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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들 "EU 내 경영 환경 악화, 경제 안보 강화에 불확실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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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의 유럽 경영 환경 평가 5년 연속 하락
"정치적 긴장과 규제 강화로 불확실성 확대돼"
EU, 中 기업에 보조금 대가로 '기술 이전' 요구

유럽연합(EU)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이 체감하는 유럽 내 비즈니스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비즈니스 환경 악화의 원인으로 범정치화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를 꼽았다. 중국과 서방 국가 간의 정치적 갈등에 더해 EU의 경제 안보 기조가 더해지면서 대중국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EU가 중국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대가로 지식재산권을 유럽 기업으로 이전토록 강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중국에 대한 견제가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中 기업들 "EU 비즈니스 환경 갈수록 악화해"

10일(현지 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중화상회의(China Chamber of Commerce to the EU, CCCEU)와 글로벌 전략 컨설팅 업체 롤랜드버거는 전날 '2024~2025년도 플래그십 보고서'를 공동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업 2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EU 내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62점으로 2019년보다 11점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73점에서 △2020년 70점 △2021년 68점 △2022년 65점 △2023년 64점으로 5년 연속 하락했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의 68%는 '지난 1년 동안 비즈니스 환경이 악화했다'고 응답했고 'EU 시장이 더 이상 공정하고 개방적이지 않다'는 응답도 절반이 넘었다. 지표별 조사 결과를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정치(45점→42점), 경제·산업(58점→60점), 인재(70점→65점), 인프라(75점→73점), 연구개발(83점→80점), 비즈니스 서비스(55점→50점) 등 6개 지표 모두 하락했다. 올해 새로 추가된 시장 접근성과 경쟁 여건(55점), 사회문화적 여건(57점) 등도 50점대를 기록하며 비즈니스 환경이 '열악하다'고 평가했다.

전년 대비 투자 규모의 변화에 관한 질문에는 '올해 대(對)EU 투자가 지난해보다 늘었다'는 응답이 43%로 1년 전 80%대에서 많이 감소했다. 비즈니스 환경이 악화한 요인으로는 '공개입찰 참여 장벽', '보조금 자격 취득 확률 하락', '다른 나라 기업보다 긴 투자 심사 기간'이 꼽혔다. 주요 투자 촉진 요인으로는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 제고 기회 확대', '수요가 많은 대규모 시장에 대한 접근성 제도', '디지털-녹색 분야의 새로운 기회 확보' 등의 응답이 많았다. 또 당면한 과제로는 '무역장벽 증가', '인건비 상승', '지정학적 긴장' 등을 제시했다.

출처=CCCEU

中 기업에 대한 공평·공정·예측 가능성 강조

한편 CCCEU는 이날 공개된 플래그십 보고서를 통해 유럽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의 경영 키워드로 '불확실성'을 제시하면서 "EU의 경제 안보 기조와 이로 인한 범정치화가 비즈니스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며 "EU가 유럽 내 중국 기업을 위해 공평·공정·예측 가능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EU와 중국 간 정치적 이슈가 사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기업이 90%에 달했다.

EU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중국에 대한 규제를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9년 EU는 중국을 '협력 파트너, 경제적 경쟁자 및 체제적 라이벌'로 규정하며 대중국 전략을 전환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는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을 채택했다. 올해 12월부터는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기반으로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 배터리 기업에 대해 전방위적 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특히 EU는 엄격한 환경 규제를 받는 역내 기업들이 환경 규제가 훨씬 덜한 중국 등 국가에서 생산된 수입품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기존 10%의 세금에 더해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최대 35% 관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했다. 아울러 수소 보조금을 신청하는 회사에 엄격한 요건을 도입해 수소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전해조 부품의 25%만 중국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제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대가로 지식재산권을 유럽 기업으로 이전토록 강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EU가 배터리 개발을 위한 10억 유로(약 1조5,000억원) 상당의 보조금 입찰에 참여하는 중국 기업에 대해 유럽에 공장을 두고 기술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요구하는 기준을 12월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규제는 시범사업으로 시행한 뒤 다른 EU의 보조금 제도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 기업도 中 정부의 엄격한 규제에 어려움

기술 이전을 강제하는 EU의 조치에 대해 FT는 "그동안 중국이 자국 시장에 접근하는 대가로 외국 기업에 지식재산을 공유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과 유사한 제도"라며 "EU가 대중국 정책과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자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 지식재산권 이전을 요구하는 '시장과 기술의 교환' 정책을 시행해 왔다. 현지 기업과의 합작투자(Joint Venture, JV)를 강제하거나 보조금 지급, 정부 조달 참여 등을 조건으로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양국이 서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유럽 기업 또한 중국에서의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중국 주재 EU상공회의소는 장문의 보고서를 통해 '불확실성과 엄격한 규제로 인해 중국 내 외국 기업에 대한 위험이 급격히 증가했다"며 "중국 시장은 예측하기 어렵고 신뢰성이 낮으며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 중 하나는 사업 환경이 더욱 정치화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이 점점 정치화하는 상황에서 중국 시장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혹은 계속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EU상의는 중국 지도자들을 향해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우려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과 투자에 대한 개방성을 강조해 왔지만, 실제 조처들은 그러한 개방 의지에 어긋나고 있다"며 "외국 기업에 대한 단속과 감시, 국가기밀과 관련한 불명확한 법령, 강화된 데이터 처리 규정 등은 중국 내 많은 외국 기업인에게 불안감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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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성장 그친 3분기 GDP, 내수 ‘깜짝 분전’에도 건설 부진에 발목 잡혀

0.1% 성장 그친 3분기 GDP, 내수 ‘깜짝 분전’에도 건설 부진에 발목 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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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 6.5%↑, 건설투자3.6%↓
건설 착공 저조에 성장률 하방압력
강달러·중국 경기 침체는 변수로

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직전 분기와 비교해 0.1% 성장에 그쳤다. 수출이 0.2% 뒷걸음질 치면서 불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우려했던 내수가 이를 간신히 만회했다. 다만 경기 전반의 가늠자라고 할 수 있는 건설은 여전히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모습이다. 최근 강달러 현상에서 비롯된 원자재 가격 하락이 우리 건설 부진을 지우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2분기 주춤했지만, 곧바로 상승 전환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국민소득’에 따르면 3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는 직전 분기 대비 0.1% 증가했다. 이는 지난 10월 한은이 발표한 속보치와 같은 수치다. 2분기(-0.2%)보다는 개선됐지만, 지난해 (1분기·0.4%, 2분기·0.6%, 3분기·0.8%, 4분기·0.5%)나 올해 1분기(1.3%)와 비교하면 매우 아쉬운 수준의 증가 폭이다.

세부 항목에서는 민간소비와 정부소비가 각각 0.5%, 0.6% 증가했고, 설비투자는 6.5% 늘었다. 또 재고증감은 0.3%, 수입은 1.6% 늘었다. 반면 건설투자와 수출은 각 3.6%, 0.2% 감소했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전 분기와 동일했다. 속보치와 비교하면 수출은 0.2%p, 수입 0.1%p,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0.1%p 상향 조정됐고, 건설투자는 0.8%p, 설비투자는 0.4%p 하향 조정됐다.

전반적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했다.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뒤 100을 곱해 산출하는 GDP 디플레이터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반영하는 종합 물가지수다. ‘GDP 물가’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1.4% 증가하면서 실질 GDP 성장률을 웃돌았다. 2분기에는 1.4% 감소하면서 2021년 3분기(-1.6%) 이후 11개 분기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바 있다. GNI는 전체 국민이 일정 기간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등 모든 소득을 합산한 것으로, 실질 구매력을 가늠할 때 활용되는 지표다.

성장률 기여도에서는 순수출(수출-수입)이 -0.8%p를 기록했다. 거의 1%포인트 가까이 성장률을 깎아내린 것이다. 하지만 우려했던 내수가 성장률을 0.8%p 끌어올리며 이를 만회했다. 내수 중 세부 항목별 기여도는 △설비투자 0.6%p △민간소비 0.3%p △정부소비 0.1%p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건설투자는 성장률을 0.5%p 끌어내렸다.

강창구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3분기 수출은 자동차와 화학제품 등 비IT 품목을 중심으로 줄어든 측면이 있다”며 “10월 반도체 물량 수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플러스(+) 전환했지만, 지속될지 여부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3분기에는 수출 증가 폭이 예상보다 낮게 나타났지만, 내수 회복에 힘입어 성장률이 플러스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경기 침체·원가율 악화’ 이중고

전문가들은 건설투자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통상 건설투자의 역성장은 내수 침체가 깊어지는 신호로 풀이된다. 3분기 건설투자는 전분기 대비 -3.6%로 속보치(-2.8%)보다 0.8%p 감소 폭이 커졌다. 건설투자는 2분기(-1.7%)에도 후퇴하는 등 2분기 연속 역성장을 보였고, 지난해 3분기에 비해서도 5.7% 감소해 침체가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측면에서도 건설업은 2분기(-0.6%)에 이어 3분기(-1.4%)에도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가 겹치며 수익성이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협회(건기협)가 평가하는 건설공사비 지수는 9월 기준 130.45로 집계돼 5월 이후 다시 고점을 경신했고, 2020년과 비교하면 30% 이상 높아졌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건설사들의 원가율도 크게 악화했다. 원가율이란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것으로, 통상 80%를 적정 원가율로 평가한다. 건기협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 건설사가 90% 이상의 원가율로 시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건설 착공이 저조해 한동안 경제성장률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건설 착공이 줄어들면 고용 및 소비가 일제히 감소하고, 이후 2~3년간 건설기성 지표 또한 악화하는 흐름을 보인다. 지난해 주택 건설 착공은 24만2,188가구로 2022년(38만3,404가구) 대비 36.8% 감소했다. 올해는 1월부터 9월까지 19만4,007가구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선 늘었지만, 여전히 2022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철광석 가격 연초 대비 26% 하락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건설업 부진의 주범으로 꼽힌 원자재 가격이 최근 상승세가 꺾였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의하면 4일 기준 철광석과 제철용 원료탄은 톤(t)당 각 106.45달러, 208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철광석은 올 1월 초 t당 143.95달러를 기록한 후 꾸준히 하락세에 있다. 현재 가격은 연초 대비 약 26% 하락한 수준이다.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원재료 구매 부담이 줄어들어 생산 기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원자재 가격 하락의 배경으로는 기록적인 강달러 현상을 꼽을 수 있다. 대부분 원자재가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 강세가 원자재 가격 약세로 이어진 것이다.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세금을 인하하고 막대한 국채를 발행하는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미국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면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 가치는 높아져 지금과 같은 강달러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경기 침체 또한 원자재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소다.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건설 경기 침체로 철강재들의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재고가 증가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 재고 규모는 지난 5월 기준 16조6,940억 위안(약 3,173조원)에 달했다. 이는 해당 통계가 집계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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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총파업 돌입, 임금 체불 vs 만년 적자 '노사 평행선'

철도노조 총파업 돌입, 임금 체불 vs 만년 적자 '노사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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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개월 만에 철도노조 무기한 파업 돌입
코레일, 인력 투입 등 '비상 수송 체제' 운영
매년 반복되는 파업, 근본 해결책 마련해야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지난해 9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 밀린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노조와 재정 악화로 수용이 어렵다는 코레일 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파업 기간 수도권 전철과 고속철(KTX)의 운행률을 평소 대비 70% 수준으로 유지하는 비상 수송 체제에 돌입했다.

출퇴근 시간대 전철 운행률 90% 유지

5일 코레일은 철도노조 파업에 대응해 24시간 비상 대책본부를 운영하는 등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해 이용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용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대 수도권 전철과 KTX에는 동원 가능한 자원을 투입해 열차 운행 횟수를 최대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파업 시간 운용 인력은 필수 유지 인력 1만348명, 대체인력 4,513명 등 총 1만4,861명으로 평소의 60.2% 수준이다. 코레일 측은 "기관사 등 대체인력은 열차 운행 경험과 비상시 대처 능력을 갖춘 경력자로 운용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파업 예고 기간 중 평시 대비 운행률은 수도권 전철은 76%, KTX는 67%(SRT 포함 시 75%)를 유지하고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는 각각 58%, 62% 수준으로 운행한다. 화물열차는 수출입 화물과 산업 필수품 등 긴급 화물 위주로만 수송하고, 평시 대비 운행률은 22%로 낮추기로 했다. 특히 광역 전철은 이동 수요가 적은 낮 시간대에는 운행률을 줄이고, 이용객이 많은 출근 시간대(오전 7~9시)에는 90%(1호선 및 수인분당선 95%), 퇴근 시간대(오후 6~8시)에는 85%로 운행할 계획이다.

코레일의 경우 파업으로 운행 중지된 열차 승차권 예매자에게 지난 3일 오후 6시부터 개별 문자메시지와 코레일톡 알림으로 열차 운영 취소를 안내 중이다. 이 기간 승차권을 반환 또는 변경하는 경우, 모든 열차의 위약금은 면제된다. 운행이 취소된 열차 승차권은 따로 반환 신청을 하지 않아도 일괄 전액 반환된다. 코레일 관계자는 "파업 기간에는 열차 이용 전 운행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바쁜 고객은 버스나 항공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출처=코레일

철도노조, 성과급 등 임금 체불 해결 요구

철도노조는 5일 서울역과 부산역 등 전국 5곳에서 출정식을 열고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동안 철도노조는 밀린 성과급 지급, 인력 감축의 중단 등을 주장해 왔고 코레일은 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날 오후 4시부터 코레일 노사는 서울본부 대강당에서 막판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협상이 결렬됐다. 협상 타결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비상계엄 등의 여파로 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철도노조가 요구한 사항은 △정부 기준에 따른 기본급 2.5% 정액 인상 △231억원의 체불 임금 해결(노사 합의에 따른 성과급 지급) 4조 2교대 완전 전환 △신규 노선 위탁 중단 및 부족 인력 충원 △과도한 감시와 처벌 중단 △공정한 승진제도 도입 등 크게 6가지다. 대부분 노사 간에 계속 쟁점으로 논의됐던 사안으로 특히 이 가운데 성과급과 관련한 체불 임금의 문제는 오랜 기간 코레일의 노사 갈등을 촉발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코레일의 성과급 논란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재부는 공기업에 통상 임금의 개념을 반영해 수당 등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하라고 권고하고 '공기업 예산운용지침' 등을 통해 에 기본급 동결하도록 했다. 코레일의 경우, 철도 파업 등의 여파로 노사 협의가 늦어져 이듬해 상여금 300%를 기본급에 산입했는데 이를 기재부가 인정하지 않으면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간 기본급의 80%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해 왔다.

코레일은 현장 인력에 대한 수당이 많은 대신 기본급 비중(임금 총액 대비 65.4%)이 낮아 30여 개 공기업 중 최하위 수준이다. 임금 개편이 다른 기관보다 1년여 지연된 탓에 낮은 성과급을 받아오던 코레일은 2018년 당시 오영식 사장이 기본급 100%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하지만 2022년 말 기재부는 감사원 지적 사항을 수용해 2026년까지 코레일의 성과급 기준을 매년 4%씩 단계적으로 감액해 다시 2017년까지 유지했던 80% 수준까지 내리기로 했다.

최근에는 기재부의 공기업 경영평가(경평) 성과급도 도마에 올랐다. 공기업은 매년 임직원에게 줄 임금 중 일정 부분을 따로 적립했다가 경평 결과에 따라 지급하는데 사실상 원래 받아야 했을 임금을 지불받는 거지만 성과급이란 명칭 탓에 마치 임금과 별개로 주는 보너스로 오해받곤 한다. 그런데 지난해 코레일은 경평에서 하위권인 D 등급을 받으면서 경평 성과급을 100%가 아닌 88%를 지급했다. 이는 직원 1인당 성과급을 12%씩 덜 지급한 것으로 코레일 전체(직원 약 3만명)로 보면 약 231억원에 해당한다.

사진=전국철도노동조합

'만성 적자' 누적, 노조 요구 수용 어려워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임금구조를 늦게 바꾼 것을 두고 계속 벌을 주는 것은 과도한 제재라는 주장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다만 코레일의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당장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0년간 철도 요금은 동결된 데 반해 최근 전기료가 크게 뛰면서 코레일의 적자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코레일의 총부채는 20조9,436억원 연간 기준으로 2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코레일 운임은 2011년 12월 이후 13년 동안 단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이 기간 물가상승률은 24.2%를 기록했다. 특히 열차 운행에 따른 전기 요금은 최근 3년 새 50% 이상 늘어 연간 5,000억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열차 운행량은 감소했지만, 거듭된 전기료 인상에 부담할 요금만 늘고 있는 형국이다. 코레일이 올해 부담할 것으로 전망되는 전기요금은 5,814억원으로, 내년에는 600억원 늘어난 6,400억원으로 추산된다. 또 24개 운영 노선 중 19개가 적자를 보고 있는데 이에 따른 연이자는 3,619억원, 하루 이자로 환산하면 10억원 수준이다.

코레일 측은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코레일의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며 오히려 충원을 요구했다. 일례로 코레일은 올해 개통한 서해선을 비롯해 연말 개통 예정인 중앙선·동해선·중부내륙선 등 9개 노선에 필요한 인력 211명을 제대로 충원하지 못했는데, 철도노조 측은 "기재부가 1,566명의 정원 감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코레일의 인력 공백이 업무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성과급 제재로 인한 임금 체불 논란과 재정 악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탓에 철도노조의 태업과 파업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매년 2명꼴로 철도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하는 등 노동 조건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업무 외주화와 관련한 갈등마저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철도노조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회 이상, 총 170일간 태업했는데 이로 인해 도착이 지연된 열차 시간만 760시간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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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견제에 가로막힌 ‘대왕고래 프로젝트’, 산업 차관도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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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시추에 국가 예산 506억원 투입 예정
관련 예산 98% 삭감, 민주당 단독 통과
프로젝트 불확실성에 투자 유치 난항 예상
11월 27일 서울 서초구 KOTRA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전략회의’ 참석자들이 탐사시추 승인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고 있는 사태와 관련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한 데 대한 입장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여야는 오는 10일까지 다시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탐사시추 지원은 정부의 책무”

박 차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공격적으로 자원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은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며 “예산 삭감은 에너지 안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힘줘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국내 석유·가스 탐사시추 실적은 48공에 그치는데, 중국의 경우 4만8,779공으로 1,000배 넘게 앞서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또한 813공으로 우리보다 17배 가까운 실적을 기록 중이다.

정부는 지난 6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린 데 이어 이달 1차 시추를 목표로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1차 시추는 경북 포항 영일만 앞 심해에서 진행되며, 국가 예산 506억원과 석유공사 5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프로젝트 예산을 기존 505억5,700만원에서 497억2,000만원으로 98% 삭감한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통과시킨 예산은 8억3,700만원에 그쳤다.

박 차관은 “2000년부터 모든 정부에서 유전개발 출자를 지원해 왔음에도 예산 전액 삭감으로 지원을 갑작스럽게 중단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볼 수 없다”며 “"공기업인 석유공사의 1차공 탐사시추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이는 정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재로 오는 10일까지 다시 협의에 나설 예정이지만, 뜻을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도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시추선이 10일이면 부산항에 도착하는 만큼 사실상 시추 작업은 시작된 거나 다름없다”면서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만약 불발이 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조광제도가 개편되지 않아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유공사의 재무 상황 또한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석유공사의 재무 상태는 총부채 19조6,000억 원, 자본금은 –1조3,000억 원으로 2020년부터 줄곧 자본잠식 상태다.

동해 심해 가스전 1차 탐사 시추에 투입 예정인 시드릴의 시추선 ‘웨스트카펠라’/사진=시드릴

국가 지원 약한 프로젝트, 협상 조건 불리할 수밖에

이번에 1차 탐사시추 예산의 반이 날아갈 위기에 처하면서 전체 탐사시추 작업 역시 계획 수정도 불가피하게 됐다. 탐사시추란 실제 유전이 존재하는지 기계로 구멍을 파 확인하는 작업으로, 한 공을 뚫는 데 1,000억원 상당의 비용이 투입된다. 탐사시추 성공률이 20%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5개 공을 뚫어야 한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두 번째 탐사시추부터는 해외 석유 기업들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사업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고, 해외 선진 기술을 국내 기업으로 이식하는 등의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탐사시추를 통해 유전을 확인한 후에는 평가 시추를 통해 비교적 정확한 추정 매장량인 발견잠재자원량을 계산하게 된다.

그러나 예산 삭감이 확정될 경우 프로젝트 불확실성 우려가 커져 투자 유치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우주선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예산 삭감이 확정되면 해외 기업들과 협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프로젝트가 국가적인 지원을 못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 협상 조건을 불리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개 유망구조 시추에 2.5조원 투입 예상

문제는 여야가 합의해 1차 시추에 500억원가량의 예산을 편성한다고 해도 이후 단계에서 추가 비용 투입이 필수라는 점이다. 유망구조 1개의 석유 개발을 위해선 탐사 시추, 평가 시추, 생산정 시추 등 총 3번의 시추공을 뚫어야 한다. 앞서 산업부가 책정한 시추 비용 1,000억원은 3단계 시추 중 1단계인 탐사 시추만을 의미한 것이다.

석유공사는 평가 시추에 약 2,000억원이 투입된다고 예상한 바 있다. 여기에 생산정 시추 비용 역시 이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유망구조 1개에 대한 3단계 시추 작업에만 대략 5,000억원이 필요하다. 산업부는 7개 유망구조 중 최소 5개의 유망구조에 대한 시추를 계획 중이다. 최대 2조5,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정부가 예산 관련 국회 협조를 유도하기 위해 실제 필요한 비용보다 축소해 산출한 것 아니냐는 야당의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그간 발표된 ‘1공당 시추 비용 1,000억원’은 전체 시추 비용을 감춘 거짓말이나 다름없다”며 “정부가 3단계 중 1단계 탐사 시추만을 중심으로 실제 비용을 축소하면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명백한 눈속임으로, 시추가 진행되면 처음 주장과는 다르게 천문학적 세금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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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온 김에 도수치료나 받아볼까” 막는다, 실손보험 제도 개선 가닥

“병원 온 김에 도수치료나 받아볼까” 막는다, 실손보험 제도 개선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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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과잉 진료 항목 중심으로 제한
비급여 증가에 건보 보장률 제자리걸음
의료계에 실손보험 부실 책임 묻는 보험계

정부가 그간 과잉 진료의 원인으로 지적돼 온 혼합진료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급여 진료와 민간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진료를 동시에 받는 혼합진료 후에는 보험금 청구가 제한된다. 일부 진료 과목에 쏠림 현상을 막고, 필수 의료 체계를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나아가 실손보험 가입자가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남용하는 행태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환자 부담 진료비 늘려 비급여 진료 최소화

27일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특위)는 연내 발표할 실손보험 제도 개선 방안에 혼합진료 금지 조항을 포함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건강보험공단이나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해 혼합진료를 사실상 금지한다는 설명이다. 혼합진료에 따른 과다 청구를 제한하려는 취지로, 환자가 지불해야 할 진료비가 늘어나면 비급여 진료가 감소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특위는 혼합진료 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을 실손보험 상품 약관에 포함하도록 정부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모든 비급여 항목이 아닌, 경증이면서 과잉 청구된 항목 중심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도수치료를 비롯해 백내장 수술 시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병행하는 것이 대표적 예다.

나아가 정부는 의료법과 건강보험법 등에도 혼합진료 금지에 관한 법적 근거를 담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또 의료기관마다 천차만별인 비급여 서비스 가격을 정부가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참조 가격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 중이며, 비급여 진료 비용을 사실상 무제한 보장받을 수 있는 1·2세대 실손의료보험 개편도 이번 개선 방안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와 같은 조처에 나선 것은 그간 의료 현장에서 보험 약관상의 허점을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편취한 사례가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청주시 상당구에서 병원을 운영한 의사 A씨의 사례를 들 수 있다. 그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입원 보험금을 노린 환자 18명과 원무과장 B씨를 입원시켜 주고 공단에 병원 몫의 요양급여비를 청구해 약 3,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B씨와 환자들은 A씨가 발급해준 입·퇴원 확인서 등을 보험회사에 제출해 약 1억6,000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A씨는 사기·사기방조·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청주지법 형사6단독 조현선 부장판사는 그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조 부장판사는 “보험사기는 전체 보험료 인상의 원인이 되는 심각한 범죄”라며 “피고 A씨는 의사의 권한을 악용, 부당하게 보험금을 타내려는 환자들의 범행을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해를 본 보험 회사가 많고 피해 규모 역시 상당한데도 피고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OECD 최저에 가까운 건강보험 보장률

이같은 사례가 속출하며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료 개혁이 공적 보험의 보장 범위를 넓히고 비급여 난립을 막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한국 의료제도의 고질병인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은 그대로 둔 채, 일부 정책이 환자의 병원비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만 전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전체 의료비 지출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보장률)은 64.5%였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3년 62.0%에서 2020년 65.3%로 증가했다가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64.5%로 다시 떨어지는 등 9년 사이 2.5%p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해외 주요국 공적 보험의 의료비 보장률과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하면 회원국 평균 보장률은 76%(2021년 기준)다. 관련 자료를 제출한 36개국 중 한국보다 낮은 보장률을 기록한 곳은 브라질(41%)이 유일했다.

반대로 비급여 진료는 빠르게 늘었다. 2013부터 2022년까지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비급여 진료에 지출한 돈(건보공단 추산치)은 11조2,000억원에서 17조6,000억원으로 뛰며 1.6배 증가했다. 건강보험이 재정 지출을 확대해도, 비급여 때문에 전체 진료비가 늘면서 보장률은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국민들은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진료비를 실손보험을 이용해 메우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실손보험 가입자는 3,997만 명으로 2015년(3,266만 명) 대비 22.4% 늘었다. 같은 기간 실손보험이 지급한 보험금도 5조5,000억원에서 14조1,000억원으로 2.6배 뛰었다.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가 제한된 상황에서 환자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의료기관은 비급여 진료를 권장해 의료비 지출이 더 커지는 악순환이 발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비급여의 급여화 등을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OECD 평균보다 의사 수가 부족한 것보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매우 낮다는 게 한국 의료의 진짜 문제”라고 일갈했다.

임의 비급여 논란 ‘현재진행형’

비급여 진료의 범위 설정 또한 난제다. 임의 비급여를 법정 비급여로 기재하는 것과 관련해 보험사와 의료계 간 공방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사실 임의 비급여는 공식적 정의가 없다. 의료계와 보건당국이 관행적으로 사용해 오던 용어로, 의료기관이 급여 또는 비급여 어느 것으로도 규정돼 있지 않은 의료행위를 한 후 임의로 (법정) 비급여인 것처럼 환자에게 진료비를 부담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업계는 이런 임의 비급여 진료 행위가 안전성 및 유효성 검증이 충분치 않고, 법제화가 되지 않은 만큼 비승인 진료 행위라고 주장한다. 보험사가 실손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현행법에서는 원칙적으로 환자에게 진료비 청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임의 비급여를 법정 비급여로 눈속임해 환자들에게 보험금을 타내게 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이는 보험금 누수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에 실손보험 부실의 책임이 있다는 의미다.

의료계는 임의 비급여 진료 행위를 제한할 경우 환자에게 필요하거나 환자가 원하는 최선의 진료를 받을 자유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든 환자는 최선의 진료를 받아 생명을 유지할 자유권적 기본권을 가지고 있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2012년과 2018년 두 차례의 판결에서 임의 비급여 진료 행위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건강보험 틀 안에 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조정·절차가 마련돼 있음에도 치료의 시급성상 불가피한 상황 ▲의학적 필요성 ▲환자의 동의 등 요건을 갖춘 경우다. 다만 이 또한 입증이 쉽지 않아 임의 비급여와 관련한 의료계와 보험업계, 보건당국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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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펜타닐 유입 해결될 때까지 중국·멕시코·캐나다에 추가 관세 예고

트럼프, 펜타닐 유입 해결될 때까지 중국·멕시코·캐나다에 추가 관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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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 당일부터 마약 문제 등 해결될 때까지 관세 부가 선언
펜타닐의 원료 공급원인 중국에는 추가 관세 10%
펜타닐 제조·유통하는 멕시코·캐나다엔 25% 부과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첫날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산 제품에는 추가 10% 관세를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 상품에는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미국으로 유입되는 합성 마약 펜타닐의 공급원으로 해당 국가를 지목하고 추가 관세를 예고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 정부의 관세 장벽을 피해 멕시코와 캐나다를 우회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에 대응해 미국·멕시코·캐나다 간의 무관세 협정을 파기하고 관세를 부과하려는 조치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中에 펜타닐 대응 촉구했으나 소용 없어"

2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중국에서 멕시코 등을 통해 펜타닐이 유입되는 데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기존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멕시코와 캐나다 제품에 대해서도 각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해당 관세는 펜타닐 등 마약과 불법 외국인의 미국 침략이 멈출 때까지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펜타닐을 비롯해 상당한 양의 마약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에 대해 중국과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중국 정부는 펜타닐 밀매 시 최고형인 사형에 처할 것이라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서는 "수천 명의 사람이 멕시코와 캐나다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면서 범죄와 마약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두 나라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와 힘이 있으며 이 힘을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펜타닐/사진=미국 마약단속국(DEA, 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

'좀비 마약' 미국 시장에 빠르게 확산 중

일명 '좀비 마약'이라고 불리는 펜타닐은 모르핀 100배의 진통 효과를 가진 약으로 단 2mg이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분말, 캡슐 등 다양한 형태로 공급되며 주로 말기 암 환자나 만성 통증 환자에게 처방된다. 최근에는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펜타닐을 복용하고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들이 목격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된 상황이다. 미국 내 펜타닐 과다복용 사망자는 10년 새 급증해 2021년 이후 매년 7만명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사망자가 폭등했는데 2010년과 비교하면 청소년 펜타닐 중독 사망자는 10년 만에 23배 늘었다.

미 정부는 중국 화학회사가 펜타닐의 원료를 생산하고 멕시코, 캐나다 등에서 이를 가공한 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통해 미국으로 펜타닐이 유입되는 것으로 파악한다. 펜타닐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미국은 트럼프 1기부터 바이든 정부까지 펜타닐의 주요 공급원인 중국 등에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시진핑 주석에게 직접 펜타닐 유통에 대한 단속을 요청했고, 지난해 12월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펜타닐이 주요 의제로 오르기도 했다.

미국의 비판에 대해 중국은 중상모략이라며 부인해 왔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9년 5월 펜타닐 25종과 전구체(합성 전 단계의 화학물질) 2종에 대한 법적 통제 절차를 확립하고 단속하는 등 펜타닐과 전구체의 생산·유통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미온적이라는 미국의 비판에도 버텨오던 중국은 올해 들어 다소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올해 상반기 펜타닐 전구체 단속 캠페인을 벌여 디지털 판매 플랫폼 14개와 온라인 스토어 1,000개 이상을 폐쇄했고, 9월에는 펜타닐 원료인 7종의 화학물질에 대한 통제에 들어갔다.

美 "중국, 멕시코, 캐나다 거쳐 자국 내 펜타닐 유입"

멕시코 정부도 마약 밀매를 막는데 충분한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는 미국 내 비판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중국에 펜타닐의 유통 억제를 위한 노력을 요청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중국에서 멕시코로 넘어오는 펜타닐 선적량 통제를 부탁하기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펜타닐 수입자에 대한 인적 사항과 얼마나 많은 선박이 어떤 항구로 도착하는지 등에 대한 세세한 정보 공유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는 멕시코를 펜타닐의 공급원으로 지목한 미국의 '무례한 압박'에 대해 비판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미국 정부는 자국의 가치 상실과 복지 위기와 관련된 문제를 두고 부당하게 우리를 비난하고 있다"며 "이러한 입장은 그 자체로 존중의 결여이자, 우리의 주권에 대한 위협이며 터무니없고 선동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 유통되는 펜타닐은 멕시코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 직접 생산되는 것으로 실제로 미국의 펜타닐 밀매범 대다수가 미국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펜타닐에 대한 규제를 들어 이웃 나라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점에 주목한다. 무관세가 적용되는 자유무역협정(FTA)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무시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정부의 규제를 피해 무관세 혜택을 노린 다수의 외국 기업이 멕시코와 캐나다 등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의 표적이 된 멕시코·중국·캐나다는 1~3위 대미 수출국으로, 올해 1~9월 미국 수입액의 42%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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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 논의 본격화, 노사·세대 갈등 해소는 '숙제'

'정년 연장' 논의 본격화, 노사·세대 갈등 해소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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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국민의힘, 연금개혁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년 연장 추진
기아 노사, 정년 연장 TF 구성해 내년 임단협에서 논의
동국제강은 정년 62세로 연장, 2022년에 이어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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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소속 공무직 근로자의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늘리기로 한 가운데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민연금 수령 연령과 연동해 단계적으로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고, 이미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 연장을 위한 노사 협의에 착수한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 고령층의 정년 연장으로 청년 실업률이 증가할 것이란 지적과 함께 세대 갈등이 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년 연령·단계적 추진 등 두고 노사 간 협의 본격화

6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5일 국민의힘은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해 오는 2033년 65세로 늘리기로 했다. 이날 조경태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국회 본청에서 열린 격차해소특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자는 의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연금 수령 연령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자는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맞춰 정년을 연장하자는 취지로 야당과 노동계가 내놓은 입장과 유사하다. 관련 법안은 2025년 초에 발의할 예정이다.

재계도 정년 연장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아 노사는 지난달 9일 제9차 임단협 본교섭에서 정년 연장을 위한 노사 협상안을 마련했다. 회사 상황에 맞는 방안을 찾기 위해 올해 정년 연장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내년 상반기까지 정년 연장안을 마련하고 내년 단체교섭을 통해 정년 연장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미 정년을 늘린 사례도 있다. 지난 2022년 정년을 61세로 늘린 동국제강 노조는 올해 3월 정년 연령을 62세로 또다시 상향했다. 2년 만에 정년 연장을 추가로 단행한 만큼 향후 이보다 더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진통도 만만치 않다. 몇 년 연장이 적절한지, 정년을 단계적으로 올릴지 한꺼번에 올릴지 등 세부 사항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제적으로 정년 연장 논의에 나선 기아 노사도 정년 연령, 단계적 확대 여부 등 세부 사항에서 양측의 입장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방안을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급격한 인건비 부담 증가를 이유로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정년 연장 대신 퇴직 후 선별적 재고용을 통해 일하는 기간을 늘리자는 주장도 있어 상황을 지켜보는 기업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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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정년연장 투쟁위원회가 7월 10일 오전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현대기아차 정년연장 투쟁위원회

'청년 일자리 빼앗는 장년층' 세대 갈등 양상도 나타나

일부에서는 정년 연장이 기업 내 세대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년 연장이 현실화할 경우, 인건비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업 내 연령 구조는 역피라미드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미래의 청년 일자리를 현재의 장년층이 빼앗아 가는 모습이기 때문에 청년층의 반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 대기업 30대 직원은 "일을 가장 많이 하고 효율성도 높은 청년층의 고용을 줄이고, 장기근속으로 근로 의욕이 떨어진 장년층만 회사에 남는 것은 생산성 측면에서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 '60세 정년 의무화'로 55~60세 고령층 일자리는 증가한 반면 15~29세 청년층 일자리는 감소했다. KDI 분석 결과,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는 근로자가 1명 많아지면 고령층 고용은 0.6명 증가하고 청년층 고용은 0.2명 감소한다. 실제로 정년 60세 법제화가 시행된 2016년과 2017년 청년 실업률은 9.8%로, 법 시행 이전의 7~8%보다 늘었다. 정년 연장이 곧 청년 실업률 증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일자리를 물려줄 사람이 일을 더 하게 되면서 실업률에 기여하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고용층 고용률과 청년 실업률은 관계없어" 반론도

반면, 정년 연장이 청년 실업률과는 직결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고령층 고용률이 청년층 실업률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상호 간 부정적인 관계도 없다는 내용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오히려 일부 조사에서는 청년층이 정년 연장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대 청년 1,000명 중 69.1%가 법정 정년을 61세 이후로 연장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정년을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도 10.7%로 나타났다. 청년의 80%가 정년 연장에 찬성한 것이다.

임금 측면에서도 청년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층, 중장년층, 노년층 : 도시의 고령화 파급 효과' 논문에 따르면 2016년 정년 60세 연장 이후 연령별 근로자 임금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55세~65세 고령 근로자의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하면 전체 근로자의 임금은 0.63% 감소했는데 이때 임금 감소 효과는 중장년(36~54세)층과 고령층에 집중됐다. 가장 많은 근로자가 집중된 중장년층의 임금은 0.9% 줄어들었고 고령층이 받는 돈도 1% 감소했다. 이에 반해 16세부터 34세까지 청년층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중장년과 고령층의 일자리 질은 오히려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근로자 1%포인트 상승시 고령층 정규직은 0.6% 늘어난 데 반해 비정규직은 1.8% 증가했다. 이때 중장년층도 정규직은 0.9% 감소하고 비정규직은 1.3% 늘어났다. 연구진은 "비용이 많이 드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을 덜 뽑기보다는 중장년층을 조기 퇴직을 장려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년 연장으로 비고령 근로자의 임금이 높아질 것이란 일반적 예상과 달리 결국 정년 연장은 일부 근로자, 주로 고령층 정규직 근로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日 계속 고용 방식 도입, 中 70년 만에 정년 연장 추진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고령화와 생산인구 감소 속에 정년 연장은 불가피한 흐름으로 보인다. 한국과 같이 고령화를 겪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도 일제히 정년 연장에 나서고 있다. 가장 앞서가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총무성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일본 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912만 명에 달하고, 취업자 중 고령자 비율은 13.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은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근거로 정년을 정하는 데 1994년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높인 이후 지난 2013년에는 희망하는 직원은 모두 65세까지 고용해야 하는 의무를 기업에 부과했다.

일본 정부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마다 먼저 일정 기간 기업에 '노력할 의무'를 부과한 뒤 상당 기간이 지난 후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단계적 시행 절차를 거쳤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본은 정년 70세를 목표로 2021년부터 기업에 65세 이상 직원이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확보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새롭게 부과했다. 다만 퇴직 후 임금을 낮추고 계약직으로 다시 고용하는 '계속 고용' 방식이 대부분이다 보니 직원 입장에서는 나이에 의한 역차별로 작용한다. 하던 일을 계속하는데 월급은 큰 폭으로 깎이기 때문에 업무 의욕이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70년 만에 정년 연장에 나섰다. 지난 9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법정 퇴직 연령의 점진적 연장에 관한 결정'을 발표했다. 현재 남성 노동자 60세, 여성 간부(당정 기관·국유기업·공공기관 관리직 등) 55세, 여성 노동자 50세인 퇴직 연령을 내년부터 15년에 걸쳐 각각 63세·58세·55세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중국 정부는 기대 수명이 높아진 데다 신규 노동력의 교육 연한이 개혁·개방 초기의 8년에서 현재 14년으로 늘어 취업 시점 자체가 늦춰졌다는 점, 노동 인구 감소로 경제·사회 발전 활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 등을 정년 연장의 배경으로 들었다.

저출산·고령화 흐름과 양로보험 부담, 이미 정년이 60세를 넘어선 다른 나라에 비해 노동 연한이 짧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정년 연장은 필연적인 선택으로 보이지만,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는 가뜩이나 심각한 취업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정부가 정년 연장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처음 알려진 지난 10일부터 '노년층이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등 비판이 줄을 이었다. 3일 뒤 전국인민대표대회 의결 소식이 보도되자 웨이보 상위 10대 인기 검색어는 순식간에 절반 이상이 '정년 연장'으로 들어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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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수 결손 막으려 역대급 벌금·과태료 편성, 직원 할인 혜택에도 과세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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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찰청 벌금·과태료 수입 1조4,500억원 추산
법무부·공정위·관세청 수입도 증액, 총 4억원 편성
'3년 연속 세수 펑크 메꾸려 사실상 서민 증세'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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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6조4,000억원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29조6,000억원의 결손이 예정된 가운데 정부가 내년도 벌금과 과태료 등을 역대 최고로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보다 1조 6,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와 함께 내년도 세입 목표 달성을 위해 유류세 인하 폭을 축소하고 대기업에서 직원이 제품을 살 때 할인해 주는 혜택에 대한 과세도 확대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법을 바꿔야 하는 세금 대신 벌금으로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꼼수"라며 사실상 서민증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내년 경상이전수입 역대 최대인 13조원 편성

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대응 방향'을 통해 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예산안 367조3,000억원보다 29조6,000억원 덜 걷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로써 올해 국세 수입은 337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조4,000억원 감소한 수치다. 기재부는 올해 세수 결손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확대됨에 따라 내년도 세입 목표를 높게 잡았다. 내년도 국세 수입 목표는 올해 예측치보다 44조7,000억원 높은 382조4,000억원으로 책정돼, 올해 대비 약 13%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수입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정부는 내년도 경상이전수입을 역대 최대치인 13조원으로 편성했다. 올해보다 1조6,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경상이전수입은 벌금, 몰수금·과태료, 변상금·위약금, 가산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경상이전수입이 많다는 것은 국민이 납부할 벌금이나 과태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경찰청 과태료 수입은 올해 1조2,670억원에서 내년 1조4,500억원으로 늘어나 도로교통법과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부과되는 범칙금과 무인 교통 단속을 통한 과태료 수입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금·몰수금 등을 징수하는 법무부 수입도 올해 1조2,800억원에서 내년에 1조4,800억원으로 증액 편성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과태료는 같은 기간 4,500억원에서 5,400억원으로 늘렸고 관세청은 180억원에서 230억원으로 28% 증액했다. 세금 징수기관인 국세청이 3,600억원에서 2,960억원으로 낮춰 잡은 것과 대비된다. 이에 대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8일 열린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단속과 법 집행을 강화해 재정 부족을 메우려는 의도"라며 "법을 바꿔야 하는 세금 대신 단속으로 손쉽게 늘릴 수 있는 증세를 택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직원 할인도 과세 추진, 1인당 253만원 증세

부족한 세수를 끌어모으기 위한 조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축소해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세수 부족을 일부 보완한다.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연장하되 휘발유 인하 폭은 20%에서 15%로, 경유는 30%에서 23%로 각각 축소한다. 이에 따라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약 40원, 경유는 리터당 41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 부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정부는 유류세 수입을 늘려 세수 결손을 일부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직원 할인 혜택을 근로소득으로 보고 과세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이 직원에게 제공하는 자사 제품·서비스 할인 혜택 중 시가의 20% 또는 연 24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근로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할 방침이다. 현행 세법에서도 직원 할인은 과세 대상이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실제로 세금이 부과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각 기업은 연말정산 시 직원 할인 혜택에 대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세수 확보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서민 생활에 미칠 영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이 삼성전자 등 6개 대기업의 직원 할인 과세 효과를 분석한 결과, 해당 세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삼성전자 직원은 1인당 연간 253만원의 근로소득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이 추가로 부담하게 될 근로소득세도 총 3,154억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A사, B사 등 여러 대기업 직원이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이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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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둔화 등으로 법인세 등 감소, 세수 펑크 불가피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세수 펑크가 불가능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3년 연속 세수 결손을 막으려면 13%가 넘는 세수 증가율을 달성해야 하는데 법인세 등 주요 세목의 감소세를 감안할 때 사실상 실현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년 국세 수입 예산이 올해보다 10% 넘게 늘어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내년 국세 수입 예산은 382조4,000억원으로 이 중 법인세과 소득세가 각각 역대 최고인 88조5,000억원, 128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을 내놓는 배경에는 기업 실적 개선, 수출과 민간 소비 증가로 전반적인 세입 확대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 자리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예측을 두고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을 것이란 전망이 많은 만큼 추가적인 세수 증대를 기대할 곳도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GDP 성장률을 2.6%, 내년은 올해보다 0.4%포인트 하락한 2.2%로 전망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5년 국세수입 전망'을 통해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3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명목 GDP 성장률 전망치도 정부가 제시한 4.5%보다 낮은 4.2%로 제시했고 국세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민간소비 증가율과 통관수출 증가율, 취업자 수 등 주요 경제지표와 부동산 경기 회복 속도도 보수적으로 전망했다. 특히 정부 전망치와의 차이가 큰 세목은 소득세, 상속세 및 증여세, 법인세 등으로 예정처는 경기 여건이 악화하면서 법인세 등 주요 세수가 총 4조원가량 덜 걷힐 수 있다는 예상했다.

이에 반해 지출은 정부 전망치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복지 지출이 7.2%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데 비해 정부는 연평균 6.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예정처는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이 최근의 복지 분야 의무지출 증가세와 내년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낮게 계획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정준칙 달성 시점도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정처는 국세수입이 예상보다 덜 걷히고, 총지출은 늘어남에 따라 재정준칙 달성 시점을 2029년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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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방위비 분담 협정 서명, 2026년 분담금 8.3%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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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앞두고 양국 관계 부정적 영향 최소화
물가 상승률 연동, 연간 증가율 상한선 재도입
韓 국회 비준 동의 절차 위해 조속히 국회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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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4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서명하고 있다/사진=외교부

한국과 미국이 오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한국이 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정하는 '제12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서명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양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에 협상을 시작해 단기간에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평가다. 다만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경제 규모나 재정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일본, 독일 등에 비교해 높은 수준인 데다 1조원이 넘는 미집행액이 있는 상황에서 증액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4월 공식 협의 착수, 8차례 협의 끝에 합의

4일 외교부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제12차 한미 SMA에 서명했다. 이날 국방부 국제정책관과 주한미군사령부 기획참모부장 간 해당 협정의 '이행약정'에 대한 서명도 이어 진행됐다. 서명된 협정은 국내 마지막 남은 절차인 국회 비준 동의를 위해 조속한 시일 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국회 비준을 거쳐야 정식 발효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 SMA는 의회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는 행정 협정으로 분류된다.

한·미 양국은 지난 4월 공식 협의를 시작한 이후 약 5개월간 8차례에 걸친 협의 끝에 협정 본문과 이행 약정에 최종 합의했다. 협정은 2026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오른 1조5,192억원으로 정했다. 또 2030년까지 매년 분담금을 올릴 때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반영하고 연간 증가율 상한선을 재도입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이번 협정을 통해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제공하고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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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은 머니 머신, 100억 달러 받을 것"

이번 제12차 협상은 현행 협정의 만료 기간이 2년 가까이 남은 상태에서 한·미 정부는 이례적으로 조기에 협상을 시작해 단기간에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방위비 분담 문제가 양국 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즉, 5일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하면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대폭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라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바이든 정부와 맺은 협정을 깨고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집권하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를 지출하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선거 과정에서도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말하는 등 선거운동 내내 방위비 대폭 인상을 거론해 왔다. 연간 100억 달러는 한국이 2026년 지불하기로 한 액수의 9배 가까운 금액이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인 2019년부터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파행을 거듭했다. 2019년 9월 협상에서는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전년도 분담금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하면서 2020년 분담금이 결정되지 못했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한 2021년 분담금은 2020년 대비 13.9% 증가한 1조 1,833억 원으로 합의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와의 협상 결렬로 공백 상태였던 2020년 방위비 분담금은 2019년과 같은 수준으로 동결하며 1조389억원을 지불했다.

韓 방위비 분담금 1991년 이후 15배 이상 증가

일각에서는 방위비 분담금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주한 미군의 규모는 2만8,500명으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주로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군사시설, 탄약이나 정비 수송 등의 군수지원,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를 포함한다. 한국은 1991년부터 특별협정에 따라 분담금을 지불했는데 도입 이후 현재까지 15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등 한국의 경제 규모나 정부 재정 수준, 주둔 미군의 병력 규모를 따지면 대표적 미군 주둔 국가인 일본·독일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해에만 약 3조4,000억원을 주한미군에 직⋅간접 비용으로 지원했다. 지난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에서는 물가상승률이 아니라 국방비 인상률을 연동해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는 다년도 협상을 체결하면서 방위비 분담금이 급증했고 실제로 2024년 분담금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현재 쌓여있는 미집행액도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정부는 2026년 분담금 인상률 8.3%의 근거로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 6.2%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증원 소요 △군사 건설 분야의 건설관리 비용 증액 상승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담금 연평균 증가율을 물가상승률로 합의했음에도 첫해 분담금은 최근 5년 간의 분담금 연평균 증가율을 적용했다. 또한 반복적인 미집행액과 불법 전용 문제에도 군사 건설 분야 비용을 또다시 증액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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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상속세율에 '세금 피난', 올해 한국 부자 1,200명 해외로 이주 전망

높은 상속세율에 '세금 피난', 올해 한국 부자 1,200명 해외로 이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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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없는 13개국 이민자 10년 새 2배 증가
韓 '상속세율 60%', 日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
아파트 가격 상승에 중산층까지 세 부담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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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자산가 순유출 상위 10개국/출처=헨리앤파트너스

최고세율이 50%에 달하는 상속세를 피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 주식 매각 차액을 제외하면 이민갈 때 갖고 나가는 자산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다 보니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향하는 부자들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이에 과도한 세 부담이 결국 고액 자산가의 세금 피난을 야기하면서 양질의 세원 기반마저 허물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여기에 국민 소득과 자산가치의 상승을 반영하지 않고 24년 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세 부담이 중산층까지 광범위하게 확산했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韓 자산가 유출 세계 4위, 지난해 7위에서 세 단계 상승

21일 법무부와 통계청 출입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민 등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해 한국 국적을 포기한 국적 상실자는 2만5,405명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3년 1만9,413명과 비교하면 30.9% 급증한 수치다. 이 중에는 상속세를 피해 이민에 나선 사람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국적 상실자 중 캐나다·호주·싱가포르 등 상속세가 없는 13개국으로 옮겨간 국민은 2022년 기준 8,316명으로 최근 10년 새 2배나 늘었다. 전체 국적 상실자 32.7%가 상속세를 매기지 않는 나라로 이주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영국 투자이민 컨설팅업체 헨리앤파트너스(Henley & Partners)가 발표한 '2024년 부의 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 자산가 1,200명이 나라를 떠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 지난해 7위(800명)에서 올해 4위로 순위가 3계단 상승했다. 자산가 유출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으로, 올해에만 1만5,200명이 다른 나라로 이주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산가 유출 2위와 3위는 영국(9,500명), 인도(4,300명)로 나타났고 전쟁 중인 러시아(1,000명)는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자산가가 가장 많이 정착한 나라로는 아랍에미리트(6,700명), 미국(3,800명), 싱가포르(3,500명), 캐나다(3,200명), 호주(2,500)의 순으로 나타났다. 모두 개인소득세나 상속세가 없거나 세 부담이 크게 낮은 나라다. 헨리앤파트너스는 "1위에 오른 아랍에미리트(UAE)는 세계 최고의 부국(富國)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골든비자 도입 등 백만장자 유치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자산가의 유입은 자본의 이동이라는 점에서 부동산과 신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 창출과 지식 이전, 국가의 혁신이라는 파급효과를 가져온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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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배당소득세 없는 '3無 국가'로 부자들 몰려

한국 자산가가 가장 선호하는 행선지는 자산가 유입 3위에 오른 싱가포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인원은 2022년 기준 204명으로 전년 106명 대비 92.5% 급증했다. 2021년 134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선 뒤 2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상속·증여·배당소득세 등 3대 세금이 없는 데다 안정적인 치안과 국제적인 수준의 교육 환경도 부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소다. 한국에 사업 근거를 두고 오갈 수 있고, 현지에서 사업을 시작하기에도 절차가 간단하고 정부 지원도 잘 돼 있다.

싱가포르 투자이민제도 GIP는 3년 평균 매출액이 2억 싱가포르달러(약 2,000억원) 이상인 법인이나 해당 기업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만 신청할 수 있다. 신청 자격을 갖춘 이는 싱가포르 소재 법인 또는 GIP펀드에 250만 싱가포르달러(약 25억5,000만원)를 투자하면 영주권이 주어진다. 투자 이민 전문 로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이들의 상당수가 3대 세금을 피하고자 투자 이민을 선택한다"며 "이들 대부분이 1,000억원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초고액자산가나 코인 투자으로 큰돈을 번 신흥 부자"라고 말했다.

세제 혜택이 풍부한 UAE와 홍콩을 택하는 한국 자산가도 늘고 있다. 홍콩으로 옮겨 간 이주 신고자는 2013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단 2명에 불과했으나 2017년 이후 올해 1월까지 242명으로 크게 증가했고, UAE도 같은 기간 0명에서 27명으로 늘었다. 헨리앤파트너스 통계에서 3년 연속 자산가 유입이 가장 많은 나라로 꼽힌 UAE는 상속·증여세를 비롯해 양도소득세가 없고 법인세율도 싱가포르(17%)의 절반 수준인 9%에 불과하다. 가상자산 거래 소득에 대한 세금이 없고 가상자산으로 부동산이나 차량 구매가 가능한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홍콩 역시 상속세, 법인세, 배당·이자소득세가 없는 '3무(無)' 체제다. 법인세율도 17%로 단일화돼 있는데 거주자 펀드 제도를 활용하면 법인세를 완전 면세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비즈니스와 관련한 세제 혜택이 풍부하다 보니 최근에는 유럽의 부유한 가문들이 홍콩에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해 거점으로 두고 세계 증시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홍콩 정부도 세제 인센티브, 투자 이민 제도 완화 등 패밀리 오피스 유치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주택 투자를 투자 이민 제도 대상에 포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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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상속세 탓에 승계 포기 후 매각·폐업하는 사례도 증가

자산가의 탈출 러쉬가 증가하자 정부는 상속세 등 세제 개편안 논의에 착수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부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것은 국내에서 걷을 수도 있는 풍부한 세원이 해외로 나간다는 뜻"이라며 "세수 기반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상속세제 개편이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상속세는 2000년 최고세율이 45%에서 50%로 높아진 뒤 변동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다. 주식 상속 시 최대 주주에게 적용되는 20% 할증 평가를 포함하면 실질적인 최고세율은 60%가 된다.

높은 상속세 탓에 해외로 사업장을 옮기거나 승계 포기 후 매각 또는 폐업을 택하는 사례도 수두룩하다. 더 큰 문제는 자산가치 상승으로 예전에는 부자라고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상속세 대상이 되면서 높은 세 부담이 중산층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아파트를 보유한 중산층의 타격이 크다. 통상 10억원을 초과한 아파트부터 상속세를 부과하는데, 최근 집값 상승세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원대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중 10억원이 넘는 주택의 비중이 40%에 육박한 만큼 상당수 국민이 이미 과세권에 들어간 셈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최대 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하고 가업상속 공제와 배우자 공제 한도를 늘리는 방식으로 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주요국 대비 높은 세율을 인하하거나 자본이득세 도입 같은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여러 국가가 기업 상속 시점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차후 기업을 더 경영하지 않고 팔아서 현금화하는 시점에 세금을 부과하는 자본이득세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며 "한국도 자본이득세로 변경하는 전반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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