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빈 방문한 尹, 빈 살만 왕세자와 정상회담에서 ‘오일머니’ 추가 유치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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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이번 사우디 순방기간 총 60여 개 협력 문건 체결 예정 국빈 오찬 이후에도 '산업·문화·관광' 등 양국의 상호 관심사에 대한 실용적 대화 나눠 제조업은 물론 국제사회 영향력 높아진 소프트파워까지, 한국이 중동의 롤모델된 배경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정상회담을 갖고 1건의 협정과 4건의 양해각서(MOU) 서명식을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빈 살만 왕세자의 국빈 방한 이후 양국의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은 이번 순방 기간 총 60여 개의 문건이 체결할 예정이다. 빈 살만 왕세자의 기대에 따라 이번 국빈 방문이 성사된 점을 고려할 때 소프트파워를 통해 국제사회 경쟁력을 높여온 우리나라의 영향력이 재확인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두 정상 임석 아래 ‘1건의 협정과 4건의 MOU’ 서명식 개최
22일(현지 시간)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의 현지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회담을 갖고 양국 간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빈 살만 왕세자의 국빈 방한 이후 11개월 만에 개최된 이번 회담은 지난 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의 후속 조치와 그간의 협력 현황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두 정상은 이날 약 47분가량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이후에는 외교관 및 관용 여권 사증면제협정과 관련된 1건의 협정과 4건의 양해각서(MOU) 서명식을 진행했다. 4건의 서명식에는 △전략파트너십 위원회 설립 MOU △수소 오아시스 이니셔티브 △통계 분야 협력 이행 프로그램 △식품 및 의료제품 분야 협력 등의 양해각서 서명이 이뤄졌다.
김 제1차장에 따르면 앞선 5건의 문건 외에도 이번 순방 기간에 한-사우디 투자 포럼,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 등 여러 계기를 통해 총 60여 개의 문건이 체결될 예정이다. 이번 서명식을 계기로 위원회의 목적, 임무, 협력 범위 등을 규정하는 설립 MOU가 마련됨에 따라 위원회 운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두 정상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 사태에 따른 인도적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데도 공감대를 확인했다. 김 제1차장은 “세계가 디지털, 공급망, 에너지망으로 촘촘하게 연결된 오늘날 중동 정세는 인근 지역뿐 아니라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사회 전체에 영향을 준다”며 “이번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자와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사태를 둘러싼 국제 정치경제 역학관계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빈 살만 왕세자 방한 계기로 ‘양국 협력 밀도’ 더 높아져
외교 전문가들은 두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앞서 양국은 지난해 11월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당시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청정에너지, 석유화학, 스마트팜,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29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의 MOU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울산 S-OIL 온산국가산업단지에 대규모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건설하는 샤힌(Shaheen) 프로젝트를 확정 지었으며,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해 1억6,000만 달러(약 2,160억원) 규모의 공동펀드도 조성하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현대건설이 사우디 국영 석유 기업인 아람코가 발주한 50억 달러(약 6조7,105억원) 규모의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를 따낸 것은 사우디 건설 진출 50주년을 기념하는 큰 성과”라면서 빈 살만 왕세자에게 “네옴·홍해·키디야 등 사우디의 주요 건설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간 우리 기업들이 중동 국가들로부터 수주한 프로젝트 규모로 볼 때 향후 메가 프로젝트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만 해도 네옴시티 ‘더 라인’ 사업 가운데 이미 1조3,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으며, 우리 기업들이 입찰한 네옴 프로젝트 관련 사업 규모만 250억 달러(약 33조7,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또 “포스트 오일 시대에 한국은 사우디의 최적 파트너”라며 “양국 관계가 전통적인 에너지와 건설 등 분야에서 자동차, 선박도 함께 만드는 첨단산업 파트너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국가발전 전략인 ‘비전 2030’ 중점 협력 국가인 한국과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답했다.
중동 국가들의 ‘한국적 발전 모델’에 대한 동경의 배경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사우디를 국빈 방문해 성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외교가에선 빈 살만 왕세자의 기대에 따라 이번 국빈 방문이 성사됐다면서 그만큼 사우디가 국가 발전의 롤모델로 한국을 꼽고 있음이 드러났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달 20일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0년 뒤, 20년 뒤, 30년 뒤 사우디의 미래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불쑥 한국과 사우디의 GDP(국내총생산) 규모를 비교하는 발언을 꺼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그는 “1970년대 후반까지 사우디아라비아의 GDP는 한국보다 더 많았다"며 "그러나 지금 한국은 세계 10위권이지만 우리는 20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와 같은 중동 국가가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모델을 동경하는 이유는 우리가 원조 수여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매우 드문 성공 사례에 속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 발전과 민주화 안착을 이뤄낸 데 이어 국제사회 기여까지 높여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미국 순위조사 전문매체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NWR)가 발표한 '가장 강력한(Most Powerful) 국가'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에 이어 6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가 과거와 달리 빠르게 변모해 가는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 한 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석유 의존 구조와 보수 이슬람 체제의 개혁을 서두르고 있는 사우디에게 제조업 중심의 하드파워와 ‘K-컬처’로 대표되는 소프트파워를 동시에 확장 중인 우리나라가 동경의 대상이 됐다”면서 “우리나라는 과거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를 통해 단기간 고성장을 이뤄냈지만 최근에는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대중문화를 바탕으로 한 소프트파워를 통해 국제사회 경쟁력을 확장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