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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제동에도 유증 강행 이수페타시스, 시장은 주가 하락으로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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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제동 7일 만에 정정신고서 제출
김상범 그룹 회장 ‘책임경영 강화’ 강조
유상증자 강행 소식에 주가 9%대 하락
이수페타시스 본사 전경/사진=이수페타시스

반도체 기판(PCB) 제조업체 이수페타시스가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도 유상증자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신사업 인수의 합리성을 거듭 강조하며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의 참여 계획 또한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이수페타시스가 계열사 살리기에 희생된 이수화학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같은 우려에 주가 또한 급락하는 모습이다.

일정만 연기, 내용은 ‘고스란히’

이수페타시스는 11일 금융감독원이 요구한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증자 신주배정 기준일을 기존 이달 17일에서 내년 1월 20일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신주발행가액 확정예정일과 청약예정일, 납입일, 신주상장예정일 등 유상증자 관련 일정이 일제히 순연됐다. 다만 주당 0.30831766주를 배정하고 2,010만주를 새로 발행하겠다는 계획은 그대로다.

앞서 이수페타시스는 5,50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이 가운데 2,998억원을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제이오 주식 및 전환사채 인수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유상증자를 통해 새로 발행하는 주식 수는 기존 발행 주식 수의 약 31.8%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고, 이어 금감원까지 제동을 걸며 이수페타시스의 유상증자는 쉽지 않아 보였다.

지난 2일 금감원은 “이수페타시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한 심사 결과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아니했거나,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 기재, 혹은 표시되지 않은 부분이 발견됐다”며 “표시 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킨 경우에 해당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요구에도 회사가 3개월 이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신고서는 철회한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불과 7일 만에 이수페타시스가 정정신고서를 내면서 유상증자 절차도 다시 시작됐다. 정정된 증권신고서에는 제이오 인수 결정과 관련한 의사 결정 과정이 담겼다. PCB 제조 단일사업에서 오는 변동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해 신사업 진출을 검토했고, 그 제이오가 영위하는 탄소나노튜브(CNT, Carbon Nanotube) 사업이 신규 사업 검토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수페타시스는 제이오와 고성능 PCB 제조를 위한 CNT를 공동으로 연구하며 PCB 성능 개선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의 참여도 정정 증권신고서를 통해 확약했다. 당초 이수페타시스는 최대 주주인 이수의 100% 참여 계획을 밝혔지만, 정정을 통해 120% 참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배정받은 물량의 100%를 청약 참여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김 회장은 이수페타시스 지분 0.9%를 보유하고 있다.

제이오 인수를 위한 차입 계획도 밝혔다. 이수페타시스는 증자 결의 당시 예상 조달금액 5,500억원 가운데 2,500억원은 시설자금으로, 나머지 3,000억원은 제이오 인수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주들의 반발이 극심해 당초 계획했던 자금 확보에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수페타시스는 10일 기준 모집총액은 3,719억원으로 예상된다며 제이오 인수에 2,027억원, 시설투자에 1,692억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제이오 인수자금 중 모자란 971억원은 회사의 가용자금(1,015억원) 이내에서 차입한다는 계획이다.

소통 없는 신사업 확장에 주가 반토막

시장에서는 PCB 제조업체인 이수페타시스가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제이오 인수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수그룹 계열사 가운데 이차전지 소재사가 있음에도 시너지를 확신할 수 없는 제이오를 인수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다는 지적이다. 권민규 SK증권 연구원은 “CNT 기업 인수 결정은 무리한 사업확장”이라며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자본조달로 멀티플(가치평가 적용배수)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양승수 메리츠 증권 연구원 또한 “제이오의 주요 고객사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영향으로 장기 공급 계약이 취소되는 등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짚으며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제이오 인수 의사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배경 및 검토 내용, 중장기 제이오의 성장성에 대한 구체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주요 의사 결정에는 주주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가장 먼저 진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조언에도 회사가 유상증자를 강행할 의지를 보이면서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급락을 나타냈다. 이날 오전 10시 35분 기준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2,300원(9.43%) 내린 2만2,100원을 기록했다. 이는 불과 한 달여 전인 10월 24일 기록한 4만6,500원과 비교해 52.5% 하락한 수준이다.

제2의 이수화학 되나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수페타시스가 이수화학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이수화학은 계열사에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아낌없는 지원으로 그룹 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부실기업인 이수건설 살리기에 가장 열심이었던 계열사도 이수화학이었다. 앞서 지주회사 이수는 2009년 자금난에 시달리던 이수건설의 경영권을 이수화학에 넘겼다. 이후 이수화학은 이수건설 뒷바라지에 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부었다. 이수화학 시가총액(1,411억원)을 2배 이상 웃도는 자금이 이수건설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수건설의 경영정상화는 요원한 상태로, 오히려 부실이 심화하기까지 했다. 이수건설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누적 영업손실 5,08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23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계열사를 살리려는 노력과 함께 이수화학이 막대한 재정 부담을 떠안았음은 물론이다. 3분기 말 기준 이수화학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96억원에 불과한 반면, 단기차입금은 1,358억원에 달한다. 유동비율 또한 100% 이하로 떨어지며 단기부채 상환 능력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그룹 안팎에서 ‘이수화학은 이제 쓸모를 다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수그룹 입장에서는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해 줄 이수화학의 다음 주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수페타시스는 시장의 비판과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도 그룹 회장의 참여까지 약속하며 신사업 확장을 강행하고 있다. 이수화학의 다음 주자로 이수페타시스가 낙점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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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주환원책 꺼내 든 MBK “무분별 투자로 증발한 3.4조원 되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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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 계획 발표
무분별 투자 사례 속속 수면 위로
MBK 기술기업 경영 능력 관련 우려도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꺼내 들고 본격적인 표심 얻기에 나섰다. 주식 액면분할과 자사주 전량 소각을 전면에 내세운 해당 주주환원책은 운영 체계의 투명성을 높여 불필요한 투자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내용 또한 담고 있다. 그간 불필요한 투자로 인해 증발한 기업가치만 3조원을 훌쩍 넘는다는 게 MBK 측의 지적이다.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 권한 강화 강조

MBK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의 주주가치 제고 및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김광일 MBK 부회장은 “(고려아연 주식) 유통 물량이 대폭 줄었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유상증자가 아니라 주식 액면분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철회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 이사회는 주가 불안정 해소가 목적이라며 일반 공모 유증을 시도했지만, 실질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주식 액면분할을 통해 유통 주식 수를 늘려 시장의 가치발견 기능을 강화하고, 고려아연의 기보유 자기주식 253만9,726주(발행주식 총수의 12.3%)를 전량 소각하겠다는 게 MBK의 구상이다. 이에 더해 배당에 대한 예측 가능성 제고를 위해서는 배당정책 공시를 정례화하는 방안을 주주환원 정책으로 제시했다.

현재 고려아연 배당정책은 자기자본비용(COE·투자자들이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과 사업의 불확실성 위험에 상응해 기대하는 요구 수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두 지표를 고려해 수립한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COE는 10∼12% 수준인데, ROE는 5∼6% 정도에 그친다”고 지적하며 “ROE와 COE의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중장기 플랜을 개발해 이사회에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분리선출 사외이사(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소수주주가 추천한 후보 가운데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사외이사 중 주주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를 이사회 결의로 지정하는 ‘주주권익보호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해 주주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넓히기로 했다.

이번 주주환원책의 핵심 내용인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서는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 권한을 강화하고, 투자심의위원회와 ESG·양성평등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김 부회장은 “현재 (MBK와 영풍이) 최대주주임에도 고려아연의 외부자에 머물고 있는 만큼 이사회에 들어가야 한다”며 “이사회 입성 후 이들 안건을 다각도로 검토해 정기주총이나 그다음 주총에서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 실패에 재무상태 포장 급급

MBK가 고려아연 거버넌스를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고려아연 이사회의 견제·감독 기능이 약화한 상태에서 최 회장 이해관계에 따라 불필요한 투자가 반복된 탓이다. MBK에 따르면 최 회장 취임 후 고려아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이그니오홀딩스, 정석기업 등에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로 인해 훼손된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자사주 공개매수로 훼손된 주주가치 9,000억원까지 감안하면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3조4,000억원의 주주가치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MBK의 설명이다.

그간 시장에서도 고려아연의 무분별한 투자를 향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일례로 2022년 7월 고려아연이 인수한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는 인수 당시 자본금 106억원, 유형자산 416억원의 중견 업체였지만, 250억원 상당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어 건전성은 열악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미국도 아닌 프랑스에 소규모 제련소 1곳을 보유한 이그니오를 “장래성이 있다”며 무려 5,819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이그니오의 지난해 매출은 650만 유로(약 96억원)로 전년 대비 108만 유로(약 16억원) 감소했다.

고려아연은 이그니오 투자 실패가 명백한 상황에서 올해 4월 비철금속 트레이딩 업체 캐터맨의 지분 100%를 5,500만 달러(약 740억원)에 인수했다. 그런데 캐터맨의 지난해 매출은 1조6,500억원대로, 5,819억원에 인수한 이그니오의 동기 매출보다 20배가량 많다. 고려아연의 이그니오 인수가 정상적인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여기에 캐터맨이 미국 JP모건체이스은행에 지고 있는 부채 2,694억원에 대한 고려아연의 채무 보증 등 인수 조건이 알려지면서 회사의 재무상태를 포장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불거졌다.

결국 고려아연은 이그니오 인수에 투입된 5,819억원과 캐터맨 인수액 740억원, 캐터맨 채무보증 2,694억원 등 9,200억원 상당을 해외 투자 명목으로 쏟아부었지만, 재무제표상 매출액만 과대포장 해주는 캐터맨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국가기간산업 경영 능력엔 의구심

이처럼 시장 분위기가 최 회장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가운데, MBK는 경영 능력 입증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MBK는 정체성이 사모펀드인 만큼 기본적으로 기업 인수 후 가치를 높여 이를 다시 매각해 수익을 실현하는 구조를 갖는다. 국가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고려아연을 MBK가 경영하는 것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심지어 최근에는 MBK의 과거 투자 실패 사례까지 재조명되며 주주들의 우려를 키우는 모습이다. MBK는 지난 2009년 철골·플랜트 기업 영화엔지니어링을 1,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당시 영화엔지니어링은 국내 강구조물 시공능력평가 6년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기술력 있는 강소기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MBK 인수 5년 차인 2013년부터 영업손실 111억원을 기록하며 급격하게 실적이 악화했다.

MBK는 영화엔지니어링의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도 중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단기성과 및 외형 확대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영화엔지니어링은 2016년 회생절차를 밟기 시작했고, 이듬해 496억원의 매각 대금으로 유암코에 넘겨졌다. MBK의 야심 찬 기술기업 투자는 실패로 막을 내렸다.

고려아연 역시 국가핵심기술을 토대로 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기술 중심 기업이다. 특히 고려아연은 시가총액은 20조원대의 대기업이기도 하다. 고려아연은 무려 25년간 99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글로벌 비철금속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으며,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라는 슬로건 아래 신사업 확장이 한창인 단계다.

업계 한 관계자는 “MBK는 과거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영화엔지니어링의 경쟁력을 살리지 못한 데서 알 수 있듯 업황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특히 장기간의 기술 축적과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한 중화학 업계에서는 이런 우려점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수는 고려아연과 유사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영풍이 MBK와 손을 잡았다는 점이다. 다만 영풍의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매출액은 6,5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가량 줄어들며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당기순이익 또한 1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 줄었다. 동일한 경영 환경 속에서 극과 극의 성적표를 받은 만큼 MBK·영풍의 경영능력 입증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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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독일, '국가부채 제동장치' 손질 나설까

위기의 독일, '국가부채 제동장치' 손질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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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가부채 제동장치 대대적 개편 준비 중
작년 말 예산 대란·경제 성장 둔화 등으로 의구심 커져
주요 기관·전문가들도 재정 정책 개선 방안 제시

독일이 '국가부채 제동장치(Schuldenbremse)'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말 벌어진 '예산 대란' 이후 국가부채 제동장치의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제도 개선 압박이 가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부각된 독일의 경기 침체 기조 역시 재정 정책 전환 논의에 기름을 붓고 있다.

獨, 국가부채 제동장치 개편 검토

10일(현지시각) 미국 경제 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최근 독일은 국가부채 제동장치 제도의 대대적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국가부채 제동장치는 국가의 적정 부채 한도를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부채 발행을 제한하는 재정 정책이다. 앞서 독일은 헌법에 2009년 한 해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지 않도록 하고, 국가부채 한도를 GDP의 0.35%로 제한하는 내용을 명문화했다. 다만 자연재해 등 특별한 위기 상황에서는 연방의회에서 적용을 제외하도록 결의할 수 있다.

국가부채 제동장치 제도의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한 배경에는 지난해 말 벌어진 '예산 대란'이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독일 연립정부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를 고려해 국가부채 제동장치 적용을 제외하기로 결의, 600억 유로(약 86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해당 예산은 코로나19 대응에 쓰이지 않은 채 불용 예산으로 남았다.

이후 지난해 독일 연립정부는 해당 불용 예산을 기후변환기금(KTF)으로 전용해 2024년 예산안을 편성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해당 예산안이 위헌이라고 판단하며 연방정부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특정 연도에 특정 명목으로 조성한 예산을 다른 해에 다른 명목으로 쓰는 조치가 국가채무 제동장치를 우회하는 행위라고 본 것이다. 이에 독일에서는 대규모 예산 공백으로 인한 혼란이 발생했고, 곳곳에서 국가채무 제동장치의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독일의 경제 위기

최근 불거진 독일의 경제 위기도 국가부채 제동장치 제도 존폐 논의에 기름을 붓고 있다. 지난 10월 독일 경제부는 올해 GDP가 0.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의 0.3% 증가 전망에서 급격하게 하향 조정된 수치다. 이 같은 예측이 현실화하면 독일 경제는 2023년 0.3% 역성장한 데에 이어 20년 만에 2년 연속 경기 침체를 경험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가부채 제동장치가 독일의 성장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부채 제동장치로 인해 첨단 기술 육성에 필요한 정부 투자가 줄어들며 시장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것이다. 실제 독일의 GDP 대비 공공투자 비중(2018~2022년 기준)은 2.5%에 불과하다. 이는 공공투자가 열악한 것으로 꼽히는 영국(3%)을 밑도는 수치자, 유로존 주요 고소득 국가(스페인 제외)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요 기관들은 독일 정부가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독일이 순차입 한도를 GDP의 1% 수준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독일 경제전문가위원회는 구조적 적자 한도 조정, 예외 조항 적용 기간 연장 등을 포함한 제도 개혁안을 제시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재정 준칙(재정 적자 한도 GDP 대비 3%) 내에서 독일의 재정 운용 탄력성을 제고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전문가 "국가부채 제동장치는 구속복"

다수의 전문가들 역시 독일 재정 정책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초 아힘 트루거 뒤스부르크대 경제학과 교수는 독일 언론 매체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을 통해 "국가부채 제동장치의 설계 오류 중 하나는 투자 지향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미래에 이득이 생기는 투자의 경우 빚을 내 차세대와 공동으로 감당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EU 관례에 따라 투자를 규정하고 GDP의 1~1.5%에 상한을 둔다면 지속 가능성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 '바이드노믹스'를 설계한 브라이언 디즈 전 대통령 수석 경제보좌관은 독일의 언론 매체 디차이트 기고문에서 "국가부채 제동장치는 독일의 손발을 묶는 구속복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의 문제는 국가부채 제동장치 그 자체"라면서 "임의로 정해진 연간 부채 상한은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 결정을 하기 전 필요로 하는 장기적인 계획 안정성에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국가부채 제동장치 관련 규정으로 인해 독일이 성장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 "국가부채 제동장치는 독일을 자멸로 이끌었다"며 "독일은 부채 제동장치 도입 후 오랫동안 기반 시설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주요 20개국(G20) 중 아르헨티나와 함께 유일하게 역성장하고, 향후 5년간 성장세가 주요국보다 뒤처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독일이 구속복을 벗어 던지고, 경제 성장 엔진을 다시 가동할 수 있다면 이는 유럽 전체의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며 "독일 정부는 정부 투자에 따른 효용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정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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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그룹, 상조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 인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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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G 경영권 인수해 상조 시장 진출
학령인구 감소로 사업 다각화 모색
교육과 상조사업 시너지 창출 기대
사진=프리드라이프

웅진그룹이 상조업계 1위 사업자인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추진 중이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상조 산업의 성장성과 기존 사업 간 시너지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부터 상조 서비스를 제공해 온 교원그룹이 업계 3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대교그룹도 실버케어 브랜드를 운영하는 자회사를 통해 연내 상조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상조업계의 대형화 추세 속에 웅진그룹이 프리드라이프 인수가 성공할 경우 교육그룹 3사가 상조시장에서 맞붙으면서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웅진,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상조업체 인수 검토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 등으로부터 프리드라이프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20년 프리드라이프 지분 100%를 인수한 VIG파트너스는 이후 좋은라이프, 금강문화허브, 모던종합상조 등을 합병하며 상조업계 1위 사업자로 발돋움했다. 지난달 말 기준 프리드라이프 누적 회원 수는 221만 명, 누적 부금 선수금과 총자산은 각각 2조3,980억원, 2조7,600억원이다.

앞서 VIG파트너스는 지난 7월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지분 20%를 매각했다. 당시 VIG파트너스는 프리드라이프의 경영권 매각과 함께 엑시트를 추진했으나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일부 지분 매각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20%에 대한 인수 금액은 2,000억원대로, 프리드라이프는 1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영권 매각에서도 인수 가격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웅진그룹의 전통적 주력 사업은 출판·교육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웅진 매출액 1조185억원 가운데 유·초등교육에 주력하는 웅진씽크빅 비중이 약 60%에 달했다. 최근 들어 웅진그룹은 정보기술(IT) 서비스를 비롯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상조 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와는 올해 초 '교육 전환 서비스'를 출시하며 인연을 맺었는데 프리드라이프의 기존 고객이 가입한 상조 서비스를 웅진씽크빅 교육 서비스로 전환하는 식이다.

교원라이프 사내벤처에서 독립법인으로 분사한 장례 종합 플랫폼 첫장/사진=첫장컴퍼니

웅진·교원·대교 '교육 3사', 상조업 진출 가능성

웅진그룹이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통해 상조 시장 진출을 모색함에 따라 웅진·교원·대교 등 교육그룹 3사가 모두 상조 시장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영유아 교육 시장이 위축되면서 사업 다각화에 나선 교육업계가 시니어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상조업을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생 수는 260만 명으로 오는 2028년에는 187만 명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00만 명 선이 붕괴할 것으로 관측된다.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웅진·교원·대교그룹 3사의 교육사업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2022년 매출 9,33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2023년 8,901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76억원에서 56억원으로 79.8% 급감했다. 대교 또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4% 감소한 6,597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손실은 278억원으로 4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원 역시 교육 부문 매출이 지난해 8,76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6%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교와 교원은 일찌감치 실버케어 사업에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교는 지난 2022년 1월 시니어 토털 케어 브랜드 대교뉴이프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7월 자회사로 동명의 독립법인을 설립했다. 이달 중에는 대교뉴이프를 통해 상조 서비스를 출시한다. 기존에는 주간보호센터와 방문 서비스 등 돌봄사업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했는데 상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대교뉴이프는 독립법인 설립 첫해인 지난해 23억원의 매출을 냈으며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83억원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3사 중 가장 앞선 2010년 상조업을 시작한 교원도 지난해 선수금 1조 3,266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교원그룹의 상조 계열사인 교원라이프는 프리드라이프(2조2,296억원), 보람상조(1조5,000억원)에 이은 3위 사업자로 최근에는 장례 종합 플랫폼 '첫장' 사업을 제안한 사내벤처 첫장컴퍼니를 독립법인으로 분사하며 관련 사업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매출은 947억원으로 전년 대비 27.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46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선수금 '1조 클럽' 4곳, 대형화 흐름 속 경쟁 심화

다만 상조 시장에서 누가 승기를 잡을 지는 미지수다. 웅진이 프리드라이프 인수로 선두를 차지하더라도 상조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은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한다면 대교나 교원보다 후발주자임에도 기존 영업 네트워크를 통해 상조·실버 사업에서 영역을 적극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 소규모 업체가 난립했던 상조 시장은 중소업체들이 대거 폐업하거나 매각되며 한 차례 정리됐으나 내년에는 신규 사업자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 상조 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상조업체들도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2020년 636만 명 수준이던 상조 서비스 가입자 수는 올해 3월 892만 명을 기록하며 900만 명에 육박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선수금 1조원을 넘긴 업체가 한 곳도 없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는 △프리드라이프(2조2,296억원) △보람상조(1조5,000억원, 7개 그룹 계열사 합산) △교원라이프(1조3,266억원) △대명스테이션(1조2,633억원) 등 '1조 클럽'이 4곳이나 된다. 시장 구조조조정 후 대형화가 진행되면서 상위업체로 가입자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 코웨이 등 자본력을 갖춘 신규 사업자의 등장은 시장 재편을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월 코웨이는 자회사 '코웨이라이프솔루션'을 설립하고 실버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실버사업을 영위하는 신설법인은 프리미엄 실버타운과 실버케어 사업을 주력으로 문화·여행·숙박·결혼·펫·요양·장례 등 실버세대의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하는 상품을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상조 서비스 출시도 예고했다. 주력 제품인 정수기는 물론 비렉스 안마의자, 매트리스 등을 상조 상품과 결합해 판매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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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보 5수 끝 인수처 찾아, 고용승계 의무 없는 메리츠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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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순위 협상대상자는 미선정
‘지나치게 공격적’, 메리츠 향한 비판도
대규모 구조조정 우려에 노조 파업 불사

매각 장수생 MG손해보험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 선정됐다. 시장에서는 동일 업권 노하우를 갖춘 대형 손해보험사가 MG손보를 인수하는 것이 빠른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내다봤던 만큼 ‘예상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다만 배타적 협상기간 내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남아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메리츠화재에는 고용승계와 관련한 노조와의 갈등 해소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나 홀로 인수전 완주

9일 예금보험공사는 MG손보 매각과 관련, 수의계약을 통해 메리츠화재를 인수 우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예보는 “메리츠화재 외 1개 사에서 인수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자금조달 계획 미비 등 사유로 차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았다”며 “수의계약 절차 및 우협 선정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공사 내부통제실의 검토와 내·외부 전문가의 자문회의를 거쳐 투명하고 공정하게 우협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예보는 MG손보가 부실 금융기관으로 결정된 2022년 4월 이후 약 3년간 세 차례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올 10월 진행된 수의계약 관련 절차에서는 메리츠화재와 사모펀드(PEF) 데일리파트너스가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데일리파트너스가 출자자를 구하지 못하면서 인수전을 완주하지 못했다. 앞서 국정감사에서 거론된 IBK기업은행은 내부 검토 결과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우협 선정으로 메리츠화재에는 배타적 협상기간이 주어진다. 다만 이 기간 협상에 실패할 경우, 보험 계약자 보호 및 예보 손실 최소화 원칙에 따라 새로운 인수 주체가 참여할 수도 있다. 예보 관계자는 “계약자 보호와 기금손실 최소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최소비용의 원칙하에 매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 공정하고 투명하게 부실금융기관을 최적의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MG손보를 정상화하는데 최소 1조원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K-ICS) 비율이 6월 말 기준 44.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K-ICS를 15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예보는 MG손보 인수자에 약 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메리츠 둘러싼 시장의 상반된 시선

이런 가운데 시장은 메리츠화재의 다음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메리츠그룹을 두고 ‘모험자본 공급자’라는 평가와 ‘지나치게 공격적인 금융사’라는 상반된 시선이 공존하는 탓이다. 실제로 메리츠그룹은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합법과 위법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시장 참여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같은 세평은 최근 수년간 메리츠증권의 투자 행보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메리츠증권이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로 자금을 공급한 기업 가운데 18곳이 횡령·배임, 부도·회생 절차, 감사의견 거절 등을 이유로 거래 정지됐다. 메리츠증권이 이들 18개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7,800억원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메리츠는 CB·BW 인수 조건으로 부실기업에 부동산과 채권 등 확실한 담보를 요구해 원금을 보장받아 하방 리스크를 막고, 수수료를 챙기는 영업 패턴을 반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확실한 담보 설정과 수수료 취득을 비도덕적이라 비난할 수는 없지만, 자사의 성장에만 몰두하면서 ‘시장에 미치는 여파와는 무관하다’는 다소 안일한 인식이 조직 전반에 확산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시장이 MG손보 매각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불거진 메리츠화재 특혜 논란에 주목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앞서 지난 10월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예보가 수의계약 입찰 마감 데드라인을 연장한 것 등이 메리츠화재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 자금이 투입되는 데다 1조원 이상의 기회이익이 예상되는 거래인데, 특정 원매자에 대한 특혜로 보이는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후 2주 뒤 진행된 종합 국감에서는 질타 수위가 한층 강해졌다. 신 의원은 “과거에도 티웨이와 예스저축은행 등 수의계약 연장 사례가 있긴 했지만, 이는 마감일을 하루 남겨 놓고 입찰자가 없어 연장한 것으로 일주일 전에 연장한 MG손보 케이스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비판했다. 이어 “메리츠화재로 수의계약이 성사되더라도 감사원 감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예보 내부에서도 이번 사례는 감사원 감사를 각오하고 하는 일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직격했다. 우협 선정 뒤에도 메리츠화재가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노조는 ‘결사 항전’

또 다른 걸림돌은 고용승계 문제다. 이번 매각은 자산 부채 이전(P&A)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메리츠화재는 사실상 고용승계 의무를 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인수와 동시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 왔다. 지난 8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는 이번 인수전에서 예보의 공적자금만을 목적에 뒀을 뿐, 직원들의 안정적 고용관계와 근로조건 승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강조하며 메리츠화재를 배제하고 매각 절차를 다시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할 진정한 뜻이 있었다면, 재공고가 아닌 예비입찰부터 관심을 갖고 참여했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당시 배영진 사무금융노조 MG손보 지부장은 “메리츠화재는 현재 손해보험업종 순익 3위, 자산가치 4위에 달하는 대형 손보사”라고 짚으며 “그런 손보사가 굳이 MG손보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은 150만 보험 계약자 데이터와 예보 지원금 5,000억원의 공적자금을 노리는 의도”라고 일갈했다.

노조는 10월에도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당시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는 P&A 방식으로 MG손보의 우량자산만 인수하고, 예보의 자금지원만을 목적으로 한다”며 “만약 MG손보가 메리츠화재에 인수될 경우 650여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예보는 이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고용 문제는 메리츠화재와 MG손보가 협상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다만 예보가 매각 주체인 만큼 해당 사안에 대해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자 보호와 기금 손실 최소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최소비용의 원칙하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부실 금융기관을 최적의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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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지분 추가 확보에 소극적? 최윤범 회장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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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 의결권 지분율 43.85% 달해
들어오는 문 ‘활짝’, 나가는 문 ‘잠금’
외부 차입 늘면서 재무 건전성 급속 악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다음 달 23일로 예정된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계열사들이 지분 추가 확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다만 경원문화재단 등 일부 주주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회사는 법적·도의적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최 회장 측이 우군 이탈 방지에 방점을 둔 행보로 보고 있다.

지분 0.32% 증가에도 여전히 열세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 회장 측 계열사 및 베인캐피탈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6만6,623주를 추가로 장내 매수했다. 이 과정에서 투입된 자금은 약 816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번 장내 매수를 통해 최 회장 측 지분은 종전 대비 0.32% 늘어난 17.5%가 됐으며, 최 회장 측과 우호 세력의 합산 지분은 약 34%로 늘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 지분은 지난달 11일 기준 39.83%로, 이후 장내 매수를 계속하고 있는 만큼 소폭의 증가가 전망된다. 양측 의결권 지분율은 영풍·MBK가 43.85%, 최 회장 측은 39% 수준이다. 현재 지분율에서 열세인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한 주라도 더 확보해야 하는 처지다. 내년 1월 23일 임시 주주총회에 앞서 이달 20일 주주명부를 폐쇄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식 매매일과 결제일 간 2영업일의 시차까지 고려하면 오는 18일까지는 주식을 매수해야 의결권 지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영풍정밀과 유미개발 등 계열사가 고려아연 주식 매수를 이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풍정밀은 이달 2~4일 고려아연 주식 7,670주를 매수했다. 이는 전체 지분 기준 0.037% 수준으로, 투입 금액은 116억원 상당이다. 영풍정밀은 이번 지분 매입을 위해 차입 없이 사업 소득과 배당 소득 등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유미개발은 지난달 21~22일 약 70억원을 들여 고려아연 주식 7,213주(0.034%)를 매입한 데 이어 이번에도 1만7,665주(0.085%) 매수에 226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기준 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유미개발은 유동자산 또한 16억원대에 그치지만, 막대한 자금을 들여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참여하고 있다.

경원문화재단은 현재 고려아연 주식 7,450주를 보유한 주주다. 그러나 의결권이 없는 탓에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는 지분 매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공익법인이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한 회사를 지배하는 자의 특수관계인에 속한다면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경원문화재단이 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려 한다면 계열사를 통한 우회적 지원도 가능하다. 유미개발의 최대 주주(지분 25.73%)가 경원재단이기 때문이다. 자금력 또한 충분하다.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서류에 따르면 경원재단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가액은 130억원, 순자산은 122억원으로 금융자산은 20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경원재단은 이번 경영권 분쟁에 간접적으로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원재단은) 공익재단이어서 재단 자금으로 주식을 인수하면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가 철회하는 과정에 시장 참여자들의 비판을 받은 만큼, 법적·도의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움직임은 가급적 지양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현실적 대응책 ‘문단속 강화’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최 회장 측이 지분 확대를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자금에 한계가 있는 만큼 우군 이탈 방지에 주력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앞서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던 주주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최 회장의 입지 또한 줄어든 바 있기 때문이다. 먼저 최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이끄는 한국투자증권은 보유 중이던 지분 일부를 지난 10월 진행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주당 89만원)에 응해 정리했고, 나머지는 공개매수가 끝난 뒤 주가 급상승에 맞춰 전량 매각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고려아연 지분은 약 0.8%다.

같은 달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도 투자전문회사인 에이알티코퍼레이션을 통해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주식 4만1,044주(약 0.21%) 대부분을 매각했다. 윤 대표와 최 회장은 경기초등학교 동기로 깊은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막대한 시세 차익 앞에서는 인연의 끈이 느슨해졌다. 시장에서는 윤 대표가 고려아연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약 314억원의 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고려아연 지분 0.7%를 보유하고 있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도 보유 주식 일부를 처분해 차익을 실현했다. 한국타이어의 모회사인 한국앤컴퍼니그룹 조현범 회장과 최 회장은 재계에 소문난 절친이었지만, 고려아연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 만큼 조 회장이 실리 택했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이다. 특히 한국타이어의 자회사 한국프리시전웍스는 고려아연 주식 1만 주를 장내에서 사고팔면서 나흘 만에 약 8억원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차입금의존도 급등, 재무 건전성 ‘빨간불’

경영권 분쟁과 주가 등락으로 인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는 가운데 고려아연의 재무 건전성은 급속도로 악화했다. 자사주를 취득 과정에서 차입금 부담이 확대된 탓이다. 고려아연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8조6,40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7조2,900억원)보다 18.5%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3분기 4,619억원에서 올해 3분기 6,032억원으로 30.60% 증가했다. 올해 런던금속거래소(LME) 내 아연과 은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9,259억원으로 1조원을 넘지 않았지만, 올해 3분기에는 2조4,646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말 24.9%에서 올해 3분기 말 44.6%로 2배 가까이 뛰었다. 통상 차입금의존도가 30%를 초과하면 안정적인 수준을 벗어났다고 평가한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취득을 위해 1조8,000억원가량의 현금을 외부 차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자본적투자(CAPEX)가 지속될 예정된 상황에서 잉여현금흐름(FCF)까지 적자 전환하면서 현금창출력에도 제동이 걸렸다. 고려아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 5,480억원에서 올해 3분기 3,83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CAPEX는 2,932억원에서 9,034억원으로 증가했고, FCF는 2,548억원에서 –5,20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고려아연은 올해 호주법인을 통해 풍력발전소 지분 30%를 사들이는 등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이처럼 부진한 현금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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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가 무슨 소용”, 높아진 은행 문턱에 ‘우회로’ 찾아 기형화한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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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채 5년물 금리 연중 최저치 기록
대환 대출 제한하고 비대면 판매 중단
‘급전 창구’ 찾아 2금융권 찾는 소비자들

지난달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인하한 가운데 은행권의 대출 금리 하락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직전과 비교해 최대 0.19%p 내렸다. 다만 이와 같은 조건에도 은행의 대출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소비자의 체감 금리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무조건적 대출 규제 이전에 근본적인 문제 인식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우대금리 없애고, 비대면 대출 중단

6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4일 기준 2.955%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2년 8개월 만에 2%대로 내려온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이달 들어 꾸준히 2%대를 유지 중이며, 지난 2일 2.904%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된다.

이를 반영한 은행권 주담대 금리도 일제히 하락 중이다. 2일 기준 KB국민은행의 고정금리형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달 마지막 주에 비해 최대 0.19%p 내렸다. 하나은행의 주담대 혼합형 금리(은행채 5년물 지표)도 지난달 22일과 비교해 0.189%p 낮아졌으며, 신한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상단 기준 0.15%p 내렸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에 은행의 자체 가산금리가 더해져 정해지는데, 벌어진 예대금리차(예금금리-대출금리)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이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은행권의 금리 인하가 소비자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금융당국 가계대출 조이기가 계속되는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오는 9일부터 대환 목적의 주담대, 전세대출, 신용대출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달 이들 상품의 비대면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지한 데 이어 이번엔 대면 창구에서의 대출 취급까지 중단한 것이다.

또 우리은행은 주요 신용대출 8개 상품에 적용되는 0.5~1.4%p 우대금리를 4일부터 없애고, 신규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를 폐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6일부터 비대면 상품 전체에 대한 판매를 중단한 바 있으며, NH농협은행 또한 같은 달 15일부터 비대면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에 대한 판매를 중단했다.

은행의 높은 대출 문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간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이어온 탓에 은행들은 가산금리 인상, 대출한도 축소 등을 통해 대응해 왔는데, 최근의 금리 인하가 자칫 가계부채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신히 잡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권 관계자는 “낮은 금리를 찾아 은행을 옮기는 수요가 대출 문턱이 낮은 은행으로 쏠릴 경우 그동안 관리해 오던 가계부채가 다시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서로 관리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가 낮아지는 것보다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면서 신규 대출자들의 어려움은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3조3,387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2,575억원 늘어나는 등 8개월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다만 월별 증가 폭은 4월 4조4,346억원, 5월 5조2,278억원, 6월 5조3,415억원, 7월 7조1,660억원, 8월 9조6,259억원, 9월 5조6,029억원, 10월 1조1,141억원으로 축소됐다.

‘울며 겨자 먹기’ 고금리 생계형 대출 늘어

높아진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신규 대출자들은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먼저 1금융권에 예금이나 적금을 보유한 소비자들은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사례가 늘었다. 지난달 7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담보대출 잔액은 6조2,71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 말(5조8,615억원) 대비 4,098억원 증가한 규모다.

예적금담보대출은 예금과 적금, 청약통장 등 수신 상품에 맡긴 금액의 최대 95%를 융통할 수 있는 상품이다. 수신 상품 금리에 1~1.5%p를 더한 4%대의 금리가 적용되며,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대출 심사가 간단하고 정부의 대출 관리 규제에서 벗어나 있어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담보로 제공할 예적금마저 없는 경우는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2금융권 등을 찾을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10월 기준 카드·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9,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카드론과 보험계약대출, 저축은행 신용대출 위주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들 대출은 서민층의 ‘급전 창구’로 꼽힌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경기 침체로 폐업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이 최후의 보루인 카드론, 보험계약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융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2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실행되는 대출의 상당 부분은 생계형 대출이다”라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으로 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지 못해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을 위해 2금융권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고만 판단해선 안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조건적 금융권 규제, 성공 어려워

전문가들은 무조건적 대출 규제가 능사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 내년 하반기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예고됨에 따라 지금이라도 서둘러 미리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꽉 닫힌 은행의 대출 통로를 벗어나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2금융권으로 대대적인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1단계 정책에서 스트레스 금리 25%를 적용했고, 지난 9월 시행된 2단계 정책에선 50%까지 상향했다. 내년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적용될 시 스트레스 금리는 100% 적용돼 대출 한도 또한 지금보다 더욱 줄어들게 된다. 예컨대 연봉 6,000만원의 근로소득자가 수도권 주택 구매를 위해 30년 만기 연 4% 변동금리 대출을 받을 때, DSR 2단계에선 스트레스 금리 1.2%가 적용돼 3억6,400만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3단계 시행에선 스트레스 금리 1.5%가 더해진 5.5%로 올라가면서 대출 한도 또한 3억5,200만원까지 줄어들게 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금리를 낮추는 와중에 금융권 규제를 통해 대출을 줄이고 있지만, 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정책”이라고 짚으며 “풍선효과에서 볼 수 있듯 결국 부동산 가격 자체가 잡히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은 시장의 원리에 맡기고 정부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공급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조기에 공급량을 늘려 주택가격을 안정화하고, 집값을 감당하기 위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차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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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조달 '숨통' 트인 카드업계, 수익성 확보에 속도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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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로 카드사 자금 조달 용이해져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카드업계 수익성 전반 악화
신사업 개발 등에 속도 붙을 것으로 전망

국내 카드업계가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속된 기준금리 인하로 채권 금리가 하락해 여신전문금융채 발행이 용이해지면서다. 금융당국의 연이은 카드 수수료율 인하 정책으로 카드사 신용판매 수익이 눈에 띄게 위축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카드업계가 확보한 자금을 수익성 개선을 위해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전채 금리 하락세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하 흐름이 본격화하며 카드사들의 주요 자금 조달 통로인 여전채 금리도 눈에 띄게 내려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의 자료를 살펴보면 여전채 AA+등급 3년물 금리는 지난 3일 기준 3.102%로 1개월 전(3.378%) 대비 0.27%p 하락했다. 지난해 연말 여전채 금리가 3.821%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 금리가 0.7%p 이상 하락한 셈이다.

여전채 금리는 미국과 국내 기준금리 변동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75%p 인하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지난 10월, 11월 연이어 인하되면서 3.00%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국내·외 금리 정책의 변동에 따라 여전채 금리 역시 한동안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전채 금리 하락이 본격화하자 카드사들의 채권 발행 규모는 확대되는 추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지난 10월 3조9,600억원, 지난 11월 3조1,3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2개월 사이 카드사가 발행한 채권액은 7조90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7,650억원) 대비 48.8% 많다. 이와 관련해 카드업계 관계자는 "여전채는 카드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금 확보 수단"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흐름이 본격화한 만큼 여전채 금리가 이 이상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카드사 본업' 신용판매 위축

채권 발행 확대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카드사들의 수익성 개선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대다수 카드사는 신용판매 수익 위축으로 인해 위기에 빠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고객이 가맹점에서 결제 시 점주로부터 결제 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신용판매를 본업으로 삼고 있다"며 "당국 주도하에 관련 수수료율이 줄줄이 인하되고 있는 이상, 카드사의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 카드수수료율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도입한 뒤 3년마다 카드 수수료율을 개편해 왔다. 지금까지 적격비용 재산정은 2012년, 2015년, 2018년, 2021년 등에 걸쳐 총 네 차례 이뤄졌다. 이를 통해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은 약 2.3%에서 0.5%로, 연 매출 3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는 3.6%에서 1.1~1.5%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수수료율이 상향 조정된 적은 없다.

이에 카드사의 수수료 관련 수익은 역대 최저치 수준까지 고꾸라졌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전업 카드사 7곳(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의 전체 수익 중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8년 30.54%에서 2023년 23.2%까지 하락했다. 이달 중 5번째 적격비용 재산정이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카드사들은 당국의 추가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성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활로 찾기'

카드업계는 수익 공백을 보전하기 위해 대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의하면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NH농협카드)의 10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2,201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던 8월 말(41조8,310억원)과 대비 3,891억원 늘었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최초 도입된 2012년 전체 카드론 실적이 14조원대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가파른 증가세다.

연회비 수익도 카드사의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출시된 신용카드 44종의 연회비 평균은 11만3,225원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출시된 전체 카드 평균 연회비 대비 63%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연회비 수익도 급증했다. 신한·KB국민·삼성·현대·하나·우리·롯데·BC카드 등 전업카드사 8곳의 올 상반기 누적 연회비 수익은 7,084억원으로 전년 동기(6,434억원) 대비 약 10% 늘었다.

카드업계는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신사업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가 지출한 개발비는 총 4,49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9년(2,246억원) 대비 약 두 배가량 급증한 수준이다. 카드사들은 마이데이터, 디지털 플랫폼,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업 등의 사업 개발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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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자산 매각 릴레이’, 이번엔 롯데호텔 “L7·시티 일부 매각”

롯데그룹 ‘자산 매각 릴레이’, 이번엔 롯데호텔 “L7·시티 일부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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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규모 6,000억원 수준
재무 ‘빨간불’, 차입금 의존도 49.5%
면세점 부진에 실적도 악화일로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가 자산 유동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보유 중인 호텔 일부를 매각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다. 또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면세점 사업부에 대해서는 비상 경영 체제에 이어 새로운 수장과 함께 분위기 전환을 도모한다. 한동안 별다른 호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면세점 업계는 롯데면세점이 새로운 경영 체제를 기반으로 수익성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유동성 확대’ 전면에 내세워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달 28일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호텔롯데의 유동성 확대를 위해 L7과 롯데시티호텔 가운데 2~3곳의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또 해외에서 운영 중인 부실 면세점을 철수하고, 잠실 롯데월드타워 내 면세점 면적을 축소해 고정비를 절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호텔롯데는 국내외에 시티호텔 8개, L7 호텔 6개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호텔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공시지가가 6조7,360억원에 달하는 만큼 그 가운데 일부를 처분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게 롯데 측의 구상이다. 매각 규모는 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가 핵심 자산인 호텔 매각을 검토하는 배경으로는 급격히 악화한 재무 건전성이 꼽힌다. 공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호텔롯데가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은 2조3,061억원이며, 전체 차입금 규모는 8조7,616억원 수준이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108억원에 불과하다. 연결 기준 차입금 의존도는 49.5%에 달한다.

계속된 계열사 지원도 호텔롯데의 재무 건전성 악화를 부추겼다. 먼저 지난해에는 롯데건설 유동화 특수목적법인에 대한 후순위대출(1,500억원)과 선순위대출(9,000억원)의 이자에 대한 자금 보충 등을 지원했다. 호텔롯데는 롯데케미칼(44.02%)에 이은 2대 주주로, 그간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으로 롯데건설에 자금을 조달해 왔다.

올해는 롯데렌탈 총수익스왑(TRS) 정산에 따른 추가 지분 인수에 2,600억원을 투입했고 이에 더해 시카고 킴튼호텔 인수, 창이공항 면세점 관련 투자 등 굵직한 투자도 진행했다. 롯데그룹은 IR에서 11월 기준 호텔롯데의 현금성 자산이 1조1,000억원대라고 강조했지만, 신용등급 하향 검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매장 모습/사진=롯데면세점

매장 축소·철수 등 경영 효율화

호텔롯데의 사업은 호텔, 면세점, 월드 등 크게 3개 부문으로 구분된다. 연 매출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만 해도 7조3,965억원, 영업이익은 3,183억원에 달했지만, 팬데믹 이후 줄곧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조7,540억원으로 2020년에 비해 24%가량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적자(-4,976억원)에서 흑자(1,326억원)로 전환했다. 하지만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면세 사업이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면서 올 3분기 호텔롯데의 누적 영업이익은 28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면세사업부의 3분기 매출은 해외사업 매출 증가에 기인해 7,994억원으로 8%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46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98억원 손실)보다 적자 폭을 키웠다. 고환율에 따른 상품원가 상승, 희망퇴직 시행으로 인한 퇴직급여 증가 등이 손실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호텔롯데는 지난 8월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위로금으로 약 160억원을 지출한 바 있다.

여기에 해외 면세점의 실적 부진도 한몫했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시내면세점 4곳과 공항면세점 10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 적자를 거듭 중이다. 호주 멜버른과 브리즈번 면세점 운영 법인은 지난해 3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베트남 합작법인도 240억원의 순손실을 떠안았다. 일본 간사이점의 순손실액 또한 32억원에 달했다.

롯데면세점은 실적이 부진한 해외 면세점을 정리하고, 국내에서도 경영 효율화를 서두를 계획이다. 당장 이달 10일에는 서울 명동에서 운영 중인 시내면세점 나우인명동(옛 LDF하우스)이 문을 닫는다. 해당 매장은 임대 기간이 남은 상황이지만, 지난 9월부터 진행한 디즈니 픽사 팝업스토어를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비상 경영에 따른 매장 효율화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대표 선임, 수익성 개선에 총력

본격적인 분위기 전환을 위해 새로운 대표이사도 맞이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8일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김동하 롯데지주 HR 혁신실 기업문화팀장 전무를 롯데면세점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번 인사로 지난 2년 동안 롯데면세점을 이끌었던 김주남 전 대표는 용퇴하게 됐다.

롯데면세점의 새로운 수장이 된 김 전무는 ‘정통 롯데맨’으로 꼽힌다. 1997년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에 입사한 이후 롯데 정책본부 개선실과 롯데슈퍼 전략혁신부문장, 경영지원부문장, 기획지원부문장 등을 두루 거쳤다. 이후 2022년에는 롯데지주 기업문화팀장을 맡아 그룹의 노무와 생산성 관리를 책임졌다. 롯데는 김 전무의 높은 유통업 이해도와 강한 추진력이 면세점 사업과 조직을 개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대표이사의 최우선 과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롯데면세점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일이다. 팬데믹만 끝나면 모든 게 회복될 줄 알았던 기대감과 달리, 면세 업계는 현재 혹한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면세 업계의 ‘큰 손’으로 불리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의 발길이 끊긴 탓이다. 앞으로도 최소 2~3년은 큰 호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롯데면세점 내부에서는 김 전무가 비용 감축 및 구조조정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대내외적 환경 변수들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전반적으로 기초체력을 잘 다지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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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리, 中 알리바바로부터 1,000억원 투자 유치

에이블리, 中 알리바바로부터 1,000억원 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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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에이블리에 1,000억 규모 투자 단행
신주에 200억원, 구주에 800억원 투입
"재무 구조 개선하기는 역부족" 자본잠식 이어지나
사진=에이블리코퍼레이션

국내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가 중국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첫 해외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에이블리는 신주 기준 3조원대 가치를 인정받으며 새로운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하게 됐다. 다만 시장은 알리바바가 구주 위주 투자를 단행한 만큼, 재무 구조 개선 등 에이블리의 수혜는 사실상 미미할 것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알리바바, 에이블리 지분 5% 취득

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최근 알리바바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첫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고 자금을 납입받았다. 알리바바는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한 구주와 새로 발행된 신주를 합쳐 5% 안팎의 에이블리코퍼레이션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가 한국 이커머스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첫 사례다. 

에이블리 측은 이번 투자를 통해 신주 기준 3조원가량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2022년 1월 프리 시리즈 C 투자 유치 당시 9,000억원대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몸값이 세 배로 불어난 셈이다. 국내에서 몸값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인 유니콘 기업이 나온 것은 지난해 12월 네이버 ‘크림’ 이후 1년 만이다. 이번 투자 유치와 관련해 에이블리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 유치 작업이다 보니 프로세스가 길어졌지만 협상 과정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면서 “플랫폼의 빠른 성장세와 지난해 흑자 전환을 포함해 성과 지표가 좋은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코오롱인베스트먼트가 구주 매각

알리바바 측에 구주를 매각한 것은 코오롱인베스트먼트로 확인됐다. 업계에선 코오롱인베스트먼트가 에이블리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4~5배 수준의 차익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인베스트먼트가 평균 2,000억~3,000억원 수준의 밸류에이션으로 에이블리에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이번 투자에서 구주 가치를 약 1조3,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코오롱인베스트먼트가 에이블리에 처음 투자한 것은 지난 2019년 5월이다. 코오롱인베스트먼트는 당시 '코오롱 2017 4차 산업혁명 투자조합'과 '코오롱 2017 신산업 육성투자조합'을 앞세워 총 30억원을 투입했다. 에이블리가 발행한 상환우선주(CPS)를 매입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주당 발행가는 43만원이다. 이듬해 7월에는 동일한 펀드를 활용해 30억원을 추가 베팅했다. 당시 주당 발행가는 225만4,509원이었다.

마지막 투자는 2022년 1월이었다. 코오롱인베스트먼트는 '코오롱 2021 이노베이션 투자조합'을 활용해 CPS 신주 928주를 50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주당 발행가는 약 539만원이었다. 세 차례 투자를 통해 코오롱인베스트먼트가 투입한 자금은 110억원에 이른다. 이번 구주 매각은 코오롱 2017 4차 산업혁명 투자조합, 코오롱 2017 신산업 육성투자조합이 보유한 지분인 것으로 추정된다. 2개 펀드 모두 내년 3분기와 4분기 만기를 앞두고 있어 포트폴리오 회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무 구조 개선 효과 의문

에이블리가 알리바바와 손을 잡은 것은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성 패션 플랫폼 업계에서는 에이블리와 지그재그 '양대 산맥'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에이블리는 2015년 출시된 지그재그보다 늦은 2018년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현재 주요 지표에서 지그재그를 앞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여성 패션 플랫폼 업계 최초로 올해 거래액 2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10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79만 명으로 업계 1위다.

투자 유치를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려는 의도도 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제출한 지난해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지난해 매출 2,595억원,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22년 대비 45.46% 증가했고, 744억원이던 영업손실은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부채총계가 1,672억원으로 자산총계 1,129억보다 많아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다만 시장에서는 에이블리가 이번 투자로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에이블리에 실질적으로 투자된 금액이 2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총 1,000억원 규모인 알리바바의 투자금은 에이블리가 최근 새로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식 제9종 1,096주(1주당 1,826만4,840원)에 200억원, 기존 주주가 보유해온 구주에 800억원이 각각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알리바바가 그간 구주 투자 의지를 강하게 피력해 온 만큼, 앞으로 이어질 투자가 재무 구조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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