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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MCA도 무력화한 트럼피즘, 한·미 FTA도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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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투자 이력 기업만 2,000여 곳
돌발변수 맞서 '플랜B·C' 대비책 고심
정부·산업계 '한미 FTA 재협상' 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들어오는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 지역에 생산 기지를 둔 국내 기업들이 ‘트럼프 쇼크’에 직면하게 됐다. 역대 최대 수준의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만 믿고 안심할 수 없는 처지란 의미다.

韓 기업들, 대응책 마련 부심

27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멕시코에는 기아 공장을 비롯해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와 대기업과 부품 협력사들의 생산공장이 몰려 있다. 한국은 지난해 멕시코에 7억5,400만 달러(약 1조600억원)를 투자했다. 멕시코가 유치한 해외직접투자 국가들 중 10위 규모다. 특히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옛 NAFTA )효과가 극대화된 2022년에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액(6억8,600만 달러)은 전년(3억100만 달러)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멕시코는 값싼 인건비와 미국 무관세 수출 혜택으로 특히 자동차 제조사들이 많이 진출했다.

증권가에선 트럼프의 대선 공약인 10% 보편관세만 현실화해도 기아의 내년도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26% 이상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1기 정부를 전후로 대중 무역 제재를 피해 미국과 무관세 협정을 맺은 멕시코에 투자를 늘리고 미국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맡겼다"며 "트럼프의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멕시코 투자 전략도 전면 재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에 북미 수출기지를 두고 있는 가전업계도 미국에만 생산망을 구축한 월풀 등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에 텔레비전 공장을, LG전자는 텔레비전과 냉장고, 전장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과 LG는 멕시코 생산 기지와 미국 현지 공장 등을 바탕으로 북미 텔레비전 및 생활가전 시장에서 매출 점유율 1, 2위를 차지해 왔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멕시코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해 다른 지역에도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향후 트럼프의 멕시코 협상 전략이 또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멕시코는 미국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정책의 최대 수혜국으로 각광 받았다. 특히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의 USMCA 적용으로 관세가 붙지 않는다. 기아가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를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완성차를 미국으로 옮기는 물류비용은 발생하지만 멕시코의 인건비가 미국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원가 측면에서는 오히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이 같은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사실상 'USMCA' 무효화

더 큰 문제는 한미 FTA의 향방이다. 트럼프는 이번에 고율 관세를 공식화하며 USMCA의 사실상 무효화를 선언했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본인이 직접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없애고 새로 서명한 USMCA를 다시 휴지조각으로 만든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국가 비상사태’ 선언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제긴급경제권법(IEEPA)’은 비상사태 선언 시 대통령에게 경제와 무역거래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데, 이는 트럼프가 보편관세 공약을 실행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언급돼 왔다. 이를 활용하면 한미 FTA 또한 사정권에 들어간다.

‘FTA 재협상’ 만약의 수 대비해야

이에 우리 정부와 경제계는 차기 미국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현시점에서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취임 초기 한미 FTA가 도마에 오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중국과 멕시코, 베트남 등 미국이 먼저 ‘손봐줄’ 나라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8위 수준이지만 한미 FTA는 이번 미국 대선 과정에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아 한미 FTA 재협상은 후순위라는 관측이 많다.

여기에 과거처럼 관세를 협상 도구로만 활용할 개연성도 있으나,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한미 FTA를 USMCA처럼 만들 수 있다고 보고 만반의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외교가에선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 적자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면 경제가 아닌 정치·외교·안보 등 이슈에도 관세 카드를 수시로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트럼프가 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한 통상외교 전문가는 "한미 FTA 해체는 그 자체로 재앙이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서 적잖은 무역흑자를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엔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 비교 우위가 사라지거나 약해지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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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 조선업과 MRO 협력 필요해", 美 MRO시장 진출 청신호

트럼프 "韓 조선업과 MRO 협력 필요해", 美 MRO시장 진출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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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함정시장 '존스법' 등으로 인해 경쟁력 잃어
인도·태평양 지역 패권 경쟁에서 中에 뒤쳐져
韓 조선업 언급한 트럼프, 추후 협력 논의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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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군함과 선박의 보수·수리·정비(MRO) 분야에서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미국이 자국 내 건조 원칙을 고수하며 함정시장이 쇠퇴하는 동안 인도·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다투는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을 양성하자 세계 1위의 조선업 기술을 갖춘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 해군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내 조선·방산업계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큰 미 함정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다른 우방국의 군함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트럼프 당선인 "美 조선업, 한국의 도움과 협력 필요해"

7일 국가안보실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미국의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이 분야의 협력에 대해서는 추후 윤 대통령과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이어가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축하 전화에서 특정 산업을 콕 집어 협력을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조선업을 특정해 언급한 것은 그만큼 미국 내 상황이 시급하다는 의미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미국은 20세기 중반까지 세계 최대 선박 건조 역량을 지닌 나라로 평가받았지만, 최근에는 높은 제조 비용과 인건비 등으로 인해 경쟁력을 잃었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현재 미 해군에 필요한 함정의 MRO는 40% 정도만 제때 완료될 정도로 지연이 심각한 상황이다. 숙련 노동자가 부족한 데다 정부가 보유한 조선소 4곳의 MRO 역량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의 선박 건조 점유율은 0.13%에 그쳤다. 

조선업과 해운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제정된 '존스법(Jones Act)'에 따라 자국 내 건조 원칙을 지켜오면서 기술 또한 쇠퇴했다. 존스법은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모든 화물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 선원이 탑승한, 미국 선적 선박으로 운송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상선과 군함에 모두 적용된다. 이로 인해 외국 조선사들은 미국 내 조선소에 투자하거나, 이를 인수해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에 대해 CRS는 "미 해군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역사상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 직면했다"며 "일부 선박은 미국 밖 건조를 허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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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미국 필리조선소/사진=한화오션

"美 해군, 中에 수적 열세 극복하려면 韓 등과 협력해야"

조선업의 경쟁력 하락은 인도·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 해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6월 공개한 '초국가적 위협 프로젝트' 보고서에서 "중국이 빠른 속도로 해군을 증강하는 가운데 미국의 해군력은 약해지고 있다"며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이 운영하는 전투함이 234척으로, 미 해군의 219척(군수·지원 함정을 제외한 숫자)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해상 우위를 유지하려면 조선업이 강한 한국·일본 등 동맹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에는 불안정한 양안 관계 등 인도·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구도 속 미·중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미국 정부의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지난달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강대국 간 경쟁에 관한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해군 역량 강화의 시급성을 언급했다. 그는 "근래 중국의 도전이 미국의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지금은 해군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 해군 함정의 설계와 건조 속도를 높이는 것은 향후 10년간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미국은 조선업의 국제 경쟁력 상실이 장기적으로 해군 전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인식 하에 대안을 모색해 왔다. 우선 2025년 시범 사업으로 외국 조선소에 함정 수리와 유지보수를 맡기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카를로스 델 토로 해군 장관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찾았고 8월에는 한화오션이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시라의 창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는 두 나라 국방장관이 "최근 미 해군과 한국 조선소가 체결한 MRO 계약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美 MRO 시장 20조원 규모, 고부가가치 군함 수주해야

트럼프 당선인의 협조 요청에 한국 조선업계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의 규모는 2024년 577억6,000만 달러(약 78조원)에서 2029년 636억2,000만 달러(약 88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미국 시장의 규모만 연간 약 20조원을 차지한다. 국내 조선사 중에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미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해 현지 함정 MRO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이미 올해 8월 4만톤급 함정 월리 쉬라함의 창정비 사업을 수주한 한화오션은 거제사업장에서 4개월 간의 정비 작업을 진행한 뒤 내년 1월 미 해군 측에 함정을 인도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미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한화오션은 "존스법에 따라 미 방산시장 진출을 위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며 "향후 이곳에서 MRO 사업을 진행하고 향후 상선이나 군함 건조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한화오션 미국법인은 해양 플랜트, 시추까지 아우르며 해양 사업 전반에 대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한화오션보다 앞서 미 해군과 MSRA를 체결한 HD현대중공업은 이미 필리핀 함정 MRO 시장에 진출해 기반을 닦았고 최근에는 호주와 미국에 함정을 납품하는 오스탈 조선소 인수에도 공을 들였다. 그러나 지난 8월 미 해군의 첫 MRO 사업 입찰 제안을 거절했다. 이제껏 해외 조선소 인수를 비롯해 MRO 사업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해당 사업이 주로 보급선이다 보니 사업성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왔다"며 "MRO 사업과 관련해서는 보다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약과 식량 등을 싣는 군수지원함 MRO는 수익성이 크지 않다. 실제로 한화오션이 수주한 미 해군 MRO 사업은 200억원 규모로 업계에서는 이익이 거의 남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기업이 미 함정 MRO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일본처럼 항공모함·구축함·잠수함 등 고부가가치 군함을 수주해야 한다. 일본은 미 7함대가 주둔하는 전략적 요충지 요코스카 해군기지를 중심으로 미 항공모함과 구축함, 잠수함 등의 MRO를 맡고 있다. 올해에만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USS 로널드 레이건, 이지스 구축함인 USS 밀리어스와 USS 벤폴드 등의 MRO를 마쳤다. 

문제는 해군 함정 MRO의 경우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보안이 필요한 함정의 MRO는 일본에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항공모함과 이지스 구축함 등 수익이 큰 고부가가치 함정의 MRO는 일본이 전담하고, 일본에서 소화할 여력이 없어 남는 물량을 국내 업체들이 수주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더욱이 군사적 동맹으로서 한·미 관계보다 미·일 관계의 신뢰가 더 두터운 데다 해군기지도 일본에 위치해 함대를 운용하기 편리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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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전’ 강점인 K-방산, 수출 전 국회 동의 구하라는 민주당

‘속도전’ 강점인 K-방산, 수출 전 국회 동의 구하라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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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미국 제외 모든 국가 해당
전쟁 국가에 무기 수출 차단 의도
통과 시엔 납품 일정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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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국내 방산 업체가 무기 등을 수출할 때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들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납품 일정 지연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통제권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김병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4성 장군 출신의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개정안은 정부가 방산 업체의 방산물자 수출을 허가하기 전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가 국회에 수출 허가 동의를 요구하면 국회는 비공개 심의 후 30일 안에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로의 수출길이 막히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이 제시한 개정안에는 “안전 보장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국가 또는 국가 외의 자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는데, 한국이 맺은 안전 보장 관련 조약은 미국과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유일하다. 결국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방산물자를 수출할 경우 이 개정안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산물자 수출 허가는 1년에도 수백 건씩 이뤄지는데, 그 모든 허가를 검토할 정도의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민주당은 개정안 추진 배경에 대해 미 의회보다 우리 국회의 방산 수출 통제권이 열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제안 이유를 통해 “현행 ‘무기수출통제법’에 따라 대통령은 대외 군사 거래에 대해 의회에 공식적으로 통보해야 한다”며 “미국 의회의 경우 ‘무기 거래 비승인 공동 결의안’을 채택하면 정부가 수출허가서를 발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의 통제권 강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경우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방산 수출은 모든 수출이 아닌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진행된 계약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품질을 보증한 방산 업체의 무기나 장비를 우방국에 수출하는 정부 간 직거래 계약을 의미하는 FMS는 통상 직접상업판매(DCS)보다 작은 규모로 이뤄진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무기 수출액은 2,380억 달러(약 332조원)로, 이 가운데 FMS는 809억 달러(약 113조원)어치에 그쳤다.

“남의 전쟁에 무기 지원, 있을 수 없어”

일각에선 최근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에 비판적 태도를 보였던 민주당의 정책과 이념이 이번 개정안 추진의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무기가 우크라이나 등 전쟁 중인 국가로 빠져나가는 길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앞서 지난달 2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문제를 두고 “남의 나라 전쟁에 공격 무기를 제공하면 전쟁에 끼어드는 것과 같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가 전쟁을 획책한다며 이처럼 현격한 견해차를 보여 온 민주당이지만,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관계가 남북한 군사 불균형을 불러올 것이라는 데는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은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핵잠수함,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관련 최첨단 군사기술 등을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실제 전투 경험까지 고려하면 북·러 밀착 거래가 발등의 불이나 다름없어 무조건적 무기 수출 차단으로는 이를 저지할 수 없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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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적시 수출’ 관건인 글로벌 방산 시장

업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우리 방산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던 빠른 공급 능력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등 주요 무기 수출국의 공급 능력과 비교해 그 속도가 매우 빠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례로 2022년 7월 폴란드와의 대규모 계약에서 1차분인 K2 전차 10대, K9 자주포 28문을 납품하는 데는 불과 4개월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당시 독일과 한국을 두고 수입처를 고민하던 폴란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과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산이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과 함께 우리 국가 경쟁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 관계자들은 민주당의 개정안에 대해 “그야말로 입법부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지연시키기 위한 정부의 협상 카드를 정쟁의 소재로 끌어들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무기 수출까지 막아섰다는 비판이다. 한 방산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방산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정부의 적시 수출 승인(허가)이 관건”이라고 짚으며 “정치권의 역학 관계나 국회 일정 등일 이유로 납품 일정이 지연되면 종국엔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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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 '포괄적 전략동반자'로 격상, 중국 견제 강화

한-아세안 '포괄적 전략동반자'로 격상, 중국 견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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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 관계 수립 35년 만에 격상, 한일중 모두 아세안과 최고관계로
안보·경제·사회 3대 분야서 협력 강화, 아세안 미래 인재 4만 명 육성도
일본도 아세안에 인적 교류·에너지·디지털 분야 등에서 협력 추진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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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포괄적전략동반자관계’(CSP·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를 수립했다. CSP는 아세안이 대화 상대국과 수립하는 최고 단계의 파트너십으로 한국은 호주, 중국, 미국, 인도, 일본에 이어 아세안의 여섯 번째 CSP 체결국이 됐다. 이를 토대로 우리 정부는 남중국해를 비롯한 아세안 지역에서 해상 무역의 안전을 확보하고, 핵심 광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대화 관계 수립 35년만 ‘최상위급 파트너십’

10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은 라오스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아세안 관계를 CSP로 격상하기로 아세안 정상들과 합의했다. 한·아세안 정상들은 이를 계기로 최초의 대면 한·아세안 국방장관회의를 개최하는 등 안보·경제·문화 측면 교류를 다방면에서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국과 아세안은 1989년 '부분 대화 관계'를 수립한 것을 시작으로 1991년 '전면 대화 관계', 2004년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 등으로 지속 발전해 왔다. 2010년에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됐고 이후 14년 만에 CSP로 아세안이 회원국 이외 국가와 맺는 최고 수준의 협력관계가 된 것이다. 아세안의 11개 대화 상대국 중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은 국가는 미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에 이어 한국이 6번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한국이 아세안과 대화 관계를 맺은 1989년 이후 교역은 23배, 투자는 80배, 인적 교류는 37배 이상 늘었다"며 "이러한 최고 단계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국과 아세안은 새로운 미래의 역사를 함께 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아세안 정상들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오는 11월 한·아세안 국방장관회의를 최초로 대면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또 한국 퇴역함의 아세안 양도, 사이버 안보 역량 강화 지원 등을 통해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제 측면에선 경제·통상 분야 연구기관 간 정례 협의체인 '한·아세안 싱크탱크 다이얼로그'를 내년에 출범시켜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서 공조하자고 제안했다. 또 2028년까지 3,000만 달러(약 400억원)가 투입될 아세안 디지털 혁신 플래그십, 스마트시티 관련 협력 등도 조속히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사회·문화적 차원에선 향후 5년간 아세안 출신 학생 4만 명에 대한 연수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내년에 이공계 첨단 분야(STEM, 과학·기술·공학·수학) 장학생 사업을 발족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3년 연속으로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접촉면을 늘려왔고, 2022년에는 아세안 특화 협력 전략인 '한·아세안 연대 구상(KASI)'을 내놨다. 이어 아세안 관련 협력기금 연간 기여액을 2027년까지 4,800만 달러(약 650억원)로 늘리겠다고 공표하는 등 아세안 지역에 공을 들여왔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관계 격상으로 이 같은 구상을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동력을 확보됐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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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이 미국이 아닌 중국과 동맹을 맺어야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출처=ISEAS-유소프이삭연구소

아세안 내 중국 영향력 확대

그간 아세안 지역은 경제·안보 등 전략적 중요성에도 미국·중국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관계가 요동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데다, 2개의 전쟁까지 맞물려 원자재 확보와 수출 시장 확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상황에서 석유·구리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대규모 소비 시장까지 갖춘 아세안은 한국의 중요한 경제 협력 동반자다.

여기에 더해 미국 등 서방의 대중국 견제에 맞서 중국이 아세안과의 밀착을 더욱 고도화하고 있다는 점도 한-아세안 관계 강화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1991년 아세안과 대화 관계를 구축하고 역외 국가로는 처음으로 '동남아시아 우호협력조약(TAC)'에 가입했다. 이후 중국과 아세안 양측의 무역금액은 83억6,000만 달러(약 11조3,000억원)에서 2023년 9,117억 달러(약 1,230조원)로 무려 100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15년 연속 아세안 최대 교역 상대국을 유지했고, 아세안도 올해까지 4년 연속 중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자리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중국의 대아세안 수출입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해 중국 전체 교역의 15%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올해 7월 기준 현재 양측 간 누적 투자 규모는 4,000억 달러(약 540조원)를 돌파한 상태다.

중국과 아세안 협력이 성과를 거둔 것은 양측의 지리적 접근성과 인적·문화적 상호 연결 덕분이며 특히 양측이 시대적 발전 흐름에 적극 순응해 정확한 역사적 선택을 한 데서 힘입은 바가 크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기소물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의 동방 문화와 서로 평등하게 대하고 화합을 중시하는 것은 중국과 아세안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바다. 이 같은 의식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일대일로)' 공동건설을 제안하면서 더욱 강화됐다. 중국-라오스 철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중국-인도네시아 및 중국-말레이시아 '양국 산업단지' 등 상징적 프로젝트가 잇따라 건설됨에 따라 각국 국민들이 발전의 혜택을 누리며 공동체라는 인식도 깊어진 것이다.

이처럼 양측 간 협력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아세안의 중국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동남아연구기관인 ISEAS-유소프이삭연구소(ISEAS-Yusof Ishak Institute)가 올해 초 시민사회 활동가, 언론종사자, 학자,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국보다는 중국과의 동맹을 선호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과 동맹을 맺어야 한다는 응답은 지난해 38.9%에서 50.5% 상승한 반면, 미국을 선택한 비율은 지난해 61.1%에서 49.5%로 하락했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 중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태국에서 중국과 동맹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아세안에서 중국 선호도가 높아진 이유는 중국의 무역과 투자 혜택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베트남과 필리핀에서는 미국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했는데, 이는 이들 국가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빚고 있는 영토 분쟁을 해결하려면 미국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아세안 협력 파트너로서의 차별화 도모

일본이 아세안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아세안 내 중국 영향력 강화를 우려한 행보라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아시아 지역에서의 중국 독주를 막을 서태평양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한국, 대만과 더불어 아세안의 참여가 필수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위해 일본은 일본국제협력기구(JICA·Japan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를 통한 공적개발원조(ODA)를 중심으로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제로에미션공동체(AZEC·Asia Zero Emission Community),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의 에너지 전환을 돕는 정의로운 전환 파트너십(Just Transition Partnership) 등을 통해 아세안 국가들의 탈탄소화에 관한 기술·재정적인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양측은 중국을 겨냥해 해양 분야에서의 협력도 심화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해양 진출을 가속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공조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아울러 일본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미얀마 군사정권에 폭력 행위와 민간인 살상 중단을 촉구한 아세안의 노력을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일본의 원조는 ODA나 친환경 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3월 일본 정부는 2025년부터 QR코드 결제 통합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해 아세안 국가 정부 및 중앙은행과 논의 중이며 해당 시스템의 연내 구축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10일 라오스에서 열린 일본과 아세안의 정상회의에서는 인적교류와 방재, 에너지와 디지털 등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해 가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또 해양 진출과 경제적 위압을 강화하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해양을 포함한 안전보장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공급망의 강인화와 사이버 분야에서의 연대를 추진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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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필리핀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개발사업에 2조원 ‘유상 차관’

한-필리핀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개발사업에 2조원 ‘유상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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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량 등에 개발 금융, EDCF 사업 중 최대
한수원, 필리핀 원전건설 재개 타당성조사 MOU 체결
에너지‧공급망 분야 협력 강화, 한국軍 방산 수출 계기 마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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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윤석열 대통령이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즈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한-필리핀 MOU 교환식에 임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Ferdinand Marcos)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제와 안보 등 전방위적 분야에서 협력이 대폭 강화됐다. 특히 필리핀 도로·교량 등 대형 인프라에 2조원 규모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투입키로 하면서 우리 기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여기에 38년간 멈췄던 바탄(Bataan) 원전의 타당성 조사도 한국수력원자력이 맡게 되면서 양국 간 원전 협력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尹 국빈방문 계기, 필리핀과 인프라 협력 강화

7일(현지시간)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마르코스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는 원전 협력을 포함해 총 7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 오후에 열린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13건 문건에 서명, 총 20건의 MOU를 맺었다. 이날 양국 정상이 합의한 경제협력 분야의 키워드는 ‘인프라’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대선 공약 ‘빌트(Built) 배터(Better) 모어(More)’를 이행하기 위해 대형 인프라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해상교량 건설사업에 2조원 규모의 EDCF를 지원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 두 사업은 EDCF 사업 기준 역대 1·2위의 대형 개발협력 사업이며 우리 기업들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DCF는 공적개발원조(ODA)의 한 형태로, 개도국의 경제·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장기·저리로 빌려주는 자금을 뜻한다. 사업권도 시공사가 우리나라 기업으로 한정되는 경쟁입찰로 진행된다.

라구나 사업은 총 37.5㎞의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EDCF로 첫 번째 구간(7.9㎞) 건설에 9억5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PGN 교량 사업은 필리핀 중부에 있는 세 개의 섬인 파나이·귀마라스·네그로스 섬을 연결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첫 번째 교량 13㎞ 건설에 10억 달러를 지원한다. 필리핀 EDCF의 경우 누적 사업 규모가 20조6,000억 달러(약 2경7,800조원)로 전체 지원 대상 59개국 중에 4위에 해당한다.

아울러 양국은 1억1,000만 달러(약 1,500억원) 규모의 사마르 해안도로 2차 사업 차관공여 계약도 체결했다. 작년 우리나라 기업이 완공한 1차 사업(2,000만 달러)과 연계된 사업이다. 또 양국 간 경제혁신파트너십(EIPP) 프로그램도 체결, 우리 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필리핀 전자정부 및 통신 네트워크 관련 종합적인 ‘정책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향후 필리핀 전자정부,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경쟁력 있는 우리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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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소재 한국수력원자력의 고리원전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36년간 멈췄던 ‘바탄 원전’, 한수원이 타당성 조사

필리핀 정부는 바탄 원전 건설 재개와 관련한 타당성 조사도 우리 기업에 맡기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1986년 체르노빌 사태 등으로 건설이 중단된 바탄 원전 건설 재개 필요성에 공감했고, 이번 순방을 통해 한수원이 필리핀 에너지부와 타당성 조사 MOU를 체결하는 구체적 성과를 거두게 됐다. 마르코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발표한 ‘에너지 계획 2050′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화석연료 저감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20%에서 50%로 높이고, 원전을 4.8기가(3호기) 정도 건설할 계획이다.

특히 바탄 원전은 우리나라 고리 2호기와 동일한 노형인 데다, 한수원이 40여 년간 운영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수주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타당성 조사는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2년 6월 마르코스 대통령이 취임한 후 같은 해 11월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부터 논의가 시작됐고 실무 회의를 계속 하다가 이번에 MOU를 맺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필리핀 카바나투안시(市)에 ‘한국 농기계 생산단지’도 건설된다. 한국농기계협동조합은 2018년부터 필리핀 농업부와 단지 조성 방안을 논의해 왔다. 해당 단지가 조성되면 필리핀 환경과 작물에 적합한 농기계를 공동으로 개발·보급하고, 국내 농기계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거점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양국 산업부는 핵심 원자재 공급망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필리핀은 니켈 세계 2위, 코발트 6위(2023년 기준) 등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MOU로 양국은 핵심광물 투자 정보를 교환하고 공급망 중단 시, 상호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광산 개발·제련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R&D)도 확대한다.

국방 및 방산, 해양분야 걸친 안보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필리핀에서 실시된 연합훈련에 한국군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양국 국방 당국 간에도 교류를 확대키로 했다. 또 필리핀 군 현대화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보다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양국 해경기관 간 MOU를 통해 해상 초국가범죄 관련 정보 교환 및 수색 구조 등 해양 안보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美·日도 '대중 견제 협력' 필리핀에 선물 보따리

필리핀은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이 주도하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포럼에 참여하고 있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선 필수적인 파트너 국가다. 미국과 일본이 지난 4월 필리핀과 정상회의를 갖고 중국 견제를 위해 공조하기로 합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3국 정상들은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맞서 출범시킨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PGII)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첫 사업으로 필리핀의 수비크만, 클라크, 마닐라, 바탕가스를 철도와 항만 등으로 연결하는 ‘루손 회랑’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루손 회랑 일대의 항만과 철도 등 주요 기반시설을 현대화하고 청정에너지와 반도체 공급망 등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내용이 골자로, 미국 대형 물류업체 UPS가 지난 3월 국제공항이 있는 필리핀 클라크에 새 물류 허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미국은 중국의 인도·태평양 진출 견제의 일환으로 필리핀에 반도체와 니켈 정제 산업, 기반 시설 관련 투자 확대라는 선물 보따리를 안기기도 했다. 아울러 필리핀의 민수용 원자력 발전 추진을 위한 인재 육성에도 협력하기로 했으며, 필리핀 정보통신망 정비에도 자금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나아가 필리핀 바사 공군기지의 비행장 개선에 5,900만 달러(약 810억원)를 배정하는 등 필리핀 내 미군기지 기반시설 확충에도 1억900만 달러(약 1,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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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체코 정상회담에 두코바니 원전 사업 수주 기대감↑, 尹 "사업 수주 계기로 '원전 동맹' 구축될 것"

한-체코 정상회담에 두코바니 원전 사업 수주 기대감↑, 尹 "사업 수주 계기로 '원전 동맹' 구축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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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코바니 원전사업 '세일즈 외교' 나선 윤 대통령, "수주 성공 시 원전 동맹 구축"
양국 정상 '전방위적 협력 방안' 약속, 우크라이나 인도적 지원도 합의
자본조달 모델 불안정한 체코, "재정 여건 및 지출 여력 투명하게 검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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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프라하성에서 열린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의 한-체코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 수주를 위한 이정표 역할을 자처했다. 페트르 파벨(Petr Pavel)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원전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을 끌어낸 것이다.

한 자리 모인 한-체코 정상, 파벨 "한국 두코바니 사업 참여에 거는 기대 커"

19일(현지시각) 윤 대통령은 체코 프라하에서 파벨 체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 자리에서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계기로 체코와 전략적 공조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최종 계약 체결까지 남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우리 정부도 관심을 갖고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힘줘 말했다.

'두코바니 원전 수주가 양국 관계에서 어떤 의미 갖는지'를 묻는 질문엔 "원전 동맹이 구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바라카 원전을 처음 수주했을 때 UAE 현지에 원전 엔지니어가 3명에 불과했는데 15년이 지나 2,000명까지 늘었다"며 "두코바니 원전은 체결이 된다면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절차에 있어서 체코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새로운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인력 양성 문제까지 협력할 것이라 그야말로 원전 동맹이란 것이 구축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원전을 함께 짓는다는 것은 양국의 전략적 협력이 한 단계 도약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첨단과학 기술 분야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체코 측도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한국 컨소시엄이 수주할 것이라는 데 낙관적인 전망을 전했다. 파벨 대통령은 "체코도 한국 두코바니 원전 사업 참여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최종 수주에 낙관적이며 이 사업이 양국 관계 발전의 새로운 기반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얼마나 성공하는지에 따라 테멜린 신규 원전 사업이 고려될 것"이라며 "폴란드, 슬롭키아 등에서 원전 개발 계획이 있다. 우리가 한국과 협력할 잠재력이 크고 제3국 시장 진출을 같이 도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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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MOU 체결도

윤 대통령의 이번 체코 방문은 한국이 지난 7월 두코바니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따른 세일즈 외교 차원이다. 내년 3월 사업 수주를 확정 짓기 위해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양국이 단순 원전 협력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약속했단 점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원전 협력을 계기로 바이오, 디지털, 교통 인프라 분야에서 체코 정부와 함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양국 정부는 수교 35주년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는 내년도를 기점으로 정치, 경제, 문화, 과학기술과 외교안보, 국방, 방산과 같은 제반 분야에서의 협력을 전면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협력 사업에 양국 정부가 지원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파벨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양국 외교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개발 협력과 인도적 지원 등 분야에서 협력 지지를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연대와 지지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이 평화와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실효적인 지원 방안을 함께 강구하기로 한 것"이라며 "재건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양국 기업들이 사업정보 공유, 프로젝트 공동개발, 투자 공동유치 등의 구체적인 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안전 규제 높은 체코, 한수원 사업 역량에 우려 확산

업계에선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윤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진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침체한 국내 원전 업계가 두코바니 원전 사업을 계기로 재차 빛을 발할 수 있단 기대감이 나온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사업 수주를 마냥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란 의견도 적잖이 나온다. 체코의 원전안전 규제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체코 국가핵안전청(SUJB)은 20년 넘게 서유럽의 원전 안전규제 표준을 활용해 왔다. 결국 두코바니 원전 사업을 수주할 시 유럽의 신규원전 표준이 된 코어캐처(사고로 용융한 핵연료가 원자로 외부로 유출될 경우 격납건물 외부로 추가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저장시설)와 이중 격납설계를 건설해야 한다는 건데, 한수원은 관련 분야의 시설을 건설해 본 경험이 전무하다. SUJB의 엄격한 안전 규제 아래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설비들의 안전성을 입증하며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은 한수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자본조달 모델이 다소 불안정하단 점도 문제다. 체코 정부는 이번에 원전 2기 건설사업에 대한 우협을 한수원으로 선정했으면서도 건설에 필요한 자금 계획은 두코바니 원전 1기에 한정했다. 민간 투자자를 찾을 수 없어 정부의 재정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 탓이다.

체코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원전 1기 건설을 위한 정부 지원 저리 장기대출 총 75억 유로(약 11조5,000억원)를 받았다. 이는 체코 정부의 2024년 예산 대비 8.6%가량으로, 국방(6.4%)이나 보건(7.5%) 부문 비중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여기서 원전 2기 건설에 대한 자금을 모두 대출받으면 예산 대비 원전 건설 비용이 17.3%까지 치솟는다. 체코 정부의 자금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란 의미다. 정부 차원에서 체코 정부의 재정 여건과 지출 여력을 투명하게 검증해 예상치 못한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를 중심으로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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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웨스팅하우스 "한수원 원전 수주 안 돼" 체코 반독점당국에 진정

美 웨스팅하우스 "한수원 원전 수주 안 돼" 체코 반독점당국에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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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팅하우스 "한전, 우리 기술 활용, 수주 권리 없어"
미국 ‘경합주’ 일자리까지 언급하며 한수원 압박
"한국 약진 견제 및 신시장 단속 위한 압박"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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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을 문제 삼은 웨스팅하우스의 보도자료/출처=웨스팅하우스 홈페이지

사상 최대 원전 수주로 주목받는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출이 미국에 의해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다.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 문제가 있다며 체코 반독점당국의 개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한수원은 원전 기술 등에 적법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만큼, 한수원이 주축이 된 팀코리아의 원전 수주도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다.

미국 원전기업, 체코에 한수원 원전 수주 항의

웨스팅하우스는 26일(현지 시각) 체코전력공사(CEZ)가 한국수력원자력을 두코바니(Dukovany)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진정(appeal)을 냈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는 CEZ와 현지 공급업체에 제공하려는 원전 기술을 체코 측에 이전하고 2차 라이선스(특허 허가권)를 제공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수원의 APR1000과 APR1400 원자로 설계는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보유한 2세대 시스템80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한수원이 APR1000과 APR1400 원자로의 원천 기술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웨스팅하우스의 허락 없이 해당 기술을 제3자가 사용하게 할 권리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웨스팅하우스만 자사 기술을 수출하는 데 필요한 미국 정부의 승인을 구할 법적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웨스팅하우스는 CEZ가 한국 원전을 도입하는 것은 체코와 미국의 일자리를 한국에 넘겨주는 꼴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웨스팅하우스는 "AP1000 원자로 대신 APR1000 원자로를 채택하는 것은 미국 기술을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웨스팅하우스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 일자리 1만5,000개를 포함해 체코와 미국 청정에너지 일자리 수만 개를 한국에 수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는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러스트벨트의 일자리 문제에 예민한 상황인 만큼 정치권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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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테멜린 원전/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한수원 "국내 독자적 개발" 정면 반박

이에 한수원 측은 우리나라 원전 기술이 걸음마를 뗐던 1980년대 미국 기술에 의존했던 때와 달리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성공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반박한다. 웨스팅하우스는 지금은 폐쇄된 한국의 첫 원전인 고리 1호기 시공에 참여한 회사로, 한국 원전 기술의 뿌리인 것은 맞지만 그 이후 한국 원전은 수십년에 걸쳐 국산화를 이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원전 APR-1000을 체코에 수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원전 기술 자립에 나선 한전은 지난 1987년 한빛(옛 영광) 3·4호기 건설을 추진하면서 미국 원전 회사인 CE와 기술 도입 계약을 맺었다. 10년 계약이 끝난 1997년에는 유럽의 다국적 회사인 ABB에 CE가 인수되면서 이름을 바꾼 ABB-CE와 기술사용협정을 맺고 한국형 원전(APR-1400) 개발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협정이 만료된 2007년부터는 국내 원전 업체들과 3대 핵심 기술을 비롯한 원전 기술 개발에 나섰고, MMIS는 2010년, RCP는 2012년, 원전설계핵심코드는 2017년 국산화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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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팅하우스의 AP300 소형 모듈식 원자로/사진=웨스팅하우스

웨스팅하우스의 몽니, 그 이유는?

전문가들은 웨스팅하우스의 행보에 대해 한수원과의 법정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이 자사의 원천기술을 침해하고 있다며 2022년부터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에 따른 수출통제 대상인 자사 기술이 한국형 원전에 적용됐다는 주장이다. 해당 소송은 1심에서 각하 판결을 받았고, 웨스팅하우스는 항소한 상태다. 이와 별개로 양사는 대한상사중재원에서 국제 중재 절차도 밟고 있다.

그런데 한수원이 내년 3월까지 체코 원전 수주 최종 계약을 맺으려면 이전에 미국 정부에 체코 원전 수출을 신고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분쟁은 이미 공론화된 상황으로, 체코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이번 계약 건에 있어 돌발 악재가 될 가능성은 작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원천 기술을 가진 웨스팅하우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업에 일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원전 업계가 연달아 원전 수주전에서 웨스팅하우스를 압도하자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웨스팅하우스는 여전히 원천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만 1979년 이후 30여 년간 자국 내 원전 건설이 중단돼 신규 원전 공급 능력은 크게 약화한 상태다. 이에 전성기였던 1970년대 후반 5만5,000명에 이르던 직원은 현재 당시의 6분의 1에도 못 미치는 9,0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주요 사업 영역도 대폭 축소됐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전에 웨스팅하우스 역시 자사의 AP1000 원자로를 갖고 한수원 및 프랑스전력공사(EDF)와 경쟁했지만 올해 1월 일찌감치 중도 탈락했다.

일부 전문가는 글로벌 원전 신시장 개화를 앞두고 우리나라를 견제하려는 의도란 지적도 나온다. 전 세계 원전 설비 규모가 2050년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한 한국이 체코를 시작으로 중동과 유럽까지 석권하는 결과를 우려한다는 것이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을 쉽게 넘어가면 앞으로 중동 등 신시장 개척 때도 제대로 몫을 챙기기 어렵다는 웨스팅하우스의 셈법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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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원자력 르네상스, 尹 '원전 세일즈' 박차 "바카라 이후 15년 만의 쾌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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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세계 최고 기술력 韓 원전" 피력
'30조원' 체코 우선협상 선정 설득도
릴레이 정상회담 '원전 세일즈'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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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체코 정상회담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우리나라가 체코와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4개국과 원전 수출을 타진했다. 이 가운데 체코는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이달 중에는 성사 여부가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원전 수주를 계기로 세계 원전 시장에서 한국의 강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 원전 수출 타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우리 원전의 우수성에 대해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의 신규 원전 4기 건설에 입찰, 프랑스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최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체코가 추진하는 신규 원전은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220㎞ 떨어진 두코바니와 130㎞ 떨어진 테믈린에 각각 2기씩 총 원전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규모는 총 30조원에 육박한다

윤 대통령과 파벨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이번이 세 번째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원전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시공 능력과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를 통해 금융지원도 가능하므로 대한민국이 사업자로 선정되면 체코 원전 분야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체코 원전을 수주하면, 2008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추가 원전 도입을 추진하는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정상과의 회담에서도 우리 원전의 우수성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 외 반도체·핵심 광물 협력 등에서도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첫날인 이날 일본을 비롯한 7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갖고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韓 원전 수출 확장 '전초기지' 폴란드 수주 가능성도↑

현재 우리나라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폴란드와도 원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2022년 10월 말 폴란드 민간발전사인 ‘제팍(ZE PAK)’ 및 폴란드국영전력공사(PGE)와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한수원은 폴란드에 한국형 신규원전(APR1400) 2기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다. 한수원은 이르면 연내 타당성 조사를 완료하고 PGE, 제팍과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원전 건설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 1월 새해 첫 출장지로 폴란드를 찾아 현지에서 기술력과 과거 실적을 소개하는 설명회를 가지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폴란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루마니아 등 동유럽을 비롯해 서유럽까지 수출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와 맞닿아 있는 동유럽 지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의식이 강하다. 더욱이 원전 수요는 특히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 추세에 놓여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글로벌에 따르면 전 세계 원전 생산설비는 2020년 375GW(기가와트) 규모에서 이후 줄곧 우상향해 2050년 631GW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수원은 지난해 루마니아에서도 2,600억원 규모의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를 수주했다. 또 2조5,000억원 규모의 체르나보다 1호기 설비 개선 사업 수주도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전쟁으로 발생한 에너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원전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정부 관계자는 “폴란드는 한국의 원전 수출을 유럽으로 확장하는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며 “동유럽뿐만 아니라 영국, 네덜란드 등 서유럽에서도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폴란드에서의 원전 수주 실적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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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 위치한 힐튼 소피아호텔에서 블라디미르 말리노프 불가리아 에너지부 장관이 임석한 가운데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왼쪽)과 일리얀 테르지예프 불가리아 건설협회장(오른쪽)이 업무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사진=현대건설

불가리아 원전 성공적 수주에도 ‘총력’

또 다른 동유럽 국가인 불가리아의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공사 수주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사업비 18조7,000억원 규모의 원전 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건설은 지난달 대통령궁에서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과 면담하고 보이코 보리소프 GERB(제1당) 총재, 델리얀 페브스키 MRF(제2당) 총재와 각각 만남의 자리를 갖는 등 코즐로두이 원전 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 기반을 다졌다.

루멘 라데프 대통령은 회담 자리에서 “현대건설이 속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불가리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그룹과도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수많은 성과를 보여준 현대건설과 대형원전은 물론 차세대 원전을 포함한 원자력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협력하고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수력 및 에너지저장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5, 26일(현지시간) 양일간 불가리아 소피아에 위치한 힐튼 소피아 호텔에서 ‘현대건설 불가리아 원전 로드쇼 2024’를 개최했다. 이번 로드쇼는 현대건설의 유구한 역사와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원전 분야의 세계적인 시공역량을 홍보하고, 현지 원자력 유관기관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코즐로두이 원전 건설을 위한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고자 마련됐다. 25일 열린 본행사에는 불가리아 에너지부 장관을 비롯한 양국의 정부 주요 관계자와 현지 원전 및 건설업계, 연구기관, 언론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본 행사에 앞서 마련된 비즈니스 테이블에서 블라디미르 말리노프 불가리아 에너지부 장관, 델리안 도브레프 국회 에너지위원장, 스타니슬라프 아나스타소프 국회 환경위원장, 페툐 이바노프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사장 등이 함께 자리해 코즐로두이 원전의 성공적 사업 수행 의지를 표명하고, 협력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아울러 이날 현대건설은 불가리아 건설협회(The Bulgarian Construction Chamber), 불가리아 현지 종합건설기업 GBS(Glavbolgarstroy)와 각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현지 업체와의 기술교류 △우수 협력사 발굴 및 지원 프로그램 개발 △원자력 외 현지 프로젝트 공동 참여 △현지 CSR 및 지역사회 기여 프로그램 공동 추진 등에 긴밀한 협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공사는 불가리아 수도인 소피아로부터 북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에 대형원전 2기를 추가로 신설하는 프로젝트로, 현대건설은 지난 2월 입찰자격심사(PQ)를 단독으로 통과한 이후 계약 이행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엔지니어링 계약을 앞두고 성공적 수주 마중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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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인도·태평양 협력 강화 "북·러 동맹에 큰 우려, 韓 역할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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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정상들, '75주년 공동성명'에서 北의 對러시아 무기 수출 비판
美,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4개국과의 군사·외교 협력 제도화 제안
러·우크라 전쟁 둘러싼 동북아 정세 변화, 韓 정부 입장에 관심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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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북한 등 주변국과의 군사 동맹을 강화한 것을 두고 '국제 안보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에 대응해 한국을 비롯한 호주, 일본,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과 방산 협력을 공식화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가운데 나토 정상회의에 3년 연속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의 군사적·경제적 입지를 활용해 원전·방산·반도체 등 주요 산업 분야의 세일즈 외교를 적극 전개할 방침을 세웠다.

나토 정상들, 러시아에 군사 무기 지원하는 北·中 등 비판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은 '나토 창립 75주년 공동성명'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대(對)러시아 무기 수출을 강력히 규탄하며 큰 우려 속에 북한과 러시아 간 협력 강화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북한과 이란이 포탄과 탄도미사일, 무인기(UAV) 등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는 유럽·대서양의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국제 비확산 체제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러시아와의 제한 없는 파트너십과 방산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결정적인 조력자(decisive enabler)'가 됐다고 비판했다. 정상들은 "중국은 러시아가 이웃 국가와 유럽·대서양 안보에 가하는 위협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러시아가 전쟁의 야욕을 지속하게 하는 물질적·정치적 지원 일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핵무기 확충 의혹에 대해서는 "핵무기 위험을 줄이기 위한 국제 사회의 대화에 참여하고 우주와 사이버 공간에서 책임 있게 행동하라"고 요구했다.

나토 정상들은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의 상황이 유럽·대서양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오는 11일 한국, 호주, 일본, 뉴질랜드를 비롯해 유럽연합(EU) 정상들과 합동 회의를 열어 '공통의 안보 도전과 협력 분야'를 논의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이날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 이른바 'IP4'와의 협력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 이는 나토와 미국, IP4 간의 협력을 상시적 협의체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Doorstep statement by the NATO Secretary General Washington Summit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 창립 75주년 공동성명'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나토

러시아 견제하는 나토, 대통령 3연속 정상회의 초청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중국, 북한, 이란 등 적대국들의 군사 동맹이 수면 위로 드러난 가운데, 이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한국의 외교 전략에도 서방 진영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관심 속에 윤 대통령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3년 연속 초청을 받은 것이다. 특히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회동하는 등 양국이 군사적으로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나토 정상들은 윤 대통령의 입장에 주목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도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비회원국인 한국의 윤 대통령을 꼽았다. 블룸버그는 "한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나토가 구하고 있는 무기의 방대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도 최근 북·러 간 동맹 강화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타임스도 "나토 정상들이 윤 대통령을 환대할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 역시 윤 대통령이 국내의 정치적 어려움에도 한·일 관계를 개선한 점을 반기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19일 윤 대통령은 북한과 러시아 간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지난 8일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가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오롯이 러시아의 태도에 달려있다"며 "무기 거래, 군사기술 이전, 전략물자 지원 등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의 수준과 내용을 지켜보면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에 러시아는 한국과 북한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8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는 모든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기에 윤 대통령의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은 반러 제제에 동참하고 있는데 우리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는 국가와 좋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가"라며 반문했다. 지난해 9월에는 러시아 외무부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직간접적으로 무기와 군사 장비를 공급하는 성급한 결정을 하면 양국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도 있다.

나토 정상회의서 '세일즈 외교', 원전 수주 적극 공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난달 북·러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 속 동북아시아 정세가 급변하면서 주요국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한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활용해 러시아의 남진(南進)에 적극 반응하고 있다. 북·중 관계가 정체되는 사이 북·러 관계가 급속히 밀착되는 상황에서 지난달 한국과 중국이 서울에서 2+2 외교·안보 대화를 진행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쿠릴 열도(일본명 북방영토)에서 러시아와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경우 러시아의 남하를 견제하며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윤 정부 이후 한·미·일 관계가 복원된 가운데 미국도 북·러 정상회담 이후 역내 정세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또 북한은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 상황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조장해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군사·외교적 역학 관계 속에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주요국의 무역 규제와 패권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각국의 불이익과 반사이익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정부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독일, 캐나다, 일본 등 10여 개국 정상과의 양자 회담을 통해 반도체·원전·방산 분야의 세일즈 외교를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체코를 비롯해 네덜란드·스웨덴·핀란드 등 4개국과는 원전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체코는 전력 수요 증가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신규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 2022년부터 국제경쟁 입찰을 진행해 왔다. 대형 원전 최대 4기를 건설하는 체코 원전 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프랑스전력공사(EDF) 등 두 곳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마지막까지 경합 중이다. 최종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윤 대통령은 세계 최고 시공 능력과 가격 경쟁력, 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를 통한 안정적 금융 지원을 내세워 체코를 공략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핀란드도 추가 원전 도입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며, 스웨덴도 2045년까지 최소 10기를 추가 도입할 예정으로 유럽 원전 시장은 계속 커지는 중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핵심 광물 공급망 분야에 관해서도 공들이기에 나섰다. 스웨덴은 지난해 1월 북부 키루나 지역에서 100만 톤 규모로 추정되는 희토류 매장지가 발견되며 새로운 핵심 광물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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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고속철 '내돈내산' 수출한 한국, 개발원조 방식으로 중앙아시아 수출길 여나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내돈내산' 수출한 한국, 개발원조 방식으로 중앙아시아 수출길 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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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3국과 협력 기반 다진 윤 대통령,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도 강화
고속철 수출 사업에 자금 지원 쏟아낸 한국, 우즈베키스탄 아래 'K-실크로드' 본격화?
'내돈내산'에 회의적 의견도 있지만, "장기적 경제 효과 고려하면 한국에도 이익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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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 시각) 투르크메니스탄을 국빈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5박 7일간의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국빈 방문을 통해 에너지·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강화, K-실크로드 협력 구상 구축 등 성과를 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에선 고속철 수출 계약을 성사하기도 했다. 시장은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수출이 향후 중앙아시아에 대한 한국 제품 수출을 촉진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 부부,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 마무리

지난 16일 윤 대통령 부부는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3개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 10일 출국한 윤 대통령은 11일까지 투르크메니스탄, 11~13일 카자흐스탄, 13~15일 우즈베키스탄을 연이어 방문했고, 15일엔 샵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함께 실크로드의 중심지이자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인 고도시 사마르칸트를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핵심 광물을 보유한 중앙아시아 3국과의 협력 기반을 공고히 하는 한편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수주를 위해 1호 영업사원으로서 측면 지원을 이어갔다. 가장 먼저 방문한 투르크메니스탄에선 '갈키니쉬 4차 탈황설비 기본합의서'(현대엔지니어링·투르크멘 국영가스공사)와 '키얀리 폴리머 플랜트 정상화 2단계 협력 합의서'(현대엔지니어링·투르크멘 국영화학공사) 등을 체결해 가스전 및 석유화학 분야에서 우리 기업이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대우건설이 추진 중인 비료 플랜트 사업을 합하면 모두 60억 달러(약 8조3,300억원) 규모의 수주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대통령실은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 일정인 카자흐스탄에선 총 37건의 양해각서(MOU) 및 협약을 체결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건 핵심 광물 공급망 관련 협정이다. 윤 대통령은 카자흐스탄과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파트너십 MOU'를 체결해 다양한 핵심 광물의 공동 탐사, 정련, 제련, 최종 사용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적 협력을 강화했다. 경제성이 확인되는 광물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우선적인 개발 및 생산 참여 기회를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우리 기술력으로 개발한 최초의 고속철 수출 계약체결이 이뤄졌다. 한국형 고속철의 해외 수출을 본격화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수출 모델은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KTX-이음이다. 고속철 공급 규모는 시속 250㎞급 고속철 42량으로, 액수로는 총 2억 달러(약 2,700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아울러 우즈베키스탄과 우라늄·몰리브덴·텅스텐 등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파트너십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에 이어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에너지 공급망 다지기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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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수출 모델인 KTX-이음의 모습/사진=한국철도공사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사업, K-실크로드의 역점

이번 순방을 통해 윤 대통령은 정부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K-실크로드 구상'에 대한 3국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K-실크로드는 윤석열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연대 구상'에 이어 세 번째로 발표한 지역 전략으로, 한국이 보유한 혁신 역량과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자원 등 발전 잠재력을 연계해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겠단 게 골자다.

K-실크로드 사업의 역점이 가장 잘 보이는 건 우즈베키스탄에의 고속철 수출 계약이다. 한국의 혁신과 중앙아시아의 자원 사이 교환점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사업에 상당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구매 사업에 필요한 2,700억원가량의 자금을 모두 지원하는 차관공여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고속철 수출 및 지원으로 우즈베키스탄이 이익을 얻은 점도 긍정적이다. 해당 사업의 평가가 높아질수록 K-실크로드 사업에 대한 신뢰도 역시 함께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우즈베키스탄은 육로 교통에 의존하면서도 철도를 이용하지 못했다. 철도 인프라가 상당히 노후화된 데다 타켄트·사마르칸트·히바 구간 등 동·서 지역 간 이동 시 16시간이나 소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기오염·소득격차 문제도 부각됐다.

다만 앞으로 탄소저감 등 친환경적으로 우수한 한국형 동력분산식(객차마다 모터 분산 배치) 고속철도 차량이 공급되면 우즈베키스탄 수도인 타슈켄트와 서부지역 간 이동 시간이 8시간까지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은 "이번 고속철도 차량 구매 사업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개발한 한국형 동력분산식 고속철 해외 수출을 최초로 지원하는 건"이라며 "앞으로도 한국-우즈베키스탄의 경제협력 분야를 다각화해 우리 기업에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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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 시각) 우즈베키스탄을 국빈방문해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확대정상회담을 갖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우즈베키스탄, 한국-중앙아시아에 '교두보' 역할 할 듯

한국 입장에서도 이점이 크다.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사업을 통해 중앙아시아 전반에 수출길을 열 수 있게 됐기 대문이다. 이번에 윤 대통령 부부가 방문한 카자흐스탄만 해도 고속철 사업 진입에 용이한 국가 중 하나다. 현재 카자흐스탄은 지난 2013년 수도 아스타나와 알마티를 잇는 고속철 사업이 비용 문제로 잠정 연기되면서 철로에 공백이 발생한 상황이다.

국내 기업인 현대로템이 카자흐스탄 메트로 사업을 수주한 바 있기도 하다. 현대로템은 지난 2008년 카자흐스탄 최초의 지하철인 알마티 1호선 전동차 28량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2018년에도 전동차 32량 공급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카자흐스탄 시장에 진입할 '교각'이 이미 만들어져 있단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카자흐스탄 시장 진입이 무난히 진행될 경우 리튬 광산 개발 사업이 뒤따라올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카자흐스탄 측과 함께 현지 리튬 광구 협력 탐사를 진행해 본 경험이 사업 연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리란 시선에서다. 앞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카자흐스탄 정부 측 요청에 광산지대 후보군을 탐사, 고순도 리튬 광물자원을 발견한 바 있다. 지질연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지역 매장 자원은 총 21조원 규모며, 광석을 채굴하고 남은 찌꺼기도 19조원 규모로 평가된다. 중앙아시아와의 관계 발전을 통해 한국의 고질적인 천연자원 부족 문제를 보전할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소위 '내돈내산(내 돈 내서 내가 산 것)' 사업을 온전한 수출 성과로 내세울 수 있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개발원조라는 취지를 고려하면 공여국의 국익 중심으로 경제 효과를 따지는 건 부적절하단 게 시장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전폭적인 지원을 통한 개발원조가 양국의 파트너십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면 장기적 관점에선 한국 입장에서도 이익이란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고속철 수출 성과를 설명할 때 "고속철도 유지보수 기술 교류, 인력 양성, 차량기지 건설 등 양국 간 철도 분야 전반의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 역시 이 같은 배경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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