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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사태로 3조원 '상테크 시장' 붕괴, 상품권사·간편결제사도 피해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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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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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유동성 확보하려 10% 할인해 상품권 판매
간편결제사도 충전 한도 높여가며 '상테크족' 유혹
정부, '상품권 돌려막기' 근절 위한 제도 개선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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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한 논란이 상품권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티메프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손해를 보면서도 상품권 할인율을 높였고, 간편결제사도 충전 한도를 높여 '상테크(상품권+재테크)'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티메프의 기업회생 신청과 해피머니의 채무불이행 선언이 이어진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간편결제사에 일차적인 환불 부담을 지라고 요구했지만, 간편결제사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상품권 돌려막기'의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뒤늦게 상품권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티메프·상품권 발행사·간펼결제사가 만든 '상테크 생태계'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발생한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상테크'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테크'는 온라인 쇼핑 등에서 카드 대신 상품권을 사용해 카드 결제보다 더 큰 이득을 얻는 방법으로 소비자들은 신용카드로 티메프에서 8~10% 할인된 가격으로 해피머니·북앤라이프·컬처랜드 등이 발행하는 상품권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품권을 간편결제 포인트 액면가로 전환하면 차익을 남길 수 있는 데다 다양한 사용처에서 사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 이른바 '상테크'가 유행했다.

통상 티메프에서 7%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권을 판매할 경우 이를 간편결제 포인트로 전환하려면 소비자는 8% 전환 수수료율을 지불해야 한다. 이 두 가지만 보면 소비자가 손해를 보기 때문에 상품권 매매가 성립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신용카드사는 상품권 구매를 결제 실적에 포함해 항공사 마일리지 등 각종 적립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용카드사에서 지급하는 각종 혜택을 고려하면 전환 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이득이 되는 구조다.

그런데 티메프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품권의 할인율을 최대 10%까지 높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간편결제 포인트 전환에 따른 수수료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수익을 내는 완전한 '상테크 상품'이 된 것이다. 상품권 발행사도 상품권 판매량이 바로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상품권의 환급처인 간편결제사들은 충전 한도를 높여 상테크를 부추겼다. 이렇게 티메프, 상품권 발행사, 간편결제사가 구축한 '상테크' 시장은 연간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간편결제사들 "핀 번호 수령한 상품권은 환불 의무 없어"

하지만 상테크 자금 흐름의 맨 앞에 있던 티메프가 정산금 미지급 사태로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하면서 돈을 지불한 소비자자뿐 아니라 상품권 발행사, 간편결제사가 모두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업계에 따르면 상품권 발행사는 매달 10일 간편결제사에 정산금을 지급하는데, 티메프가 회생 신청에 들어가면서 판매대금을 받지 못해 정산금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달 상품권 발행사들이 간편결제사에 지불하지 못하는 대금은 최소 2,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간편결제사가 일차적으로 환불 부담을 지라고 요구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물품 판매나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소비자가 환불을 요구했을 때 간편결제사가 이를 따라야 한다. 이에 대해 간편결제 업계는 티메프를 통해 상품권을 사면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핀 번호가 발송되는데 이 시점부터 상품 수령이 모두 이뤄진 것이라며 핀 번호가 발송된 상품권에 대해서는 환불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해피머니 등 상품권 발행사에 환불 책임이 있다는 주장인데 해피머니의 발행사인 해피머니아이엔씨 역시 큐텐으로부터 정산금을 받지 못해 도산 위기에 놓였다. 해피머니가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만큼 업체로부터 현실적으로 환불받는 건 불가능하다. 피해자들의 환불 요구에 해피머니의 발행사인 해피머니아이엔씨는 자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예치금으로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공지했지만 이마저도 개별 문의에서는 아직 관련 기관과 전문가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해피머니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아웃백, KFC, 빕스 등 외식 브랜드와 넥슨, 엔씨소프트 등 게임업계, 네이버페이 등 가맹점들이 사용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이에 일부 피해자는 해피머니아이앤씨 대표를 사기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소하는 한편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금융감독원 민원실 앞에서 집회를 벌이는 등 행동에도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수한 상황이다 보니 전례가 없어 환불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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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을 현금화해 차익을 보려는 상테크 관련 SNS 게시물들/출처=구글

'제2의 해피머니 사태' 원천 차단, 상품권 관리 강화한다

상품권 돌려막기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정부는 상품권 시장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개선안을 조만간 발표하기로 했다. 상품권 판매시장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제2의 '해피머니 사태'를 막겠다는 취지다. 앞서 정부는 1961년 상품권법을 제정하고 상품권 시장을 관리했다. 그러나 1999년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제약한다'는 이유로 해당 법을 폐지했고 이때부터 상품권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상품권법 폐지 이후 인지세만 납부하면 누구나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연간 발행 한도나 발행업자 자본 규모처럼 충족해야 하는 조건도 없었다. 수많은 유통업체가 상품권을 발행했고, 이커머스에서는 페이나 포인트 같은 선불충전금의 형태로 진화했다. 이러다 보니 발행사가 보유 자산으로 상품권 판매대금을 충당할 수 없음에도, 추가로 상품권을 발행해 급전을 막는 것도 가능했다. 실제로 해피머니아이앤씨는 몇 년째 자산 총계보다 부채 총계가 큰 자본 잠식 상태였지만 계속 상품권을 발행했다.

정부는 무분별한 상품권 발행을 제한하고 판매 대금을 용도 외로 사용하는 것을 막는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다음 달 15일부터 시행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선불충전금 발행업체의 등록 면제 기준을 강화해 모바일 상품권을 규율 대상에 포함하고 선불충전금의 50% 이상을 제3의 기관을 통해 별도 관리하도록 했다. 여기에 선불충전금에 대해 100% 예치·신탁을 의무화한다. 선불업자가 파산해도 선불충전금의 환급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발행 잔액 30억원, 연간 총발행액 500억원이 넘는 기업만을 대상으로 해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별도 관리 방식 중 '예치'를 허용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치'는 당기 말까지 금액을 맞추기만 하면 돼 발행사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전자금융거래법을 추가 개정해 관리 대상이 되는 업체의 기준을 낮추거나 연간 발행 한도에 제한을 두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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