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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의 치열한 '차세대 HBM' 경쟁, 승자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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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와 함께 뒤집힌 반도체 시장, 이제는 'HBM' 경쟁 시대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필두로 경쟁 구도 형성, 마이크론까지 참전
CXL 등 미래 먹거리 탐색 본격화, 시장 선점하는 기업이 이긴다
HBM_SAMSUNG_SK_MICRON_20240220

반도체 업계 내 고대역폭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HBM)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구축을 위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자, 수년 전까지 주목받지 못하던 HBM이 기업의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품목으로 부상한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차세대 시장 선점을 위한 '초격차 경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기업 중심으로 'HBM 경쟁' 촉발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을 극대화한 제품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생성형 AI 시장의 '필수재'로 꼽힌다.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HBM 수요 역시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HBM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9%에서 올해 19%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AI 기술 보편화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경쟁의 중심축 자체가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치열한 HBM 시장에서 40%에 달하는 점유율을 확보,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4세대 제품인 HBM3을 양산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5세대 HBM3E 양산에도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은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HBM 시설 투자를 2.5배 이상 늘리고, 내년에도 그 정도 수준을 예상한다"며 사업 역량 강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HBM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50%)를 달리고 있다. 생성 AI용 GPU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성공적으로 파트너 관계를 구축, 선두 주자 자리를 꿰찬 것이다. 실제 지난해 12월에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GPU 블랙웰 'B100' 출시를 2분기로 앞당기고, SK하이닉스와 해당 제품에 탑재될 HBM3E 우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치열한 HBM '미래 시장' 선점 경쟁

이들 기업은 차세대 제품인 HBM4(6세대 HBM) 시장 선점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차세대 HBM 경쟁의 관건이 '파운드리 역량'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HBM 제작 시에는 고객사의 세부적인 요구 사항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높은 성능이 요구되는 차세대 HBM의 경우, 추가 기능을 포함할 수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을 거쳐야 할 가능성이 크다. HBM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로직다이' 역시 첨단 파운드리 공정으로 제작해야 HBM의 전력 소모를 줄이고 성능을 높일 수 있다.

자체 파운드리 역량이 부족한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을 선택했다. HBM4부터는 타사와의 협력을 통해 파운드리 공정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력 협력 후보로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거론된다. TSMC는 AI 반도체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와 이미 탄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TSMC와의 협력이 현실화할 경우,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영향력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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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2023년 8월 공개한 HBM3E 제품/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3E 제품 사업화와 HBM4 개발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내년부터 HBM4 샘플링 작업에 착수하고, 내후년에는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HBM4의 로직다이 생산은 자체 보유한 파운드리에 맡길 방침이다.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첨단 패키지 등 자체적인 생산 역량의 '시너지'를 창출, HBM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한편 국내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촉발된 차세대 HBM 선점 경쟁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반까지 확산하고 있다. 현재 HBM 시장 3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 마이크론이 대표적인 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 5세대 HBM인 'HBM3E' 시제품 출하를 마쳤으며, 올해부터 이를 본격 양산할 예정이다. 한국 기업이 대거 포진한 HBM 시장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차세대 HBM으로 승부수를 건다는 전략이다.

멈추지 않는 반도체 '미래 먹거리' 탐색

생성형 AI 열풍이 낳은 반도체 경쟁은 HBM에서 끝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D램의 확장성을 무기로 삼은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기술을 HBM의 뒤를 이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CXL은 다수의 메모리 반도체를 연결해 거대한 공용 메모리 풀(pool)을 형성,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GPU △저장장치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터페이스다. 서버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메모리 용량을 늘릴 수 있어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초고속 데이터 처리를 위한 차세대 인프라로 평가된다.

CXL 기술을 활용하면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AI 시장에서 HBM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HBM 분야의 선두 주자가 SK하이닉스가 아닌 삼성전자라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5월 세계 최초로 CXL 기반 D램 기술을 개발했으며, 지난해 12월 업계 최초로 기업용 리눅스 1위 기업 레드햇과 CXL 메모리 동작 검증에 성공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다음 달 삼성전자가 차세대 CXL 솔루션을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삼성전자의 뒤를 뒤쫓는 SK하이닉스는 2022년 8월 DDR5 D램 기반 첫 96GB CXL 메모리 솔루션 샘플을 개발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업계 최초로 CXL 기반 연산 기능을 통합한 메모리 솔루션 CMS 개발에 성공, 이를 'OCP 글로벌 서밋 2022'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OCP 글로벌 서밋 2023'에서는 CMS 2.0을 포함한 SK하이닉스의 CXL 솔루션 3종이 베일을 벗었다. HBM·CXL을 중심으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업계는 치열한 경쟁이 시장에 불러올 변화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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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인플레 3% '요지부동', 안정성 압박에 금리 인하도 '먹구름'

기대인플레 3% '요지부동', 안정성 압박에 금리 인하도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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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인플레 2%대 '요원', "체감 물가 높은 탓"
금리 인하 시기 '불투명', Fed "시장 예상보다 시기 늦어질 수도"
한은 "물가 2% 수렴 불확실, 대외여건 변동성 확대될 수도"
market_financial_20240202

소비자 물가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두 달 연속 3.0%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 둔화에도 생활물가가 여전히 높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완화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시장에선 금리 인하 가능성에 먹구름이 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시장의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지만,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안정성 저하가 가시화하고 있다.

기대인플레 두 달 연속 3%, CCSI는 0.3p 상승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4년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과 같은 3.0%를 기록했다. 2022년 7월 4.7%까지 상승했다 점차 둔화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3%대를 유지하며 안정화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소비자물가지수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설을 앞두고 농산물, 외식 등 먹거리 관련 체감 물가가 높게 나타나다 보니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크게 떨어지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 약화로 시장금리 하락세가 진정되면서 1p 오른 100을 기록했다. 지수가 100이라는 건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 대답한 사람과 내릴 것이라 대답한 사람의 비중이 같았음을 의미한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과 같은 92로 집계됐다. 매매가격 하락세가 지속됐으나 신생아 특례대출 시행, GTX 연장·신설계획 등 부동산 정책의 영향으로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의 경우는 101.9로 전월보다 0.3p 상승했다. CCSI는 지난해 9∼12월 내내 100선을 밑돌다가 지난달 101.6으로 오른 이후 두 달 연속 100선을 상회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로,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황 팀장은 "물가 상승률 둔화가 지속되고 수출 개선 흐름이 나타나면서 CCSI가 소폭 상승한 것"이라고 전했다.

금리 하락 기대감 우하향, 시장 불안↑

이 같은 지표 발표에 시장은 다소 불안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3%대를 거듭 유지하는 모양새가 연출된 탓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하지 않는 이상 금리 인하는 요원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통상 금융당국은 2%대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이상적인 비율로 본다.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2% 선에서 안정시키고 싶은데 물가 오르는 것뿐 아니라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변하고 있느냐를 주요하게 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3%가 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을 2%대로 안정시켜야 한다고 직접 강조하기도 했다. 월별 물가 상승률뿐 아니라 물가에 대한 소비자 기대 심리 변화도 중요하다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4일 올해 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언제 금리를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Fed 목표인) 2%까지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을 더 갖고 싶다"고 전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 하락이 가시화하지 않는 이상 금리 인하를 타진하긴 어려울 것이란 입장을 확고히 나타낸 셈이다.

현재로서는 금리를 너무 빨리 내렸을 때의 위험이 늦게 내렸을 때보다 더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너무 빨리 움직이면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목표치인 2%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더 크다. 경제가 강세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너무 늦게 내리는 경우 경기 침체가 올 수도 있지만, 현재 경제는 매우 좋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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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Fed 의장의 모습/사진=Fed 유튜브 캡처

고금리 기조 장기화 가능성에, "이대론 안 돼"

이런 가운데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목표 수준인 2%에 수렴하는 시기와 관련해 다양한 불확실성 요인이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전문가와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서 물가 둔화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은 것이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한은은 "전문가와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각각 3.0%, 3.4%로 올랐는데, 상대적으로 넓은 범위의 정보를 통해 형성되는 전문가의 기대인플레이션까지 상승한 건 '물가상승률 둔화에 소요되는 기간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물가에 둔화 흐름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지만, 목표 수준인 2%에 수렴하는 시기는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게 한은이 내린 결론이다.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구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글로벌 무역체제가 분절화하고 기후변화로 친환경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외여건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여러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고금리 기조가 누그러지지 않고 이어질 경우 시장체계 전반이 어그러질 수 있단 불안감이 높아진 영향이다. 일각에선 물가안정목표 달성 기간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단 주장도 나온다. 한은은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간을 명시하지 않고 '중기적 시계에서 목표를 지향한다'고만 하고 있는데,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기간이 늘어나자 구체적인 정책 시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다만 한은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특정 시기 내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중앙은행의 신뢰성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듭된 불안정성 증가에 시장과 금융당국 사이 간극이 고착화되면서 지지부진한 갈등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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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아래 '디플레 위기'까지, 중국 경제 적신호에 세계시장도 '어영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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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경기 침체, 중국에서도 부동산 수요 '급락'
중국 당국, 해결책으로 사회주의 내세웠지만 전문가들은 "글쎄"
미국발 제재에 힘 못 쓰는 중국, "미국서도 위기관리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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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매시장에 혹한기가 도래했다. 고금리 기조와 건설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부동산 수요가 많은 중국과 홍콩에서도 경매시장의 어려움이 확인된다. 대체로 부동산 경매 건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유찰 횟수와 최저 입찰가는 현저히 하락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선 디플레이션 위기에 대한 우려도 쏟아진다. 중국발 디플레가 장기화할 경우 세계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미국 등 중국 외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매시장 '혹한기', '뚝뚝' 떨어지는 최저 입찰가

18일 중국부동산분석기관 중즈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 경매에 나온 중국 부동산은 총 79만6,000건으로 전년 대비 36.7%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낙찰된 부동산은 14만9,000건에 그쳤다. 전년 대비 15.7% 늘어나긴 했지만 전체 매각 물건과의 비중을 따져보면 18.7% 정도의 수준이다. 종류별로는 주택이 가장 많았다. 주택 경매 물량은 38만9,000건으로 전년 대비 43% 급증하면서 전체 경매 물건의 48.9%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주택 경매 물량의 낙찰률은 25.4%로 작년 대비 오히려 5.5% 줄었다. 지역별로는 대개발의 거점으로 꼽히는 충칭(1만2,431건)을 비롯해 쓰촨성 청두와 허난성 정저우, 광시성 난닝, 후난성 창사 등에서 경매 물건이 많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들였으나 중국 정부가 투기 과열 억제를 위해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경제 부진이 겹친 영향으로 소득마저 감소하게 되면서 원금과 이자 상환 능력이 저하된 기업과 개인 소유 부동산이 경매시장에 나온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가격 회복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서서히 낮아지는 모양새다. 실제 평가액이 2억4,600만 위안(약 448억원)에 달했던 베이징 퉁저우의 초호화 단독주택인 ‘리궁’은 유찰을 거듭하면서 최저 입찰가가 평가액의 절반 수준인 1억3,800만 위안(약 252억원)으로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리궁'의 경우 최저 입찰가의 거듭된 하락에도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입찰가 하락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전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싼 홍콩도 올해 1분기 토지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홍콩 정부는 "토지 입찰에 대한 시장 심리가 가라앉고 공실률이 높아졌다"며 "주거용 토지와 상업용 용지를 매물로 내놓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홍콩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민간에 토지의 장기 사용권을 경매를 통해 배부하는데, 홍콩 정부가 주거용 및 상업용 토지를 판매하지 않겠다 선언한 건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지난해 홍콩 정부는 12개 필지에 대한 경매를 개시했는데, 이 중 실제 경매가 진행된 건 5개 필지에 불과했다. 1개 필지엔 1명만 입찰해 최저가에 낙찰됐고, 나머지 6개 필지는 모두 유찰됐다. 경매시장의 현주소가 명확히 드러나는 사례다.

시장 침체 해법은 '사회주의'?

시장 침체가 가시화하자 중국이 내놓은 해법은 '사회주의식 대책'이다. 정부 당국이 직접 시장에 개입해 주택 임대와 판매에 나서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 구체적으로는 국유기업 등을 통한 정부의 저비용 임대·판매 주택을 현재 주택 재고량의 5% 수준에서 최소 30%로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결국 중국 정부가 최근 민간 경제 부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간 강조해 온 '공동부유' 정책과도 맥이 닿는다.

다만 중국식 대책 마련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소 냉랭하다. 지나치게 사회주의 이상적인 정책이라는 것이다. 가장 문제로 꼽히는 건 재원 마련이다. 중국 당국의 대책이 그대로 실현되기 위해선 향후 5년간 매년 2,800억 달러(약 373조원)씩 총 1조4,000억 달러(약 1,863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러잖아도 부채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중국 입장에선 현실성이 없다. 앞서 중국 재정부는 작년 말 지방정부의 부채 잔액을 40조7,373억 위안(약 7,539조원)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으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서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겨진 부채’가 7조~11조 달러(약 9,100조~1경4,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당국이 생각하는 '이상'은 있지만 이를 실현하려는 '능력'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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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디플레이션' 가시화, "미국이 나서야"

중국 당국이 사실상 빈 통만 휘젓고 다니는 사이, 중국 내 디플레이션 문제는 악화 일로를 겪는 모습이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따른 소비 감소세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밝힌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올 1월 중국의 CPI는 전년 동기 대비 0.8% 하락해 지난 2009년 9월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중국 CPI는 지난해 7월 2년 5개월 만에 처음 마이너스로 전환한 이후 완만한 내림 곡선을 그려왔는데 올해 들어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돼지고기 -17.3%, 채소 -12.7% 등 식료품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명절 필수음식인 돼지고기 소비량이 줄어 가격이 급락한 것은 중국의 심각한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인들의 지갑이 갑작스레 닫히기 시작한 데엔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이 컸다. 과거 부동산 자산을 믿고 씀씀이를 키웠던 소비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헝다그룹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등을 거치며 시장 거품이 꺼지자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미 경제자문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론적으로는 제품 가격이 낮아지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져야 하지만 중국에선 그렇지 않다"며 "중국 경제가 이미 디플레이션에 직면했으며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중국인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줄어드는 수입을 어떻게 충당할지 혹은 추가 수입을 어떻게 지출할지에 대한 기준이 훨씬 엄격해졌다"며 "중국은 더 이상 판매자 중심의 시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 입장에서 '디플레 잡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른 셈이다.

한편에선 중국의 디플레이션 쇼크 해결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경기 침체의 배경에 미국의 강력한 제재 원칙의 영향이 적지 않은데, 이로 인해 중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경기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세계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만큼 디플레이션에 따라 수출 가격 하락과 통화 약세가 가시화한다면 세계 경제에 주요 디플레이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당장 인플레이션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인플레 개선을 넘어 국제 에너지 및 식품 가격 하락 등 경기 침체를 가속하는 방향으로 '크로스' 되는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자극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한 경제 전문가는 "미국의 제재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중국은 미국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임을 부정할 수 없다"며 "중국의 저물가는 미국의 수입 물가를 낮추고 미국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여 미국 내수 수요를 증가시킴으로써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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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이지 않는 테마주 유행, 국내 증시의 위험천만 '폭탄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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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경고종목 지정 전년 대비 2배 급증, 테마주 열풍 영향
초전도체부터 반도체·정치까지, 테마주 '이상과열' 어쩌나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따라 요동치는 저 PBR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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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한국거래소의 '투자경고종목' 지정 건수가 폭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증시를 휩쓴 '테마주 열풍'이 줄줄이 시장 과열을 야기한 결과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에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건수는 총 36건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17건)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꾸준히 테마주 투자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 유행에 의존한 단기 투자 수요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양상이다.

테마주 중심으로 투자경고종목 급증

한국거래소는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는 종목,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종목 등의 '이상과열(Irrational Exuberance)'을 막기 위해 시장경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투자경고종목'은 시장경보제도 중 2단계에 해당하는 조치로, 지정 시 위탁증거금을 100% 납부해야 해 주식을 외상으로 매입하는 '미수거래'가 제한된다. 신용융자를 활용한 매수도 불가능해진다. 투자경고종목 지정 이후 2일 동안 주가가 40% 급등할 경우 3단계인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 매매가 정지된다.

한국거래소가 비정상적 가격 급등을 경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초단타 수익'을 노린 개인 투자자가 몰리며 이상과열이 발생할 경우, 주가가 순식간에 치솟았다가 급락하며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증시를 달군 초전도체 테마주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파워로직스, 신성델타테크, 씨씨에스 등 다수의 초전도체 테마주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 중 전날 거래가 정지된 씨씨에스는 초전도체를 연구한 것으로 알려진 권영완 교수를 영입하며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됐고, 이후 주가 급등락을 이어가며 엄청난 변동성을 보였다. 이달 들어선 주가가 1,109원에서 4,630원으로 4배 이상 치솟기도 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 역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디티앤씨알오, 대상홀딩스우, 와이더플래닛 등 이른바 '한동훈 테마주'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해당 종목들은 회사의 경영진 또는 사외이사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한동훈 테마주로 분류됐다. 이달부터 금융감독원이 투자위험이 높은 정치 테마주 흐름을 주시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단기 투자 수요는 좀처럼 식지 않는 양상이다.

어제오늘도 '경고' 쏟아졌다, 아슬아슬한 증시

최근 수일 사이에도 다수 종목에 대한 투자경고종목 지정 예고 소식이 전해졌다. 14일 한국거래소는 장 마감 후 '초전도체 테마주'로 꼽혔던 파워로직스의 투자경고종목 지정을 예고했다. 지난 13일 종가가 15일 전날 주가 대비 100% 이상 치솟으며 이상과열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매출로 인한 호실적이 '초전도체' 테마 기업을 주시하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것으로 보인다.

15일에는 반도체 테스트 분야 부품 및 장비 제조기업 티에프이가 투자경고종목 지정 예고를 받았다. 지난 14일 종가가 1년 전의 종가 대비 200% 이상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IBK투자증권 측은 "반도체 업황 회복이 티에프이 패키지 테스트 부품의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티에프이의 미래 매출 성장을 점친 바 있다. 이 같은 긍정적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자 사이 새로운 '유행'이 발생, 매수 수요가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종목은 차후 투자경고 지정 예고일로부터 10거래일 내에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본격적으로 '투자경고종목'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눈에 띄는 부분은 이들 종목 역시 초전도체, 반도체 등 특정 '테마'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시장 유동성이 줄어든 가운데, 기업의 복합적인 성장 가능성이 아닌 단편적인 이슈·테마만을 따라가는 단기 투자 유행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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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저 PBR'주다? 끝나지 않는 악순환

연초 증시를 달궜던 초전도체 테마주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 사이 테마주 열풍은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 소위 '저 PBR'주가 새로운 유행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부의 밸류업(Value Up, 기업가치 제고)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수혜가 예상되는 저 PBR 종목에 무분별한 매수 수요가 쏠리는 모습이다.

저 PBR 종목의 과열 양상은 국내 증시 내 변동성 완화 장치(Volatility Interruption, VI) 발동 횟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코스피·코스닥시장 내 정적·동적 VI 발동 횟수는 총 4,988회에 육박했다(지난 2일 기준). 이는 전년 동기(3,260회) 대비 53% 급증한 수준이다. VI는 개별 종목의 체결 가격이 일정 범위를 벗어날 경우,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해 비정상적인 과열 현상을 완화하는 일종의 가격 안정화 조치다.

문제는 최근 한 달간 VI 발동이 은행·보험과 지주 종목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은행·보험과 지주 종목은 대표적인 저PBR주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소식이 전해진 이후 줄줄이 신고가를 경신하며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저 PBR주 투자 역시 일종의 '테마주 유행'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가치 제고 여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저 PBR' 테마에 맞춰 무작정 투자를 단행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험천만한 테마주 '폭탄 돌리기'는 유사한 형태로 반복되며 오늘도 국내 증시를 좀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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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도 내려야 하고, 마진도 챙겨야 하고" 불붙은 글로벌 전기차 경쟁, 후발 주자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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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압박 시달리는 르노·스텔란티스, 비용 절감에 속도 낸다
"이대로 가단 다 죽는다" 과열되는 전기차 시장 내 가격 경쟁
테슬라·BYD 점유율만 성장한다? 추격 기업들 성장세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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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의 후발 주자인 르노와 스텔란티스가 대대적인 비용 절감 의지를 밝혔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반이 침체기를 맞이한 가운데, 가격 경쟁 및 실적 악화의 압박이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의 신차 구매 수요가 중국 BYD·미국 테슬라 등 전기차 '양강 기업'으로 쏠리는 현재, 이들 후발 주자 기업들은 점유율 하락 추세를 떨쳐내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어떻게든 비용 줄여라" 후발 주자 비상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소비자 수요 둔화로 인한 '침체기'를 맞이한 상태다. 다수의 전기차 제조 업체가 성장 둔화 위기를 맞닥뜨렸다는 의미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 기업들이 시장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도 일종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 수요를 잡기 위해서 보다 저렴한 차량을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이 업계 전반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 후발 주자인 르노와 스텔란티스의 경우, 신규 모델 개발 비용 부담과 시장 침체의 타격을 동시에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15일(현지시간)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2027년까지 가솔린·하이브리드 모델은 30%, 전기차는 40%까지 제조 비용을 줄이겠다”며 “비용 절감에 대한 강박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영업이익률 가이던스(목표치)는 지난해(7.9%)를 소폭 밑도는 7.5% 수준으로 제시했다. 전기차 업황 악화, 시장 기대를 밑돈 지난해 실적 등이 마진 압박을 가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텔란티스의 지난해 연간 실적은 호조였다. 순이익은 지난해(168억 유로) 대비 11% 증가한 186억 유로(약 26조6,000억원), 매출은 전년(1,796억 유로) 대비 6% 증가한 1,895억 유로(약 271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나탈리 나이트 스텔란티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부터 금리와 원자재 가격이 낮아지면서 마진 개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지만,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격동의 해’가 도래할 것"이라고 발언, 차후 업황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전기차의 낮은 마진이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추후 비용 절감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기차 가격 경쟁, 이대로는 못 버틴다?

이들 기업이 거대한 '비용 절감' 압박에 시달리는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 내 가격 경쟁에 있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 인하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테슬라는 최저가 2만5,000달러 수준(추정치)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인 암호명 '레드우드'를 2025년 중반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BYD를 필두로 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 역시 가격 경쟁력을 필두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후발 주자 기업 역시 시장 내 가격 경쟁에 속속 참전하는 추세다.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10월 저가형 전기차 시트로엥 e-C3를 공개하고, 시작 가격을 2만3,300유로(약 3,330만원) 선에서 책정했다. 대표적인 '가성비' 전기차 브랜드로 꼽히는 BYD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가 4,400만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당시 업계는 스텔란티스가 중국 전기차 업체를 필두로 벌어진 가격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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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e-C3 모델/사진=스텔란티스

문제는 이 같은 과감한 가격 경쟁이 후발 주자 기업에 '승기'를 안겨줄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는 점이다. 전기차의 생산 비용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40%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분한 비용 절감 없이 가격 경쟁력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기업 측이 생산 비용 상승에 대한 부담을 온전히 뒤집어쓰며 실적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CEO는 "더 저렴한 전기차를 만들려는 경쟁(rush)이 '피바다'로 끝날 것"이라며 현 시장 상황에 대한 비관적 견해를 내치기도 했다.

'양강 기업' 제외하면 지지부진, 경쟁의 결과는

실제 전기차 시장 후발 주자들의 노력은 아직 빛을 보지 못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인도량 기준 시장 점유율은 1위는 BYD(20.5%)였다. BYD는 전년 대비 100만 대 증가한 288만 대를 고객에게 인도, 자그마치 58.3%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2위 테슬라(점유율 12.9%)는 180만 대의 전기차를 고객에게 인도해 37.7%의 성장률을 보였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1·2위를 제외한 여타 전기차 기업의 점유율 추이다. 3위 폭스바겐그룹의 지난해 점유율은 7.1%로, 전년 대비 0.7%p 감소했다. 4위인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의 지난해 점유율 역시 전년 대비 1.3%p 미끄러진 6.5%에 그쳤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지난해 아이오닉 5·6, EV6, 니로, 코나 등의 모델을 앞세워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56만 대를 판매했으나, 시장 점유율은 4.0%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다.

6위를 기록한 스텔란티스의 시장 점유율은 4.6%에서 4.0%까지 미끄러졌다. 성장률 역시 상위권 업체 대비 부진한 16.2%에 그쳤다. 르노는 전기차 인도량 순위 10위권 내에 아예 이름도 올리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위 업체들의 점유율·인도량이 꾸준히 성장하는 가운데, 이들 기업의 뒤를 '추격하는' 업체들은 지지부진한 경쟁을 이어가며 점유율을 잃어가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현 시장 상황이 고착화할 경우 수년 내로 전기차 업계 내 '적자생존'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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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펀드' 강자 블랙록, 가라앉은 미국 시장서 날아올랐다

'ESG 펀드' 강자 블랙록, 가라앉은 미국 시장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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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외면받는 미국 ESG 펀드, 순환매 역대 최저치 기록
기술주 앞세운 패시브 투자 먹혔다, 순항하는 '블랙록표' ESG
블랙록도 고소당했다? 대선 앞두고 심화하는 공화당의 반 ESG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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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가 시장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펀드리서치 업체 모닝스타(Morningstar)를 인용, 블랙록의 ESG 펀드 운용자산(AUM)이 2022년 초부터 지난해 말까지 53%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공화당의 반(反) ESG 공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고금리 기조 등 악재가 쌓이며 ESG 투자 시장 전반이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기술주를 앞세운 패시브 투자 전략을 통해 투자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ESG 투자 시장의 혹한기

지난해 미국 ESG 투자 시장은 본격적인 혹한기를 맞이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ESG 펀드 고객들은 자그마치 51억 달러(약 6조8,187억원)를 인출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인출 금액(27억 달러)의 2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일본 투자자들 역시 12억 달러(약 1조6,044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인출했다. 최소 63억 달러가 관련 시장에서 유출된 셈이다. 모닝스타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지속가능펀드 시장에서는 약 25억 달러의 순환매가 발생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ESG 투자자 이탈의 원인으로는 공화당의 정치적 공격이 지목된다. 미국 공화당은 2020년부터 반 ESG 운동을 펼쳐왔으며, 지난해에만 미국 전역에서 약 150건의 반 ESG 법안을 발의했다. 뉴햄프셔주에서는 정부 기관이 ESG 요소를 '고의로' 고려해 투자를 단행할 경우 최대 징역 20년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ESG 움직임을 범죄로 규정하며 극단적인 반 ESG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일반 펀드 대비 저조한 재무 수익률 역시 문제로 꼽힌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화석 에너지 기업 수익이 급격히 증가하자, 친환경·신재생에너지 대형주들의 주가는 줄줄이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1년간 S&P500 지수가 19.75% 상승하는 동안 S&P 글로벌 청정에너지 지수는 28.49% 하락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ESG 투자 시장 전반에 찬 바람이 몰아치고 있음에도 불구, 블랙록의 ESG 펀드는 '나 홀로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나 홀로 질주' 이어가는 블랙록 ESG 펀드

지난해 4분기 블랙록의 ESG 펀드는 47억 달러에 달하는 순유입을 기록했다. 블랙록의 최대 ESG 펀드 중 하나인 'ACS 미국 ESG 인사이트 주식 펀드'의 지난 12개월간 수익률은 20.17%에 육박한다. '아이셰어즈 MSCI 미국 ESG ETF' 수익률 역시 19.4%로 20%에 육박했으며, ACS 월드 ESG 인사이트 주식 펀드의 수익률도 15.4%로 준수한 편이다. 얼어붙은 시장 속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셈이다.

업계에서는 블랙록의 성공 비결로 '기술주 투자'를 지목한다. 블랙록은 풍력 발전,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힘을 싣는 대신 '친환경 정책'을 펼치는 기업의 주식을 대량 매수한 바 있다. 실제 엔비디아,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수의 기술주가 블랙록의 포트폴리오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신재생에너지 업황 변화에 손쉽게 좌우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ESG 펀드를 만들었다는 의미다.

우량주 중심으로 안정적 수익을 목표로 하는 패시브 투자 전략 역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분기 패시브 ESG 펀드에 213억 달러(약 28조4,397억원)가 유입된 반면, 액티브 ESG 펀드에서는 약 180억 달러(약 24조336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액티브 자산운용사가 줄줄이 실망스러운 성과를 내자, ESG 투자자들의 자금이 패시브 투자로 대거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블랙록의 ESG 펀드 중 85%는 패시브 펀드로 구성돼 있다. 패시브 펀드로 이동하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대거 흡수하며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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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반 ESG' 공세 버틸 수 있을까

다만 블랙록의 ESG 투자가 무조건적인 순항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공화당을 지지하는 21개주 법무장관들은 블랙록을 비롯한 자산운용사 53곳에 서한을 보냈다. 자산운용사들이 넷제로 이니셔티브(NZAM, Net Zero Asset Managers initiative)에 가입하는 등 고객의 재무적 수익보다 ESG를 중시, ESG 펀드에 가입하지 않은 투자자들에게도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매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 시즌에 맞춰 자산운용사 전반에 '반 ESG'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테네시주가 블랙록을 소비자 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기후행동 100+(Climate Action 100+)’과 NZAM에 가입한 블랙록이 전반적인 투자 정책에서 ESG 요소를 적용하는 범위와 정도를 정확히 표현하지 않았다는 구실이었다. 조나단 스크르메티(Jonathan Skrmetti) 테네시주 법무장관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블랙록이 비(非) ESG 펀드 기업들에도 기후그룹 가입 요구, 환경 목표 달성 압박, 투표권 행사를 통한 경영진 교체 등 부당 행위를 일삼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테네시주의 움직임 역시 공화당 중심의 반 ESG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화당이 자산운용사를 향한 반 ESG 공세를 이어가며 ESG 자체를 정치적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테네시주는 전형적인 남부의 공화당 지지주로, 현재 공화당 소속 윌리엄 빌 리(Bill Lee) 주지사가 재임 중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의 반 ESG 기조가 점차 심화하는 가운데, 블랙록의 ESG 펀드는 현재의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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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대신 ‘칼바람’ 부는 월스트리트, 모건스탠리 또 인원 감축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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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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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지는 경기침체의 그림자, 지난해 이어 올해 또 직원 해고
수익 저조한 자산관리 부문 직원이 대상, 전체 인력의 1% 미만
"불황에 장사 없다" IPO·M&A 시장 얼어붙자 IB 실적 곤두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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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감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지난해 3,000여 명을 감원한 데 이어 올해도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WM) 부문의 인력 감축에 돌입한다. 감축 인원은 전체 인력의 1% 미만에 해당하는 수백 명 규모로 예상된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로 인해 코로나19 이후 활발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된 데다 IB 부문의 성장이 둔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비용 절감 위해 WM 부문 수백 명 해고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건스탠리가 비용 절감을 위해 WM 부문에서 수백 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감원 대상 직원들은 이르면 이번 주 내에 통보받을 전망이다. 감원 대상은 4만 명에 약간 못 미치는 WM 사업부 인력의 1% 미만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해고 명단에는 고객들과 대면하지 않는 직원뿐 아니라 소수의 매니징디렉터(MD), 상무 등 관리급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감원 조치는 지난 1월 취임한 테드 픽 신임 최고경영자(CEO)의 첫 번째 주요 행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WSJ는 모건스탠리의 WM 부문이 최근 연이은 대규모 인수를 통해 수익 원동력이 됐고, 지난해 이트레이드와의 합병이 완료됨에 따라 중복되는 직책과 업무를 정리 중이라고 감원 배경을 전했다. 

약 5조 달러(약 6,666조원)의 자산을 관리하는 WM 부서는 모건스탠리 총수익의 50%를 책임지는 주요 부서다. 이는 2010년 26%보다 대폭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제자리걸음 하는 등 성장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순 신규자산도 감소하는 추세다. 여기에 외국인 고객의 돈세탁 방지 시스템 등과 관련한 규제 조사 등 여러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더욱이 모건스탠리 주가도 올해 들어 약 10% 하락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에도 3,000명 짐 쌌는데

모건스탠리는 지난 2022년 12월에도 전체 인력의 약 2%에 해당하는 1,600명 규모의 해고를 단행한 바 있다. 앞서 2020년 투자운용기업 이튼밴스(Eaton Vance)를 70억 달러(약 9조2,4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사세를 확장하는가 하면 2020년 1분기부터 2022년 3분기까지 인력을 34%가량 증원하기도 했지만, 경기 침체 우려와 실적 악화가 겹치자 결국 몸집 줄이기를 결정한 것이다. 

감원 칼바람은 불과 5개월 후인 지난해 5월에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 모건스탠리 직원 8만2,000여 명의 5% 수준인 3,000명이 짐을 쌌다. 앞서 2022년 구조조정 당시 추가 감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고금리로 시중에 현금이 메마르고 주식·채권 발행과 M&A 등 기업 금융 부문 침체가 심화하자 업황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인력 감축 방침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듯 시장 침체가 길어지자 지난해 후반부터 긴축에 나섰던 월스트리트 은행들은 이제 추가 감원을 통해 비용을 더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모건스탠리 연이은 감원을 두고 “마른행주 쥐어짜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월스트리트에 부는 감원 칼바람은 빅테크 기업들의 감원보다 조금 더 일찍 시작됐다. 2022년 9월 골드만삭스가 성과가 미흡한 직원들을 걸러내는 방식으로 감원을 시작했고,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월스트리트의 다른 대형 은행들도 이같은 방식을 따랐다. 그러다 같은 해 11월 메타플랫폼스가 대규모 정리해고를 감행하자 월스트리트 은행들의 감원도 본격화했다. 골드만삭스는은 지난해 1월 추가 감원을 단행했고, 씨티그룹과 BOA도 수백 명의 인원 감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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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건스탠리

IB, WM 부문 실적 악화에 4년 만에 최저 순이익 기록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IB들은 일자리를 6만2,000개 가까이 축소했다. 경기 둔화 속에 IPO와 M&A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글로벌 IB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특히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4년 만의 최저 실적을 냈다. 시장 호황기에는 은행을 먹여 살리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던 IB와 부유층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WM 부문이 고전하면서 순익을 갉아 먹은 것이다. 먼저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전년 대비 18% 감소한 순이익 91억 달러(약 12조1,940억원)를 기록했는데, 이 중 IB 및 무역 부문의 이익이 약 3분의 1 감소했다. 골드만삭스의 지난해 순이익도 전년 대비 24% 감소한 85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성적표가 엇갈린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연간 성적은 부진했지만 4분기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4분기 자산관리, 주식 거래 사업이 성장세를 이끌며 순이익 20억 달러(약 2조6,796억원)를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수치로, 블룸버그가 조사한 분기 순이익 15억 달러(약 2조97억원)를 크게 상회했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 15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22억 달러(약 2조9,489억원) 대비 약 32% 감소한 수치다. 핵심 사업인 WM 부문의 실적 하락과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전체 성적표는 부진했으나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올해 실적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픽 모건스탠리 CEO는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 경제 방향에 큰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2024년을 자신 있게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M&A와 IPO 파이프라인 구축, 이사회 신뢰도 향상, 소매 및 기관 고객의 긍정적인 분위기 등 증거를 기반으로 앞으로도 건설적인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도 "올해 상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연착륙에 대한 낙관론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골드만삭스는 미처리 수주 잔고에 반영된 전략적 활동에서 잠재적인 부활의 징후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사모펀드(PE), 사모신용, 부동산 등 핵심 전략 사업에서 2,250억 달러(약 3,014조원)의 자금 조달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당초 올해 말까지 이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연말까지 2,510억 달러(약 336조원)를 조달하는 것으로 목표를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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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시장 전망치 한참 웃돈 미국 물가상승률에 금리 인하 가능성 ‘또’ 미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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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월 CPI 상승률 전망치 2.9%→실제 3.1%
전월 대비 0.6% 오른 주거비가 상승 견인
금리 인하 가능성 옅어지며 시장 분위기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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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와 비교해 3.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이 절정에 달했던 2022년 9%대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 초반까지 둔화됐지만, 2%대로 떨어질 것을 기대했던 시장의 예상치는 크게 빗나간 모습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물가 목표치로 2%로 제시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조치도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다.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며 연일 고공 행진을 이어 오던 주요 주가지수는 급락세를 그리며 시장의 실망감을 대변했다.

연준이 제시한 물가 상승률과 1%p 넘는 격차

1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1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상승률인 3.4%보다는 다소 둔화했지만, 당초 시장의 전망치인 2.9%와 비교하면 0.2%p 높은 수준이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6월 9.1%로 최고점을 기록한 후 조금씩 안정화를 찾아가고 있지만, 연준이 목표치로 제시한 2%에 근접하기까지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상황이다.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은 0.3%로 12월 월간 대비 상승률(0.2%)보다 소폭 오른 가운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가 전년 대비 3.9% 오르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상승률과 같은 수치지만, 당초 전문가 예상치(3.7%)를 웃도는 결과다. 전월 대비 근원 CPI 상승률 역시 0.4%로 전문가 예상치(0.3%)를 상회했다.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며 높은 수준을 유지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주된 원인으로는 지속적인 상승세에 있는 주거비가 꼽힌다. 1월 미국 주거비는 전월 대비 0.6% 오르며 1월 상승분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했다. 최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료 상승률 둔화 움직임이 포착되긴 했지만, CPI 산정에 시장 상황이 반영되기까지는 일정 기간 시차가 필요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물가 상승률 둔화세가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면서 증시는 약세를 나타냈다. 13일(현지 시각)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24.63포인트(1.35%) 하락한 38,272.75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또한 전장 대비 68.67포인트(1.37%) 내린 4,964.17에 장을 마감해 지난 9일 5,000선을 돌파한 지 불과 2거래일 만에 다시 5,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반도체 기술주 중심으로 고공행진을 이어 오던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6.95포인트(1.80%) 떨어진 15,655.60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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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휩쓴 실망감에 증시는 약세·채권 금리는 급등

이같은 증시 약세의 배경에는 물가 안정과 함께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의 실망이 짙게 깔려 있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위해서는 물가 상승 압박이 해소돼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연준이 제시한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와 차이가 커 완화 행보를 취하기에 부적절하다는 분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 관련 질문에 “지금 가장 신중히 해야 할 것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우리가 제시한 2%에 수렴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예상을 넘어선 CPI 수치와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하자 채권금리가 급등했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3일 오후 4시경 증시 마감을 앞둔 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32%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거래일인 12일 같은 시간과 비교해 15bp(1bp=0.01%포인트) 오른 수치며,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두 달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상보다 견고한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하 가능성의 무게를 낮췄다”고 진단하며 “당초 5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암시했던 금리 선물은 6월로 옮겨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가속 등 부작용 우려에 금리 인하 카드 ‘보류’

연준이 자국 경제에 충격을 주는 대규모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경기 침체가 임박한 신호가 포착될 경우에 한해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선언했다는 점도 금리 인하 시점을 미루는 요소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12월 19명의 위원 중 2명을 제외한 모든 위원이 2024년 최소 1회 이상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다만 그 요인으로 ‘경제에 충격을 주는 부정적 사건 발생’과 ‘경기 침체에 앞선 선제적 대응’ 두 가지를 꼽았다. 경기 침체에 앞선 선제적 대응의 일환에서 단행되는 금리 인하는 경기 사이클의 중간 조정에 해당한다.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3월 진행한 1.25%p 금리 인하가 대표적 예다. 당시 연준은 긴급회의를 통해 이같은 결론을 도출하며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초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미국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계획된 만큼 지금과 같은 높은 물가 상황에서는 도리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역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저스틴 와이드너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함에 따라 실업률이 대폭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짚으며 “이와 같은 전망이 현실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하에서만 금리 인하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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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살리는 '제조업 르네상스', IRA에 '목줄' 달린 전기차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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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전기차 공장 가동 앞당긴 현대차, IRA 영향 고려한 듯
"최근 미국 시장 점유율 높아, 공장 가동 후 성장세 기대"
미국 제조업 기반 부활시킨 IRA, 정작 한국은 '영양실조'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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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의 미국 내 전기차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올해 10월 본격 가동된다. 당초 목표였던 2025년 상반기보다 공장 가동을 앞당겨 당장 4분기부터 미국 시장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를 받겠단 목표다. 보조금에 따른 전기차 판매율 편차가 적지 않은 만큼 IRA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올해 내 HMGMA 본격 가동

13일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현대차는 IRA에 따른 미국 세액공제(보조금) 혜택을 더 빨리 받기 위해 예정보다 3개월 이상 앞서 조지아주에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 단지를 개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미주대권역담당 사장은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연방정부의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 공장 가동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고 있어 시기를 앞당기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새로운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IRA에서 규정한) 한 대당 7,500달러 수준의 세액공제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현대차는 2022년 10월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미국 내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건설에 착수했다. 당초 완공 목표 시기는 2025년 하반기였으나, 이후 같은 해 상반기로 앞당기더니 이번엔 2024년 4분기부터 생산에 들어간다고 못을 박았다. IRA 규제에 따른 손해를 하루빨리 덮어내겠단 취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선 2022년 8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990만원)의 세액공제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IRA가 시행됐다.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은 대부분의 전기차를 국내에서 만들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이로 인한 타격이 적지 않았다. 당분간은 IRA와 관계없이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리스와 플릿(자동차를 법인, 렌터카, 중고차 업체 등 대상으로 대량 판매하는 것) 등 상업용 판매 채널에 의존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것만으론 시장을 견뎌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IRA '혹 떼기' 가속화, "성장세 이어갈 것"

최근 미국 시장에서 점차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IRA라는 혹을 빨리 떼버리는 게 더 이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자동차 평가업체 켈리블루북(KBB) 통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9만4,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7.9%의 점유율로 사상 첫 판매량 2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65만4,888대를 판매한 테슬라가 55.1%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지켰지만, 기존에 내연기관차를 판매해 온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전기차 신차를 현지에 내놓으면서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22년(65%)보다는 10%p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1년간 미국에서 7.1%의 점유율로 테슬라와 포드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IRA 시행으로 미국 전기차 판매량 톱5 브랜드 가운데 홀로 1,000만원에 가까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지 못해 사실상 '차포'를 뗀 상황에서도 판매 순위를 끌어올린 셈이다. 아직 테슬라에 비해 한참 모자라는 수준의 점유율이긴 하나, 1년 새 미국 전체 전기차 시장 판매성장률(46.3%)을 뛰어넘어 62.6%에 달하는 점유율 증가세를 보인 점은 괄목할 만하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IRA 규제를 달고도 성장을 이룬 건 큰 성과"라며 "올해 미국 내 전기차 전용 공장을 완공해 IRA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을 길이 다시 열리면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나가는 것도 마냥 꿈은 아니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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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례' 성장하는 미-한, "국내시장 고용 위축 우려"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공장 설립은 IRA 규제 해소, 전기차 판매량 증대 등 측면에서 확실한 이득이다. 다만 일각에선 "결국 국가적 측면에서 보면 IRA 하나로 미국에 양질의 일자리와 제조업 기반을 빼앗기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지난 1년간 미국 내 청정에너지 제조시설에 발표된 투자 계획 총 2,700억 달러(약 362조원) 중 절반에 가까운 1,300억 달러(약 174조원)가 전기차 분야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보조금 지급이라는 ‘당근’으로 한국·일본·유럽 등의 전기차·배터리 기업이 미국에 생산 공장을 짓도록 한 결과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은 공급망을 차근차근 정비해 나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전 세계에서 북미 지역의 배터리 생산능력 비중이 2022년 6%에서 2035년 31%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IRA는 향후 도래할 수십 년 국제 경제의 형태를 규정하는 법”이라 평가한 이유다. 

반면 미국이 공급망을 재편할수록 국내 고용시장은 출렁이기만 한다.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복원하면서 수혜를 봤던 우리 기업이 수출경쟁력 악화에 따른 생산라인 축소 위기에 직면한 탓이다. IRA에 따라 현대차그룹 등 국내 전기차 기업이 미국 시장 진출을 서두를수록 국내 기업의 고용 위축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형석 카이스트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 하에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겪으면서 자국 생산을 강조,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며 “공장증설이 완료되면 미국은 소비국이 아닌 생산국으로 입지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전 세계 주요 제조사의 시설 이전으로 미국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게 되면 대미수출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과거 원재료를 수입해서 중간재나 완성품을 공급하는 수출 방식으로는 더 이상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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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훈풍 타고 웃은 미국·일본 증시, 한국만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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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발표 3일 만에 주가 93% 급등한 ARM
日 닛케이225 지수 올해 들어 5.7% 상승
SK하이닉스 신고가 경신에도 韓 증시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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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서와 기업의 호실적이 연이어 발표되며 미국 주식시장에서 AI 반도체 관련 주식들이 급등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잠시 주춤했던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가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면서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AMD 등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전체 나스닥지수 상승세를 견인했고, ARM의 반도체 실적 호조가 힘을 보탰다.

ARM 필두로 줄줄이 신고가 새로 쓴 AI 반도체 기업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2일(현지 시각)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3% 급등한 148.97달러로 장을 마쳤다. 앞서 지난 7일 최근 분기(2024년 1월∼3월) 매출을 최대 9억 달러(약 1조1,948억원)로 예상하며 시장의 평균 예상치(7억7,800만 달러·약 1조329억원)을 크게 웃돈 데 따른 결과로, ARM의 주가는 실적 발표 후 단 3거래일 만에 93%가량 치솟았다. 이로써 ARM의 시가총액은 1,530억 달러(약 203조원)에 달하며 3위 인텔을 약 300억 달러 차이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ARM의 주력 제품 V9 아키텍처는 엔비디아 그레이스호퍼를 비롯해 MS 코발트, 아마존 그라비톤 등 다수의 AI 데이터센터용 CPU에 활용된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할수록 ARM 설계에 대한 수요 또한 늘어나게 된다.

ARM 외에도 다수의 AI 반도체 기업들이 신고가를 경신하며 시장의 봄날을 이야기했다. 엔비디아는 같은 날 전장 대비 4.17% 오른 주당 594.91달러로 거래를 마쳤고, MS, AMD, 브로드컴, 슈퍼마이크로컴퓨터 등 여러 기업이 이달 들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장 중 한때 1조8,200억 달러(약 2,416조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면서 아마존의 시가총액(1조8,100억 달러)을 추월하기도 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약 49% 상승했다.

이들 기업이 앞다퉈 신고가를 경신한 배경에는 AI 산업이 증시의 주도 테마로 등장했다는 점이 짙게 작용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2022년 등장한 생성형 AI ‘챗GPT’의 상용화를 꼽을 수 있다. 산업 현장 등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분야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AI를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 수요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TSMC 등과 접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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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 분모 ‘반도체’로 미국-일본 증시 강한 연동

일본 증시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AI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하며 시장의 상승세를 이끌면서다.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 어드반테스트와 도쿄일렉트론의 주가가 1월 초 대비 각 41.8%(4,615엔→6,547엔), 23.9%(24,005엔→29,755엔) 오르면서 도쿄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 225를 5.7%가량 끌어올렸다.

이들 기업 외에도 세계 최대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 신에츠화학과 숨코가 각각 연초 대비 3.1%(5,725엔→5,903엔), 11.2%(2,090.5엔→2,325.5엔) 올랐으며, 세계 3대 포토레지스트 생산업체인 도쿄오카공업 주가는 3,075엔에서 3,527로 14.7% 뛰었다. 자산운용사 픽테재팬의 이토시마 다카토시 전략가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 증시와 무관한 흐름을 보이던 일본 증시가 반도체주 강세를 계기로 미국 증시와 강하게 연동하는 본래 흐름으로 되돌아왔다”고 분석했다.

韓 반도체 기업, 시장 하방 압력에 기술력 입증 과제까지 떠안아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연이은 신고가 경신에 힘입어 시장 회복의 신호탄을 쏜 미국, 일본과 달리 국내 증시는 유독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차전지 관련주의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반도체 관련주의 상승세를 상쇄시킨 데 따른 결과다. 실제로 국내 증시는 13일 SK하이닉스가 장중 14만9,300원까지 치솟으면서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지만, 코스피 20위권 내 대형주인 LG에너지솔루션(-0.13%), POSCO홀딩스(-3.2%), 포스코퓨처엠(-2.3%) 등의 하락 폭이 큰 탓에 ‘SK하이닉스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기술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다. 메모리 반도체 및 설계 등 전통적 반도체 분야에서는 안정적인 기술력을 구축하고 있지만, 최근 가장 화두가 된 AI 및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서는 미국이나 일본의 기술력에 한참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반도체 산업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한국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은 평균 71점으로, 미국의 산업 경쟁력(100점)에 30% 가까이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안팎에서는 AI의 등장이 가져올 산업 혁신이 본격화하며 관련 반도체 주 강세 또한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1990년대 중반 아마존이 이끈 www(월드와이드웹) 기반 인터넷 상용화, 2000년대 애플의 아이폰 개발로 인한 IT 기기 대체에 이은 AI 혁명이 인간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던 분야 상당수를 AI로 대체할 것이란 예상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AI를 비롯한 자동화 붐으로 동일한 산출량에 투입되던 인적 노동량은 급감하고, 이를 통해 노동시장의 재구조화가 앞당겨질 것”이라며 “AI 확산의 최대 수혜자는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관련 업종을 꼽을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산업 전반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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