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19일 홍콩 법원은 45명의 민주화 인사들에게 체제 전복 공모 혐의로 4년에서 10년까지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비공식적 예비 선거(primary elections)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내려진 이번 판결은 중국 영향 아래서 점점 심각해지는 법적, 정치적 자유의 제한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해당 판결로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이 인권 탄압을 비난하는 등 국제 사회가 비판에 나섰지만 홍콩 정부는 ‘거짓된 중상모략’(untruthful smearing)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유럽인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전쟁의 혜택을 누리는 소수의 러시아 기업가들이 있다. 이들은 해외 자산을 헐값에 사거나, 수입 대체 산업 성장에 힘입거나, 유럽 시장 붕괴의 혜택을 보거나, 늘어난 국내 수요 덕에 추가적인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전쟁 발발 후 러시아 억만장자 수는 오히려 늘어났으며 서방의 제재 대상이 된 인물들도 예외가 아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은 다양한 수준의 데이터 의존도를 보여주는데 이에 대한 규제 환경이 AI 기술의 방향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시행한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 이하 보호 규정)은 AI 기술 혁신의 초점을 ‘데이터 비의존형’(data-saving) 기술로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해당 기술은 규제 당국이 의도하는 긍정적 효과도 주지만 EU 내 AI 특허 출원 감소 및 기존 대기업들의 시장 지배 강화 등 부작용도 낳고 있다.

북한군 12,000명이 러시아를 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가운데 북한-러시아 동맹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북러 동맹은 깨지기 쉬운 동북아시아 내 힘의 균형을 무너뜨려,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려는 일본의 초점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이 지역 안보와 국방력 유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면 한국과 미국의 대북한 억지력에 대한 강한 신뢰와 협력이 필요하다.

앞서 소개한 코로나19 치료법 발굴을 위한 영국의 실험에서 도출된 숫자들을 그저 실제 확률에 대한 주관적이고 결함 있는 추정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세계의 객관적 속성으로 간주해야 할까? 물론 양자 세계(quantum world)에서는 아무 인과성 없는 사건도 정해진 확률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 영향을 주기에 너무 미세하기 때문에 지금 논의에서는 제외하기로 한다. 또한 세계가 결정론적(deterministic)인지, 우리가 사건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유 의지(free will)가 있는지에 대한 해묵은 논쟁도 피하려고 한다. 대답이 무엇이든 객관적 확률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삶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은 없다. 목전에서 경험한 것이 아니면 우리는 과거에 일어난 일이나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다. 불확실성을 ‘무지에 대한 의식적 인지’(conscious awareness of ignorance)라고 하지 않던가? 불확실성은 내일 날씨, 다음 ‘프리미어 리그’ 우승 팀, 2100년의 날씨, 고대 조상들의 정체를 포함해 우리 삶의 전체에 놓여 있으며, 이를 극복하고자 고안한 수단이 바로 확률이다. 그런데 확률이 무엇인지 실제로 이해하는 사람이 드문 점을 감안할 때 오늘날 통계를 포함한 대부분의 과학이 확률에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려를 낳고 있는 지경학적 파편화(geoeconomic fragmentation)가 국가 간 행해지는 경제 활동과 무역, 자본 이동의 패턴을 바꾸고 있다. ‘다국가 뉴케인즈 모델’(multi-country New Keynesian model, 뉴케인즈 모델을 국가 간 거래에 적용)을 활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파편화의 도구로 활용되는, 상품과 원자재에 대한 관세와 자본 이동에 대한 세금은 지역마다 다른 효과를 발휘한다. 중국과 미국 동맹국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반면, 미국 및 미중 양쪽에 속하지 않은 중립국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다.

무역 전쟁과 산업 정책이 글로벌 경제 환경을 지배하면서 공급망 차질(supply chain disruptions)은 이제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정책 당국으로서는 생산 과정 자체의 복잡성과 불분명함 때문에 이러한 공급 차질의 영향을 헤아려 대처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최첨단 인공지능 기반 도구를 활용하면 글로벌 무역 네트워크를 한눈에 살펴 공급망 차질이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

파괴적 결과를 가져오는 금융 위기는 은행들이 ‘수익 추구 모드’에서 ‘생존 모드’로 돌변할 때 일어나곤 한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 때문에 정상적인 경제 상황을 가정해 만들어진 통계 모델로는 위기 자체와 위기 상황에서의 은행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생존 본능이란 내재적이고 자연스러운 성향인 탓에 규제할 수도 없다. 여기에 유동성 관리를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금융 위기의 발생 및 확산 속도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 23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가 분쟁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하는 데 합의한 것은 양국 간 중요한 외교적 돌파구로 평가할 수 있다. 러시아 카잔(Kazan)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창설돼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로 확장된 국가 연합) 회의의 별도 회담으로 마련된 양국 정상 간 만남은 최근 5년 동안 실시된 첫 대표급 회담이었다. 이후 양국은 일주일도 안 돼 병력 철수를 개시했고 사상자를 낸 2020년 무력 충돌 이전으로 현상을 회복했다.

일본이 민군 겸용 기술(dual-use technologies) 개발을 위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통해 국방 분야 개혁에 나섰다. 민간 분야의 기술 혁신을 국방 연구에 통합하려는 시도다. 일본 방위성과 경제산업성이 주도하는 해당 프로젝트는 일본 내에 장기간 존속해 온 ‘반군국주의 규범’(anti-militarist norms)이라는 인식상의 장애를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 안정을 위해 스타트업 고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다는 취지하에 기획됐다. 하지만 안보 및 경제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방 산업의 낮은 수익성이 생태계 조성의 최대 현안으로 지적된다.

올해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1994년 이래 처음으로 과반수 의석 획득에 실패한 것은 일본 정치사에서 중대한 사건에 속한다. 소수 여당 정부가 탄생함으로써 일본 정치가 포용과 대화, 투명성에 기반한 시스템으로 새롭게 변모할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진행 중인 변화 중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여성 정치인의 급증으로 ‘출산율 감소’ 및 ‘성씨 사용 문제’ 등 긴급하지만 해묵은 현안들이 보다 진지한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 변화는 80년대 이후 명확한 징후를 곳곳에 드러내면서 이 시대를 대표하는 도전 과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한 기후 변화 중에서도 ‘이상 고온’(high temperature shocks)과 ‘폭염’은 빈도와 강도 측면에서 최근 가장 두드러지는 기후 현상이라고 ‘2023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은 밝히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상 고온은 ‘공급 측면 차질’(supply shocks)과 동일한 효과를 발휘해 거시 경제에 상당한 피해를 끼침으로써 중앙은행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탄소의 사회적 비용(social cost of carbon, 이하 SCC)은 이산화탄소 1톤 배출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나타내는 핵심 단위다. 최근 개발된 새로운 SCC 계산법은 비교적 간단하게 경제적 생산성에 대한 피해는 물론 반복되는 기후 재해와 재앙적인 기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거대한 기후 변화)가 가져올 손실을 수치화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탄소세 도입과 시장 원리에 기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다.

지난 15년간 중국의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융자는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투자에 집중해 증가해 왔다. 대부분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elt and Road Initiative,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중국의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에 의해 성립된 해당 투자는 무역 비용을 줄이고 무역 시스템으로의 통합을 촉진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글로벌 공급망 참여를 앞당기고 있다. 또한 수출 성장에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 대륙 전반의 생산성까지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세계 최고 지위는 군사력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금융 지배력과 함께하는 것이다. 미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지탱하기 위한 군사력은 유리한 조건으로 국방 예산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 분야의 위상이 있어 가능하며, 강력한 군사력은 다시 금융 지배력을 강화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엄청난 특권’(exorbitant privilege, 미국이 기축 통화 보유국으로서 누리는 혜택)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 달러의 지위도 군사력이 글로벌 금융 파워를 만들어냈던 역사적 선례들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미국의 특권은 영원하지 않으며 세력 구도의 변화에 따라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17년 중국이 플라스틱 포함 수종의 폐기물 수입 금지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폐기물 거래 시스템이 출렁거렸다. 영향은 전 세계에 미쳤는데 특히 대중국 폐기물 수출에 의존하던 유럽 국가들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비회원국에 대한 유럽연합(EU) 자체 수출 규제로 인해 유럽과 OECD 국가들 내에서 폐기물 처리를 해결하느라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EU가 ‘폐기물 출하 규정’(Waste Shipments Regulation)의 개정을 앞둔 상황에서 해당 사례는 귀중한 교훈을 제공한다.

어느 나라나 수출은 ‘슈퍼스타 수출업체’(superstar exporters)로 불리는 소수 고생산성 기업들에 따라 움직이게 마련이다. 이들 업체는 국가 총수출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전체 경제 실적을 좌우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들 슈퍼스타 기업에 집중된 생산성 향상이 업계 전반적 생산성 개선보다 총수출 증가에 훨씬 더 많이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 및 산업 정책 입안 시 반드시 참고해야 할 내용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두 번째 임기가 보호무역주의의 발흥과 다자간 질서(multilateral order)의 퇴보로 점철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가운데 세계 경제는 그야말로 중차대한 시기에 놓였다. 첫 번째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무역과 기후 변화 행동(climate change action)에 불확실성의 씨를 뿌렸다면 2기 행정부는 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아시아는 특유의 역동적 경제와 단합력을 통해 위기에 처한 다자간 질서를 지켜낼 유력한 후보다. ‘친환경 단일 시장’(Single Green Market)이라는 공동 목표는 서로의 규제 환경을 조화시키고 자유 무역을 보장해 지역 협력을 강화하는 주춧돌이 될 수 있다.

유로 지역(Euro area)은 2018년 이후 에너지 의존, 제조업 약화, 무역 패턴 변화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돼 왔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산업 중심으로 수출이 감소하며 전반적인 제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과의 무역도 수입은 급증한 반면 수출은 급감해 유럽 경제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