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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통화 긴축 계속할 가능성 있다"지만, 시장은 내년부터 금리 인하할 것으로 기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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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인플레이션 속도 느려진 것 맞지만 물가 안정 목표인 2%대 진입은 갈 길 멀다"
반면 금융시장은 통화 긴축 끝난 건 물론, 내년부턴 금리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 생긴 모습
그간 금리 인상 의견 100%였던 금통위서도 조금씩 통화 정책 완화 언급되기 시작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긴축 종료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 속도가 둔화하는 등 경제 개선 움직임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대 진입은 요원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선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만큼, 연준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 정책을 펼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현재의 누적 긴축 효과가 지속해서 이어진다면, 내년엔 결국 금리 인하로 통화 정책의 방향이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2일 FOMC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Fed 유튜브

파월 의장, "경제 지표 개선됐으나 긴축 종료는 시기상조다"

9일(현지 시각) 파월 의장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콘퍼런스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물가 안정 목표인 인플레이션율 2%를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그런 정책 기조를 달성했는지를 확신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년에 걸쳐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매파적 태도(긴축정책)를 유지했고, 이날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입장을 내비쳤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통화 긴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현재까지 기준금리를 5.25~5.5%까지 끌어내렸는데, 이같은 긴축 기조로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은 2022년 2월 5.3%에서 올해 9월 3.7%까지 내렸다. 파월 의장은 이에 대해 "이런 진전은 만족하지만, 인플레이션을 2%까지 낮추는 과정은 아직 요원하다"며 "최근 몇 개월간 양호했던 경제 지표로 인해 오도될(misled) 위험과 과도한 긴축의 위험 모두를 해결하기 위해 신중하게 통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팬데믹이 초래한 수요와 공급 왜곡이 완화되면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공급망 회복이 광범위하게 지속되고 있지만, 얼마나 추가적인 개선이 더 이뤄질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만일 공급망 개선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선 결국 총수요를 억제하는 긴축 통화정책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뉴욕 증시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매파적으로 해석하며 즉각 하락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0.65%, 나스닥은 0.94% 내렸다. 글로벌 자산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채 10년물 금리도 재차 4.6%대로 상승하면서 증시에 부담을 안겼다.

시장에선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 실려

지난달 말 FOMC 발언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콘퍼런스에서 파월은 명시적으로 "긴축 행보를 종료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장에선 연준이 사실상 금리 인상을 멈췄고, 추후 금리 인하를 통해 시중 통화량을 늘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9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Fedwatch)를 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 참여자들은 다음 달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5.25~5.50%로 동결할 가능성을 90.7%로 내다보고 있다. 0.25%포인트 인상 예측은 9.3%에 불과하다. 여기에 더해 내년 6월 금리 인하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은 내년 6월 정책금리가 40.5%의 확률로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 최소 내년부터는 금리 인하로 연준이 통화 정책을 바꿀 것으로 분석된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첫 번째는 미국은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만큼, 통화 정책으로 인해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상은 다소 신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선거를 앞두고 금융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무리한 정책은 억제하고 최소 내년 상반기부터는 가급적 경제 부양을 목표로 금리 인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이번 연설에서 파월 의장도 언급했듯, 2022년 중반 이후 인플레이션이 완만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연준도 금융시장의 긴축 효과를 인정한 만큼, 지금까지 누적된 통화 긴축 정책의 효과가 만약 2024년까지 이어져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진다면 금리를 정상화하려는 요구에 따라 통화정책은 완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선물시장 참여자들은 12월 FOMC에서 연준이 기준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0.7%로 보고 있다(10일 오후 기준)/사진=페드워치

국내에서도 통화 정책 완화 조짐 엿보여

연준의 통화 정책 완화 조짐이 엿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간 만장일치로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쳐 왔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 완화' 키워드가 언급되기 시작한 모습이다.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소수 의견이 나오면서다. 금통위에서 금리 완화가 언급된 것은 지난 2021년 8월 긴축에 처음 돌입한 이후 처음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등장하면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4~5개월 후에는 소수의견이 주장한 방향대로 통화 정책이 바뀌는 일이 자주 나타났다.

9일 한은이 공개한 '2023년 제19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동결했지만, 세부적으로는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5명은 유가 불확실에 따른 고물가와 주요국의 긴축 우려에 우리나라 또한 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시각을 보인 반면, 완화를 거론한 1명은 현재 국내 경제의 경우 물가 압력과 경기 하방 위험이 상충하고 있는 만큼 금리 인상과 인하 가능성을 모두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완화를 언급한 위원은 "국제유가 추가 상승 가능성과 민간 소비 회복세 약화, 글로벌 긴축 기조 장기화 등에 따른 수출 약화 가능성 등 경제 하방 압력이 우세하다"며 "국내외 금융시장과 성장 및 물가 추이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추가 긴축 또는 완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즉 최근 이-팔 전쟁 등으로 인한 유가 불확실성이 인플레이션을 높이기보다는, 되레 수요를 억눌러 경기 회복을 저해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긴축 기조의 경우에도 주요국들의 경기 부진으로 작용하면서 우리나라 성장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국내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는 상당히 높아진 분위기다. 같은 날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하반기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8월 전망보다 0.1% 포인트 낮춘 1.4%로 조정했다. 내년 예상치도 2.2%로 1%포인트 내렸다. 유가 역시 당초 예측과 달리 안정세를 보이며 인플레이션 부담을 덜고 있는 상태다. 이-팔 전쟁에도 불구, 미국과 중국 경기 둔화 가능성으로 인해 원유 수요가 줄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 퍼지면서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12월 인도 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5.33달러로 전장보다 2.04달러(2.64%) 하락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 7월 17일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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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25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에도 “가계부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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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가계대출 6.3조 늘어, 증가폭 전월 2.2배 달해
금융당국 “9월 길었던 연휴 기간 등으로 일시적으로 급증한 탓”
IMF 등 국내 가계부채 문제 경고하는 해외 기관 늘어

10월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2021년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가세도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속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은행권 가계부채 잔액이 무려 26.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누적 잔액이 1,086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도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어 비판이 거세다.

올해 4~10월 가계부채 ‘26.1조원’ 증가

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0월 금융권 가계대출은 6조3,000억원 늘어나며 증가하며 2년 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증가폭(2조4,000억원)보다 2.2배 늘어난 수치다. 가계대출은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 중인 가운데 이 기간 늘어난 금액만 2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조2,000억원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로써 한국은행이 파악한 올해 10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86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계대출 증가폭을 키운 주범으로 꼽히는 주택담보대출은 같은 기간 35조원 가까이 늘었다. 8월 6조6,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9월(5조7,000억원)과 10월(5조2,000억원) 증가폭이 소폭 둔화하는 추세지만, 주택경기회복과 맞물려 반등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표상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4~10월 증가폭은 월평균 3조7,000억원으로 과거 9년간 평균 증가폭 7조4,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라며 “현 정부 들어서 가계부채 총량이 감소했고,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도 0% 수준으로 가계부채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

금융당국은 지난 9월 이후 길었던 연휴 기간을 가계대출 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9월에 추석 상여금 등으로 신용대출 상환이 많아 기저효과가 크게 나타났다”며 “특히 10월 연휴 기간에 소비가 늘었고, 이사철 비용, 공모주 청약 등 일시적 자금 수요로 신용대출이 증가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해 가는 가계부채는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와 연관이 더 깊다. 인구 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과밀된 수도권 주택은 항상 공급이 부족한 국내 최고 우량자산으로 손꼽힌다. 이 때문에 대다수 국민이 이 지역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대출을 활용하는 게 열중하고 있다. 미흡한 사회보장제도와 경직된 노동시장으로 대표되는 사회경제구조에서 개인이 택할 수 있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인 셈이다.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와 선호도가 높지 않은 점도 레버리지를 활용한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다. 한국 가계의 평균 비금융자산 비중은 2021년 기준 64%로 미국(29%), 영국(46%), 일본(37%)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가장 높다. 이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분할상장과 저배당같이 주주 이익에 관심을 갖지 않는 관행이 뿌리 깊은 탓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번번이 바뀌는 점도 가계대출 증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국민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예상하며, 정권의 성향과 경기 상황에 따라 부동산 투자 기회를 모색한다. 일관되지 않은 정책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졌고, 이는 결국 대출을 통한 부동산 시장의 투기화를 이끄는 주요 동력이 됐다.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지난 9월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 상황 설명회'에서 가계부채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IMF “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 OECD 국가 가운데 매우 높은 수준”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9일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전망’을 통해 “가처분소득 대비 평균 160%에 달하는 한국의 가계부채는 OECD 상위 그룹 가운데서도 꽤 높은 수준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토머스 헬블링 IMF 아태 부국장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거시 건전성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가계가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게끔 유지하고 가계자산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협회(IIF) 조사에서도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일본(65.2%), 유로 지역(55.8%), 홍콩(95.1%), 영국(81.6%), 미국(73.0) 등 주요국 가운데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권도 과도한 가계부채를 우리나라 은행권 신용도의 발목을 잡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20일 서울에서 개최된 '국내 금융기관의 신용등급 전망 패널토의'에서 “은행의 자체 신용도를 평가할 때 제일 먼저 은행업의 영업 환경이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를 살펴본다”며 “한국 경제를 신용도 측면에서 살펴볼 때 가계부채를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피치의 아시아·태평양 은행신용등급을 담당하는 장혜규 상무는 “요즘 시기에 관찰되는 게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급여에서 이자를 많이 지출하게 돼 소비 여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은행이 가계대출뿐 아니라 기업대출 등도 취급하고 있는 만큼 전반적인 영업 환경에서 가장 큰 취약점으로 작용하는 게 가계부채고, 앞으로도 그럴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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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만큼은 막아야 한다", 핑안보험에 비구이위안 구제 요청한 중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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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이위안, 연이은 채무 상환 실패로 사실상 디폴트 상태
중국 당국, 핑안보험에 비구이위안 전체 지분의 50% 취득 요청
비구이위안에 자금 '물린' 핑안보험도 당국 요청 거절할 순 없는 상황

중국 부동산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채무와 관련한 돈을 연이어 상환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이에 비구이위안의 파산이 자국 경제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 중국 정부는 최근 중국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핑안보험그룹에 비구이위안의 지분을 대량 매수해줄 것을 부탁했다. 전문가들은 핑안보험의 중국 부동산 시장 익스포저(위험 노출도)가 적지 않은 만큼, 결국 핑안이 중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비구이위안 지분의 상당 부분을 취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핑안보험, 비구이위안 2대 주주에서 지배 주주로?

8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중국 국무원이 핑안보험그룹에 비구이위안 지분 50% 이상을 인수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만약 핑안이 지분 50% 이상을 인수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비구이위안의 지배 주주가 된다. 지난 8월 기준 핑안은 비구이위안의 2대 주주로, 전체 지분 중 4.9%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현재 비구이위안의 최대 주주는 창업주 양궈창 전 회장의 둘째 딸인 양후이옌(52%)이다.

다만 핑안 측은 이날 상하이증권거래소에 해명 공시를 통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비구이위안을 인수하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해당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두 회사가 위치해 있는 광둥성의 지방정부와 국무원은 논평을 거부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핑안이 이미 지난 8월 말부터 인민은행 금융시장부, 국가금융감독관리국 등의 중국 당국과 비구이위안 인수를 물밑에서 논의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핑안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비구이위안 실사 권한을 부여받은 데다, 인수에 대한 세부 사항 제시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핑안과 비구이위안 모두 본사가 광둥성에 위치해 있는 만큼, 최대한 광둥성 내부에서 비구이위안의 부채를 해결하고자 중국 당국이 이같은 요청을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채무 상환에 허덕이는 비구이위안, 중국 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도 역부족

중국 부동산 경제 위축으로 촉발된 미분양 주택 문제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비구이위안은 원금 4억7,000만 홍콩달러(약 786억2,630억원) 규모 채무와 관련해 상환 기한이 도래한 돈을 전혀 갚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17일엔 만기가 도래한 달러 채권 이자 1,540만 달러(약 201억원) 상환에도 실패한 비구이위안은 이후 30일의 유예 기간을 받았으나 지난달 18일까지도 이자를 내지 못했다. 이에 비구이위안은 미국 표시 채권뿐 아니라 상환 기한이나 유예 기한이 도래하는 모든 역외 채무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공시하기도 했다.

앞서 비구이위안은 올 8월 달러화 채권에 대한 이자 2,250만 달러(약 294억412만원)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 우려가 처음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비구이위안은 유예 기간 30일 이내에 상환해 고비를 넘겼으나, 연이어 다른 달러화 채권에 대한 이자 지급일이 도래해 추가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현재 비구이위안의 총부채는 1,860억 달러(약 243조원)으로, 중국 대형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중 가장 부채가 많다.

비구이위안이 파산할 경우 자국 실물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중국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보증금 요건을 완화하는 등 부동산 부양 조치에 나섰으나 중국 내 주택 수요자들의 불안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 수요는 부양 조치가 무색하게 급감하면서 지난달 비구이위안의 주택 판매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80.7% 하락했다. 이에 당시 비구이위안은 "미분양 주택 처분이 상당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으며, 이에 따라 채무 원금 지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고 공시하기도 했다.

시진핑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사진=GettyImages

핑안보험이 '눈물 머금고' 지분 인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번에 중국 정부로부터 비구이위안 지분 인수를 요청받은 핑안은 중국 대형 보험사이자 은행과 투자 부문을 겸비한 종합 금융그룹이다. 1988년 중국 선전에 설립된 핑안은 발전 과정에서 서양의 관리기법을 적극 도입했는데, 업계에선 이 전략에 힘입어 핑안이 유례없는 고속 성장을 이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핑안은 설립 후 2000년까지 외국의 경영기법과 자본을 적극 활용해 사업을 전개했고, 1997년에는 글로벌 컨설팅 맥킨지와 협력을 체결, 맥킨지 출신 외국인과 중국계 인사를 고위 간부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후 2012년 포춘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81위에 오를 정도로 핑안은 중국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영향력 있는 기업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핑안이 결국 '눈물을 머금고' 비구이위안의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입김은 둘째 문제고, 현재 핑안의 중국 부동산 자산에 대한 익스포저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실제 홍콩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핑안의 부동산 부문 투자액은 2,094억 위안(약 38억2,994만원)으로, 투자 총액의 4.5%를 차지한다. 중국 부동산 시장을 사실상 좌우하고 있는 비구이위안이 무너지게 되면 결국 중국 부동산 시장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침체하면서 관련 보유 자산에도 심각한 피해가 가게 되는 만큼, 핑안도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결국 손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더욱이 핑안은 비구이위안의 2대 주주의 입지에 있기 때문에 보유 지분이 종잇조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추가 자금으로 '물타기'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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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두려워 서울 소형 아파트 월세로 대피하는 전세 수요자들

'전세 사기' 두려워 서울 소형 아파트 월세로 대피하는 전세 수요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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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10월 서울 소형 아파트 임대차 계약의 절반이 '월세'
느슨한 '전세 사기' 처벌이 원인으로 꼽혀
다만 코로나 직후 시절만큼 전셋값 치솟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빌라 전세 사기를 우려한 전세 수요자들이 서울 소형 아파트 월세로 '대피'하고 있다. 올 1~10월 서울 소형 아파트 임대차 계약의 50%는 월세 계약으로, 소형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 수요가 대거 쏠리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 소형 아파트 월세 비중 급증

8일 부동산 정보 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 1~10월 서울 소형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1만4,962건으로, 국토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월세 비중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동 기간 서울 소형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5만7,761건, 전세 거래량은 5만7,201건으로 월세 비중은 50.2%로 올랐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은 건 처음이다.

연도 별로 살펴보면 서울 소형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 2020년 7만9,128건 ▲ 2021년 9만4,074건 ▲ 2022년 11만202건 ▲ 2023년 11만4,962건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월세 비중 역시 ▲ 2020년 36.5% ▲ 2021년 46.5% ▲ 2022년 48.7% ▲ 2023년 50.2% 등으로 상승세다.

이는 전세 수요자들이 이른바 '깡통 전세'를 우려해 빌라 전세 대신 소형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 진입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올해 초 국토부는 전세 사기 혐의로 금고형 이상을 받은 중개사의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자격증 취소 요건을 강화했다. 그러나 현재 대법원에선 실제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과거 전세 사기를 저지른 중개사들의 자격증을 유지하고 있어, 전세 사기꾼들의 영업을 막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수요자들 사이에서 비교적 전세 사기가 일어나기 쉬운 빌라보다는 소형 아파트를 선호하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전세 거래량은 5만7,718건으로 지난해(7만6,317건)보다 24.3%나 줄어들었다.

소규모 빌라 전세가, 부풀리기 쉬워

대규모 아파트의 경우 거래 사례가 많고, 대부분 분양가가 공개되는 데다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평균 시세가 확고하다. 또한 대규모 아파트는 시행사, 시공사 등 건축에 관여하는 이해관계자가 다양해 어느 한 사람이 분양가를 조종하기 어렵다. 반면 소규모 빌라·오피스텔은 평형, 집의 구조가 제각각이라 시세가 상대적으로 불분명해 실제 가치보다 과대평가 되기 쉽다. 즉 사기꾼이 입맛대로 매매·전세가를 올리기 쉽다는 의미다.

집값이 올라가면 전세자금 대출금도 따라 뛰는 만큼, 전세 사기꾼들은 담합·허위 거래를 통해 소규모 빌라·오피스텔의 전세가를 부풀린다. 가령 집주인에게 전세자금 대출금을 집값의 90%로 내줬던 과거 기준, 집주인은 적정 매매가가 2억원인 집을 허위거래를 통해 3억원으로 부풀린다. 이후 만약 전세 입주 희망자가 2억7,000만원을 은행에서 차입해 전세 사기꾼에게 건네준다면, 전세 사기꾼들은 세입자가 낸 전세금으로 매매 비용을 대신 치르고 주택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다. 설령 세입자가 빠져나간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전세 사기꾼들은 함께 가격을 부풀렸던 다른 세대의 전세금을 빼서 돌려주면 된다.

문제는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 발생한다. 부동산 시세가 하락하면 전세 사기꾼들은 다른 세대 전세금을 빼더라도, 전세를 빼려는 세입자에게 온전히 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부동산값이 내려가면서 다른 주택을 찾아 이사 가려는 세입자도 급증하기 때문에 결국 전세 사기꾼들은 전세자금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게 된다. 이 경우 은행이 전세 사기꾼의 변제에 대한 우선권이 있어 결국 세입자는 전세 보증금을 떼이게 되는 것이다.

전셋값 더 오를 것

업계에선 전세 사기, 즉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지금 추세로 지속된다면 결국 아파트 전셋값은 추후에도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세 사기 우려로 연립·다세대 등의 빌라를 제외하고 특정 지역 중심으로 아파트 시장 쏠림 현상이 심화돼 전셋값을 떠받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7일 한국 건설연구원은 내년 전국 전셋값이 2% 상승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과거 수준까지 전셋값이 폭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 견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지수는 누적 기준 8.74% 하락한 사태로, 지난해 하락분을 아직 전부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깡통전세나 빌라 사기 등의 공포가 엄습하면서 사람들이 아파트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도 "2020년, 2021년 아파트값이 급등한 시절엔 대체제로 빌라를 찾아 거래가 많이 이뤄졌으나 지금은 아파트값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므로 빌라를 선택할 유인이 적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할 수 있으나, 작년부터 아파트 전셋값이 많이 내린 만큼 상승세가 이어지더라도 과거만큼의 급등을 되풀이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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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美 환율 관찰대상국서 제외된 한국, 배경은 '불황형 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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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위스’ 환율 관찰대상국서 제외, 베트남은 신규 편입
올 상반기 국내 경상수지 흑자, 전년 대비 ‘1/10 토막’으로 줄어든 영향
환율 수준 시장 결정에 맡기되 미세 조정했던 ‘외환당국 대응’에도 주목
7일(현지 시간) 미 재무부가 발표한 '2023년 하반기 환율보고서'/사진=미 재무부

미 재무부가 매해 2번 발표하는 환율 관찰대상국 리스트에서 한국과 스위스를 제외하고 베트남을 새로 포함했다. 2016년 4월부터 줄곧 관찰대상국에 포함됐던 우리나라는 올해 상반기 지속된 불황에 환율 관찰대상국 관련 3가지 기준 중 무역흑자 기준만 충족했다. 이에 일각에선 지난 정부와 달리 외환시장의 개입을 최소화했던 외환당국의 대응이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베트남 등 6개국 美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

7일(현지 시간) 미 재무부가 발표한 ‘2023년 하반기 환율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스위스가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된 가운데 베트남이 새롭게 대상국에 포함됐다. 현재 환율 관찰대상국은 중국, 독일,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6개국이다.

환율 관찰대상국은 환율조작국의 전 단계로, 인위적으로 환율 시장에 개입해 교역 조건을 유리하게 만드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 국가를 의미한다. 미 재무부는 2015년 제정된 무역촉진법에 따라 미국과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정책 및 환율정책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에 따라 관찰대상국을 지정한다. 환율보고서는 매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발표된다.

현재 기준은 △상품과 서비스 등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8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달러 순매수 등이다. 이 세 기준 중 2가지를 충족하면 관찰대상국, 3가지 모두에 해당하면 환율조작국에 준하는 것으로 알려진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한다. 재무부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국가는 없었다. 재무부 관계자는 “베트남이 지난 평가 기간 글로벌 경상수지 흑자가 임계치를 초과했다”며 관찰대상국에 포함한 배경을 밝혔다.

7년 만의 관찰대상국 제외가 아쉬운 이유

우리나라는 2016년 4월부터 계속 관찰대상국 명단에 이름을 올려 왔다. 2019년 상반기엔 1가지 기준에만 해당했지만, 이후 2가지 기준을 다시 충족하며 관찰대상국에 포함됐다. 우리나라가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된 건 7년 만인데,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1.8%)가 기준 이하로 하락했을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년 들어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벗어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미 재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가지 기준 중 무역흑자 380억 달러(약 50조원)만 충족했으며, 그간 발목을 잡았던 경상수지 흑자 관련 기준에선 벗어났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여전히 흑자를 기록했으나 그 규모( 24억4,000만 달러)가 1년 전의 10분 1수준으로 토막 났기 때문이다. 1년 전 상반기 흑자 규모는 248억7,000만 달러(약 32조6,245억원)에 달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경제는 올해 내내 불황형 흑자 구조에서 허덕이고 있다. 결정적인 원인은 반도체 업황 부진이 이어진 탓이다. 주요 수출처인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경기 침체에 빠지면서 수출액이 전년 대비 큰 폭 줄어든 것과 더불어, 핵심 수출 시장으로 떠오르는 동남아, 미국으로의 수출 실적마저도 모두 감소한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 고위급 패널 토론에서 토론자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IMF

“한은의 외환시장 개입 적절했다” 평가

우리나라가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됨에 따라 이번 정부 들어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이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은 지난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75bp씩 올렸던 시기를 제외하고 외환시장 개입을 최소화해 왔다. 무질서한 시장 상황 등 예외적 경우에만 중앙은행의 간섭이 있어야 한다는 미 재무부의 권고에 부합했던 셈이다.

실제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외환당국의 개입이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를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면서도 특정 수준 이상으론 외환당국의 개입이 있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는 지난 4월 미 워싱턴에서 열린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대응’이라는 주제의 국제통화기금(IMF) 고위급 패널 토론에 토론자로 참석해 “지난해 9~10월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원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했기 때문에 외환 개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이 같은 외환시장 개입은 환율의 쏠림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특정 레벨에 대해선 개입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과거보다 특정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해 9월 22일 엔·달러 환율이 145.9엔까지 치솟자, 일본 외환당국은 엔화 약세에 대응해 사상 최대인 2조8,382억 엔(약 24조6,739억원)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당시 우리나라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는 등 원화 가치가 급락하자 외환당국의 대규모 시장 개입이 있었다. 그럼에도 당시 미 재무부는 이를 두고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이나 일본의 시장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 변동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국제적인 컨센서스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IMF와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자본유출이 발생할 경우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정책 수단으로 공식 인정하자는 논의가 나온다”면서 “이미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환율 조작 관련 이슈를 쟁점화하지 않고 있다. 이에 맞춰 외환당국도 환율 수준을 시장 결정에 맡기되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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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전면 중단' 첫날 우리 증시 급등, 외국인 순매수 이어졌지만 장기적으로는 자금 이탈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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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 이후 첫 거래일, 코스피 2,500선 단숨에 돌파
단기적으로는 증시 상승하나 중장기적으로는 위축될 듯
과거 연구들 찾아봐도 공매도 금지의 순기능 찾기 어려워

공매도를 전면 중단한 첫날 우리 증시가 크게 들썩였다. 코스피, 코스닥 지수 주가 상승폭은 역대 1위를 기록했으며, 그간 공매도에 시달렸던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 이차전지주들도 일제히 반등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리 증시의 급등세를 외국인들의 쇼트커버링(공매도 주식을 되갚기 위한 매수)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금융 당국의 공매도 전면 금지 정책의 합리적인 원인을 찾긴 힘든 만큼, 우리 증시에 신뢰가 하락한 외국인들이 중장기적으로는 자금 이탈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증시, 역대 최대 상승 폭으로 급등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에 마감하며 단숨에 2,500선을 뚫었다. 코스닥지수도 이날 57.40포인트(7.34%) 급등한 839.45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코스닥지수 상승 폭은 역대 최대였다.

이와 함께 그간 공매도의 집중 타깃이던 이차전지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특히 에코프로(+29.98%), 에코프로비엠(+30.00%), 포스코퓨처엠(+29.93%)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22.76%), 포스코홀딩스(+19.18%), SK이노베이션(+13.42%) 등도 급등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일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돼 1거래일 동안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 바 있다.

이같은 급등세는 금융 당국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시장이 크게 반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6일부터 내년 6월 28일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며 기존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었던 코스피200, 코스닥150지수 등 총 350개 구성 종목을 포함해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까지 전 종목의 신규 공매도 진입을 막았다. 이에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의 쇼트커버링이 대거 발생하면서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로' 강세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즉 공매도 제도가 전면 금지되면서, 향후 우리 증시에서 하방 압력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이 기존 보유하고 있던 공매도 포지션 청산을 위해 관련 주식들을 일제히 사들인 것이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115억원, 코스닥시장에서 4,702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문가들도 현재 증시 급등세는 금융당국의 기습적인 공매도 전면 금지로 인한 기형적 거품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당분간은 외국인들의 공매도 포지션이 쌓인 종목 중심으로 반등이 나타날 순 있으나, 해당 재료가 모두 소진된 후에는 다시금 펀더멘탈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적 투자전문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6일 "(한국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는 실수(mistake)"라며 "이런 바보 같은 짓(foolish things)을 계속하기 때문에 한국은 메이저 국제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포퓰리즘' 정책에 실망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리 증시 이탈 가능성↑

우리나라의 공매도 금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 등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한시적으로 시행됐으며, 이번이 네 번째다. 특히 코로나 사태의 한복판이던 지난 2020년 3월의 경우 당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프랑스·이탈리아·대만·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들이 공매도를 금지했고, 미국도 부분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었다. 즉 과거 우리나라의 공매도 금지 시기는 거시 경제 변수로 인한 증시 변동성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었고, 당시 글로벌 투자자들 또한 우리 금융 당국의 공매도 금지의 배경을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은 그때와 사정이 다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의 명분으로 '최근 널뛰기하고 있는 증시의 안정화'를 내세웠다. 이에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긴축 통화 기조가 완화되면서 최근 국내 증시 분위기가 안정화되고 다시금 활기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는 만큼, 금융 당국의 이같은 갑작스런 공매도 전면 금지의 합리적인 근거를 찾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내년 4월에 총선을 앞둔 여권의 압박에 굴복한 금융당국이 결국 개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 경제 정책을 집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공매도 전면 중단이 결국 우리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 악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 당국이 제대로 된 경제적 근거 없이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금융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스스로 떨어뜨렸고, 이를 인지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증시를 이탈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우)이 이복현 금감원장(좌)과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프리핑실에서 공매도 전면금지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과거 '공매도 한시적 금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

우리나라의 과거 공매도 금지 사례를 살펴봐도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 조처가 금융 당국이 강조하는 '증시 안정화' 명분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을 찾긴 어려워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이 2014년 발표한 보고서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공매도 금지 조치가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에 따르면,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인해 초래된 급격한 증시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여타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오랫동안 공매도를 규제해 왔으나, 해당 조처가 주식가격의 변동성을 축소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고 되레 공매도 금지로 인해 시장 조성자의 유동성 공급 역할을 제한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공매도 금지는 주가의 하방 압력을 부자연스럽게 제한함으로써 주식의 공정가격 형성을 막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또한 지난 9월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공매도 규제효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시행됐던 공매도 전면 금지 정책도 결국 국내 주식시장의 가격효율성을 저해하고 시장거래도 위축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보고서에선 공매도 금지 이전에는 상위 20% 종목이 하위 80%보다 전반적으로 가격효율성과 유동성이 높고 변동성은 작았으나, 공매도 금지 이후에는 두 그룹 간 차이가 줄거나 되레 역전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나 공매도 거래 비중이 높았던 종목은 공매도가 금지된 이후, 다른 종목보다 변동성과 극단적 수익률 발생 빈도가 모두 증가했으며, 공매도 금지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때의 변동성과 극단적 마이너스 수익률 발생 빈도도 상당 수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공매도 제한이 주가의 과대평가를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공매도 금지로 증시가 안정된다'는 금융 당국의 입장과도 다소 상반된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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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시장 낙관론 경고하는 월가 “미 국채 10년물 금리 향후 5년간 5.5% 수준 기록할 것”

국채 시장 낙관론 경고하는 월가 “미 국채 10년물 금리 향후 5년간 5.5% 수준 기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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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2007년 이후 최고치 수준인 5.25%까지 오를 수도”
지난 3일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 연 4.5% 수준으로 ‘급락’
'미 국채 금리의 고점 찍었다'는 기대감 확산에 뉴욕 증시도 반등 성공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2일 FOMC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Fed 유튜브 캡처

최근 미 국채 금리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비둘기파적인 발언과 고용시장 둔화에 힘입어 지난 3월 이후 가장 가파른 주간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힘을 잃는 가운데 월가에선 10년물 금리가 다시 5%대를 향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고용 시장 강세와 미중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장기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시장에선 향후 연준의 긴축 기조와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향후 장기 금리 추세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블랙록, 템플턴, 시타델 등 월가의 국채 금리 전망

4일(이하 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향후 5년간 약 5.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패권 전쟁의 장기화 및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의 급등이 장기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이끌 거란 주장이다. 장 보이빈 블랙록 투자연구소 소장은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향후 5년간 거시 경제 흐름을 반영해 연 5.5%를 맴돌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구 고령화에 따른 고용 시장 강세와 지정학적 긴장 및 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생산 비용 증가 등으로 (연준의) 긴축 기조가 오래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헤지펀드 K2애셋 매니지먼트와 프랭클린 템플턴, 시타델 등 기관들도 고금리 장기화를 전망했다.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K2애셋 매니지먼트는 10년물이 5%로 다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시타델과 템플턴도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지난 2007년 이후 최고치인 5.25%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시타델 증권 관계자는 “앞으로 나올 경제 지표에 국채 시장 흐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CPI와 같은 물가 지표가 급반등한다면 시장 분위기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만일 그렇게 될 경우) 연준이 금리 인상을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던 시장의 생각과 달리 연준은 더 오랜 기간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화된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미 국채 장기물 금리 ‘급락’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연 5%를 돌파했던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3일 연 4.557% 수준으로 안정화됐다. 한 주 전 4.846%이었던 걸 감안하면 올해 3월 이후 가장 가파른 주간 하락세를 기록한 셈이다.

미 국채 금리의 급격한 하락은 기존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약화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일 연준이 기준 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파월 의장의 비둘기파적이었던 발언이 시장 상황을 뒤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파월 의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최근 몇 달 장기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둔화 양상이 두드러졌던 고용지표 발표 역시 미 국채 금리를 하락세로 이끌었다. 지난 3일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10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15만 명 증가했다. 이는 당초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17만 명)를 하회한 결과로, 전월(29만7,000명 증가)과 비교해봐도 크게 둔화했다. 여기에 9월 고용이 기존 33만6,000명 증가에서 29만7,000명 증가로 하향 수정됐고, 8월 수치 역시 22만7,000명 증가에서 16만5,000명 증가로 크게 낮아지면서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월가 관계자는 “향후 금리 인상을 신중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힌 파월 의장의 발언에 시장은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받아들이며 환호했다”면서 “여기에 이번 고용 보고서는 골디락스 보고서에 가까웠기 때문에 시장의 반등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 5년간 미국 10년물 장기 국채 금리 추이/출처=FRED

‘뉴욕 증시’ 3주 만에 상승세 전환, 반등 계속되나

국채 금리 급락에 뉴욕증시 역시 강하게 반등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주간 기준 5.07% 상승하며 3주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5.85%, 6.60% 오르면서 3~4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유럽에서도 지난 2일 영란은행이 금리를 5.25%로 동결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됐다. 영국의 10년 만기 길트(영국 국채) 금리와 2년물 금리 역시 각각 하락했다. 특히 금리 기대치를 반영하는 길트 2년물 금리는 올해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고, 같은 날 유로존의 벤치마크인 독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약 2주 만에 2.6%대로 하락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현 수준의 금리를 얼마나 길게 끌고 갈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보는 시장의 분위기와 달리 지난주 장기채 금리 급락이 오히려 연준의 긴축 여건을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연준이 최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완화적인 기조를 보인 것은 장기물 금리가 5%까지 오르면서 기준금리 인상 없이도 자연스레 긴축 여건이 형성됐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처럼 장기물 금리가 지속 하락한다면 연준의 정책 기조는 매파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현재 연준의 가장 큰 목표는 인플레이션 둔화를 촉진하고 고착화를 막는 데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지난 2일 FOMC 기자회견에서 장기채 금리 상승 등의 요인이 긴축적인 금융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면서도, 그 전제 조건으로 지속성을 띠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 장기 금리 변화가 연준의 정책 변화 예상을 반영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고 언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향후 국채 금리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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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갈등] "반도체 규제에 허점 있다", 중국 향한 추가 반도체 규제 가능성 시사한 美 상무부 장관

[미·중갈등] "반도체 규제에 허점 있다", 중국 향한 추가 반도체 규제 가능성 시사한 美 상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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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청문회를 통해 상무부가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추가 조치를 도입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만약 기존 규제에 이어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위한 추가 조치가 도입되면, 중국과 거래하던 미국 반도체 기업은 물론, 우리 기업들 또한 사실상 중국과 거래가 끊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반도체 등의 하드웨어 분야를 넘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까지 대중국 규제를 확대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어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중 반도체 규제 강화 의지 밝힌 러몬도 상무부 장관

4일(현지 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이날 연방 상원 상무위원회 청문회에서 "화웨이의 첨단 반도체 탑재에 대한 보도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우리는 다른 도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출 통제) 규제와 관련된 추가적인 자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러몬도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화웨이가 공개한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첨단 공정으로 만든 모바일 프로세서 '기린 9000s'를 탑재한 '메이트60 프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7나노 공정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를 갖춰야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억제하고자 지난해 10월부터 대중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그런데 화웨이가 보란 듯이 자사 신제품에 7나노 반도체를 탑재하자, 일각에선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가했던 일련의 대중 수출규제들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즉 러몬도 장관이 이번 청문회를 통해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위한 추가 조치를 도입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러몬도 장관은 화웨이에 대한 상무부 조사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대신 "미국 반도체 업체인 시게이트가 올해 초 별도의 허가 없이 화웨이에 자사 제품을 판매한 건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3억 달러)을 부과한 것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필요한 만큼 강인하지만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러몬도 장관은 미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이 7나노 칩을 대규모로 제조할 수 있다는 어떤 증거도 우리는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서도 "어느 조사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으나, 한 가지 명백한 것은 어떤 기업이든 우리 수출통제를 우회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를 찾을 때마다 우리는 조사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반도체 '옥죄기'에 새우 등 터지는 관련 기업들

이처럼 한층 더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중 반도체 규제를 두고, 일각에선 중국과 거래하는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의 경우 기존 규제와 함께 새롭게 적용될 규제가 중첩되면서, 이젠 좋든 싫든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 3월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을 포함한 우려 국가에서 생산을 일정 부분 확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반도체지원법(CSA) 가드레일' 조항의 세부 규정안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상무부는 범용반도체 기준, 규제 대상을 로직 반도체는 28나노, D램은 18나노, 낸드플래시는 128단으로 규정했다. 이는 미국이 자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할 경우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규제안을 발표했던 지난해 10월 기준과 동일하다.

문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가 대부분 첨단반도체라는 점이다. 즉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CSA 투자 보조금을 받으면 향후 10년간 반도체 생산능력을 중국에서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만약 이를 어기고 중국에서 실질적인 확장을 하거나, 10만 달러(약 1억3,410만원) 이상의 거래를 하면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이번 러몬도 장관의 발언대로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이보다 한층 강화되면, 우리 반도체 기업의 중국과의 거래가 사실상 단절될 것이라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배적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및 투자 규제와 관련해 중국은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중국의 대표 반도체 장비업체인 중웨이반도체(AMEC)의 제럴드 인 CEO는 "미국은 지난해 10월 시행한 수출 규제를 통해 우리 반도체 기술을 28나노미터로 제한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며 "이는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보다 5세대 이상 뒤처지질 원하는 것이며, 우리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한 거부감을 내비쳤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사진=GettyImages

중국에 대한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규제 시행

더욱이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규제는 비단 반도체 등 하드웨어 분야에만 국한되진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미국 상무부가 올해 중으로 자국 첨단기술 보호를 위해 중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접근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가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중국 인공지능 기업들이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현행 수출 통제 규정을 우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만큼, 클라우드 서비스 규제를 통해 이같은 허점을 막는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당 규제가 채택되면 아마존닷컴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는 첨단 AI 칩 기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중국에게 제공하기 전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해당 정책이 실제 발효되면 수출 통제 정책의 범위가 기존 반도체 및 장비 제조업체 이외 기업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특히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중 이미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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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갈등] 중국의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 부양책에 'Sell China' 추세 가속화, 원인은 미국의 대규모 장기채 발행

[미·중갈등] 중국의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 부양책에 'Sell China' 추세 가속화, 원인은 미국의 대규모 장기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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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자들의 '셀 차이나(Sell China)' 기조가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자국 경기 부양책을 연이어 내놨으나,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탈중국을 가속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일각에선 현재 중국의 부동산발(發) 경기 침체가 90년대 일본의 경기 침체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중국 당국의 '소심한' 자국 경기 부양책이 미-중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미국의 장기채 대규모 발행으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이 더 급격하게 메말라 가고 있는 가운데, 자칫 중국 정부의 급격한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인해 풀리게 될 유동성조차 미국 채권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단 우려에 다소 소극적인 행보를 이어 나갈 수밖에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기 침체 우려에 뭉칫돈 빼가는 글로벌 투자자들

외국인들이 지난 8월 한 달간 900억 위안(약16조3,000억원)규모의 중국 주식을 내다 판 것으로 드러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이는 중국의 경기 침체 기색이 뚜렷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이라는 명목으로 집행하고 있는 정책들이 단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 부동산발 중국 경기 침체 전반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를 온전히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 정부는 현재 거래세 인하, 증권사 지급준비율 인하, 대형 뮤추얼 펀드 자산 매각 제한 규제 등 일련의 경기부양책을 내놨음에도 투자 심리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헤레로 아‧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부동산 부문을 겨냥한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며 "지난 한 달 동안 선전, 광저우 등 대도시에서의 주택담보대출 조건 완화 등 부동산 부문에서 몇 가지 변화가 있긴 했으나, 외국인 자금의 유입을 촉발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분석했다.

동일한 맥락으로, 중국 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연쇄 디폴트 리스크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는 자국 증시 폭락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중국 증시를 대표하는 CSI300지수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8%(달러화 표시 기준) 이상 추락했다. 스티븐 이네스 SPI자산운용 매니징 파트너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 당국이 실질국내총생산(GDP) 증가율 5%라는 성장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표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부동산 시장 위기는 중국 GDP를 최소한 1%포인트 이상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시장에 형성됐다"고 밝혔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나빠진 중국의 여건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전철을 중국이 그대로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18일엔 헝다그룹이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컨트리가든도 지난 8월 9일 채권 2종에 대한 이자를 갚지 못하면서 디폴트 위기가 시작된 바 있다. 중국에서 주택에 대한 투자가 GDP 성장의 14%를 차지하고, 인프라에 대한 투자까지 합치면 건설 경기의 영향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30% 이상 차지하는 만큼, 중국 당국이 이번 중국 부동산발 경기 침체와 글로벌 투자자들의 부동산 시장 자금 이탈을 제대로 막지 못하면 심각한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심지어 90년대 경기 침체에 빠졌던 일본보다 중국의 경기 현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먼저, 현 중국의 인구 구조가 경기 침체에 빠졌던 당시 일본보다 더 고령화된 상황이란 지적이다. 경제 데이터 제공업체 CEIC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65세 인구가 10%에서 14%로 상승하는데 1991년부터 11년의 시간이 걸린 반면, 중국의 경우 2021년 기준 7년 만에 일본과 동일 수치로 도달했고, 나아가 일본보다 노인인구 증가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본의 경우 불황이 시작된 지 거의 20년이 지난 2008년이 돼서야 총인구가 감소세에 접어든 반면, 중국의 총인구는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이전인 2022년부터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즉 노동력을 앞세워 급속 성장을 일궈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중국은 노동 인구 축소라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버블이 터진 90년대 일본보다 더 깊은 경기 침체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90년대 일본에 비해 정책적 여력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분석에 따르면 90년대 일본의 정부 부채는 GDP의 62%에 불과했으나, 중국은 지방정부와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 부채까지 포함하면 GDP 대비 95%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91년도의 일본은행 기준금리는 8.1%인 데 비해, 2022년 기준 중국의 경우에는 1.9%로 이미 매우 낮은 상태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일본에 비해 통화정책 여력조차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글로벌 투자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중국 정부의 단편적인 경기 부양책이 이처럼 좁아진 통화 정책 여력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는 형국이다.

지나 러몬드 미국 상무부 장관/사진=GettyImages

미-중 관계 회복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탈중국 막을 수 있다

금융 업계에선 중국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Sell China 기조가 근본적으로 미-중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중국은 디플레이션을 막고 자국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명목으로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 소폭 인하했으나, 이는 앞서 살펴봤듯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금리 인하였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대규모 유동성을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는 중국 당국도 인지하고 있는 대목이지만, 미-중 패권전쟁으로 인해 그나마 남아있는 유동성이 미국에 흡수될 것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기대에 못 미치는 금리 인하 등의 소심한 행보를 이어 나갈 수밖에 없게 됐고, 이로 인해 중국 정부가 글로벌 투자자들 또한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지난 6월 부채 한도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장기채 발행 규모를 960억 달러(약 126조원)에서 1,030억 달러(약 135조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발표했다. 물론 이는 부채 한도를 늘린 미국이 부채를 늘림으로써 대차대조표상에서 자산과 부채를 모두 키워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의도로 설명할 수도 있으나, 현재 중국이 유동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미국이 국채 발행량을 늘리며 유동성을 흡수한다는 것은 단순 우연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즉 중국 당국은 LPR 금리 대폭 인하를 비롯해 경기 부양책을 더 파격적으로 집행하게 될 시 이미 있던 유동성마저 미국채 시장에 빨려 들어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미 연준(Fed)은 고금리를 유지하며 미국채에 대한 매력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측에서도 미국과 정치적 레벨의 협력 시도를 통해 양국 간 갈등 구도를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8월 27일엔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 상무부와 연 1회 이상 대면 회담을 하고 수출입 통제 정보를 교환하기로 하는 등 소통을 확대키로 공언한 바 있다. 이에 중국은 그간 미국으로부터 문제시됐던 기업 기밀 및 영업 비밀 유출에 대해 보호를 강화키로 밝히면서 사실상 미국에 한 발짝 '양보'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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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갈등] 美의 '이기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이제야 '부동산 거품' 빠지는 中, "美 따라잡기 사실상 불가능할 듯"

[미·중갈등] 美의 '이기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이제야 '부동산 거품' 빠지는 中, "美 따라잡기 사실상 불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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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이 쏘아 올린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가 관련 업체 줄도산 및 금융권으로 번지면서, '제2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촉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이제서야 꺼지고 있는 만큼 중국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선 이같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중국 정부의 계획된 움직임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 성장이 본질적인 사회 인프라 및 생산력에서 비롯된 게 아닌 부동산 거품에서 촉발된 만큼,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한 차례 꺼뜨리고 중국 경제 성장을 위한 인프라를 다시금 설계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큰 그림 중 하나란 분석이다. 실제 중국은 부동산 시장에 한정적인 유동성 공급만 취하고 있을 뿐, 적극적인 조치보다는 현 경제 추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의 부동산 디폴트 리스크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 인상을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깊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중국이 유동성을 풀어 위안화 프록시(대리)인 원화 가치를 떨어뜨릴 것은 자명하나, 우리나라 역시 부동산 침체로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는 가운데 기준 금리 인상까지 하게 되면 소비·투자 위축 및 PF(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촉발 등으로 인해 장기 침체 국면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사진=GettyImages

컨트리가든발(發) 부동산 경기 침체, 사실상 중국 경제 디플레이션 촉발했다고 봐야

지난 9일 중국 메이저 부동산 개발회사 컨트리가든은 만기가 도래한 액면가 10억 달러(약 1조3,412억원)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 달러(약 302억원)을 갚지 못했다. 대부분의 중국 국민들이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으로 믿고 매매를 멈춰, 부동산 시장 자체가 침체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는 중국 금융권으로 전이되고 있는 상황이다. 컨트리가든을 비롯한 중국 부동산 기업들은 부동산신탁회사로부터 건설 관련 자금을 충당해 왔는데,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기업에 이어 부동산신탁회사까지 연쇄 디폴트 리스크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최대 민영 자산 그룹 ‘중즈계(中植系)’의 자회사인 부동산신탁회사 중룽국제신탁이 3천500억 위안(약 64조원) 상당의 채권 상환에 실패하면서 금융 시장에 불안이 확산됐다.

올해 초 중국 당국이 '제로코로나' 방침을 포기하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으나, 이같은 컨트리가든발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결국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 경제로 확산되면서 '경기회복'의 열매를 맺긴커녕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 모양새다. 특히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실질산업생산과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각각 3.7%, 2.5%로, 시장 컨센서스인 4.3%, 4.0%을 밑돌았다. 이 중에서도 소매판매 증가율은 2.5%로,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해당 지표는 4월 18.4%에서 5월 12.7%, 6월 3.1%로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중국 내수 소비 부진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은 경기 둔화 조짐 속에서 물가는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 대비 0.3% 하락으로 2021년 2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달 물가를 가늠할 수 있는 생산자물가지수(PPI) 또한 전년 동기 대비 4.4%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박이 더욱 가중되는 형국이다.

부동산으로 경제 일으키고, 부동산으로 경제 침체 맞게 된 중국

일각에선 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가 중국 경제 장기 침체의 서막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간 중국 경제의 근본적인 성장 동력이 금리를 낮게 유지해 부동산 업체가 개발자금을 값싸게 조달하고, 이를 통해 건설 기반 경제를 끌어올렸던 것에 있었던 만큼, 부동산 침체 리스크로 인해 이제는 기존과 같은 방법으로는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970년대 말 개방·개혁 이후 주택 및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개발을 경제 성장의 중심축으로 삼았던 중국은 건설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이를 통해 중국은 건설 투자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내수 소비를 끌어냈다. 심지어 중국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도 건설 경기 부양으로 극복한 바 있다. 또한 중국은 이렇게 건설로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건설에 재투자했다. 실제 중국은 2008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약 44%를 인프라 투자에 사용했다. 세계 평균은 25%, 미국은 약 20%임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 컨트리가든 사태로 부동산 경기 침체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만큼, 이같은 토목 경제 시스템이 더 이상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없고, 오히려 침체의 늪으로 이끌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은 주택 가격이 오를 것으로 믿고 구매 수요가 크게 줄은 상태다. 실제 2018년 기준 중국 도심 아파트의 약 20%인 1억3,000만 가구는 공실로 집계된 바 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의 과잉공급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도시 인구도 20240년을 기점으로 감소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되면서 업계에선 중국 부동산 시장이 이전과 같은 활기를 되찾긴 어렵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울러 중국 당국이 과거 막대한 규모로 투자한 지방정부 인프라가 그만큼의 경제 성장을 가져다줄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노동인구가 감소하는 중국의 현시점에서, 설비투자는 너무 과하게 이뤄져 있어 물적 자본 투자에서 얻을 수 있는 성장 기여분이 적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 하이난성 단저우시는 550만 달러(약 73억원)를 투입해 고속철도역을 지었지만 승객이 없어 한 번도 이용되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 기준 1인당 GDP가 7,200 달러가 채 안 되는 구이저우성에는 공항이 11개 있어 대부분 유휴 상태로 접어든 실정이다.

이처럼 중국의 암울한 미래 경제 전망이 점쳐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중국이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영국 리서치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의 GDP 추세성장률(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률)이 2019년 5%에서 3%로 하락했고 오는 2030년에는 약 2%대로 추락할 것이라 내다봤다.

현재 국제 정세를 정의하는 중요한 축, '미·중 갈등'이 중국 부동산 침체의 근본적인 원인

높게 점쳐지는 중국의 디플레이션의 근본적인 원인을 미·중 갈등의 문맥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2018년 트럼프 체제 하의 관세전쟁을 필두로 현재까지 중국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미국이, 중국의 사정을 봐줬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이기적인' 통화 긴축 정책을 이어가면서 종국적으로는 중국의 경기 침체를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과거 2015년을 살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금리 인상 사이클에 진입할 당시 미 연준(Fed) 의장이었던 재닛 옐런은 잠시 금리 인상을 동결한 바 있다. 당시 연방공개위원회(FOMC)에서 연준이사회는 기축 통화인 달러의 유동성을 급격하게 흡수하면 글로벌 금융 불안정을 초래한다며 금리 인상 동결의 배경을 설명했으나, 시장에선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로 위안화 가치 절하 위기를 겪게 된 중국이 통화 정책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휴식'을 마련했다고 보는 입장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반전됐다는 설명이다. 연준은 지난해 3월 들어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가고 있다. 심지어 지난 6월 20일엔 중국 인민은행이 LPR 대출우대금리를 0.1% 인하한 데다,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의 디폴트 리스크가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고,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달성하고 있다. 이처럼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크게 드리우는데도 불구하고, 제롬 파월 현 미 연준 의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7월 FOMC에서 근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는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 기준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시장 컨센서스를 형성했다.

이렇게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유동성을 '무자비하게' 빨아들이고 있는 과정에서, 중국의 인바운드 투자(해외자금이 자국으로 유입되는 것)가 빠져나간 가운데 기존 경기 침체 국면과 맞물린 중국 기업들은 유동성 부족으로 인력 채용에 차질을 빚게 돼 실업률은 더욱 치솟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가계 소비량은 줄고, 가계에 있어 가장 큰 자산이자 투자, 대출의 원천인 부동산 시장도 결국 침체를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장/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의 추후 통화 긴축 정책 향방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응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는 다소 소극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0.1% 포인트를 인하했으며, 16일엔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계약을 통해 2,970억 위안(약 51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풀었다. 또한 앞서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기준 환율을 시장 컨센서스보다 783핍(1pip=0.0001) 더 가치를 높여 설정하며 위안화 가치 절하를 감수하고 달러를 자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82%로, 현시점에도 금융 불균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높은 만큼 무한정의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긴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 어느 정도 고통을 감수하고 디레버리징 정책을 통해 부동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뜯어고칠 것이란 시각이 제기되기도 한다. 동일선상에서 현재 부동산 업계의 디폴트 리스크가 중국 정부의 계획하에 촉발된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꺼뜨리고 제대로 된 인프라 구축부터 다시 시작하겠단 중국 정부의 의도가 기저에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대출, 세금, 청약 등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 주택 수요를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아파트 거래량 및 가격 상승, 전월세 낙폭 둔화 등 부동산 분위기는 살아나고 있으나, 가계부채 급증은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금리를 통해 디레버리징을 도모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7월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1,068조1,000억원을 경신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즉 부동산 시장을 끌어올리는 대가로 금융 불균형 리스크를 키운 셈이다.

이처럼 비대해져 가는 가계 대출 규모에 우리나라의 금융 시장의 잠재적 부실이 우려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오는 24일에도 기준금리를 현 3.50%에서 동결할 것이란 예측이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배적이다. 중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우리나라 하반기 경기 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중국의 양적 완화 및 금리 인하에 따라 중국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인 원화마저 가치절하되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 카드를 고려해야 할 유인은 충분하지만 그럼에도 한은이 소비, 투자 위축, PF 부실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금리를 올리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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