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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헌법불합치 조항 효력 상실, 길거리 수놓은 '있는 자들'의 막말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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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선거운동 등에 관한 규정 일부에 대해 단순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가운데, 다가오는 제22대 총선거를 고려해 신속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입법처)는 7일 발간한 '선거운동 규제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 단순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 조항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헌재의 불합치 결정 이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문제 개선을 위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의결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심사 단계에서 여야 간 의견을 좁히지 못한 끝에 개정이 무산됐다. 지난 1일부터 헌법불합치 조항들의 법적 효력이 상실되며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2024년 4월 총선 전에는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헌법재판소의 선거운동 규제 '위헌' 판단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에 공직선거법 선거운동 등에 관한 규정 제68조 제2항(어깨띠 등 소품), 제90조 제1항(시설물 설치 등의 금지), 제93조 제1항(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 제103조 제3항(각종 집회 등의 제한)의 일부에 대해 단순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적절한 규제를 통해 선거에서의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지나친 경쟁 과열과 금권선거를 방지해 공정한 선거를 치르는 데 목적을 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필요 이상으로 포괄적인 선거운동을 금지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는 점 △비용, 종류, 방법 등 다른 제한 수단을 통해 기회균등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중대하다는 점을 지적,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제103조 제3항에 대해서는 단순 위헌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해당 조항은 바로 기효력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누구든지 선거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으로 향우회 등 법에서 정한 모임을 제외한 집회 및 모임을 개최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세 개 조항에 대해서는 정치적 표현의 허용 범위를 정하기 위한 개선 입법 시한을 2023년 7월 31일까지로 정하고, 개선 입법 시한까지 법률의 효력이 유지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여야 공방 속에 결국 무산된 정개특위 대안

이에 정개특위는 지난달 13일 관련 개정안들을 반영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의결했다. 해당 대안은 시설물 설치 등의 금지 기간(제90조 제1항),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제93조 제1항) 등의 금지 기간을 180일에서 120일로 단축했다. 아울러 본인 부담으로 제작하거나 구입한 소품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허용하되 규격은 선거관리위원회 규칙으로 정하고(제68조 제2항),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그 밖의 집회나 모임에 대해 참가 인원이 30명을 초과할 때만 한정적으로 금지하도록(제103조 제3항) 했다.

하지만 의결 이후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다 폭넓게 확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90조와 제93조의 경우 금지 기간만 줄였을 뿐, 선거운동 방법에 있어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03조 제3항에 대해서는 폭넓은 정치적 표현보다 인원수 제한으로 문제를 축소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개특위 대안에 관한 법사위 심사단계에서도 유사한 지적이 제기됐다.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 것은 제103조의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집회 규제'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여야는 해당 조항을 놓고 끝까지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개정안 처리는 무산됐다.

헌법불합치 조항들의 법적 효력 상실, 정치권 혼란 가중

개정안이 법사위에 계류된 채 개선 입법 시한이 지났고, 지난 1일부터 헌법불합치 조항들의 법적 효력이 상실됐다. 이에 정치권의 혼란 역시 점차 가시화하는 추세다. 특히 정치 현수막 및 벽보 등에 대한 금지 조항을 담은 제90조 제1항이 효력을 잃은 가운데,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옥외광고물법」의 영향이 겹치며 '정치 현수막'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은 통상 정당 활동으로서 보장되는 정책 등을 표시하는 정당 현수막에 대한 신고 등 규제를 전면 배제해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을 무제한 허용하고 있다. 정당 정책, 정치 현안에 관한 현수막이 신고나 허가, 수량과 규격에 대한 규제 등에서 자유로워진 것이다. 타 정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담은 현수막이 난무하고 있음에도, 지자체는 가이드라인과 대통령령에 명시된 바를 지키지 않는 현수막만을 철거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옥외광고물법이 정당 소속 기존 유력 정치인들에게 무분별한 사전 선거운동을 허용해 정치에 뜻이 있는 청년 정치인을 차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수막이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 알리기’ 수단으로 악용돼 무소속 후보자 및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이 아닌 당원들, 특히 정치에 뜻이 있는 청년 및 정치 신인들이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오는 2024년 4월 제22대 총선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관련 법률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는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의 효력이 상실된 상태로 선거를 치르게 된다. 단순 '정치 현수막 난립'을 넘은 혼란 속에서 선거운동 및 선거가 진행될 위험이 있는 셈이다. 원활하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서라도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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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4대강 보'로 무의미한 공방 지속, 홍수에 휩쓸려가는 국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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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구를 휩쓴 폭우로 사상자가 속출하며 '4대강 보 해체'가 부적절한 선택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시절 금강·영산강의 5개 보 해체·개방 결정 과정을 좌파 시민 단체들이 이끌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20일 공개됐다. 실질적인 자연재해 피해 해결책을 강구하기는커녕 4대강 사업을 중심에 둔 여야 간 '기 싸움'만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감사원 "좌파 시민 단체가 '보 해체' 좌지우지했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8월 환경부는 문 전 대통령 훈령에 따라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조사평가단)을 설치했다. 조사평가단 내에는 ‘전문위원회’와 ‘기획위원회’가 수립됐으며, 이 중 전문가 8명과 공무원 7명으로 구성된 기획위가 4대강 보 처분 방안을 결정하는 핵심 기구 역할을 수행했고, 기획위 내 민간 전문가 8명은 전문위 위원 내에서 채택됐다.

문제가 된 것은 2018년 11월 전문 위원으로 선정된 43명 중 25명(58.1%)이 당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 단체 연합인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재자연위)에서 추천한 인사라는 점이다. 기획위 민간 전문가 역시 8명 전원이 재자연위가 추천한 인사들이었다.

감사원은 문 정부가 임기 첫 달인 2017년 5월부터 ‘4대강 보의 처리 방안을 2018년 말까지 확정한다’는 발표를 반복했으며, 문 정부 청와대가 환경부에 시간표를 지키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기획위는 보를 해체하면 수질이 개선되고 홍수 조절 능력도 개선된다는 전제하에 2019년 2월까지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시 기획위가 고안한 처리 방안은 보 해체 및 개방뿐이었으며, 보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은 아예 선택지에서 제외됐다.

감사원은 기획위가 보 해체 비용과 이득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보 설치 이전 측정한 수질 자료를 사용한 점을 지적했다. 이미 강의 형태가 변형된 만큼, 보를 해체한다고 강의 수질이 원상 복귀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획위는 ‘보 설치 전’에 측정한 자료를 활용해 금강 세종보·공주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해체하고,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결론을 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1월 기획위 결론을 수용해 다섯 보의 해체·개방을 확정했다.

감사원은 추가 수집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보 해체의 이익을 재평가한 결과 공주보·죽산보는 해체하지 말아야 하며, 세종보는 해체가 이로운지 아닌지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환경부는 “지난 정부 보 해체 결정은 성급하고 무책임했다”며 “4대강 보를 모두 존치하고 세종보와 공주보 운영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보 개방으로 5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소(小)수력발전’ 정상화, 지류 하천 정비도 연내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정권을 잡은 이후 몇 개월 만에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해 온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뒤집은 바 있다. 2022년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기후 위기에 대응해 보 활용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은 사실상 4대강의 보를 철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해 보 해체와 개방을 모두 검토한 문재인 정부와는 정반대 노선을 탄 셈이다.

문 정부에서 4대강 사업 문제 해결을 위해 수립됐던 환경부 조사평가단,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 역시 윤 정부 들어 모두 해산했다. 4대강 문제를 전담하는 정부 기구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이후 윤 정부는 조사평가단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으며, 감사 끝에 결국 해체될 예정이었던 금강 세종보·공주보 운영 정상화가 결정됐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전임 정부의 정책을 뒤집고 있다"며 4대강 보 유지는 국민이 겪게 될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최악의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 측은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4대강 보 해체 또는 개방으로 인해 수천억원의 혈세를 낭비했으며, 문재인 정부의 재자연화 정책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정이었다고 일갈했다.

이후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의 조사평가단이 법적으로 폐기된 평가 기준을 활용하는 등 '비상식적이고 비과학적이며 편향적인' 의사 결정을 했다는 의견을 감사원에 냈다. 이번 감사 결과에는 이 같은 환경부의 주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4대강을 중심에 두고 여야가 무조건적으로 서로의 주장에 대해 반대하며 무의미한 행정을 번복하는 양상이다.

지난주 전국구를 덮친 호우로 침수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한 뒤에도 4대강 관련 논쟁은 이어졌다. 보 해체를 주장하는 야당 측은 보가 없어야 물이 원활하게 흘러 홍수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보를 존치해야 한다는 여당 측은 보를 통해 물을 가둬둬야 2014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는 가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 공방에 심취해 유의미한 해결책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지난 2020년 홍수 피해 이후 바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여름 거대 장마전선 영향으로 규슈 지방이 홍수 피해를 당하자 일본은 그해 11월 ‘가와베가와댐’ 건설을 추진한 바 있다. 장마가 끝난 이후 기상청에 ‘기상방재감’이란 직책을 만들어 재해 대비 조직을 새로 구성하고, 가고시마현 댐 건설을 위한 주민 간담회와 전문가 자문을 실시한 것이다. 그 결과 4개월 만에 가와베가와댐 추진이 국토교통성에 공식 요청됐다.

반면에 당시 정치 공방에 혈안이 돼 있던 한국이 내놓은 결론은 '보 해체'였다. 홍수로 인한 피해가 아닌 4대강이라는 정치적 현안에 초점을 맞추고, 사실상 재해 예방이라는 근본적인 목적을 등한시한 셈이다. 자연재해 피해 경감은 인명이 달린 중대 사안이다. 이제는 무의미한 정치 공방을 멈추고 대책 마련을 위해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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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재정 심사·취업 규제 대폭 완화, 정부의 '지방대 살리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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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법무부가 해외 인재를 유치하고 유학생의 국내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유학생 비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 오는 7월 3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유학 비자 발급 시 재정 능력 심사 기준 완화 △시간제취업 제도 개선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유학 활동 병행 허용 등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될 예정이다.

이번 비자 제도 개선은 법무부의 이민청 설립의 밑거름이자 학령인구 감소로 적자의 늪에 빠진 지방대 살리기' 성격인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의 국내 학위 취득을 독려해 이민청 업무의 밑거름이 될 '우수인재 영주·귀화 패스트트랙'을 활성화하고, 유학생 유입을 통해 침체한 지방대학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재정 능력 심사 기준·취업 제도 등 개선

먼저 유학 비자 발급 시 재정 능력 심사 기준이 완화된다. 재정 능력 입증 기준이 달러에서 원화로 변경되고, 학위과정 유학생의 경우 2,000만원, 어학연수생의 경우 1,000만원 상당의 재정 능력을 입증하면 된다. 특히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학의 경우 학위과정 1,600만원, 어학연수생은 800만원 상당의 재정 능력을 입증하도록 기준이 추가 완화됐다.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유학 활동 병행 역시 허용된다. 이에 따라 비전문취업(E-9), 선원취업(E-10) 근로자들이 직업 전문성을 개발해 숙련기능인력(E-7-4) 자격을 취득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숙련기능인력이란 장기간 단순 노무 분야에 종사한 외국인의 소득, 경력, 학력, 한국어 능력 등을 점수제로 평가해 장기 취업이 가능한 비자로 변경을 허용하는 제도다.

유학생의 진로 탐색 기회 확대를 위해 시간제취업 제도도 개선한다. 전문학사·학사과정 시간제취업 허용 시간을 주당 20시간에서 25시간으로 확대하고, 학업 성적과 한국어 능력이 우수한 경우에 한해 총 30시간 근무가 허용된다. 한국어 능력 입증 방안 역시 기존 한국어능력시험(TOPIK) 외 법무부 사회 통합 프로그램 이수, 세종학당 한국어 교육 이수 등으로 다변화된다.

아르바이트 수준의 단순 노무 분야에만 취업할 수 있었던 방학 중 유학생의 전문 분야 인턴 활동도 허용된다. 아울러 유학생이 법령에 따라 의무로 규정된 현장실습, 교육부 고시에 따른 '표준 현장실습학기제'에 참여하는 경우 시간제취업 허가를 받지 않아도 내국인 학생과 동일한 실습 기회가 부여된다.

'불법체류 그만' 엄격했던 기존 규제

기존 국내 유학생 관련 규제는 상당히 엄격한 편이었다. 어학연수생 중심의 불법체류 문제가 부각되면서다. 실제 지난 2019년에는 외국인 어학연수생의 국내 비자 발급 절차가 대폭 강화된 바 있다. 당시 법무부는 “대학들이 재정, 학업 능력에 대한 자체 검증을 부실하게 해 불법체류자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절차 강화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제도 강화의 골자는 베트남인 어학연수생을 대상으로 한 ‘유학경비 보증제’ 도입이었다. 베트남 어학연수생의 경우 비자 발급을 받으려면 미화 9,000달러 상당의 학자금을 본인 또는 부모 명의 계좌에 예치하고 예금 잔고 증명서를 제출해야 했다. 법무부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려막기’를 막기 위해 어학연수생이 지급유보 방식(6개월 단위로 500만원씩 분할 인출이 가능, 1년간 지급이 정지되는 방식)의 금융상품에 가입해 미화 1만 달러 상당을 예치, 잔고 증명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대학 부설 어학원의 초청 기준도 강화됐다. 법무부는 무분별한 한국어 강사 초청을 막기 위해 국립국어원이 발급한 3급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만 한국어 강사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강사 1명당 담당 유학생 수를 최대 30명으로 제한했다.

같은 해 외국인 유학생을 우수하게 유치·관리하는 대학에 혜택을 주는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 사업을 통해서도 관련 규제가 강화된 바 있다. 인증 통과를 위해 충족해야 하는 불법 체류율 기준을 강화하고, 학위과정 유학생의 언어 능력 기준을 상향하는 식이다.

규제 완화의 '진짜' 계기는?

법무부는 "국내 체류 유학생 수는 지난 10년간 약 8만 명에서 약 20만 명으로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며 "앞으로는 유학생 유치 확대를 지원하면서도 유학생의 한국 사회 적응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유학 제도를 내실화하려 한다"고 규제 완화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이번 개선이 '이민청 설립 기반 다지기' 및 '지방대 살리기'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법무부 한동훈 장관은 ‘출입국·이민관리청’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교육받은 외국인에게 우선적으로 국적 취득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내비친 바 있다. 실제 법무부는 올해부터 국내에서 공부한 외국의 과학·기술 우수인재가 학위 취득 이후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 우수인재 영주·귀화 패스트트랙’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이번 규제 완화가 유학생 유입을 통한 '지방대학 살리기'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은 지방대학 중심으로 점차 침체하는 양상이다. 교직원 월급과 관리·운영비 등 고정지출이 수익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대학은 10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으며, 비수도권 사립대 10곳 중 8곳은 운영수지 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지난 15일 교육부가 "등록금 규제 완화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을 박은 가운데, 사실상 이들 대학의 살길은 '더 많은 학생'을 유치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국내 학령인구 감소 문제가 현실화하며 사실상 모집인원 확대는 꿈같은 이야기가 됐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종교 관련 대학을 제외한 국내 4년제 일반 대학 187개교(분교 개별 대학으로 산정) 중 2022학년도에 신입생 충원율이 100%를 달성한 대학은 39곳에 그쳤다. 대학 5곳 중 4곳은 학생이 부족해 '미충원'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이번 규제 완화는 적자에 허덕이는 지방대학에 활기를 불어넣음은 물론, 시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느슨해진 규정을 악용한 불법체류 문제를 방지하는 것이다. 새로운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충분한 모니터링과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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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제정' 두고 깊어지는 의료계 갈등, 간호법은 어째서 필요한가?

'간호법 제정' 두고 깊어지는 의료계 갈등, 간호법은 어째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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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간호법 국회 재의 요구 이후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의료계 직역 간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간호법의 입법 목적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13일 「간호법 제정 논의의 발전 방향: 입법목적 검토를 위한 (사전) ‘입법영향분석’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부결된 간호법안이 입법목적에 맞게 시행될 수 있는가를 재논의하기 위한 입법영향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간호법 두고 직역 간 갈등 고조 

간호법의 입법 목적은 간호․돌봄 서비스의 수요 증가에 대응해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숙련된 전문 간호사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에 있다. 간호계는 간호법에 열악한 간호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간 간호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등 종합적인 간호 정책을 담았다. 간호계의 정책적 요구를 '단독 간호법' 형태로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의사, 간호조무사 등 직역은 간호법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내세우며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일례로 모든 국민이 의료 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 필요 사항'을 규정한 간호법안 제1조의 경우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 없이 간호․돌봄 활동을 하게 해 갈등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현행 보건의료 체계를 붕괴시켜 국민의 건강 및 생명 보호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의사 측의 비판을 받았다.

간호조무사 측의 경우 간호조무사 업무를 간호사의 ‘업무 보조’로 규정한 간호법안 제12조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요양기관 등에 간호사가 없는 경우 간호조무사의 업무가 불법이 될 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 전반이 실직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간호조무사 시험응시 자격을 '고졸'로 제한해 상한 학력을 규정한 간호법안 제5조는 '학력 차별'이라는 비판을 샀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16일 국무회의에서 '의료기관 외의 간호업무 확대' 조항이 국민이 충분한 의료기관 간호 서비스를 받기 어렵게 하고, '간호조무사의 학력 상한' 조항이 국민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등의 이유로 간호법안에 대한 국회 재의 요구를 결정했다. 그러자 간호계는 정부 여당이 대선 공약을 파기했다면서 대리처방, 수술 등을 거부하는 '준법 투쟁'에 나섰다.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간호법 제정을 위한 단식투쟁을 선언하고 있다/사진=대한간호협회 유튜브

갈등 골 깊어져, 간호법 필요성 '증명'해야

깊어지는 직역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의료계에 간호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먼저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의료 기관을 넘어 지역사회까지 확대돼야 할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간호·돌봄 서비스 수요 증가를 정확히 파악하고, 간호·돌봄 인력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사각지대 등 서비스 미흡 실태를 파악하는 식이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보조 업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교육과정과 수련 기간이 다르며, 그 내용과 수준에도 명확한 차이가 존재한다. 간호조무사가 기본적으로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관건은 간호사의 권한이 간호조무사에 대한 자격 규제 및 과도한 업무 제한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간호조무사가 행하는 간호사 업무 보조의 범위와 한계, 이에 대한 간호사 지도의 책임 귀속 기준 등을 간호법안에 보완·규정할 필요가 있다.

국내 간호사의 '권익 보장' 필요성

간호법 제정 관련 갈등은 결국 국내 간호사들의 열악한 처우로부터 기인한다. 실제 간호계에서는 미국 간호사와 한국 간호사의 처우를 비교하는 경우가 잦다. 미국과 한국 모두 업무 강도는 비슷하지만, 근무 환경 및 대우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간호사는 의사들과 비슷한 위치에 존재하며, 사회적으로도 높은 권위를 향유한다. 미국 의료계에서는 간호사뿐만 아니라 의사를 비롯한 모든 직원이 수평관계를 유지한다. 국내 간호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태움' 등이 적다는 의미다. 근로 시간 역시 한국 대비 여유로운 편이다. 연장근무를 신청하는 간호사는 거의 없으며, 주3일 혹은 주 4일 근무가 일반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진=pexels

우리나라 대비 여유로운 스케줄임에도 연봉은 오히려 높다. 일반적인 병원에서 간호사는 호봉이 따로 없으며, 계약 시점의 경력으로 급여를 계산한다. 미국에서 간호사로 10년을 근무한 경우 약 1억5,000만원(세전)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동일한 경력을 보유한 한국 간호사 대비 약 2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현재 국내의 '의료인 부족' 문제는 지방 중심으로 점차 가속화하고 있다. 돌봄 인프라 부족은 지역사회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간호사의 권익을 보장하는 간호법 제정은 전문 의료 인력의 확충을 위해 필요한 수순이다. 단 간호법이 간호사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된 만큼, 간호사의 전문성을 제고해 이들이 의료계의 한 축을 책임감 있게 지탱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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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단체 보조금 비리'에 칼춤 추는 정부, 尹 "철저히 환수·단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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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통령실

정부가 보조금을 부정 사용한 민간단체를 향해 칼을 빼 들었다. 지난 4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일제감사 결과 총 1조1,000억 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비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우선 확인된 부정 사용 금액만 314억원에 달한다.

부정행위의 형태는 횡령, 리베이트 수수, 허위 수령, 사적 사용, 서류 조작, 내부 거래 등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5일 “보조금 비리에 대한 단죄와 환수 조치를 철저히 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함에 따라, 정부는 이들 사업에 대해 보조금 환수, 형사 고발, 수사 의뢰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보조금 정치적 활용·허위 수령 등 다수 적발

이번 일제 감사에서는 A통일운동단체가 "묻혀진 민족의 영웅을 발굴하겠다"며 6,260만원을 수령한 뒤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 등 정치적 메시지를 설파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B협회연맹 사무총장 C씨는 국내·외 단체 간 협력 강화 사업으로 보조금을 지급받은 뒤 사적 해외여행 2건, 아예 출장을 가지 않은 허위 출장 1건 등 총 3건의 출장비 1,344만원을 횡령했다.

D이산가족 관련 단체는 이산가족교류 촉진 사업 명목으로 보조금을 수령한 뒤 중국 소재 개인 사무실 임차비, 휴대전화 구입비, 통신비 등에 2,000여만원을 착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E는 시설과 기자재를 허위 기재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일자리 사업 보조금 3,110만원을 부정 수령했다. F연합회 이사장 등 임직원은 통일 분야 가족단체 지원 사업을 추진하며 주류 구입, 유흥업소, 주말·심야 시간대 등에 업무추진비 1,8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보조금 신청 과정에서 허위 사실 등으로 부정하게 수령한 경우는 해당 단체에 지급된 보조금 전액을 환수하고, 선정 절차 등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집행·사용 과정에서 일부 부정·비리가 드러난 경우는 해당 금액을 환수할 예정이다. 보조금 유용·횡령, 리베이트, 허위 내용 기재 등 비위 수위가 심각한 86건은 사법기관에 형사 고발 조치하고, 목적 외 사용과 내부 거래 등 300여 건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추가 감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사진=pexels

제도개선 관리 강화·보조금 삭감 조치

민간단체 보조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오용돼 왔으며, 애초 사업 계획과 무관한 이념적 활동에 활용되는 일도 흔했다. 사실상 어려움 없이 수령하고,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눈먼 돈'으로 취급돼 온 셈이다.

이에 정부는 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먼저 민간단체 보조금 사업자가 회계 서류, 정산 보고서 등 각종 증빙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지자체 보조금 시스템도 새롭게 구축한다.

사업 결과에 대한 외부 검증도 대폭 강화한다. 국고보조금 정산보고서 외부 검증 대상은 현행 3억원 이상 사업에서 1억원 이상까지, 회계법인 감사 대상은 기존 10억원 이상 사업에서 3억원 이상 사업까지 확대한다. 이에 더해 지방보조금법 개정을 통해 명확하지 않았던 '보조금 부정 발생 시 사업 참여 배제기간'을 5년으로 정확하게 명시한다.

정부는 향후 윤석열 정부 4년간 민간단체 보조금 예산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기재부와 각 부처는 민간단체 보조금 예산을 처음부터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감사에서 부정이 적발된 사업, 최근 과도하게 증가한 사업, 관행적으로 편성된 사업, 선심성 사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내년도 민간단체 보조금은 올해 대비 5,000억원 이상 감축한다.

올 초부터 이어져온 감사, '좌파 단체' 견제?

한편 대통령실이 발표한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 및 개선방안’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제고’의 일환이다. 민간단체를 향한 정부의 본격적인 '칼부림'은 올 초부터 시작됐다.

지난 1월 행정안전부는 17개 시도 기조실장회의를 개최하여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비영리민간단체 지방보조금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별로 비영리민간단체 지방보조금에 대한 자체 조사 계획을 수립하여 올해 2월까지 자체 조사를 추진했다. 특히 보조금을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방보조금을 교부받는 등 회계처리의 위법성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당시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은 “자치단체별 자체 조사 진행 시 지방보조금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를 당부했으며, 지방보조금이 투명하고 책임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함께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보조금 감사 결과 발표는 당시부터 꾸준히 추진돼 온 '민간단체 투명성 제고' 정책의 결실인 셈이다.

한편 익명의 관계자는 "소위 '좌파 단체'들이 '민간단체', '시민단체'라는 이름으로 눈먼 돈을 받고 있다는 게 우파의 불만이었던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좌파 시민단체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돕는 척하면서 판결금의 20%를 챙기려고 했다'며 "뒷구멍으로 구린 짓을 일삼는 이러한 좌파 시민단체는 해체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의 이번 '칼춤'은 좌파 시민단체에 직접적인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익을 위한 정부 보조금 오용은 방관해서는 안 될 문제다. 정부의 저의가 어떻든, 민간단체의 '혈세 낭비'를 규제해야 한다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꾸준한 감사를 통해 혈세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고, 보조금이 오롯이 국민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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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미래연구원, "경제적 불평등, 형평한 과세체계 정립이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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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국회미래연구원

국회미래연구원은 미래전략에 대한 심층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브리프형 보고서 ’Futures Brief‘ 제23-07호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도와 정책 논점」을 발간했다고 30일 밝혔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도와 자산 불평등도를 살펴보고 경제 불평등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책들의 논점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2010년대 이후 소득 불평등도의 방향은 국가별로 다양한 반면 자산 불평등도는 대부분 국가에서 악화됐다며, 과거와 달리 자산 불평등이 경제적 불평등을 구성하는 주요 축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2010년대에 복지정책의 확대에 힘입어 처분 가능한 소득 불평등도는 낮아졌으나 자산 불평등도는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불평등

소득 불평등은 사람들이 직업이나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의 차이를 말한다. 반면에 자산 불평등은 주택, 주식, 저축 등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차이에 관한 것이다. 최근의 논의는 소득 불평등보단 자산 불평등에 집중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부의 불평등, 즉 '자산 불평등'은 2010년 이후 대다수의 국가에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유 자산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복지 정책을 통해 소득 불평등도는 낮아졌으나, 자산 불평도는 더욱 악화됐다. 소득과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면 다수는 재정 상황을 개선하고 사회적 사다리를 올라가기 어렵게 된다. 즉, 저소득층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근본적으로 부유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과 가족의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린다.

경제적 불평등도에 따른 국가 유형은 에스핑-안데르센(Esping-Anderson)의 소득재분배 유형과 슈와츠와 시브로크(Schwartz and Seabrooke)의 금융제도 관련 유형을 결합한 네 가지로 구분하여 평가한다. 소득분포는 처분가능소득을 사용하므로 시장소득 및 국가별 재분배정책의 강도를 반영하는 한편, 자산분포는 국가별 경제·금융시스템을 통한 시장에서의 경제 활동을 반영한다.

한국은 소득 불평등도가 높고 자산 불평등도가 낮은, ‘동아시아형’ 국가군에 속했으나 최근에는 처분가능소득의 불평등도는 낮아지는 반면 자산 불평등도는 높아지는 변화가 진행 중이다. 한국의 처분가능소득 불평등도는 미국, 멕시코, 터키보다는 양호하지만 OECD 국가 중 높은 편으로 영국,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과 유사한 수준이다.

자산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논쟁

이러한 부의 불평등 문제는 여러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자산 불평등을 자본주의에 내재한 문제로 규정하는 학자들은 경제적 불평등 악화의 해소 또는 완화를 위해 자산과세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경제학자 T. 피케티는 단순히 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만으로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그는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 때문에 부의 편중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것이 소득 불평등의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성장 둔화가 소득 대비 부의 배율을 증가시키고, 이러한 증가가 다시 원천별 소득의 편중성을 심화시키는 자본주의 동학하에 소득 불평등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피케티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이 돈을 버는 방식을 더 공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해도 부의 차이로 인해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피케티를 비롯한 학자들은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부유세를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불평등 개선을 위한 도구 ① : 부유세

우리나라는 부의 대부분이 부동산에서 발생하며, 전체 자산의 75~80%를 차지한다. 그런 만큼 토지나 주택과 같은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이 개인의 재산에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간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이 집중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경제적 약자들의 주택 구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경제적 지위 향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유럽의 부유세, 글로벌 자본세(global capital tax), 포괄적 소득과세 등이 논의되어 왔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여기서 부유세란 무엇을 의미할까. 부유세는 일정액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비례적 또는 누진적으로 과세하는 것으로, 천만장자, 억만장자 등과 같이 재산이 많은 특정 상위계층에 부과한다. 

한편 우리나라는 부동산 문제가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인식하에 부동산 소유 집중을 해결하기 위해 보유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부동산 세제는 유럽식 부유세의 한계인 조세회피로 인한 세원의 해외 유출에서 자유롭고 저성장에 따른 소득세, 소비세 등의 세수 감소를 보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부동산 보유세는 미실현소득을 경제적 능력 지표로 삼는다는 점, 부채에 대한 과세, 개인과 법인 간 과세체계의 차이, 금융자산·특허권 등 기타자산과의 형평성, 부동산 가격 평가체계의 불완정성과 불형평성 등 과세체계 상 다양한 한계가 있다.

해당 보고서의 저자인 이승훈 연구위원은 부유세는 미실현 소득을 경제적 능력의 지표로 삼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미실현 소득은 아직 팔리지 않은 자산(집이나 주식 등)의 가치 상승분을 말한다. 그런 만큼 이 위원은 금융투자소득세나 양도소득세와 같은 실현소득에 대한 공정한 과세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수용 가능한 정책이라고 제안한다.

불평등 개선을 위한 도구 ② : 소득세

소득세도 중요하다. 소득세는 개인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에 대해 액수별 기준에 따라 매기는 세금이다. 다른 많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소득세 과표구간 등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같은 일부 사람들은 불평등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시장 경제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불평등의 증가가 더 큰 문제라고 주장한다. 즉 일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갖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격차가 점점 더 커지는 것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공정한 규칙을 통해 대재벌을 없애고 개인이 생산에 기여한 만큼의 소득을 분배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헤이그-사이먼스(Haig-Simons) 정의에 따르면 포괄적 소득은 단순히 직장이나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돈만이 아니다. 소득은 '경제력', 즉 지출할 수 있는 금액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지출 능력을 증가시키는 모든 것에 세금이 부과돼야 한다. 예컨대 집이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면 이를 임대하여 돈을 벌 수 있다. 이러한 수입 능력에도 세금이 부과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과세를 위해 소득을 산정할 때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미다. 집이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면 임대료 등을 지불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추가 소득이 있는 것과 같다. 이는 소득의 일부로 과세될 수 있다. 문제는 균형이다. 어떤 사람들은 경제 능력을 소득이 아닌 지출액으로 측정해야 세금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득세에 지나치게 의존해선 안 된다. 소득세는 공정한 경쟁 사회를 만들고 고통을 평등하게 나누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다. 또한 소득세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누진세를 적용하기가 더 열등하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세 비중이 미국과 같은 다른 국가보다 훨씬 낮다. 공정한 과세를 위해 소득세 부문에서 누진율을 더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의 과제: 경제적 불평등 해소

한국에 만연한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득과 부를 모두 고려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공정한 과세를 시행하고, 주택 가격을 낮추고, 교육과 같은 분야에 대한 투자를 통해 부의 불평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이르다. 2022 세계 불평등 보고서는 "불평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라고 말한다. 미래를 내다보면서 이러한 어려운 질문을 계속 던지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하지만 불평등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려면 개인의 소득뿐만이 아니라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결국 부의 불평등을 줄이고 경제적 공정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은 신중한 정책과 그 정책의 효과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한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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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공기관 통·폐합' 12곳 완료, 尹 당면 과제는 '혼란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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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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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사진=대통령실

정부의 지방공공기관 구조개혁 혁신으로 12개 지자체 공공기관의 통·폐합이 완료됐다. 그러나 지자체 공공기관 통·폐합이 마냥 순조롭지만은 않다. 공공기관이 통·폐합할 경우 각 공공기관별 구성원의 신분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일원화하는 데 큰 혼란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공공기관 통·폐합에 대한 노동자들의 비판 행렬도 끊이지 않고 있다.

12곳 지방공공기관 통·폐합 완료, 비용 절감 기대돼

행정안전부는 22일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지방공공기관 혁신 계획 '기관 통·폐합 계획'의 2023년 상반기 점검 현황을 발표했다. 이번 점검 결과 혁신계획을 제출한 31개 기관 중 통·폐합을 완료한 기관은 총 12곳이었다. 특히 이미 통·폐합을 진행한 지자체는 인력 전환 및 예산 투입 조정 등으로 연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지난해 9월 행안부는 지방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수립해 지자체들이 자체 진단을 거쳐 '구조개혁 분야 혁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독려한 바 있다. 이번 계획은 행안부가 혁신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면 지자체와 지방공공기관이 자체진단과 협의를 통해 지역맞춤형 혁신 계획을 추진했다는 데 의의가 깊다. 지자체 자율책임 하에 구조개혁 성과를 이끌어낸 셈이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지방 공사·공단과 지방 출자·출연기관으로 유사 중복 기능을 갖고 있어 통합해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기관을 통합했다. 또 설립 목적을 달성해 존속 때 안정적인 사업이 없다고 판단되는 목포대양산단을 폐지했다.

기관 통·폐합을 진행한 지자체에선 이미 그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우선 부산광역시는 시설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경륜장 등 레포츠시설을 가지고 있는 부산지방공단 스포원과 부산시설공단을 통합해 인력 전환 및 예산 투입 조정 등으로 연간 2억6,000만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광역시는 공원, 체육시설 등 유사 중복 기능이 있는 기관을 통합하고 별도로 떨어져 있던 4개의 재단을 합쳐 경영체계를 일원화하는 등 기존 18개 기관에서 11개의 기관으로 대폭 감축해 연간 46억 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울산광역시는 울산여성가족개발원과 울산사회서비스원을 통합해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을 출범시킴으로써 기관별로 흩어진 사회보장업무를 한 곳으로 통합했다. 울산광역시는 이를 통해 연간 약 9억4,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병관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최근 지방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해소와 고강도 혁신 주문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지역 공공서비스 제공의 최일선에 있는 지방공공기관의 혁신은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필수 요소이므로 앞으로 혁신을 꾸준히 확산하기 위해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순조롭지만은 않은 통·폐합 현장, 극심한 '혼란' 예상돼

그러나 지자체 공공기관 통·폐합 과정이 마냥 순조롭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우선 공공기관이 통·폐합할 경우 각 공공기관별 구성원의 신분이 다르기 때문에 적잖은 혼란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지방공기업이기 때문에 구성원의 신분은 '공기업 직원'이다. 그러나 대구도시철도공사와 통합된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는 대구시 산하 사업소로서 구성원은 '공무원'이다. 두 조직이 합쳐지면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이 함께 근무하게 되는 것인 만큼 이 과정에서 인사나 조직 배분에 대한 혼란은 불가피하다.

대구환경공단과 대구시설공단이 통합해 출범하게 된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또한 이와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두 기관은 신속한 통합을 위해 노동조합과 공단, 대구시가 함께 참여한 노사정합의체를 통한 선 통합을 추진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중복되는 업무의 조정과 조직, 직급, 임금체계 등 제도의 일원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란을 겪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 사회서비스원, 평생교육진흥원, 여성가족재단, 청소년지원재단을 통합해 출범한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도 타 기관과 마찬가지로 상이한 직급 및 보수체계, 운영규정, 복리후생제도, 가족친화제도, 퇴직금 제도, 홈페이지 및 전산시스템 등의 통합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형국이다.

노동자들 사이서도 비판 행렬, "날림 통합 그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동자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지난 1월 서울·충남·강원 등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이 연이어 공공·출연기관 통폐합 계획을 발표할 당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본부·서울시출연기관지부와 서울시출연기관 노조협의회, 서울특별시공공보건의료재단노조 등 노동자 단체들은 "공공기관 통·폐합이 너무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관 노동자들은 통·폐합 논의가 너무 서둘러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7월 출연기관 통·폐합 계획이 공개된 지 약 5개월 만에 모든 논의가 마무리됐고, 충남도는 지난해 8월 경영효율화 연구용역이 입찰된 뒤 약 4개월 만에 통·폐합이 결정됐다.

그러나 충남의 출자출연기관은 설립을 추진할 당시 타당성 검토와 도민 공청회, 사업의 적정성,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 등을 고려하기에 최소 1년에서 9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 바 있다. 설립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공공기관이 해체되는 데엔 불과 몇 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노동자들의 불만이 쏟아진 이유다. 이와 관련해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출연기관지부는 "통·폐합 발표가 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 국정감사 당시 '통·폐합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발언했으나, 그로부터 한 달 뒤 출연기관 통·폐합이 결정됐다"며 "통·폐합 의결에만 속전속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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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체계 개편'에 힘 쏟는 행안부, 주소정보 '사업화'까지 노린다

'주소체계 개편'에 힘 쏟는 행안부, 주소정보 '사업화'까지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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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행정안전부

입체주소(지상도로, 고가도로, 지하도로, 내부도로), 사물주소, 공간주소 등 주소정보 활용도를 제고하기 위한 정부의 중‧장기 계획이 마련됐다. 행정안전부는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과 중앙주소정보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1차 주소정보활용지원센터 운영계획’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운영계획은 주소정보를 활용해 창업을 희망하는 기업, 주소정보 관련 기업 등을 지원해 주소산업 시장을 육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차후 △주소정보 품질 고도화 △주소정보 활용 활성화 △주소정보 산업 창출 등 3대 목표와 4대 전략을 앞세워 향후 5년간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주소체계 체계화·고도화에 중점

이번 계획은 제1차 주소정보 활용 기본계획에 따른 하위 계획으로, 2030년까지 1조원 규모의 주소정보산업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주소 정보 인프라를 2배 이상 확충해 촘촘한 주소 체계를 구축하고, 주소 정보 활용 확산을 통해 연간 3조3,000억원의 비용편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먼저 주소체계 입체화, 사물주소 확충(14종→35종) 등을 통해 주소정보를 한층 체계화할 예정이다. 또한 고품질의 주소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사람‧차량‧로봇별 이동 경로 및 출입구를 구축하는 등 주소체계를 지능화하고, 주소정보 생산·관리 품질 검사를 강화해 나간다.

아울러 주소정보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실내 내비게이션 등 산업 모델을 개발‧보급하고, 한국형 주소(K-주소)를 국제표준(ISO 등)에 반영하는 등 국내 주소정보 기업의 해외 진출 기반을 마련한다. 주소정보활용지원센터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분야에 필요한 주소정보 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주소 관련 산‧학‧연‧정의 정보 공유 및 협력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이번에 새롭게 구축‧제공되는 주소정보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주소정보 사용법을 홍보하고, 주소정보의 효율적 활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나아가 공공 및 산업 등 사회 각 분야를 118개 분야로 구분, 3년 단위로 주소정보 활용 실태 조사를 실시한다.

입체주소 부여 예시/사진=주소정보누리집

'디지털 주소정보 플랫폼' 사업과의 시너지

지난 4월 행정안전부는 '디지털 주소정보 플랫폼 구축' 1단계 사업자를 선정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디지털 주소정보 플랫폼 구축 사업은 전국 245개(행정시 포함) 자치단체와 1,000여 명의 지방공무원이 도로명주소 부여·관리에 사용하는 ‘주소정보관리시스템’을 개편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먼저 1단계 사업을 통해 그간 자치단체 도로명주소 담당자가 수기로 처리해 왔던 주소 업무를 전산화해 지능형 업무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도로명주소법 개정에 따라 새롭게 도입되는 입체주소 체계를 시스템에 구현, 지금까지 지상도로와 건물 출입구에만 부여해 왔던 도로명주소를 건물 내부 동·층·호, 지하상가, 입체도로 등 사물, 공간 등에 확대 부여할 수 있도록 관련 기능을 개발한다.

아울러 정부는 1단계 사업을 통해 노후화해 성능이 미흡하고 장애가 자주 발생하는 주소 관련 자치단체 전산 장비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재구축, 주소정보 관리·분석을 위한 고성능의 기반 시설을 갖춘다. 이 같은 디지털 주소정보 플랫폼 1단계 사업은 이번 주소정보활용센터 운영계획 추진을 위한 핵심 기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2·3단계 사업에서는 ▲최신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주소 관리 업무 혁신 ▲주소정보 제공 및 활용체계 개편 ▲현장 행정 시스템 개선 ▲자치단체 데이터 통합·이관 등 지난해 정보화전략계획 수립(ISP) 당시 확정한 연도별 목표과제가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즉 디지털 주소정보 플랫폼은 주소정보활용센터와 '주소체계 체계화·고도화'라는 목표를 같이하는 '짝꿍' 사업인 셈이다.

주소정보 체계화, 일상·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주소정보 체계화는 일상생활 속 편의를 증진하는 효과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전기차 충전소'다. 앞서 서울시는 가로등형, 집중형 충전시설 등 옥외 설치 19기를 포함한 91기의 충전기에 사물주소를 적용했다. 사물주소가 부여된 전기차 충전소에는 이동 중에도 위치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사물주소판을 설치했으며, 특히 야간 이용이 많은 충전소의 경우 태양광 LED 사물주소판을 설치해 야간 주행 중에도 인식이 원활하도록 했다.

서울시는 오는 8월까지 옥외 급속충전기 200기에 주소를 부여하고, 길도우미앱(티맵)과 충전플랫폼(티비유-일렉베리)에 위치정보를 제공한다. 이어 내년 6월까지는 모빌리티사, 충전 플랫폼사와 기술 협력을 통해 건물 내 급속충전기를 포함한 총 1,800기에 대한 위치정보를 제공, 길도우미앱에 반영할 예정이다.

사물주소가 부여된 가로등형 전기차 충전기에서 충전하는 모습/사진=서울시

3차원으로 고도화된 주소 체계는 IoT(사물인터넷), 실내 내비게이션, 드론 배송, 자율주행 등 4차 산업 핵심 기술 발전의 ‘발판’ 역할도 수행한다. 대표적인 예로 '드론 배송'이 있다. 국내 드론 배송 시장은 현행 주소 체계의 한계로 정체 상태다. 하지만 차후 입체주소 체계가 도입되고 주소정보가 체계화할 경우, 정확한 배송지 지정을 통해 편의성 및 정확성이 향상되어 빠르게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 사업 역시 주소정보에 큰 영향을 받는다. 기존 주소 체계에서 실내 주차장은 건물의 일부분으로 취급되어 별도 주소와 전자 지도가 없었다. 차량이 이동할 정확한 위치를 지정해야 하는 자율주행 기반 서비스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셈이다. 하지만 입체주소 체계가 도입될 경우 건물에만 부여하던 주소를 주차면 등 세부 시설물에도 부여할 수 있게 되고, 한층 다양한 기술적 도전이 가능해진다.

주소정보의 체계화는 국민 편의성을 증진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첨단 사업의 발전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행안부의 일관된 주소정보 관련 정책이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정체되어 있던 국내 첨단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상 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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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보안에 힘 쏟는 과기부, '챗GPT'가 랜섬웨어와 맞먹는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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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환된 사이버 보안 패러다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4,000억원 규모의 보안기술 연구개발(R&D)을 진행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6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 회관에서 '사이버보안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능동 대응 기술 R&D 사업 설명회'를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과기부는 최근 △신기술의 발전 △랜섬웨어 공격의 상업화 △국가 간 사이버전 등으로 인해 사이버 위협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챗GPT·6G·양자 기술 등 지금껏 없었던 신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형태의 보안 위협을 불러왔다는 판단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정부의 '사이버 보안' 관련 R&D 사업에 '챗GPT'가 언급되는 것이 의문스럽다는 평이 나온다. 사이버 보안보다 저작권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챗GPT를 갑자기 랜섬웨어(금품요구악성프로그램), 사이버전(戰) 등과 동일한 수준의 '사이버 위협 요소'로 언급할 만한 근거가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다.

과기부, 사이버 보안 R&D 예타사업 추진

이번 설명회는 사이버 보안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능동 대응 기술 개발 사업 기획안을 소개하고, 기획안에 대한 산·학·연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과기정통부는 설명회 결과를 토대로 기획안을 보완한 뒤 올 6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이하 예타사업) 선정 공모에 신청하겠다는 계획이다.

과기부가 기획한 예타사업은 점차 고도화하는 사이버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R&D 사업이다. 과기부는 챗GPT・6G・양자 기술 등 신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보안 위협이 등장하고, 지하웹(다크웹)・가상화폐를 기반으로 한 랜섬웨어 공격이 점차 상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국가 간 분쟁에서도 사이버 공격을 활용한 사이버전이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등 점차 사이버 위협의 패러다임이 다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과기부는 기존 보호, 탐지 위주의 대응 전략이 아닌 위협 행위자의 식별, 사전 예방적 조치 강화 등 보다 능동적・적극적인 형태의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본 예타사업은 이를 위한 대응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며 △공격 억지 △선제 면역 △회복 탄력 △기반 조성 총 4개 전략 분야를 중심으로 기획됐다. 사업 규모는 총 5년간 3,917억원 수준이다.

사진=pexels

거세지는 사이버 위협, 과기부의 대응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클라우드 및 비대면 원격근무가 활성화하며 사이버 보안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는 추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국제 해킹 조직의 활동 증가 역시 주요 기반 시설 및 국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 위험을 키우고 있다.

랜섬웨어 공격도 지능형 지속 공격(APT) 형태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랜섬웨어 공격자는 금전적 수익 극대화를 위해 암호화 파일 복구는 물론 유출 데이터 공개,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등 다중협박(Multi Extortion) 전략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이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가상거래소, 전자지갑, 탈중앙화 금융(DeFi, Decentralized Finance, 디파이) 등을 겨냥한 '가상자산 목표형' 공격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간 과기부는 점차 고도화하는 사이버 보안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앞서 2021년에는 25개 산하 기관이 정보 보호 업무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관 규모 등을 고려해 정보보호 전담 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정보 보호 사업 예산을 정보화 사업 예산 대비 15% 이상 반영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사이버 보안 역량 강화를 위한 기반도 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사이버보안 취약점 정보 포털(이하 ‘취약점 정보 포털’)’ 서비스를 개시했다. 취약점 정보 포털은 각 제조사별 홈페이지에 산재해 있던 국내‧외 보안 취약점을 국가 차원에서 수집‧관리하고, 수집된 정보를 다양한 이용자가 편리하게 확인‧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제조사의 보안 SW 패치 정보, 국내‧외 보안 취약점 정보 등 20만여 건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과기부는 지난 2월 산업계 및 출연연 등과 소통 및 협력을 강화하고, 소속·산하기관의 정보보안 대응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정보보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급변하는 사이버 위협의 실태 및 각 기관의 대응 수준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꾸준히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챗GPT 당면 과제는 사이버 보안 아닌, '저작권'

하지만 이 같은 과기부의 노력이 모두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 과기부는 이번 설명회에서 '챗GPT'를 랜섬웨어, 사이버전 등과 동일선상에 두며 '새로운 위협'이라고 지목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챗GPT가 랜섬웨어 공격과 유사한 수준의 위협이라는 과기부 입장에 대해 의아함을 드러내고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 자체가 사이버 보안에 위협이 되기는 어렵다. 생성형 AI는 이용자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위험할 수도, 유익할 수도 있는 '도구'기 때문이다. 최근 생성형 AI는 사이버 위협 완화 및 보안을 위해서 활용되기도 하며, 해커들의 공격을 돕는 보조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챗GPT가 해킹 시도의 장벽을 낮추고 있다는 우려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다크웹에서는 해커들이 AI 챗봇을 이용해 사이버 공격을 가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고도 전해진다. 대기업의 경우 자체적인 보안 체계를 이용해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및 일반인의 경우 AI 기술을 활용한 해커들의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로 '챗GPT' 그 자체가 사이버 보안에 위협이 된다고 결론짓기는 어렵다. 챗GPT가 해킹 시도를 다변화·고도화할 위험은 분명히 존재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활용 방법에 따른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정보를 제공할 뿐인 생성형 AI 서비스를 랜섬웨어 공격 등 이미 실존하는 위험과 동일선상에 두기에는 사실상 무리가 있는 셈이다.

현재 챗GPT가 당면해 있는 과제는 사이버 보안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챗GPT의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는지, 챗GPT가 생성한 결과물에 저작권을 부여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저작권' 담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업 정당성 확보를 위해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챗GPT' 카드를 섣불리 꺼내든 과기부가 비판받고 있는 이유다. 차후 사이버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인력 및 재원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위협 요인에 대해 한층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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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공무원 엑소더스 멈출 수 있을까, 행안부 '공공부문의 일하는 방식 개선 종합계획'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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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행정안전부

21세기 들어 사회경제적 역학 관계와 기술 발전의 복잡성이 날로 증가함에 따라 공공 부문 기관의 적응과 혁신이 필수적인 과제가 됐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10일 ‘공공부문의 일하는 방식 개선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정선용 정부혁신조직실장은 “복잡한 정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하고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며, “일하는 방식 개선을 통해 일 잘하고 신뢰받는 정부를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 열풍도 옛말, 거세지는 공무원 퇴직 러시

그러나 종합 계획 논의에 있어 젊은 MZ 세대 공직자의 민간 기업으로의 이직이 늘어나는 작금의 우려스러운 추세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핵심 부처의 젊은 인재들이 민간 기업에서 일하기 위해 공직을 떠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그 어렵다는 행정고시를 통과하고서도 이직을 감행하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한 해에만 무려 44,676명의 공무원이 퇴직했으며, 이 중 25%가 5년 이하의 경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기 퇴직자 수는 4년 전에 비해 두 배로 증가했다. 또한 한국행정연구원과 인사혁신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대 공무원의 절반 이상이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재 유출에는 몇 가지 주요 원인이 있다.

첫째, 공직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부심을 가졌던 공무원들이 이젠 누가 보아도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진상 민원인에게 고통받는 이야기가 흔하게 들려오는 데다, 정치 중심의 정책 결정 구조에서 전문 관료의 역할이 축소되고, 평가 기관의 엄격한 감사가 더해지면서 관료들이 더욱 수동적이고 나약해졌다는 말도 나온다. 2020년에 실시된 정부혁신어벤져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니어 공무원들의 47.5%가 감사에 대한 두려움으로 적극행정을 실시하지 못한다는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둘째, 관료주의적 조직 문화가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압하고 있다. 수직적 문화는 자율성, 책임감, 효율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가치관과 너무나도 다르다. 부처 간 갈등과 경쟁은 물론, 능력보다는 연공서열에 따른 승진 구조가 젊은 공무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젊은 공무원들 중 12%만이 '업무성과에 따른 성과평가가 실시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니어 직원의 75%가 '업무 성과를 인정받는다'고 답한 반면, 주니어 직원의 60%는 '업무 성과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공부문 일하는 방식 개선 종합계획

이러한 인재 유출을 고려할 때 행정안전부의 '공공부문 일하는 방식 개선 종합계획'은 매우 시급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문제다. 이번 계획은 지난 4월 26일 발표된 ‘2023년 정부혁신 종합계획’의 후속 대책으로 유능한 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하여 신속하게 사회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효율성을 높이고, 유능한 인재들이 일하기 좋은 일터가 되고, 지식을 더 스마트하게 활용하는 세 가지 주요 전략과 9개 과제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전략: 효율적으로 일하는 정부

업무절차 개선을 위해 ‘보고서 편집 자동화’, ‘기입가능한(fillable) PDF를 활용한 수당지급’ 등 다수기관이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업무 재설계 사례를 발굴하여 공유한다. 그리고 각 기관이 소관 업무절차 개선에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서(가이드)를 배포하고 아이디어 제안과 토론, 자동화 프로그램 등의 공유가 가능한 공동체(커뮤니티)를 운영한다. 즉 한 부서에서 좋은 방법을 찾으면 다른 부서와 공유하여 다른 부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공공의 데이터와 서비스를 민간에 개방하고, 기관 간 협업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조정·지원하여 개방과 협업을 통해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서로 관련된 제도 간에도 기준 등이 다르게 되어 불편이 있는 경우 이를 표준화하고, 행정에 범용(유니버설) 디자인 원칙을 전면 적용하여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에게 혼란이나 불편을 방지하기 위한 시도다.

두 번째 전략: 인재 친화적 정부

계획의 두 번째 부분은 정부를 유능한 인재들이 일하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함께하는 통합 익명게시판을 통해 기관 내 불합리한 관행에 대해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 더불어 정부혁신 어벤져스 등을 통해 혁신 우수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하여 각 기관의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한다.

정부혁신 어벤져스는 각 기관의 젊은 공무원으로 구성된 혁신모임으로, 일하는 방식·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 발굴 및 우수사례 등을 공유한다. 또한 탄력적 근무시간 적용, 업무용 노트북(온북) 등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근무 확대로 업무 효율을 높이고 일하기 좋은 조직문화를 만든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근무 방식의 변화를 반영하여 기관별 업무 특성에 맞는 공간혁신을 구축하여 일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 예를 들어 협업이 많은 조직이라면 협업이 용이한 공간을 만들 것이다.

세 번째 전략: 지식을 잘 활용하는 스마트 정부

세 번째 전략은 지식을 더 스마트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업무 과정에서 많은 정보를 생산한다. 이에 행정기관이 업무를 수행하며 생산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온나라 지식’에 등록된 정보를 현행화하고 기관별 지식관리시스템(KMS) 등 다른 시스템과 연계하여 검색 가능한 행정지식을 확대한다.

아울러 온나라 지식을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하여 등록된 행정지식을 인공지능(AI)이 학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클라우드 네이티브란 클라우드 환경에서 각종 어플리케이션을 개발·운영하는 것으로 대량의 데이터 처리 및 사용자 요구사항의 반영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인공 지능(AI)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 것이다. 최근 GPT 등 최신기술을 업무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안내서를 제작·배포한 것도 이러한 기조의 일환이다. 행정안전부는 '공공부문 일하는 방식 개선'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행정기관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일하는 방식 개선 자문(컨설팅)을 통해 각 기관의 일하는 방식 개선을 지원할 예정이다.

주니어와 시니어 간 완전히 다른 근무 환경 인식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종합계획만으로 젊은 직원들의 퇴직 러시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2020년에 행정안전부에서 실시한 정부혁신어벤저스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시니어 직원이 주니어 직원보다 10%p 이상 업무 환경에 더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 직원들은 주니어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업무 수행에 필요한 자원, 학습 및 성장 기회, 업무에 대한 인정, 상사와의 긍정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주니어 직원들에게 더욱 필요한 업무상 지원, 성장 기회, 업무에 대한 인정, 상사와의 긍정적인 관계를 조성하기 위한 개선 방안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게다가 시니어 직원은 자신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고, 고용 안정, 급여, 복리후생, 일과 삶의 균형에 더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시니어 공무원이 주니어 공무원보다 더 긍정적인 업무 환경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 만큼 지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공부문 주니어 직원들의 요구와 기대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니어 직원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학습과 성장의 기회는 물론, 업무에 대한 정당한 인정과 긍정적인 상사-직원 관계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러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정부는 젊은 인재를 유지할 수 있는 보다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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