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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비트 본입찰 9일 마감, 숏리스트 모두 참여
거캐피털, 케펠인프라와 컨소시엄 이뤄 도전장
몸값 눈높이 간극 여전, 적정 인수가 산정이 관건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의 핵심 자구책으로 꼽히는 국내 최대 폐기물 매립 업체 에코비트 매각전이 국내외 사모펀드(PEF) 간 3파전으로 좁혀졌다. 거캐피털파트너스와 케펠인프라스트럭처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다. 홀로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보다 합종연횡을 이뤄 경쟁력을 높이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위험도를 낮추는 한편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에코비트 매각 본입찰 마감, 칼라일·케펠·IMM 참전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마감된 에코비트 본입찰에 국내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비롯해 외국계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미국), 케펠인프라·거캐피털(싱가포르·홍콩) 컨소시엄 등 3곳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5월 말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MBK파트너스와 스톤피크 등 국내외 다른 사모펀드들도 참여한 바 있다.
에코비트 매각은 태영그룹 핵심 계열사인 태영건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위기를 맞고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추진됐다. 태영그룹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지분 50%씩을 들고 있으며 매각 대상은 이들이 보유한 지분 전량이다. 매각 주관사는 UBS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맡았다. 매각 측은 이르면 다음 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통보할 예정이다.
당초 에코비트 본입찰의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에는 IMM 컨소시엄과 케펠인프라, 거캐피털, 칼라일그룹 등 4곳이 선정됐다. 그러나 거캐피털이 케펠인프라와 합종연횡하면서 3파전으로 압축됐다. 거캐피털은 그동안 케펠인프라과 접촉해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해 왔다. 운용자산(AUM)이 50조원에 달함에도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폐기물 등 인프라 쪽에는 예산을 별로 배정해 놓지 않은 데다 한국에서도 트윈시티 남산, 덕수궁 디팰리스 등 부동산 외에 이렇다 할 투자 이력이 없었다는 점도 경쟁력에 의문을 품게 했다.
반면 케펠인프라는 AUM이 88억 달러(약 12조원)로 적지 않으며 이미 국내 폐기물 업체를 인수해 운영 중인 만큼 강자로 평가되고 있지만, 지난 2022년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7,700억원에 인수한 폐기물 소각 전문 업체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홀딩스(EMK)가 발목을 잡고 있다. 고점에 무리하게 산 데다 최근 폐기물 소각 시장이 점진적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케펠인프라는 에코비트를 인수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IMM컨소시엄, 칼라일그룹도 에코비트 인수에 강한 의지
다른 참여 사모펀드들의 체급도 상당하다. 전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로 꼽히는 칼라일은 이번 에코비트 인수를 위해 전사 역량을 집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우리은행·하나은행·KB증권·삼성증권 등으로 인수금융 대주단을 꾸리는가 하면, 홍콩 등 글로벌 팀이 한국 사무소 담당자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실사에 임하는 등 인수 의지가 상당하다. 칼라일의 한국 기업 경영권 인수는 2021년 하반기 투썸플레이스가 마지막이었다. 이번 에코비트 인수가 성사되면 3년 만에 한국 시장에서 다시 대형 딜로 기지개를 켜게 될 전망이다. 칼라일은 운용자산 8조원 규모의 아시아파트너스 6호와 인프라펀드를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IMM 컨소시엄은 과거 폐기물 관련 회사 등 인프라성 자산에 다수 투자했던 경험을 앞세워 인수를 노린다. IMM 컨소시엄은 해외 사모펀드와 비교해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회사 운영 노하우 측면에서는 강점을 가진다. IMM인베스트먼트는 EMK를 인수해 안정적으로 운영한 뒤, 케펠인프라에 매각하는 등 차익을 거둔 전례가 있다.
IMM PE도 2019년 인프라 자산 성격이 짙은 산업용 가스 회사 에어퍼스트를 1조3,000원에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끌어올렸고, 지난해 지분 30%를 자산운용사 블랙록에 매각하며 1조원을 회수하는 성과를 냈다. 자금도 충분히 조달 가능한 상황이다. IMM PE는 드라이파우더(미소진 투자금) 2,000억원이 남은 로즈골드5호 펀드를, IMM인베스트먼트는 AUM 6,800억원의 인프라펀드 9호를 동원해 자금을 확보했으며, 오는 9월 1조3,000억원을 목표로 결성 중인 인프라펀드 10호의 동원 가능성도 거론된다.
관건은 매각 가격 눈높이
향후 관건은 매각과 인수 양측의 가격 눈높이 조정이다. 금일 마감된 에코비트 본입찰은 '바인딩 오퍼(binding offer)'로 진행됐다. 법적 구속력을 지닌 거래요청서로, 숏리스트 3곳이 제출한 금액이 사실상 계약 금액이 될 전망이다. 에코비트의 연결 매출액은 2021년 6,117억원, 2022년 6,427억원, 2023년 6,744억원으로 매년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16.3%로,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5%) 보다 10% 포인트 이상 앞선 수치다. 현금창출력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비타)은 2,008억원으로 여기에 10~15배의 멀티플을 적용하면 에코비트의 몸값은 2조~3조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IB(투자은행) 업계는 매각자 측과 원매자 측의 에코비트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 대한 시각차가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매각자 측은 적어도 3조원 이상, 원매자 측은 많아야 2조원을 마지노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원매자들은 매각 측의 눈높이가 고점에 있다는 입장이다. 근거로는 에코비트의 수처리 매출비중은 지난해 기준 53%로 높지만 EBITDA의 절반 이상이 폐기물 매립 사업에서 창출되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매립 잔존 용량과 그에 따른 공정 가치 산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반면 매각 측은 수집·운반은 물론 소각과 매립,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 밸류체인을 갖춘 타사에 비해 저렴한 에코비트의 원가 구조에 대한 충분한 가치 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체계적 시스템을 갖춘 덕에 고정비가 적어 수익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 폐기물 처리시설은 운영비용이 대형화될수록 고정비가 줄어들고 소각 및 매립시설 또한 관리인원이 소수만 필요해 인건비 등 고정비성 비용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에코비트 원가구조에서 인건비성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40% 내외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 폐기물 처리업계도 에코비트 매각가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에코비트의 매각 결과에 따라 매물로 나와 있는 국내 폐기물 처리 업체의 매각가가 재산정될 수 있어서다. 이에 한때 인기 매물로 통했던 폐기물 매립·소각업체 인수합병(M&A) 거래는 올스톱 상태다. 에코비트의 적정 몸값이 책정되면 이를 토대로 매각가 협상을 이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경쟁 심화와 수익성 악화 등의 우려로 M&A 마무리가 여의치 않은 형편이지만 에코비트의 매각가 책정을 계기로 거래 활성화의 물꼬가 터지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