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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유치 전쟁 참패 둘러싼 온도차, "졌잘싸" vs "준비 부족"

엑스포 유치 전쟁 참패 둘러싼 온도차, "졌잘싸" vs "준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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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유치 역전 노리던 韓, 사우디에 '압살' 당했다
유치 실패에도 '낙관론' 나오지만, "애초 준비가 부족했다"
'빨간불' 켜진 부산, 현안 정책 추진에도 '제동' 
윤석열-엑스포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파리 한 호텔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 초청 오찬에서 오찬사를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공식 페이스북 캡처

우리나라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이에 각계에서 "오일머니를 넘어서긴 힘들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엑스포 유치엔 실패했지만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줌으로써 또 다른 가능성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등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국민들 사이에선 비판적 의견이 쏟아진다. 최종 프레젠테이션 영상 퀄리티 논란 등 준비 부족 및 성의 부족 문제가 거듭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어떻게 알렸다는 건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2030 부산 엑스포, 결국 사우디에 밀렸다

세계박람회기구(BIE)는 28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3차 총회에서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선정했다. 부산은 165개국이 투표한 1차 투표에서 119표를 얻은 사우디에 이어 29표를 얻는 데 그쳤다. 리야드는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득표를 얻어 개최지로 선정됐다. 당초 부산은 1차 투표에서 리야드의 3분의 2 득표를 저지하고 2차 투표에서 역전승을 노렸지만, 결국 이루지 못할 꿈으로 남고 말았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민관이 원팀으로 치열하게 노력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맞이했다"는 짧은 입장문을 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밤늦게까지 결과를 기다리고 부산 유치를 응원해 주신 부산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경제계는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저력을 보여준 성과는 높이 평가했다. 기업과 경제단체들은 그동안 정부와 '원팀'이 돼 세계 곳곳을 발로 뛰며 부산엑스포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최태원 상의회장(SK그룹 회장)은 부산엑스포유치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수시로 해외를 오가며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에 힘을 보탰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도 엑스포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그간 지원 활동에 매진했다. 또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LG 주요 경영진은 엑스포 개최지가 최종 발표되는 순간까지 주요 전략 국가를 대상으로 유치 교섭 활동을 적극 이어갔고, 실질적 연고지가 부산인 롯데도 일찌감치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한 TF를 구성해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였다.

경제계는 각계각층이 보여준 목표 달성을 위한 의기투합과 노력이 국가 발전을 위한 또 다른 가능성으로 작용할 수 있단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에서 “기업들은 글로벌 인지도 강화, 신시장 개척, 공급망 다변화, 새로운 사업 기회 등 의미 있는 성과도 얻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세게 다양한 국가들과의 교류 역시 향후 한국 경제의 신시장 개척에 교두보가 되고 엑스포 유치를 위한 노력과 경험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리더를 넘어 글로벌 리딩 국가로 나아가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번 유치 활동은 경제·문화적으로 발전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많은 정상과의 만남을 통해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국가의 위상을 높였다”고 힘줘 말했다.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나타난 원팀 행보가 국격을 높였다는 의견도 나왔다.

엑스포-싸이
부산 엑스포 최종 PT 영상/사진=SBS 유튜브 채널 갈무리

K-스타 앞세운 정부, "한국적 색채는 어디에?"

그러나 이 같은 낙관적인 의견에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의 허술함, 각종 추태, 정치적 이익을 위한 언론 플레이 등 과오를 '졌잘싸' 프레임에 가둬 흐릿하게 만들고 있단 지적이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건 최종 PT 때 상영된 공식 홍보 영상 퀄리티 문제였다. 33초 분량의 홍보 영상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지휘자 정명훈, 소프라노 조수미 등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 및 김준수 등 K-팝 스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을 통해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한 배우 이정재가 등장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PT 자체는 사우디와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고 평가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영상 콘셉트와 편집이 촌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특히 PT 영상 속 부산의 특색이나 한국이란 나라를 보여주는 요소가 불분명했고 K-팝 스타만 지나치게 앞세운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사우디가 '변화의 시대 : 지구를 선견지명이 있는 내일로 이끌다'라는 주제로 남녀노소가 등장, 다양성·다문화·생태 등 요소를 부각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최종 PT 보면 나 같아도 사우디를 뽑고 싶을 것"이라며 "이런 영상으로 29표나 받았으면 K-팝과 K-드라마에 절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29표는 BTS 아니면 오징어게임 보고 한 투표일 것"이라고 정부를 직격하기도 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서 사우디 리야드에 완패하면서 연일 '박빙승부'라고 홍보성 보도를 내놨던 언론에도 책임론이 제기됐다. 한 누리꾼은 "어느 날부턴가 정부와 언론이 엑스포 유치에 성공할 것처럼 '박빙', '역전', '접전' 등 단어들을 꺼내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근거가 전혀 없었다"며 "사우디를 공식적으로 지지한 국가가 120개국이 넘는다. 정부와 언론은 도대체 어떤 '뒷배'를 믿었던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부산 시민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성과는 냉정하게 분석해야 다음에 비슷한 실패를 경험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우디의 경제적 지원을 바탕으로 한 유치전과 그에 따른 제3세계 국가들의 외면이 있었던 것 같지만, 유치 관계자들은 너무 그런 부분을 대외적으로 강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오일머니'의 존재감을 부각하며 '어쩔 수 없었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이들을 직격하는 발언이다.

가덕도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사진=국토교통부

엑스포 유치 불발, 가덕도 신공항 등 사업도 '불투명'

한편 부산 엑스포 유치가 불발됨에 따라 엑스포 개최와 맞물려 추진돼 온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 등 부산 현안 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부는 2030년 부산 엑스포 개최를 위해 가덕도 신공항을 2029년 12월 조기 개항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엑스포 개최가 무산돼 정부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속도 조절을 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애초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가덕도 신공항 공사 기간이 9년 8개월로 추산된 만큼, 2035년 6월 개항이 가장 현실성 높을 것으로 보인다. 가덕도 신공항 개항 시기가 늦춰지면서 가덕도 신공항과 연계해 눌차만, 천성항 일대를 주거, 상업, 물류 시설을 갖춘 복합도시로 개발하려던 부산의 계획도 늦춰질 공산이 크다. 아울러 가덕도 신공항과 부산항 북항 등 도심을 잇는 부산형 급행철도(BuTX) 건설 사업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국토교통부는 엑스포를 개최하지 않더라도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유지하겠단 계획이지만, 국토부가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반대한 주체였던 만큼 엑스포란 동력을 잃은 지금 신공항 재검토 주장을 반박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이유를 엑스포 유치로 들었던 부산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구 경북 통합신공항과 맞물려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예산 낭비' 우려가 높아질 가능성도 생겼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대규모 국세수입 결손이 발생하며 예산당국이 비상에 걸렸다는 점 또한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빨간불을 켰다. 세수 추계에 수십조의 오차가 발생하며 긴축재정 기조가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인 가덕도 신공항은 그만큼 적절성 논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엑스포 유치 실패로 부산이 잃은 파이는 크다. "저희는 엑스포 유치가 안 된단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며 사업 추진을 강행한 정부의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원죄로 돌아와 우리를 옥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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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에 경기 침체에, 중국에서도 '철밥통 공무원'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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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 국가공무원 평균 경쟁률 77:1 달해
취업난 겪는 중국 젊은 세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개선 더딘 탓
업무 부담 높고 급여는 낮은 중국 공무원, 입사해도 후회막심
중국 국가공무원.001

2023년 중국의 국가공무원 시험 응시자가 처음으로 300만 명을 넘어섰다. 3,60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하는 직위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와 실업난으로 인해 중국 젊은 세대의 공무원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역대급 응시자 몰린 중국 국가공무원 시험

27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6일 2024년도 중국 국가공무원 시험(궈카오·國考) 응시자 수는 300만3,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24일 원서 마감 직후 현지 언론이 잠정 집계했던 291만3,000명보다 12만 명 늘어난 수치로, 260만 명이 응시했던 작년과 비교했을 때 16.7%가량 증가했다.

이번 국가공무원 시험 선발 인원이 3만9,600명인 것을 감안할 때 평균 경쟁률은 77대 1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선발 인원은 작년보다 2,500명 늘었지만, 응시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70대 1이었던 작년보다 훨씬 높아진 것이다. 특히 가장 인기 있는 상위 10개 직종의 평균 경쟁률은 1,700대 1을 넘어섰다. 일례로 지원 자격이 석사 학위 이상으로 제한된 국가통계국 닝샤자치구 조사총대(總隊) 업무처의 1급 주임급 자리는 1명을 선발하지만 3,572명이 지원했다.

불안한 중국 경제에 공무원 선호도 높지만, 만족도는 낮아

현지 전문가들은 공무원 시험의 높은 경쟁률이 역대 최악으로 평가되는 중국의 취업난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한다. 중국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화투교육연구원의 류여우전 연구원은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하지 못했거나 빅테크와 사교육 업체들의 대규모 감원에 따른 실직자들이 궈카오에 대거 응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도 공무원 열풍의 원인으로 꼽혔다. 올해 상반기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5.2%에서 지난달에 5%로 낮췄다. 여기에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달 초 미·중 관계 전문 자문업체 로듐그룹의 대니얼 로젠 공동 창업자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중국 부동산 문제에 부채 위기를 겪는 지방정부, 미국의 대중국 견제로 인한 수출 제약까지 감안할 때,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IMF 예상치의 절반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처럼 불안한 내부 경제 사정과 취업난 등으로 인해 중국 청년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공무원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입사 후 만족도는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초 뉴욕타임스(NYT) 중국어판은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으로 입사한 중국 젊은 세대들이 업무 부담과 급여 삭감으로 인해 후회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중국 내수 경기가 침체하며 지방정부들의 재정이 악화되자 일부 지역에선 재정 건전성을 높인단 명목으로 공무원 급여를 대폭 줄였다. 상하이는 고위 공무원 연봉이 기존 35만 위안(약 6,400만원)에서 지난해 20만 위안(약 3,600만원)으로 반토막 났으며, 일반직군 공무원 연봉도 기존 24만 위안(약 4,300만원)에서 15만 위안(약 2,700만원)으로 감소했다.

베이징시에서 말단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에이미 류는 실제 업무와 아무 관련이 없는 일이지만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강조되고 있는 공산당 역사 학습, 선전부가 조직한 이데올로기 강의, 사정 부문의 법과 기율 학습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 역시 "공무원들은 중국 명절 기간에도 휴가는커녕 회의에 참석하고, 시민들에게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마을을 조사·감독해야 한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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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견제 나선 일본, 자국 내 공항·항만 군사적 이용에 속도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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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위대 이용 관련 ‘공공 인프라 정비’ 원안 발표
군사적 이용 위해 활주로 연장 등 시설 강화 박차
동남아 국가들과 적극 협력, 중국 강하게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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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자위대가 8월 24일 필리핀 마닐라 주변에서 미 해군, 호주 해군, 필리핀 해군과 연합훈련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일본 해상자위대

일본이 방위력 강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자국 내 14곳 공항과 24곳 항만의 자위대 이용 연장 또는 확장에 돌입하면서다. 현재 일본 자위대는 유사시에 한해 공항, 항만, 도로 등을 우선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평시에도 사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연합훈련을 확대하기 위한 ‘원활화협정’(RAA) 관련 교섭에 나선 일본은 이번 방위력 강화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를 한층 강화하는 모양새다.

지자체와 물밑 협상 진행 중

27일 아사히 신문을 비롯한 다수의 현지 매체는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공항 및 항만 등의 자위대 이용과 관련한 ‘공공 인프라 정비’ 원안에 대해 보도했다. 이번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국 내 공항과 항만 등 시설을 유사시 부대 전개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강화한다. 활주로 길이가 짧은 일부 소규모 공항과 얕은 수심의 항만이 그 대상으로, 전투기 및 함선 운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한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지난해 12월에도 향후 안보 관련 3대 핵심 내용을 발표하며 “유사시 대응 능력 강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인프라 정비 및 확대 후보지로 37곳의 공항 및 항만을 발표했다. 당시 발표된 후보지 중 약 70%에 해당하는 28곳이 오키나와 및 규슈에 집중됐다.

일본 정부는 이번 인프라 정비 관련 비용을 2024년도 예산안에 반영할 방침이며, 이미 해당 지자체들과 물밑 협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특정 공공시설 이용법」에 따라 일본 자위대와 해상보안청은 평시에 공항, 항만, 도로 등의 우선 사용을 위해 해당 지자체와 협의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앞서 이달 초에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필리핀을 방문해 자국 자위대와 필리핀군의 상호 방문을 원활하게 하는 RAA 체결을 위한 교섭에 나서는 등 군사 동맹국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RAA는 둘 이상의 국가가 연합훈련을 위해 상대국을 방문할 때 병사들의 입국 절차 및 무기 반입에 이르는 각종 절차를 간소화하는 협정이다. 이전까지 일본은 동맹국인 미국을 비롯해 호주, 영국과만 해당 협정을 맺어오고 있었다.

사실상 ‘공격 권한’ 갖춘 日 자위대

자국 내 군사 인프라 강화와 RAA 대상국 확대에 속도를 높인 일본 정부의 움직임을 두고 현지 매체들은 일본 정부가 류큐 제도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군사력 확장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한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반세기 넘게 자국의 안보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태를 한반도 또는 대만과의 충돌을 의미하는 ‘주변 사태’(옛 극동 사태)로 한정해 왔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중국이 오키나와 및 대만과 밀접한 남중국해 등에서 주변국들과 마찰을 빚자, 그동안 유지해 온 안보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2015년 미국과의 동맹을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하며 집단적 자위권을 문서화하고, 이후 한국 및 호주와의 군사 협력 강화에 나선 것은 이같은 안보 전략 수정에 따른 움직임이다.

올해부터는 한층 공격적인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타국의 침략으로부터 자국을 지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무력만 허용했던 자위대를 사실상 군대 수준으로 강화하면서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기시다 총리 주재 각의에서 ‘반격 능력 보유를 비롯한 자위대 방위력 강화’ 등 내용이 담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반격 능력은 적국 기지 및 사령부 등을 무력으로 공격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국제 안보 전문가들은 일본의 방위력 강화가 류큐 제도를 포함한 난세이 제도에 집중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난세이 제도는 일본 규슈 남단에서 대만 동쪽 해협에 위치한 2,500여 개 섬을 일컫는 말로, 해당 해역은 중국이 설정한 제1다오롄(Island Chain)이라는 가상의 선과 상당 부분 겹친다. 중국은 태평양 진출을 위해 난세이 제도 남쪽 섬들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제1다오롄은 중국의 해양 진출에 가장 중요한 교두보이자 정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난세이 제도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야망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아시아·태평양’의 유지라는 기본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맹국들과 적극적인 협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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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흘간 가자지구 전투 없어, 이스라엘-하마스 협상 이끌어낸 바이든

앞으로 나흘간 가자지구 전투 없어, 이스라엘-하마스 협상 이끌어낸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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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간 교환 시작
결국 이스라엘과 하마스 협상 테이블에 앉혀낸 미국
일시 휴전이지만, 인질 전원 석방 위해 휴전 연장될 수도
가자지구 북부 하마스 테러리스트 요새를 장악한 이스라엘 IDF 군인들/사진=IDF(Israel Defense Forces)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4일(현지 시각)부터 나흘간 일시 휴전하고 순차적으로 인질을 석방하는 데 합의했다. 공식적으로 이번 합의를 중재한 카타르는 이스라엘의 영구 휴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은 휴전이 끝난 뒤 다시 강도 높은 공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나흘간의 일시 휴전 타결

23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현지 한국 언론인 KRM 뉴스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의 중재를 맡은 카타르는 현지 시각 24일 오전 7시(한국시간 오후 2시)부터 인질 교환을 전제로 한 일시 휴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첫 번째 인질 교환은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11시)로 이스라엘 여성과 아동 인질을 포함한 13명이 석방될 예정이다.

동시에 팔레스타인 출신의 여성·미성년 수감자들도 석방된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인질과 수감자를 1대 3으로 교환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에 미뤄볼 때 이날 풀려날 팔레스타인 수감자는 39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향후 나흘에 걸쳐 총 50명의 인질과 수감자 150명을 석방할 계획이다. 인질 교환 규모가 확대될 경우 휴전 기간을 더 늘릴 여지도 열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질 석방 및 일시 휴전 합의를 중재한 마지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나흘간의 휴전 동안 가자지구의 전투는 전면 중단될 것"이라며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상황실에서 휴전 준수 여부 및 인질 석방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인도적 휴전이 영구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스라엘은 휴전이 끝나는 대로 치열한 전투가 재개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1일(현지 시각) 인질·휴전 협상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각료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휴전 이후에도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하마스와의 전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시 증명된 미국의 외교력

국제사회는 이번 인질 교환과 일시 휴전 결정이 미국의 외교력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결과라고 봤다. 미국은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직후부터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했지만 이후 ‘민간인 피해 자제, 인도적 교전 중단’으로 입장을 바꾼 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존 커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가자지구 내 구호물자 전달을 위해 전쟁을 일시 정지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22일(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도 “가자 남부 안전지대 조성과 의료 지원 및 연료 반입 확대 등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스라엘에 일시 휴전을 촉구한 바 있다. 당초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해체되기 전까지 휴전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거듭된 국제사회의 요구에 결국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호재를 하나 챙긴 셈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질 교환 및 일시 휴전 협상이 완료된 직후 백악관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로 몇 주에 걸친 감금과 말할 수 없는 시련을 견뎌 온 용감한 사람 중 일부가 가족과 재회할 것이라는 게 엄청나게 기쁘다”며 “합의 자체가 인질 전원의 석방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만큼, 전원 석방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교전 중지가 연장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실제 가능성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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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대상 '채널 마련' 본격화, 침체기 英 대하는 韓의 자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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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英 경제금융 협의체 구성, FTA 개선 협상도 이뤄
외교의 기본 '기브 앤 테이크, 침체기 겪는 英 상황 고려해야
브렉시트 이후 미래 어두운 英, 외교 전략 구성 필요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우리나라와 영국의 재정·금융당국이 공동으로 경제 및 금융 관련 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한다. ‘한·영 경제금융 대화’라는 이름의 협력 채널이 내년 마련되면 금융시장 현안과 거시경제 안정, 재정정책, 경제안보 등에 대해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과 영국의 관계가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순간이다. 다만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 내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는 상황인 만큼 얻을 건 얻고 빠질 땐 빠지는 외교 전략을 구상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韓-英, '전략적 동반자'로 관계 격상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기획재정부와 영국 재무부 간의 협력 채널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부가 경제·금융 관련 협력 채널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한국 외환·금융시장에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영국과의 금융 관련 협력이 확대되면 자금 조달 및 시장 안정화 등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공급망 관련 협의체도 구성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첨단기술 관련 소재, 부품, 장비와 필수의약품, 에너지 및 핵심 광물 등 경제활동과 안보에 필수적인 핵심 공급망 회복력을 촉진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한·영 공급망 대화’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배경 아래 영국 해상풍력 개발 전문 기업 코리오와 에너지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은 우리나라에 약 1조5,000억원가량의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국방, 방위산업, 과학기술, 무역 및 투자, 문화, 인적교류, 에너지 등 전 분야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다우닝가 합의(DSA)’를 체결하기도 했다. DSA에는 분야별 협력 원칙과 구체적인 이행 계획까지 포함됐다. 수교 140주년을 맞은 한국과 영국의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정상은 합의문을 통해 “양 국가와 경제, 국민 간 관계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격상될 것이며 이는 이번 세기와 그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 분야에서는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이 참여하는 ‘양국 2+2 장관급 회의’를 신설하기로 했다. 별도의 ‘한·영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을 체결해 사이버 위협에 공동 대응하겠다고도 전했다.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거래를 반대하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공동 순찰, 방산 공동 수출 등에 대한 의견 공유도 이뤄냈다.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2020년 영국의 갑작스러운 브렉시트로 체결된 한·영 FTA는 시장 접근, 디지털 통상규범, 공급망 협력 등을 중심으로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전기자동차 등의 수출이 용이해지도록 완화된 원산지 기준을 도입하고 고속철도 등 정부조달시장을 개방하는 문제를 논의했다”며 "광범위한 분야에서 시장 접근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협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은 또 거시경제 안정, 재정정책, 금융시장, 경제안보, 국제금융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말까지 한·영 경제금융 대화체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최 수석은 “금융협력 채널 강화로 한국 금융회사의 영국 시장 투자 확대와 함께 런던 은행·증권사의 한국 시장 참여 확대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경제금융 대화체 신설 ▲첨단기술 공급망 대화 연내 설치 ▲탄소중립 목표를 위한 협력 강화 ▲대형 원전 및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협력 ▲과학기술 파트너십 강화 등 논의를 이어가며 양국 간 전략적 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했다.

지난 5월 20일 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그랜드포린스호텔에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얻을 것' 제한적인 英, "빠질 땐 빠져야"

이번에 양국이 취한 스탠스는 줄 건 주고 얻을 건 얻는 전형적인 기브 앤 테이크 협력체계다. 다만 일각에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영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자원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영국은 최근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성장을 이뤄내는 등 성과를 보였음에도 미래는 상당히 어둡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 경제의 완만한 성장세는 지난 2분기 생산과 소비가 대체로 증가했기 때문인데, 고금리 및 고물가가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이 같은 기세가 이어질지 여부는 미지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영국은 선행지표를 중심으로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민간 부문 회복력이 약해지기 시작한 만큼 금리 인상 여파가 실물경제에 파급해 2024년 초 영국도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선행지표 모두 앞으로 수개월 사이 성장이 더욱 감속한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며 “3분기 GDP가 줄어들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금리 인상과 신규 수주 감소로 인해 영국의 PMI(구매관리자지수)가 올해 들어 최저치로 주저앉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속보치 45.0에서 상향했지만 2020년 5월 이래 저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대, 50을 밑돌면 경기 축소를 의미한다. 즉 영국 내 지표는 12개월째 경기 축소를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S&P 글로벌은 “금리가 오르고 해외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재고가 쌓여 PMI가 악화됐다"며 "내수와 수출 수요가 감퇴하고 수주 잔고가 격감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향후 수개월 사이 영국 내 생산, 고용, 구매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경기 침체는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얻을 건 얻고 빠질 땐 적절히 빠지는 외교적 전략을 구성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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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마주한 바이든-시진핑, 미중 관계 회복에 쏠린 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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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확대회담, 4시간여 대화로 화해 무드 조성
군 소통 채널 복원 및 펜타닐 유통 차단에 뜻 모아
"평화로운 공존 추구", 글로벌 경제 활성화 기대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1월 15일(현지 시각)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백악관 페이스북

미국과 중국의 관계 회복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장소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 파이롤리 정원 영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양국의 경쟁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며 화해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시 주석 역시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지난 50여 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계속 전진해 왔다”며 “두 대국이 서로를 등지는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화답하며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의지를 밝혔다.

바이든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한 공동 노력 필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을 미국에 초대하는 것은 큰 영광이자 기쁨”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힌 데 이어 “서로가 오해 없이 지도자 대 지도자로 서로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우리의 대화를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이날 회담의 의미를 강조하며 이날 회담을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은 책임감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하며, 서로 이익에 부합하면 전 세계를 위해 함께 일할 책임이 있다”며 “기후 변화와 마약 퇴치,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직면한 중대한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한 공동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세계 경제는 조금씩 회복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모멘텀이 부진하다”고 진단하며 “공급망 중단 위협을 비롯해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인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백 년 후를 내다보며 인류 발전에 책임을 다하는 방식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역사와 문화, 사회 시스템, 발전 경로가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협력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양국 관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세계 평화를 위한 주요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통해 새로운 이해에 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데 따른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의 대화가 물꼬를 트며 후속 대화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간 대화를 계속하고 소통 라인을 열어두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속 이행 강조하며 날 선 반응 보인 中 관영매체

반면 중국은 정상회담 직전까지 경직된 태도로 미국을 견제했다. 중국 관영 매체 신화통신은 전날 ‘미·중 관계를 바른 궤도로 돌리기 위한 5가지 의제’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발리 합의로의 복귀 △상호존중 및 신뢰 회복 △경쟁·대치 구도 탈피 △국제적 공존 추구 △민간교류 확대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발리 합의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이뤄진 미중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을 일컫는 표현으로, 중국은 당시 미국이 중국 체제를 존중하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을 것,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을 것, 반중국 동맹 확대 금지 등 4가지를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1년 사이 악화한 양국의 관계는 이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결과라는 의미다.

이에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군사 대화 채널 복원이 핵심 의제로 가장 먼저 논의됐다. 행정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양국 군대 소통 채널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명히 요청했다. 시 주석 역시 군사 대화 채널 제도화를 위한 조치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현재 공석인 국방부장을 새로 임명하는 대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만남을 추진할 방침이다.

미국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원료 생산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중국은 펜타닐 원료를 만드는 화학회사를 직접 단속하기로 합의하며 미국과의 협력에 나설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약 4시간의 회담 종료 후 백악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 두 정상은 다양한 글로벌 현안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하고 이견이 있는 분야에 대한 시각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각자 회담 결과를 담은 별도의 대언론 발표문을 내겠다고 밝혔다.

'수출·공급망 타격' 글로벌 경제 회복 신호탄 될까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경제 및 산업에 악영향을 받았던 국제 사회는 이번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글로벌 경제 회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8년 무역 갈등으로 시작된 양국의 갈등이 외환시장을 비롯해 전방위로 확대되며 세계 경제를 오랜 시간 침체기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자제품, 자동차, 철강, 선박 등 주요 품목 수출국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점에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기도 했다. 산업연구원은 미·중 갈등으로 인해 한국의 수출이 연간 3억3,000만 달러(약 4,3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과의 무역갈등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이 1%p 하락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0.5%p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여파는 유럽으로도 번졌다. 주요 무역 블록 밖에 있는 중간 규모 경제로 대규모 개입 정책을 펼칠 수 없는 영국이 대표적인 예다. 영국은 자국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실리콘 칩의 4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미국의 수출 통제가 시작되면 산업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수백억 파운드의 정부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정상회담이 빚어낼 화해 분위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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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회의 앞두고 중국에 손 내민 미국, 경제·안보 대화 물꼬 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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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펑 중 부총리,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초대로 방미
"양국의 건설적 관계, 전 세계 국가에 이익될 것"
시진핑 APEC 정상회의 참석 여부 놓고 '대미 압박' 지적도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미국으로 초대하며 경색된 양국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간 회담이 추진 중인 가운데 양국의 분위기가 반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시 주석이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나서는 등 서방국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시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 여부는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지만, 중국 지도부가 최근 미국과의 관계 회복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참석에 무게가 실린다.

"양국 잠재적 협력 분야 논의, 강화된 약속 기대"

6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다수의 외신은 옐런 장관이 오는 9일과 10일 허 부총리를 자국으로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미 재무부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중국의 불공정 경제 행위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표출하는 동시에 저소득 국가에 대한 부채 탕감, 기후 변화 등 양국의 잠재적 협력 분야를 아우르는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추진됐다”고 밝히며 “회담을 통해 양국의 경제 관계에 관한 보다 강화된 약속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옐런 장관 지난 7월 방중 일정 중 허 부총리와 한 차례 회담을 가지고 양국의 경제 및 금융 분야 고위급 대화 채널을 복원한 바 있다.

최근 양국의 관계는 1979년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처음 대면하며 경쟁이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자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지난 2월 중국 정찰풍선 사태를 계기로 전보다 악화한 분위기를 띠고 있다. 해당 사건을 전후로 미국과 중국은 경제, 안보 등 다양한 문제로 대립하며 세계 경제에 위기감을 고조시켜 왔다.

옐런 장관은 허 부총리와의 회담 사실을 알린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국과 중국은 함께 일하고 협력할 수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안정적이고 건전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미 행정부의 외교 원칙임을 강조했다. 이어 “세계 경제의 40%를 지탱하는 미국과 중국의 건설적 관계는 양국은 물론 전 세계 국가들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며 “경제는 뺏고 뺏기는 싸움이 아니며, 양국의 이익을 함께 도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안보에 있어서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옐런 장관은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는 타협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강조하며 “이 때문에 (중국을 향한) 표적 규제 조처를 해 온 것이며, 이는 경제적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안보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상심리 내세운 중국, 악수 청한 미국

중국은 시 주석이 지난달 초 미국 상원 대표단을 만나 “양국의 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는 1천 가지나 있지만, 관계를 망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말하며 화해 무드 조성에 돌입했다. 이후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과 회담을 가졌으며, 이달 4일부터 7일까지는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특사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특사와도 대화를 나눴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같은 변화에 대해 “최근 빈번한 중국과 미국의 층위별, 분야별 접촉 및 교류는 양국 수교 이후 드문 사례”라고 평가하면서도 “현재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매체는 뤼샹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한쪽에선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다른 쪽에선 봉쇄와 억압을 하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고 짚으며 “양국 정상 간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그것은 회담에 앞선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더 많은 결과를 도출했으리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APEC 정상회의에 앞서 물밑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함과 동시에 원하는 수준의 성과가 가시화된 후에야 시 주석의 참석을 발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의 신중한 행보는 그동안의 악화한 관계에 대한 ‘앙금’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 정부에서 시작된 무역 제재를 비롯해 각종 경제, 안보 이슈 압박이 자국의 경제에 큰 타격을 불러온 만큼 그에 대한 보상심리가 발동한 모습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APEC 참석이 거의 확실시된 상황에서도 중국이 공식 발표를 미루는 것 또한 이에 대한 방증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외교 당국자는 이같은 중국의 태도를 ‘일종의 대미 압박 카드’라고 정의하며 “중국은 관영 언론의 입을 빌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를 애태우고 자국에 유리한 약속을 받아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며 관계 정상화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중국에 파견해 왕이 부장과 접촉하는 등 본격적인 대화에 나설 의지를 보였으며, 이후 블링컨 국무장관,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이 줄줄이 중국을 방문하며 꾸준히 양국 관계 정상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의 협력으로 다양한 국제 문제에 대처하는 동시에 내년 있을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유리한 입지를 다지려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중 정상회담, 내년 WTO 회의에도 영향

아시아태평양 공동체의 경제성장과 번영을 목표로 1989년 창설된 APEC은 매년 11월 회원국을 순방하며 정상회의를 연다. 올해 의장국인 미국은 정상회의 주제를 ‘모두를 위한 회복력 있고 지속 가능한 미래 창조(Creating a Resilient and Sustainable Future for All)’로 선정하고 3대 핵심 의제로 상호연계(Interconnected), 혁신(Innovative), 포용(Inclusive)을 내걸었다.

국제사회는 미국과 중국이 치밀한 물밑 작업에 들어간 만큼 이번 정상회의에서 어떤 성과를 챙겨 돌아갈지 주목하고 있다. 내년 2월 개최되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미·중 갈등 확대로 인한 자유주의 무역 체제 붕괴 위험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해당 사안에 대한 대응책을 찾기까지 상당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이 관계 회복에 의지를 보이며 식량 안보, 어업 보조금 관행, 지식재산권 및 이커머스 분야 등 여타 주제에 대한 논의에 보다 더 심혈을 기울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PEC 정상회의장에서 펼쳐지는 미국과 중국의 대화가 전 세계의 경제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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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터진' 삼성전자 숨통 터준 美, '악화 일로' 미중관계 전환점 되나

'등 터진' 삼성전자 숨통 터준 美, '악화 일로' 미중관계 전환점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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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해소한 美, 삼성전자 숨통 트였다
관계 개선의 실 보였나, "미중 긴장 완화 기대감 커져"
여전히 '팽팽'한 막판 줄다리기, "中 '견제 포메이션' 여전"
삼성전자 중국 시안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 전환에 나선다. 현재 생산 중인 낸드플래시 라인을 업그레이드하겠단 계획이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가 해소되면서 평택에 이어 시안까지, 세계 최대 낸드플래시 업체인 삼성전자의 선단공정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미중 갈등 사이에서 애꿎은 피해를 보던 삼성전자의 숨통이 다시금 트이기 시작하면서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미중 관계 개선의 물꼬가 삼성전자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낸드 공정 전환 본격 시작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을 128단(V6)에서 236단(V8) 공정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까지 공정 전환이 목표다. 삼성전자는 앞서 평택 1공장(P1) 낸드 공정도 전환을 시작한 바 있다. P1에서도 128단 낸드 공정을 236단으로 바꾸기로 했다. 경기 침체로 128단 낸드가 재고로 쌓이자 구형 제품 생산을 줄이고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236단 낸드를 공급하기 위한 결정이다. 낸드플래시 단수는 셀을 적층한 수로, 숫자가 높을수록 용량이 늘어난다. 236단 낸드는 현재 기준 삼성전자 최선단 낸드다. 삼성전자는 300단 전후의 차세대 낸드(V9)를 내년 초 양산한다는 계획이지만 상용화된 제품으로는 236단이 가장 최신이다.

삼성의 이번 중국 시안 공정 전환은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다름 아닌 미국의 반도체 장비 규제 때문이다. 시안 공장은 삼성 낸드 생산량의 약 40%를 담당하는 핵심 공장이지만 최근 시황 악화로 128단 낸드는 만들면 만들수록 재고로 쌓였다. 이에 삼성은 이전부터 시안 공정 전환을 고려했으나, 미국의 장비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미국이 200단 이상 낸드를 만들 수 있는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바람에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월 드디어 길이 열렸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해 별도 허가 절차나 기한 없이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공급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다.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되면서 제한 없이 장비 반입이 가능해지자 삼성은 시안 선단 공정으로의 전환을 재빠르게 결정했다.

한발 물러선 美, 관계 개선의 시발점?

당초 업계는 중국 공장에의 설비 충당을 미국이 승인해 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미중 갈등이 시간을 지날수록 악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자국 첨단 반도체 칩과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14나노 이하 로직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첨단 장비의 중국 반입을 전면 금지시킨 바 있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인데, 쉽게 말해 퀄컴의 통신칩,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중국에 들이지 않겠단 의미였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서슬 퍼렇게 지켜보는데 첨단 공정을 중국에 구축할 수 있겠나"라며 "삼성으로선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고 시안은 레거시 공정으로 남길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이 '양보'를 택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곧 예정돼 있는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 있는 행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오는 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되는데,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수년째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미중 전략 경쟁을 다소 걷어내고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기 위해 삼성을 '외교 재료'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실제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왕이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의 회담 중 "미중 경쟁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면서 열린 소통채널을 유지해야 한다”는 언급을 내놓은 바 있다.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내포한 문장을 슬쩍 던진 건데, 이에 왕 부장은 "대화를 통해 오해와 오판을 줄이자"고 화답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그간 쌓여 온 양국 간 악감정을 모두 해소할 순 없겠으나, 최소한 상호 이해를 도모하면서 긴장 수준을 누그러뜨리는 데엔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정상회담 뜸 들이는 中, "아직 불확정 요소 많아"

미국이 '양보할 건 양보하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8월 중국을 방문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리창 총리를 만나 "국가 안보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겠지만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국의 경제적 관계가 전반적인 관계 안정을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미국은 기후변화와 AI, 펜타닐 문제 등 세계적인 관심사에 있어 중국과 협력하길 바라며, 세계는 우리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나서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거듭 상생의 뉘앙스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은 경제·무역 분야에서 정례화된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로 하면서 첨예한 갈등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일정한 합의를 도출시켰다. 주요 현안인 경제·무역 관계에서 갈등과 긴장 완화의 단추를 끼워나갈 수 있도록 미국 차원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다만 미국의 이 같은 행보가 수출규제와 기업제재 등 양국 간 첨예하게 얽혀 있는 문제들을 풀어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중국의 '견제 포메이션'이 아직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아직도 시진핑 국가주석의 APEC 정상회의 방문을 확정하지 않는 등 정상회담에 뜸을 들이고 있다. 사실상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줄다리기'는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는 셈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시 주석의 일정 발표를 미루는 건 얻을 것을 최대한 끌어내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시한은 APEC 정상회의가 결정된 시점부터 이미 정해졌다. 이제 남은 건 서로 세부 전략을 얼마나 구성하느냐의 문제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가 소식통은 "미중 양국의 막판 줄다리기가 시작된 것"이라며 "주고받을 '재료'들을 교환하면서 당분간의 평화에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어 내느냐가 관건인 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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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보호' 여론전 나선 하마스, "이스라엘의 '명분 찾기' 필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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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민간인 학살 보도, 이팔전쟁 부정 여론 '급증'
민간인 학살 부정한 이스라엘, 여론 돌려놓기에 '총력'
'일방적 피해자' 되긴 힘들 듯, "이스라엘의 '선택'에 모든 게 달렸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처참하게 파괴된 가자지구 이즈바트 베이트 하눈 지역/사진=MAXAR TECHNOLOGIES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전쟁 중인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이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자국의 군사작전을 옹호했다. 민간인 학살을 대놓고 홍보한 하마스와 대비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국제사회의 여론을 자신들 편으로 돌리겠단 전략이다. 최근 하마스도 국제 여론을 돌려놓기 위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이스라엘은 앞으로 더욱 현명한 대처를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헤르초그 "이스라엘, 민간인 사상자 줄이는 데 총력"

헤르초그 대통령은 31일(현지 시각)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8,000명 이상의 사망자 중 여성과 어린이가 70%에 달한다'는 UN 집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무도 그들이 대가를 치르길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쪽의 안전지대는 진정 안전지대"라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남부로 피란하라고 경고해 놓고서 남부를 여전히 폭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국제법의 규칙에 따라 사람들에게 안전지대로 이동하라고 요청하고 경고했고, 우리는 그들의 이동을 돕고 있다"고 거듭 역설하기도 했다.

병원 근처 폭격에 대해선 "병원 자체를 겨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앞서 지난 29일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알쿠드스 병원 바로 옆을 직접 공습했다며 의료진과 피란민, 환자들이 병원을 떠나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미국이 매일 군사작전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경고하는 만큼 우리는 조심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마스에 대해선 "충격적 잔학 행위를 저지른 끔찍한 적"이라며 하마스의 기반 시설을 파괴해야 한다는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에 더 많은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 다른 서방 동맹국들과 매일 연락하고 있다"며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무력화된 국제인도법, 전쟁의 '잔혹함'

당초 민간인 사살 및 위협은 국제인도법과 국제법에 의해 금지돼 있다. 그 근간은 제네바 협약이다. 1949년 8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체결된 이 협약은 전시(戰時)에서의 민간인 보호 원칙을 전 세계에 천명했다. 협약의 세부 조약인 '전시에 있어서의 민간인의 보호에 관한 제4협약'은 '적대행위에 능동적으로 참가하지 않는 자는 모든 경우에 있어서 인종, 피부색, 종교 또는 신앙, 성별, 문벌이나 빈부, 또는 기타 유사한 기준에 근거한 불리한 차별 없이 인도적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이들에 대한 모든 종류의 살인, 상해, 학대 및 고문 등을 금지한다. 아울러 전쟁 중 체포된 적국 포로는 인도적으로 대우 받아야 한다는 원칙도 규정한다.

그러나 이팔전쟁에서 제네바 협약의 원칙은 사실상 무색해졌다. 봉쇄된 상태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가자지구에서는 주민들이 기본적인 식량·물·의약품 없이 생사를 오가고 있다. 하마스는 200~250명의 이스라엘 쪽 포로를 억류한 상태에서 "인질들을 살해하겠다"는 위협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팔전쟁의 세계적 집중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연이어 터져 나온 민간인 학살 보도는 이팔전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급증시켰다. 이스라엘이 전반적으로 민간인 학살 의혹을 걷어내고 타국 지원을 호소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외면을 받을 경우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도 어렵고, 전쟁에서 이긴다 한들 전후 상황을 제대로 처리하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5일 민간인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이 이어지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 유일한 통로인 라파 국경 폐쇄를 잠시 중단하겠다며 유화적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미국도 본격적인 관리에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삼으면서 이스라엘을 극도로 어렵게 하고 부담을 가중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국제인도법에 따라 테러리스트와 민간인을 구분해야 할 이스라엘의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스라엘 차원의 노력이 촉구된다"고 역설했다.

쏟아지는 민간인 사상자, 국제 여론 '악화'

다만 그럼에도 민간인 사상자는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 3주간의 전쟁으로 이스라엘에서 1,400명 이상, 팔레스타인에서 5,700명 이상이 사망했다. 특히 이 중 어린이 사망자 수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가자지구 어린이는 총사망자 5,719명 중 2,360명이다. 서인지구의 어린이 사망자 역시 총사망자 96명 중 30명에 달했다. 이스라엘에선 지난달 7일 이후 약 1,400명의 이스라엘인과 외국인이 사망했는데, 이 중 어린이 사망자는 3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제사회가 이팔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 탱크가 민간인이 탑승한 차량을 공격해 일가족이 목숨을 잃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이스라엘이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는 반응이 일부 SNS 사이에서 쏟아진다. 민간인 학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을 공언하며 가자지구 주변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켜 놨음에도 이렇다 할 행동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섣불리 병력을 투입했다간 대규모 피해를 감수해야 할뿐더러 일반 시민 여부를 구분하기 힘든 시가전 특성을 고려할 때 민간인이 하마스로 오인돼 사살되는 참극이 벌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또한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이 가시화될 경우 이스라엘은 더 이상 국제적으로도 '일방적 피해자'를 자처할 수 없게 된다. 이스라엘 민간인을 무차별 살상하는 장면을 SNS에 올리는 자충수로 고립을 자처한 하마스에 오히려 숨통을 틔워주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선 하마스도 '민간인 보호'라는 명분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1일(현지 시각) 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 성명을 통해 "우리는 중재자들을 통해 향후 수일 내로 일정한 숫자의 외국인을 석방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지난 7일 이스라엘은 기습 공격하면서 240명 이상의 민간인을 납치해 인질로 삼은 바 있다. 이들 인질을 석방함으로써 뒤늦게나마 국제사회의 시선을 돌려놓겠단 취지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사실상의 '학살극'을 벌이게 되면 상황을 수습할 수 없게 된다. 가자지구 희생이 늘면서 이미 SNS 등지에선 여론이 팔레스타인 측으로 다소 기우는 모양새가 포착된 바도 있다. 결국 이팔전쟁의 '승기'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얼마나 돌려놓느냐에 달려 있다. 이스라엘의 보다 ‘현명한’ 대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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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북의 삼자 연대 강화, 한반도 둘러싼 신냉전 촉발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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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에도 불구하고 더욱 견고해지는 중러북 3국 연대
북한 1,000개 컨테이너 분량의 장비 및 군수품 러시아에 공급
중러북 삼국 간 연대 강화가 한반도 외교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러시아로 향하는 북한 군수물자의 이동 경로/출처=국회도서관

최근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한미일과 중러북 간 신냉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더욱 견고해지는 중국-러시아의 협력과 중국-북한의 교류, 그리고 한층 더 뚜렷해지는 북한의 대러시아 군수물자 지원 동향은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국회도서관은 26일 '중러북 협력과 한반도 외교안보'를 다룬 현안 보고서를 발간, 중러북 간 양자협력 동향과 향후 협력의 전개 방향을 살펴보고, 미중 간 전략적 경쟁 등 구조적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의 외교안보 현안에 미치는 시사점을 제시했다.

중북의 대러시아 전쟁 무기 지원

지난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중러북 간 연대가 강화될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커지고 있다. 이는 한미일 3국 간 연대가 강화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이 촉발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 단계에서 중러북의 연대가 제도화 추세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나, 제도화의 토대로서 기능할 수 있는 중러, 중북, 러북 양자 관계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특히 러북 관계의 경우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판매를 통해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따르면 북한이 최근 몇 주 동안 화물선을 통해 최대 1,000개 컨테이너 분량의 장비와 군수품을 러시아에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컨테이너에는 최대 50만 발의 포탄이 있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는 현재 하루에 포탄 약 1만 발을 소모하고 있는데, 북한이 보낸 포탄만으로도 한 달 이상 포격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 NSC는 북한이 러시아로 선적한 화물의 정확한 내용물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구소련 시기 생산된 포탄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8월 러시아의 인권단체인 굴라구가 폭로한 러시아의 대북 무기 구매 목록에 따르면 러시아는 북한에 6·25전쟁 당시 이른바 ‘따발총’으로 불린 PPSh-41 기관단총과 RPD 덱탸료프 경기관총, 중국제 AK-47인 56식 소총 및 탄약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화된 이 무기들은 현재 우리나라 민방위에 해당하는 북한 노농적위군에서 주로 사용한다.

중국의 대러 군수물자 지원 정황도 포착됐다. 미국 국가정보국장실은 지난 5월 중국이 러시아에 1,200만 달러(약 162억원) 상당의 드론과 드론 부품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전체의 일부분에 불과할 뿐 파키스탄·카자흐스탄·벨라루스 등 러시아에 우호적인 나라로 흘러 들어간 비공식적 수출을 포함하면 중국의 전체 대러 드론 수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중러 간 수출입무역 총액(2018~2023년 상반기)/출처=국회도서관

준동맹 관계의 중러, 거래논리에 기인한 러북 

한미관계의 발전과 한일관계의 개선이 한미일 삼자 간 연대 강화로 이어지고 있듯 최근 중러북 협력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중러, 중북, 러북 양자 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먼저 중러관계의 경우 시진핑 집권 이후 긴밀한 정치적 신뢰를 바탕으로 준동맹(QuasiAlliance) 수준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중러 정상은 총 40차례(연 4회) 이상 만남을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 3월 국가주석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은 첫 해외순방지로 러시아를 선택하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푸틴이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했는데, 회담에서 중국 측은 러시아 국민이 스스로 선택한 민족 부흥의 길을 걷고 국가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간접적으로 옹호했다. 이에 푸틴은 대만이 중국 영토의 불가분한 일부이며 러시아는 중국의 국가주권과 영토의 완정(完整) 수호를 확고히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정치와 경제, 군사 부문의 협력 역시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의 대러시아 제재 참여에 대한 서방국의 압박이 커지고 있음에도 중러 간 경제무역 규모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중러 양자 무역액은 1,902억7,100만 달러(약 257조2,845억원)로 전년 대비 29.3%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 기준은 1,145억4,700만 달러(약 154조8,675억원)로 전년 대비 40.6% 늘었다.

중북 관계의 경우 고위급의 교류 및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기반해 신뢰를 구축하는 단계에 있다. 시진핑과 김정은은 그간 다섯 차례에 걸친 만남을 통해 양자 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 9월 중국은 북한의 정권수립 75주년을 계기로 보낸 축전에서 국제 및 지역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북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국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북한은 답전을 통해 사회주의 승리를 향한 투쟁 과정에서 중국이 보낸 지지에 대한 사의를 표명하면서, 중국특색사회주의 위업 실현의 성과를 축원한다고 강조했다.

러북 관계는 상호 이해관계에 따른 협력의 확대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살펴봤듯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으며, 북한 역시 군사정찰위성 개발에 필요한 우주발사기술 확보, 식량난 해결 등을 위해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9월 러북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서구가 지배하는 글로벌 질서에 맞선 연대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사실 이같은 결정은 양국이 처해있는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하는 ‘거래 논리’에 기인하고 있다.

향후 삼자 간 연합군사훈련 가능성도

이같은 중러와 중북, 러북의 양자 관계 강화는 향후 중러북 삼자 간 연대 강화의 토대로 기능할 것으로 전망돼 우려가 크다. 특히 대만, 신장 위구르, 홍콩 등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사안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으로선 우군 확보 차원에서라도 러시아와 북한의 지지가 중요하다. 이에 러북 역시 중국을 위한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제18차 중러 전략안보협의’에서 러시아 측은 대만, 신장, 티베트, 홍콩 등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확고히 지지하며 서방이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8월 주중 북한대사도 대만 문제를 중국에 대한 억제의 일환으로 삼으려는 미국의 불법적인 행태는 공평과 공정, 정의와 평화를 지향하는 시대의 흐름에 배치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중러 양국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도 묵인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에 대한 공통된 입장을 견지하면서 외교적인 수단으로 미국을 견제하는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무시하는 미국의 책임이 크다며 최근 강화된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과 러시아의 연합군사훈련 실시 지역(2003~2022년)/출처=국회도서관

아울러 중러 양국은 2003년 이후 양자 간 연합군사훈련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으며, 주로 한반도 주변의 중국 동북-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향후 북한이 지리적 인접성을 바탕으로 동 훈련에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주북 러시아대사는 중러 간 연합군사훈련에 북한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언급했으며, 같은 시기 우리 국가정보원도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7월 김정은과의 면담에서 중러북 간 연합훈련을 제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러북 협력의 강화는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신냉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외교안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이에 국회도서관은 삼자 간 연대는 제도화된 기제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특정 이슈에 대한 두 국가의 지원·협조 △두 국가가 구축한 제도화된 기제에 대한 다른 국가의 참여 등 다양하게 나타남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중북의 대러 군수물자 지원 확대 및 미중 갈등 속 러북의 중국 지지, 북핵 문제에 관한 중러의 묵인 등은 향후 정세 변화에 따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과의 공고한 동맹을 기반으로 북한의 군사 위협에 단호히 대응해 나가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하며 구체적 외교 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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