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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9번째 높은 임대료 기록한 명동, 서울 주요 상권 희비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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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임대료 1㎡당 1천만원 ‘훌쩍’
50% 넘던 공실률도 6.8%로 감소
상권 양극화에 홍대·이대 ‘찬바람’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아 시름하던 명동 상권이 되살아난 모습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며 상가 공실 대부분이 해소되고, 그 결과 전 세계 주요 도시 상권 중 9번째 비싼 임대료를 기록한 것이다. 반면 서울에서 명동을 제외한 여타 주요 상권은 여전히 더딘 회복세를 나타냈다. 이에 시장에선 상권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위는 이탈리아 밀라노

22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C&W)에 따르면 명동의 연평균 임대료(이하 1㎡당 기준)는 1,031만9,652원으로 전 세계 138개 주요 도시 상권 중 9번째로 높았다. 이는 지난해와 같은 순위로, 임대료는 3% 상승했다.

1위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비아 몬테나폴레오네 상권이다. 해당 지역의 임대료는 지난해보다 11% 상승한 3,070만3,966원으로, 조사가 시작된 이래 유럽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테일러(소매상)들의 수요 지속에 유로화 가치 상승이 맞물리며 임대료를 밀어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임대료 1위를 기록했던 미국 뉴욕의 어퍼 5번가 상권은 지난해와 동일한 2,999만8,989원의 임대료를 기록하면서 2위로 내려앉았다. 3위는 영국 런던의 뉴 본드 스트리트( 2,642만9,110원)로 지난해보다 13% 올랐다. 이어 홍콩 침사추이(2,410만4,188원),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1,922만9,352원), 일본 도쿄 긴자(1,778만9,401원) 등 순을 보였다. 도쿄의 경우 지난해보다 임대료가 25% 뛰면서 전 세계 상권 중 가장 큰 임대료 상승폭을 그렸다.

조사 대상 138개 상권 중 1년 전보다 임대료가 오른 곳은 79곳으로, 약 57% 지역이 임대료를 올렸다. 특히 북미(8.5%)의 상승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이어 유럽(3.5%), 아시아·태평양(3.1%) 순이었다. 로버트 트래버스 C&W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리테일 부문 책임자는 이같은 임대료 상승의 원인으로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꼽았다. 그는 “상당수 브랜드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최상위 상권에 오프라인 매장을 두 배가량 확대했다”면서 “고객과의 연결을 중요시하는 리테일러가 늘면서 기꺼이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명동거리의 모습/사진=서울시(Visit Seoul)

지난해 방한 외국인 1,103만 명

명동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서울 주요 상권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지역이다. 2019년 4.5%에 불과했던 명동 공실률은 2020년 23.2%로 늘었고, 2022년에는 52.5%까지 치솟았다. 명동 상가 중 절반 이상이 이어 있었다는 의미다. 명동의 분위기가 달라진 건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지난해부터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103만 명으로 전년 대비 245% 증가했다. 특히 명동을 방문한 외국인은 홍대의 2배, 이 외 상권과 비교하면 무려 10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그 결과 올해 2분기 명동 공실률은 6.8%까지 떨어졌다.

서울 6대 상권(명동·강남·홍대·가로수길·한남 및 이태원·청담) 가운데 신규 매장이 가장 많이 들어선 곳도 명동이다. C&W는 “명동은 지난해 글로벌 대형 브랜드들이 잇따라 문을 연 데 이어 최근까지 비어 있던 소형 공실도 화장품, 잡화점 등으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무려 7년간 공실로 골머리를 앓던 대형 쇼핑센터 밀리오레도 패션, 뷰티, 식음 브랜드가 대거 입점하며 활기를 띠고 있다는 게 C&W의 설명이다.

반면 여타 상권은 여전히 더딘 회복세를 나타냈다. 특히 가로수길 상권의 공실률은 39.4%를 기록하며 지난해 36.5%에서 2.9%p 뛰었다. 같은 기간 청담 상권 공실률 또한 17.4%에서 16.3%로 1.1%p 늘었다. 이 밖에 강남 상권은 20.0%, 한남 및 이태원은 11.5%의 공실률을 보이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0.8%p, 1.7%p 증가했다. C&W는 “여행객들의 트렌드가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 변하고 있어 해당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5곳 중 1곳 공실, 젊음의 거리가 어쩌다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해 보면, 이같은 상권 양극화는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소규모 상가(2층 이하·연면적 330㎡ 이하) 공실률은 8.01%로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년 1분기(5.6%)와 2022년 1분기(6.4%)보다 높게 나타났다. 임대료도 하락세다. 같은 기간 전국 소규모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98.69로 1년 전인 2023년 2분기(99.11)와 비교해 0.42p 떨어졌다.

이는 소비 회복세가 무점포 소매업과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나타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소매판매액지수 증가율은 무점포 소매(7.7%)와 대형마트(5.2%) 등에서 높게 나타났지만, 전문소매점(-3.1%)과 슈퍼마켓 및 잡화점(-1.9%)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높은 공실률로 시름하는 소규모 상가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대학가다. 한때 ‘핫플(핫 플레이스)의 대명사’로 불리던 홍대 상권이 대표적이다. 올해 2분기 홍대·합정 지역 상가 공실률은 12.2%로 전년 동기(5.7%) 대비 2배 넘게 상승했다. 홍대 인근 상가 공실률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1~4분기 각각 10%대를 웃돌다 지난해 잠시 주춤하더니, 올해 1분기 11.1%를 기록하며 다시 오름세를 시작했다.

이대·신촌은 사태가 훨씬 심각하다. 해당 지역의 올해 초 공실률은 18.3%를 기록하며 지난해 2분기(9.0%)와 비교해 2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상가 다섯 곳 중 한 곳은 비어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화여대 인근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보증금을 엄청 내려도 공실은 계속 늘고 있다”며 “팬데믹 끝나고 점포가 좀 차긴 했는데, 장사가 안돼서 그냥 버티고들 있는 모습”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폐업을 하고 싶어도 계약 기간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여는 점포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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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문턱 넘은 두산 사업구조 개편안, 주총·주식매수청구권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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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지배구조 개선안, 4개월 만에 '당국 승인'
다가오는 주주총회, 소액주주·외국인 표심이 쟁점
두산로보틱스 주가 하락세, 주식매수청구권 리스크 확대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두산그룹이 금융감독원의 문턱을 넘었다. 지난 7월 두산로보틱스가 합병 증권신고서를 최초 제출한 이후 4개월 만에 증권신고서 효력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시장의 이목은 다음 달 예정된 주주총회 표결,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 등 여전히 남아 있는 '변수'에 집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두산그룹 합병 계획 승인

22일 금융감독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이달 12일 제출한 합병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증권신고서에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일부 사업 부문을 신설 법인으로 떼어내고, 여기에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합병해 두산로보틱스에 편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로 넘기는 안인 셈이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기까지는 장장 4개월이 소요됐다. 두산그룹은 지난 7월 15일 최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합병을 진행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시장은 두산그룹이 합병 비율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연간 1조원의 두산밥캣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적자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치를 과대평가했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알짜 기업'으로 꼽히는 두산밥캣의 대주주 지배력이 대폭 확대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시장 여론이 악화하자 지난 8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조금이라도 (증권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을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실제로 두산그룹은 금감원의 정정 요구 등을 이유로 7차례 증권신고서를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의 주식과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을 교환하는 방안을 철회했다. 하지만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로 만드는 안은 기존대로 진행하는 만큼, 차후 양 사의 주식 교환이 진행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주주총회 표결 진행

증권신고서 효력이 발생하며 상황이 진전된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다음 달 예정된 두산그룹 주주총회의 향방에 집중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로보틱스, 두산에너빌리티 양 사 주주를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회사의 분할·합병은 주총 특별결의 사안으로, 전체 주주의 3분의 1 이상 및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최대주주 두산이 의결권 기준으로 68.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만큼 안건 처리가 수월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두산에너빌리티는 특수관계인 포함 최대주주 의결권 지분이 31%에 그쳐 다른 주주의 동의가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의 약 65%를 보유한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쟁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소액주주의 경우 개편 과정에서 두산 측의 행보에 대한 반감을 꾸준히 드러내 ㄹ왔다"며 "현시점 두산의 개편안에 우호적인 개인 주주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표심 역시 주주총회 표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해외 원전 수주 기대감으로 두산에너빌리티 외국인 주주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화한 이후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1,872억원 규모의 지분을 순매수했다. 현재 전체 두산에너빌리티 발행 주식 중 외국인 보유 지분은 22.84% 수준으로 파악된다.

두산로보틱스 주식매수청구권 '빨간불'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도 변수로 꼽힌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회사의 합병·영업 양도 등 주주의 이익과 중대한 관계가 있는 법정 사항에 대해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는 경우 해당 결의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 소유의 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것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격은 2만890원, 두산로보틱스는 8만472원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도를 최대 6,000억원, 두산로보틱스는 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우선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최근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와 유사한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분할·합병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거론됐던 두산로보틱스다. 당초 두산로보틱스는 주주총회 통과와 주식매수청구 규모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적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테마주로 분류된 두산로보틱스의 주가 역시 급락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21일 종가 기준 두산로보틱스의 주가는 6만8,8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가격과의 괴리율이 20~30%에 달한다. 보유한 주식의 평균 단가가 현재 주가 수준인 주주들이라면 주식매수청구를 통해 확정적인 익을 거둘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소액주주는 전체 주식의 약 25%(약 1,64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가격(8만472원) 기준 총 1조3,000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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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약정 위반 해소하겠다" 급한 불 끈 롯데케미칼, 유동성 위기설 가라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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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기한이익상실 위험 직면한 롯데케미칼, 리스크 제한적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 힘 잃을 가능성 커져
간판 계열사 경영난에 위기설 빠르게 확산

롯데케미칼이 재무 상황 악화로 인한 회사채 기한이익상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사채권자 집회 소집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이 채권자, 정부 당국과의 조율을 통해 일시적 적용 유예(Waiver·웨이버)를 적용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로 인해 최근 확산한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이 힘을 잃을 것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롯데케미칼 '웨이버' 적용 가능성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이날 재무 약정 위반 사유를 해소하기 위해 회사채권자 집회 소집 공고를 냈다. 롯데케미칼의 공모 회사채에는 원리금을 갚기 전까지 일정 재무 비율을 유지하는 약정이 포함돼 있다. 기준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 200% 이하, 3개년 평균 이자 비용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배 이상 등 총 두 가지다.

이 중 이자보상배율이 현재 5배 아래로 떨어져 기한이익상실 위험이 생겼다. 올해 3분기 분기 보고서 기준 롯데케미칼의 3개년 평균 이자보상배율 추정치는 4.3배에 그친다. 게다가 롯데케미칼 회사채 관리 계약서에는 교차 부도 조항이 존재한다. 한 회사채에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할 경우 나머지 회사채까지 연쇄적으로 기한이익상실 상태가 된다는 의미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회사채는 총 2조3,000억원 규모다.

다만 롯데케미칼이 일시적 적용 유예를 적용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당장 기한이익상실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 적용 유예는 채무자의 약정 위반에 대해 채권자가 처분(제재)을 유예하거나 면제해 주는 조치를 말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주요 채권자, 정부 당국 간 소통을 통해 일시적 적용 유예에 대한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 당국과 채권단이 롯데케미칼 채권의 이자보상배율 유지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시장 달군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에 일시적 적용 유예 조치가 적용될 경우, 최근 확산한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 역시 힘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은 지난 16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롯데그룹 공중분해 위기’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게시한 이후 관련 내용의 지라시(증권가 정보지)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시작됐다. 지라시에는 롯데가 유동성 문제로 다음 달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수 있으며,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임직원 절반 이상을 감원할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이후 증권가에서는 유동성 위기는 과도한 우려라는 분석이 속속 제기됐다. KB증권은 ‘롯데케미칼 유동성 위기는 아닐 것’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유동성 위기 걱정은 시기상조”라며 “자체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감안하면 현금 흐름은 우려보다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IBK투자증권도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3조6,000억원의 현금 예금을 보유하고 있고, 올해 추정 부채비율은 78.6%로 높지 않다”면서 “코스피200 에너지·화학 업종의 순차입금 비율이 62.0%, 105.2%인 점을 고려하면 유동성 우려는 과도하다”고 짚었다.

롯데그룹 역시 루머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표명하며 적극적 진화에 나섰다. 롯데그룹은 21일 설명자료를 통해 10월 기준 총자산은 139조 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룹 전체의 부동산 가치는 56조원이며,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예금도 15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그룹 차원에서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경영난

이처럼 근거가 불명확한 '위기설'이 일파만파 확산한 배경에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경영난이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8월 '비상경영체제'를 공식 선포하며 계열사들의 위기관리에 집중해 왔다. 그간 고집해 온 공격적인 M&A(인수합병) 전략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그룹의 주요 핵심 사업군으로 꼽히는 화학과 유통이 줄줄이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다.

롯데그룹 화학 부문은 중국의 저가 공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의 영향으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통 사업은 쇼핑 부문의 부진이 다소 큰 상황이다. 올해 3분기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해외 사업 호조세 덕에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됐다. 다만 롯데마트와 슈퍼의 실적은 눈에 띄게 악화했으며, 롯데온도 치열한 이커머스 업계 경쟁 속에서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호텔롯데 역시 면세점 사업의 불황으로 인해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나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적이 줄줄이 악화하면서 계열사들의 차입금 부담까지 커지는 모습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롯데지주,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간판 계열사 3곳의 연결기준 총차입금(리스 부채 포함)은 29조9,509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대비 2조168억원(7.2%) 증가했다. 이들 간판 계열사의 차입금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가 한창이던 2021년 말(18조3,997억원)부터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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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에 주주 반대까지" 이수페타시스 유상증자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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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페타시스 주가, 유상증자 소식 발표 이후 '햐항곡선'
"유상증자 순항하기는 어렵다" 얼어붙은 국내 증시
주주행동주의 열풍도 주가 하락에 영향 미쳐 

5,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기습 발표한 이수페타시스의 조달 금액이 대폭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유증 소식 발표 이후 주가가 유증 예정발행가 이하로 대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증시의 침체, 주주행동주의 열풍 등이 이수페타시스의 유증 움직임을 가로막았다는 평이 나온다.

미끄러지는 이수페타시스 주가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수페타시스는 전날 2만2,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일 대비 5.88%(1,250원) 상승한 수준이지만, 유증계획을 발표한 지난 8일 종가(3만1,750원)와는 격차가 크다. 앞서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8일 시간외거래가 종료된 뒤 공시를 통해 5,500억원 규모의 유증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수페타시스는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 중 약 2,998억원을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제이오 인수에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제이오 인수는 주식 및 출자증권을 양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수페타시스는 우선 내년 3월 7일 기존 최대주주 강득주 대표이사의 지분 575만 주를 1,581억원에 매수하고, 동시에 제3자 배정 유증에 참여해 신주 546만 주를 997억원에 취득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제이오가 발행하는 42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도 인수한다. CB 전환에 따라 발행될 수 있는 신주 수량(215만 주)을 감안하면 최종적으로 이수페타시스가 확보하는 제이오 주식은 1,336만 주(지분율 33.3%)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유증 계획을 발표한 뒤 이수페타시스의 주가가 한 번도 유증 예정발행가(1주당 2만7,350원)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규모 유증에 대한 거부감과 이수페타시스와 제이오의 부족한 사업 시너지가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주가가 예정발행가를 하회하면 투자자들을 유증에 끌어들일 명분이 약화하며, 조달 금액이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 증시의 침체

시장에서는 이수페타시스가 현재 시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수를 뒀다는 평이 비등하다. 최근 한국 증시가 '혹한기'를 맞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규모 유증가 순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가 공시한 유증 규모는 4조5,807억원에 그쳤다. 작년(9조4,799억원)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유증 규모가 유럽발 재정 위기로 증시가 흔들린 2012년(3조2,234억원)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기업공개(IPO)를 포기하는 기업도 늘었다. 최근 한 달 동안 케이뱅크, 동방메디컬, 미트박스글로벌, 씨케이솔루션 등 네 곳이 상장을 철회했다. 야놀자,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조 단위 몸값을 자랑하는 비상장사들은 국내 증시 상장을 포기하고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으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국내 증시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이 흔들리자 자진해서 시장을 등지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들어 상장폐지에 나선 기업은 SK렌터카, 쌍용C&E, 비즈니스온, 제이시스메디칼, 커넥트웨이브, 락앤락, SBI핀테크솔루션즈, 코엔텍, 신세계건설 등 9곳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4곳) 대비 2배로 늘어난 규모다. 이달 15일부터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에 착수한 SBI핀테크솔루션즈 측은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모시장에서 자금 조달 필요성도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소액주주들은 집단행동 나서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 증시에 불어닥친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 열풍이 이수페타시스 유증의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주행동주의란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주주행동주의자들은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에만 주력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부실 책임 추궁, 구조조정, 경영 투명성 제고 등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국내 증시 주주들은 액트·헤이홀더·비사이드 등 주주행동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소통하면서 의견을 결집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를 활용해 실제 주주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주주 간 응집력이 한층 강력하다는 특징이 있다. 10월 말 기준 주주행동 플랫폼의 전체 가입자 수는 약 15만 명 수준이며, 이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10조원에 달한다.

이수페타시스 주주들 역시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결집한 상태다. 최근 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들은 주주대표 선출에 나서며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주주대표 후보자로 나선 한 소액주주는 “행동주의펀드와 함께 주주환원에 앞장서겠다”며 “소액주주 대표가 되면 행동주의펀드와 연대해 유증 철회, 제이오 인수 취소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기준 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는 이수페타시스 주식 164만9,875주(지분율 2.61%)를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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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KCGI, 부당 매각 혐의로 소액주주들에 피소, 시장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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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한 주주활동 중 돌연 지분 매각
한양증권 인수에도 영향 미치나
한국형 행동주의, 가치투자 본질 흐린다?

국내 유명 행동주의 펀드 KCGI가 반도체 제조업체 DB하이텍의 지분을 부당 매각해 소액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로 피소됐다. 그간 국내 시장에서 소액주주와 기업 오너 일가가 갈등을 빚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행동주의 펀드와의 충돌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계기로 행동주의 펀드의 본질을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영권 위협해 단기차익 올리는 ‘그린메일’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KCGI가 고의로 DB하이텍의 경영권을 위협해 단기 차익을 얻고, 이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손실을 줬다”며 KCGI를 검찰에 고소하고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냈다. KCGI의 행위가 미국에서도 엄격하게 제한되는 ‘그린메일’이라는 게 소액주주연대의 주장이다. 그린메일은 투자자 등이 회사 경영권에 위협을 가하는 방식으로 프리미엄을 받고 단기차익을 얻는 행위를 의미한다.

문제가 된 부분은 KCGI의 DB하이텍 지분 매입 및 매각 과정이다. KCGI는 지난해 3월 DB하이텍의 지분 약 7.05%(313만 주)를 매입하고 경영권 참여를 선언했다. 이후 소액주주들과 손잡고 이사회 회의록·회계장부 열람신청 등 활발한 주주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불과 9개월 만인 12월 28일 경영구조 개선을 이뤄냈다며 지분 5.65%를 DB하이텍의 모회사인 DB아이앤씨에 매각했다. 해당 거래는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금액은 당일 종가 5만8,600원보다 12.6% 높은 6만6,000원이었다.

이 과정에서 KCGI는 막대한 차익을 실현했고, 해당 소식이 알려진 후 DB하이텍 주가는 줄곧 하락세를 보이며 19일 종가 기준 34,000원까지 내려왔다. 소액주주들의 대규모 손실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의 경우 이같은 투자로 수익이 날 경우 해당 회사의 재무구조가 취약해지고, 제2·제3의 그린메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수익의 50%를 과세하는 등 강력한 반(反)그린메일 조항을 두고 있다.

KCGI는 DB아이앤씨 측에서 먼저 DB하이텍의 지분 매입 의사를 밝혔으며, 이에 응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KCGI 관계자는 “DB그룹 쪽에서 KCGI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수용하면서 펀드가 가진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요청해 왔다”며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기업의 성장성을 높이는 일이라 판단해 배당을 포기하는 대신 프리미엄을 받고 넘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액주주연대는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KCGI가 DB하이텍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기 이전에 DB하이텍 측과 공모해 지분을 사전 매입하고, 이후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 승인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CGI 측은 “DB하이텍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고, 경영구조 개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참여했을 뿐”이라고 잘라 말하며 “투명한 경영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에서 공모는 절대 불가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연내 예정이던 한양증권 인수는 안갯속

KCGI는 유명 애널리스트인 강성부 전 LK투자파트너스 대표가 2018년 설립한 사모펀드(PEF) 업체로,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강성부 펀드’라는 별칭으로 더 익숙하다. 기업 거버넌스(의사결정과정) 개선과 주주 권익을 강조한 공격적 투자가 특징이며, 국내 행동주의 펀드 중에서 매우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올해 8월에는 중소 우량 증권사인 한양증권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단숨에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이번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와의 법정 공방으로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KCGI의 움직임도 속도를 늦추게 됐다. KCGI는 지난 9월 학교법인 한양학원, 백남관광, 에이치비디씨 등과 한양증권 지분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29.59%를 약 2,204억원에 매입하는 내용이다. 당시 한양학원 측은 연내 매각대금 수령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KCGI의 당초 계획은 SPA 체결 직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11월 중순에 접어든 현시점에도 KCGI는 금융당국에 심사 신청을 하지 못한 상태다. 김태원 KCGI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준비할 게 많아 단기간 내 신청은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COO는 “꼼꼼하게 잘 준비해 (금융당국을) 납득시키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며 “연내 신청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마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자료 보강 요구 등 심사 과정에 따라 심사는 연장될 수 있다. 통상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돌입하기 전 인수 주체 측과 물밑에서 여러 차례 교류하며 신청 시기를 가늠한다. 단기간에 신청이 힘들다는 김 COO의 발언은 당국과 조율해야 할 내용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출자자들의 한양증권 지분 인수 참여 방식이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KCGI 측에서 내부적으로 정리를 마친 뒤에 미팅을 제안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단기 호재로 끌어올린 주가, 피해자 양산

시장에서는 KCGI를 비롯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을 따라 투자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때 KCGI가 저격하는 기업에 투자해 단기 차익을 거두는 투자 방식인, 이른바 ‘강따(강성부 따라잡기)’가 유행했던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KCGI로 대표되는 한국형 행동주의가 가치투자의 본질을 흐린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 대부분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장기적 성장을 함께한다는 철학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단타’의 재료로만 활용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KCGI의 주요 포트폴리오였던 오스템임플란트에 따라 들어간 투자자들은 불과 한 달여 만에 40%가 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KCGI가 2022년 12월 지분 5% 이상 보유 신고를 하고 오너 퇴진을 압박하자, 주가가 치솟은 것이다.

문제는 이들 투자자가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동안 반대편, 또는 뒤늦게 진입한 다른 누군가는 그만큼의 손해를 봤다는 점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KCGI의 지분 5% 공시가 있은 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8월 자진 상장 폐지했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단기 호재’를 이용해 억지로 끌어올린 주가는 언제나 피해를 낳는 법이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행동주의를 ‘시장에서 수익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전략’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기업의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종국엔 본질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모펀드 제1의 목표인 수익 극대화와 행동주의 펀드의 가치 실현 사이에서 균형점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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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MG손보 새 주인 찾기, 매각 주체 예보는 ‘신중에 신중’ 거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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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무게
‘공개 매각→수의계약’ 과정에서 특혜 논란
IBK 물러나며 메리츠·데일리 2파전 구도

예금보험공사가 MG손해보험 매각과 관련해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특혜 논란에는 “의아하다”는 답변으로 선을 그었지만, 해당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업계는 메리츠화재와 데일리파트너스의 양자구도로 압축된 MG손보 인수전 향방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특혜 논란은 어불성설”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예보 기자간담회에서 유재훈 예보 사장은 최근 특혜 의혹이 불거진 MG손보 매각과 관련해 “우협 후보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특혜’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MG손보 매각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유 사장의 입장이다.

그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도 있긴 하겠으나, 더 이상 가능한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며 “최대한 시장에서 정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후에는 청산을 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향후 MG손보 매각 일정과 관련해서는 “우협에 대한 내부 심사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우협을 선정한다 해도 바로 계약이 체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예보 내부에서도 연내 우협을 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매각 시도마저 실패로 돌아가면 인수대상자를 찾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예보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예보 관계자는 “(우협) 선정 이후에도 자산 인수, 고용 등 협의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연내 선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거진 메리츠화재 특혜 논란에 대해 유 사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예보의 매각 과정은 감사원의 감사를 받기 때문에 법과 제도가 정한 방식에서 벗어날 수 없고, 보수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심사하라는 당부의 말씀으로 알겠다”고 덧붙였다.

MG손해보험 본사 전경/사진=MG손해보험

4차례 공개 매각 불발

MG손보의 매각과 관련한 역사는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는 강제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예보는 매각 주관 업무를 위탁받아 지난해부터 4차례에 걸쳐 공개 매각을 시도했으나, 모두 불발되면서 수의계약을 추진하고 나섰다. 지난 9월 진행된 수의계약 입찰에는 메리츠화재와 사모펀드 데일리파트너스가 참여했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메리츠화재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일며 인수전에 제동이 걸렸다. 국정감사 기간 중 MG손보 인수 건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의 집중포화가 쏟아진 것이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국감에서 “MG손보 매각 수의계약 입찰에서 서류 미비로 낙찰을 못 받은 메리츠화재가 서류를 보완할 수 있도록 (금융위가) 공고 기간을 10월 2일까지 연장했다”고 지적하며 “이는 수의계약 변경 공지 이후로 연장해 주겠다는 것인데, 왜 이렇게까지 MG손보 매각에 무리수를 두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특혜 논란은 IBK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의 참여 요구로 이어졌다. 신 의원은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공동출자하는 방식으로 MG손보 매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은행이 정부의 예산과 직결되는 국책은행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에 김형일 기업은행 전무이사는 “부실 금융기관 정리를 통한 금융시장 안정에 기업은행이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은행장과 상의하고 금융기관과도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MG손보 인수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 도중 현실화가 쉽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로 보유 중인 생명보험사 IBK연금보험의 상황이 좋지 않아 추가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연금보험을 비롯한 저축성보험 상품만 판매하는 IBK연금보험은 지난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재무 건전성 관리 부담이 한층 커진 상태다.

진정성은 모두 합격, 자본력·업계 노하우는 메리츠 우세

결국 MG손보 인수전은 지난 9월 수의계약 입찰에 참여한 메리츠화재와 데일리파트너스의 양자구도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두 곳 모두 앞서 유찰됐던 입찰 경쟁에 참여한 전력이 있는 만큼 MG손보 인수에 대한 이들의 진정성은 확인됐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다만 메리츠화재가 정량·비정량 기준으로 데일리파트너스와의 경쟁에서 앞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데일리파트너스가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를 거친 신승현 대표를 앞세워 그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건 사실이지만, 기존 제도권 금융인 메리츠화재의 막대한 자본력과 업계 노하우를 무찌르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메리츠증권과 데일리파트너스가 제안한 투자확약서(LOC)에 담길 내용 또한 이번 입찰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원매자들이 적어내는 정부 지원금 수준이 예보가 예상한 ‘법상 최소 비용 원칙’에 어느 정도 들어맞는지에 따라 우협 선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예보가 지원 가능한 여력이 최대 5,000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보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2년 넘게 이어져 온 MG손보 매각 과정에 특혜 시비까지 일자, 해당 시비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인수 우협 선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나아가 자칫 섣부른 우협 선정은 MG손보 노동조합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인수전에 등장한 이래로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할 경우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란 우려를 꾸준히 피력해 왔다.

MG손보 매각은 수의계약으로 전환된 만큼 향후 일정 등이 모두 비공개 진행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MG손보는 예금자보호법, 금산분리법, 국가계약법 등 관련법이 정하는 절차와 원칙에 따라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매각 주체는 예보인 만큼 금융당국도 (우협 및 추후 일정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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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끌어올려라" 야놀자, 나스닥 상장 앞두고 체질 개선 총력

"기업가치 끌어올려라" 야놀자, 나스닥 상장 앞두고 체질 개선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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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적자 누적'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 사업 중단
구스토엑스·트러스테이·아파트테크 등 다수 기업 지분 정리
美 IPO 앞두고 기업가치 제고 움직임 본격화

국내 여행 플랫폼 1위 업체 야놀자가 오는 2025년 미국 나스닥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사업 재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 매각 △Gusto X Pte. LTD.(이하 구스토엑스) 지분 매각 △트러스테이·아파트테크 관계기업 전환 △기업분할 등을 통해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양상이다.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 매각 추진

19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 사업을 중단하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야놀자 관계자는 "당기 중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과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 재팬 관련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매각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은 나우웨이팅, 도도포인트, 야오더 등 외식업소의 매장 운영·고객 관리를 지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야놀자가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 매각을 결정한 배경에는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의 저조한 실적이 있다. 야놀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은 지난해 말 당기순손실 8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3억원으로 전년 동기(68억) 대비 8.3% 줄었다. 여기에 올해 9월 모바일 기반 주문 솔루션 야오더를 앞세워 진출한 테이블오더 시장은 배달 플랫폼(배달의민족), 금융 플랫폼(토스), 통신사(KT) 등의 참전으로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진 상태다.

지분 매각·지배구조 개선 박차

주목할 만한 부분은 야놀자가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 외로도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속속 발을 빼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구스토엑스와 그 종속기업의 주식을 전부 매각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구스토엑스는 지난 2022년 야놀자 싱가포르 법인과 '공차' 김여진 대표의 블루바스켓이 50 대 50으로 합작해 설립한 기업으로, 레스토랑 및 식음료(F&B) 유통체인에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의 온라인 솔루션을 도입하는 사업을 영위해 왔다.

트러스테이와 아파트테크의 지분율도 50% 미만으로 줄였다. 야놀자의 지분율이 50% 미만까지 하락하며 야놀자의 종속기업이었던 이들 기업은 야놀자의 관계기업으로 재분류됐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이들 기업의 실적이 야놀자의 연결 재무제표에서 제외됐다는 의미다. 트러스테이는 입주민들을 위한 아파트 생활 편의 플랫폼 '홈노크타운'을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테크는 관리사무소를 타깃으로 집합건물, 공동주택 관리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공급한다.

야놀자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기업분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플랫폼 사업 부문을 분할해 야놀자플랫폼을 신설한 데 이어 다음 달에는 연구개발(R&D)사업 부문을 분할해 '와이넥스트'를 설립할 예정이다. 야놀자플랫폼은 야놀자의 또 다른 자회사인 인터파크트리플과 합병해 통합법인 '놀유니버스'로 재탄생한다. 야놀자의 100% 자회사가 되는 와이넥스트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온라인 플랫폼, 기업간거래(B2B), 기업·소비자간거래(B2C) 관련 글로벌 클라우드 선행 기술 개발 연구를 담당하게 된다.

美 상장 노리는 야놀자, 기업가치 괴리 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야놀자의 매각·분할 움직임이 미국 증시 상장을 고려한 일종의 '전략'이라는 평이 나온다. 야놀자가 IPO를 앞두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체질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는 평가다. 야놀자는 현재까지 상장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지만, 야놀자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한다는 사실은 이미 업계 안팎에서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야놀자가 당초 올 3분기로 예상됐던 미국 나스닥 상장을 내년으로 연기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야놀자가 기업가치 제고에 힘쓰는 것은 과거 인정받았던 기업가치와 현재 시장이 보는 기업가치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앞서 2021년 10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1조1,9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9조3,388억원이었다. 이후 야놀자의 미국 증시 상장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블룸버그는 기업가치를 70억 달러(9조5,800억원)에서 90억 달러(12조3,200억원)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문제는 현재 야놀자가 10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정당화할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놀자는 지난해 매출 7,667억원, 영업이익 1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3분기 누적) 기록한 매출액은 6,961억원, 영업이익은 494억원이다. 수익성 개선이 지연되며 장외시장에서 야놀자의 시가총액은 3조8,837억(증권플러스 비상장 기준)까지 주저앉았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야놀자가 현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가치가 4~5조원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체질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실패하면 눈높이에 맞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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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 특수가스 매각에 난항, ‘반도체 리스크’ 못 피했다

효성화학 특수가스 매각에 난항, ‘반도체 리스크’ 못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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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인수 가격 수정안 1조원 미만
NF3 매출 75.9% 삼성전자에 의존
여타 사업 실적 부진, 자금 융통 시급

효성화학이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모펀드들과의 협상이 난항에 부딪혔다. 경영권 매각 대금을 놓고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면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발(發) 반도체 리스크가 산업계 전반을 휩쓴 데 이어 효성화학의 특수가수 사업부 매각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1조3,000억원 수준이던 기업 가치, 1조 아래로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과 IMM프라이빗에쿼티(PE)·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나,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컨소시엄이 인수 우협으로 선정된 지 넉 달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요원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효성화학과 컨소시엄의 협상이 결렬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양측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렇게 오랫동안 협의를 못하면 결국 협상을 접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은 매각 대금과 관련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컨소시엄은 최근 인수 가격 수정안을 1조원 미만으로 정해 효성화학 측에 전달했다. 올 상반기 투자설명서(IM)를 받았을 때와 비교해 시장 업황이 크게 악화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효성화학 측은 이같은 가격 조정안을 받아들일지 또는 소수 지분(마이너리티) 투자 구조로 바꾸는 식으로 대안을 찾을지 검토 중이다.

올 7월 컨소시엄이 특수가스 사업부 인수 우협에 선정됐을 당시 효성화학에 제시한 가격은 지분 100% 기준 1조3,000억원이다. 이후 상세 실사를 마친 지난 10월에는 1조1,75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특수가스 사업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5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1조3,000억원의 금액은 과하다는 게 컨소시엄 측 입장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져가더라도 현금창출력의 25배를 넘는 몸값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특수가스 매각 대금 절실한 효성화학

상대적으로 급한 쪽은 재무구조에 비상이 걸린 효성화학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효성화학의 유동부채는 2조9,118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1,475억원) 대비 35.6% 늘었다. 2022년(1조7,157억원)과 비교하면 1조원 이상 불어난 규모다. 이 때문에 효성화학은 매분기 금융이자로만 600억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여기에 대주단에서는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에 대해 더 이상 만기 연장(웨이버)이 힘들다는 신호까지 내비치고 있다. 효성화학 입장에서는 특수가스 부문 매각 대금을 받아야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이는 셈이다.

석유화학 업계 불황으로 여타 사업부의 실적 개선도 요원한 상황이다. 효성화학은 현재 내장필름(TAC) 사업부와 친환경 신소재 폴리케톤 사업부 매각을 위해 잠재 매수자들과 접촉하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사모펀드 및 전략적 투자자(SI)로 꼽히는 대기업들은 물론, 벤더사들도 효성화학 제조사업부의 경쟁력 부족을 우려해 인수를 꺼리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더해 야심 차게 투자했던 베트남 현지 100% 자회사인 효성비니케미칼은 폴리프로필렌(PP)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해 매년 3,000억원가량의 순손실을 거듭 중이다.

이 때문에 효성화학은 지주사인 효성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총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는데, 이마저도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효성이 전액 인수하는 조건으로 발행해야만 했다. 지난달 단행한 500억원 유상증자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지주회사의 돈으로 자본 부족을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효성화학 측이 매각 작업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삼성전자 CAPEX 축소, 타격 불가피

컨소시엄 입장에서도 시장을 휩쓴 반도체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수가스는 반도체 업황에 민감해 기업 매각 대금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부문 주력 상품은 삼불화질소(NF3)로, 이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물질을 세척하는 데 사용된다. 효성화학은 연산 8,000톤 규모의 NF3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량 기준으로 SK스페셜티, 중국 페릭에 이어 글로벌 3위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삼성전자의 자본적지출(CAPEX) 축소와 반도체 실적 부진으로 주요 고객사인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점이다. 효성화학 입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NF3 사업 매출의 75.9%를 책임진 핵심 고객이다. 효성화학의 지난해 전체 매출 중 5.9%가 NF3에서 발생했는데, 이 중 4.4%를 삼성전자 매출이 차지했다. 올해 1~3월 NF3의 매출 기여도는 5.7%, 삼성전자는 3.9%에 달했다.

이같은 우려 속에서도 컨소시엄은 예정대로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영호 IMM PE 대표는 “(효성화학 NF3 펀드 레이징은) IMM PE와 스틱의 블라인드펀드로 준비한다”며 투자자 모집에 집중하고 있음을 밝혔다. 블라인드펀드는 기존 펀드와 달리 투자 대상을 사전에 정해 두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를 모집해 투자금부터 조성한 이후 적당한 투자 대상이 확보되면 투자하는 선모집·후투자 방식이다. 대략적인 자금 운용 계획만 제시할 뿐, 상세 투자 계획은 투자자는 물론 PE도 미리 알지 못한다.

한편 효성화학 특수가스 매각 여파가 동종업계 SK스페셜티 매각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통상 비슷한 성질·유형의 거래에서는 앞선 계약의 가치 산정이 이후 거래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SK는 지난 9월 말 한앤컴퍼니(한앤코)를 우협으로 선정했다. 당시 한앤코가 제시한 SK스페셜티 기업가치는 4조2,000억원 수준에 달했다. 양측은 다음 달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SK㈜가 어느 정도 지분을 남길지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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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부양책 효과” 중국 증시 랠리 지속, 변수는 ‘트럼프 리스크’

“대규모 부양책 효과” 중국 증시 랠리 지속, 변수는 ‘트럼프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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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중국 증시 주가 급등, 거래량도 폭증
시총 100조 위안 육박, 한국의 8배
트럼프 관세 우려에 내년 전망은 먹구름

중국 금융당국의 추가 경기 부양 조치 이후 주가가 급등하고 거래량이 폭증하고 있다. 이에 중국 관영 매체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상승 국면이 시작됐다”며 축제 분위기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추가 상승을 기대할 만한 모멘텀이 충분하다는 낙관론까지 나온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리스크가 증폭되면서 향후 중국 경제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中 증시, 투자 열풍에 '들썩'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상하이의 한 주식 살롱(Stock Salon)에 몰려든 군중의 모습이 중국에서 주식 투자 열풍이 다시 불붙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주식 살롱은 개인 투자자들이 특정 장소에 모여 시장 동향, 투자 전략, 소문 등을 공유하는 비공식 모임이다. 1990년 중국 증권거래소 설립 이후 본격적으로 형성된 이 모임은 중국 특유의 투자 문화를 반영한다.

주식 살롱은 2015년 중국 증시 붕괴와 디지털화로 쇠퇴하기 시작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이 같은 오프라인 모임은 거의 자취를 감췄으나, 최근 주식 시장 활황 속에서 투자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면서 주식 살롱에도 발길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중국 증시의 거래 대금이 치솟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투자 열풍과 무관치 않다.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중국 증시의 하루 거래대금은 약 4,760억 달러(약 663조1,6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 이익을 노리거나 과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매매를 시도한 결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현재 중국 주식시장은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했으며 뮤추얼 펀드와 헤지펀드 등 기관 투자자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된다.

단기적 상승 분석은 '기우', 랠리 이어져

중국 증시는 지난 9월 말 중국 정부의 최초 부양책 발표 이후 급등했을 때만 해도 단기적 상승이라는 해석이 팽배했다. 앞서 중국인민은행,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중국의 3대 금융정책기관 수장들은 9월 24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통화정책 완화, 부동산 금융지원, 주식시장 부양 등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이른바 '9·24' 조치로 불리는 부양책 발표 이후 중국 증시는 폭등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내국인 전용 주식시장인 상하이 A주는 9월 24일부터 30일까지 5거래일 만에 2,748포인트에서 3,336포인트로 21.4% 급등했고, 일주일간의 국경절 연휴를 앞뒀던 같은 달 마지막 거래일(30일)에는 하루 거래액이 2조6,000만 위안(약 494조원)을 기록할 정도였다. 이를 두고 당시 글로벌 증권가에서는 중국 증시의 대폭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당시 노무라증권의 루팅(陸挺)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시장 모멘텀과 중국 소셜미디어(SNS)에 나타난 투자자 반응을 추적한 결과 2015년 급등락을 반복할 위험이 향후 몇 주 안에 빠르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와는 달리 중국 증시의 흥행 흐름은 최근까지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8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제시된 10조 위안(약 1,925조원)의 구조조정책에 따른 기대감까지 반영되면서다.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상하이 A주의 시가총액 총합은 97조300억 위안으로, 100조 위안(약 1경9,300조원)에 근접했으며, 빠른 시간 내에 100조 위안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의 시가총액 100조 위안은 한국 증시(2,420조원)의 8배 수준이며, 미국 증시의 약 30%에 해당한다. 또한 이는 중국의 지난해 GDP(국내총생산)였던 126조 위안(약 2경4,200조원) 대비 79.3% 수준이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공식 홈페이지

트럼프 취임 이후 전망은 회의적

다만 내년 이후의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MAGA)’는 슬로건을 내걸고 새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략 경쟁 중인 중국에 대해 거친 압박을 공약했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와신상담한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을 적으로 규정하며 경제적 대결과 탈동조화(디커플링)를 주장하고 있다.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중국을 압박한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의 최혜국 지위를 박탈하고 필수 재화의 중국산 수입을 단계적으로 차단하는 등의 과격한 공약을 천명했다. 주요 핵심 분야에 대한 정밀 타격이 아닌 포괄적 분야의 폭격을 시사한 것이다.

또한 공식 공약에는 포함하지 않았으나,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내놓은 정책 제안 ‘어젠다 47(Agenda 47)’에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60%로 올리고 전체 수입품에 2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4,272억 달러(약 595조8,200억원)로 전체 수출(3조3,800억 달러·약 4,714조원)의 12.6%를 차지했다. 대외 경제 의존을 줄이고 미국 산업 보호·육성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대규모 돈 풀기가 무색하게 중국의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견제는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무력화시키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큰 타격이 없어도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첨단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중국 혼자 글로벌 흐름을 앞질러 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중국을 향한 견제 정책 더욱 강화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미·중 갈등 구조가 지속되는 한 중국이 글로벌 운신 폭을 넓히기는 여의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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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매각해 상속세 해결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임시 주총 표심은 ‘오리무중’

지분 매각해 상속세 해결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임시 주총 표심은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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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훈 대표 지분 9.27%→7.85% 축소
주주명부 폐쇄 완료, 의결권 유지
28일 임시 주총 앞두고 표심 확보 박차

경영권 분쟁을 빚고 있는 한미그룹 창업자 일가의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했다. 임 대표가 지분 매각의 배경으로 모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의 미상환 대여금 문제를 거론한 가운데, 한미사이언스는 송 회장을 필두로 한 ‘3자 연합’을 고발하고 나서는 등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341억원 규모 주식 블록딜로 처분

16일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임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주식 105만 주를 14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는 14일 한미사이언스 주식 종가인 3만2,500원을 기준으로 341억2,500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매각으로 임 대표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기존 9.27%에서 7.85%로 1.42%p 축소됐다. 다만 이번 매각에도 오는 28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임 대표의 의결권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사이언스의 주주총회 의결권을 결정하는 주주명부 폐쇄기한은 지난 10월 22일로, 임 대표가 주주명부 폐쇄기한 이후에 보유 주식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번 주식 매각 사유로 한미그룹 송 회장의 미상환 대여금 문제를 언급했다. 임 대표가 2022년부터 올해까지 자녀의 주식까지 담보로 잡아 총 296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송 회장에게 대여했으나, 상환이 이뤄지지 않아 주식 매각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송 회장이 임 대표에게 갚을 돈 약 296억원을 변제하지 않아 보유 지분 매각이 발생했다”며 “최근 송 회장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게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등 대량의 자금이 발생했음에도 임 대표의 변제 요청을 외면했다”고 설명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또 한미그룹 오너 일가가 국세청에 제출한 상속세 납부 기한을 연장하기 위한 결정이라고도 했다. 앞서 임 대표를 비롯한 상속인들(송영숙·임종윤·임주현)은 지난 5월 고(故) 임성기 한미그룹 전 회장이 남긴 주식에 대한 상속세 납부기한 연장을 신청하며 외부 투자자 유치를 통해 상속세를 해결할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상속세 재원 충당을 위해 ▲5월 말까지 투자자 협의 ▲6~8월 실사 및 계약 조건 협의 ▲9월 말까지 지분 매각 대금 수령 및 상속세 납부를 완료한다는 내용이다. 임 대표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량을 블록딜로 매각했다”며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주주들께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극단 치닫는 경영권 분쟁

이런 가운데 한미사이언스는 송 회장, 신 회장,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 등 3자 연합을 고발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들 대주주 3인과 이들로부터 의결권 권유업무를 위임받아 대행하는 업체 대표 등이 허위 사실을 퍼트려 업무를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한미사이언스는 1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알리며 “3자 연합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와 공모해 거짓된 정보를 주주들에게 퍼뜨리고 있는 사례들이 속속 확인됐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한미사이언스는 “최근 3자 연합이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불법행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해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며 “제보 내용에는 ‘국민연금이 3자 연합으로 돌아섰다’,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등 결정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대거 존재했다”고 말했다. 3자 연합 측이 이같은 미확인 사실을 주주들에게 전달해 잘못된 판단을 종용하고 있다는 게 한미사이언스의 주장이다.

회사의 로고를 불법 도용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3자 연합 측 의결권 대리업체가 주주들을 방문하며 제공한 인쇄물과 명함 등에 한미사이언스의 로고가 버젓이 인쇄됐고, 확인된 대면 및 유선통화 내용에는 자사 경영진에 대한 명예훼손성 비방이 난무했다는 것이다. 한미사이언스는 3자 연합 측이 이같은 거짓 정보를 주주들이 믿도록 하기 위해 국민연금 등 공공기관까지 인용하고 있어 법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3자 연합 측은 한미사이언스의 고발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맞섰다. 회사 이사회 규정에 따라 중요한 소송의 제기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해당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3자 연합 측은 한미사이언스의 보도자료 배포 이후 약 30분 뒤 반박 자료를 내고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및 사내이사를 형사고발하는 행위는 당연히 중요한 소송의 제기에 해당하며, 이에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짚으며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데, 오로지 형제의 입김에 좌우돼 불법과 위법을 넘나드는 독재 경영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앞에선 화합을, 뒤에서는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형제들의 민낯을 본 주주님들께서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꼭 심판해 달라”고 덧붙였다.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vs. “기업가치 제고”

이처럼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 일가의 분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시장의 눈은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의 임시 주주총회에 쏠리고 있다. 이날 표결에 따라 형제 측(임 대표·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과 3자 연합의 경영권 확보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날 예정된 안건은 ▲이사회 인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 건 ▲신동국 회장·임주현 부회장 2인의 이사 선임 건 등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총 9명으로 형제 측 5명, 3자 연합 측 4명으로 구성돼 있다.

3자 연합 측은 이들 안건을 모두 통과시켜 11명 중 6명의 이사진을 확보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구성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글로벌 제약사 머크와 같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주주는 이사회에서 회사를 지원하고, 전문경영인이 선두에서 사업을 이끌어 가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설명이다. 3자 연합 측은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은 한미그룹이 한국에서는 유례없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모범이 되는 초석을 다지는 자리”라며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통해 거버넌스 쇄신과 국내 경영계 혁신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고 힘줘 말했다.

3자 연합에 맞선 형제 측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전면에 내세웠다. 임 대표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8,150억원 투자 계획과 함께 ▲정신질환 및 신경계 관련 사업 확대 ▲R&D(연구·개발) 역량 개선 ▲헬스케어 밸류체인 사업 다각화 등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2028년까지 연평균 주주환원율을 25%까지 올리는 동시에 연평균 현금배당을 20% 확대하겠다는 게 임 대표의 청사진이다.

주주들은 아직 표심을 확정하지 못한 분위기다.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는 이달 1일 3자 연합 공개지지를 선언했으나, 이튿날 곧바로 철회했다. 소액주주연대의 3자 연합 지지 선언이 시장에서 경영권 분쟁 재료 소멸로 해석되면서 주가하락으로 이어진 탓이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3자 연합 지지 선언이 나온 1일 종가 기준 3만6,250원을 기록, 전 거래일보다 24.1%(1만1,500원) 하락했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가 15일 장중 3만1,000원대까지 밀렸다.

형제 측의 불확실한 비전에 실망감을 표하는 주주도 적지 않다. 이들이 내세운 8,150억원 투자 계획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다. 한미사이언스의 올 3분기 말 유동자산은 2,868억원으로, 이 가운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06억원에 그친다. 투자 규모인 8,150억원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형제 측은 구체적인 투자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 다수의 투자자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진척 상황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이에 주주들은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지 않으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한 주주는 “3자 연합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형제 측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심사숙고해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주주는 “3자 연합과 형제 측 모두 불필요한 갈등은 멈추고 주가 부양을 위해 공개매수를 서두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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