성과급 800%는 횡재세 논란 피하려는 전략?

그간 정치권에서 횡재세가 논의됐던 이유는 초과이익에 대한 환수 개념이었다. 전반적인 산업 둔화에도 일시적인 호재로 고수익을 올린 기업에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제도다. 최근엔 은행, 금융업계로까지 횡재세 도입 논란이 번지면서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정유업계에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정유업계가 기록적인 정제마진에 힘 입어 역대급 실적을 거두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당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횡재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이어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도 여론을 의식해 횡재세 도입 논란을 확대했다. 은행권의 경우는 지난해 11월에 횡재세 대신 상상금융이라는 이름으로 2조원대의 시장 지원안을 내놓기도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2분기까지 실적 악화가 계속되면서 횡재세 논란이 은행권과 이동통신업계에 집중됐으나, 3분기부터 국제 유가가 안정된 덕분에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였던 2022년만큼의 흑자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성과급 규모가 지난해의 절반 가까이로 줄어든 것도 작년 1,2분기 실적 악화를 반영한 수치라는 것이다.

지난해 논란 됐던 성과급 차등 지급 논란도 원천 차단

지난해 3월 초에 발표됐던 성과급이 올해는 2월 말에 먼저 발표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정유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논란거리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22대 총선을 맞아 정치권에서 횡재세 논의가 다시 나오는 것을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라는 의구심이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경쟁사인 GS칼텍스가 연봉의 40%, HD현대오일뱅크가 664%, SK이노베이션이 기본급의 최대 800%라는 방침을 이미 발표한만큼 예년처럼 3월까지 발표를 미룰 필요가 없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일류적인 800% 성과급을 발표한 부분도 지난해 최대 1500%의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면서 생긴 논란을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뜻이라는 평가도 있다. 당시 에쓰오일 노조 집행부는 울산에서 근무하는 생산직을 중심으로 구성된 노조와 함께 서울 마포구 에쓰오일 본사에서 성과급 차등 지급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성과급 규모만 봤을 때는 경쟁사 중 최대치를 지급한 SK이노베이션의 최대 800%보다 높았지만, 생산직 노조들이 사무직들에 비해 차별 지급이 됐다는 불만을 표현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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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시즌 앞두고 '행동주의 기조' 확산, '기업 사냥꾼' 우려에도 주주환원 요구↑

주총 시즌 앞두고 '행동주의 기조' 확산, '기업 사냥꾼' 우려에도 주주환원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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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행동주의 투자에 힘 실었다
우려 쏟아내는 기업들, "주주 가치 제고 필요성은 동의하지만"
행동주의 확산에 투자 위축 가능성도, 기업 '대비책 마련' 필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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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는 최근,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가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 영향이다. 특히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은 여러 곳이 힘을 합쳐 기업 한 곳을 겨냥하는 ‘울프 팩(wolf pack·늑대 무리)’ 전략을 구사하며 영향력을 키우는 모양새다. 이에 기업들은 주주 가치 제고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행동주의 투자자들에 의해 경영 활동과 투자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성장하는 행동주의, '밸류업'으로 날개

27일 글로벌 기업 거버넌스 리서치업체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가 발간한 ‘2024년 주주 행동주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서 기업 가치 제고를 요구받은 기업은 총 220개사로 집계됐다. 2020년 126개사에서 3년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특히 한국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는 공개 주주제안을 받은 기업 수가 10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77곳으로 3년 새 7.7배나 불어났다. 아주기업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4월 1일부터 올해 2월 14일까지 나온 국내 공시 가운데 ‘소송 등의 제기·신청(경영권 분쟁 소송)’ 공시는 18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행동주의 펀드란 회사의 주인인 투자자가 기업의 다양한 경영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의결권 행사나 주주제안, 집중투표 청구, 회계장부 열람 등을 무기로 기업에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요구하며 단기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특히 최근엔 행동주의 펀드 여럿이 연대해 목소리를 더욱 키우는 울프 팩 전략을 취하면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앞서 영국계 자산운용사 시티오브런던과 미국계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한국계 안다자산운용 등 5개 행동주의 펀드 연합이 주총 시즌을 앞두고 삼성물산에 5,000억원(약 3억8,000만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보통주 1주당 4,500원 배당 등을 요구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이 요구한 배당은 삼성물산 이사회가 제시한 보통주 1주당 2,550원(우선주 2,600원)보다 75% 많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행동주의 펀드의 각개전투도 이어진다.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탈피트너스(FCP)는 차기 사장 선임 문제를 두고 KT&G와 충돌했고,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에 이사회 이사 후보 5명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을,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주주제안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양상에 대해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행동주의는 외국계 헤지펀드 중심이었지만 2018년 7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국내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활발해졌다”며 “또 경영 참여 목적의 사모펀드가 투자 대상 기업 주식을 10% 이상 취득해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하는 의무가 사라지면서 한국 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강화됐다”고 풀이했다. 정부 차원에서 내놓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행동주의의 기세를 한껏 올렸단 의견도 나온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본질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있는 만큼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목적과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난색', "투자 위축 가능성 있어"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이 거세지자, 기업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공격적인 행동주의 행보가 경영권 불안을 초래하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실제 행동주의 펀드들은 기업의 장기적 성장엔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삼성물산 사례만 봐도 그렇다. 삼성물산이 5개 펀드 연합으로부터 받은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할 경우 주주환원 규모는 총 1조2,364억원(약 9억3,000만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올해 삼성물산의 잉여현금흐름 100%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이 정도 규모의 현금 유출이 이뤄지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가 실제 주총에서 통과되는 비율은 아직 낮다. 이들의 핵심 요구인 현금·주식 배당과 주식 취득·소각 등 또한 쉽게 통과되지 않았다. 그러나 해를 지날수록 이들의 요구가 통과하는 비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이 점차 증대되고 있단 방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주주 행동주의 펀드 역할 확대에 따른 시장영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주주 행동주의 투자자에 의한 주주제안이 실제로 정기주총에서 통과된 비율은 20.2%에 달했다. 이는 2021년 5.5%, 2022년 5.6%를 한참 상회하는 수준이다. 기업 입장에선 단기 수익을 먹고 빠지는 식의 '기업 사냥꾼' 행동주의를 위한 최소한의 대비책 마련이 보다 시급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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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치킨 게임'에 '시들'한 전기차, 업계의 선택은 '하이브리드로의 회귀'?

중국발 '치킨 게임'에 '시들'한 전기차, 업계의 선택은 '하이브리드로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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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도 테슬라'도 옛말, 대세는 다시 '하이브리드차'
많이 팔아도 돈 벌기 힘든 전기차 업계, 판매 경쟁 '극심'
'탈전기차'에 국내 배터리 기업 타격 불가피, "타개책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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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사진=포드

앞다퉈 전기차 생산을 늘리며 '타도 테슬라'를 외치던 완성차 기업들이 다시금 하이브리드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정치적 이슈로 미래 전망이 어두워진 데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차가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전환 계획을 대거 미루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엔 비상등이 켜졌다. 이에 업계는 부랴부랴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전기차 시장이 다시금 활력을 되찾을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하이브리드 시대'로 선회하는 완성차 업계

최근 포드는 앞으로 5년간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4배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벤츠도 2025년까지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채우겠단 목표를 2030년으로 미루고 이 자리를 하이브리드차 등으로 메우겠다고 했다. 이외 폴크스바겐, GM도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충전이 가능한 하이브리드차) 모델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고, 현대차그룹 역시 올해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20만 대가량 늘릴 전망이다. 현대차의 경우 내연기관에서 곧바로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혀왔던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에 대해서도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검토하며 전략을 대거 수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잇따라 하이브리드차 생산 강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기차 올인 전략을 펼치며 공격적인 시장 장악을 노렸지만, 앞으로는 하이브리드차 모델과 생산량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글로벌 업체 중 하이브리드차에 가장 적극적인 건 포드다. 별도로 전기차 사업부(e-포드) 실적을 공개하는 포드는 지난해 전기차 부문에서 47억 달러(약 6조2,500억원) 손해를 봤다. 이에 포드는 120억 달러(약 16조원) 규모의 전기차 신규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하이브리드 증산 계획을 내놨다. 독일의 폴크스바겐도 올해 대표 차량인 골프, 티구안, 파사트 등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 ‘타도 테슬라’를 외치며 전기차 올인 전략을 내세우던 GM 역시 지난달 실적 발표 자리에서 전기차 집중전략을 수정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생산 방침을 처음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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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환 '브레이크', 수익 영향 큰 듯

완성차 기업 사이에서 '하이브리드로의 회귀'가 일어나는 데엔 외부적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유럽 등에서 자국의 기존 산업 보호 정책 강화와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주장하는 노조의 반발 등이 맞물리며 전기차 전환이 늦춰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큰 영향을 미쳤단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와 뉴욕타임스는 최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3~4월쯤 애초의 전기차 전환 목표를 대폭 후퇴시키는 수정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의 60%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는데, 이 수치를 대폭 낮출 것이란 관측이다.

소비자들의 관심도 전기차보단 하이브리드차에 쏠려 있다. 전기차에 '친환경 자동차'란 밸류가 있다 하더라도 결국 전기차는 내연차보다 가격이 비싸고 충전이 불편하다는 각종 단점을 벗어나기 힘든 탓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전기차 전환에 드는 비용과 수익성 문제, 격해지는 판매 경쟁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앞서 언급했듯 포드는 지난해에만 전기차 부문에서 47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봤고, 독일 폴크스바겐그룹도 전기차 수요가 당초 회사 예측보다 30% 안팎 줄어들자 공장 정규직 직원 300명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자구책을 내놨다. 이에 반해 도요타,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를 바탕으로 좋은 실적을 냈다. 도요타는 4년 연속 글로벌 판매 1위에 올랐으며, 현대차는 14조원이 넘는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중국산 전기차가 공격적인 가격 경쟁을 이어가면서 전기차 시장 내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단 점도 불안 요인이다. 전기차를 아무리 많이 팔아도 제대로 된 수익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전기차 업계 최강자로 꼽히는 테슬라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테슬라는 지난해 상반기 미국에서만 전기차 34만3,000대를 판매함으로써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가격 인하 여파로 2분기 영업이익률(9.6%)은 2년 만에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가격이 획기적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전기차를 할인 판매하면 손해가 쌓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버티지 못하는 기업들은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 '비상', "손실 피하기 어렵다"

전기차 산업에 속도 조절이 가시화하면서 우리나라 또한 손해를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산업 축소로 배터리 산업 업황에도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피해가 크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 혜택을 제외하고 80% 이상 급감했다. 여기에 전기차 시장이 둔화 양상을 보이면서 미래도 어두워졌다. 올해 전기차 시장은 약 20% 중반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매년 종합 시장 성장세가 30%를 넘었음을 고려하면 상당히 하락한 모양새다.

이렇다 보니 국내 배터리 업체 사이 떠오른 가장 시급한 과제는 '수익성 강화'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은 운영비 절감 등으로 손해를 메꾸겠단 방침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는 배터리 수요 약세 흐름, 주요 메탈가 하락에 따른 판가 영향도 있어 직전 분기 대비 매출 하락이 예상된다"며 "손익 관점에서도 1분기 수익성은 하락할 것으로 보이나, 재료비 혁신, 운영비 절감, 원가 혁신 등으로 손익을 만회해 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틈새시장을 휘어잡는 기업들도 속속 나타났다. 삼성SDI는 베트남 전기 오토바이 업체 셀렉스모터스와 손잡고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으며, SK온은 북미 지역에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전용 생산라인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재기에 성공할 때까지 틈새시장의 영향력으로 버텨보자는 게 이들 기업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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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부동산 대규모 손실 우려, 괜찮다는 금감원과 의구심 가득한 금융시장

해외 부동산 대규모 손실 우려, 괜찮다는 금감원과 의구심 가득한 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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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부동산 대규모 손실 우려 보도에 급하게 진화 나선 금감원,
금융 시장에서는 알려진 것보다 실제 손실액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 팽배,
선거 앞두고 금융 정책 효과 상쇄시키는 보도 차단이라는 지적도 나와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액 약 20조3,868억원 중 1조원 이상의 금액이 손실처리됐다고 밝힌 바 있다. 15일에는 국내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한 곳인 나이스신용평가의  ‘증권사 해외부동산 익스포저 현황 및 관련 손실 점검’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전체 해외부동산펀드 8조3천억원 가운데 3조6천억원에 대해서는 증권사가 아직 손실을 한 번도 인식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문화 확산, 금리 인상, 유럽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 평가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 주요 은행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도 손실을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앞서 13일(현지시간) 이복현 금융감독원(금감원)장은 런던에서 진행된 투자자 설명회에서 "(금융사들이) 지금처럼 여건이 나쁜 상황에서 이 정도 감내할 수 있다면 오히려 해외 대체투자 포지션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투자처가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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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 13일(현지시간) 영국 로열 랭캐스터 런던 호텔,  '금감원·지자체·금융권 공동 런던 투자설명회' 개회사 / 출처=금융감독원

해외 부동산, 괜찮다는 금감원과 의구심 가득한 금융시장

이어 22일 언론 브리핑에서 금감원의 김병칠 전략감독 부원장보는 5대 시중은행들의 평가손실액이 1조1,002억원이라고 해도 전체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액이 지난해 9월말 기준 56조4천억원에 달하는 점, 금융권 총자산인 6,800조원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손실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금융 시장 불안으로 확산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의 발표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매일 가격 변동이 있는 주식의 경우도 펀드에 따라 가격 반영 주기가 3개월에서 심지어 1년에 1회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부동산의 경우는 가격 변동 자체가 크지 않고 거래량이 없을 경우 실제 가격을 산정하기도 어려워 장부 가격을 바꾸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지난 15일 보고서대로 증권사가 아직 한번도 손실을 인식하지 않은 경우가 해외부동산펀드 8조3천억원 중 3조6천억원에 달하는 점, 손실을 인식했더라도 추가 손실이 예상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 폭락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금감원의 발표보다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부동산의 경우 매각이 진행되어야 실제 수익을 계산할 수 있는만큼, 현 시점에서 손실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으나,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시중은행들이 장부상에 기록한 1조1천억원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이 실제 손실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규모 손실 불보듯 뻔해, 투자 원금 대부분 날릴 것으로 전망되는 경우도

증권업계에서 해외 부동산 대규모 손실을 우려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이지스자산운용은 1551 브로드웨이 프로퍼티 투자채권을 미국 부실채권 전문펀드에 1,800만 달러(약 230억 원)를 받고 넘기기로 했다. 앞서 2017년 말 이지스는 수협중앙회, 신협중앙회, KB생명, 코리안리, 증권금융 등과 함께 이 건물에 1억400만 달러(약 1,323억 원)를 투자했었던 점을 감안하면, 80% 이상의 원금을 손실 본 것이다. 인근에 타임스퀘어가 있는 핵심 상권에 대한 투자가 이렇게 대규모 손실로 돌아온만큼,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권, 혹은 후순위 투자가 이뤄졌던 경우에는 더 심각한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오는 이유다.

미래에셋이 투자한 런던의 트웨지 베일리 건물은 임차인들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아 임대 수익이 줄었고, 강제 매각 절차가 진행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의 미국 워싱턴 투자처인 1750K, 1801K 건물도 미국 국세청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데다, 미국 연준이 별관만 쓰고 있는 상태로 공실률이 크게 뛰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2018년에 인수한 런던 넘버원 폴트리 건물의 경우 준공된 지 26년이나 돼 기업들의 선호도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진행됐고, 결국 높은 유지·보수 비용 탓에 매수자를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미래에셋이 투자한 미국 댈러스 스테이트팜 사옥도 도심 외곽에 위치해 가격 반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블룸버그는 한국이 최근 5년간 오래됐거나 도심 외곽에 위치한 2급 건물에 투자해 손실을 키웠다고 최근 보도했다. 입주사들은 친환경 콘셉트의 신축 사무실을 선호하는데 한국 투자자들은 이런 수요를 제대로 감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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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상업용부동산 가격지수와 국내 해외부동산펀드 비중 추이 / 출처=자본시장연구원

선거철 맞아 해외 부실 투자는 숨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는 고점(2022년 4월) 대비 22.5%가 떨어졌고, 유럽은 고점(2022년 5월) 대비 22% 하락했다. 부동산 거래량이 많지 않아 가격지수가 후행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30% 이상 손실을 본 투자처가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다, 후순위 투자였을 경우 원금의 상당액을 손실처리해야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2024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 세미나에서 대체투자 속성을 감안할 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손실이 반영되고, 특히 부동산 펀드 만기가 2025년, 2026년에 각각 1조8천억원, 1조9천억원에 달하는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손실액 반영이 가시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고위직 관계자가 직접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명 브리핑을 해야할만큼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널리퍼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22대 총선을 50여 일 앞 둔 상황에서 금융투자세 면제, 저PBR 주식 대상 밸류업 프로그램 등의 각종 금융시장 활성화 정책이 해외 투자 손실 소식에 날벼락을 맞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부동산PF 손실 등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있지만, 당장은 선거 공천에 당의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 부실이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정권의 역량에 대한 공격용 재료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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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담철곤, 보수한도 증액 안건에 과거 횡령 전력 놓고 따지는 소액 주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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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임원 보수한도 5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인상 예정
경영 성과에 따른 전문 경영인 급여 인상이라는 명목에도 불구, 
시장에서는 오너 일가의 횡령 전력에 의구심
임원 급여가 오너 일가의 개인 목적으로 쓰였던 과거 사례 털어내야

제과기업 오리온이 오는 3월 21일 개최예정인 정기주주총회에서 등기임원 보수한도를 5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올리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원안대로 가결될 경우 2014년 이후 10년 만에 보수한도액을 인상하게 된다.

오리온에서는 이번 보수 총액 증액이 그간 경영 성과에 따른 허인철 부회장, 이승준 대표 등에 대한 급여 인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간 오리온의 실질적인 소유주인 담철곤 전 회장 일가가 300억대 횡령, 세금 탈루, 바이더웨이 매각 220억 환수 등의 사건 등에 휩쓸린 것을 근거로 임원 급여 및 배당액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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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문배동의 오리온 본사 건물 / 출처=오리온

오리온 담철곤 전 회장 과거 경력이 임원 급여 인상에도 영향끼쳐

담철곤 전 오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2011년 회삿돈 약 300억원을 빼돌려 값비싼 미술품을 사들이고, 그 중 일부는 개인적으로 썼다는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의 횡령)에 따라 징역 3년형을 언도 받았다. 당시 혐의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조경민 오리온그룹 사장은 징역 2년 6개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도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당시 담 회장은 조 사장 등을 통해 위장계열사 임원에게 월급이나 퇴직금을 준 것처럼 꾸며 38억 여원을 횡령하는 등 비자금 300여 억원을 개인적으로 쓴 혐의를 받았다. 특히 위장계열사 자금 19억원으로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포르셰 카이엔’ 등 최고가 승용차 등을 리스해 자녀의 통학에 사용한 혐의가 가중되기도 했다. 검찰은 데미안 허스트, 프란츠 클라인 등 140억원 상당의 해외유명 작가의 그림 10점을 법인자금으로 매입한 뒤 자택에 걸어뒀던 점도 함께 지적한 바 있다.

이어 지난 2016년에는 국세청의 고강도 세무조사 끝에 수십억원의 탈루 세금에 대한 추징금이 부과됐다. 2014년 12월 오리온 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알려진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을 본사에 흡수 합병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세금 탈루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앞서 2006년에 매각됐던 편의점 체인 바이더웨이의 경우, 매수주체였던 CCMP캐피털아시아가 매수대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국제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고, 결국 인수자 측에 220억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당시 매각건과 관계있는 IB관계자에 따르면 편의점의 보증금, 권리금 등이 부당하게 계산됐던 것을 사후적으로 밝혀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전력을 미뤄봤을 때 임원들에게 고액의 연봉을 지급한 것이 담 회장 일가의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서 쓰이게 될 수도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 10여년간 복역, 집행유예 등을 거치며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탓에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기업 경영을 여전히 좌우하고 있는만큼, "배당 이외에 어떤 방식으로건 기업의 수익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쓸 수도 있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동양그룹 파산 때 뭐했었냐는 지적에 여론도 나빠

담철곤 - 이화영 부부 일가가 횡령 건으로 분쟁을 벌이고 있던 무렵, 이화영 전 부회장의 언니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은 동양그룹 CP부실화로 인한 파산 위기를 맞았다. 당시 긴급 자금 지원을 결정하던 산업은행은 동양그룹 자매 상속의 다른 한 축인 오리온 그룹의 지원을 기대했으나, 담 회장이 거절하면서 산업은행도 발을 뺐고, 결국 동양그룹이 파산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후 동양그룹 채권 변제 진행 중 동양그룹 이양구 창업주가 '아이팩'이라는 계열사를 가명으로 관리하고 있었고, 이 계열사가 담 전 회장에게 넘어가게 된 사정이 일반적인 상속 절차가 아니었다는 석연찮은 의혹도 검찰 조서에 기록되어 있다. 본 건을 바탕으로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은 상속과 관련해 담철곤 - 이화영 부부 일가에 상속재산 소송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상속 재산에 대한 석연찮은 의혹과 과거 횡령 전력, 기업 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정보들에 대한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채로 기업 매각을 진행해 매각가액이 국제중재 심판에서 무려 15%나 줄어들었던 사례 등을 바탕으로, 이번 보수 총액 인상도 단순한 급여 인상 결정에 그치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은 상태다.

횡령에 '자매의 난'까지, 의혹 증폭되면 급여 결정도 마음대로 못하나?

반면 오리온 측에서는 담 전 회장의 과거 횡령 전력 탓에 전문 경영인의 급여도 인상할 수 없는 것은 부당하다는 설명이다. 상법상 등기임원은 보수 한도 내에서만 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지난해 허인철 부회장과 이승준 대표를 포함한 등기이사 5인은 보수한도액의 82%에 달하는 41억원을 지급 받았다. 2019년부터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고, 지난 2023년에는 영업이익이 4,923억원에 달했던데다, 영업이익률이 식품업계 평균치인 5~7%를 훌쩍 뛰어넘어 16.9%에 달하는 점 등을 들어, 전문 경영진에게 추가 급여를 지급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재계에서는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8.04%)를 비롯한 일반 주주들이 주총에서 반대를 표명한다고 해도 오리온 측의 보수 총액 한도 증가 안건은 무리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주회사인 오리온 홀딩스 및 담 회장 일가가 보유한 오리온 지분이 43.8%에 달하는데, 주주총회 출석 주식이 통상 80%를 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참석 주주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횡령 전력이 오리온 경영에 장기간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임원단의 급여 인상 이후에도 자금 흐름을 명확하게 밝혀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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