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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벤처 업계가 먹거리가 없나, 한국에 먹거리가 없나

[기자수첩] 벤처 업계가 먹거리가 없나, 한국에 먹거리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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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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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업계에 먹거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한국 시장에 먹거리가 없다는 인식 확산
해외로 사업체를 이전하거나, 이민을 떠나는 사업가들 크게 늘어
국내에서 영업이익 내는 스타트업 만들기 쉽지 않다는 업계 전체의 인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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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벤처기업 담당자들과 만나본 결과 금리가 인하된다고 해도 투자를 받아서 회사 키우기는 어려운 시대가 왔다는 생각들을 하는 것이 보인다. 특히 강남 일대에 있는 IT업체들에서 그런 경향이 짙고, 한국을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강하게 나타난다. 한국에서 무슨 사업을 해도 대기업이 만들어 놓은 문을 뚫지 못하면 영업이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불평도 자주 들려온다.

지난 2000년대 초반 IT 버블기에 한 차례 벤처 업계가 성장한 바 있지만, 2003년 들어 정부가 신용카드 버블을 정리하면서 벤처 업계도 인력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다시 벤처 투자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하지만 10년 이상 침체기에 빠졌던 2003년 하반기와 최근 벤처 업계들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20년 이상 업력을 가진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벤처 투자 시대의 종말

일부 벤처 관계자들은 한국에 먹거리가 없는 것이지 벤처에 먹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7년째 벤처기업을 운영하다 지난해부터 해외 사업으로 피벗(Pivot, 사업 방향 및 모델 전환)을 한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인맥이 없는 상태에서 B2B(기업간거래) 사업의 판로를 뚫는 것은 거의 기적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으나, "한국에서는 상품의 품질을 판단해주는 경우가 없었고, 오직 대기업에 납품하느냐 아니냐로 평가를 당했다"며 한국에서도 B2B 시장을 뚫기 힘들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고 답했다. 이어 해외 시장으로 나간 이후 회사의 상세한 포트폴리오가 구글 검색에 노출되고 지식을 갖춘 담당자와 이메일이 오고 가는 경우를 1년 이상 겪게 되자, "한국에서 (지식이 전혀 없는) 판매처를 다시 뚫으려고 노력할 생각을 버렸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이 해외 판매처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는 경우들이 많긴 하지만 미국 및 서유럽 업체들일수록 질문의 수준의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 투자받는 것을 포기하고 독일에서 투자 유치를 진행하다 현재 베를린에서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B씨는 투자자를 만났을 때 받는 질문의 눈높이가 다르다고 설명한다. 한국에서는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리고, 사업성을 과대포장하는 기사가 여럿 나가 있어야만 투자자들이 만나주는 반면, 독일에서는 이미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내용들을 이해한 상태에서 웹사이트에 올라오지 않은 내용들을 질문한다는 것이다. B씨는 "한국은 테마주 따라다니는 여의도 객장 아저씨들이 벤처캐피탈(VC)을 하고 있다고 치면, 독일은 석·박사 연구원들이 사업 하다가, 사업을 잠깐 쉬는 중에 VC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전문성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상품을 구매하는 대기업, 투자금을 제공하는 벤처 투자업계가 모두 전문성이 매우 낮은 것은 벤처 업계에 투입되는 자금의 근간인 모태펀드 운용 실패라는 분석도 나온다. 즉 모태펀드를 운영하고 벤처 투자업계의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는 중소벤처기업부 및 관련 정부 부처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 산하기관에서 내놓는 IT 프로젝트들의 심사역으로 선발된 인원들 중 상당수가 전문성 없이 대학의 교수, 협회의 임원이라는 이유로만 선정된 탓에 옥석 가리기를 제대로 못한다는 질책은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벤처 업계는 망했다고 봐야죠"라는 벤처기업가들

2017년까지 IT업계의 광고 산업으로 경력을 쌓다 창업 5년 만에 사업을 접고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는 40대 후반 여류 사업가 C씨는 매출처를 뚫던 것을 포기하고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인플루언서들과 광고주를 연결해 주는 소일거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 메타 등의 빅테크 기업들이 제공해 주는 고급 광고 상품을 팔면서 한국 시장에서도 기술 사업들의 가능성을 봤지만, 외국계 회사를 나와서 직접 현장에서 느낀 한국 시장의 기술 상품 이해도는 답답한 수준일 만큼 낮았다고 토로했다.

C씨는 기술 이해도가 낮은 상황이 비단 소비자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벤처 투자자, 업계 전문가들에까지 두루 퍼져 있는 만큼, 한국에서 기술 역량을 인정받아 사업을 키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네이버, 카카오와 더불어 크래프톤 같은 게임사나 토스 등 핀테크 기업들의 사례를 들며 반론을 제기했으나, 곧바로 이들 기업 모두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성장했다는 점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라기보다 개발자들이 빠르게 상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이라는 반박이 돌아왔다. 개발자는 기술자가 아니라 기능인이라는 업계의 상식을 꼬집은 것이다.

이어 대체 불가능한 고급 기술과 지식을 가진 것으로 관심을 얻고 투자를 받아 상품을 출시하는 실리콘밸리 방식의 사업 성장 공식이 먹히지 않는 시장이라는 것을 벤처 업계 전체가 지난 10여 년간 확인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 벤처 업계는 망했다고 봐야죠"라는 자조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venture frustration FE 002 20240711

벤처투자업계, 2000년대 초반과 판박이

이에 업계에서는 2003년 이후 신용 경색과 더불어 급격하게 벤처 투자 시장이 축소됐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지난해부터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2022년 하반기부터 유동성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지난해부터는 다운 라운드로도 투자를 받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이 결국 폐업 수순을 밟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유니콘' 대신 '낙타'를 지향하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바꾸기도 한다. 희박한 성공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고 빠른 상품 출시와 도전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확실히 돈을 벌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단계적으로 키우는 전략으로, 미래를 포기하고 생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사업을 사실상 접었다는 A씨도 한국에서 써야 하는 인력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B씨처럼 해외로 사업체를 옮기거나 100% 온라인으로 사업을 대체할 고민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대부분의 인력이 온라인으로 일하는 외국인이라 한국 사무실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A씨는 해외 B2B 사업이 성장하자 인력의 구성과 함께 성장 전략도 함께 바꿨다. 더 이상 투자를 받아 고속 성장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낙타를 지향해 단계적으로 사업을 키우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브레이크 이븐(Break-even, 비용보다 수익이 더 많아지는 단계)'에 도달하고, 올해 상반기에 추가 수익이 나오자 투자자에게 원금을 돌려주기도 했다. A씨는 더 이상 유니콘을 도전하지 않는 만큼 투자금을 갖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밝혔다.

C씨는 투자금으로 성장한 국내 주요 스타트업들도 여전히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사회적 실험'이 한 차례 지나간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 사업을 안정적으로 수주할 수 있는 일부 대기업들을 제외하면 국내 기업 환경은 그저 투자금을 소진해가며 외형 성장만 할 수 있을 뿐, 단기간에 내실 성장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것을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인지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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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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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연내 착공한다는데, 건설경기 침체·공사비 인상 등 현안에 '사업 지연' 불안감 확산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연내 착공한다는데, 건설경기 침체·공사비 인상 등 현안에 '사업 지연' 불안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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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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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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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북부 철도 부지, 전시·호텔·판매·업무 복합단지로 탈바꿈한다
사업성 부족 문제 지적돼 온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올해도 지연 가능성
7,400억원 자금 조달했지만, 공사비 인상 등 본질적인 문제 여전
Seoul Station area 20240711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의 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안) 조감도/사진=서울시

서울역 북부 철도 부지를 개발하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서울시는 낙후돼 있던 부지를 전시·호텔·판매·업무 복합단지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해 강서구 화곡역 일대와 중랑구 사가정역 일대의 지구중심기능을 강화하겠다고도 밝혔다. 서울시와 건설사 측은 2028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겠단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근 10년간 이어져 온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의 고난사가 올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철도사업 대부분이 사업성 부족 등 문제로 지지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본격화

11일 서울시는 제10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의 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안을 원안 가결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의 핵심은 서울의 관문이자 국가중앙역인 서울역 일대 공간 대개조다. 주요 내용으로는 ▲서울역광장 간 연결브릿지의 규모와 선형 변경 ▲시민개방공간인 최상층 전망대 위치 조정 ▲국제회의시설에 전시장용도 추가 등이다.

화곡역 지구중심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변경)안과 면목지구중심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안도 수정가결했다. 화곡역 일대 지구중심은 지난 2015년 강서 미라클메디특구로 지정된 바 있으며, 오는 2031년 광역철도 대장홍대선이 준공되면 환승역세권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서울시는 화곡역 역세권 통합관리를 위해 역세권 범위까지 지구단위계획구역을 확대하고 역세권 중심기능 강화를 위해 상업지역 및 준주거지역 일대를 의료관광기능 권장용도로 계획했다. 선가로변은 주거복합건축물 외 주거용도를 불허용도로 결정하고 간선변 주거지역 일부엔 오피스텔을 제외한 업무시설에 대한 용도 완화 계획을 수립했다.

주차난 해소 방안도 포함됐다. 주거기능 도입 시 소형 주택에 대한 도입 비율을 제한해 의무 확보 법정 주차대수를 강화하고 '서울시 부설주차장 공공개방사업'과 연계해 부설주차장을 추가 설치, 일반에 개방할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 역세권 환승 편의를 높이기 위해 간선변 버스정류장 일대 공개공지 조성을 유도하며 보도 확보가 어려운 협소한 도로변은 벽면한계선을 결정해 추가 보행공간을 확보하도록 했다.

면목지구중심 지구단위계획 대상지는 지하철 7호선 사가정역 일대 지역이다. 이곳은 사가정로를 중심으로 서측으로는 청량리·왕십리와 연계되고 동측으로는 용마터널이 근접하고 있어 경기 동부지역과 연계되는 주요 교통 거점으로 꼽힌다. 이번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지난 2016년 지구단위계획 결정고시 이후의 주변 및 대상지에 대한 개발 현황과 여건 변화 등을 반영해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하는 게 골자다.

서울시는 사가정역 역세권 일대를 특별계획구역 및 특별계획가능구역으로 신설해 역세권 통합개발 유도 및 주요 보행축 활성화를 꾀할 방침이다. 사가정로 남측 특별계획가능구역 2개소에 대해선 향후 개발 시 면목로에 접하는 부지의 일부를 도로로 공공기여 하도록 계획했다. 이를 통해 상습 정체 구간인 면목로의 교통 여건 완화 및 지구 중심성 강화 등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construction stagnation FE 20240711

사업성 부족에 사업 지연 '고난사', 우협 선정에 잡음 일기도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은 지난 2008년 처음 계획됐다. 낙후돼 있던 서울역 북부지역에 35층 규모의 국제 컨벤션 센터를 건립해 부지 활용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사업을 맡았던 한화그룹과 한국철도공사가 손을 떼기로 하면서 무기한 보류됐다. 지난 2014년엔 코레일이 한화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한 뒤 협상을 진행했으나 역시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무산됐다.

2019년엔 사업 우협 선정 과정에 잡음이 발생하면서 소송으로 비화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당해 4월 코레일은 공개입찰에서 최고 입찰가를 낸 메리츠컨소시엄을 우협으로 선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4월 말 우협 발표 없이 평가 기간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갑작스럽게 발송했다.

이후 코레일은 5월 메리츠컨소시엄에 출자자 구성에 대한 금융위원회 승인을 요구했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분리법)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 의결권 주식 20% 이상을 소유하려면 금융위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메리츠컨소시엄은 메리츠종금 증권(지분율 35%)과 메리츠화재(10%) 등 메리츠 금융그룹 측 출자 비중이 45%다. 금산분리법을 들어 메리츠컨소시엄의 사업자 선정에 제동을 건 것이다.

문제는 당시 메리츠컨소시엄 입장에선 금융위 승인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단 점이다. 공모 지침서에 따르면 우협 지정 이후 업추진협약 체결을 위해 60일간 협상해 협약을 체결하고 협약이 체결되면 사업신청자는 사업시행자의 지위에서 3개월 이내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게 돼 있다. 결국 코레일은 우협 선정을 하지도 않은 시점에 이후의 절차를 요구한 것이다. 우협으로 선정돼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지분을 조정할 수 있음에도 입찰 단계에서부터 금산분리 관련 승인을 요청하는 건 무리수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본질적인 사업성 부족 문제, 관계기관의 허술한 대처 등이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고난사를 만들어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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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신사선 노선 예정도/사진=서울시

낮은 공사비에 지지부진한 철도사업, 북부역세권도 영향받나

올해도 사업 진행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브릿지론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금리 상승, 미분양 확산으로 인한 시행·시공사 리스크 확대, 공사비 인상 등 각종 악재에 건설 경기가 침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향후 자재 수급이나 공사비 협상 등에서 문제가 불거지면 사업이 재차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 위례신사선 등 철도사업 대부분이 낮은 공사비와 사업성 부족 등에 사업 지연을 겪으면서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마저 지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다. 앞서 지난 8일 위례신사선 우협 GS건설컨소시엄은 "서울시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위례신사선 사업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위례신사선 민간투자사업 공사비를 최초 총사업비 1조4,847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약 18% 증액하겠다고 밝혔지만, 건설사들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공사비 상승 폭이 크다 보니 1조7,000억원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교통 개선 공약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관심을 받은 서부선과 강북횡단선 등도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부선(새절역~서울대입구역)의 경우 서울시와 민간투자회사인 두산건설컨소시엄이 공사비 인상분 차액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강북횡단선(목동역~청량리역)은 지난달 5일 기획재정부 제4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예비타당성조사 심의에서 탈락했다. 산악 구간 등을 통과하는 노선 특성상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반면 수요는 적게 예측돼 경제적 타당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철도 사업 대부분이 공사비가 낮게 책정돼 건설사들이 나서기 쉽지 않다"며 "그나마 위례신사선이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좋은 편에 속하지만, 이마저도 넉넉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전했다.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의 우협으로 선정된 한화컨소시엄 측은 한화그룹 계열사의 지원을 바탕으로 사업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단 입장이지만, 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공사 착공 계획이 '2024년 상반기'에서 '2024년 하반기'로 이미 한 차례 미뤄진 바 있기 때문이다. 연내 착공, 2028년 준공 등 기본 계획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도 확률에 걸어야 할 상황이라는 시장의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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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테슬라는 밈(Meme) 주식일까?

[기자수첩] 테슬라는 밈(Meme) 주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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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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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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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채권왕', 테슬라 밈 주식이라 꼬집어
실적, 기술적 근거없이 인기만으로 가격이 오르는 자산을 부르는 명칭
사실상 주가조작 세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잇따라

증권가에서 실적없이 가격만 오르는 주식들을 최근들어 '밈(Meme)' 주식이라고 부른다. 자산의 가치는 그 자산에서 나오는 현금 흐름, 혹은 현금 흐름에 상응하는 기대 가치에 기반하는 것이 상식인데, 남들이 사기 때문에 따라서 사는 자산, 인기가 있기 때문에 구입하는 자산들이 이렇게 불리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코인들이다. 가치평가에 활용하는 데이터가 자산의 현금흐름이 아니라 SNS에서 얼마나 많이 언급됐는지를 본다는 것이 금융권 전문가들 사이에서 농담거리로 취급되기도 한다.

10일(현지 시각) CNBC에 따르면 월가의 ‘채권왕’이라고 불리는 빌 그로스 핌코 공동창업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이날 X(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테슬라의 주가 급등은 펀더멘털과 동떨어진 것”이라며 “전형적인 밈 주식의 형태”라고 평가했다. 특별한 호재 없이 유행을 타고 있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자산이라는 뜻이다.

Growth FE 20240711
빌 그로스 핌코 공동창업자 및 최고투자책임자 / 사진=핌코

테슬라는 밈(Meme) 주식

지난해부터 전기차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테슬라의 매출액도 추락을 거듭했다. 심지어 경쟁사들이 야금야금 시장을 빼앗아 가면서 지난 6월부터는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신차 모델은 2020년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신차가 더 이상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사들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추고 추격하고 있는만큼, 테슬라의 장기 생존을 담보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이후 44%나 급등했다. 주가 상승의 원인은 재무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 투자자들이 아니라 밈 주식을 사고 파는 팬 덕분이다. 한국에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의 자산운용사 아크 인베스트먼트는 대표적인 테슬라 광팬이다. 세간에 알려진 우드 대표의 투자 전략은 전문적인 분석 기반의 미래 예측이 아니라,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언급량이 있는지 여부다. 테슬라가 밈 주식이라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강력한 증거인 셈이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밈 주식에 대한 적절한 가치 평가를 내놓기 부담스럽다고 답한다. 동종업계 배수, 현금 흐름 등등의 전통적인 가치 평가 방법으로는 합리적인 계산이 불가능한데, 때문에 과대 평가 됐다는 지적을 시장에 발표하면 팬 층에서 거센 반발이 몰려온다는 것이다. 광적인 팬들은 애널리스트들의 신상을 털고, 개인 생활에까지 피해를 준다. 애널리스트들이 굳이 총대를 메고 밈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 작업에 나서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는 만큼, 더더욱 밈 주식들은 전통적인 투자 전문가들의 판단에서 멀어지게 된다.

GameStopStock FE 20240711
직전 6개월간 게임스탑 주가 움직임 / 출처=구글 검색

합리적인 가치 평가 없는 시장, 결국 거품만 키울 것 우려도

국내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코인 시장과 더불어 밈 주식이 속칭 '소문 듣고 투자'하는 일반 투자자들의 행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합리적인 가치 평가나 기술적인 분석없이 단순히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회사가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 군중 심리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군중 심리로 키운 주식 가치가 장기간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 계속 투자자가 유입되어야 가치가 유지되는만큼, 자칫 폰지(Ponzi) 사기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이 코인 시장을 폰지 사기와 동급으로 격하시켜서 바라보는 이유다.

미국 게임스탑의 경우 2021년 미국의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팬층이 대거 집결하면서 주가가 폭등한 사례가 있다. 당시 대형 헤지펀드들이 게임스톱 주식이 과대 평가됐다는 판단 아래 공매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지원으로 주가가 폭등했고, 헤지펀드 멜빈 캐피털(Melvin Capital)은 약 25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 끝에 펀드를 청산했다. 올해도 지난 5월에 헤지펀드들이 공매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레딧 및 유튜브 채널 등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모여들어 장중 주가를 74.4% 끌어올렸고, 관계자들의 추산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약 8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밈 주식 열풍은 3일 만에 반전세로 돌아가며 47% 폭락했고, 이어 6월에도 공매도 세력과 밈 주식 투자자들의 경쟁 속에 폭등과 폭락세를 이어갔다. 주식 가격이 기초 자산의 현금 흐름 때문이 아니라 게임스탑 팬들의 지지 때문에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새롬데이타맨을 보는 것 같다"며 광기에 따른 주식 구매는 자칫 투매로 이어져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새롬데이타맨은 상장가 대비 150배나 올랐다가 실적이 전혀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공론화 되면서 결국 상장폐지 수순을 밟았다. 국내에는 최악의 주가조작 사건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밈 주식은 주가조작인가?

일부 투자 전문가들은 밈 주식 열풍을 만들어내는 일부 인플루언서들이 사실상 주가조작단이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식이 미래에 더 큰 가치를 가져올 수 있다는 허황된 정보를 생산해내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경우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자율주행 기술이다. 그러나 AI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주장하는 완전 자율주행을 위한 기술적인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라고 지적한다. 도로 위 차량간 협조를 통한 사고 방지 체제 같은 기술은 강화학습, 게임이론 등의 수학적인 문제들도 아직 풀리지 않은 상황인만큼, 센서 정보만으로 차량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술로는 완벽한 자율주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밈 주식 열풍을 '떼법'이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주식 가격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수백, 수천명이 몰려들어 억지로 원하는 주가를 만들어내는 억지논리의 연장선에서 평가하는 것이다. 주가조작 세력들도 사람을 모아 허위정보,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가능하다는 식의 정보를 흘려서 주가를 부풀린다. 국내 금융증권범죄 규정에 따르면 시세조종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5배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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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잔치 등 은행권 비판 여론 확산, 금융노조 '8.5% 임금 인상' 협상 난항

성과급 잔치 등 은행권 비판 여론 확산, 금융노조 '8.5% 임금 인상' 협상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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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3년 실질임금 저하한 금융권, 금융노조 "올해는 임금 8.5% 인상해 달라"
'이자 장사' 등 비판 여론 의식한 사용자, "지나친 인상은 사회적 공감대 얻기 어려워"
시중은행 직원 수 감소 추세, 일각선 임금 인상에 따른 인원 추가 감축 현실화 우려도
BANK salary negotiation FE 20240710

은행권 노사가 두 달 만에 임금 협상을 재개한 가운데, 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전에 제안했던 임금 8.5% 인상안을 그대로 유지하겠단 방침을 발표했다. 물가상승률 대비 낮은 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여 왔던 만큼 올해 이를 만회하겠다는 취지지만, 업계에선 노조 측의 임금 인상안이 실제 반영되기는 어려울 거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은행권의 '이자 장사' 및 고액 연봉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확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노조 8.5% 임금 인상안 제시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경영진과 금융노조는 이날 대표단 임금 협상을 위한 교섭을 진행한다. 5월 17일 3차 교섭을 진행한 지 2개월 만이다. 금융노조는 앞서 총액 기준 8.5%의 임금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2.1%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2.6%를 더한 후 2021~2023년 발생한 실질임금 저하를 감안해 산출한 인상률이다. 최근 5년 동안 물가상승률 대비 낮은 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여 온 만큼 올해 이를 만회하겠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이외 ▲주 4.5일제(주 36시간) 도입 ▲사회공헌기금 조성 ▲신규 투자상품 판매 시 노조와 사전 협의 진행 ▲육하휴직 3년 적용 등 조건도 제시했다. 단체협약 개정 및 신설 안건으로는 ▲고용 안정과 일자리 확대 ▲성장주의 탈피 ▲건강한 조직문화 형성 ▲차별 철폐 ▲안전권 및 정보 보호 강화 ▲금융산업의 사회적 책임·역할 강화 ▲산별 교섭체제 강화 등 7개 부문 25개 항목을 담았다.

정부의 핵심 금융 정책인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 역시 산별교섭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산은 노조는 각종 부작용 우려를 내세우며 지방 이전 지지에 나섰는데, 금융노조가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올해 산별교섭 대표 지부에 산업은행지부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김형선 금융노조위원장은 "현재 국민의힘에서 주장하는 국책은행 지방 이전을 저지할 생각"이라며 "금융산업이 왜 수도에 집적해야 하는지 국회와 국민께 이해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Bank annualsalary FE 20240710

사용자 측은 수용 불가 입장, "부정적 인식하지 않을 수 없어"

다만 업계에선 노조 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안이 실제로 반영되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용자 측이 "금융 산업의 평균 임금이 높은 편이고 세계적 경기 침체와 (금융 산업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기 때문이다. 은행을 향한 '이자 장사' 비판이 여전하고 은행권 고액 연봉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금융노조가 제시한 임금 인상률 8.5%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번 8.5% 인상 요구안은 통상적인 수준을 뛰어넘는다. 최근 3년간 인상 요구안을 살펴봐도 가장 높은 수치다. 금융노조는 2021년 4.3%, 2022년 6.1%, 2023년 3.5%의 임금 인상을 요구해 왔고, 실제 타결된 임금 인상률은 2021년 2.4%, 2022년 3.0%, 2023년 2.0% 정도였다.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임직원 평균 보수가 1억1,675만원이었음을 고려하면, 8.5% 인상 시 4대 은행의 평균 연봉은 1억2,677만원까지 뛰어오른다.

성과급 잔치 비판 여론도 여전하다. 앞서 지난해 은행들은 통상 임금의 평균 300%대가 넘는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당국과 언론의 힐난을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이에 올해 성과급 규모를 통상 임금의 200%대 수준까지 줄였지만, 일반 근로자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는 목소리가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기업 활동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성과급을 지급한 기업은 전체의 66.1%에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민들이) 죽도록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은행을 직접 질타했던 이유다.

금융노조 지도부 교체 과정에 내홍이 일면서 협상력이 약화된 것도 악재다. 앞서 지난 4월 금융노조는 박홍배 전 금융노조위원장이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한 데 따른 보궐선거를 치렀다. 선거 결과 윤석구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이 당선됐지만, 5월 21일 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윤 위원장에 대한 당선 무효 판결을 내렸다. 부정선거 논란이 확산한 탓이다. 윤 위원장은 선거 운동 기간 도중 진행된 하나은행 노조원 교육에서 참가자들에게 300만원 상당의 경품을 제공하고 분회장들에게 고급 비타민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윤 위원장은 법원에 당선무효 결정의 효력을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기각됐고, 결국 재선거를 거쳐 김형선 IBK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최종 당선됐다.

이번 보궐선거 사태에 대해 금융노조 관계자는 "대표자가 달라진다고 해도 원하는 바는 똑같기 때문에 협상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관련 논란이 노조의 협상력을 저해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선거 논란에 따라 2달간 임금 협상이 잠정 중단됐던 만큼 노조 측이 원하는 수준의 결과를 끌어내는 건 불가능해졌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인력 감축 이어지는 은행권, 임금 인상이 '구실' 될 수도

일각에선 노조 측이 지나친 임금 인상을 요구할수록 은행의 인력 감축 구실이 강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은행들은 인력구조 개선이란 명목 아래 인원 감축을 지속해 왔다. 실제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희망퇴직 인원은 ▲2021년 2,093명 ▲2022년 2,357명 ▲2023년 2,392명 등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시중은행의 직원 수도 최근 2년간 감소 추세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매출 상위 486개 기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가입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5대 시중은행의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021년 12월 7만1,587명에서 2023년 12월 말 6만9,518명으로 2.9% 감소했다.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국민은행이었다. 2021년 말 1만6,577명에서 2년 뒤 1만5,823명으로 754명(4.5%)이 줄었다. 우리은행도 동기간 4.2% 인원이 감축됐으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2.9%, 2.2% 감소했다. 그나마 감소 폭이 가장 작은 농협은행은 0.6%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은행 인원 감축이 심화한 건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점포 축소로 직원 수가 덩달아 감소한 영향이 크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국내 점포 수는 2021년 말 4,188개에서 2022년 12월 말 3,989개로 290개가 줄었다.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점포 수는 3,931개로 분기를 거듭할수록 점포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희망퇴직 및 인원 감축은 조직 효율화를 위한 조치"라며 "불필요한 지출 비용을 줄이고 디지털을 통한 영업 실적 성장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이 생산성 제고를 우선 가치로 두는 이상 임금 인상에 따른 인원 추가 감축이 현실화하는 등 노조 측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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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부동산 가격 폭락, 결국 정책적 띄워주기 실패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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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아파트 가격 4년 사이 반토막
공무원들도 서울에 집 사려는 분위기
약속했던 정책 지원들 취소·연기 영향
"행정타운으로 전락" 우려 목소리↑
서울 중심 가속화에 밀릴 수 있단 전망도
sejong S class FE 002 20240710
세종시 가락마을 6·7단지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 투시도/사진=중흥건설

세종시 집값이 2022년 말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낙폭이 확대된 탓에 일부 거래의 경우는 2020~2022년 최고가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간 상황이다. 한때 전국에서 집값 낙폭이 가장 가팔랐던 세종시가 쏟아지는 공급 물량으로 인해 끝모를 하락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정부가 지은 도시, 부동산 거품 빠지나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고운동 '가락20단지베르디움' 전용 84㎡는 지난 1일 3억7,000만원(18층)에 팔렸다. 이전 최고가는 2020년 12월 기록한 7억원(11층)으로, 최고가 대비 절반 수준까지 내려온 셈이다. 관계자들은 세종시에 약속했던 각종 정책들이 대부분 무위로 돌아가면서 야기된 현상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 세종시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세종시 공무원들이나 정부출연기관 연구원들이 주로 모여 사는 고운동, 아름동, 종촌동 일대의 아파트들은 지난 2020년만 해도 '이사오기를 잘했다'는 평이 나올 만큼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인상됐던 곳이다. 이후 2022년 들어 서울 강남 일대의 집값도 함께 뛰면서 '잘했다'는 목소리가 사그라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입주가격 대비 2배 이상 오른 곳들이 많아, 정부도 세종시 이전이 성공적이었다 자화자찬할 때 부동산 가격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하지만 돌연 세종시 부동산에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고운동 '가락7단지프라디움' 전용 84㎡의 경우, 이달 1일 4억4,900만원(7층)에 거래됐다. 인근 20단지 베르디움과 마찬가지로 최고가였던 2020년 12월 8억5,000만원(15층)의 절반 수준이다. 인근 종촌동 '가재마을5단지세종엠코타운' 전용 84㎡는 지난 5일 5억원(3층)에 거래됐는데 이 역시 2020년 11월 8억3,800만원(23층)에서 반토막 났다. 아름동 '범지기12단지에코타운' 전용 84㎡는 지난달 5억3,000만원(7층)에 팔렸다. 이전 최고가는 2020년 11월 10억5,000만원(16층)이다. 인근 아파트들이 채 4년도 되지 않아 집값이 절반으로 내려온 셈이다. 사실상 초기 분양가 수준이다.

Sejong FE 20240710
세종특별자치시 전경/사진=세종특별자치시

국회 이전,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 지지부진에 시장 기대감도 급감

세종시 일대 부동산 관계자들은 기대를 모았던 국회의사당 이전, 대통령 집무실 설치 등 주요 정책 약속들이 연기되거나 사실상 무산되면서 부동산 시장 전체에 활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앞서 인근 아파트 가격이 분양가의 2배까지 뛰던 지난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정치권에서는 국회 전체가 세종시로 내려가야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2020년 김태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세종시 천도론을 꺼내기도 했고, 문재인 정부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논의했다.

그러나 기대감이 빠지면서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2020년 초에 세종시로 이사를 결정했던 한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은 "주말마다 서울로 이동하는 시간이 아깝기도 했고, 세종시 부동산 가격이 너무 빠르게 뛰고 있어서 이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집값이 폭락하자 세종시 이사를 결정했던 이들은 우울한 분위기다. 2022년에 떨어진 가격에 '줍줍했었다'고 밝힌 한 사무관도 "줍줍보다 더 떨어진 상황"이라며 최근 들어 공무원 인기가 급감하는 것과 더불어 세종시 전체에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관계자들은 세종시 집값 약세가 장기화 될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 2022년부터 약세장이 뚜렸해 졌던 만큼 미국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국내 금리가 동반 인하되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으나, 서울에서 '똘똘한 한 채'를 갖겠다는 수요가 다시 커진 만큼, 세종시로 발길을 돌리게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2021년, 2022년 세종시는 전국 아파트 가격 낙폭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팔린 것이 다행인 수준, 공무원 인기 저하도 원인 중 하나

이렇다 보니 최근 세종시 부동산 관계자들은 절반 가격에라도 팔리는 것이 다행인 수준이라고 씁쓸해한다. 수요가 사실상 끊긴 상태기 때문에 구매자가 나타나는 일이 드문 데다, 매물도 대부분은 급매물이라는 것이다.

행시 출신 사무관들은 세종시 부동산 가격 폭락의 원인 중 하나로 공무원 인기 저하를 꼽기도 한다. 과거 S대 최상위권 인재 인증, 출세의 상징 같은 역할을 했던 행정고시가 최근 들어서는 로스쿨 진학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점과 MZ세대 사무관들이 서울 거주를 위해서 세종시를 기피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행시 합격자 평균 연령이 30대에 진입했을 만큼 인구 감소가 빠르게 가시화 되고 있는 점도 부동산 가격 하락을 부추긴 요인으로 거론된다. 공무원 기피, 인구 감소 등의 복합적인 요인을 감안하면 세종시의 아파트 가격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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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형은행들,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 증가에 대출 사기 단속까지 이중고 직면

미국 대형은행들,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 증가에 대출 사기 단속까지 이중고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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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업용 부동산, 대세 상승기에 대출받으려 가치 평가 수치 조작 사례 알려져
오피스 임대료 폭락에 조작 사례까지 드러나자 은행 건전성 우려 확산
안전하다 믿었던 대형은행들도 "상업용 부동산 손실 타격 상당하다"
People Across on Intersection
사진=Pexel

미국 주요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 가격 폭락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가격 책정 정보를 조작했던 사례가 밝혀지며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호황을 이뤘을 당시 성행했던 사기 행각이 침체기를 맞이한 현재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가치 평가 조작 사례 연이어 적발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상업용 건물의 재정 상태와 가치 평가 등을 조작한 부동산 대출 사기 단속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였던 2010년대 중반부터 2021년 사이 확산한 사례들로, 인근 부동산과 유사한 수치로 조작하면서 회계 실사를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미 연방 검찰이 적발한 사례들을 보면 이들은 건물 가치 평가에 필수인 자료들을 조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체로 상업용 부동산은 공실률과 더불어 임차인들에게 제공하는 렌트프리(Rent Free, 최초 몇 개월간 임대료 면제), 핏아웃(Fit Out, 사무실 입주 전 공사 기간 임대료 면제) 등이 가치 평가에 중요한 수치다. 임대료, 접근성, 건물 상태 등에서 인근 사무실과 유사한 조건의 상업용 부동산들은 대체로 임차인들에게도 유사한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건물 사정이 달라질 경우에는 더 많은 이득을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들은 인근 상업용 부동산과 유사한 조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렌트프리, 핏아웃 등의 수치를 조작해 같은 조건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대출을 받거나 가치 평가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관행을 악용해 자세한 정보를 숨긴 것이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던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대출 경쟁이 격화된 탓에 꼼꼼한 실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의 설명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격 상승기에는 임차인들 간의 경쟁 탓에 인근 건물과의 조건 격차가 크지 않을 수 있으나, 경기 침체기에는 격차가 가시화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에도 벤처 투자금이 넘쳐났던 2022년 여름까지만 해도 강남 일대 사무실에 렌트프리, 핏아웃을 제공해 주는 건물을 찾기 힘들었지만, 최근 들어 폐업하는 벤처기업이 크게 늘면서 주요 교통편, 상권과의 근접성, 건물 상태에 따라 렌트프리 규모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 급등, 미국 대형은행들도 부담

최근 수치 조작이 가시화된 것은 미국 은행들이 장부상의 상업용 부동산 가치 재평가 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최초 대출이 있었던 2010년대 중반에 비해 임대료가 크게 달라진 것과 더불어 렌트프리, 핏아웃 조건 등에서 차별화가 나타났고, 일부 부동산의 경우 과거 대출 시점에 잘못된 정보가 기록됐던 것이 알려졌다.

상업용 부동산 평가 가치 하락 및 연체율 급등에 이어 대출 사기 사건까지 알려지자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간 중소형 은행, 지방 은행들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험에 상대적으로 크게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6일(현지시각) WSJ는 대형은행들도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형 은행들이 보유한 자산 1,000억 달러(약 138조원) 이상의 비거주 상업용 부동산 대출 중 4.4%가 연체 또는 부실 상태에 놓여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0.3%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소형 은행들이 보유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연체율은 1% 미만이다. 이는 소형 은행들이 보유한 자산 규모와 대출 구조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은행권에서 일반적인 충당금 비율이 2%인 데 반해 상업용 부동산에는 평균 8%를 배정하는 만큼, 은행들의 부실화 우려는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가치 평가 조작 사태로 충당금을 추가해야 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stock bond FE 001 20240709

국내 투자 기관들 수익성도 악화

이런 가운데 해외 부동산 펀드 관련 국내 전문가들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시중 은행에서 대규모로 판매됐던 해외 부동산 펀드 수익률 악화 가능성을 지목한다. 당시 해외 부동산은 저금리 기조 속에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컸고, 현재도 해외 부동산 펀드 잔액은 6,687억원에 달한다. 8일 기준 지난 1년간 국내외 주식·채권 등 주요 유형별 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을 살펴보면 △해외 주식형 19.36% △국내 주식형 9.44% △국내 채권형 4.76% △국내 부동산형 3.76% △해외 채권형 1.71% 등 국내외 주요 펀드 수익률은 모두 플러스(+)를 기록한 반면, 해외 부동산형(-19.16%)은 손실률이 -20%에 육박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침체기에 빠져있던 상태에서 최근 평가 수치 조작 사례까지 알려지며 원금 손실 우려도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기에 들어갈 때까지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펀드들이 '버티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지만, 손상 차손이 대규모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조작 건물들은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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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보 인수전 우리금융 이탈에 하나·신한금융 참전 전망, 당면 과제는 '높은 몸값·CSM 불확실성'

롯데손보 인수전 우리금융 이탈에 하나·신한금융 참전 전망, 당면 과제는 '높은 몸값·CSM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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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 적자에 몸살 앓는 하나·신한금융, 롯데손보 인수전 참여 가능성↑
롯데손보 몸값으로 2~3조원대 원한 JKL, 업계선 "지나치게 높은 수준"
CSM마진율 1년 새 13%p 올랐다? 롯데손보 CSM 불확실성 도마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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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높은 몸값에 롯데손해보험 유력 원매자로 꼽히던 우리금융지주가 이탈한 가운데, 최근 시장에선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롯데손보 인수전에 새롭게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손해보험사 포트폴리오를 보충하는 데 롯데손보가 역할을 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다만 신한금융은 롯데손보에 큰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역시 높은 매각가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부족한 하나·신한금융지주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JP모건이 진행한 롯데손보 매각 본입찰에 우리금융은 참여하지 않았다. 몸값이 지나치게 높았던 탓이다. 우리금융은 롯데손보의 몸값으로 1조원대를 희망한 반면 매각 측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는 2조~3조원대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원매자로 꼽히던 우리금융이 최종 이탈하면서, 시장에선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이 인수전에 뒤늦게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두 지주 모두 손해보험사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나손해보험(옛 더케이손해보험)은 2020년 출범했으나 2021년을 제외하곤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역시 2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명보험사 계열사인 하나생명의 경우 올 1분기 45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흑자 전환했지만, 여전히 실적이 녹록지는 않은 상황이다. 비은행 이익 기여도도 지나치게 낮다. 지난해 기준 하나금융의 비은행 이익 기여도는 단 5.5%에 불과했다.

신한EZ손해보험(옛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역시 2022년 출범 이래 2년 연속 적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EZ손보는 2022년 150억원 규모의 적자를 봤으며, 2023년 2분기에도 순손실 13억원을 기록했다. ROA(총자산이익률)과 ROE(자기자본이익률) 또한 각각 -1.26%, -2.56%를 기록해 근본적인 포트폴리오 개선이 필요하단 평가가 나온다.

롯데손보와 접점 늘린 신한금융, 성대규 사외이사 영입에도 눈길

이런 가운데 최근 시장에선 특히 신한금융의 행보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KB금융에 리딩 금융 자리를 내준 바 있는 만큼 비은행 사업 부문 강화가 더욱 절실할 것이란 시선에서다. 신한금융으로서는 롯데손보를 인수하면 KB금융을 제치고 단숨에 리딩금융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다. 지난해 순이익을 보면 신한금융은 4조3,680억원, KB금융은 4조6,319억원으로 3,000억원이 채 차이 나지 않았다. 지난해 롯데손보의 순이익이 3,024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인수 후 차이가 곧바로 메꿔질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신한금융과 롯데손보 매각 사이 접점도 늘고 있단 의견도 제기된다. 신한금융이 디지털손보를 넘어 본격적으로 손보업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 2월 28일 특허청은 '신한손해보험' 상표 등록이 완료됐다고 공고했다. EZ손보와는 별개의 브랜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신한금융이 손보업 확대를 염두에 두고 포석을 놓은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대표가 롯데손보 사외이사로 영입된 점도 신한금융 인수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성 이사는 과거 신한생명 사장 시절 오렌지라이프와의 M&A를 주도한 바 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보험사 M&A 경력자인 만큼 신한금융에 인수 다리를 놓아주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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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측은 인수 전망 '부정', 지나치게 높은 몸값이 발목 잡았다

그러나 신한금융 측은 롯데손보에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진옥동 신한금융 CEO(최고경영자) 역시 지난해 하반기 "매물로 나온 보험사 가격이 너무 높다"고 언급한 바 있다. 롯데손보의 가격적 메리트가 떨어진단 것이다. 실제 매각 측이 제시한 2~3조원대 몸값은 터무니 없이 높은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창사 이래 최대치라는 롯데손보의 지난해 실적이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일종의 착시효과에 불과하단 인식이 팽배한 영향이다. 연간 3,000억원대의 순이익을 지속할 만한 역량이 있는지 확실치 않단 의미다.

미실현이익(CSM)의 규모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CSM마진율이 업계 최상위권 수준이지만 그 과정에 석연찮단 것이다. 지난해 말 롯데손보의 CSM마진율(장기보험 기준)은 52.0%에 달했다. 이는 ▲삼성화재 30.0% ▲현대해상 35.2% ▲KB손보 42.1% ▲한화손보 32.0% ▲흥국화재 28.0% 등을 현저히 앞서는 수치다. 그나마 ▲DB손보(53.2%)와 ▲메리츠화재(52.2%)만이 롯데손보와 비슷한 수준이다.

CSM마진율의 증가폭도 지나치다. 2022년 말 롯데손보의 CSM마진율은 39.4% 수준이었다. 1년 새 마진율이 13%p가량 높아진 것이다. 반면 경쟁사의 경우 같은 기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 2022년 말 CSM마진율은 ▲삼성화재 27.4% ▲현대해상 36.3% ▲KB손보 43.8% ▲DB손보 53.9% ▲메리츠화재 55.0% ▲한화손보 34.2% ▲흥국화재 26.6% 등이다. 모두 2023년과 비교해 1~3%p 차이에 불과하다.

CSM 성장률이 높다는 점 역시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최근 2년간 롯데손보의 CSM 성장률(기시 대비 기말)을 보면, 지난 2022년 23.7%(3,210억원)에 불과했던 성장률은 지난해 42.9%까지 급상승했다. 그 결과 2022년 1조3,560억원에서 시작한 CSM은 지난해 말 2조3,970억원까지 늘며 무려 1조원이 넘는 CSM 순증을 기록했다. 대형 손보사 중 CSM 순증이 연간 10%를 넘는 곳은 없다. 삼성화재가 9.5%(1조1,590억원)으로 가장 높고 현대해상 9.1%(7,600억원), 메리츠화재 8.6%(8,310억원), DB손해보험 4.4%(5,090억원) 등이다.

그만큼 롯데손보의 성장성이 높다고 받아들일 여지도 있지만, 애초 보험업계 전체에 대한 CSM 불신이 크다 보니 순익 규모가 불확실하단 인식이 확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보험사 관계자는 "롯데손보가 매력적인 건 사실이지만 확실성이 떨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오버페이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결국 롯데손보 매각이 실현되기 위해선 매각가 재산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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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금리 인하는 어려워도 8월은 가능? 환율 움직임이 더 급해

7월 금리 인하는 어려워도 8월은 가능? 환율 움직임이 더 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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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목요일(11일), 한은 기준 금리 발표에 금리 인하는 없을 것 전망
물가 잡혔다는 기대에 8월엔 금리 내려야 한다는 주장 가능성↑
환율 상승에 미국 금리 움직임 기다려야 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미국 금리 결정 리스크 사라지는 10월 이후에나 인하 가능하단 전망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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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오는 11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달에는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지만 8월에는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소수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근원 물가성장률은 2%, 석유, 곡물 가격 등은 여전히 상방 압력 있어

8일 증권가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통해 현재 3.50%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지난 5월 열린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11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이번 금통위에서도 금리동결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일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 움직임에서 석유류, 식료품류 등의 외부 요인 및 계정 요소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떨어진 만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지만,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유가와 환율 움직임, 농산물 가격 추이, 성장세 개선의 파급 영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금리인하 기조를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물가 상승률이 안정 목표(2%)를 향해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4% 오르면서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8% 상승했고, 국제유가는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중동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불안정한 모습이다.

반면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대 초반의 물가 안정세가 지속된다면 한은이 8월에 기준금리를 충분히 내릴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8월 인하를 예측하는 주요 관계자들은 금리 인하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만장일치 동결' 기조가 옅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이번 달에 금리 인하에 무게가 쏠린 소수 의견이 나올 경우, 정부와 정치권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시장 압박에 금리 인하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대통령실에서는 성태윤 정책실장이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었다"고 언급했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가 되면 금리 인하 논의를 주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물가 상승 압력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8월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까지 미국 금리 인하 시점까지 한은은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오는 9월 초 확인될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헤드라인 기준 2% 내외까지 안정된 것을 확인한 후 10월 금리 인하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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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에 환율 벌써부터 뛰어, 되려 금리 인하 못하게 될 것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보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논하는 건 섣부르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71원24전으로 1분기 1,329원40전보다 약 42원 높아졌다. 지난해 2분기 평균 환율(1,315원20전) 대비 1년 만에 56원가량 오른 것으로, 2009년 1분기(1,418원30전) 후 약 15년 만의 최고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4분기(1,364원30전)와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2년 4분기(1,357원20전)보다 원화 평가 절하가 큰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금융위기나 대형 재해가 없는 상황에서 달러당 1,400원에 육박하는 환율이 지속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스위스 등의 주요 선진 경제들이 먼저 금리 인하로 돌아선 데다, 한국도 경기 침체 압박 등으로 인해 조기에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 지배적이었던 탓에 환율이 먼저 움직였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한-미 기준 금리차가 2%에 달하는 와중에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금리차가 더 벌어지고, 원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동할 것을 시장이 미리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 국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시장 금리 격차가 더 확대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0년 만기채 기준 한국 국채 금리와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해 발 0.663% 차이에 불과했지만, 지난 5일 1.112%p로 확대됐다.

엔화 약세가 원화 및 위안화 등 동아시아 지역 화폐의 동반 약세를 불러온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시아 지역 화폐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시아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미국 경기 둔화하면 더 빨리 금리 내릴 수도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의 주요 고용 지표가 지난 4월부터 정상화되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되던 202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계속된 고용 과열 양상이 올해 들어 완화되다가 4월부터는 코로나19 이전 고용 상태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실업률이 4.1%로 오르면서 경기 과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지났다는 것이 미국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9월부터 금리 인하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6월 발표에서 올해 1차례의 금리 인하만 있을 것을 전망한 바 있어 일부 관계자들은 9월보다 12월 금리 인하를 예측하기도 하지만, 미국도 물가 상승세가 완연히 꺾인 만큼, 고용 지표 하락세를 방치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해석이다.

미국 기준 금리가 9월에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받고 있음에 따라 한국도 8월에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8월 금리 인하론을 지지하는 근거다. 그러나 올 2분기 환율 상승세가 빨랐던 데다, 미국 국채 금리가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8월보다는 10월 금리 인하에 더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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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은행권 M&A 시장 활기, ECB 금리 인하에 투자 심리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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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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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정책 유지하며 수익성 회복, 자본비율도 개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쌓인 드라이파우더, 투자처 물색
리밸류에이션 흐름,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 등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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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과 고금리 장기화로 위축됐던 유럽 은행의 인수합병(M&A) 시장이 유럽중앙은행(ECB)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유럽 주요 은행들이 수익성 회복에 힘입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데다 유럽 투자자들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도 넉넉해 당분간 유럽 은행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금리로 수익성 회복한 유럽 은행, 美보다 저평가

7일 업계에 따르면 ECB의 금리 인하를 계기로 최근 유럽 은행의 M&A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ECB는 지난달 6일 기준금리를 4.5%에서 0.25%p 내린 4.25%로 조정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더해 그동안 저평가됐던 은행주에 대한 리밸류에이션, 자본과 유동성 비율 개선, 주주환원 정책 등이 M&A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6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유럽 은행권 M&A 시장 동향 및 향후 과제' 보고서도 "유럽 은행권은 마이너스 금리에서 고금리 환경으로 전환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주요국 대비 시장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며 "유럽 은행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으며, 금리 상승에 따른 예대 마진 확대 등으로 수익성이 수년간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유럽 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성장세를 거듭해 온 미국 은행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된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은행권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7로 미국 은행권이 기록한 1.28에 비하면 낮은 모습이다. 유럽 은행주의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또 지난해 유럽 은행권의 연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전년 대비 1.6%p 증가한 9.3%를 기록했고, 지난해 4분기 보통주자본비율(CET1)도 15.73%로 전년 동기(15.39%) 대비 0.34%p 소폭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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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6월 6일(현지시각)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ECB

올해 초 UBS·유니크레딧 등 유럽 은행주 최고치 경신

유럽 은행들의 수익성에 대폭 개선되면서 유럽 은행주에 대한 투자 심리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3월 영국 로이드뱅킹그룹, 스위스 UBS, 이탈리아 유니크레딧, 스페인 산탄데르 등 유럽 주요 은행을 추종하는 '스톡스유럽600은행지수'는 6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FT는 유럽 은행의 펀더멘털이 강화하면서 유럽 은행주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경쟁사를 앞섰다고 진단했다.

스톡스유럽600은행지수는 구성 종목의 주가가 상승세에 힘입어 최근 1년간 34% 상승했다. 지난해 초 경쟁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한 UBS의 주가는 1년 새 46% 오르면서 지난 2008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니크레딧과 인테사산파올로 주가도 각각 13년, 9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해당 은행주들은 ECB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가시화된 지난 5월에도 3거래일 연속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최근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은행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주주환원 정책도 투자 심리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유니크레딧은 지난해 배당금으로 총 86억 유로(약 12조8,800억원)를 지급하며 100%의 주주환원율을 달성했고, 이후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기 대비 10.9% 증가한 63억 유로를 기록하면서 올해 총 배당금 규모를 100억 유로(약 15조원)로 상향 조정했다. 도이체방크(Deutsche Bank)도 올해 최우선 과제가 '주주들에 대한 보상'이라고 선언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신중론도 "주요국 금리 인하 흐름 지켜봐야"

은행권의 M&A도 활성화되는 추세다. 자국 기업 인수에 적극적인 유럽 내 각국 사모펀드(PE)들의 운용자산이 크게 늘면서 M&A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피치북은 "유럽 PE들의 운용자산은 최근 10년간 2배 이상 증가했고, 드라이파우더도 넉넉한 상황"이라며 "충분한 실탄을 장전한 만큼, 올해 조 단위의 메가딜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재 글로벌 PE의 드라이파우더는 넉넉하다 못해 '넘치는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PE는 고금리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증가 부담뿐 아니라 매도자와 매수자 간 밸류에이션 격차로 그간 펀드 자금을 쉽사리 소진하지 못했다. 그러나 출자자(LP)들의 회수 요구 등으로 운용사들이 더 이상은 관망세를 유지하기는 힘든 상황이 되면서 세계적으로 M&A 거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다만 아직 유럽 내 각국 정부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영국과 노르웨이는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최근 금리를 인하한 스위스도 추가 인하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ECB와 영국 중앙은행이 시장 예상대로 올해 연말 금리 인하 기조에 돌입하면 유럽 은행들의 순이자수익(NII) 흐름이 꺾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피치북의 라파엘 퀴나 선임 디렉터는 "금리가 낮아져 기업 활동이 촉진되고 성장 전망이 개선되면 은행 수익성을 떠받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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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사업장 옥석 가리기 본격화, 일각선 저축은행발 '7월 위기설' 우려 나오기도

부동산 PF 사업장 옥석 가리기 본격화, 일각선 저축은행발 '7월 위기설' 우려 나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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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구조조정 시작, '유의' 사업장 재구조화·'부실우려' 사업장 경·공매 매각
시장선 7월 위기설 확산, "PF 정상화 과정에서 저축은행 추가 손실이 충당금 규모보다 커질 수 있어"
과거보다 정부 대응 발전한 건 호재, 금융권 자기자본 대비 PF 부담도 75.6%→57.8%
PF criteria FE 20240708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저축은행업계 위기설이 돌기 시작했다. 재구조화 과정에서 추가 손실 비용이 충당금 규모를 웃돌면 적자가 심화할 수 있단 것이다. 특히 일각에선 '7월 위기설'이 거론되기도 한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부실 건이 대부분 7월에 몰려 있는 만큼 부실 문제가 한 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PF 사업성 평가 완료, 금감원 현장 점검 돌입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들은 지난달 13일부터 부동산 PF 사업장을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해 사업성을 재평가한 뒤 그 결과를 지난 5일 금융 당국에 제출했다. 유의·부실우려 평가를 받은 사업장에 대해선 이달 말까지 재구조화 계획을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경·공매 등 본격적인 PF 사업장 구조조정은 내달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번 주부터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결과와 관련한 현장 점검에 돌입한다. 금융사가 제출한 사업성 평가 결과와 금감원이 자체 평가한 결과가 크게 차이 나는 사업장이 그 대상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 리스크위원회에서 사업성 평가 예외 사업장으로 분류한 사실을 확인됐다"며 "현장점검을 통해 평가를 예외로 한 사유가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업장 평가 등급은 현장 점검을 통해 사업성 평가가 제대로 시행됐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최종 확정된다. 당국은 '유의' 등급 사업장에 대해선 재구조화 및 자율매각을 추진하고 사실상 사업 진행이 어려운 '부실우려' 사업장은 경·공매를 통한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부실우려 평가를 받은 사업장에 대출을 해준 금융사는 대출금의 75%까지 대손 충당금을 쌓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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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7월 위기설'? 저축은행업계 손실 심화하나

당국의 목표는 양호한 사업장을 살리되 부실한 사업장은 정리하는 '옥석 가리기'를 본격화함으로써 전 금융권으로의 PF 부실 확산을 막는 것이다. 이와 함께 양호한 정상 사업장이 불합리하게 정리될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도 강조했지만, 일각에선 저축은행발 부동산 위기설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그러잖아도 적자에 허덕이던 저축은행업계가 PF 정상화 과정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단 시선에서다.

업계에선 PF 사업장 재구조화에 따른 저축은행의 추가 손실 비용이 이미 적립된 충당금 규모를 크게 웃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NICE신용평가의 분석에 따르면 앞으로 저축은행업계에서 2조6,000억~4조8,000억원가량의 PF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부진을 면치 못하는 저축은행 입장에선 부담될 수밖에 없는 액수다. 실제 79개 전체 저축은행은 지난해 연간 기준 5,5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데 그쳤고, 올 1분기엔 그마저도 적자 전환해 1,543억원의 손실을 봤다. 저축은행업계는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손실 규모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에 적자 누적을 버텨낼 만한 체력이 없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저축은행의 '진짜' 위기가 이번 달부터 시작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저축은행 위주의 부동산 PF 부실 건들이 대부분 7월에 몰려 있는 데다 정부 주도의 부실 사업장 정리가 2분기부터 진행되면서 긴장을 늦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PF 부실 문제가 심화하자 "4월 총선 이후 부동산 PF 부실에 건설업계가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4월 위기설이 불거진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금융위기 사태 반면교사 삼을 수 있을 것"

다만 이 같은 '7월 위기설'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정부의 PF 연착륙 의지가 큰 데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 비슷한 사례를 이미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1년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7곳에 6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2008년 말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한 가운데 PF 대출이 늘면서 건전성 리스크가 커진 탓이다. 당시 업계에 따르면 2004년 10조원 규모에 불과했던 부동산 PF 대출은 2008년 83조원까지 불었고, 2005년 2.0% 수준이던 PF 연체율은 2009년 25.1%까지 치솟았다. 이렇다 보니 부실 사업장은 정상화에 실패했고, 정상 사업장도 이내 부실화했다.

당시 정부의 대응도 사실상 실패했단 평가가 주류다. 정부는 PF 대출의 취급과 운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저축은행 전수조사를 실시한 뒤 정부매입 등으로 미분양 해소 방안에 주력했다. 사업성 평가를 실시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부실 PF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을 활용해 구조조정을 이루기도 했다. 속도에 초점을 맞춰 발 빠른 대처를 이루겠단 취지의 정책이었으나, 사업성 평가가 지속될수록 부실채권이 늘어난 탓에 질서 있는 구조조정에 실패했다.

반면 최근 정부는 사업성평가 등 사후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기준을 세밀화해 부실 정도를 단계별로 나누는 식이다. 사업성평가도 기존 '양호·보통·악화우려' 등 3단계에서 상술한 4단계로 확장했다. 이와 함께 충당금 강화로 손실 인식을 이연할 소지를 방지하고 실효성이 높았던 건설경기 대책인 CR리츠(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 LH의 건설사 토지 매입 등도 도입한다. 또 금융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부실을 정리할 수 있도록 일시적 규제 완화도 실시할 예정이다.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보다 꼼꼼한 극복 방안을 마련함 셈이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대비 상황이 다소 양호하단 점도 호재다. 물론 수치만 보면 현 상황이 과거보다도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일례로 현시점 부동산 PF 규모는 230조원으로, 이는 금융위기 고점인 2009년 103조원의 2.2배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의 명목가치, 금융사 자본력 등 외부 요인을 모두 고려하면 올해 PF 규모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축소된 수준이다. 가령 주택시장 시총 대비 규모가는 2009년 3.6%에서 2023년 3.7%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약 50조원으로 추정되는 비주택을 제외하면 2.9%로 하락했다. 과거와 회계기준이 변경된 보험업을 제외하면 금융업권이 자기자본 역시 2009년 대비 2023년 3.0배나 커졌다. 이를 모두 포함해 계산하면 금융권 자기자본 대비 PF 부담은 금융위기 당시 75.6%에서 오늘날 57.8%로 대폭 축소했다.

부실 발생 배경에도 차이가 있다. 과거엔 공급과잉과 고분양가로 초래된 미분양 적체로 인해 본 PF 미매각 리스크가 발생한 게 부실의 원인이었다. 이에 부실 리스크는 주로 시공사에 집중됐고, 착공 후 매각 단계에도 부실이 발생한 탓에 저축은행뿐 아니라 건설업계에도 큰 타격이 이어져 부실 해소에 어려움이 컸다. 반면 최근 사태는 사업비 급증 및 기대 사업성 약화로 초기 단계인 브릿지론에서 사업이 좌초돼 본 PF 전환 자체가 실패한 게 부실의 원인이다. 즉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옥석 가리기'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의 리스크 해소가 가능하단 의미다. 이와 관련해 금융업계 관계자는 "감독 당국이나 정부가 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교훈 삼아 저축은행업계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분위기"라며 "아직 위기설을 거론하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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