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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된 중앙정부-지방정부, 규제 완화로 갈등 실마리 풀 수 있을까

'앙숙'된 중앙정부-지방정부, 규제 완화로 갈등 실마리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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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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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북 전주 완산구 전북도청에서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해 그린벨트 해제를 말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 지방 규제 대수술에 들어갔다. 기업 유치를 통한 지역개발 활성화를 위함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우선 이를 위해 중앙부처가 지닌 규제 권한을 차례대로 내려놓겠단 방침이다. 기업의 '모래주머니'를 떼어 주겠단 의미다.

尹 "애매한 스탠스 취하면 과감히 잘라야", 규제 완화 '강경 의지'

정부는 우선 중앙정부의 규제로 인해 개발사업이 보류되거나 지연되고 있는 사례를 전수조사할 계획이다. 지방 규제에 대한 전수조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수차례 전수조사를 진행하며 규제개혁을 도모했으나 큰 성과는 내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각 부처가 민간 협회 등을 통해 각종 규제 관련 조사가 진행됐으나 아직 가시적인 결과는 보이지 않는 상태다. 이번 전수조사가 실질적인 규제개혁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정부가 가장 먼저 시야에 둔 건 환경 규제다. 정부는 기업 유치를 위해 그린벨트를 비롯한 환경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비수도권 시·도지사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30㎡에서 100만㎡ 이내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5년 이후 약 8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을 앞둔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이념적 환경정책에 매몰돼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한 인사 조치를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개혁에 대한 강경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 권한 확대는 지자체의 숙원이이었던 만큼 환경단체의 거센 반대 속에서 정부가 차질 없이 규제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늘어만 가는 갈등, 정작 해결은 안 돼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역할이 점차 증대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지자체)간 갈등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사회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생활 수준을 변화,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국가불균형발전 현상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책사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대체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갈등은 큰 소득 없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개발과 보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채 형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렇다할 대안 없이 극한 대립과 갈등만 지속하기 일쑤다. 그러다 중앙정부가 사실상 '찍어 누르기'를 단행하면 정부와 정부 정책에 대한 지방정부(주민 포함)의 불신을 초래하고, 이는 곧 사회·경제적 비용의 증대를 불러온다. 이해관계가 복잡해질수록, 가치가 중첩될수록 합리성을 전제로 한 문제 해결은 어려워진다.

공무원 특유의 무책임함도 갈등 관리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풀어줘야 지방정부도 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하는데, 자신의 이름으로 일을 진행시키다 문제가 발생하는 게 두려워 애초에 규제 해제와 같이 민감한 사안의 업무는 회피해 버리는 것이다. 규제 권한의 탈중앙화가 기대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중앙정부가 규제 권한을 내려놓고 지방정부에 이를 위임한다면 지방정부는 기업을 유치하고, 나아가 지역을 발전시키는 데 더 주력할 수 있다. 진정한 지방'자치'가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근본적 문제 해결 위해선 '베풀기'만으론 부족

다만 이번 사업 또한 중앙정부 차원의 '베풀기'적 성격이 강하다. 한계가 명확하단 뜻이다. 지금까지 지방정부는 중앙의 권력적 기반인 일선기관으로서 주로 중앙에서 지시하는 업무를 수행해 왔다. 이번 규제 완화 또한 이와 맥락이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의 알력 다툼 자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도돌이표가 돌아갈 뿐이다.

우선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분권화 시대에 맞지 않는 행정 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현재 구성되어 있는 기능을 재분배해 지방정부의 자율적인 권한을 확대하고 기능상의 불명확성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또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업무처리 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권한을 부여했음에도 지방정부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또 다른 마찰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정부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통해 서로 견제하며 국민의 안전과 생활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갈등 발생은 필수 불가결하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 상황을 어떻게 최소화하는가에 달렸다. 이번 그린벨트 규제 완화와 같이 중앙 정부가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는 것도 물론 나쁜 방식이 아니다. 그러나 보다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힘'을 균등하게 맞추기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정부는 깊이 고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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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성별영향평가위원회, 폐지에서 비상설기구로 1보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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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9월 636개 정부 위원회 중 불필요한 위원회의 약 39%를 폐지-통폐합하는 내용의 정부 위원회 개편안이 확정됐다. 그러나 개편 과정에서 중앙성별영향평가위원회의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성평등 정책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년 5월 4일,「중앙성별영향평가위원회 비상설기구 전환의 쟁점과 과제」보고서를 발간하여 중앙성별영향평가위원회가 직면한 과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했다.

성별영향평가제도와 중앙위원회의 기능

정부는 지난해 위원회 정비방안에 따라 중앙성별영향평가위원회(이하, 중앙위원회)를 비상설 기구로 전환하고자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 정비를 위한 성별영향평가법 등 2개 법률의 일부개정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현재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성별영향평가법은 정부의 주요 정책이 양성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그 혜택을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성별영향평가 대상은 △새로 제정되거나 개정되는 법령 △법령에 따라 3년 이상 수립되는 계획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사업 등이다.

중앙위원회는 전체 성별영향평가의 기본 방향, 기준, 방법 등을 심의·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중앙 9,947건, 지방 144,124건 등 총 157,680건의 성별영향평가가 실시됐다. 성별영향평가는 양성평등한 정책의 수립과 추진은 물론 양성평등한 국가 정책 환경과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22년 중앙위원회는 주요 안건으로 2020년 특정성별영향평가 결과 개선권고(안)과 2021년 특정성별영향평가 대상과제 선정(안), 2021년 성별영향평가 종합분석보고서(안) 등에 대해 심의·조정했다.

성별영향평가법 제13조 개정안은 여성가족부장관이 필요한 경우 중앙위원회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개정안은 여성가족부 장관이 안건의 내용에 따라 전문가 풀에서 위원을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중앙위원회가 비상설 또는 '비법정' 조직으로 전환됨에 따라 향후 중앙위원회의 존립과 무력화, 중앙 및 지방 이행 체계의 불안정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야 할 여성가족부가 앞장서서 성평등 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 중앙성별영향평가위원회를 둘러싼 논란

중앙위원회는 한국의 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중앙위원회를 비상설기구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존속 여부, 안정성, 중립성 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당초 폐지를 발표했지만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여성가족부는 중앙위원회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임시위원회로 전환하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비판론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정부 정책에서 성평등을 촉진하는 위원회의 역할을 사실상 폐지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앙위원회의 주요 기능은 성별영향평가 제도 검토 및 조정, 특정 성별영향평가 정책에 대한 개선 권고, 성 주류화 정책 검토 및 조정 등이다.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경우 중앙 심의 기구로서 중앙위원회의 역할도 약화될 수 있다. 그런 만큼 정부는 성별영향평가 제도의 취지와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중앙위원회에 대한 운영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중앙위원회가 한시적 임시 위원회로 운영될 경우에는 사업 선정 및 검토 과정에서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지역위원회는 상설기구인 만큼 중앙 또는 지역 이행체계에 문제가 발생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광역시 17개, 기초지자체 226개, 교육청 17개에 지역 성별영향평가위원회가 설치돼 있는 가운데, 중앙위원회 해체는 전체 제도의 원활한 운영과 전문가에 대한 안정적 지원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포함된 중앙위원회 후보자 풀을 활용해 안건 내용에 따라 위원을 위촉함으로써 중앙위원회 심의의 전문성과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앙위원회가 상임 지위를 상실할 경우 매번 전문위원을 선정하고, 사업에 대한 심의-평가-개선 권고 등의 과정이 수년에 걸쳐 이루어지게 되므로 전체 운영의 연속성 및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설립 폐지 근거와 타당성 점검

정부는 중앙위원회 해체의 이유로 '유사성, 중복성, 성과 부진'을 꼽았다. 그러나 중앙 및 지방 성별영향평가위원회는 매년 약 3만 건의 법령과 사업을 검토-조정하고, 정책 개선을 권고하며, 이행률을 평가하고 있다. 2021년에는 46개 중앙행정기관과 260개 지방자치단체가 총 30,659건의 법령 및 사업에 대해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하여 8,716건의 개선안을 마련하고, 이 중 52.4%인 4,566건을 완료했다. 그런 만큼 사업의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그 필요성이 감소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임신한 여성 근로자가 출산 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하고, 국토교통부가 건설근로자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이 눈에 띄는 정책 개선 사례다. 대전광역시는 1인 가구 생활실태조사를 바탕으로 '1인 가구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해 취업-생활상담, 안전보장, 사례관리 등 성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위원회가 약화되거나 해체되면 성평등 정책의 개발과 실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별영향평가 제도는 양성평등한 정책을 수립-추진하고 양성평등한 국가 정책 환경과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필수적이다. 따라서 정부가 위원회 통폐합 및 재구조화 계획을 추진함에 있어 중앙위원회의 약화 또는 해체에 따른 잠재적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중앙위원회를 임시기구로 전환하는 것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정부는 중앙 심의기구로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중앙 및 지역위원회 운영을 활성화하여 성별영향평가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특정성별영향평가 제도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유엔과 유럽연합은 회원국가들이 성주류화를 위한 도구로 '성별영향평가'를 활용하도록 하고 있는 데다 캐나다, 독일, 스웨덴은 성평등 목표 실현과 성별영향평가를 긴밀하게 연결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성별영향평가를 국가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하고 누릴 수 있는 제도로 발전시켜야 한다.

앞으로의 과제

개정안이 성평등 정책을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여러 단체와 개인은 한국의 성평등 정책의 미래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중앙위원회가 약화되거나 해체될 경우 한국의 양성평등 증진 노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위원회가 법적 지위를 상실하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과 능력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각 부처가 더 이상 위원회의 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국내 성평등 정책의 퇴보를 초래할 수 있다.

중앙위원회를 둘러싼 지속적인 논쟁은 한국의 성평등 증진을 위해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조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부가 위원회 통폐합 및 재구조화 계획을 추진함에 있어 중앙위원회의 약화 또는 해체가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결과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궁극적으로 한국 성평등의 미래는 이 핵심 기관의 힘과 효과에 달려 있을 수 있다. 위원회를 개편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좋은 의도일 수 있지만, 이러한 변화가 중앙위원회의 실효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신중한 접근을 통해 개정안의 잠재적 결과를 고려함으로써 한국의 성평등 증진을 위한 위원회의 역할을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보다 포용적이고 평등한 사회가 되기 위해 중앙위원회는 이러한 지속적인 여정에 있어 필수적이고 영향력 있는 역할을 유지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경험과 사례를 통해 시사점으로 도출하고 정책 개발에서 양성평등을 지속적으로 우선시함으로써 한국은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동등한 기회와 혜택을 누리는 미래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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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공무원 '대인관계능력'도 평가한다, '공복(公僕)' 사명감 자리 잡을까

내년부터 공무원 '대인관계능력'도 평가한다, '공복(公僕)' 사명감 자리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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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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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 5급 공채 및 외교관 후보자 선발 제1차 시험이 치러진 지난 3월 서울 강남구의 한 시험장으로 수험생들이 들어가고 있다/사진=인사혁신처

공무원들의 소극적인 업무 행태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특히 업무 처리 지연, 책임 떠넘기기, 부서 간 협조 미비, 대민 행정 업무 역량 부족 등 행정편의주의적 관행으로 인해 국민의 불편을 유발하는 사례는 여전히 근절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공무원들의 무사안일한 업무 태도의 원인으로 전문 지식 역량만을 평가해 온 공무원 임용 방식이 지목된 가운데, 내년부터 공무원 면접시험 시 ‘대인관계 능력’과 ‘적극성’ 등을 중점적으로 볼 수 있도록 평정요소가 개정된다.

소통과 공감 능력 중점으로 평가

지난 1일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임용시험령(대통령령)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무원 면접시험은 소통·공감, 헌신·열정, 창의·혁신, 윤리·책임 등 공무원 인재상 요소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아울러 부처별 여건에 맞게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자격증 소지자의 필요경력 기준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으로 ‘소통·공감’ 요소의 평가역량은 의사소통능력, 대인관계능력, 팀워크지향 등으로 살펴보며, ‘창의·혁신’ 요소의 평가역량은 창의력, 전략적사고력, 변화관리 등을 통해 ‘윤리·책임’ 요소는 책임감과 공정성 등으로 검증할 계획이다.

또한 시험실시기관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평정요소를 면접시험에 추가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부여하고, 면접시험에서 직무에 필요한 전문지식 등도 평가할 수 있다. 이어 현행 구조화 면접(structured interview) 방식이나 방법·절차는 유지하되, 법령이 개정된 이후 세부 평가역량과 평가 행동 지표 등은 평정요소 개편에 따라 조정한다. 또한 세부 평가역량 및 평가 행동 지표, 과제·질문 보완 등을 개정한 면접시험 평정요소를 내년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김승호 인사처장은 “제도 개편으로 공무원 인재상에 맞는 인재를 채용하고 경력경쟁채용시험 시 소속 장관의 자율성이 넓게 인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인사처는 채용제도 개선으로 역량 있는 공직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직장 내 갑질과 민원 응대 역량 부족, 결국은 대인관계능력이 문제다

정부가 특히 공무원의 대인관계능력이나 의사소통능력을 중점적으로 검증하기로 나선 데는 그간 꾸준히 지적돼 온 대민 업무 능력은 물론,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내의 ‘갑질’ 관행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 농식품부 산하기관에서는 상급직원이 술에 취해 인턴사원의 얼굴에 옷을 던지는 폭행 사례가 신고되는가 하면, 또 다른 기관에서는 상급직원이 부하직원에게 개인 이불세탁을 시키기도 했으며, 술자리 참석을 강요하고 대리운전을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해양수산부 산하의 한 기관에서는 부하직원에게 업무 떠넘기기, 세차 심부름 등을 시킨 사례가 적발돼 징계처분까지 받은 바 있다. 또 다른 해수부 산하 기관에서는 기관장이 자신의 모친상 장례식장에 비서실 직원들을 동원해 손님접대를 시켰으며, 심지어 이를 위해 비서실 직원들에게 허위로 출장신청서를 작성토록 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2019년 2월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바 있다. 특히 유형별 갑질 관련 조항에는 △사적 감정 등을 이유로 특정인에게 근무시간 외 불요불급한 업무지시를 하거나 부당하게 업무를 배제하는 행위 △외모와 신체를 비하하는 발언, 욕설⋅폭언⋅폭행하는 행위 △비인격적인 언행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금품 또는 향응제공 등을 강요⋅유도하는 행위 △의사에 반한 모임 참여를 강요하거나 부당한 차별행위를 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내 갑질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청공무원노동조합이 지난 2월 진행한 ‘직장 내 갑질 신고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도청 내 갑질을 경험한 공무원이 105명에 달했다. 갑질을 경험한 대상의 74%는 갑질이 심각하다고 응답했으며, 갑질로 업무 집중도 하락(56%), 우울증·자살 충동(23%) 등 후유증도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혼자서 참거나 동료, 상사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뿐이었다.

사진=경남도청 공무원노조 홈페이지

반면 간부급 공무원들은 갑질 철폐에는 동의하면서도 갑질 기준이 모호한 탓에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맞받았다. MZ세대 공무원들이 업무 실수를 지적만 해도 갑질로 받아들이는 '을질' 행태도 만연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2022년 11월 경남도청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직장 괴롭힘은 왜 상급자만 되나요?”라는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의 댓글에는 ‘을질은 감사도 안 한다’, ‘을질 신고 센터도 필요하다’, ‘업무를 회피하고 소홀히 하는 하급자의 괴롭힘으로부터 상급자도 보호받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 의견이 줄을 이었다. 전국공무원노조 사천시지부 홈페이지에도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일을 좀 합시다”라는 게시글에 지금 팀장들, 과거에는 윗사람 모신다고 애먹고, 현재는 아랫사람 눈치 본다고 애먹는다’, ‘일 챙기면 갑질입니까’ 등의 댓글이 달리며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가이드는 갑질뿐만 아니라 부당한 민원응대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민원접수를 거부하거나 취하를 종용하고, 고의로 처리를 지연시키는 행위 △처리하기 까다롭다는 이유로 관련성이 희박한 다른 직원⋅부서⋅기관 등에 민원서류를 떠넘기는 행위 △민원을 처리하면서 정당한 사유없이 불필요하게 과다한 서류 등을 요구하여 민원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가의 심부름꾼'이라는 의식은 사라진 지 오래

공무원을 ‘공복(公僕)’으로 칭하는 것은 국민을 섬기는 심부름꾼이자 나아가 애국자가 되라는 명령이다. 즉 국민의 민원을 처리하는 '해결사'라는 뜻이다. 그러나 일련의 행태를 보고 있자면 공복이라는 사명감이나 사회통념은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듯 전체 공무원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일부 직원들의 안일한 의식과 직무태만으로 인해 그들에 대한 신뢰가 깨진 지 오래다.

격동의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대한민국에는 공무원시험 열풍이 몰아닥쳤다. 대기업들마저 잇달아 도산하자 안정된 직장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면서 정년 보장이 확실한 이른바 '철밥통' 직장에 매달리게 된 것이다. 지나치게 딱딱하고 엄격한 분위기의 공직 사회에 청년 공무원이 대거 투입되면서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과거에만 얽매인 채 낡은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는 민원처리 방식은 그대로였다. 특히 민원 해결을 위한 일말의 노력도 부재한 탓에 민원인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이로 인한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 천안시가 민원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시청사 민원창구 가림막을 아크릴 재질에서 안전 강화 유리로 교체했다/사진=천안시

물론 공무원을 상대로 한 폭언, 폭행 등 갑질도 문제다. 공무원 A씨는 “민원인에게 폭언과 성희롱 발언을 들어 전화를 끊고 싶었지만, 민원인이 ‘끊으면 법적 대응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했다"며 "매뉴얼도 없고 따로 교육을 받은 적도 없어 어떻게 대응을 할지 몰라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B씨는 “상사나 조직이 전혀 보호를 해주지 않는다"며 "오히려 악성 민원인이 오면 모니터 뒤로 숨는 상사를 보며 각자도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공무원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르거나 수차례 얼굴을 가격하는 등 폭행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대전 유성구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시장 관계자들이 공무원에게 ‘목을 자르겠다’라는 협박과 함께 욕설을 하며 목을 조르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업무수행 중 공무원이 민원인으로부터 폭언·폭행을 당한 사례가 지난해 4만6,079건으로 전년보다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는 녹음 기능이 있는 신분증 케이스를 지급하거나 민원실에 강화 유리와 비상벨을 설치하는 등 공무원 보호에 나섰다. 모의 훈련을 실시하거나 피해를 본 공무원에게 의료비와 소송 비용을 지원하는 곳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 있다. 암기 능력에 편중된 기존 검증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과의 소통 및 공감 능력 평가 방식으로 전환되는 만큼, 보다 사람 중심적이고 융통성 있는 공무원 사회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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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고농도 오존 집중관리대책’ 마련, 침묵의 살인자 무시했다간 치명타 입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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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신호등/사진=유토이미지

여름철 불청객은 무더위와 자외선만이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오존주의보는 지난 5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했을 정도로 오존 농도가 상승하고 있다. 오존은 산소 원자 3개가 결합해 이뤄진 기체로, 사업장이나 자동차에서 직접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아닌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이 자외선과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생기는 2차 오염물질이다. 오존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폐 등 호흡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햇빛이 강한 5월부터 8월 사이에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문제는 지표면의 오존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농도 오존의 경우 주로 일사량이 많은 여름철에 발생하는 만큼 통상 6월, 7월에 가장 심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표면의 평균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데다 오염 물질의 배출량 또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오존 예보등급과 행동요령/사진=환경부

오존 생성물질 저감 기술지원 및 행동요령 홍보 강화

미세먼지와 달리 마스크로도 차단할 수 없는 탓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오존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오존 예보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환경부는 오는 5~8월 오존(O₃) 고농도 발생 시기를 맞아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오존 발생 원인물질을 줄이고 행동요령 홍보를 강화하는 등 '고농도 오존 집중관리대책'을 추진한다고 27일 발표했다.

이번 '고농도 오존 집중관리대책'의 주요 내용은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 특별점검 △휘발성유기화합물 비산배출시설 기술지원 △오존 예경보 현황과 행동요령 홍보 강화 등이다. 우선 오존 고농도 시기에 환경부 유역(지방)환경청,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공단이 지자체와 함께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 다량 배출사업장의 특별 점검에 나선다. 아울러 질소산화물 다량 배출사업장 50곳의 배출 및 방지시설의 적정 운영과 굴뚝자동측정기기 관리 실태, 석유화학업종 등 휘발성유기화합물 다량 배출사업장 300곳의 비산배출시설 시설관리기준의 준수 여부 등을 주로 살펴볼 방침이다.

한편 비산배출시설 관리가 어려운 중소사업장 80곳과 유증기 회수설비 관리가 취약한 주유소 187곳에 대해서는 기술지원을 병행하고, 대기관리권역별 주요 산업단지와 대규모 석유화학 산업단지 등 대기오염물질 다량 배출사업장이 밀집된 지역은 드론 등을 활용해 대기오염물질 배출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또한 오존으로 인한 국민의 건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책자나 영상 등 다양한 홍보 수단을 활용해 고농도 오존 정보 안내와 행동요령 홍보도 강화할 방침이다.

국내 대기환경기준은 1시간 평균 0.1ppm 이하, 8시간 평균 0.06ppm 이하로, 오존 1시간 평균 농도가 0.12ppm 이상이면 '주의보'가 발령된다. 이때 건강 취약계층은 실외활동 자제를, 일반인은 장시간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2022년에는 오존주의보만 63일 발령됐으며, 최근 11년간 경보나 중대경보는 발령되지 않았다.

1996년 도입된 오존경보제, 올해부터는 모레 오존 예보도 세분화

정부는 오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자 1996년 7월부터 오존경보제를 도입하고, 대기 중 오존 오염 농도가 급격히 악화될 경우 지역에 따라서 자동차 운행을 제한하거나 국민들의 외출을 통제해 왔다. 아울러 2010년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영향을 규명하는 '생태환경관측타워' 설립하고 광합성 측정과 산림 내 온난화 조건 실험, 오존 생성 메커니즘에 대한 규명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한편 지난 2월에는 ‘국가 기후‧대기 통합관리 로드맵’의 일환으로 모레 대상의 오존 정보를 4개 예보등급으로 구분하고 올해 4월부터 시범적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종합 요약 문구로만 안내되던 모레 오존 예보도 오늘·내일과 같이 세분화된다.

기존 오존 예보 방식은 오늘과 내일의 오존 정보만 △좋음(30ppb 이하) △보통(31~90ppb) △나쁨(91~150ppb) △매우나쁨(151ppb 이상)의 4단계로 예보됐고, 모레의 오존 예보는 종합적으로 요약된 문구만 표시됐다. 그러나 4월 15일부터는 농도 오존 발생이 빈번한 4월~10월까지 전국 광역시도를 19개로 구분해 하루에 4회씩 시행한다. 오존주의보는 1시간 평균 농도 기준 120ppb 이상, 경보는 300ppb 이상, 중대경보는 500ppb 이상일 때 내려진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민건강에 밀접한 오존 정보를 보다 신속·정확하게 제공됨에 따라 고농도 오존 관리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송창근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센터장은 “이달 15일부터 오는 10월15일까지 고농도 오존 현상이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오존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실시간 예보정보를 주의 깊게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초미세먼지보다 더 위협적인 오존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전국 평균 오존 농도는 0.051ppm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0.042ppm 대비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1년부터 시작된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오존층은 지표면으로부터 20km 상공에 있는 대기층으로, 태양으로부터 오는 자외선을 흡수해 지표면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특히 오존은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물질이다. 대기 성층권에서 생길 경우 자외선을 흡수해 주는 만큼 국민 건강에도 이롭지만, 지상 10km 이내 대류권에서 발생하면 건강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

전문가들은 성층권에 위치한 오존이 1% 감소할 경우 자외선은 2% 증가하게 되고, 자외선이 1% 증가하면 피부암 5%, 백내장 1%가량 증가한다고 지적한다. 만약 10% 상당의 오존이 감소한다면 자외선은 20% 증가하게 되는 만큼 건강은 물론, 자연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오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심할 경우 인체에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오존은 무색의 독성 가스로, 일사량과 기온이 높으면 증가한다. 오존 농도가 일정 기준 이상으로 높아질 경우에는 가장 먼저 눈과 기관지 점막이 자극을 받게 된다. 이어 두통이 발생하거나 호흡기를 자극해 폐 질환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에는 폐 기능 저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중추신경계 질환이나 태아 발달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특히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나 천식과 같은 호흡기질환자에게는 기도과민성 증가 및 기도 염증 등을 불러온다.

초과사망의 가능성만 놓고 봤을 때 오존은 미세먼지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오존 농도 상승으로 인한 초과사망자는 2010년 1,248명에서 2019년 2,890명으로 증가했다. 초미세먼지로 인한 초과사망자가 2015년 4,988명에서 2019년 2,135명으로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해 오존 농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오존 노출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반응성이 높은 오존은 비교적 햇빛이 약한 실내에서 다른 기체와 반응하면서 빠르게 소멸하는 특성을 가진 만큼 고농도의 오존 발생 시에는 외출을 삼가하거나, 야외 활동 중이라도 신속하게 실내로 대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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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성폭력 피해자 보호하는 美 '임대차 계약 분리·중도해지', 우리나라에 도입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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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1인 가구의 증가로 월세 형태의 주택임대차 계약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1인 임대차 가구 대상 범죄도 함께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범죄 예방 및 대처에 취약한 1인 가구 여성 대상 범죄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여성 1인 가구의 안전 현황과 정책 대응 방향(Ⅰ): 범죄와 주거위험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여성 1인 가구 밀집 지역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데이트 폭력, 성폭행, 스토킹, 주거 침입 등 모든 여성 폭력 범죄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여성 1인 가구 중 44.6%는 일상생활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가장 큰 위협을 느끼는 범죄 유형으로는 성희롱·성폭행(45.9%), 주거 침입 후 절도(24.7%) 등이 꼽혔다.

미국 연방법은 가정폭력 및 스토킹 등 범죄 피해 임차인의 긴급이주를 허용하고 있고, 각 주(州)의 법률은 범죄 피해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신속하게 이주할 수 있도록 임대차 계약 중도해지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제도적 한계로 범죄 피해 임차인이 가해자와 온전히 분리되지 못하거나, 거주지를 옮기지 못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한다. 피해자의 안전한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인 셈이다. 그렇다면, 보편적 주거 형태에 차이가 있는 미국의 선례가 과연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여성폭력방지법에 따른 '임대차 계약 분리'

미국 연방 여성폭력방지법(VAWA2)은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성폭력 및 스토킹 범죄 피해를 입은 임차인의 주거권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범죄 피해 임차인의 구체적인 주거권 보호는 주거지원 프로그램인 '주택바우처 프로그램(Housing Choice Voucher program)'을 통해 이뤄진다. 주택바우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임차인이 범죄 피해를 입으면 임대차 계약 분리, 긴급이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 식이다.

임대차 계약 분리(Lease bifurcation)란 주택 제공자가 가해 임차인과 피해 임차인의 거주지 분리를 위해 법률상 임대차 계약을 분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VAWA2에 따르면, 주거 지원 프로그램의 주택 제공자(공공주택청, 지원 프로그램의 주택 소유자 등)는 가정폭력 및 스토킹 등 형사상 범죄행위에 직접 연루된 임차인 거주자를 퇴거시키거나 주거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해당 범죄 행위의 피해 임차인이나 적법한 거주자가 퇴거, 지원 중단 등 불리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임대차 계약을 분리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주택제공자는 연방 주택도시개발부(HUD)의 '표준 긴급이주계획'을 기반으로 '긴급이주계획(emergency transfer plan)'을 채택하게 된다. 주거지원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범죄 피해 임차인은 '긴급이주계획'에 따라 특정 상황에 다른 거주지로 긴급이주할 수 있다. 긴급이주가 허용되는 대표적인 상황으로는 피해자의 명시적 긴급이주 요청, 추가 폭력 피해에 대한 공포감, 주거지에서 발생한 성폭력 등이 있다.

사진=pexels

주별로 '임대차 계약 중도해지권' 보장

미국 각 주(州)에서도 범죄 피해 임차인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텍사스주를 포함한 상당수 주에서는 가정폭력 및 스토킹 등 범죄 피해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을 조기 종료하고 거주지를 옮길 수 있는 임대차 계약 중도해지권을 '법정 권한(statutory rights)'으로 인정한다. 범죄 피해를 입었을 경우 임대차 계약을 중도에 파기하더라도 위약금 부담 없이 거주지 이동이 가능한 것이다.

일례로 테네시주는 2021년 7월 1일 이후 체결하거나 갱신하는 주택 임대차 계약부터 임차인이나 가구 구성원이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 범죄의 피해를 입은 경우 임대차 계약 중도해지권을 인정한다. 캘리포니아주는 가정폭력·성폭력·스토킹뿐만 아니라 인신매매, 노인 학대, 신체 상해 또는 사망을 초래하는 범죄, 피해자에 대한 무기 또는 무력 사용 범죄 등을 임대차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하는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뉴욕주는 범죄 피해자뿐만 아니라 고령의 임차인, 장애를 가진 임차인에 대해서도 임대차 계약 중도해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해당 권리는 임차인이 62세 이상이거나 임대차 기간 중 62세가 되는 경우 또는 일정한 장애를 가진 경우에 인정된다. 임차인은 △의학적 이유로 독립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의사가 인증하고, 가족 구성원의 주거지로 이사할 예정인 경우 △성인 돌봄 시설, 주거형 의료 돌봄 시설, 연방·주(州)의 지원주택, 노인주택 등에 거주가 가능함을 통보받은 경우에 한해 임대차 계약을 중도해지할 수 있다.

텍사스주는 임차인이 군인이거나 군인의 가족인 경우에도 중도해지권을 인정한다. 이들은 임대차 계약 기간 중 입대하거나 근무지 영구 변경 등의 명령을 받을 경우 계약 해지에 관한 서면고지와 관련 정부 문서의 사본을 임대인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아직 미흡한 국내 보호 제도, 美 선례 적용 가능할까?

최근 국내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는 범죄 위협에 취약한 1인 가구 및 고령 임차인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임차인의 주거권을 촘촘하게 보호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범죄 피해 임차인 보호 제도에는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 바로 '신속하고 단기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공공주택 특별법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보호 시설에 6개월 이상 입소한 경우 공공 임대주택의 우선 입주권을 부여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범죄 피해 임차인 주거권 보호 규정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해당 제도는 임차인이 보호시설을 장기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경우나, 단기간 내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경우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반면 임차인이 이주 정보 노출 없이 신속하게 이주할 수 있도록 돕는 '임대차 계약 중도해지권'은 신속하게 임차인을 보호할 방안 중 하나다. 현행 우리나라 보호 제도의 빈틈을 메꿀 만한 방책인 셈이다. 제도적 기반만 마련되면 국내에서 큰 무리 없이 실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범죄 피해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이주할 수 있게 된다면, 피해자 보호 제도의 질 자체가 크게 향상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임대차 계약 분리의 경우 미국과 우리나라 임대차 시장의 형태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만약 2인이 공동으로 계약하는 월세 임대차의 경우 가해 임차인을 퇴거시키고 다른 1명이 나머지 계약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계약서에 명시하는 방식으로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세 계약에서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예컨대, 전세 자금 마련을 위해 피해자와 가해자가 전세자금 대출을 공동 신용으로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가해 임차인 퇴거 이후 피해 임차인이 남은 대출을 떠안아야 한다. 공동 신용으로 대출을 내준 은행 입장에서는 자산 건전성 악화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국내 임대차 시장의 대다수를 전세 계약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해당 제도가 국내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피해 임차인에 대한 이자 지원 등 정부 차원에서의 보완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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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도는 쌀 5만 톤 '해외 원조'에 쓰는 우리나라, 과잉 생산 대책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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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이하 농식품부)는 올해 UN 세계식량계획(이하 WFP)을 통해 코로나19, 분쟁, 기후변화 위기 등으로 식량난을 겪는 6개국 대상으로 쌀 5만 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2018년 1월 식량원조협약(FAC, Food Assistance Convention)에 가입하며 연간 쌀 5만 톤 규모의 식량 원조를 국제사회에 공약한 바 있으며, 2018년부터 매년 5만 톤의 쌀을 식량 위기국의 난민과 이주민에게 지원하고 있다.

농식품부 정혜련 국제협력관은 “올해는 우리나라가 WFP에 긴급구호를 요청한 지 60년이 되는 해이자, 우리나라가 6년째 식량원조를 공여하는 해"라며 "우리나라는 한 세대 만에 식량원조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발전한 유일한 모범 국가로서, 앞으로도 유엔의 기아 종식(zero hunger) 목표 달성을 위하여 식량원조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식량 위기 겪는 6개국에 5만 톤 규모 쌀 지원

우리나라는 UN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식량 위기국에 매년 쌀 5만 톤을 원조하고 있다. WFP는 식량원조를 통한 개도국 경제․사회발전 도모 및 식량안보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UN 기구로, 우리나라의 분담금을 받아 정부관리양곡을 구매한 뒤 해상 및 현지 육로 운송, 배급․보관, 모니터링 등 원조 과정 전반을 수행한다. 이번 쌀 원조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지난해와 동일한 518억5,700만원이다.

정부는 세계 기아 지수(Global Hunger Index)에 따른 긴급성과 우리 쌀에 대한 수용성 등을 고려, 기존 대상국인 예멘·에티오피아·케냐·우간다에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을 추가해 총 6개국에 쌀을 지원한다. 오는 22일 부산 신항에서 시리아행 원조 쌀의 출항이 출항하며 이후 울산, 군산, 목포 등의 항구를 통해 순차적으로 쌀이 운송될 예정이다. 쌀은 지원 대상국에 6∼7월 중 도착하며, 7월부터 각국 주민에게 분배된다.

코로나19, 분쟁 등에 따른 국제 곡물 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 식량위기가 유례 없이 심화한 상황이다. 2022년 7월 세계식량농업기구(FAO), WFP 등 5개 국제기구가 공동 발간한 ‘세계 식량안보 및 영양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세계 기아 인구는 8억2,800만 명으로 2020년 대비 4,600만 명이 증가했다. 전 세계 인구의 9.8%가 기아로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긴급 식량 지원이 필요한 개도국에 대해 식량 원조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 쌀 과잉 공급, '남아도니까 준다'?

정부는 매년 진행되는 쌀 원조 사업이 국내 쌀 수급 조절에 기여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쌀은 수년째 '과잉 공급' 상태다. 2021년 쌀 생산량은 388만2,000톤 수준이었으며, 2022년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3.0% 감소한 376만4,000톤이었다. 이 중 국내에서 소비되지 못하고 남는 쌀은 매년 5.6%(당해년 쌀 생산량 대비) 수준이다.

2020년에 개정된 현행 양곡관리법에는 정부의 쌀 매입 요건이 존재한다. 초과 생산량이 당해년 생산량의 3% 이상으로 예상되거나 단경기 또는 수확기 가격이 평년보다 5% 이상 하락한 경우 정부가 쌀을 매입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정부는 2021년산 쌀(388만2,000톤, 전년 대비 10.7% 증가)을 세 번에 걸쳐 총 37만 톤을 매입한 바 있다.

매년 해외 원조에 사용되는 5만 톤은 국내 2022년 쌀 생산량의 약 1.3% 수준에 그친다. 매년 5~6%의 잉여 쌀이 발생하는 만큼, 사실상 우리나라는 양곡관리법에 따른 정부 매입 이후 '남아도는' 쌀을 원조하고 있는 셈이다. 언뜻 보면 우리나라가 어려운 나라에 기꺼이 식량 잉여분을 나눠줄 수 있는 '여유로운' 나라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현재 국내 쌀 시장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빠르게 침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쌀 초과 생산량에 대한 국가의 ‘매입 의무 제도화’를 놓고 양곡관리법 관련 논쟁이 오가고 있다. 현행 양곡관리법은 쌀 매입을 정부의 의무 사항으로 두지 않으며, 쌀 매입 여부와 매입 규모를 정부가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이 ‘수요량’ 또는 ‘예상 생산량’보다 3~5% 이상 더 생산되거나, 쌀값이 5~8% 이상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 전량을 의무 수매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 누구를 위한 일인가

더불어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쌀값 지지를 통해 농가 소득안정을 도울 수 있다고 판단한 반면 정부·여당은 재배면적 감소폭 둔화 및 과잉 쌀 구매에 따른 국가 재정 지출 부담 증가에 주목했다. 현 정부는 강제 매입을 시행하면 매년 5.6%(당해년 쌀 생산량 대비) 수준인 잉여 쌀이 6~16%까지 더 늘어날 수 있으며, 쌀값도 오히려 하락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양곡관리법 개정 이후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43만2,000톤의 쌀이 초과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현재 정책을 지속할 경우 정부의 재정 부담이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1조303억원으로 늘 것이라고 봤다. 올해 시장격리에 사용된 5,559억원에 약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농가 역시 과잉 생산에 따라 4~9% 수준의 가격 하락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쌀 농가 지원 필요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쌀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과잉 생산으로 재고가 쌓이면 농가 생계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근본적 해결책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기는 어렵다. '쌀'에만 초점을 맞춘 이번 개정안은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겠지만, 사실상 정부 재정 부담만 늘린 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품질보다는 수량 확보가 이득이며, 다양한 농작물을 생산하기보다는 쌀을 많이 생산해 정부에 넘기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심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에서 유사한 정책이 실패한 전례도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2011년 태국의 잉락 친나왓 내각은 시중 가격의 150% 가격으로 쌀을 수매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농민이 정부가 지정한 창고에 쌀을 입고한 뒤 4개월간 소유권을 유지하며, 시장 가격이 높으면 시장에 판매하고 미판매 시에는 정부가 의무적으로 수매하는 인위적 가격 지지 제도였다. 결과적으로 제도 시행 1년 만에 태국의 쌀 생산량은 약 23% 증가했고, 태국의 쌀 수출 경쟁력은 급속도로 약화했다. 당시 태국 재무부 조사위원회는 제도 시행 2년간 쌀 수매로 인한 손실이 9조 5,000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쌀 시장은 매년 5만 톤이 '원조용'으로 사용되어도 타격이 없는 기형적 공급 과잉 상태에 놓여 있다. 수요와 공급의 왜곡이 우리나라 쌀 산업의 경쟁력을 끊임없이 약화하고 있는 것이다. 양곡관리법 개정 등 일시적 방안에 골몰하면 오히려 농가 피해만 방대해질 위험이 있다. 이젠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시장의 체질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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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과의 전면전 선포한 정부, 한국판 '좀비랜드'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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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고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추진성과 및 향후계획」을 논의했다. 최근 마약류관리종합계획, 범부처 마약류대책협의회 격상 등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강남 학원가 마약 사건, 연예인 마약 과다복용 사건 등 국내에서는 마약 관련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과거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던 한국에 약물 남용과 중독이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의 마약 규제 정책에서의 시사점을 통해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방법과 통찰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지난 11월부터 시작된 집중 단속으로 4개월 동안 한국에서 5,800명이 넘는 마약상이 체포됐으며, 300kg 이상의 마약이 압수됐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검거 건수는 24%, 압수된 마약은 55% 증가했다. 압수된 마약의 양은 306.8kg으로, 필로폰 소비량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국민 천만 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양이다.

윤 대통령은 "마약류 중독은 나와 내 가족,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질병이자 범죄이므로 마약류 범죄는 반드시 처벌한다는 각오로 강력하게 수사-단속하고, 마약류 중독자가 하루빨리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치료-재활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종합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범정부적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대검찰청검찰방송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추진성과 및 향후계획」

정부가 발표한 계획은 마약류 관리의 흐름에 따라 △입국 감시 △유통 차단 △사법 처리 △치료 및 재활 △교육 및 홍보로 구분하여 구성된다. 정부는 감시인력 확충, 특송화물 검색시스템 구축, 첨단 마약탐지장비 도입 등을 통해 마약류가 국경을 넘어 밀반입되는 것을 방지할 계획이다. 마약범죄 수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마약범죄특별수사단은 검찰, 경찰, 관세청 등 840명으로 구성된다. 각 기관의 마약 수사관들이 초동 수사부터 재판 과정까지 전국의 마약 범죄에 공동 대응한다. 특히 청소년 대상 마약류 공급 등 인터넷 마약류 유통과 대규모 밀반입-수출입 사범을 중점적으로 수사해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하고 완전히 박탈할 계획이다.

마약사범 기소유예의 경우 기존에는 마약류 강도, 투약량 등 검찰 내부규정에 따라 치료-재활 조건을 부과했으나, 시범사업으로 의사 등 마약류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식약처 운영)가 기소유예 대상자의 중독 정도를 평가하고 그 의견을 토대로 치료-재활을 조건으로 기소유예를 처분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된 24개 병원이 마약류 중독 치료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사업 운영 및 치료지원 단가를 인상하고, 치료보호 의료수가를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치료보호가 종료된 중독자를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치료와 재활을 연계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마약류 퇴치 홍보를 위해 '마약 끝의 신호, SOS'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대국민 캠페인을 전개하고, 개별 누리집에 흩어져 있는 마약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통합 누리집도 구축한다. 이로써 '마약 복용 10년 후 자신의 모습 상상하기' 등 가상-증강현실을 활용한 체험형 교육을 확대해 청소년의 관심을 유발하고 교육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교원 연수 프로그램에 마약 교육을 포함해 교원의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사진=대검찰청검찰방송

'마약 좀비' 횡행하는 미국의 통제 방식

최근 SNS 등에 소위 ‘좀비’라고 불리는 마약 중독자들이 미국의 거리를 배회하는 영상이 흔하게 돌아다닐 만큼, 현재 미국은 밀반입된 불법 제조 펜타닐로 인해 매년 수만 명이 사망에 이르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의 '블루 로터스 작전'과 같은 대규모 압수 작전을 비롯한 헌신적인 법 집행 노력에도 불구하고, 밀매업자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압수된 마약을 쉽게 대체했다. 펜타닐은 생산량에 자연적인 제한이 없는 합성 약물이기 때문에 고위급 밀매업자들은 압수된 마약을 금세 대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펜타닐은 극소량만으로도 치사량에 이르는 만큼 밀반입 양이 적은 탓에 국경에서도 통제하기 어렵다. 펜타닐 공급에 대한 최대 형량을 높이고, 국경 통제를 두 배로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인 공급 차단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초당파적, 양원제, 다기관으로 구성된 합성 오피오이드 밀매 퇴치 위원회는 불법으로 제조된 펜타닐로부터 국경을 봉쇄하는 것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펜타닐의 엄청난 양을 고려할 때 합성 오피오이드 시대의 마약법 집행 목표를 제고하고 오피오이드 거래와 관련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법 집행 자원을 현명하게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 집행 기관이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기대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지역, 국가 및 국제 수준에서 불법 시장과 관련된 폭력, 부패, 자금 세탁 및 기타 폐해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급 차단보다 '소비자 처벌' 강화해야

이는 한국에도 적용 가능한 사안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접근 방식은 피해 수준에 따라 마약 밀매자, 딜러, 시장을 구분하는 것이다. 일부 딜러는 폭력적인 활동을 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딜러도 존재한다. 법 집행 기관이 단순히 유통되고 있는 마약만을 쫓는 것에서 벗어나 폭력적이고 부패한 조직을 추적하는 데 집중한다면 보다 표적화된 효과적인 마약 범죄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 마약류 관리법상 마약 범죄는 단순 투약이나 소지만으로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으나, 대부분 기소유예에 그치는 등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는 만큼 소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 즉 공급 차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 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청소년에게 마약의 위험성에 대해 교육하면 마약 사용과 중독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약물 남용 저항 교육(D.A.R.E.)과 같은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약물에 대해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이 국경을 넘나드는 합성 마약에 대한 흐름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한국도 마약 공급 방지만을 목표로 삼는 대신 불법 마약 시장과 관련된 피해를 줄이고, 마약 수요 근절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폭력, 부패, 자금 세탁 및 마약 밀매와 관련된 기타 범죄 활동 차단과 마약류 관리 처벌 강화가 도움이 될 것이다.

마약계의 블루오션, 한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간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대규모 마약 사건이 적어 마약에 대한 인식이 낮은 데다 세관의 검사도 약하기 때문에 마약계의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또한 한국은 경제 규모가 크고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수도 많아 마약 밀반입 경로를 구축하기 쉽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한편 최근 마약 관련 사건이 증가함에 따라 마약 사범에 대한 법률 대리 시장의 수요도 높아지는 등 '법조계의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다만, 해당 시장은 전관들과 수사기관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법무법인 인피니티의 박성진 변호사가 변호를 맡았던 배우 유아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내 최고의 마약 전문 검사로 꼽히는 박 변호사는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과 차장검사, 검찰총장 권한대행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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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해양방사능 조사' 결과 공개 방식 개선, '후쿠시마 오염수' 우려 반영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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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해양방사성물질 조사 내용 공개 방식(왼쪽)과 신규 서비스/사진=해양환경정보포털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 소식으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자 정부는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해양방사성 조사 결과 공개 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오는 6일부터 해양환경정보포털 누리집을 통해 해양방사능 조사 결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지도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5일 밝혔다.

정도현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책관은 “국민 누구나 우리 해역의 해양방사능 조사 결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해양방사능 조사 범위 확대·결과 공개 방식 개선

해수부는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이후 해양·수산 분야의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 2015년부터 연안 대상 해양방사능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방사성물질 모니터링 대상을 기존 45개에서 52개(일반정점 23개, 주요정점 29개)로 늘리고, 조사 정점의 해수와 해저퇴적물, 해양생물의 세슘과 플루토늄, 삼중수소 등 방사성물질을 조사할 예정이다. 주요 정점인 29개소는 격월 단위로 조사하고, 그 외 23개 정점은 2월과 8월 연 2회 조사를 실시한다.

해양방사능 조사는 해양환경공단의 해양환경 측정망 사업의 일환이다. 해양환경 측정망은 전국 연안의 해양 환경 상태를 정기적으로 조사 및 파악하는 사업으로, 항만환경 측정망, 하천영향 및 반폐쇄성 해역환경 측정망, 연안 해역환경 측정망, 해양 방사성물질 측정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해역의 방사능 농도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 방사성물질 조사 항목/사진=해양환경공단

이번 정보 공개 서비스는 그간 표 형식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던 해양방사능 조사 결과를 지리정보체계(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GIS) 기반의 정보를 활용해 지도에서 한 눈에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다. GIS는 지리 공간 데이터를 분석‧가공하여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을 일컫는다.

개선되는 서비스는 4월 6일부터 일주일간의 시범 운영을 거친 뒤 정식 운영될 예정이다. 지도에서 해양 방사능 조사 내용을 알고 싶은 정점을 선택하면, 해당 조사 정점의 시기별 조사 항목과 분석 결과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연안해역에 대한 해양방사능 조사 결과는 해양환경정보포털 누리집, 해수부 누리집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라앉지 않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우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섞인 빗물·냉각수 등 오염수가 계속해서 생성되고 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제1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만 130만 톤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전력은 지금까지 방사능 오염수를 자체적으로 축적해왔지만, 저장 공간의 한계로 축적된 방사능 오염수를 30년에 걸쳐 바다에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6일(한국 시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배출 계획에 대한 안전성을 검토하기 위해 지난해 실시했던 IAEA 모니터링 TF(이하 TF팀)의 3차 방일 미션(22.11.14~18)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IAEA 모니터링 TF는 IAEA가 일본 측 오염수 처분 계획의 국제기준 부합여부·규제 측면 등을 검토하기 위한 전문가 집단이다. IAEA 사무국 직원과 한국, 미국, 중국, 영국 등 국제전문가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IAEA는 해당 보고서에서 일본 도쿄전력의 오염수 내 방출 전 측정 대상 핵종 선정방식과 관련해 핵종별 측정·분석결과를 반영했으며, 그 결과 '충분히 보수적이면서도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우리 정부도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전문 기관을 중심으로 일본의 오염수 해양배출 계획 전반에 대해 NRA(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심·검사자료 등을 바탕으로 과학적·기술적 종합 분석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불안감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의 해양방사능 조사 결과 서비스 개선은 국민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실제 오염수 방류 이후에도 해안 방사능 조사 결과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일정 부분 국민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오염수 방류 기간은 최소 30년에 달하는 데다, 30년에 걸친 방류가 완료된다고 해도 한동안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일본의 사정'에서 출발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우리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수십 년에 걸쳐 빠져나가는 셈이다. 이 같은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과연 최선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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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배한 여론조사 불신, 하루빨리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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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여론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프랑스,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에서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공적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 여론조사에 대한 규제가 처음 도입되었고, 2010년에는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가 설치됐다. 프랑스에서는 '여론조사의 공표와 전파에 관한 법률'을 통해 여론조사의 실시 및 공표에 대해 규제하고 있으며, 캐나다에서는 개정된 캐나다 선거법에서 선거 여론조사의 보도 및 공표에 대해 규제하고 있다.

공적 규제에도 장점이 있지만, 많은 유럽 국가를 포함한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유럽 여론 및 마케팅 협회(ESOMAR)와 국제상공회의소(ICC)가 개발한 시장 및 여론조사에 관한 국제규범(ICC/ESOMAR)을 통한 자율 규제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 협회(AAPOR)의 조사 원칙도 ICC/ESOMAR 강령과 유사하며, 두 강령 모두 △투명성 △양질의 조사에 대한 헌신 △정보 제공과 같은 원칙을 꼽고 있다.

선거 여론조사의 전문성과 신뢰성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많은 공천이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전문성과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극단적으로는 여론조사 발표를 금지시키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정치권이 여론조사 기관의 전문성을 위해 하루빨리 법 개정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아무나 간판 거는 수준

선거와 여론조사는 불가분의 관계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여론조사를 통한 공천이 상당수 이뤄졌고, 내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 역시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언뜻 여론조사가 공정한 공천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여론조사 업체들은 투명성과 양질의 조사 등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여론조사협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여론조사 기관의 등록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 기관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공표하려면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기관 현황이 무질서하게 운영되고 있어 유권자들의 회의와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여론조사 단체는 91개에 달한다. 이 중 소규모 단체의 경우 자동응답시스템(ARS), 임의번호걸기(RDD) 등 비용이 저렴한 방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왜곡된 결과를 초래하고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에 연구보고서는 여론조사원에 대한 인증 의무화, 여론조사 시스템의 최소 요건 명시, 실적 및 매출 기준 상향 조정, 등록 취소 의무화, 여론조사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권고하고 있다.

선거 여론조사의 신뢰성과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등록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등록 요건이 지나치게 낮은 탓에 조사 품질이 의심스러운 기관이 난립하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는 최소한의 공인 분석가 수, 여론조사 시스템의 최소 사양, 수익 기준 강화 등 등록 기준을 상향 조정하면 신뢰할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의 유포를 방지하고 유권자의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분석전문인력 요건: 사회조사분석사 2급 또는 관련 업체 경력 2년

지난달 27일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거 여론조사 기관의 등록 요건과 관리·감독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상근직원 5명 이상(전문가 3명 이상 포함), 조사시스템, 10회 이상 여론조사 결과 등을 갖추도록 하는 등 등록 요건을 법률에 명시해 여론조사 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내용이 골자다.

아울러 부실한 여론조사 기관의 설립을 방지하기 위해 등록 기관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 및 교육 의무를 부과하고 허위·부정 등록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각각 3년, 5년 동안 재등록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아가 여론조사 기관이 1천만원 이상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 이를 공개하도록 하여 경각심을 높이고 투명성을 제고하도록 했다. 이형석 의원은 선거 여론조사가 정치 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록제도가 법에 따라 엄격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이형석 의원 주장대로라면 전문인력을 3명이나 모아야 하는 만큼, 이 점이 해자로 작동해 '기존 회사들끼리 해 먹기'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조사분석사 2급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는 한 수험생의 말에 따르면 “2월에 필기를 쳤고  4월 말에 실기 시험 2차례 예정인데, 이거 합격한다고 뭐가 되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전문성에 의구심이 드는 자격증”이라고 토로했다.

선거 여론조사에 대한 혁신 요구

급변하는 정치 환경과 진화하는 유권자 행동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선거 여론조사의 혁신이 요구된다. 고급 데이터 분석, 인공 지능, 소셜 미디어 감정 분석 활용과 같은 새로운 방법론은 여론조사 기관이 보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선거 예측을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최첨단 통계학적 방식을 수용함으로써 여론조사 기관은 민의를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선거 여론조사의 품질과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여론조사 기관들이 각 국가 내에서 그리고 국제적으로 협력하고 지식을 공유해야 한다. 이는 전문가들이 여론조사 방법론의 최신 발전 사항을 논의하고 공통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 협회, 컨퍼런스 및 워크숍의 설립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

한편 대중이 선거 과정에서 여론조사 기관의 역할과 한계를 이해할 필요도 있다. 유권자들에게 여론조사의 실시 방법, 목적, 잠재적 오차범위에 대해 교육하면 기대치를 관리하고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오해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중 인식 캠페인, 교육 리소스, 미디어 파트너십을 활용하여 정확한 정보를 전파하고 일반 대중의 여론조사 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정치 환경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여론조사 기관은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여론조사 기관은 새로운 트렌드, 인구통계학적 변화, 유권자 행동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파악함으로써 방법론을 개선하고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예측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또한 선거 여론조사의 신뢰성과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론조사 기관은 규제 준수부터 혁신적인 조사 방법 개발까지 다양한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등록 기준을 높이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며, 협업을 촉진하고, 대중을 교육함으로써 여론조사 기관은 유권자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기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궁극적으로 선거 과정의 무결성에 기여하고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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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녹색전환과 韓 녹색성장, 무엇이 다를까 - ② 한국의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日 녹색전환과 韓 녹색성장, 무엇이 다를까 - ② 한국의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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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사진=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선진국들이 친환경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녹색전환(Green Transformation, 이하 ‘GX’)을 중심 과제로 삼고 올 2월 ‘GX 실현을 위한 기본방침: 향후 10년을 바라본 로드맵’(이하 GX 기본방침)을 공표하며 GX 정책의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우리 정부도 2022년 10월 ‘탄소중립·녹색성장 비전과 세부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지난 21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3~'42)' 정부안을 발표하는 등 전 세계적 친환경 흐름에 동참한 상태다. 정부는 기본계획 정책 과제가 효과적으로 추진되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향후 5년간 약 89조 9,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녹색성장 정책은 일본의 GX 정책과 ‘목적’ 자체가 다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내부 환경 개선, 국민 생활 환경 향상 등에 초점을 맞춘 일본 GX와 달리 EU의 ESG 공시 의무화로 인한 피해에 중점을 두고 단기적인 정책만을 수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일본과 한국이 유사한 시기에 탄소중립을 위한 장기적 로드맵을 제시한 가운데, 차후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30 NDC 정비해 기본계획 제시

정부는 지난 21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3~’42)(이하 '기본계획') 정부안을 발표하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18년 대비 40% 감축) 달성을 위한 세부 이행방안을 제시했다. 기본계획은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에 따라 최초로 수립된 탄소중립・녹색성장에 관한 최상위 법정 계획으로,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 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

정부는 △구체적·효율적인 책임감 있는 탄소중립 △민간 주도 혁신적인 탄소중립・녹색성장 △공감과 협력으로 함께하는 탄소중립 △기후 적응과 국제사회를 이끄는 능동적인 탄소중립 등 4대 국가전략을 설정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부문별 탄소 감축 정책, 이행 기반 강화 정책 등 총 82개의 세부 추진과제도 함께 제시했다.

사진=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정부는 탄소중립기본법 및 동법 시행령에 명시된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2018년 대비 40% 감축)를 달성하기 위해 부문별 탄소 감축 목표와 이행 수단을 마련했다. 부문별 감축 정책은 2021년 발표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를 기반으로 부문별 감축 목표를 일부분 조정해 마련됐다.

먼저 전환 부문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 태양광・수소 등 청정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하도록 목표를 상향했다. 차후 석탄 발전을 감축하고 원전과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 전력 계통망 및 저장체계 등 기반 구축과 시장원리에 기반한 합리적인 에너지 요금체계를 마련하여 수요 효율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원전 발전 비중은 2021년 27.4%에서 2030년 32.4%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1년 7.5%에서 2030년 21.6%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 부문은 원료수급, 기술전망 등 현실적인 국내 여건을 고려하여 감축 목표를 완화했다. 또 기업의 감축 기술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해 기술혁신펀드 조성, 보조·융자를 확대한다. 더불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배출효율기준 할당 확대 등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자발적인 감축 활동을 유도한다. 배출권거래제 배출효율기준 할당 비중은 2021년 65%에서 2030년 75%까지 증가할 예정이다.

수소 부문 정책은 수소 활용처 확장, 청정수소 기반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추진된다. 먼저 수전해 기반 그린수소 등 핵심기술 실증과 수소 액화플랜트, 수소 배관망 등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춘다. 이에 더해 내연차·선박·트램·드론 등 수소 모빌리티를 다양화하고 수소 클러스터, 수소 도시를 지정하여 수소의 활용 범위를 확대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내 수소차가 2022년 29,733대에서 2030년 300,000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청정수소 발전 비중도 2030년 2.1%까지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CCUS 부문은 국내 탄소저장소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 흡수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점을 반영했다. 건축, 수송, 농축수산, 폐기물, 흡수원 등 5개 부문의 정책 추진 방향은 기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동일하다. 이에 더해 국내 감축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국제 감축사업 발굴 및 민관협력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국제감축을 유연하게 활용하고, 이를 통해 우수한 감축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참여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경제·사회 전 분야 및 각계각층 모두가 조화를 이루는 탄소중립 사회 구현을 위해 기후 적응, 정의로운 전환, 국제협력 등 6대 분야 45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단, 상기 기본계획은 미확정안이며 향후 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 의견 수렴 후 보완 및 수정될 예정이다.

사진=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기본계획 이전 우리나라 ESG 정책의 문제점

이번 기본계획이 제시되기 전까지 정부는 궁극적 목표 없이 '급한 불 끄기'에 바빴다. 최근 정부의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은 기업의 ESG 경영 공시 의무화였다. 유럽연합(EU)이 비EU 기업을 대상으로 ESG 공시 의무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을 도입하면서 EU 내 법인 매출이 4천만 유로를 초과하는 기업은 EU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에 따라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시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국내에서도 차후 ESG 공시가 의무화될 예정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TCFD나 GRI, SASB와 같은 다양한 국제 ESG 공시기준을 활용해 자율적으로 ESG 공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2025년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ESG 관련 사항에 대한 공시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문제는 ESG 공시 의무화 시 다수의 국내 기업이 비용 부담·인력 부족 등 위기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ESG 동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발표에 따르면 EU의 ESG 공시 의무화에 대한 단기적 대응 수준과 관련한 질문에 원청기업의 48.2%, 협력업체의 47.0%가 ‘별다른 대응 조치 없다’고 응답했다. 2025년부터 시행되는 ‘국내 ESG 의무 공시’와 관련해서 별다른 대응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도 36.7%에 달했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의 ESG 경영 전환에 대한 정부 지원 및 기업의 ESG 경영 활동을 독려할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금융위원회

수출 중소기업이 ESG 공시 의무화로 인해 흔들릴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7.9%(2021년 기준)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자연히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련 문제를 해결할 단기적 정책을 내놓는 데 힘을 쏟고 있었다.

일례로 지난 2월 지난 기획재정부는 올해 수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ESG 공급망 실사 관련 진단평가 및 컨설팅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이 공급망 실사와 같은 새로운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ESG 평가의 투명성·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평가기관 가이던스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민간의 사회적 채권 발행 활성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특성화 대학원 ESG 교육 과정 등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정책이 쏟아져나왔다.

금융위원회 역시 글로벌 ESG 규제 강화 기조에 대비한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선언했다. 2025년부터 적용될 국내 ESG 공시 단계적 의무화에 대비해 공시 의무 대상 기업과 공시 항목, 기준 등을 구체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ESG 경영을 돕기 위해 ESG 금융추진단을 구성, 향후 운영계획과 ESG 공시 국내외 동향, 지속 가능 금융 이슈와 과제 등을 논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SG의 '근본적 목표' 잊지 않아야

전 세계적 ESG 경영 확산의 근본적 원인은 극심해진 기후 위기에 있다.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10년 후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시기보다 1.5도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한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뒤흔드는 수준이다.

대부분 국가의 ESG 정책은 이 같은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등장했다. EU는 강도 높은 ESG 규제를 시행하는 한편, 기업의 상여금(인센티브) 분배 기준에 '환경과 인권에 대한 영향' 조항을 포함하는 등 환경 보호를 위한 다수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 역시 장기적인 탄소 감축 계획을 제시하며 향후 5년 동안 150조 엔 이상의 민관 GX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닌 환경 문제를 개선하고, 국민 생활 환경을 향상하기 위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ESG 정책을 내세워왔다. 환경을 위해 규제를 실시하는 것이 아닌, 규제가 등장하니 부랴부랴 환경 정책을 내놓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EU가 수출을 위해 요구하는 조건들에 맞춰 등장한 다수의 정책이 이를 방증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그조차도 '한 박자 늦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시중 은행권이 정부보다 최소 1년 일찍 중소기업의 ESG 공시 의무화로 인한 위기를 인지하고 지원책을 제시한 바 있다.

국가 경제 성장을 고려해 EU의 규제에 대응한 정부의 판단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규제 회피를 위한 정책보다는 우리만의 본질적 목표 실현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면에서 장기적 녹색성장 목표를 제시한 이번 기본계획 발표는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일본과 한국은 유사한 시기, 유사한 내용을 담은 녹색성장 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자금 투자 규모, 구체적 미래 목표와 시행 방안, 산업계의 반응 등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차후 두 나라가 원활하게 정책을 추진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각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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