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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하락 가시화, '중국 경기 침체·트럼프 전 대통령 강세' 등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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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연속 유가 하락세, WTI 가격 총 2.25% 감소
약세 보이는 중국 경제, 부동산 시장 침체·내수 부진 등이 원인
연준에 '고금리 기조 유지' 주문한 트럼프, 유가 하락 흐름에 일조했나
oil price down FE 20240717

중국 경제 침체에 원유 수요 둔화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했다. 실제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하락을 거듭하는 등 경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강세가 유가 하락을 촉발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화석연료 확대 기조가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단 것이다.

중국 경기 둔화에 유가 하락세

16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근월물인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15달러(1.40%) 하락한 배럴당 80.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또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9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1.12달러(1.32%) 하락한 배럴당 83.7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하락세로 유가는 사흘 연속 하락한 셈이 됐다. WTI는 지난 3거래일 동안 가격이 2.25% 하락했고, 브렌트유는 이달 들어 가장 낮은 가격을 형성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가 둔화한 점이 유가 하락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한다. 중국 경제 약세가 수요 불안을 자극하면서 유가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원유 수요 감소세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바 있기도 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의 하루 원유 가공량은 1,420만 배럴 수준이었다. 근 6개월 동안 가장 적은 수치다. 이에 대해 옙준롱(Yeap Jun Rong) IG그룹 애널리스트는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중국 3중 전회에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경기 부양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유가 약세는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china down FE 20240717

중국 GDP 성장률 4.7%, 소매 판매도 2% 상승에 그쳐

실제로 최근 중국의 경기 지표는 거듭 악화하고 있다. 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3분기 4.9%(전년 동기 대비), 지난해 4분기 5.2%, 올 1분기 5.3% 성장하며 3개 분기 연속 회복세를 보였던 경제성장률이 2분기 들어 급격하게 둔화세로 돌아선 것이다.

중국 측은 홍수·재해 등 '단기 요인'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위축됐다고 강조했다. 당장 경제 운영이 어려움이 있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경제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제 지표 하락의 원인으로 중국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꼽는다. 이는 중국의 내수 관련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통계국이 발표한 경제 지표에 따르면 6월 중국 소매 판매는 지난해 동기 대비 2%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 추정치 3.4%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으로, 내수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방 정부의 채무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중국 지방 정부의 채무는 총 7조~11조 달러(약 9,680조~1경5,2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중앙 정부 부채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자금조달용 특수법인(LGFV)을 앞세워 무작정 부채 규모를 키우다 보니 채무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시장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6월 중국의 신규 주택 가격은 지난해 동기 대비 4.5% 감소해 2015년 6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을 보였고, 부동산 투자 역시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 업체의 자금 조달은 23% 줄었고, 신규 주택 판매액 역시 25%나 급감했다.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시장 역시 덩달아 흔들리는 모습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ESG 채권의 주요 발행 주체였던 중국 건설업계가 줄파산 위기 등으로 자금 조달을 미룬 탓이다. 실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3년 중국 3대 ESG 채권 발행사로 꼽히던 중국 진마오 홀딩스그룹과 수이온 랜드, 비야디(BYD)는 올해 들어 채권 발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년간 43억 달러(약 6조원)에 달했던 중국 개발업체의 상업용 모기지 담보 증권 판매도 올해엔 전무했다. 이렇다 보니 올해 상반기 기준 아태지역 ESG 채권 발행으로 조달된 금액도 28억 달러(약 3조9,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6% 급감했다. 이처럼 중국 내부적 경제 위기가 외부로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유가 하락이 현실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강세도 유가 하락 견인

일각에선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유력한 점도 유가 하락을 촉발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내세워 온 만큼 향후 유가 하락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단 것이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을 요청한 것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고금리 장기화는 원유 수요를 위축해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의 대선 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쩌면 그들(연준)은 선거 전에, 11월 5일 전에 (금리 인하를) 할 수 있겠다"며 "그것(금리 인하)은 그들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란 것을 알지만"이라고 언급했다. 11월 대선 전 기준금리를 낮춰선 안 된다고 직접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세가 오히려 화석연료 기반 산업에 폭등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친환경 정책에 거부감을 드러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그간 정부 보조금을 기반으로 세를 불리던 친환경 기업이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시선에서다. 특히 전기차 분야에서 최대 7,500달러(약 1,037만원)를 지원하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보조금이 사라질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 4월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지원) 명령 폐기에 서명할 것을 약속한다"고 발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IRA 보조금이 철폐되면 신규 업체의 전기차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고, 결국 하이브리드차 등을 판매하는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게 될 공산이 크다.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시장 판도가 격변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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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인플레 목표 달성 확신", 시장에선 9월 금리인하에 이어 8월 인하 점치기도

파월 "인플레 목표 달성 확신", 시장에선 9월 금리인하에 이어 8월 인하 점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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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인플레 목표 조만간 달성할 것으로 확신한다"
시장선 9월 금리 인하 전망 지배적, 8월 금리 인하 예상도 나와
노동 시장 냉각·주거용 부동산 위험 신호에 금리 인하 기대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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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 사진=연준 유튜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은 9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9월 금리 인하? 8월도 가능?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이코노믹 클럽 대담에서 1분기에는 확신을 얻기 어려웟지만, 2분기 들어 물가상승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주에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 연준의 정책 결정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고 답했다.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사실상 9월 금리 인하를 확정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2%까지 도달할 때까지 기다린다면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이라며 "현재의 긴축이나 긴축 수준이 인플레이션을 2% 아래로 끌어내리는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부분에서 연준이 경기 침체가 더 가시화되기 전에 정책 방향을 틀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 월가 예측치를 모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 워치(Fed Watch)에서는 오는 31일(현지시간)으로 예정된 다음 연준 회의에서 0.25%p 금리 인하를 예측하는 비중이 8.8% 늘었고, 9월 18일(현지시간)에는 0.25%p 인하에 85.7%, 추가 인하에 14.2%가 쏠리는 상황이 됐다(한국시간 7월 16일 오후 4시 기준).

앞서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경기가 둔화하고 있어 연준은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노동 시장 리스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플레이션이 2%로 떨어지지 않았더라도 금리 인하를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지난 11일 “금리 인하 시기가 곧 무르익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Federal Reserve System FE 20240716 002

페드워치, 올해 12월까지 0.75%p 인하 확률도 62%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리는 12월 18일까지 연준이 3회 이상(0.25%p폭 기준) 금리를 내릴 확률을 62%로 반영했다. 일주일 전인 7월 9일만 해도 연준이 연내 3회 이상 금리를 내릴 확률은 25.9%에 불과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도 2회 인하(46.7%)였다. 미국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 시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서는 7월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골드만삭스의 보고서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오는 9월 인하를 자사의 기본 전망으로 유지하면서도 이달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탄탄한 근거(solid rationale)가 있다"고 밝혔다.

그간 불경기 신호 및 금융 경색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금리를 쉽사리 내릴 수 없었던 이유로 미국 고용 시장의 활황이 꼽힌다. 중국에서 대거 이탈한 달러 투자금이 미국 내 제조업에 투입된 데다, 미 정부의 보조금도 제조업 활황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최근 연구를 통해 불법 이민자 유입이 미국 고용시장을 계속 냉각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브게니야 두자크 샌프란시스코 연은 경제학자는 이날 연은 웹사이트에 게재한 논문에서 “지난해 노동시장 경색이 완화한 원인의 약 5분의 1은 이민자 급증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민자들의 노동력 전환이 지연되고 이민자의 지속적인 유입을 가리키는 업데이트된 추정치를 고려할 때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자크 연구원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130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추가로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올해 회계연도엔 불법 이민자 수가 380만 명을 돌파해 의회 예산국(CBO)의 최근 추정치인 33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노동 시장 냉각에 부동산 시장도 침체로 접어들어

미국 고물가의 핵심 요소 중 하나였던 주거용 부동산 시장도 침체로 접어드는 상황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이 시장에 충격파를 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테크니컬 트레이더스의 크리스 베르뮬렌 수석 시장 전략가는 지난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부동산은 가파른 가격 조정에 직면했다"며 "주거용 부동산을 비롯해 상업용 부동산(CRE) 모두 가격이 약 30%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동산 가격과 금리가 함께 높아지면서 커진 재정 부담이 결국 가계 소비 여력을 축소시키고 월세 하락을 이끌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사람들이 모기지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과 눈을 낮춰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어 집을 팔기 시작할 것"이라며 "아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2~3년 정도가 지나면 부동산 시장은 크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가격 하락을 점치기도 했다. 이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CRE에서 손실을 본 은행들이 대출을 주저해 수요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일부 지역에서는 50%의 가격 하락이 있을 수도 있고, 이러한 침체를 회복하는데 7~10년은 걸릴 것"이라고 은행권에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늦어질수록 은행권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장 물가 목표 2%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정책 시차를 감안해 늦어도 9월에는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자칫 부동산 시장에 장기 불경기가 올 경우 기업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15일 이코노믹 클럽 대담에서 미국의 경착륙 우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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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의 롯데건설 공모채 지원 포기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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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7월 1,500억원 공모채 발행 예정, 롯데케미칼 신용 보증 無
조달 금리 1% 상승 예상, 롯데케미칼 적자 누적에 추가 보증 어려워
롯데그룹 전반적인 영업 현금 흐름 악화에 시장 우려도 커지는 중
lottechem 1Q FE 20240716

롯데케미칼이 자회사 롯데건설의 공모채 발행 지원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적인 실적 악화에 따른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에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의 도움 없이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생존 투쟁' 중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지원 포기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이달 최대 2,0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1년 6개월물(1,200억원), 2년물(300억원) 등으로 나눠 합계 1,500억원 발행을 목표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간 신용 보증에 나섰던 롯데케미칼은 이번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간 롯데건설은 자체 신용등급인 A+보다 더 나은 조건에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의 신용 등급이 AA였던 덕분이다. 지난 2월 2,000억원의 공모채를 발행할 당시 롯데케미칼이 신용 보강을 한 덕분에 AA급인 연 4%대 금리로 공모가 진행됐다. 그러나 최근 신용평가 3사가 롯데케미칼의 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꿔 달면서 롯데케미칼의 신용보증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 됐다. 지난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2년 넘게 영업 적자가 이어진 데다, 중국 업체들의 화학 시장 침투로 수급 여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5월 열린 2024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석유화학 산업이 매우 어렵다.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과 글로벌 수요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원가 역시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이런 사업 환경 속에서 명확한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대전환을 통해 기업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거 수익의 핵심이었던 범용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을 축소하고, 신성장 사업인 2차전지 소재 및 수소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 수요 급감에 따라 2차전지에 대한 시장 수요가 저조한 데다, 수소 사업 역시 당분간 혐금 흐름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롯데케미칼이 과거 먹거리 사업에서 현금 흐름을 만들어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신산업도 당분간 영업 현금 흐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란 지적이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5조861억원, 영업손실은 1,353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0.9%) 증가했지만, 영업적자폭은 지난해 1분기(53억원)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여기에 말레이시아 시장에 상장된 자회사 LC타이탄의 가치가 상장 당시 4조원에서 최근 7,000억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누적 손실에 대한 우려도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LC타이탄은 지난 2022년 2,952억원, 2023년 2,54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들은 LC타이탄을 비롯한 주요 알짜 자산 매각 없이 롯데케미칼의 실적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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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지원 없는 공모채, 이자율 1% 상승 전망

롯데케미칼의 지원 없이 롯데건설이 자체 신용등급만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조달 금리는 지난 2월 4% 대비 약 1% 정도 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관투자자들에게 1년 6개월물, 2년물의 희망 금리밴드를 각각 5.0~5.6%, 5.1~5.8%로 제시했으나 수요가 부족해 일반 투자자들의 희망 수요까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건설이 지난 2월 2조원을 수혈해 대구 남구 대명동 등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긴급 자금을 공급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자금에 대한 압박이 롯데건설의 재무 상황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롯데건설이 이번 자금난을 극복한다고 해도 단기 차입금 만기가 계속 돌아온다는 점에서 향후 자금 압박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특히 이번 공모채 발행에 롯데케미칼의 지원이 없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롯데그룹 전체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과거 껌, 과자 등의 소매품 위주의 기업이 롯데케미칼의 굴기 덕분에 굴지의 중화학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만큼, '맏형' 격인 롯데케미칼의 장기 영업적자가 롯데그룹 전체의 현금 흐름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당시에 일본 롯데의 이사진이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준 이유 중 하나가 롯데케미칼의 고속 성장이었다는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그룹 전체에서 롯데건설에 연이어 자금 지원에 나설 때만 해도 부동산 PF 침체로 인한 '쉬어가기'로 바라봤으나,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에서조차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그룹 전체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빠른 시일 내 자금난 극복은 어려울 것

한국신용평가도 롯데케미칼 신용도 변화 여부가 롯데지주의 신용도를 좌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이유로 지주사 등급 전망 바꾸면서 롯데건설 외에 롯데캐피탈, 롯데렌탈 등의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대기업 자회사들은 자금 압박에 직면하더라도 지주회사와 모기업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 상대적으로 높은 등급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중간 지주회사 격인 롯데케미칼이 위기에 처하면서 신용 등급이 동반 하락할 위험에 처한 것이다.

지난 2021년만 해도 롯데건설의 지분 합계 86.86%를 갖고 있는 롯데케미칼(43.79%)과 호텔롯데(43.07%)가 롯데건설 상장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자본 이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PF 시장 악화로 롯데건설에 2022년 하반기부터 연이어 긴급 수혈 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룹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던 상황이다. 여기에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롯데케미칼마저 지난 3년 사이 총차입금이 3조3,000억원에서 9조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영업적자가 3년째 개선되고 있지 않은 만큼, 이제 자회사 지원보다 롯데케미칼 자체의 생존에도 시장의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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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확대에 부실 리스크도 커진 증권사들, 예보 "RRP 제도 대형 증권사로 확대해야"

규모 확대에 부실 리스크도 커진 증권사들, 예보 "RRP 제도 대형 증권사로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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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대형화 양상에 예금보험공사, RRP 제도 증권사에까지 확대 검토한다
2021년 한국에 본격 도입된 RRP 제도, 현행 SIFI는 5대 금융지주 및 산하 은행들
증권사 장외파생상품 거래 잔액 2,521조원, "파생상품 조기 종결 시 후폭풍 클 것"
KDIC Securities FE 20240716

최근 증권사가 대형화하면서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자 '자체 정상화·부실정리계획(RRP)' 제도를 대형 증권사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증권사 리스크가 자본시장에 전이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부실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증권사에 대한 RRP 도입이 현실화하면 사후 정리 비용 절감 등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 증권사에도 RRP 제도 도입 타진

16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대형 증권사에 대한 RRP 제도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다. RRP 제도는 금융회사 부실이 생기거나 도산했을 때를 대비해 자본 확충 및 자금 조달 계획을 미리 만들고 최악의 경우 회사를 정리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미리 작성하는 제도다. 사전 위기 대응체계를 갖춰 금융기관 부실에 따른 피해를 줄이겠단 취지로 도입됐으며, 크게 정상화계획과 정리계획으로 구성돼 있다.

증권사에 RRP 제도가 적용되면 해당 증권사들은 경영 위기 상황을 대비해 자체 정상화 계획을 작성해야 한다. 자체 정상화 계획은 △자본 적정성 및 재무 건전성 확보 △인력 구조 및 조직구조의 점검·개선 △사업구조의 평가 및 핵심사업의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 예보 역시 금융 체계상 중요한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건전성을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부실정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부실정리계획에는 △조직구조 및 재무 현황 분석 △금융 및 경제적 중요 기능의 보호를 위한 체계적 정리전략 및 실행 방안 △핵심 기능 및 핵심사업의 유지계획 등이 포함된다.

RRP Summary FE 20240716

RRP 논의 시작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RRP 제도가 처음 논의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다. 당시 미국의 AIG와 리먼 브라더스 등 대형 금융회사가 부실로 휘청이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에 혼란이 초래된 바 있다. 이에 G20(주요 20개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금융 시스템 혼란과 납세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2011년 금융안정위원회(FSB)는 '금융체계상 중요한 금융기관(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 SIFI)' 부실 전이를 차단하기 위한 권고안을 제시했다. 이것이 RRP 제도의 시작이다.

한국에선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된 2021년 6월 30일부터 RRP 제도가 본격 도입됐다. 당시 개정안은 SIFI로 KB·신한·하나·우리·NH 등 5대 금융지주와 그 산하 은행을 지정했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 및 은행 총 10개사는 위기 상황을 인식하기 위해 '자본적정성·유동성 비율'을 발동 지표로 선정하고 규제 비율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버퍼를 둬 위기 징후 혹은 위기 상황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자체 정상화 수단으로는 채권 발행 및 예금 조달 등 유동성 조달과 자산 매각, 자본 확충 등을 선정했다. 이후 제도를 다듬어 지난해에는 부실 상황에서 정부차입 및 공적자금 조달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추가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보완하기도 했다.

개정안엔 사후 조치 방안도 담겼다. 우선 금융위원회는 SIFI에 경영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경우 자체정상화계획에 따른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일정한 기간 내에 해당 조치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다. SIFI가 부실금융기관 등으로 결정됐을 때 거래 상대방이 최대 2영업일간 적격금융거래(특정한 파생금융거래 등)를 종료·정산시킬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할 수도 있고, 적격금융거래 종료·정지를 일시 정지할 경우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고할 의무도 부여했다. '상시적인 SIFI 부실 대비체계'를 마련한 셈이다.

증권사 자금 조달·공급 기능↑, "위기 대응 능력 키워야 할 시점"

다만 증권사가 RRP의 틀 안에 속하지 못한 부분은 제도상 허점으로 꼽혀 왔다. 시장 일각에선 "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을 고려하면 증권사에 먼저 RRP 제도를 도입해야 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국내 증권업계의 규모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는 발행어음 업무를 통해 은행과 같이 자금 조달 기능을 수행하고 있고, 대규모 증권 매입 등 자금 공급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증권사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군다나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의 장외파생상품 거래 잔액은 총 2,521조원에 달한다. 증권사 부실로 파생상품이 조기 종결되면 금융시장에 미치는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5주 이내에 보유 파생계약의 약 80%가량인 73만 건이 조기 종결됐다. 이에 전 세계 금융시장은 붕괴를 가속했고, 결국 대대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금융시장과의 연계성이 한층 높아진 국내 증권사가 파산하면 국내 자본시장에 그 리스크가 그대로 전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이런 가운데 RRP 제도가 증권사에까지 확대되면 증권사의 위기 대응 능력이 강화됨에 따라 사후 정리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부실이 발생한다고 해도 예보 차원에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해지는 만큼 금융 시스템의 혼란이 최소화하고, 그 결과 금융불안의 전염이 줄어 사후 처리 비용이 절감된다는 의미다. 예보가 SIFI 지정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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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건설사 ‘미청구 공사액’ 급증, 미분양·원자재가 상승에 유동성 위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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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현대건설 전년 대비 1.6조 늘고, 삼성물산도 0.7조 증가
10년 전에는 중동 덤핑 수주 경쟁 후유증 "지금은 달라"
미청구액 대다수 국내에서 발생, 준공 단계에서 메꿔져
construction 20240715

지난해 국내 주요 건설사의 미청구 공사액이 조 단위로 늘어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10년 전 중동발 어닝쇼크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건설업계는 2020~2022년 급증한 국내 수주 물량이 반영돼 매출이 증가해 과거와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들어 미분양 사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향후 국내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발주처에 미청구 공사액 받지 못하면 건설사 '손실'로 전환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지난해 미청구 공사액은 5조3,35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3조7,347억원과 비교해 42.9% 증가한 수치다. 삼성물산은 같은 기간 1조1,201억원에서 1조8,443억원, 대우건설은 1조2,053억원에서 1조2,953억원으로 늘었다. 해당 수치는 해외와 국내 건설사업의 미청구금을 모두 합친 규모다.

미청구 공사액이란 건설사가 공사를 하고도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으로 업계에서는 '잠재 부실'로 본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은 공정 기간이 오래 걸리는 건설업의 특성상 진행 중인 공사의 대금을 공사 진행률을 감안해 회계상 자산이나 수익으로 처리한다. 그런데 발주처가 공사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아 추산한 액수만큼 대금을 받지 못하거나 지연될 경우 미청구 공사액은 손실로 전환된다.

미청구 공사액은 회수 시점과 액수가 불안정하다는 점에서 규모가 확대될 경우 유동성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후 2010년대 대형 건설사들이 일제히 어닝쇼크를 낸 것도 미청구 공사액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국내 건설사들은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자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해외 플랜트 공사 수주에 올인했는데 이 과정에서 국내 건설사들은 입찰 자격을 수억원씩 낮춘 덤핑 수주로 출혈 경쟁을 벌였다.

결국 해당 건설사업의 준공이 도래한 2013년부터 건설사들은 대규모 적자가 내기 시작했다. 실제 오일머니의 최대 피해자가 된 GS건설은 아랍에미리트 정유공장 확장 공사 등에서 영업손실 5,355억원을 기록했고, 당시 중동 플랜트 사업에서 가장 많은 수주고를 올린 삼성엔지니어링도 사우디 마덴 알루미늄 공장 건설 공사 등에서 2,197억원대 손실을 냈다.

주택 경기 활황기에 매출 증가하면서 미청구 공사액도 늘어

히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최근의 미청구 공사액의 증가의 성격이 10년 전과는 다르다고 보고 있다. 과거 건설사 어닝쇼크 사태에서는 미청구 공사액 대부분이 중동의 플랜트 공사에서 발생한 데다 입찰 과정에서 건설사 스스로 가격을 낮추다 보니 발주처에 청구할 수 있는 금액도 제한됐지만 지금은 미청구 공사액 상당수가 국내 시장에서 일어나 준공이 되면 메꿔질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준공 후 입주 단계에서 분양자들이 잔금을 치르면 미청구 공사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1년 새 1조원 넘게 미청구액이 늘어난 현대건설의 경우 하반기 준공 시기가 집중돼 있어 올해를 넘기면 미청구액이 상당 규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개발사업 등 공공 공사는 선수금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미청구액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설사 발생하더라도 대부분 원가 인상분을 인정해 준다. 민간 주택사업도 중도금 대출 단계로 넘어가면 도급 사업의 미청구액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여기에 2020~2022년 주택 경기 활황기의 수주 물량이 매출에 반영된 것도 미청구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수치상으로는 미수금이 대폭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매출 증가세를 감안하면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청구 공사액이 가장 큰 현대건설의 매출액 대비 미청구액 비중은 2년 연속 1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미청구액 비율이 크게 늘었지만 애초에 비중 자체가 10% 미만으로 매우 낮다. 전체적으로도 국내 주요 건설사 대부분이 미청구 공사액의 5%를 넘지 않는다.

project financing 20240715

건설경기 침체에 부동산 PF 등 '유동성 위기' 촉발 가능성

일각에서는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매출액 대비 미청구액 비중이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결국 늘어난 매출만큼 못 받는 돈도 많아지는 구조라 건설사의 현금 여력이 떨어지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최근 주택 경기 악화와 건설업계의 부실채권 확산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주택 경기가 악화하면 발주처가 자금난, 부도 위기에 빠지면서 공사비 회수가 어려워진다. 책임 준공 등의 약정을 맺고 진행된 건설사업의 경우 시공사가 자체 사업으로 떠안는 경우도 있다.

실제 주택 경기 악화에 미분양 주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14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7월 미분양 물량 전망 지수는 110.3으로 지난 5월 100에 비해 두 달 새 10.3이나 급상승했다. 5월 전국 미분양 가구는 7만2,129호로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정부가 '위험치'로 판단한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6만2,000가구로 이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전월 대비 2% 증가한 1만3,230가구로 10개월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70%를 넘어선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발주처와 공사비 마찰 빚는 사업장도 적지 않다. 현대건설은 강북 지역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은평구 대조1구역(힐스테이트 메디알레)의 재개발 현장에서 1,800억원 규모의 공사비를 받지 못하면서 올해 1월 1일부로 작업을 중단했다. 대보건설은 세종 공동캠퍼스 공사에서 발주처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지만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대보건설은 300억원대 손실을 주장하며 공사 중단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이미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일례로 대구 지역 중견건설업체 HS화성은 공사대금 회수에 차질을 빚은 데다 부동산 PF(Projet financing) 우발 채무 등이 겹치면서 유동성 유출을 겪었다. 신세계건설은 공사원가 상승, 저조한 분양 실적, PF 우발 채무 리스크 확대 등으로 손실이 발생하면서 신용등급이 A2에서 A2-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외에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보유한 대형 건설사들도 급증한 재무 부담에 자산을 매각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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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주도 '자진 상장폐지' 흐름 확산, 주주 경영권 간섭 심화·주가 급락 등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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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발 자진 상장폐지에 주주 불만 확대, 지분 결집 등 행동에 나서기도
비상장사가 관리 더 쉽다는 사모펀드들, 주가 급락-디폴트 위기 등도 영향
기업가치 폭락에도 일정 수준에 주식 매각 가능, "상장폐지가 주주에게도 이익" 견해도
stock price dip FE 20240715

최근 사모펀드(PEF) 주도 상장폐지가 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공개매수 가격이 개별 주주의 매입가보다 낮게 책정돼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사모펀드 측은 ▲의사결정의 신속함 확보 ▲지나친 공시의무 부담 탈피 등 비상장화에 이점이 더 많다는 입장이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인수금융 관련 비용이 증가한 탓에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도 있다.

쌍용C&E·락앤락·커넥트웨이브 등 자진 상장폐지 추진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쌍용C&E는 지난 9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자진 상장폐지됐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상장폐지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락앤락(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커넥트웨이브(MBK파트너스), 제이시스메디칼(아키메드그룹) 등도 사모펀드가 공개매수를 통해 상장폐지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엔 오스템임플란트와 루트로닉이 사모펀드 주도로 상장폐지된 바 있다. 당초 국내에선 드물게 나타나던 사모펀드 주도 상장폐지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에서 2010년대 초반 일부 사모펀드의 상장폐지 사례가 나타난 이후 2023년부터 일부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에 의해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되는 사례가 본격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에 의한 자발적 상장폐지가 확산된 건 해외도 마찬가지다. 미국 내 사모펀드 주도 상장폐지는 2016년 28건에서 2022년 45건까지 증가했고, 일본은 2022년 12건, 2023년 18건을 기록했다. 일본 대표 상장기업이던 도시바도 일본 사모펀드 컨소시엄에 의해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된 바 있다.

이 같은 흐름에 주주들은 불편하단 입장이다. 공개매수 가격이 개별 주주의 매입가보다 낮은 경우가 많은 탓이다. 불합리함을 타파하고자 직접 행동에 나선 이들도 있다. 락앤락 소액주주들이 락앤락 대주주인 어피니티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이 너무 낮다며 저지를 위한 지분 결집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커넥트웨이브 소액주주들은 커넥트웨이브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주가를 일부러 떨어뜨렸다고 주장하며 로펌 선임에 나서기도 했다.

사모펀드 비상장화 속도, "공시의무 탈피 등 이점 많아"

사모펀드 측이 주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비상장화에 속도를 내는 건 상장사보다 비상장사가 관리에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우선 상장폐지 이후 기업은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 간 이견 발생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주주총회 결의 요건은 주요국과 비교해 매우 엄격한 편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행 주식이 총 100주인 회사의 주총 결의에 필요한 최소 찬성 주식(보통주) 수'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25주 정도로, 미국(1주)·일본(1주)·영국(2주)·중국(1주), 프랑스(11주)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다. 사모펀드가 상장폐지의 이유로 '경영활동의 유연성 및 의사결정의 신속함 확보'를 꼽는 이유다. 여러 가지 공시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로 꼽힌다. 상장사는 경영상의 주요 결정 사항이나 정보들을 시장에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문제는 공시의무에 따른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공정거래법에 국외 계열사 공시의무, 공익법인 공시의무가 각각 도입된 데 이어 2022년엔 하도급법에 하도급대금 공시의무가 신설됐다. 몇 년 새 신규 공시가 연달아 시행된 것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8개 분기공시 항목을 연공시로 전환하는 등 공시 부담 개선 방안을 마련하긴 했으나, 오는 2026년부터 ESG 공시의무가 새롭게 도입될 것으로 전망돼 기업들의 공시 부담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주주제안 남용도 사모펀드의 비상장화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정부가 상법 개정안으로 주주제안의 문턱을 확 낮추면서 기업으로선 과도하거나 억지스러운 제안이라도 일단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행동주의 펀드 등 소액주주의 활동을 보조하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상장사에 대한 경영권 간섭이 심해졌다는 의미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기주주총회 기준 주주제안 접수 상장사 및 안건 수는 2020년 26개사(59건)에서 올해 40개사(93건)으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는 양상이 벌어지자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는 게 사모펀드 측의 설명이다.

Acquisition financing FE 20240715 new

주가 급락에 인수금융 비용↑, 상장폐지로 주가 관리 압박 벗나

일각에선 주가 관리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모펀드들이 상장폐지로 선회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통상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기업 경영권을 인수할 때 인수 대상 기업으로부터 매입하려는 주식 지분을 금융사에 담보로 제공해 대출을 받는다. 이후 이 돈으로 인수 기업의 주식을 사는데, 이때 금융사들은 재무약정을 통해 해당 대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조건을 설정한다. ▲5년인 대출 기간 동안 담보로 잡은 기업의 지분 가치 대비 순차입금 규모(LTV)가 50∼80%를 넘지 않을 것 ▲기업의 현금흐름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순차입금 대비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인수 이후 주가가 급락해 LTV가 약정한 수준을 넘으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돼 대출 금융회사가 조기 상환이나 담보 보충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약정 수준이 무너지지 않더라도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인수 당시에 일으켰던 대출을 연장·차환(리파이낸싱)하는 시점에 원금 일부 상환이나 더 높은 대출 금리 등 각종 추가 비용을 져야 한다. 주가 급락으로 상황이 최악에 치달을 경우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과거 IMM 프라이빗에쿼티(PE)는 에이블씨엔씨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자 인수금융 기한이익상실에 빠진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사모펀드 운용사 고위 임원은 "상장사의 경영권을 인수할 때는 프리미엄을 지급하기 때문에 인수가 완료되는 동시에 손실 구간에 접어드는 셈"이라며 "이후에도 주가 관리가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매수를 진행한 락앤락, 쌍용C&E, 커넥트웨이브 등도 주가 급락에 따라 인수금융 관련 비용이 늘어난 경우다. 락앤락 대주주 어피니티는 지난 2017년 8월 락앤락 인수 당시 인수 지분 전량을 담보로 인수자금의 약 절반(3,234억원)을 차입했다. 계약상 LTV는 약 50%, 이자는 연 4.2% 수준이었는데, 대출계약 당시 3만원대에 머물던 락앤락 주가가 2022년 10월께 5,000원대까지 추락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쌍용 C&E와 커넥트웨이브 역시 한앤컴퍼니와 MBK파트너스가 인수금융을 일으켰던 당시에 견줘 주가가 각각 60%·20%가량 하락한 상태다. 사모펀드 입장에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진 상장폐지 등 자구 노력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단 것이다.

자진 상장폐지가 소액주주에게 오히려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기업가치가 폭락한 상황에서도 그나마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커넥트웨이브의 공개매수가는 1만8,000원인데, 해당 기업의 올 초 주가는 1만원 안팎에 형성돼 있었다. 제시가를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순자산·순이익과 비교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1.4배, 주가수익비율(PER)은 400배가 넘는다. 락앤락의 경우 공개매수가가 8,750원으로 책정됐다. 이를 지난 연말 락앤락 순자산(5,015억원)과 비교하면 PBR이 0.76배 정도에 불과하지만, 공개매수 발표 전까지 주가가 5,000~6,000원 선에 정체돼 있었음을 고려하면 불합리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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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일부 점포 분할 인수 추진 '영등포 권역 11곳 유력'

농협,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일부 점포 분할 인수 추진 '영등포 권역 11곳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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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이커머스에 밀린 오프라인 유통업계 불황에 분할 매각 추진
당초 인수 후보군에 거론됐던 알리익스프레스·쿠팡은 인수설 부인
농협, 영등포·동작구 등 서울 남서부의 핵심 상권에 추가 매장 확보
homplus fe 20240713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기업형 슈퍼마켓(SSM) 점유율 4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분리 매각을 추진한 지 한 달여가 지난 현재, 농협중앙회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일부 점포의 인수를 검토 중이다. 당초 유력 인수자로 거론됐던 알리익스프레스, 쿠팡은 모두 인수설을 부인한 가운데, 농협이 인수 후 핵심 상권에서 매장을 추가로 확보한다면 양사가 가진 농산물 소싱 능력과 마케팅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협,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일부 매장 인수 위해 태핑 중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 서울 시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 일부를 따로 인수하기 위해 여러 경로로 의사를 태핑(사전조사) 중이다. 전국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직영·가맹점은 310여 곳으로 농협은 이 중 서울 남서부권 영등포농협의 관할 구역에 위치한 지점 11곳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별로 살펴보면 영등포구 5곳, 동작구 4곳, 구로구와 금천구가 각 1곳이다.

특히 영등포구는 영등포농협 관할 구역 안에서도 유동 인구가 많은 핵심 상권으로 농협은 일부 매장을 인수해 하나로마트와 시너지를 내는 방안, 혹은 부동산만 활용하는 방안 등을 두루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영등포농협 관할 지역 내에는 5개의 하나로마트가 있는데 이 중 신길점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신길 2호점과 상권이 겹치기도 한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핵심 상권의 점포 일부만 매각하는 방안을 협상의 우선순위로 두진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전체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해야 이를 홈플러스에 재투자하고 금융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몸값을 최대 1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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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농협 관할 지역 내 지점(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본점, 구로본지점, 선유도역지점, 신도림지점)/사진=영등포농협

유통업계 불황에 통매각 어려워지면서 분리 매각 추진

농협이 홈플러스의 인수자로 거론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홈플러스가 처음 매물로 나왔을 당시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점포가 부족한 농협과 대형마트 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현대백화점이 인수자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양사 모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결국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새 주인이 됐다. 당시 2015년 MBK파트너스는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2015년 당시 MBK파트너스는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은 대출받아 매각 대금을 치렀다. 이후 20여 개 홈플러스 점포를 폐점 또는 매각 후 재임차 방식 등으로 처분해 마련한 자금으로 대출금을 갚았고 현재는 4,500억여 원을 남겨두고 있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자산을 매각하고 실적을 개선해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MBK 파트너스는 올해 3월부터 엑시트를 위해 잠재 원매자와 접촉하는 등 홈플러스 재매각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침체가 길어지는 데다 이미 시장에 SSG닷컴, 11번가 등 매물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7조원에 이르는 홈플러스의 몸값을 감당할 만한 인수자를 찾는 것이 마땅치 않았다. 결국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홈플러스 내 사업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분리 매각에 착수했다.

홈플러스는 '알짜' 사업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우선 매각해 덩치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지점의 75%가 수도권 핵심 상권과 주거 지역에 입점해 있다. 멤버십 가입자도 1,000만 명이 넘어 업계에서는 매력 있는 매물로 평가받는다. MBK파트너스는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 전액을 홈플러스에 대한 투자와 차입금 상환에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 추진 사실이 공개된 뒤 한 달이 지난 상황임에도 이렇다 할 인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앞서 오프라인 확장을 위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던 알리익스프레스와 쿠팡은 잇따라 인수설을 부인했다. 경쟁 SSM 업체를 운영하는 GS리테일과 이마트, 롯데쇼핑도 최근 사업 효율화에 더 주력하고 있다.

'농산물 소싱 능력+마케팅 역량+외형 성장' 시너지 기대

유통업계의 시장 구조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현재 SSM 시장에서 점유율 2위와 3위에 오른 이마트 에브리데이, 롯데슈퍼의 경우 이미 전국 200~30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데다 자사의 대형마트를 별도로 보유하고 있어 상권이 겹치기 때문이다. 특히 두 회사의 점유율 등을 감안할 때 독과점의 문제가 발생해 인수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제한점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홈플러스의 새 주인으로 농협이 적합하다고 평가한다. 농협은 일반 유통업체와 달리 운영 목적이 조합원의 이익 실현에 있다. 조합원의 안정적인 생산을 보장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국내산 신선식품을 적정한 가격에 공급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경쟁력이 있다. 더욱이 농산물 취급 비중이 높은 만큼 '유통산업발전법'이 정하는 대형마트 규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하나로마트를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점포가 경쟁 업체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은 농협의 약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이 같은 약점으로 인해 농협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워 경쟁사에 휘둘리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홈플러스의 상품 기획, 매장 운영 등 마케팅 역량과 농협의 산지 조직력, 농산물 소싱 능력이 결합한다면 농협이 국내산 신선식품을 앞세워 대형 할인점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가 농협에 부동산 가격과 권리금을 받고 일부 점포를 분할 매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유통시장에서 점포는 핵심 유동화 자산으로, 적자 점포를 매각해 손실을 줄이거나 현금을 확보하는 것은 흔한 사례다. 앞서 홈플러스는 2012년 경기 동수원점, 부산 센텀시티점 등 4곳을 6,066억원에 매각했고 2013년에는 부천 상동점과 수원 영통점 등 4개 점포를 6,225억원에 팔았다. 이후 2021년에는 서울 가양점을 비롯한 15개 점포를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한 바 있다. 다만 농협중앙회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 일부 인수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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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4년 만에 물가 하락, 연내 2차례 이상 금리 인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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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고용시장 둔화에 이어 물가상승률 크게 꺾여
美 연준 통화정책 중심이 '물가'에서 '고용'으로 이동
금리 인하 시기 무르익어, 9월 기준금리 인하 확실시
cpi 20240712

6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예상치를 하회하며 전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향해가는 가운데 통화정책의 양대 지표인 고용 둔화가 나타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재무부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한층 더 힘이 실리고 있다.

CPI 전월 대비 0.1% 하락, 연간 기준 3년 만에 최저치

11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 통계국에 따르면 6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 기준으로는 0.1% 하락했다. 당초 다우존스가 발표한 물가상승률 전망치 평균은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3.1%였다.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이 하락한 것은 2020년 5월 이후 4년여 만으로, 연간 기준 3.0%의 물가상승률 역시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 평균은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3.4% 수준으로 실제 값이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 보면 식품 가격과 주거비가 각각 0.2% 상승했지만, 휘발유 가격이 3.8% 하락하면서 이를 상쇄했다. 특히 주택 관련 비용은 인플레이션의 가장 완고한 요소 중 하나로 CPI 가중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지난달 관련 비용이 크게 늘지 않은 것이 월별 물가상승률 하락의 단초가 됐다.

이에 대해 CNBC는 "6월 인플레이션 보고서는 미 연준이 9월 금리 인하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했다. CPI는 지난 2022년 6월 9%를 넘어서며 최고치를 기록했고, 연준은 이에 지난해 7월까지 11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대응했다. 이후 1년간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기준금리는 5.25~5.50% 범위에서 계속 동결돼 왔다. 지난달 회의에서 연준이 연내 25bp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오는 9월 기준금리 인하 후 연말까지 한두 차례 더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usa cpi 20240712

美 물가 하락 소식에 엔·달러 환율 등 외환시장도 동요

미국의 물가 하락 소식에 외환시장도 동요했다. 11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61엔 중반대였던 엔화 가치는 미국 정부의 CPI 발표 직후 160엔 후반까지 상승하며 3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후 급격히 엔 매수·달러 매도세가 유입되자 157엔40전까지 단숨에 엔고(高)가 진행됐다.

시장은 미국 CPI 하락으로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달러 매도세가 나타난 것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개입한 것이라 분석한다. 이와 관련해 칸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11일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선 언급할 사안이 없다"면서도 "미·일 간 금리 차가 축소되는 경향이 있음에도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경제 펀더멘털에 비춰봤을 때 합리적인 움직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 하락에 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본 금융 당국은 올해 4월 26일부터 5월 29일까지 약 한 달간 9조7,885억 엔(약 84조7,000억원) 규모의 시장 개입을 단행했는데, 당시 엔화 가치는 잠시 상승세를 보였다가 지난달 말 다시 하락했다. 문제는 엔화 가치가 계속 상승할 수 있을지다. 전문가들은 이미 올 연말까지 두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반영돼 있어 추가적인 달러 하락을 유도하려면 금리 인하 속도를 올릴 추가 요소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이 외환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닛케이는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정책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도 새로운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로 해외자산 투자가 늘어나면 엔 매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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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연준 의장이 6월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동결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美 연준, 금리 인하 시사 "인플레·고용 간 균형 이뤄야"

한편 물가 보고서 발표 전날인 지난 10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하방 압력이 강해 아마도 향후 물가상승률이 2% 아래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은 물가상승률 목표치뿐만 아니라 고용 안정을 양대 책무로 하는 만큼 양쪽이 균형을 이루지 않고 그저 물가상승률만 하락하는 상황은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준이 물가 지표로 활용하는 6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한 데 반해 같은 기간 미국의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 수는 전월 대비 20만6,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평균 20만 개를 상회하지만, 최근 1년간 평균 증가 폭인 22만 개에 못 미치는 규모로 일자리 증가세 둔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6월 실업률도 시장 전망치보다 0.1%p 높은 4.1%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11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앞서 지난해 9월 미 상원 상반기 통화정책 보고에 출석한 파월 의장은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노동시장 상황은 2년 전과 비교해 상당히 냉각됐다"며 "정책적 제약을 너무 늦게 또는 너무 적게 완화하면 경제활동과 고용이 과도하게 약화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물가 안정을 강조했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여러 차례 물가 상승과 고용 둔화 사이의 균형을 강조하면서 예상치 못한 노동시장 위축이 완화적 통화정책의 이유가 될 수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같은 날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도 파월 의장과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하원에 출석한 옐런 장관은 "고용시장이 이제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야기할 압력이 낮아졌다"고 지적하며 한 달여 만에 정반대의 평가를 내렸다. 미국 경제 정책을 이끄는 두 수장이 미국의 고용시장 둔화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 것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의 무게 중심이 물가 안정에서 고용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미묘하지만 중대한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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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신탁 돌려막기 관행에 하나증권 6개월 영업정지 중징계, 타 증권사에도 제재 이어지나

랩·신탁 돌려막기 관행에 하나증권 6개월 영업정지 중징계, 타 증권사에도 제재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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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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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신탁 운용에 불법 거래 자행한 증권사들, KB·하나증권 영업정지 처분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입법 예고, 증권업계 돌려막기 관행 직격
DLF 관리 부실로 홍역 겪었던 하나은행, 함영주 회장 징계는 취소 수순
Hana Securities FSS FE 20240712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랩·신탁)을 운용하면서 불법 거래를 자행한 하나증권이 당초 예상보다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됐다. 지나친 미스매치 전략 등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 당국은 추후 여타 증권사에 대해서도 제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번에 제재가 확정된 하나증권, KB증권 외 7개 증권사에 대한 비위가 이미 적발된 상황인 만큼, 향후 제재는 빠른 속도로 이뤄질 전망이다.

금감원, 랩·신탁 돌려막기 하나·KB증권 제재

12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는 지난달 27일 랩·신탁 불법 자전거래(돌려막기) 관행과 관련해 하나증권과 KB증권의 제재 조치안을 의결했다. 당초 알려진 제재 내용은 영업정지 3개월 정도였으나, 금감원은 하나증권에 대해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 제재는 기관주의-기관경고-시정명령-영업정지-등록·인가 취소 등 5단계로 이뤄진다. 기관주의만 경징계고, 기관경고부터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하나증권과 KB증권 모두 중징계를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하나증권은 더 강한 제재를 받았다는 의미다.

랩·신탁은 증권사가 일대일 계약을 통해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 상품으로, 일대일 계약을 통해 진행되는 만큼 펀드와 달리 고객의 투자 목적 및 자금 수요 등에 따라 개별 운용된다는 특징이 있다. 만기는 통상 3~6개월로 짧은 편이며, 이 때문에 법인 고객이 단기자금을 활용할 때 종종 랩·신탁을 찾는다.

하나증권은 이런 랩·신탁에 만기 10년 채권과 같은 장기 상품을 담아 문제가 됐다. 채권을 사고팔아 이익을 얻고 3~6개월 후 고객에게 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랩·신탁에 그보다 만기가 20배 이상 긴 채권을 편입한 것이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수익률도 높기 때문에 이익 극대화를 위해 미스매칭 전략을 사용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발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 채권 시장이 얼어붙으며 미스매칭의 부작용이 터져 나온 탓이다.

랩·신탁 계좌에 담긴 채권이 팔리지 않아 계좌 만기에도 고객에게 자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된 증권사들은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돌려막기를 시작했다. 계좌 만기를 먼저 맞이한 고객의 채권을 다른 고객 계좌에서 비싸게 사는 방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A증권사는 한 고객의 만기가 도래하자 이 고객 계좌에 담긴 기업어음(CP)을 B 증권사에 시가보다 1억2,000만원 높게 매도했다. 이후 B증권이 가진 CP를 타 고객 계좌에서 1억2,000만원 비싸게 되샀다. 다른 증권사까지 동원해 자사 고객의 CP를 돌린 것이다.

여타 7개 증권사도 제재 초읽기, 불건전 관행 뿌리 뽑을 듯

이번에 하나증권과 KB증권에 대한 중징계가 확정되면서 아직 제재심에 오르지 않은 나머지 증권사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이 검사한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교보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사들도 크고 작은 비위를 적발당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다른 증권사에 대한 제재심을 차례로 열 계획이다. 최종 징계 수위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확정된다. 하나증권과 KB증권에서 행위마다 제재 기준이 결정된 만큼 나머지 7개 증권사의 제재심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선 하나증권처럼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데 불안감을 표출했다. 특히 하나증권의 징계 수위가 기존 3개월에서 두 배 늘어난 사유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 불안을 키운다. 시장에선 하나증권이 다른 증권사보다도 만기가 긴 채권을 담은 게 원인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상대적으로 짧은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데 그친 KB증권의 랩·신탁에 담긴 채권 만기는 하나증권보다 짧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는 업계 관행"이라며 영업정지 처분은 지나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금감원은 강력한 제재 조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모든 증권사가 '관행'을 따른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 만기 불일치 운용 같은 것들은 계속 문제가 돼 온 부분”이라며 “내부적으로 다 점검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우리 증권사는 (돌려막기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재심에 오르지 않은 증권사 중 하나·KB증권보다 더 심각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곳이 있다는 점도 금감원의 제재 조치에 불을 지필 전망이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한 증권사는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자금을 동원해 고객의 채권을 비싼 가격에 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자는 원칙적으로 투자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사후에 제공해선 안 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어긴 것이다.

이 같은 증권업계의 불건전 운용 행태가 거듭 드러나면서, 시장에선 증권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국 역시 소비자 보호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며 증권사를 압박하고 나섰다. 지난 3월 금융위가 입법 예고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랩·신탁을 통해 만기 미스매치 투자를 하려면 고객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하며, 랩·신탁 계약을 체결하는 금융투자업자는 리스크 관리 기준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기준안엔 ▲고객으로부터 동의받은 만기를 준수해 투자할 것 ▲금리 등 시장 상황 변동이 있는 경우 랩·신탁 계약 기간보다 만기가 긴 금융투자상품을 교체하는 등 투자자 손실 최소화 장치를 포함할 것 등 내용이 담겼다.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하나·KB증권 중징계 등 일련의 과정에 증권업계 내 불건전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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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하나금융그룹

하나은행도 영업정지 경험, 연달아 터진 징계 리스크

이번에 중징계를 받은 하나금융은 지난 2020년에도 관리 부실 등 문제로 홍역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직접 처분을 받은 건 하나금융의 은행 계열사 하나은행이었다. 2020년 3월 금융위는 하나은행에 ‘업무 일부 정지(사모펀드 신규 판매 업무) 6개월’ 처분을 내렸다. 과태료는 167억8,0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됐으며,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장경훈 전 하나은행 부행장은 각각 문책경고와 정직 3개월을 받았다. 국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F) 손실 사태의 책임을 물은 결과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해당 상품은 금리가 만기까지 일정 구간에 있으면 연 3.5~4%의 수익률을 보장하지만, 일정 구간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 구간에 진입하며 최악의 경우 원금을 모두 잃게 된다. 당시 DLF 상품에 논란이 불거진 건 금리가 예상했던 방향과 다르게 움직인 탓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시장금리는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금리는 거꾸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러다 보니 시중에 판매된 DLF 상품 상당수가 손실 구간으로 진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DLF 판매 잔액은 8,224억원이었으며, 손실률은 쿠폰금리를 포함해 최대 98.1%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은행들의 불완전판매였다. 금감원의 조사에 따르면 은행들은 1분간 전화 통화를 하면서 고위험 상품인 DLF를 판매하거나 노후자금을 정기예금에 예치하려던 75세 고령자를 DLF로 유치하는 등 불완전판매를 자행해 왔다. 당국이 함 회장과 장 전 부행장 등 경영진에 중징계를 가한 것도 불완전판매에 대한 내부통제 실패 책임을 묻겠단 취지였다.

다만 최근 법원은 함 회장이 당국으로부터 받은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나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은 적법하지만 함 회장에 대한 징계 처분은 과도했다는 것이다. 특히 1심 법원은 함 회장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10개 중 7개를 위반했다고 봤으나, 2심은 2개의 의무 위반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된) 수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만 인정돼 재량권 행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인정에 오류가 있다”며 "함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징계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단이 남긴 했지만 연달아 발생한 징계 리스크가 일정 부분이나마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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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자수첩] 벤처 업계가 먹거리가 없나, 한국에 먹거리가 없나

[기자수첩] 벤처 업계가 먹거리가 없나, 한국에 먹거리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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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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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업계에 먹거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한국 시장에 먹거리가 없다는 인식 확산
해외로 사업체를 이전하거나, 이민을 떠나는 사업가들 크게 늘어
국내에서 영업이익 내는 스타트업 만들기 쉽지 않다는 업계 전체의 인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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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벤처기업 담당자들과 만나본 결과 금리가 인하된다고 해도 투자를 받아서 회사 키우기는 어려운 시대가 왔다는 생각들을 하는 것이 보인다. 특히 강남 일대에 있는 IT업체들에서 그런 경향이 짙고, 한국을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강하게 나타난다. 한국에서 무슨 사업을 해도 대기업이 만들어 놓은 문을 뚫지 못하면 영업이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불평도 자주 들려온다.

지난 2000년대 초반 IT 버블기에 한 차례 벤처 업계가 성장한 바 있지만, 2003년 들어 정부가 신용카드 버블을 정리하면서 벤처 업계도 인력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다시 벤처 투자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하지만 10년 이상 침체기에 빠졌던 2003년 하반기와 최근 벤처 업계들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20년 이상 업력을 가진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벤처 투자 시대의 종말

일부 벤처 관계자들은 한국에 먹거리가 없는 것이지 벤처에 먹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7년째 벤처기업을 운영하다 지난해부터 해외 사업으로 피벗(Pivot, 사업 방향 및 모델 전환)을 한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인맥이 없는 상태에서 B2B(기업간거래) 사업의 판로를 뚫는 것은 거의 기적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으나, "한국에서는 상품의 품질을 판단해주는 경우가 없었고, 오직 대기업에 납품하느냐 아니냐로 평가를 당했다"며 한국에서도 B2B 시장을 뚫기 힘들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고 답했다. 이어 해외 시장으로 나간 이후 회사의 상세한 포트폴리오가 구글 검색에 노출되고 지식을 갖춘 담당자와 이메일이 오고 가는 경우를 1년 이상 겪게 되자, "한국에서 (지식이 전혀 없는) 판매처를 다시 뚫으려고 노력할 생각을 버렸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이 해외 판매처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는 경우들이 많긴 하지만 미국 및 서유럽 업체들일수록 질문의 수준의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 투자받는 것을 포기하고 독일에서 투자 유치를 진행하다 현재 베를린에서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B씨는 투자자를 만났을 때 받는 질문의 눈높이가 다르다고 설명한다. 한국에서는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리고, 사업성을 과대포장하는 기사가 여럿 나가 있어야만 투자자들이 만나주는 반면, 독일에서는 이미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내용들을 이해한 상태에서 웹사이트에 올라오지 않은 내용들을 질문한다는 것이다. B씨는 "한국은 테마주 따라다니는 여의도 객장 아저씨들이 벤처캐피탈(VC)을 하고 있다고 치면, 독일은 석·박사 연구원들이 사업 하다가, 사업을 잠깐 쉬는 중에 VC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전문성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상품을 구매하는 대기업, 투자금을 제공하는 벤처 투자업계가 모두 전문성이 매우 낮은 것은 벤처 업계에 투입되는 자금의 근간인 모태펀드 운용 실패라는 분석도 나온다. 즉 모태펀드를 운영하고 벤처 투자업계의 방향성을 좌우할 수 있는 중소벤처기업부 및 관련 정부 부처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 산하기관에서 내놓는 IT 프로젝트들의 심사역으로 선발된 인원들 중 상당수가 전문성 없이 대학의 교수, 협회의 임원이라는 이유로만 선정된 탓에 옥석 가리기를 제대로 못한다는 질책은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벤처 업계는 망했다고 봐야죠"라는 벤처기업가들

2017년까지 IT업계의 광고 산업으로 경력을 쌓다 창업 5년 만에 사업을 접고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는 40대 후반 여류 사업가 C씨는 매출처를 뚫던 것을 포기하고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인플루언서들과 광고주를 연결해 주는 소일거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 메타 등의 빅테크 기업들이 제공해 주는 고급 광고 상품을 팔면서 한국 시장에서도 기술 사업들의 가능성을 봤지만, 외국계 회사를 나와서 직접 현장에서 느낀 한국 시장의 기술 상품 이해도는 답답한 수준일 만큼 낮았다고 토로했다.

C씨는 기술 이해도가 낮은 상황이 비단 소비자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벤처 투자자, 업계 전문가들에까지 두루 퍼져 있는 만큼, 한국에서 기술 역량을 인정받아 사업을 키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네이버, 카카오와 더불어 크래프톤 같은 게임사나 토스 등 핀테크 기업들의 사례를 들며 반론을 제기했으나, 곧바로 이들 기업 모두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성장했다는 점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라기보다 개발자들이 빠르게 상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이라는 반박이 돌아왔다. 개발자는 기술자가 아니라 기능인이라는 업계의 상식을 꼬집은 것이다.

이어 대체 불가능한 고급 기술과 지식을 가진 것으로 관심을 얻고 투자를 받아 상품을 출시하는 실리콘밸리 방식의 사업 성장 공식이 먹히지 않는 시장이라는 것을 벤처 업계 전체가 지난 10여 년간 확인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 벤처 업계는 망했다고 봐야죠"라는 자조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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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업계, 2000년대 초반과 판박이

이에 업계에서는 2003년 이후 신용 경색과 더불어 급격하게 벤처 투자 시장이 축소됐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지난해부터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2022년 하반기부터 유동성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지난해부터는 다운 라운드로도 투자를 받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이 결국 폐업 수순을 밟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유니콘' 대신 '낙타'를 지향하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바꾸기도 한다. 희박한 성공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고 빠른 상품 출시와 도전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확실히 돈을 벌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단계적으로 키우는 전략으로, 미래를 포기하고 생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사업을 사실상 접었다는 A씨도 한국에서 써야 하는 인력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B씨처럼 해외로 사업체를 옮기거나 100% 온라인으로 사업을 대체할 고민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대부분의 인력이 온라인으로 일하는 외국인이라 한국 사무실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A씨는 해외 B2B 사업이 성장하자 인력의 구성과 함께 성장 전략도 함께 바꿨다. 더 이상 투자를 받아 고속 성장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낙타를 지향해 단계적으로 사업을 키우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브레이크 이븐(Break-even, 비용보다 수익이 더 많아지는 단계)'에 도달하고, 올해 상반기에 추가 수익이 나오자 투자자에게 원금을 돌려주기도 했다. A씨는 더 이상 유니콘을 도전하지 않는 만큼 투자금을 갖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밝혔다.

C씨는 투자금으로 성장한 국내 주요 스타트업들도 여전히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사회적 실험'이 한 차례 지나간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 사업을 안정적으로 수주할 수 있는 일부 대기업들을 제외하면 국내 기업 환경은 그저 투자금을 소진해가며 외형 성장만 할 수 있을 뿐, 단기간에 내실 성장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것을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인지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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