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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2007년 이후 최고치 수준인 5.25%까지 오를 수도” 지난 3일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 연 4.5% 수준으로 ‘급락’ '미 국채 금리의 고점 찍었다'는 기대감 확산에 뉴욕 증시도 반등 성공
최근 미 국채 금리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비둘기파적인 발언과 고용시장 둔화에 힘입어 지난 3월 이후 가장 가파른 주간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힘을 잃는 가운데 월가에선 10년물 금리가 다시 5%대를 향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고용 시장 강세와 미중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장기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시장에선 향후 연준의 긴축 기조와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향후 장기 금리 추세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블랙록, 템플턴, 시타델 등 월가의 국채 금리 전망
4일(이하 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향후 5년간 약 5.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패권 전쟁의 장기화 및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의 급등이 장기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이끌 거란 주장이다. 장 보이빈 블랙록 투자연구소 소장은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향후 5년간 거시 경제 흐름을 반영해 연 5.5%를 맴돌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구 고령화에 따른 고용 시장 강세와 지정학적 긴장 및 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생산 비용 증가 등으로 (연준의) 긴축 기조가 오래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헤지펀드 K2애셋 매니지먼트와 프랭클린 템플턴, 시타델 등 기관들도 고금리 장기화를 전망했다.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K2애셋 매니지먼트는 10년물이 5%로 다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시타델과 템플턴도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지난 2007년 이후 최고치인 5.25%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시타델 증권 관계자는 “앞으로 나올 경제 지표에 국채 시장 흐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CPI와 같은 물가 지표가 급반등한다면 시장 분위기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만일 그렇게 될 경우) 연준이 금리 인상을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던 시장의 생각과 달리 연준은 더 오랜 기간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화된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미 국채 장기물 금리 ‘급락’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연 5%를 돌파했던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3일 연 4.557% 수준으로 안정화됐다. 한 주 전 4.846%이었던 걸 감안하면 올해 3월 이후 가장 가파른 주간 하락세를 기록한 셈이다.
미 국채 금리의 급격한 하락은 기존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약화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일 연준이 기준 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파월 의장의 비둘기파적이었던 발언이 시장 상황을 뒤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파월 의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최근 몇 달 장기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둔화 양상이 두드러졌던 고용지표 발표 역시 미 국채 금리를 하락세로 이끌었다. 지난 3일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10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15만 명 증가했다. 이는 당초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17만 명)를 하회한 결과로, 전월(29만7,000명 증가)과 비교해봐도 크게 둔화했다. 여기에 9월 고용이 기존 33만6,000명 증가에서 29만7,000명 증가로 하향 수정됐고, 8월 수치 역시 22만7,000명 증가에서 16만5,000명 증가로 크게 낮아지면서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월가 관계자는 “향후 금리 인상을 신중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힌 파월 의장의 발언에 시장은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받아들이며 환호했다”면서 “여기에 이번 고용 보고서는 골디락스 보고서에 가까웠기 때문에 시장의 반등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뉴욕 증시’ 3주 만에 상승세 전환, 반등 계속되나
국채 금리 급락에 뉴욕증시 역시 강하게 반등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주간 기준 5.07% 상승하며 3주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5.85%, 6.60% 오르면서 3~4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유럽에서도 지난 2일 영란은행이 금리를 5.25%로 동결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됐다. 영국의 10년 만기 길트(영국 국채) 금리와 2년물 금리 역시 각각 하락했다. 특히 금리 기대치를 반영하는 길트 2년물 금리는 올해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고, 같은 날 유로존의 벤치마크인 독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약 2주 만에 2.6%대로 하락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현 수준의 금리를 얼마나 길게 끌고 갈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보는 시장의 분위기와 달리 지난주 장기채 금리 급락이 오히려 연준의 긴축 여건을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연준이 최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완화적인 기조를 보인 것은 장기물 금리가 5%까지 오르면서 기준금리 인상 없이도 자연스레 긴축 여건이 형성됐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처럼 장기물 금리가 지속 하락한다면 연준의 정책 기조는 매파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현재 연준의 가장 큰 목표는 인플레이션 둔화를 촉진하고 고착화를 막는 데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지난 2일 FOMC 기자회견에서 장기채 금리 상승 등의 요인이 긴축적인 금융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면서도, 그 전제 조건으로 지속성을 띠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 장기 금리 변화가 연준의 정책 변화 예상을 반영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고 언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향후 국채 금리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