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성큼 다가온 양자 인터넷 시대, 美·中·和 도시 환경에서 '양자 얽힘' 구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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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네덜란드, 수 킬로미터 광섬유에서 양자 얽힘 현상을 구현하는 데 성공
세 연구팀은 큐비트 저장 방식과 얽힘 생성 방식에서 차이를 보여
앞으로 더 긴 거리에서 얽힘 생성 및 양자 통신 시연을 목표로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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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중국, 네덜란드의 세 연구팀이 실제 도시 환경에서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광섬유를 통해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현상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양자 얽힘이란 두 개 이상의 물체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동일한 정보를 공유하는 현상으로, 양자 상태로 정보를 교환하는 미래 양자 인터넷 구축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에, 네덜란드 연구는 미국 코넬대에서 운영하는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각각 발표됐다.
실험실 안과 밖의 차이
두 개의 양자비트(큐비트)가 얽히면, 둘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연결되어 한쪽의 상태가 바뀌면 다른 쪽의 상태도 즉시 바뀌는 특성을 보인다. 이를 이용하면 해킹이 불가능한 암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큐비트를 측정하는 순간 얽힘 상태가 깨져 해킹 시도를 즉시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 얽힘의 활용 범위는 암호 보안에 그치지 않는다. 여러 대의 양자 컴퓨터를 연결하여 강력한 슈퍼컴퓨터를 구현하거나, 멀리 떨어진 망원경들을 하나로 연결하여 우주를 더욱 정밀하게 관측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양자 인터넷 구축은 실험실 밖으로 나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양자 정보는 온도, 바람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해 실험실 밖에서는 쉽게 손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네트워크 구축에 필수적인 기존 광섬유 기술을 활용할 경우, 단일 광자를 통해 전달되는 양자 정보의 특성상 장거리 전송 시 손실이 커져 수십 킬로미터 이상 이동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양자 인터넷 관련 기술이 실험실 환경에서만 시연되어 온 이유다.
실험실 밖, 도시 환경에서의 도전
세 연구팀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양자 얽힘을 생성하고 큐비트를 저장·전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중국 과학기술대학교(USTC)의 판 지안웨이(Pan Jian-Wei)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루비듐 원자를 사용한 양자 메모리를 개발했다. 이들은 한 개의 광자로 큐비트의 양자 상태를 설정하고, 원자 구름을 자극해 광자를 방출하여 상태를 읽어냈다. 세 개의 실험 연구소를 연결하는 광섬유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중앙 광자 서버와 연결했고, 각 노드는 중앙 서버에서 동시에 광자가 도착하면 얽힘 상태가 형성되도록 했다. 연구소와 중앙 서버 사이의 전송 거리는 약 10km였다.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학교의 로널드 핸슨(Ronald Hanson) 교수의 연구팀은 다이아몬드 결정에 포함된 질소 원자와 탄소 원자의 전자 상태를 이용하여 큐비트를 인코딩했다. 이들은 델프트대학교에서 헤이그에 위치한 다른 실험실까지 25km에 이르는 복잡한 경로에 광섬유를 설치하여 양자 얽힘 실험을 진행했으며 전송 거리는 약 25km였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미하일 루킨(Mikhail Lukin) 교수의 연구팀은 실리콘 원자를 사용한 다이아몬드 기반 장치를 사용했다. 이 장치는 전자와 실리콘 핵의 양자 상태를 모두 활용하여, 마치 작은 양자 컴퓨터 두 대를 서로 얽히게 만든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연구팀은 하버드 대학교 내의 두 작은 양자 컴퓨터를 연결하기 위해 보스턴 지역을 도는 광섬유를 사용했는데, 이 광섬유는 찰스강을 무려 여섯 번이나 건널 정도로 복잡한 경로를 거쳤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과제
중국과 네덜란드 팀은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중앙 서버에 광자를 전송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미국의 루킨 교수의 연구팀은 이러한 정밀한 타이밍 조절이 필요 없는 새로운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큐비트가 광자를 방출하게 하여 얽히게 하는 대신, 하나의 광자를 보내 첫 번째 노드의 실리콘 원자와 얽히게 하고, 광섬유 루프를 돌아온 광자가 두 번째 실리콘 원자를 스쳐 지나가면서 첫 번째 원자와 얽히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루킨 교수팀의 접근 방식은 효율성 측면에서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단일 실리콘 원자를 사용해 광자를 방출하면 원자 군을 사용할 때보다 효율이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 광자를 방출하는 데 한계가 있어 얽힘 과정의 전반적인 효율성이 낮아지는 문제도 있다. 더 나아가 대규모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할 때 이 효율성 문제는 더욱 두드러지며, 양자 정보 전송 거리를 제한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세 연구 모두 아직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큰 진전을 이룬 것은 분명하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양자 네트워크·광역학을 연구하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의 트레이시 노섭(Tracy Northup) 교수와 시몬 바이어(Simon Baier) 교수는 이번 연구가 지금까지 가장 진보된 양자 인터넷 기술 시연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의 판 지안웨이 교수는 향후 양자 인터넷 개발에 대한 더욱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판 교수는 현재 기술 발전 속도라면 2030년 안에 '얽힘 교환(entanglement swapping)'이라는 기술을 사용하여 10여 개의 중간 노드를 거치는 1,000km 이상의 광섬유에서 얽힘을 생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다만 초기에는 이러한 연결이 매우 느려서 초당 하나의 얽힘만 생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초의 양자통신 위성 '묵자(墨子·Micius)'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판 교수는 현재 묵자의 뒤를 이을 후속 위성 임무도 계획 중이라고 밝혀, 양자 인터넷 기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