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약정 위반 해소하겠다" 급한 불 끈 롯데케미칼, 유동성 위기설 가라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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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기한이익상실 위험 직면한 롯데케미칼, 리스크 제한적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 힘 잃을 가능성 커져 간판 계열사 경영난에 위기설 빠르게 확산돼
롯데케미칼이 재무 상황 악화로 인한 회사채 기한이익상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사채권자 집회 소집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이 채권자, 정부 당국과의 조율을 통해 일시적 적용 유예(Waiver·웨이버)를 적용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로 인해 최근 확산한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이 힘을 잃을 것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롯데케미칼 '웨이버' 적용 가능성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이날 재무 약정 위반 사유를 해소하기 위해 회사채권자 집회 소집 공고를 냈다. 롯데케미칼의 공모 회사채에는 원리금을 갚기 전까지 일정 재무 비율을 유지하는 약정이 포함돼 있다. 기준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 200% 이하, 3개년 평균 이자 비용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배 이상 등 총 두 가지다.
문제는 최근 롯데케미칼의 이자보상배율이 5배 아래로 떨어지며 기한이익상실 위험이 생겼다는 점이다. 올해 3분기 분기 보고서 기준 롯데케미칼의 3개년 평균 이자보상배율 추정치는 4.3배에 그친다. 게다가 롯데케미칼 회사채 관리 계약서에는 교차 부도 조항이 존재한다. 한 회사채에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할 경우 나머지 회사채까지 연쇄적으로 기한이익상실 상태가 된다는 의미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회사채는 총 2조3,000억원 규모다.
다만 롯데케미칼이 일시적 적용 유예를 적용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당장 기한이익상실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 적용 유예는 채무자의 약정 위반에 대해 채권자가 처분(제재)을 유예하거나 면제해 주는 조치를 말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주요 채권자, 정부 당국 간 소통을 통해 일시적 적용 유예에 대한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 당국과 채권단이 롯데케미칼 채권의 이자보상배율 유지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시장 달군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에 일시적 적용 유예 조치가 적용될 경우, 최근 확산한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 역시 힘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은 지난 16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롯데그룹 공중분해 위기’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게시한 이후 관련 내용의 지라시(증권가 정보지)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시작됐다. 지라시에는 롯데가 유동성 문제로 다음 달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수 있으며,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임직원 절반 이상을 감원할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이후 증권가에서는 유동성 위기는 과도한 우려라는 분석이 속속 제기돼왔다. KB증권은 ‘롯데케미칼 유동성 위기는 아닐 것’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유동성 위기 걱정은 시기상조”라며 “자체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감안하면 현금 흐름은 우려보다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IBK투자증권 역시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3조6,000억원의 현금 예금을 보유하고 있고, 올해 추정 부채비율은 78.6%로 높지 않다”면서 “코스피200 에너지·화학 업종의 순차입금 비율이 62.0%, 105.2%인 점을 고려하면 유동성 우려는 과도하다”고 짚었다.
롯데그룹 역시 루머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표명하며 적극적 진화에 나섰다. 롯데그룹은 21일 설명자료를 통해 10월 기준 총자산은 139조 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룹 전체의 부동산 가치는 56조원이며,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예금도 15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그룹 차원에서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경영난
이처럼 근거가 불명확한 '위기설'이 일파만파 확산한 배경에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경영난이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8월 '비상경영체제'를 공식 선포하며 계열사들의 위기관리에 집중해 왔다. 그간 고집해 온 공격적인 M&A(인수합병) 전략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그룹의 주요 핵심 사업군으로 꼽히는 화학과 유통이 줄줄이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다.
롯데그룹 화학 부문은 중국의 저가 공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의 영향으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통 사업은 쇼핑 부문의 부진이 다소 큰 상황이다. 올해 3분기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해외 사업 호조세 덕에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됐다. 다만 롯데마트와 슈퍼의 실적은 눈에 띄게 악화했으며, 롯데온 역시 치열한 이커머스 업계 경쟁 속에서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호텔롯데 역시 면세점 사업의 불황으로 인해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나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적이 줄줄이 악화하며 계열사들의 차입금 부담 역시 커지는 추세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롯데지주,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간판 계열사 3곳의 연결기준 총차입금(리스 부채 포함)은 29조9,509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대비 2조168억원(7.2%) 증가했다. 이들 간판 계열사의 차입금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가 한창이던 2021년 말(18조3,997억원)부터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