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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필벌 쇄신도 소용없나”, 부동산 PF 직격탄에 ‘사업 구조조정’ 나선 이마트

“신상필벌 쇄신도 소용없나”, 부동산 PF 직격탄에 ‘사업 구조조정’ 나선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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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이래 첫 적자 기록한 이마트, 체질 개선 착수
이명희 신세계 회장 직접 나서 고강도 인사 쇄신까지
부동산 PF 부실로 적자 낸 신세계건설이 이마트 발목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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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인적분할 후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쟁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펫샵 몰리스 사업부를 폐지하는가 하면 영화제작사를 청산하고 골프전문 매장도 종료를 결정했다. 지난해 신세계건설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모기업인 이마트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자 가망 없는 부실 사업을 정리하는 등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이마트 부실 사업 정리에 속도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마트는 전국 40여 개 골프전문숍 운영을 순차적으로 종료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한때 반짝 호황을 누렸던 골프 시장이 얼어붙자 결국 사업 철수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이마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골프숍 납품을 중단하고, 순차적으로 점포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재고 처리 상황에 따라 점포별 철수 시기는 상이하나, 오는 3월부터 시작해 6월까지 모든 지점 철수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앞서 지난해 9월, 2018년 설립한 영화제작사 ‘일렉트로맨 문화산업전문회사’를 청산한 데 이어 같은 해 말에는 애완동물 용품을 판매하는 전문 매장 몰리스(Molly’s) 사업부를 폐지하고 패션·테넌트사업부로 통합하기도 했다. 또한 점포 효율화 작업을 통해 지난 2018년 최대 36개까지 늘어난 몰리스 오프라인 매장 수를 최근 25개까지 줄였다. 몰리스는 정용진 부회장의 반려견 이름을 따 2010년 만들어진 반려동물 전문 매장이다.

이마트가 부실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내면서 실적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지난해 연결 기준 순매출은 29조4,722억원(약 221억 달러), 영업손실은 469억원(약 3,522만 달러)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2.7% 증가했고 영업손익은 1,144억원(약 8,591만 달러) 줄면서 적자전환했다. 이마트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1년 신세계그룹에서 인적분할한 이후 처음이다.

수익성 악화에 대규모 'CEO 물갈이'도

현재 이마트는 오프라인 유통 부문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 상태다. 롯데쇼핑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수익성·효율성 개선의 성과로 지난해 1,431억원에서 1,640억원으로 늘었고, 현대백화점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1,601억원) 보다 10%가량 줄어든 1,335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개선이 절실해진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0월, 통상 연말에 행해지는 정기 임원인사 인사를 앞당겼을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사업 부문인 이마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사상 첫 외부인사를 앉히는 초강수를 뒀다. 일명 ‘정용진의 남자’라 불릴 정도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던 강희석 대표가 만 4년 만에 물러나고 그 자리에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이사와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가 오르며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새로운 대표이사 운영구조도 도입했다. 신세계그룹은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Cluster)를 신설해 산하에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 △SSG.com △지마켓을 편제시켜, 더욱 강력한 시너지와 실행력, 그리고 새로운 성과 창출을 도모할 계획이다. 이명희 회장은 이번 인사와 함께 조직을 재정비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흔들리는 조직을 바로 잡기 위해 ‘신상필벌(공로가 있으면 상을 내리고 죄를 지으면 징벌을 내린다는 의미)’의 원칙으로 전폭적인 쇄신을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신세계 강남점조차 매출이 꺾였을 정도로 정유경 총괄사장이 맡고 있는 신세계 쪽의 위기 의식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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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 수성구 소재의 '빌리브 헤리티지' 시공 현장/사진=신세계건설

이마트 적자 주원인은 '신세계건설' 부진

이번 이마트 적자의 주요인은 이마트가 최대주주(지분 42.70%)로 있는 신세계건설의 실적 부진이다. 이마트의 경쟁력이 악화한 가운데 계열사인 건설사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마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공사 원가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실적 부진 △예상되는 미래 손실 선반영으로 전년 대비 1,757억원 늘어난 1,878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2022년 영업손실 규모가 12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5배가량 커진 것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규모도 142억원에서 1,585억원으로 확대했다.

이는 대표적인 난외계정인 부동산 PF 리스크가 회계상으로 반영된 결과다. 이른바 '우발채무'로 불리는 부동산 PF 리스크는 건설사가 지급보증 등을 한 것으로 당장 현실화하는 리스크가 아니란 점에서 재무제표상에 반영되지 않은 잠재부실이다. 하지만 추후 건설사가 실제로 보증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해당 채무를 인수할 경우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문제는 PF 시장 전반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주택경기 및 분양 여건 저하 추세가 지속될 경우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같은 불안은 현실로 다가왔다. 시공 능력 16위인 태영건설이 부동산 PF 만기를 막지 못해 지난해 12월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하면서 건설업계 전반으로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부채비율을 볼 때 다음 타자는 신세계건설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2022년 말 기준 265% 수준이던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올해 2월 954%까지 치솟았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과 레저부문 매각 등 계획된 재무구조 개선안을 단순 반영하더라도 부채비율은 424%로, 여전히 동종업계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신세계건설의 부실은 과거 두산건설의 부실과도 상당 부분 닮아 있다. 두산건설은 1조원대의 미분양이 발생하자 두산그룹 전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 자산을 매각하고 계열사를 팔아치움으로써 고비를 넘긴 바 있다. 신세계건설 역시 부동산 경기 회복의 시점을 알 수 없는 현재로선 그룹의 유동성 지원만이 부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으로 점쳐지고 있다. 다만 채산성이 확보된 계열 공사 물량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분양 사업장과 관련한 영업자산의 추가적인 손실 가능성이나 원가율이 높은 민간 도급공사 위주의 사업장 구성 등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수준의 수익성 개선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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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인 롯데家 형제의 난과 잡음 없이 마무리되는 효성家 형제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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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효성, 장남과 3남이 분할 상속하는 절차 빠르게 진행 중
롯데는 2015년 경영권 분쟁 이후에도 여전히 불씨 남아있어
해결의 열쇠인 호텔롯데 상장도 당분간 어려울 전망

지난 23일, 롯데알미늄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양극박 및 일반박 사업 부문과 캔, 연포장, PET병 등의 생활용품 사업 부문 물적분할을 통과시켰다. 대기업 자회사 중 비상장사인 롯데알미늄의 물적분할이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015년에 롯데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했던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물적분할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내세워 반대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롯데알미늄은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알려진 L투자회사와 호델롯데가 각각 35%, 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신동주 전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일본 (주)광윤사를 통한 22.84%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주총에서도 77%의 찬성률로 물적분할이 가결됐다. L투자회사가 신동빈 현 롯데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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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 (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출처=(주)광윤사 및 롯데그룹

롯데 형제의 난,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창업주인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현 롯데그룹 회장을 해임했다가 다시 신격호 총괄회장 및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해임되는 '부자·형제의 난'을 겪었으나, 이후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주주들이 신동빈 회장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일본 지주사인 (주)광윤사의 51%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이고, (주)광윤사는 국내 주요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롯데알미늄의 경우도 (주)광윤사가 22.8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주총에서 77%의 찬성이 나온 것은 (주)광윤사에서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국내 재계에서는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대부분의 주주구성이 일본의 비상장사들로 이뤄져 있는데다, (주)광윤사, L투자회사 등의 지분 구조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분쟁 승리를 선언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국내 주요 계열사들을 총괄하는 롯데지주의 경우 신동빈 회장이 직접 보유한 지분은 13.04%에 불과하고, 그 호텔롯데, 롯데알미늄, 롯데홀딩스 등의 주요 계열사가 18%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주요 계열사들 지분이 대부분 일본의 소유주를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일본의 비상장사들인 상황인만큼, 신동빈 회장에 대한 우호 지분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으로 선택지를 바꿀 경우 '제 2의 형제의 난'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효성그룹, 3대째 잡음 없이 형제 상속 진행 중

같은 날, 효성그룹 지주회사인 ㈜효성은 이사회에서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효성토요타 등 6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가칭 '㈜효성신설지주'라는 신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분할 계획을 결의했다.

오는 6월 임시 주총에서 회사 분할이 승인되면 7월 1일자로 효성그룹은 존속회사인 효성과 신설법인 효성신설지주라는 2개 지주회사 체재를 갖춘다. 지주회사 재편이 완성되면 현재 효성그룹 경영을 이끄는 맏형 조현준 효성 회장은 섬유와 중공업, 건설 등을,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은 첨단소재 부문을 각각 전담하며 책임 경영을 수행하게 된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미 지난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상 효성신설지주 회장 간에 경영 분리가 구체적으로 진행됐고, 이번 결정은 그간 준비해왔던 계열 분리를 이사회에서 확정하는 단계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두 형제가 (주)효성 지분의 21.94%, 21.42% 씩 보유하고 있어 형제 분쟁의 가능성도 지적됐으나, 고(故) 조홍제 창업주가 기존 효성을 조석래 회장에게, 한국타이어를 조양래 회장에게 상속하던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자녀들에게 재산이 배분되는 절차가 마무리 도리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2013년 초 2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경영권 승계 구도에서 밀려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며 (주)효성 지분 전략을 일반 기관투자가에게 매각하면서 오너 일가의 각종 사생활을 폭로한 탓에 한 때 '형제의 난'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오는 7월 계열 분리를 전후해 장남 조현준 효성 회장과 3남 조현상 신설지주 회장 간의 지분도 잡음 없이 정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 지배구조 마지막 퍼즐인 호텔롯데 상장 지연에 상속 분쟁 장기화 전망도

재계 관계자들은 롯데그룹의 경우 일본 비상장사들에 의해 경영 승계가 좌우되는 현재 상황이 타파되기 위해서는 국내 계열사들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호텔롯데가 상장을 통해 국내 주주들을 대규모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현재는 (주)광운사과 L투자회사들의 실질 소유주가 한국 내 롯데 그룹의 경영권을 좌우할 수 있는 상황인데,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희석시키고, 국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쌓을 수 있다면 일본 지주사들의 경영권 참여를 차단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텔롯데를 상장할 수 있는 경영환경이 갖춰지지 않고 있어 당분간 상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이후 롯데그룹은 지속적으로 호텔롯데 상장을 타진해왔으나, 2016년 경영비리 수사, 2017년 중국 사드 보복,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하락했던데다, 2023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도 꾸준히 감소추세다. 2022년 3분기까지 4조7천억에 달했던 매출액은 2023년 3분기에 3조4천억으로 크게 감소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영업손실이 지속된데다, 매출액마저 감소하고 있어 경영 위기 상황인만큼 상장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IB업계 관계자들도 코로나 부진을 딛고 영업적자를 탈피했으나, 상장 심사를 받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호텔 등 관광업계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호텔롯데 상장 검토 시점을 확정할 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들어 쿠팡, 네이버 등의 온라인 유통 서비스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점도 호텔롯데 상장이 당분간 가시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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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난 2018년 4월 24일, 당시 구속 수감 중이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보낸 일본어 자필 편지, 경영권 다툼을 멈추고 화해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롯데를 분리해 각각 경영하자는 내용 / 출처=(주)광윤사

(주)효성처럼 계열 분리를 통한 해법은 없었나?

이처럼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계속 남아있는 것이 한국 내 롯데그룹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텔롯데 상장이 당분간 어려워진 만큼, 지난 2018년에 신동주 전 부회장에 내놨던 합의안이 다시 주목을 받는 이유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이 내놓은 자필 편지에는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을 분리해서 경영하고, 서로 어려움이 있을 때 돕자는 뜻이 담겨있다. 신 전 부회장에 따르면 같은 내용의 편지를 당시 구속 수감 중이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2018년 중 총 4차례나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효성의 형제간 분할 상속 사례와 마찬가지로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를 분리해 더 이상 경영권 분쟁이 없도록 하자는 신 전 부회장의 제안은 지난 20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다만 당시 신격호 총괄회장이 구상했던 계열분리는 '장남-일본', '차남-한국'과 같은 구조가 아니라, 형제간 계열분리를 목표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 두 2008(PLAN DO 2008)'로 알려진 당시 계열분리 안은 롯데홀딩스를 주축으로 하는 지주사 체제와 롯데전략투자회사를 중심으로 하는 비주력 계열사와 호텔롯데에 대한 경영권으로 롯데그룹을 사실상 분리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알려진대로 2015년에 경영권 분쟁을 통해 (주)광윤사 등을 비롯한 일본 내 비주력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권만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넘겨졌을 뿐, 대부분의 롯데 계열사 경영권은 주주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신동빈 현 롯데그룹 회장에게 넘어간 상태다. 재계 관계자들은 두 형제 모두 달리 묘안이 없는 상태에서 알려지지 않은 일본 내의 대주주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동하는 가운데 롯데 그룹 경영권의 향방이 당분간 불안한 상태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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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공장 품은 일본, 멈춰섰던 '첨단 반도체 굴기' 시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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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MC, 첫 일본 생산 거점 '구마모토 1공장' 개소
일본 정부 투자가 TSMC 이끌었다? 반도체 성장 속도 내는 일본
반도체 장비 제조 기반으로 파운드리까지, 차후 성장세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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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일본 내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서 TSMC의 첫 일본 대규모 생산 공장인 ‘구마모토 제1공장’을 개소, 일본 반도체 시장에 '봄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업계에서는 위축됐던 일본 반도체 산업이 TSMC 공장 유치를 계기로 재기의 발판을 다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본에 자리 잡은 TSMC, 제2공장까지 노린다

TSMC는 전날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서 ‘구마모토 제1공장’ 개소식을 거행했다. 개소식에는 △모리스 창 창업자 △류더인 회장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상 △가바시마 이쿠오 구마모토현 지사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그룹 회장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메시지로 참석을 대신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첨단 연산 반도체가 생산되는 것은 일본 반도체 산업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며 “TSMC의 세계 전략 속에서 일본이 중요한 거점으로 확실히 자리 잡은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구마모토 1공장은 기쿠요마치의 약 21만㎡ 규모 부지에 위치해 있다. 반도체 제조 공장의 필수 설비인 클린룸(웨이퍼를 세정하고 이물질 부착을 방지하는 데 활용하는 설비)만 4만5,000㎡ 크기로, 일본 프로야구 경기장인 도쿄돔 면적에 육박한다. 구마모토 1공장은 당분간 시험 생산을 진행하고,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되면 자동차와 가전기기에 사용되는 12~28nm(나노미터) 웨이퍼를 월 5만5,000장 이상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40㎚ 수준에 멈춰 서 있던 일본 반도체 제조 업계는 TSMC의 공장 신설을 통해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한편 TSMC는 차후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인근에 제2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제1, 2공장이 모두 가동을 시작할 경우 구마모토현은 범용 제품부터 생성형 인공지능(AI)용 첨단 제품까지 광범위한 수요를 흡수하는 '생산 거점'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TSMC는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제3공장 건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먹거리 잡아라" 일본의 반도체 굴기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50.3%를 점유하는 강자였다. NEC, 도시바, 히타치제작소 등 일본 기업이 글로벌 시장 1~3위를 휩쓰는가 하면,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 중 6곳이 일본 회사일 정도였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 흐름이 본격화하자,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에 2021년 일본 반도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6%까지 미끄러졌다. 일본의 반도체 전략을 담당하는 경제산업성은 “이대로라면 2030년 일본의 반도체 점유율은 거의 ‘제로(0)’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도체 산업이 미래 산업계를 이끌 핵심 먹거리로 부상한 가운데, 일본은 시장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반도체 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일본 정부는 국가 보조금, 세제 혜택, 부동산 규제 해제 등 다양한 정부 지원책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고 나섰다. 일본 내 생산 거점 마련에 성공한 TSMC 역시 정책 지원금의 막대한 혜택을 받은 기업 중 하나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현에 TSMC 공장 2개를 유치하기 위해 약 1조4,000억 엔(약 12조3,931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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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의 노력도 돋보인다. 일본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는 미국 WD(웨스턴디지털)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을 분리, 키옥시아홀딩스와 경영을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장악력이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기존 제휴 관계를 돈독히 해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일본 키옥시아의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14.5%, WD의 점유율은 16.9% 수준이다. 업계 1위인 삼성전자 시장점유율은 31.4%다. 두 기업의 점유율을 합해야 겨우 삼성전자와 동일 선상에 설 수 있는 셈이다.

이미 발판은 준비됐다? 일본의 반도체 장비 역량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일본이 이미 '반도체 장비 제조' 분야에서 입지를 다졌다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에 동참한 상태다. 미국의 수출 통제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 굴기를 막기 위해 반도체 기술·장비 분야에 집중돼 있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 위협을 심화할 수 있는 첨단 기술·장비의 유입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식이다. 한국, 대만, 네덜란드 등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우방국들은 미국의 압박 아래 줄줄이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기술 수출을 중단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은 이 같은 미국의 '수출 통제' 움직임에 본격적으로 동참했다. 일본의 수출 통제는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23개 품목을 대상으로 하며, 한국·미국·대만 등 42곳의 '포괄 허가 지역'을 제외한 국가에 해당 품목을 수출할 경우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3개 품목에는 반도체 회로의 미세 가공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회로를 만들기 위해 기판 위 박막을 가공하는 에칭(동판화) 장비 등이 포함됐다. 대부분 10~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장비다.

업계에서는 일본이 대중국 수출에 동참하며 반도체 제조 역량을 입증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일본의 첨단 반도체 관련 기술이 중국으로 유입돼서는 안 될 '핵심 요소'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일본의 반도체 시장 내 영향력이 점차 가시화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일본이 TSMC를 비롯한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의 힘을 빌려 시장의 '주요 경쟁자'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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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법에 위기 맞는 삼성전자와 HBM으로 반도체 1등 도약 준비하는 SK하이닉스

미국 반도체법에 위기 맞는 삼성전자와 HBM으로 반도체 1등 도약 준비하는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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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법 지원 기업 리스트에 빠진 삼성전자,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재무적 부담 우려
SK하이닉스는 아직 공장 부지 선정 단계, 기술 우위에 있는 HBM이 AI반도체의 핵심으로 떠올라 협상력은 더 커져
전문가들, Nvidia - SK Hynix 연합이 공고해질수록 HBM의 시장 지배력 강화될 것 전망

미국 정부가 반도체법 지원 기업 리스트에 자국 기업들만 올려놓은 상태에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닌가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진행 중인 파운드리 공장 건설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지원이 중단될 경우, 2023년 내내 영업적자를 본 것에 이어 추가적인 재무 부담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이달 초 삼성전자 경계현 사장이 미국 출장 중 미국 정부와 반도체 보조금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SK하이닉스는 2월 들어 인디애나 주에 공장 부지를 막 선정한 상황이라 오히려 반도체법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이어 지난 2023년 4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선 점과 AI반도체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보다 한 발 더 앞서고 있는 상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반도체 시장 서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견해도 흘러 나온다. AI반도체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엔비디아(Nvidia)와 HBM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법 지원 대상 리스트에 반드시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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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김기태 부사장 / 출처 = SK하이닉스

'최초'에 욕심 못 내던 SK하이닉스, HBM이 회사 체질을 바꾸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초'라는 표현을 쓰기 꺼려했던 회사로 알려져 있다. D램과 낸드 시장에서 만년 2위 입장에서 글로벌 선두 업체인 삼성전자가 자칫 가격 공세에 나설 경우 영업 이익률이 크게 떨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급격히 관심이 쏠리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에서 삼성전자보다 한 발 더 앞선 상태라는 시장의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SK하이닉스의 회사 내부 사정도 크게 바뀌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메모리 부품으로 꼽히는 HBM에서 삼성전자가 기술적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사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이미 2024년 HBM3과 HBM3E 생산량이 모두 매진됐고, 고객 추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던데다, 증권가에서는 생산 설비를 추가한 상태에서 2025년 물량도 올 상반기 중 매진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한 발 더 앞서나갈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10년대 초반부터 닌텐도와 시작한 그래픽 카드 전용 메모리 개발 사업에서 시작한다. 그래픽 카드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것은 AI업계에서 텐쏘플로우(TensorFlow), 파이토치(PyTorch) 등의 그래픽 카드 계산 기능을 이용한 계산 알고리즘이 도입되기 시작한 2016년부터였던 점을 감안하면, 당시 HBM의 초기 모델은 실험적인 사업에 불과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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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2023년 8월 공개한 HBM3E 제품/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돈 안 되던 HBM이 어느새 회사 체질 바꾸는 효자 상품으로

최초 HBM이 출시됐던 2013년 당시에는 콘솔 게임 업체나 게임 그래픽 카드 업체에 대응하는 물량만 생산해야 했던 탓에 수익성이 나지 않았던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범용 게임 그래픽 카드에서는 여전히 GDDR4, GDDR5 등으로 알려진 그래픽 카드 전용 메모리 카드가 대세였고, HBM은 특수 게임 그래픽 카드에만 사용됐기 때문에 시장의 관심도 낮았다. 시장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반면, 시장의 2위 업체였던 SK하이닉스는 좀 더 실험적인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 2016년부터 AI 계산을 위한 그래픽 카드 기반의 개발자용 라이브러리가 쏟아져나오다 2020년대 들어서 미국 정부가 AI반도체 지원에 적극 나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AI반도체 성능을 결정하는 두 가지 요소 중 하나인 계산 모듈은 Nvidia에서 여전히 절대적인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메모리 카드의 성능을 높여주는 부분에서는 SK하이닉스의 HBM이 시장 내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진 상품이 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6세대 HBM인 HBM4 개발에 뛰어들면서 격차를 따라잡겠다는 방침이다. 내년부터 샘플링 작업에 착수하고, 내후년에는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채비를 마쳤다. HBM에 대한 시장 관심이 집중되자 미국 마이크론도 5세대 제품인 HBM3E 시제품 출하를 마친 상태고, 올해 하반기부터 HBM3E를 본격적으로 시장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선점한 HBM 시장에서 글로벌 1,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추격전을 벌이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Nvidia - SK Hynix 연합, 당분간 시장 이끌 것 전망

전문가들은 이미 AI반도체의 극심한 전력 소모가 향후 AI반도체 시장 개편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AI반도체가 시장의 주력 상품이 되기에는 '전성비(전력 대 성능비)'가 매우 나쁘기 때문이다. 때문에 AI반도체 업계에 뛰어드는 신규 진입 기업들은 저전력 시스템이라는 점을 크게 강조한다. 이미 데이터 센터들이 전성비를 따져가며 설계한 시스템을 판매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HBM과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저전력 시스템인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을 히든 카드로 준비 중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미 HBM에 맞춘 AI 계산용 컴퓨팅 라이브러리가 일반화 된 만큼, CXL이 호환성을 제공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막대한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을 추가로 투자해야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정부가 중국 수출을 차단하면서까지 AI반도체 개발에 지원금을 쏟아 붓고 있는 점, SK하이닉스가 HBM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50%)를 달리고 있는 점, 생성AI 전용 GPU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성공적으로 파트너 관계를 구축한 점 등을 들어, 당분간 HBM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더 빨리 반도체 '다운 사이클(Down cycle)'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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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세전 이익 80% 추락, 세계 경제 뇌관 ‘중국 부동산 위기’의 여파

HSBC 세전 이익 80% 추락, 세계 경제 뇌관 ‘중국 부동산 위기’의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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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쇼크에 글로벌 은행 HSBC 이익 대폭 감소
살얼음판에 놓인 中 부동산 시장, 2위 기업 헝다도 쓰러져
중국 정부, 기준금리 올리고 부양책 쏟아냈지만 효과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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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은행 HSBC 세전 이익이 80%가량 추락했다. 중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로 30억 달러(약 4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보면서다. 지난달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부동산 회사인 헝다(에버그란데)마저 청산 결정을 받자 중국 정부는 연일 부동산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효과는 미미한 가운데,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성장률에 켜진 적신호도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HSBC, 중국 교통은행 지분 30억 달러 상각 처리

21일(현지시간) HSB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전 이익은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로, 51억 달러 수준이었던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1% 감소했다. HSBC가 보유한 중국 국영은행인 교통은행(Bank of Communications) 지분이 30억 달러 상각 처리되면서 대규모 이익 손실을 초래한 것이다. 이는 외국 은행들 중 가장 큰 상각액 규모다.

HSBC는 2004년 교통은행 지분 약 20%를 17억4,200만 달러(약 2조3,000억원)에 매입하면서 중국 금융 시장에 대한 관여도를 높인 바 있다. 현재 지분율은 19.03% 수준(시총 약 100억 달러)인데, 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라 지분 가치가 30억 달러 정도 대폭 축소됐다. 이에 대해 HSBC는 “중국의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가운데 중국 은행의 향후 현금 흐름과 대출 성장 및 이자 마진에 대한 전망을 검토한 후 통신은행 지분에 대한 상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HSBC 주가도 8.4% 폭락해 2020년 4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올해 전망도 좋지 않다. HSBC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영국은행(BOE)의 올해 금리인하 전망 속에 이자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중국 상업부동산 대출 손실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SBC에 따르면 지난해 대출 부실화를 대비한 상각 규모는 10억 달러로 늘었다.

중국 부동산 쇼크로 평가 손실을 입은 글로벌 은행은 HSBC뿐만이 아니다. 경쟁사인 스탠다드차타드(SC)도 중국 톈진의 상업은행 보하이은행에 대한투자(지분 16%)로 지난해 3분기 7억 달러(약 9,300억원)의 평가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로 인해 SC 주가는 런던증시에서 최대 12.8%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헝다그룹 '청산 결정', 줄줄이 쓰러지는 中 부동산 기업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헝다가 청산 결정을 받으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홍콩 고등법원은 헝다를 청산해 달라는 채권자들의 청원을 승인했다. 법원은 헝다가 3,280억 달러(약 436조원) 규모 부채를 구조조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지 못했다며 청산 명령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홍콩 법원이 중국 본토 기업에 청산을 명령한 최초의 사례다.

1997년 설립된 헝다는 한때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부동산 개발 회사로 꼽혔다. 그러나 2021년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그에 따른 건설 경기 침체로 현금 흐름이 악화하면서 외화 표시 채권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2021~2022년 입은 손실만 해도 805억 달러(약 107조원)에 달한다. 이후 주택건설 중단, 하도급 업체 공사대금 미지급 등으로 3,310억 달러(약 440조원) 규모의 부채를 떠안으며 2년 만에 위기를 맞은 헝다는 청산을 피하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였다. 지난달에는 채권단이 보유한 채권 일부를 헝다와 홍콩에 상장한 계열사 두 곳의 지분과 교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새로운 구조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채권단은 ‘시간 끌기’라며 이를 거부했다.

헝다의 이번 청산 결정은 살얼음판에 놓인 중국 부동산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 줬다. 지난해 중국 최대 부동산 회사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도 디폴트 대열에 합류한 데다, 중국 부동산 개발과 연계된 ‘그림자 금융’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중즈그룹까지 지난달 초 파산 처리됐기 때문이다. 위안양그룹과 완다 등 중국 주택 판매의 40%를 책임지던 다른 부동산 공룡 기업들도 휘청거리고 있다.

또한 예산의 40%가량을 충당하는 토지 매매와 임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방정부도 재정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지방 정부의 경우 수개월간 공무원 임금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여기에 주택 시장 위축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100대 부동산 판매회사의 분양 수익이 전년보다 16.5% 감소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분양 주택을 소진하는 데 10년 이상 걸릴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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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위기에 한국 성장률도 낙관 어려워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정책을 급선회했다. △주택담보대출 완화 △생애 첫 주택 요건 완화 △주택 거래 제한 폐지 △개인소득세 환급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부동산 부양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나락으로 떨어진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정책 효과가 전무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직접 주택 임대와 판매에 나서는 '사회주의 해법'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유기업 등을 통한 정부의 저비용 임대·판매 주택을 현재 주택 재고량의 5% 수준에서 최소 30%로 늘리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향후 5년간 매년 2,800억 달러(약 373조원)씩 모두 1조4,000억 달러(약 1,862조원) 규모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지난 20일 대출우대금리(LPR)도 5년 만기를 종전 연 4.20%에서 연 3.9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사실상 기준금리인 LPR을 조정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으로, 최근 디플레이션 우려가 가속화하는 데 따른 결정으로 분석된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를 낮춤으로써 주택 수요를 진작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당장 우리나라를 포함해 외환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 실제로 이는 22일 이뤄진 우리나라 기준금리 결정에도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에도 2회에 걸쳐 LPR을 인하했지만 부동산 시장의 수요를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중국이 의도적으로 금리 계속 낮출 경우 무역·통상 마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위기는 우리나라 경제에도 초대형 악재다. 중국이 부동산 위기로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속출하는 가운데 수출 부진도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당초 정부와 기업이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고사하고 되레 ‘차이나 리스크’를 걱정해야 하는 형국이다. 한때 30%에 육박하던 중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10% 후반대까지 감소하기도 했는데, 문제는 앞으로 더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한국경제가 1%대 저성장에 머무를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도 나온다. 지난해 말 국내외 기관들이 제시한 2%대 성장률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지정학적 갈등 심화로 성장률이 1.9%에 그칠 수 있다고 예측했고 일부 민간 연구기관들도 1.8%라는 비관적 전망치를 내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4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유지했지만,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올해 초부터 얼어붙었다. 한은이 발표한 1월 전 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해 경기 판단의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도는 69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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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시기상조' 의견에도 시장 기대↑, 'PF 우려' 사이 불어온 경기 회복 '봄바람'

금리 인하 '시기상조' 의견에도 시장 기대↑, 'PF 우려' 사이 불어온 경기 회복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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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3.50% 유지, 한은 "물가상승률 여전히 높아"
'4월 위기설'에 엇갈리는 반응, "부동산 무너질 수도" vs "근거 없어"
물가 안정성 상승에 인플레이션 하락 기대감, "금리 인하도 멀지 않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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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연 3.25%에서 0.25%포인트 인상된 후 9번 연속 동결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부분 금통위원은 아직 금리 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며 “상반기 내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목표 수준(2%)보다 높고 기존 전망대로 둔화할지 불확실성도 커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의견이다.

9번 연속 '금리 동결'에도, 금리 인하 기대감 '쑥'

한국은행은 22일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했다. 물가상승률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상반기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고 언급하면서 2분기 인하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졌다. 다만 한은 금통위에서 처음으로 '3개월 후 인하' 가능성이 언급된 만큼, 시장에선 하반기부턴 통화정책 완화가 가시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수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어 금리 인하 시계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1%를 유지했지만 내수 부진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1.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11월 전망치 1.9%에서 0.3%p 낮춘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지속된 고물가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 부담 등이 소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민간소비 증가율 하향은 향후 경제 성장률을 0.1%p 낮추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근원물가에 대해선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2.3%였던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로 0.1%p 하향조정한 것이다.

시장-금융당국 온도 차 '여전'

한은의 언급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에 기대가 치솟았지만, 금융당국과 시장 사이 온도 차는 여전한 상황이다. PF '4월 위기설'에 대한 입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시장에선 PF 부실에 따른 부동산시장 4월 위기설이 확산하고 있다. PF 부실 여파로 인해 건설 생태계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실제 건설사 부도는 올해 들어 벌써 5건에 달하며, 폐업도 두 달 새 565건에 육박한다.

증권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PF 부실이 뚜렷해지는 양상도 확인된다. 이에 대해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부동산시장의 회복이지만, 단기적으로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실 처리가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채권시장 등 자금시장에서 불안이 촉발되는 것을 얼마나 조기에 포착해 잘 대응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4월 위기설은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이후 건설업계가 줄도산할 것이란 4월 위기설이 나온다'는 질문을 받고 "총선 이후 PF가 터진다는 건 큰 오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PF는 현재 상당수 정리되는 중"이라며 "총선 전후로 분위기가 크게 바뀔 것이란 근거가 뭔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소비가 예상보다 훨씬 나쁜 쪽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수출은 좋은 방향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상쇄됐다"며 "이처럼 부동산 PF 등을 보면 하방 요인이 크지만 IT 경기나 수출을 보면 상방 요인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PF를 보고 금리를 결정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정부가 잘 관리해서 PF가 질서 있게 정리되는 모습이 보이고 있는 만큼, PF 위기는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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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불확실성 감소, 경기 호재 이어지나

다만 물가 불확실성이 감소한 것은 명백한 호재로 평가된다. 앞서 한은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종전과 같은 2.6%로 유지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물가 불확실성이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근원물가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 말 목표치인 2%에 수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곧 물가 하락이 가시화하면 금리 인하도 덩달아 따라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진다.

물가가 다소 안정된 데엔 에너지 가격 하락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12월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81.02달러에서 71.23달러까지 12.09% 하락했다. 이후 배럴당 69.38달러까지 떨어지며 70달러선이 붕괴하기도 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선물 가격 역시 1만 MM BUT(열량 단위)당 3.38달러에서 급락해 23.7%나 하락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유가는 과잉 공급에 대한 전망 속 하락한 만큼 주요 에너지 기관의 수급 전망에 따라 큰 등락 폭을 보이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물가 하락 개연성이 늘어남에 따라 시장에선 인플레이션이 정상 수준까지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근원 인플레이션이 3년 만에 처음으로 2%대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클 손더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수석고문은 올 4분기 인플레이션이 유럽에선 1.3%, 영국에선 2.7%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미국 인플레이션은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기준 2.2%로 전망했다. 손더스 고문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공통적 요인은 식량과 에너지, 글로벌 상품 가격의 하락과 통화 정책이지만 미국과 영국은 노동시장의 압력이 완화되는 만큼 인플레이션이 더 빠르게 둔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PF발 인플레이션이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던 만큼 부동산 PF 위기관리 여부에 따라 인플레이션 둔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 BMO캐피털마켓의 더글러스 포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당분간 대부분의 국가에서 경제 성장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그러나 금리 인하와 물가 하락 등이 공급망 정상화를 불러온다면 글로벌 경기는 오히려 회복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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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배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낳았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증시에 불러온 변화

"저배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낳았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증시에 불러온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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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프로그램과 함께 주목받는 국내 증시 '주주환원 정책'
한국 증시 저평가 원인은 저배당? 일부 기업 '자진 배당 확대' 나서
일본의 성공 사례 벤치마킹한 정부, 시장 차이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value_up_fe_20240222

일부 국내 상장사를 중심으로 '과소 배당'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의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 영향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에 대한 저평가)에 대한 시장 관심이 높아지자, 수년 연속으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이들 기업이 증시 저평가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증시 분위기가 급속도로 변화하는 가운데, 일부 기업은 정부 움직임에 발맞춰 선제적으로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하고 나섰다.

국내 증시 발목 잡는 '저배당' 기조

최근 국내 증권 시장은 고질적인 '저배당' 기조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배당 성향은 20.1%로 확인됐다. 이는 △미국(40.5%) △영국(45.7%) △독일(40.8%) △프랑스(39.3%) △일본(36.5%)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35.0%)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내 상장 기업들의 총배당금 증가폭은 1.4배로, 이 역시 중국(2.4배)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저배당 기조의 원인으로는 기업의 '주주환원 경시' 경영이 지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782곳(12월 결산 법인 기준, 외국주권법인 등 제외) 중 최근 3개년 회계연도(2020~2022년) 내내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기업은 190개사(24.2%)에 육박했다. 최근 3년간 당기순이익이 모두 흑자였음에도 배당을 하지 않은 기업도 42개사에 달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들 기업 대부분은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인 보험사·증권사였다는 점이다. 꾸준한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PBR이 낮을 경우, 해당 기업은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거나 수익을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고 현금을 '축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한국 상장사의 저배당 성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연결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한국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받는 것은 배당금과 주주환원이 낮기 때문"이라고 직접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고배당' 기업 투자를 선호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속속 한국 증시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4년 41.2%로 정점을 기록했던 국내 증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26.1%까지 미끄러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9년 4월(2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선제적으로 '배당 확대' 나서는 상장 기업들

한편 일부 상장사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시기에 맞춰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나선 상태다. 저배당 기조에 대한 비판 여론을 고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국내 증시의 '체질 개선'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동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상장 기업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당국은 차후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주주환원에 힘을 쏟는 기업에 세제 인센티브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결산배당 공시를 낸 지난해 12월 결산법인(20일 기준) 중 차등배당을 결정한 기업은 교보증권, 교촌에프엔비, HPSP 등 14곳이다. 아직 결산 배당 공시를 내지 않은 상장사들을 고려하면 차등배당을 결정하는 상장사는 이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차등배당은 대주주가 본인의 배당금 전부 또는 일부를 포기해 기타 소액주주에게 양도하는 방식으로, 통상적으로 대주주보다 소액주주들에게 더 많은 배당을 제공하는 주주친화적 정책으로 꼽힌다.

특히 파세코, 새빗켐, 교촌에프앤비, 시알홀딩스, 한국알콜 등 5개 상장사는 올해 최초로 차등배당에 나섰다. 모두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계획 발표 이후 차등배당을 공시, 정부가 만들어낸 '흐름'에 올라탄 사례다.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F&B와 내화 요업 제품 제조업체 CR홀딩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81.9%, 115.9% 상승했다는 점을 근거로 차등배당을 결정했다. 반면 가전제품 생산 업체 파세코(Paseco),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업체 새빗켐(Sebitchem)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불구, 차등배당을 단행하며 주주환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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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밸류업' 성공사례 따라갈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이 이 같은 주주친화 경영의 '선순환'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실린다. 일본 증시가 밸류업 프로그램과 유사한 전략으로 반등에 성공한 만큼, 국내 증시 역시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한 체질 개선으로 저평가 기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3월 상장사에 외국인 투자자 진입 확대 및 증권 시장 활성화를 위해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을 요구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일본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한다.

일본이 '밸류업'을 선언한 지난해 초, PBR이 1배 미만이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8% 미만인 일본기업의 비율은 50% 이상이었다(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 기준). 이에 도쿄증권거래소는 △PBR 1배 이하 상장사의 주주가치를 개선하기 위한 계획의 수립 및 공시 △PBR 1배 이상 및 ROE가 자기자본비용보다 높은 시가총액 상위 150개 회사를 추종하는 JPX Prime 150 벤치마크 신설 △월간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 등재 등 시장 상황 개선 방안을 다수 제시했다. 

일본 산업계 역시 도쿄증권거래소의 움직임에 호응했다. 60여 개의 기업이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책에 힘을 쏟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은 분명한 체질 개선 효과를 창출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기업 중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은 지난 2022년 4분기 대비 180곳 감소했다. 시장 체질 개선 및 엔화 약세 기조에 매력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들은 순식간에 일본 증시로 몰렸고, 일본 증시는 34년 만에 정점으로 뛰어올랐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이 같은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했다고 추정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시장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다. 우선 한국의 경우 일본의 엔화 약세와 같은 환율 효과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일본의 경우 비교적 오너(총수)의 영향력이 작아 당국 주도의 정책 효과가 특히 컸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너 영향력이 큰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시적 주주환원책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차후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의 구조 개혁을 이끌어낼 만한 탄탄한 '기둥'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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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나노' 시대 열린다? 파운드리 '신흥 강자' 된 인텔, TSMC 뒤쫓던 삼성은 '대략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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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커진 파운드리 시장, TSCM-삼성 구도에 인텔 참전
미국 기업 메리트 가시화, "삼성이 기댈 건 기술뿐"
파운드리 진출 타진 기업↑, "마땅한 출구전략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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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겔싱어 인텔 CEO의 모습/사진=인텔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미국 인텔이 대만 TSMC가 장악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에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AI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기로 한 만큼 이들이 개발한 칩을 대신 제조해 줄 파운드리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간 내부 파운드리 물량만 처리하던 인텔이 본격적으로 외부 고객 확보에 나서면 업계 최강자 TSMC는 물론 파운드리 투자를 늘리고 있는 삼성전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 파운드리 시장 본격 진출 나선다

인텔은 21일 미국 산호세에서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2024’ 포럼을 열고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밝혔다. 행사에는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 등 인텔 수뇌부는 물론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미 정부 인사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업계 '큰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인텔은 이날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꿈의 공정’으로 불리는 1.4나노미터(㎚) 초미세 공정을 2027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와 TSMC는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2나노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하는 와중 대뜸 인텔이 1.4나노를 선창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 앞에 붙은 숫자는 회로의 폭을 나타낸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작은 크기에 전력을 덜 쓰면서 성능이 더 좋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최첨단인 3㎚ 공정이 4㎚ 공정보다 전력 효율은 30%, 속도가 20% 개선된 것을 감안하면 1.4㎚는 AI 반도체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겔싱어 CEO도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전례 없는 기회를 맞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더군다나 인텔은 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개발에 나선 기업 상당수는 MS, 애플, 아마존, 테슬라 등 미국 기업”이라며 “미국 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움직임과 맞물려 자칫 인텔이 미국 기업들의 파운드리 수요를 상당 부분 가져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러모로 삼성전자와 TSMC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경쟁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5나노 시장 '1강 2중'으로?, "삼성 타격 불가피"

인텔의 본격 진출로 5㎚ 이하 최첨단 파운드리 시장은 TSMC와 삼성전자의 ‘1강 1중’에서 ‘1강 2중’ 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은 TSMC가 파운드리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인텔과 삼성전자의 저력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3강’ 체제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31년 1위’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에서 세계 최고 실력을 갖췄고 ‘중앙처리장치(CPU) 최강자’ 인텔은 전체 반도체 분야를 통틀어 1위 기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반도체 제조 부문을 꽉 잡고 있다 하더라도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일각에선 TSMC보다 삼성전자가 받는 타격이 더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엔비디아, 퀄컴, AMD 등 많은 대형 파운드리 고객사가 1순위로 TSMC, 2순위로 삼성전자에 일감을 줬는데, 2순위 자리를 두고 삼성전자와 인텔 2강 체제가 굳어지면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적잖게 하락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앞서 언급했듯 인텔이 미국 기업이란 점도 부담이다. 미국 정부의 지원은 물론 미국에 본사를 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행사에서 인텔은 1.8나노 공정 고객사 4곳을 이미 확보했다고 밝혔는데, 이들 고객사는 대부분 퀄컴 등 미국 기업이다. 이에 대해 한 반도체 업체 고위 관계자는 “삼성이 기댈 것은 기술뿐”이라며 “파운드리 실력을 끌어올려 경쟁사보다 싼 가격에 높은 품질의 제품을 안겨주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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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커진 파운드리 시장, 삼성 살아남으려면

결국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보다 전략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세가 큰 만큼 앞으로도 파운드리 시장을 노리는 기업이 속속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부쩍 늘었다. AI가 발달하면서 각 기업의 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각 기업이 공들여 개발한 AI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면 그 기능을 최적화할 수 있는 AI 반도체가 필요하지만, IT 기업들은 반도체를 설계할 뿐 생산은 공장 설비를 갖춘 곳에 맡겨야 한다.

여기서 생산 역할을 담당하는 게 파운드리 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1,044억 달러(약 139조원)이던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2026년 1,538억 달러(약 205조원)로 불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미래 성장성이 높단 의미다.

5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 시장의 파이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인텔 등 대기업 유입을 가속하는 요소다. 현재 5나노 이하 공정을 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TSMC 두 곳뿐인 것으로 평가된다. 최첨단 공정을 하기 위해선 한 대에 4,000억원에 이르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노광장비(빛으로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장비)가 필요한데, 이렇게 목돈을 쏟아부을 수 있는 업체는 많지 않아서다.

그러나 최근엔 AI 반도체 시장이 2030년까지 1,400억 달러(약 187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5나노 이하 공정의 경우 지난해 전체 파운드리 매출의 24.8%에서 2026년 41.2%까지 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파이가 커지는 만큼 여타 기업 진출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미래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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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체감 경기 41개월 만에 최저치 기록, PF 위기에 내수 부진 이중고로 ‘시름’

기업 체감 경기 41개월 만에 최저치 기록, PF 위기에 내수 부진 이중고로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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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발표
200조원 달하는 PF, 경제 전반 위협
내수 부진 경고음도 커져
bsi2_fanan_20240221-1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서 비롯된 경제 위기가 가속하면서 기업 체감 경기가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장 극심했던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악화했다. PF발(發) 경제 위기론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내수 부진까지 맞물리자 건설업과 제조업 등 대부분 산업은 경기 악화에 시름하고 있다.

기업경기실사지수,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 기록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2월 전산업 업황 BSI는 68로 전월(67)보다 1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연속 70을 유지하던 BSI는 올해 1월과 2월 1p씩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20년 9월 64를 기록한 이후 4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 관계자의 판단 및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을 경우 지수가 100을 하회한다.

부문별로는 제조업 업황 BSI가 전월보다 1포인트 내린 70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67을 기록한 후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하던 제조업 업황 BSI는 6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가전제품과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전자부품 수요 감소 영향으로 전자·영상·통신장비(66, -7p) 업종의 체감 경기가 악화하며 제조업 업황 BSI 하락 전환을 이끈 것이다.

의료·정밀기기(68, -13p)와 석유정제·코크스(79, -7p)의 BSI 또한 수익성 악화 여파에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기업 규모·형태별 제조업 업황 BSI에서는 대기업(-2p)과 중소기업(-1p), 내수기업(-3p) 등 대부분 기업이 하락했고, 수출기업(+2p)만 소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반도체 등 일부 품목 중심으로 수출이 활황을 이뤘지만, 내수 부진이 계속되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 BSI의 하락세가 가팔랐다”고 설명했다.

비제조업 업황 BSI는 67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79, +5p)이 수요 증가로 체감 경기 개선을 이끌었으며, 운수창고업(78, +2p)도 해운업 업황이 좋아지면서 BSI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전월 대비 7p 하락한 건설업 BSI는 51로 2013년 1월(49) 이후 11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부동산 PF 부실 사태에서 비롯된 자금조달 금리 상승,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수익성 악화 요인이 잇따른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달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91.5) 대비 1.8p 오른 93.3dm로 집계됐으며, 계절적 요인 등을 제거해 산출하는 ESI 순환변동치는 93.4로 전월(93.3)보다 0.1p 올랐다. ESI는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반영해 산출하는 것으로, 기업과 소비자 등 여러 민간 경제주체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낸 수치다. 이번 조사는 이달 5부터 14일까지 전국 3,524개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3,305개 기업(제조업 1,815개·비제조업 1,490개)이 설문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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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2배 수준 달한 PF 규모

이번 한국은행의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부동산 PF발 위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뤘다. 2022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PF 부실 사태가 지난해 말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에서 나온 발표기 때문이다. 금융계는 태영건설 사태가 특정 기업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건설업체나 자금시장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할 가능성에 큰 우려를 표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건설업의 특성상 일부 기업에서 발생한 유동성 리스크는 전체 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 부동산 PF 규모가 200조원에 달한다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의 조사 결과 또한 이같은 우려를 짙게 만든다. 건산연이 20일 발표한 ‘부동산 PF 위기, 진단과 전망, 그리고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부동산 관련 PF 대출 규모는 종 202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9월 공식 집계된 134조3,000억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이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PF 규모 추정치인 100조2,000억원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건산연은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미분양이 급격히 증가하자, PF 연대보증을 제공했던 건설사들의 부실이 문제가 된 바 있다”며 “당시 저축은행들의 동반 부실 사태가 빚어졌는데, 현재의 PF 위기는 당시와 구조 측면에서 매우 유사하면서도 그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채권시장 등 자금시장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이 드러나는 것을 얼마나 조기에 포착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등 일부 품목 수출 호조에도 내수 시장은 ‘한겨울’

얼어붙은 내수 시장도 경기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고금리 여파가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재화 소비에 이어 서비스 소비마저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1월 15일 발표한 지난해 11월 경기순환시계에 따르면 경기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경제 지표 10개 중 서비스업 생산, 소매판매, 설비투자, 수입액, 소비자기대지수 등 5개가 하강 국면에 자리했다.

이 가운데 소매판매는 지난해 4월부터 8개월 연속 하강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서비스 생산과 소비자기대지수도 같은 해 9월부터 3개월 연속 하강 국면에 머물렀다. 설비투자의 경우 지난해 10월까지는 완만한 회복세에 있었지만, 11월부터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기순환시계는 주요 경제 지표들이 상승과 둔화, 하강, 회복 등 순환 국면 상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도구로 내수·투자, 제조업·수출 등의 활성화 정도를 가늠할 때 활용된다.

이같은 내수 부진은 정부 등 주요 기관의 경기 진단에서도 속속 드러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 조짐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면서도 “민간소비 둔화, 건설투자 부진 우려 등 경제 부문별 회복 속도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비슷한 시기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을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지만, 고금리 기조로 인해 내수 소비와 투자는 모두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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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의 '국장 엑소더스', 밸류업 프로그램 가동에도 "어차피 1회성 선거용 아니냐"

개미들의 '국장 엑소더스', 밸류업 프로그램 가동에도 "어차피 1회성 선거용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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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프로그램 기대에 코스피 반등, 하지만
부정 여론 '급증', "밸류업? 어차피 총선 후 흐지부지될 것"
핵심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PBR에만 집중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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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에 코스피가 반등하고 있지만 정작 개인투자자들은 한국 증시를 빠르게 이탈하는 모양새다. 국내 증시의 저평가 탈출을 기다리기보단 밸류업을 차익 실현의 기회로 삼고 떠나는 것이다. 국장 자체에 대한 기대감 저하와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등이 결합된 탓으로 풀이된다.

미장으로 떠나는 투자자들, "빨리 팔고 떠나야"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7조7,9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2일엔 2조4,89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개인투자자 하루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반면 동기간 외국인은 6조7,946억원, 기관은 1조1,29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정부가 상장사 저평가 해소 대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을 오는 26일 발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개인과 외국인·기관이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책 실효성 및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표출된 결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 등지에선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불신하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게재되고 있다. 한 투자자는 “4월 총선 이후 어차피 흐지부지될 것”이라며 “26일이 되기 전에 빨리 팔고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개미들은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열풍을 타고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들을 집중매도했다. 현대차를 1조9,254억원어치 순매도했고, 삼성물산(-4,934억원), SK하이닉스(-3,961억원), 삼성전자우(-3,815억원), 기아(-3,481억원)도 많이 팔았다. 코스피지수 하락률의 2배에 베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를 2,048억원어치 순매수하는 청개구리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국내 주식을 팔아치운 개미들은 미국과 일본 증시로 거처를 옮기는 양상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주식을 10억102억 달러(약 1조3,300억원)어치 사들였다. 같은 기간 일본 주식도 2,717만 달러(약 363억원)어치 샀다. 상당 금액이 국내 증시에서 흘러나온 자금으로 추정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오는 26일 발표될 프로그램 세부 내용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시장에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발표 당일 투자자들의 해석이 엇갈리는 등 혼란스러운 장이 예상된다”며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던 저PBR 종목을 중심으로 급락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취지는 '저평가 해소', 정작 '실효성'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요 목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타파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선진국, 나아가 이머징 증시에 비해 우리 증시가 PBR, 주가이익비율(PER) 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같은 규모의 이익을 내거나 같은 수준의 순자산을 가지고 있어도 우리나라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외국 시장에서보다 더 낮은 가격을 부여받고 있단 의미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이 국내 기업의 낮은 주주환원율에 있다고 봤다. 주주환원율이 높아지면 발생한 배당이나 기업가치 상승분이 더 합리적으로 시장에 배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해당 기업뿐 아니라 시장 전체의 저평가 현상이 해소될 가능성 역시 더 높아질 것이란 게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요 취지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이가 적지 않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기업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따르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기본 입장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하도록 유도하겠단 것이지만, 금융당국이 상장사 PBR을 끌어올리기 위해 힘을 쓴다 한들 상장사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렇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을 때 기업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주를 무시하는 회사가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건설 거푸집 제조사인 삼목에스폼은 당기순이익이 2015년 332억원에서 지난해 527억원까지 늘었으나, 정작 배당금은 8년 동안 100원으로 고정했다. 이익이 늘어도 과실을 주주와 나누지 않으니 삼목에스폼의 PBR은 0.48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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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밸류업'에 전문가들도 '우려', "핵심 잘 가려야"

PBR 극복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쏟아진다. 전문가들은 특히 지배구조가 대주주에게만 맞춰져 있는 기업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호응할 가능성이 지극히 적다고 지적한다. 실제 통상 국내 대주주들은 자녀에 기업을 승계할 때 낮은 주가를 선호하는 편이다. 주가가 너무 오르면 그러잖아도 최대 60%까지 치솟는 상속세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할 때 PBR뿐 아니라 기업 경영진을 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주가 할인을 고착화한 상장사 스스로 반성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체는 경영진이 아니라 이사진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고위 관계자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페널티가 없다면 상장사로선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주가가 저평가받는 이유를 분석하는 등 품이 많이 드는 일을 굳이 할 요인이 없다”며 “페널티가 있더라도 강하지 않으면 기업을 움직이게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벤치마크로 삼고 있는 일본 밸류업 프로그램 또한 핵심은 지배구조 개선에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본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지난해 3월) 이후 프라임 지수 내 저PBR 종목들은 약 6개월 후 고점을 형성한 뒤 주가가 꺾였다. 한 단계 체급이 낮은 종목들로 구성된 스탠다드 지수 내 저PBR주들 역시 밸류업 도입 초기 상승하다가 6개월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앞서 언급했듯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자동차·은행 등 저PBR 기업이 대거 몰려 있는 코스피를 중심으로 투자금이 집중되는 양상이 나타난 바 있다. 지배구조 개선 없이 밸류업만 강조하는 건 실질적인 의미가 거의 없는 단기 인센티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이 회장도 "밸류업 프로그램의 원산인 일본이 성공적인 개혁을 이룰 수 있었던 주요 원동력은 결국 지배구조 개선"이라며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타파는 요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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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