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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보호무역주의에 유탄 맞은 韓, '외교력 부족'에 업계 불안감 '고조'

프랑스 보호무역주의에 유탄 맞은 韓, '외교력 부족'에 업계 불안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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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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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잭슨 푸조 최고경영자(CEO)가 ‘푸조 인셉션 콘셉트’ 운전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푸조

프랑스에서 탄소 배출량 감축이란 명분을 내세워 사실상 자국 전기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프랑스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도입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에 한국 전기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와 관련해 한국무역협회(무협) 측은 "프랑스판 IRA 도입은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소지가 있다”며 강한 우려를 전달했으나, 프랑스의 입장이 강경해 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판 IRA 등장, '또' 새우 등 터지는 韓 전기차 업계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 브뤼셀 지부와 유럽 한국기업연합회(KBA)는 지난 25일자로 프랑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 관련 시행령 개편안 초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무협과 유럽 KBA는 의견서에서 “한·EU FTA는 양 당사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차별 없이 동등한 대우를 의무화하고 있음에도 이 초안에 따르면 한국산 전기차가 프랑스 및 다른 EU 국가에서 생산된 전기차보다 차별을 받을 수 있다”며 “최종 시행령에서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배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지난 7월 말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에 관한 시행령 개편안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프랑스는 앞으로 해상 운송을 포함해 전기차 생산 전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환경 점수’를 매긴다. 지금은 전기차 가격과 에너지 효율 등에 따라 보조금을 결정하는데, 앞으로는 밸류체인의 탄소발자국까지 따지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유럽 내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의 확산세를 막기 위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이 프랑스 정부 보조금을 싹쓸이하는 상황을 막으려는 대비책인 셈인데, 문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우리나라까지 그 유탄을 맞게 됐다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처럼 유럽에서 거리가 멀고 운송비와 연료가 많이 드는 나라일수록 보조금 지급 판단 시 현격히 불리하다. 이에 무협은 “해상운송 탄소배출계수의 경우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데이터에 견줘 10배 이상 높게 책정됐다"며 "원거리 생산 기업을 대상으로 한 차별적인 해상운송 탄소배출계수 (조항) 삭제를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해당 조항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을 경우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탄소배출계수를 적용하거나 다수 국가 기업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해 더 정확한 평가를 토대로 계산해야 한다”며 “환경점수 합산 시 30%가량 반영될 예정인 재활용·바이오소스 자재 활용 등과 관련한 평가 방식도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역설했다.

보호무역주의, 유럽까지 확산되나

최근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프랑스까지 보호무역주의 시대로의 회귀를 시사하면서 유럽 전역에 이 같은 추세가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지난 5월 "미중 관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여러 정부가 무역 관계를 무기화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개방된 경제와 WTO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면서 전통적인 무역 구조가 붕괴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나라 또한 전통적인 무역 전략에서 벗어나 맞춤형 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옛날엔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어서 물건만 좋으면 다 팔렸다. 수출주도형 경제로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이젠 미·중을 시작으로 이제 마켓이 쪼개지기 시작했고 보호무역주의에 이어 정치·안보 논리까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구에서 그간 상대하지 않았던 시장을 상대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게 대한민국의 운명"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 설치돼 있는 SK 시그넷 초급속 충전기/사진=SK시그넷

韓 산업 저해의 근본 문제는 '외교력'?

보호무역주의 시대 확산을 우리나라가 무력하게 관망하고만 있었던 건 아니다. 미국이 IRA 도입을 시사하자 우리나라는 수차례 미국과 협상을 이어간 바 있다. 다만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진 못했다. 단적으로 말해 우리나라는 전기차 조립 등 완성차 부문에선 완패했고, 일부 배터리 광물과 부품에 관해 다소의 양보를 얻어냈다. 즉 큰 것을 잃어버리고 작은 것을 얻어낸 셈이다.

사실 전기차 조립 부문에선 현대·기아가 내밀 카드가 애초부터 없었다. 미국 내에서 완성차를 조립해야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아직은 현지 공장을 두고 있지 않은 현대·기아차로선 딱히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 없었던 것이다. 업계 사이에서 "우리나라 특유의 외교력 부족이 가시화된 사건"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프랑스판 IRA 사태에도 정부가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교 능력을 십분 발휘해 미국 IRA 사태를 뛰어넘은 일본과의 비교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미국 IRA 사태 당시 잽싸게 미 당국과 심도 깊은 협상을 이어간 끝에 미국과 핵심광물협정을 체결하는 조건으로 보조금 3,750달러(약 496만원) 혜택을 동일하게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지난 3월엔 별도로 미국과 핵심광물협정을 맺으면서 IRA법에서 규정하는 FTA 체결국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프랑스판 IRA 사태로 국내 전기차 업계는 다시금 위기 상황에 몰렸다. 특히 최근엔 일본과 독일의 충전 시장에도 보호무역주의가 횡행해 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시금 되찾기 위해선 정부의 외교 싸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은 보호무역주의를 향해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자유무역만 외치다 새우 등 터지는 모양새"라며 "국내 시장도 보호무역을 통해 자국 업체를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산업과 통상 정책 간의 연계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협상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외교적으로 덜어 줄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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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U서는 기금 모아 방산물품 공동구매 한다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소극적'

EU서는 기금 모아 방산물품 공동구매 한다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소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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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거대한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작은 사건도 무관심하게 지나치지 않고 하나하나 신중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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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개시를 명령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다. 유럽 근교에서 벌어진 전쟁에 유럽 각국은 자국 내 방위산업을 강화하고, 국방예산을 늘리는 등 물리적 안보 강화에 나섰다.

EU 집행위원회와 유럽방위청(EDA)은 지난해 5월 ‘방위 투자 격차에 관한 공동입법문서’를 채택하고, 같은 해 7월 ‘유럽방위산업강화공동조달규정(안)(EDIRPA)’에 합의했다. 사상 처음으로 EU 예산을 투입해 무기 공동구매를 추진한 것이다. 이어 올해 7월에는 EU 역내 탄약 생산력과 조달 효율성을 높이는 ‘탄약생산지원규정(ASAP)’도 최종 입법했다.

국회도서관은 2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유럽연합(EU)의 방위산업강화 관련 입법례’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내 방위산업청이 유럽방위기술산업기반 강화를 위한 EU의 재정 지원과 기금 조성 법제화 등의 사례에 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폴란드 등에서 관심을 보이는 K-방산의 수출 확대 및 국내 방위산업 전반 강화를 위해 국내 방산정책이 변화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독일의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2 A6/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럽방위산업 강화를 위한 EDIRPA

지난해 EU 집행위와 EDA가 합의한 EDIRPA는 EU 회원국이 필요한 방산물자를 공동조달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EU 측 설명에 따르면 EDIRPA의 목표는 ▲유럽방위기술산업기반의 경쟁력 강화 ▲공공 지출의 효율성 증대 ▲방산물자 공급망 개방에 대한 회원국 간 협력 가속화 ▲방위체계 표준화 ▲회원국 방위역량 간 상호운용성 강화에 있다. 즉 우크라이나를 신속히 지원하는 동시에 각국의 방산품 재고를 비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EDIRPA 규정에 따라 EU는 3억 유로(약 4,300억원)의 기금을 EU 예산으로 조성해 유럽방위산업 강화를 위한 방산물자 공동조달을 위한 재정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때 각 공동조달에 대한 EU의 재정지원은 전체 기금의 15%를 초과할 수 없지만 우크라이나 또는 몰도바가 공동조달 행위로 추가 수량을 공급받는 경우, 공동조달 계약 추정가액의 최소 15%가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에 할당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20%까지 지원할 수 있다.

또 원칙적으로 EU 방산물자 공동조달 참여는 EU 27개 회원국이나 노르웨이·리히텐슈타인·아이슬란드 등 유럽 30개국 방산업체만 가능하다. EU 회원국 또는 협력국 내에 법인을 설립한 제3국의 경우 해당 국가(제3국)가 보증하면 공동조달에 참여할 수 있지만 제3국산 방산 부품의 비율은 35% 미만까지만 인정된다.

EU 역내 방산업체 직접 지원하는 ASAP

ASAP는 EU 역내에서 탄약과 미사일 등 방산물자 생산역량을 강화하고 회원국 및 우크라이나에 방산물자를 적시 지원하기 위한 임시적 감시 규제체계다. 이는 EU 이사회가 올해 3월 승인한 ‘탄약에 대한 3단계 합의안(△EU 회원국 재고에서 우크라이나로의 탄약 긴급 지원 △재고 보충을 위한 라운드 탄약 100만 개 공동조달 △유럽방위산업 생산역량 증대)’에 기반한 규정으로, 유럽 방위기술 산업 전반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촉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규정에 따라 EU와 유럽평화기금(EPF)은 5억 유로(약 7,400억원)의 기금을 예산으로 조성해 2025년 6월 30일까지 ASAP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EU 집행위는 해당 예산을 방산물자·부품과 이를 제조하기 위한 원자재 생산역량에 이익이 되는 활동에만 지원해야 하며, 기금 신청 검토 시 방위산업 강화 기여도를 바탕으로 제안서를 평가해 차등 지원해야 한다.

(왼쪽부터)세바스찬 흐바웩 폴란드 국영방산업체 PGZ그룹 회장, 손재일 한화디펜스 사장, 엄동환 방위사업청장, 마리우스 브와쉬착 폴란드 국방부 장관,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유동준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이 2022년 8월 26일(현지 시각) 폴란드 모롱크시에 있는 기계화부대에서 열린 체결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방위사업청

K-방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데

한편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7개 권역별 15개국을 대상으로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방산 수출은 170억 달러(약 22조5,121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를 달성해 성장 가능성을 보였다. 올해에도 국내 방산업체들은 폴란드에 약 90억 달러(약 11조3,000억원) 규모의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100문 이상, 천무 다연장로켓 수십 문을 수출할 예정이다.

다만 지난 6월 폴란드 정부가 30조원이 넘는 우리 방산품을 추가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실제 수출 규모는 상당히 축소된 모양새다. 폴란드 정부에서 2차 계약 조건으로 우리나라에 20조원 이상의 추가 금융 지원을 요구한 탓에 수출에 제한이 걸렸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정부의 연간 수출금융 지원 한도는 방산 포함 중공업 분야 전체에서 100억 달러(약 126,000억원)로 한정돼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도서관은 EU의 EDIRPA와 ASAP의 사례를 참고해 국내 방산 금융지원을 강화할 혁신펀드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방산업체가 유럽에서 방산 부품 수출 거점 국가를 확대하고, 새로운 수출 주력 제품을 발굴해 무역 확대로 이어가도록 입법적·정책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방산업계 전문가도 “폴란드는 무기 구매 큰 손이자, 유럽 방산 시장 진출의 교두보”라며 “금융지원 문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K-방산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국내 방산품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금융지원 한도 증액, 예외 적용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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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거대한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작은 사건도 무관심하게 지나치지 않고 하나하나 신중하게 전달하겠습니다.

[脫중국] 위태로운 중국 경제, 미국 등 주요국 내 ‘중국 리스크’ 우려 확산

[脫중국] 위태로운 중국 경제, 미국 등 주요국 내 ‘중국 리스크’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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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국 실물경제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경제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연쇄 디폴트 위기에 놓이면서 디플레이션과 함께 경기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중국 리스크’에 따라 글로벌 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하반기 회복을 기대하는 국내 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 2.5%↑, 생산 3.7%

중국 국가통계국이 15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보다 3.7% 증가했으나 시장 전망치(4.6%)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 산업생산은 공장·광산·공공시설 등의 총생산량을 측정한 지표로 제조업 경기 동향을 반영하고 고용 및 평균 소득 등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소매판매 역시 전년 동월 대비 2.5%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4.8%)를 크게 밑돌았다. 소매판매는 백화점, 전통시장 등 다양한 유형의 소매점 판매 변화를 나타내는 실물경기 지표로, 소매판매가 저조하다는 것은 글로벌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의 내수가 침체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한편 이날 7월 청년실업률 통계는 예외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매월 전국 도시실업률과 함께 16∼24세, 25∼59세 연령대별 실업률을 공개해 왔지만, 이달 통계 발표에선 연령대별 실업률을 제외했다.

푸링후이(付凌暉)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8월부터 청년실업률 등 연령대별 실업률 조사 발표를 중단한다”면서 “졸업 전에 구직에 나선 학생들을 노동 통계에 포함해야 하느냐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노동 통계를 더 최적화하기 위해 청년실업률 공개를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청년실업률 공개가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비공개를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올해 리오프닝 선언 이후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여전히 경기둔화와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상반기에만 550억 위안(약 10조원)의 순손실과 함께 디폴트 사태에 놓이면서 부동산 및 금융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론 재정난에 직면, 추가 부양책’ 나오기 어려운 상황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중국 정부의 재정 여력을 고려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지방정부와 부동산 개발 업체 등이 부채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중국 지방정부 채무 규모는 37조 위안(약 6,777조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말(21조 위안)과 비교하면 무려 60% 이상 급증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이미 후커우(호적) 제도와 부동산 규제 완화, 금융 완화 대책 등 대규모 부양책을 여럿 내놓은 마당에 추가적인 대규모 부양책을 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주민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은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면서 “정부가 무리한 경기 부양에 나서기보다는 구조적 문제 해결과 지방정부의 부채 상환 등 재정 건전성 회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단기 정책금리를 소폭 인하했다. 인민은행은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로 0.1%포인트로,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는 2.5%로 0.15%포인트 인하했다. MLF는 인민은행이 시중 은행을 상대로 자금을 빌려주는 유동성 조절 장치로, 실제 부채를 확대하지 않는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이번 금리 인하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적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한 공장에서 페인트 작업 중인 중국인 근로자/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경제의 시한폭탄’이 된 중국

미국에선 중국의 경제 악화가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 시간) 유타주에서 열린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중국은 여러 방면에서 똑딱거리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언급하며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과 높은 실업률 등을 지적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 장관도 14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노동조합 행사에서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중국의 경기 둔화에 아시아 이웃 나라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겠지만 미국에도 어느 정도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 전망을 좋게 본다면서 일단은 중국 경제 문제를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달 나흘간 중국을 방문했지만, 기후 변화 등 세계 경제 분야의 이슈에서 중국과 어떠한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 이후 상무장관 등 바이든 행정부 고위 인사가 추가로 중국을 방문해 논의를 이어갈 거란 분석도 나오지만, 현재로선 양국 간 주요 과제와 대형 분쟁들에 관한 합의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경제 성장의 40%를 이끌어 온 중국 경제의 침체는 세계 경제의 위기와도 같다. 특히 대중 수출이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인 우리나라에도 큰 부담이다. 당장 올 하반기 국내 경제 회복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내 W대학 경제학부 관계자는 “세계 최대 상품 소비국인 중국의 위기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패배하며 내리막길에 접어든 상황에서 우리 경제도 이를 대체할 수출시장과 품목 다변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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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위협이 낳은 '동북아판 나토' 한미일 공조 통해 성사 가능성 높아졌다

북·중·러 위협이 낳은 '동북아판 나토' 한미일 공조 통해 성사 가능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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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 시각)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첫 단독 개최되는 한·미·일 정상회의에 참여한다. 3국은 북핵·미사일, 우크라이나 전쟁, 사이버 안보 등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독립된 역내 정상급 회의체로의 출범도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마치 ‘쿼드(Quad)’나 '나토(NATO)'와 같은 안보 협력체를 구성하겠단 의도다.

인태지역 안보 위해 뭉친 한·미·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3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전하며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의 핵심 골격을 만들고, 이를 제도화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역내 공동 위협에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를 위해 3국 정상회의를 비롯해 공동 군사훈련, 국가안보보좌관급 실무회의 등 역시 정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미일은 경제안보를 위해 지난 7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제2차 경제안보대화를 개최하고 첨단 기술과 에너지 안보, 반도체·배터리·핵심광물 등 공급망 협력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김 1차장은 "우리 정부는 한미일 협력을 바탕으로 아세안, 태평양 개발도상국 등에 대한 3국 정책 조율을 강화하겠다”며 “인태 지역 다자 간 공조 체제가 나토, 유럽연합(EU) 등과 연계돼 글로벌 안보와 경제 현안에 힘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17일 출국해 20일 새벽 귀국하는 초유의 1박4일 일정을 소화하며 정상회의에만 전념한다. 정상회의 결과는 3국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며, 이후 한미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 등도 연쇄 개최될 전망이다.

제대로 건드린 중국 심기

지역전문가들은 한미일 공조가 북핵 위협에 맞서는 한국,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군사력 강화 의도를 숨기지 않는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미국을 중심으로 모인 3국이 중국을 견제하는데 동의했단 얘기다. 이에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 글로벌 타임스는 공동사설을 통해 “이번 회의는 한·미·일 3국 간 군사협력 체제 구축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겉으로는 북한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동북아에 나토식 3자 군사 동맹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동북아 안정에 해를 끼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는 경고도 더했다.

한국과 일본을 향한 직접적인 경고도 쏟아냈다. 환구시보는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동북아 지역을 새로운 역사적 갈림길로 내몰 것”이라며 "일본과 한국은 동북아의 안보와 번영에 깊이 연관 양국은 행동을 신중히 검토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 전문가 뤼차오는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군사협력을 진전시키는 게 미국의 진정한 의도”라며 “이는 잠잠하던 동북아 안정과 평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글로벌 타임스 역시 "미국이 전략적 목적을 위해 동맹국들을 결속하는 데 혈안이지만 그것은 한반도 긴장만 고조시킨다"며 "미국의 이익을 위해 중국과 대치해 봐야 일본과 한국 간 이견만 커지게 된다”고 전했다.

지난달 16일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구축함이 동해 공해상에서 해상 미사일 방어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해군

껄끄러운 동북아 내 사정 < 가시적인 북·중·러의 위협

사실 동북아판 나토의 출범 가능성은 이미 여러 번 제기된 바 있다. 북한의 계속되는 위협과 날로 커져가는 중국의 힘에 맞설 최선의 대안인 이유에서다. 다만 중국이 계속해서 반중국 동맹을 시도하려는 국가에 경제적·군사적 보복을 감행한 탓에 번번이 실패했다. 독도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분쟁,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일본과 대만의 분쟁 등 동북아시아 지역 내 갈등도 집단적인 대중국 노선을 확립하지 못하는 데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중국이 지속적으로 공격적인 정책을 고집하고, 북한·러시아 등의 위험 국가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자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광범위한 동맹의 필요성을 상기했다. 이에 지난 2019년에는 미국 주도하에 ‘유엔사를 다국적군 통합군 체제로 바꾸는 의견'까지도 나왔다. 당시 주한미군은 군 홍보물의 일종인 ‘주한미군 2019 전략 다이제스트’를 통해 ‘군사작전이 필요한 경우 국제적 일원들을 결집하고, 사령부로의 다국적군 통합을 위한 기반 체제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전한 바 있다. 다국적군을 통해 집단안보를 굳건히 하겠단 의도다.

이는 최근 중국의 신장 위구르 핍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사건으로 인해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동북아시아 내 갈등보다 북중러의 가시적인 위협에 집단적으로 맞서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미 싱크탱크 독일마셜재단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정례화를 두고 가장 강력한 대중국 안보협의체로 부상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중국 인근에 위치한 한·일과 미국의 지속적인 방위협력 강화는 중국 안보 환경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을 두고 외신들까지 '동북아판 나토'의 출현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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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거대한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작은 사건도 무관심하게 지나치지 않고 하나하나 신중하게 전달하겠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 "생물테러 대응 체계 점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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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는 9일 '생물테러 대응 시스템의 현황과 향후 과제'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오늘날 생물테러 위협은 단순한 디스토피아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대표적인 예로, 전 세계는 감염병의 위력을 경험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북한의 무인 항공기 활용과 규제되지 않는 해외 우편물을 통한 생물무기 확산 가능성으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생물테러리즘의 정의

생물 테러리즘이란 “잠재적으로 사회붕괴를 의도하고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리케치아 △독소 등의 생물무기를 사용하여 살상을 하거나 사람, 동물 혹은 식물에 질병을 일으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생물무기는 일반적으로 화학작용제, 방사능작용제와 함께 대량살상무기로 분류된다. 고전적인 생물 무기는 사람이나 가축, 농작물 등에 존재하는 병원균중 치사율이 높거나 전염성이 빠른 병원 미생물의 자연형을 분리한 후, 이 병원체 혹은 독소를 그대로 무기화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유전학이 발전하게 되면서 최근 들어 독성이 강한 새로운 미생물을 개발해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생물테러는 바람에 의해 확산되는 특성상 소량만 살포된다 해도 그 피해가 광범위하가. 뿐만 아니라 스스로 번식해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영향력 및 살상력이 대단히 크다. 게다가 생물테러 공격의 시작점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어렵다. 일단 전염이 시작되면 정부의 통제와 공중 보건 예방 조치를 포함한 전면적인 조치가 필수적이다.

해외 사례 살펴보기

역사 속 여러 사례는 생물테러의 실질적인 위협을 잘 보여준다. 1978년 런던에서는 리신테러가 발생했다. 식물에서 추출한 이 치명적인 물질은 2013년과 2020년에 트럼프 대통령과 상원의원 등 저명한 인사들에게 우편으로 발송돼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또 다른 사례로는 1984년 댈러스의 신흥 종교 세력이 살모넬라균을 악의적으로 사용한 사건이 있다.

2001년 9월 11일 테러 직후 탄저균이 든 우편물이 백악관으로 발송된 사례도 있다. 이후 위협이 고조되는 것을 인식하고 생물테러 대응책을 강화했다. 2002년에는 생물테러 및 기타 비상 공중보건 대비법이 입법화됐다. 이를 통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생물테러 관련 조사 권한이 강화됐을 뿐만 아니라 국토안보부와 공동으로 감독하는 전략 국가 비축물자(SNS)가 출범하게 됐다.

생물테러에 대한 대처는 보건 기관만의 책임은 아니다. 환경보호청(EPA)과 산업안전보건청(OSHA)과 같은 기관은 생물테러 발생 후 오염을 제거하는 임무를 맡는다. 또한 식품 및 음용수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농무부의 권한에 속한다. 또한 각 주별로 생화학테러 준비금 지급계획을 세워 많게는 1억 4천만 달러(캘리포니아) 부터 8천만 달러(뉴욕) 까지 차등 지원받고 있다.

사진=유토이미지

한국 대응 전략 재고해야

우리나라에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고의 또는 테러 등을 목적으로 이용된 병원체에 의하여 발생된 감염병 중 질병관리 청장이 고시하는 감염병 8종을 ‘생물테러감염병’으로 지정해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생물테러에 대한 한국의 입법 체계를 더욱 보완해야할 필요성이 크다. 초기 대응, 감시 시스템, 행동 프로토콜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각 기관의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16년 '국민보호 및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 제정됐지만, '생물테러'가 명확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이에 따라 국회입법조사처는 개별 법의 입법지원을 통해 각 기관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군, 민간인의 행동요령을 통합적으로 명시하고, 의료진이 환자를 격리하거나 신속한 상황 전파 판단을 할 때 근거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한다.

아울러 생물테러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국제적으로 발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상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 필수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지자체와 군이 실시하는 후속 훈련은 매우 유용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자체의 전문가 부족으로 인해 대응 훈련을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시나리오 개발을 위한 연구도 법 제정 또는 규정 신설을 통해 지원이 필요한 분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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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수입처 다변화를 위한 시도, ‘EU 핵심원자재법안’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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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주요국들이 기후변화 대응과 친환경 산업 육성에 나선 가운데, EU 집행위원회가 지난 3월 ‘EU 핵심원자재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그간 EU가 관리해 온 16개의 전략원자재를 포함한 총 34개의 핵심원자재(critical raw materials)는 경제적 중요성과 공급 리스크에 따라 지정됐다.

이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입법처)는 7일 ‘유럽연합 핵심원자재법안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을 다룬 보고서를 발간하고, 해당 법안이 우리나라 산업에 미칠 영향과 우리 기업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울여야 할 정책적 노력 등에 관해 제언했다.

주요 원자재 수입의존도 높았던 EU, '미국 IRA' 발표가 결정적 계기

EU는 디지털기기, 전기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주요 원자재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축에 속한다. 특히 제조 이차전지와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입의존도는 중국 등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위기, 러-우 전쟁의 발발,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정책 추진 등으로 주요 원자재 생산국의 수출이 중단되자 수요와 가격 측면에서 핵심원자재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돼 왔다.

결정적으로는 지난해 8월 발표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EU가 원자재공급망 확보를 위한 입법화를 서두르게 된 계기가 됐다. IRA에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내 핵심광물의 최소 40%가 미국 또는 미국의 FTA 체결국에서 추출 또는 처리되거나, 북미에서 재활용된 경우의 한에서만 3,750달러(약 493만원) 상당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지리적 차별 조항이 포함되면서 FTA를 맺지 않은 EU는 유럽산 핵심광물에 대해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에 IRA 발표 바로 다음 달인 지난해 9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국정연설을 통해 핵심원자재법안을 발표했다. 이후 올해 3월에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유럽산 핵심광물도 IRA의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도록 핵심광물협정에 관한 성명서를 내고 법안을 채택했으며, 지난 6월에는 EU 이사회에서 입법 후 후속조치 및 일정에 대해 3자 협의를 위한 합의안을 채택함에 따라 대상 원자재 범위 확대, 모니터링 및 보고기간 확대 등 입법내용이 구체화되고 있다.

'EU 핵심원자재법안'의 특징과 주요 내용

EU 핵심원자재법안은 ‘전략원자재’와 ‘핵심원자재’를 규정하고 관리하겠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먼저 EU는 전략원자재를 ‘전략적 중요성과 예상 수요 증가 및 생산량 증가의 어려움 측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원자재’로 규정하며, 비스무트 붕소, 코발트, 망간, 니켈, 희토류 등 16개의 원자재를 전략원자재로 지정했다.

핵심원자재에 대해선 ‘전략원자재를 포함해 경제적 중요성과 공급 리스크가 높은 기타 원자재’로 규정했다. 이에 전략 원자재 16개와 안티모니, 비소, 보크사이트, 중정석 등 34개의 원자재를 선별했으며, 해당 목록을 4년마다 갱신할 예정이다.

이 법안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이차전지 산업의 주원료인 영구자석과 관련된 원자재에 관한 규정이다. 법안은 수입의존율이 높은 영구자석의 원재료 공급 안정성을 위해 기업에 영구자석을 포함한 원자재 재활용 및 정보 공개 의무를 명시하고 영구자석의 역외 반출금지가 강조하고 있다.

또한 원자재를 회수하는 시스템 구축도 주요 특징 중 하나다. 그간 EU는 역내 원자재 추출 가능성이 미국에 비해 낮아 재활용 역량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IRA와 달리 법안에 순환경제를 명시함으로써 원자재 가치사슬을 채굴·가공·재활용까지 확대하는 전략까지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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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제정 사례처럼 제정 후 대응은 늦어, 정부의 선제적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EU 핵심원자재법안이 현 EU 집행위 임기 만료 전인 내년 10월쯤 입법화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IRA와 달리 지리적 차별조항은 없지만, EU가 역내 가치사슬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원자재 재활용 요건 강화와 원자재 관련 정보 고액 의무 등 회원국에 부과하는 의무에 따라, 역내에 거점을 둔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생산 공장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와 관련해 입법처는 미국 IRA 제정 사례와 같이 제정 후 대응 방식은 그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있는 만큼, EU 수출기업 및 진출예정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대응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입법 전 정부의 선제적인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입법처는 먼저 핵심원자재 목록 상시 모니터링 및 관련 기업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1년 14개, 2014년 20개, 2017년 27개, 2020년 30개 광물종으로 꾸준히 확대된 EU의 핵심원자재는 향후 EU의 산업 전환 속도와 변화에 따라 더 추가될 수 있다. 이에 국내 기업에 미치는 산업군의 원자재에 대한 지속적인 상시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관련 기업에 EU와 각 회원국의 규제 관련 맞춤형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실제 산업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미중 분쟁으로 대표되는 자국 우선주의 등 최근의 국제정세를 고려할 때 국가가 공급망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주도적인 역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요소수 부족 사태 이후 기획재정부에서 약 100일분 정도의 비축 목표를 세워 공급망 안정화를 꾀하고 있지만, 단기적 비축량 중심의 공급망 안정화는 직접적인 공급망 위기나 사전예방 차원의 대응을 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비축물에 대한 실제 관리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할 때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 글로벌 광물 협력 체계 및 동맹국과의 광물 협력 관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입법처는 EU와 마찬가지로 공급망 안정화 관련 법률을 입법화하고 그 목표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21대 국회에서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안’을 발의했으나, 공급망 위기상황, 위기품목 등에 관한 정의 규정이 구체적이지 않고 사후 위기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런 만큼 주요 국가의 공급망 재편 등의 동향에 발맞춰 주요 산업에 대한 공급망 취약점을 분석하고 법률, 기금, 조직 등의 법제화를 추진하는 EU의 사례를 참고해 입법과정에서부터 공급망 안정 품목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정부 지원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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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철수 시 세금폭탄", 러시아 떠난 유럽 기업들 직접적인 손실만 '144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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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이후 유럽 기업들이 약 1,000억 유로(약 144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가 비우호국 출신 기업들의 사업 철수 시 매각 자산의 일부에 세금을 물도록 비밀리에 법을 제정한 가운데 이들 기업이 입은 손실 가운데 대부분은 러시아 사업을 철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한편 현지 진출 국내 기업들은 현지 인력들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공장 가동을 멈추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BP, , 토탈에너지등 에너지 기업들 손실 가장 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 기업 600곳의 연간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약 30%인 176개 기업이 러시아 사업 매각, 폐쇄, 축소 등으로 약 1,000억 유로의 직접적인 자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들의 자산 손상, 외환 관련 비용 지출, 기타 일회성 비용 지출을 합산한 규모로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원자재 비용 급등과 같은 간접적인 여파는 반영되지 않았다.

주요 산업 가운데 특히 에너지 기업들의 손실이 가장 컸다. 대표적으로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과 셸(Shell), 프랑스 토탈에너지 등 석유·가스기업 3곳은 러시아 사업으로 406억 유로(약 58조원)의 손실을 입었다. 일례로 BP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일 만에 러시아 국영회사 로스네프트 지분 19.75%를 매각하면서 255억 유로(약 36조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이 밖에도 유럽 내 유틸리티 기업은 147억 유로(약 21조원), 자동차 제조사 등을 포함한 산업 부문은 136억 유로(약 19조원), 은행·보험사·투자사 등의 금융사는 175억 유로(약 25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일부 제조업 기반 기업들은 러시아 내 자산들을 헐값에 매각한 후 상각 처리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으로 프랑스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르노가 지난해 5월 모스크바 내 공장을 매각한 후 23억 유로(약 3조원)를 상각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 언론 보도에 따르면 폭스바겐, BMW, 페라리 등 11개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가 적립한 대손충당금만 64억 유로(약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전쟁으로 손실을 입은 기업이 소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J대학 경제학 교수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서 러시아의 GDP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1%에 달한다”면서 “그리 크지 않은 러시아 경제 규모와 유럽의 러시아 시장 대외투자 규모가 3.5%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유럽 기업들이 입은 손실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1,871EU 기업 가운데 '50%'는 여전히 러시아 사업 유지

지난해 개전 이후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러시아에 대한 규탄과 함께 기존의 협력 관계를 깨겠다는 발언을 내놨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격분하며 러시아에서 사업을 접겠다고 공표한 기업 중 상당수가 여전히 현지 사업을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예일대 최고경영자리더십연구소(CELI) 연구팀이 밝힌 결과에 따르면 개전 이후 '러시아 사업 축소'를 공개 선언했던 기업 1,000여 곳 중 일부가 아직 러시아에서 해당 사업을 철수하지 않고 정상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사업 철수 정도에 따라 기업들을 'A등급(완전 철수)부터 F 등급(평소대로 정상 영업)'까지 5개 등급으로 분류한 가운데, 가장 낮은 F등급에는 226개 기업이 선정됐다.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 경제대학이 집계한 자료에서도 러시아에 진출한 1,871개 EU 기업 가운데 50% 이상이 여전히 러시아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이탈리아 은행 유니크레딧, 오스트리아 은행 라이파이젠, 스위스 네슬레, 영국 유니레버 등이 있다. 다만 이들 기업 가운데 일부는 러시아 내 사업장 등 자산 매각을 발표했음에도 새로운 구매자가 없어 러시아를 빠져나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가 외국 기업들의 출구전략을 옥죄는 점도 기업들의 철수 흐름이 더딘 이유 중 하나다. 러시아는 지난 3월 ‘비우호국 투자자들이 사업체를 매각할 경우, 시장 가치의 최대 1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외국 기업의 자산 매각 관련 조항을 비밀리에 개정했다. 해당 개정에 따라 비우호국 기업이 현지 자산을 매각할 경우 최소 시장 가격의 절반 넘게 할인된 금액으로 파는 손실과 더불어 추가 세금까지 물게 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8월 4일 기준 현재 262개 글로벌 기업이 완전히 러시아 내 사업을 철수한 반면 1,393개 이상의 기업이 사업을 지속 중이다/출처=Leave Russia project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들, 현지 인력으로 구조조정 및 공장 가동 멈춰

유럽 기업들이 손실을 보면서까지 출구전략을 감행하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의 상황은 어떨까? 한국은 러시아의 10위 수출국이자 5위 수입국에 해당하며, 반대로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15위 교역 대상국이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에 주로 석유제품·원유·석탄·천연가스 등을 수입하고,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가전과 소비재 등을 수출한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이 러시아에 설립한 해외법인은 53곳이다. 이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사업을 철수하고 러시아를 떠났지만, 주요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거치거나 공장 가동을 멈췄으나 아직 철수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앞선 예일대 최고경영자리더십연구소 연구팀 조사에서 대부분 B등급(대부분 사업 일시 중단하며 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기업)을 받았다. 현대차, 대한항공, LG전자, HMM 등 생산이나 수출을 중단한 국내 기업들이 여기에 포함됐다.

중국 최대 반도체기업 SMIC, 통신장비업체 ZTE, 농업은행 등이 평소대로 사업을 유지 중인 가운데 이들과 유사하게 F등급으로 분류된 국내 기업이 있다. 연구팀은 한국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포스코가 러시아 자회사를 통해 사업을 정상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포스코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포스코는 러시아 사업장들에 대해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현지 직원을 채용함에 따라 사업의 명맥만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러시아에 남은 국내 기업들은 사태 추이를 살피고 있다.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러시아는 인구가 많고 유럽까지 진출이 용이한 시장이라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면서 “현재는 공장 가동을 멈추고 본사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철수 시 기존 공장과 설비 등을 헐값에 넘겨야 해서 큰 손실이 눈에 보이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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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새로운 전술교리는 보급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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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해상 봉쇄가 벌어지고 있는 흑해에서 우크라이나가 수상 무인정(수상 드론)을 이용한 기습을 실행해 러시아 군함과 유조선을 잇따라 타격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 등지를 폭격해 곡물 수출을 방해하고 나서자 이에 대해 본격적 ‘보복’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점차 경제 전쟁의 양상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흑해가 양국의 새 전장(戰場)으로 떠오르면서 전쟁의 양상이 영토 공방전에서 무역 차단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SIG에 드론 타격

지난 4일 러시아 유조선 'SIG'가 우크라이나와 흑해를 잇는 전략적 군사 요충지 크림해협의 남쪽 27km 지점인 케르치해협 근처에서 기습 공격을 당했다. 러시아 해상 및 내륙수로 관리청(Rosmorrechflot)은 우크라이나 드론의 공격으로 SIG가 손상됐다고 5일 발표했다.

엔진룸 일부가 파손됐지만 다행히 침몰이나 심각한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공격 당시 11명의 선원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크리미아 남부 지역에서도 폭발음이 들릴 정도로 여파가 컸다. 이에 크리미아 다리를 가로지르는 교통은 약 3시간 동안 중단됐다가 다음 날 아침부터 재개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주저하지 않고 공격을 인정했다. 한 관계자는 SIG가 러시아 군을 위해 연료를 수송하고 있었다고 설명하며, 민간인이 아닌 군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SIG는 앞서 시리아에서 러시아 군대에 제트 연료를 공급한 혐의로 미국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SIG 공격에 앞서 4일 새벽에도 흑해의 러시아 항구도시 노보로시스크의 해군 기지 인근에 있던 러시아 군함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냐크’를 수상 드론을 이용해 공격했다. 이 배는 배수량 4,000t급 중형 상륙함이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450㎏의 폭발물을 실은 수상 드론이 고르냐크호를 향해 돌진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이 공격으로 고르냐크함이 운항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AFP Youtube 캡처

흑해의 중요성

흑해 연안은 국제안보와 글로벌 경제 및 지정학적 측면에서 중요한 거점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남쪽 방향 튀르키예의 이스탄불 근처에 있는 보스포러스 해협(Boseuporuseu channel)을 통해 마르마라해(sea of Marmara), 다르다넬스 해협(Dardanelles strait)을 거쳐 에게해(Aegean sea)로 연결된다. 특히 지중해 등을 통해 대서양까지 선박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관계로 흑해는 지중해처럼 동·서 교역의 중심지이자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해상교통로(sea traffic routes)로 꼽힌다. 따라서 이 지역을 장악하면 적국의 무역을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역 차단의 영향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흑해는 곡물, 석유와 같은 원자재를 비롯한 세계 무역의 생명선으로서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양국이 영토 쟁탈전에서 경제 타격으로 전략을 전환했다고 지적한다. 양국에 누적된 상당한 병력 손실과 군사비 부담으로 인해 지상 공세는 선호도가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흑해 분쟁의 글로벌 파급 효과

흑해의 혼란은 세계 무역의 안정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흑해는 동·서 교역의 중심지다. 항구 공격과 운송 중단으로 인해 무역이 중단되면 각종 물품들의 가격 급등과 일정 차질로 온갖 비용이 불어나게 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충돌은 전 세계적으로 큰 타격을 주고 있다.

IMF가 발표한 지난해 4월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는 -8.5%, 우크라이나는 -35%까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은행은 더욱 암울한 전망을 내놨는데, 러시아는 -11.2%, 우크라이나는 무려 -45.0%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양국의 주요 수출품인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전쟁으로 인해 급등하면서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을 촉진하고 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현재 19개국이 식량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다수의 식량 수출국이 자국의 비축량을 보호하기 위해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세계 곡물 시장은 변동성과 혼란에 직면해 있다. 이는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의 직접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이외에도 전쟁은 유럽 전역에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악영향을 주고 있다. UN에 따르면 690만 명에 이르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전쟁을 피해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 등 인근 유럽 국가들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재진행형이며 난민 문제는 향후 유럽 전체의 사회·경제에 복잡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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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삼중수소 배출량 비교, 조작 없다”는 정부, 오염수 영향권 놓인 미국은?

“한일 삼중수소 배출량 비교, 조작 없다”는 정부, 오염수 영향권 놓인 미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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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된 의혹에 한국의 연간 삼중수소 배출량이 일본보다 많다고 반박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위치와 해류의 흐름상 더 큰 영향권에 놓이게 된 미국과 캐나다가 같은 사안에 대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한국 내에서도 지나치게 날 선 반응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착시 의도하거나 조작 사실 전혀 없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최근 일부 언론이 제기한 ‘한일 간 수치 비교 시 기준연도를 의도적으로 다르게 설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한국의 연간 삼중수소 배출량이 일본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답하며 국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12일 발간한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자료집에서 “모든 원전에서는 삼중수소가 발생하는데, 이 삼중수소를 희석해 바다에 방류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일반적 처리 방식”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더불어 한국의 연간 삼중수소 배출량은 214테라베크렐(TBq)로 일본의 175TBq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국내 한 언론이 의혹을 제기했다. 우리 정부가 근거로 제시한 자료에서 한국과 일본의 기준 연도가 다르게 설정돼 우리나라가 삼중수소 배출량이 더 많은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해당 언론은 일본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가동을 중단했던 원전들을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재가동하고 있으며, 올해 기준 총 33개 원전을 가동 중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으로 올수록 일본 내 가동 원전 숫자가 늘어 삼중수소 배출량도 증가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발표한 삼중수소 배출량 통계 기준연도가 일본은 2019년, 우리나라는 2022년으로 설정된 만큼 정확한 비교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는 “국가별로 가장 최근에 공개한 자료 중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국민들께 공개한 것이며, 통계상의 착시를 의도하거나 조작을 가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현재 일본 내 가동 중인 원전은 33기가 아닌 10기이며, 우리 정부가 기준으로 삼은 2019년 이후 지금까지 추가 가동을 시작한 원전은 1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준연도를 동일하게 하기 위해 한국의 2019년 통계를 살피더라도 우리나라 삼중수소 배출량이 205TBq로 일본보다 많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11년 대지진 이전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사진=도쿄전력

주기적인 배출량 비교, 2021년 조사에서도 한국 > 일본

우리나라의 삼중수소 배출량이 일본보다 많다는 사실은 2년 전에도 한 차례 보도된 바 있다. 2021년 4월 “한국의 삼중수소 배출량이 일본보다 훨씬 많다”는 한 일본 자민당 소속 의원의 발언에서 시작된 해당 조사에서 도쿄전력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오염수 저장 탱크 내 저장된 오염수는 총 125만 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삼중수소는 약 1,000TBq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30년에 걸쳐 분산 배출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같은 내용이 지켜질 경우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 배출량은 연간 33.3TBq가량이다.

같은 시기 한국의 삼중수소 배출량은 어느 정도 수준이었을까. 한국수력원자력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월성, 한울, 한빛, 새울, 고리 등 국내 5개 원전에서 발생한 삼중수소는 총 210.81TBq(기체 상태로 배출되는 삼중수소 제외) 수준이었다. 이는 저장탱크에 보관 중인 후쿠시마 오염수 내 삼중수소량인 1,000TBq보다는 적지만, 연간 배출량으로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당시 조사에서도 일본의 삼중수소 배출량 집계 방식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집계 방식의 허점을 지적한 이들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정화 설비를 거치지 않고 바다로 흘러 들어간 오염수가 존재하는 데다가, 녹아내린 원자로 내 핵연료가 완전히 처리되지 않은 만큼 향후 원전 폐로 때까지 해마다 일정량의 방사성 오염수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삼중주소 외에 세슘과 스트론튬 등 다른 방사성 물질 배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지만,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 도쿄전력은 오염수 처리 장비인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를 활용한 2차 처리까지 마친 오염수를 배출하겠다고 공언했다. 더불어 ALPS에 의한 2차례의 처리 과정을 거친 오염수 내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은 리터당 각 0.185㏃, 0.0357㏃/ℓ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의 음용수 기준을 리터당 10㏃ 이하로 제시하고 있다.

한반도, 일본 아닌 중국 원전 영향권에 있어

일부 국내 전문가들은 일본보다 중국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에 촉각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전력보에 따르면 가장 최근 자료인 2018년 중국 내 원전 가동으로 배출된 삼중수소는 425TBq에 달했다. 당시 중국에서 가동된 원전은 총 46기로, 현재는 9기가 추가 가동을 시작해 총 55기가 가동 중인 만큼 배출량도 증가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전문가는 “중국의 원전은 우리나라의 서해와 마주 보는 지역에 모여 있기 때문에 원전 사고 발생 시 한반도는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랴오닝에서 하이난까지 동쪽 해안을 따라 밀집된 원전은 2018년 기준 가동된 원전만 38기로 확인됐으며, 건설 중인 원전도 18기에 달했다.

반면 일본의 오염수 방출은 거리상 근접한 우리나라보다 미국과 캐나다가 더 큰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 북태평양 서부와 일본 열도 남쪽을 따라 북쪽과 동쪽으로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으로 오염수가 우리 동해나 남해보다는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원전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 선량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선이나 의료 과정에서 생기는 방사선 노출량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역시 “삼중수소는 상대적으로 약한 베타 방사선에 해당하는데, 그 자체로는 너무 약해 피부를 통과할 수 없다”며 유사한 의견을 내놨다.

한편 오염수 처리 시설인 ALPS가 삼중수소를 걸러내지 못한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도쿄전력은 해수로 희석해 배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도쿄전력은 다른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2차 처리 후 해수 희석까지 마친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1,500Bq까지 떨어지며, 이는 자국 기준치의 40분의 1, WHO 기준치의 7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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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O의 인태지역 주요 파트너로 부상한 '중국·러시아', 그 사이에 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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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개최된 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여한 윤석열 대통령/사진=대통령실

지난달 열린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이하 나토) 정상회의는 군사 안보 역량 강화 및 인도-태평양(이하 인태) 지역과의 협력 강화를 주제로 진행됐다. 우리 정부는 북핵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하며 나토와의 협력 관계를 공고히 다졌다. 이와 관련해 4일 국회입법조사처는 빌뉴스 나토 정상회의의 주요 내용과 당면과제를 담은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발간하고,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우리나라와 나토의 '조심스러운'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023 빌뉴스 나토 정상회의

나토는 지난 7월 11~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개최된 나토 정상회의에서 ▲집단 억지와 방위 역량 강화 ▲스웨덴의 나토 가입 동의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에 대한 회원국 찬성 재확인 등의 역량 강화 및 전략 목표에 대해 중대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포괄적인 방어 계획을 채택했다"며 "4만 명 선의 병력을 30만 명까지 확대해 집단 억지와 방위 역량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회원국의 군사비 지출을 최소 GDP 대비 2% 이상으로 증액해 군비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도 덧붙였다. 빌뉴스 정상회담 성명에 따르면 이는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선포한 러시아의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위협’과 일대일로를 주창하는 중국의 ‘야망과 위협적인 정책 도전’에 적절히 대응하고, 취약 안보 지역인 아프리카·중동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아울러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적극 환영하며, 비준 동의를 승인한 튀르키예의 결단에도 호평을 쏟았다. 당초 튀르키예는 스웨덴 내 튀르키예 비판 세력을 이유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한 바 있다. 하지만 빌뉴스 정상회담 직전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정책적 양보를 약속받으며 스웨덴의 가입 비준안을 긍정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미국은 튀르키예가 요구했던 F-16 전투기 수출을 허용할 것으로 전망되며, 유럽 역시 튀르키예의 EU 가입과 무비자 협정을 재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찬성 입장을 재확인했음에도 여전히 러시아와의 갈등 심화를 우려하는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로 인해 가입 시한이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나토-인태지역 안보 협력 강화

대한민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의 아시아-태평양 4개국(Asia-Pacific Four, 이하 AP4)은 나토와 안보 및 경제 협력까지 포괄하는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Individually Tailored Partnership Program, 이하 ITPP)을 체결했다. 이에 AP4는 사이버 안보, 신기술, 기후 변화 등 공통 협력 사안과 국가별 맞춤형 협력 방안을 도모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나토와 군사적인 상호 운용성을 증대하고, 테러 공동 대응 역량과 공공외교 등 11개 분야에 협력할 방침이다. 나토의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확장에 무게를 싣고, 미국과 유럽의 주요 안보 파트너로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나토의 입장에 가치동맹으로 함께 서겠다는 의도다. 이외에도 나토 사이버 방위 협력 센터와의 협력과 정보 공유 효율성 제고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와 중국·러시아 관계 악화, 우리나라의 행보는?

한편 빌뉴스 나토 정상회담 결과 나토와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나토 가입이 마무리될 경우 나토는 러시아와 유럽의 중요한 ‘해상 운송로’인 발트해 제해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지역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러시아 해·공군의 역내 활동이 크게 제약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입법처 역시 만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절차까지 본격화될 경우 러시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바 러시아에 의존하는 유럽의 에너지 수급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이어 이번 정상회의까지 AP4 국가들이 참여함에 따라 나토의 영역 확대는 사실상 가시화됐다. 이미 나토는 마드리드 회의에서 ‘NATO 2022 전략개념(NATO 2022 Strategic Concept)’을 채택하고, 인태 지역의 안보가 유럽-대서양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중국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3월 “아시아 태평양 버전의 나토 설립은 인태 지역의 불안정성만 키운다”며 일본에 설치될 나토 연락사무소 설치를 반대했다. 6월에는 리샹푸 중국 국방장관이 “미국은 인태 지역 국가들을 인질로 삼아 충돌과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빌뉴스 나토 정상회의 연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이 유럽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져올 수 있다”며 유럽과 아시아의 안보는 따로 구분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나토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정면으로 대치한 셈이다. 이에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미일 군사동맹과 달리 나토와의 협력은 우리나라나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안보 이익을 줄이고, 반중-반러 노선을 강화해 안보 불안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러시아와의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자칫 한한령과 같은 수출입 중단 사태가 벌어질 경우 경제가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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