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오피스텔 전세·월세 보증금 동시 급등, 빌라 전세사기 풍선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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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평균 전세금 작년보다 11.9%↑ 월세 보증금은 1.7천만원 치솟아 '전세 사기' 충격이 임대차 시장 판도 바꿔
오피스텔의 전세금과 월세가 동시에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보증금은 11.9%, 월세 보증금은 42% 치솟았다.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잇따르면서 빌라 전·월세 수요가 오피스텔로 이동한 여파로 분석된다. 여기에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과 금리 인하, 정부의 규제 완화 등도 그간 얼어 붙었던 오피스텔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모습이다.
오피스텔 월세 보증금, 전년比 1,700만원 상승
3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의 오피스텔 평균 전세 보증금은 2억4,713만원으로, 지난해 연간 평균 2억2,086만원 대비 11.9% 올랐다. 서울의 오피스텔 평균 전세 보증금은 △2021년 2억1,602만원 △2022년 2억2,497만원 △2023년 2억2,086만원 등으로 소폭의 등락을 보였지만 올해는 2,027만원이나 오른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월간 오피스텔 전세가격지수를 살펴보면 서울의 오피스텔 전세가격지수는 5월 99.69→6월 99.71→7월 99.73→8월 99.75→9월 99.78→10월 99.80 등으로 지속 상승세다.
올해 1~10월 월세 평균 보증금도 5,751만원으로, 지난해보다 42% 올랐다. 평균 월세 보증금은 △2021년 3,261만원 △2022년 3,614만원 △2023년 4,051만원으로 연간 오름폭이 350여 만~430여 만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1,700만원가량 급등했다.
특히 월세 보증금은 올해 들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양상이다. 올 1월만 해도 4,870만원이었으나 3월에는 5,716만원으로 5,000만원 선을 웃돈 이후 6월에 6,045만원을 기록했다. 10월에는 6,880만원까지 치솟았다. 월세 자체의 상승 폭도 가파른 추세다. 일례로 서울노원구 미륭미성삼호3차 전용 59㎡는 올해 2월 보증금 5,000만원, 임대료 67만원에 월세 계약이 체결됐으나 지난달에는 같은 보증금에 임대료가 90만원으로 올랐다. 서울 강서구 강서힐스테이트 전용 59㎡도 올해 1월 보증금 1억원, 170만원에서 지난달 보증금 1억원, 220만원까지 월세가 상승했다.
전세사기 우려에 오피스텔 수요 몰려
오피스텔 전·월세 보증금이 급등한 것은 전세 사기 우려에 따라 빌라 임차 수요가 오피스텔로 옮겨 갔기 때문이다. 2022년 말 대규모 전세 사기 피해가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월세 거래 비중은 50%대로 전세와 비등했다. 2021년 6월 1일부터 주택임대차 계약 신고제가 시행됐다는 점을 고려, 2021년 6월부터 12월까지 월세 비중을 살펴보면 55.9%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 비율은 빠르게 증가해 올해 70% 가까이 급증했다. 다만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올해 43.6%로 전세 사기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21년 6~12월 월세 비중 48.8%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아파트는 여전히 전세 선호도가 높은 반면 비아파트는 월세 선호도가 높은 상반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아파트 전세가가 계속 오르는 것도 대체재인 오피스텔로의 수요 이동에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5월 넷째 주 이후 80주 연속 상승 중이다. 올해 11월 넷째 주까지 누적 상승률은 5.14%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 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전세 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12%를 초과하지 않는 경우’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 전세 보증금 보증 가입이 현재보다 까다로워져 월세 선호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매력 커진 오피스텔, 수익률 5.41%
월세 수요가 늘자 오피스텔 수익률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오피스텔 수익률은 5.41%를 기록했다. 2020년 6월(5.44%) 이후 4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용 40㎡ 이하 소형 오피스텔 수익률은 5.84%에 이른다. 이에 따라 매매 거래량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1~8월 서울 오피스텔 거래량은 6,705건으로 전년 동기(5,576건) 대비 20.2%(1,129건) 늘었다.
1인 가구 증가도 도심 오피스텔 매매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인 가구는 750만2,350가구로, 전체 가구의 34.5%에 달했다. 2030년에는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오피스텔 신규 공급은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의하면 올해 오피스텔 입주 예정 물량은 3,073실로 집계됐다. 지난해(1만4,305실)의 4분의 1 수준이자, 2011년(3,052실) 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내년 입주 물량은 1,803실 수준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지난해 발코니 설치에 이어 올해 바닥난방 제한까지 폐지하는 등 규제가 모두 사라진 것도 오피스텔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그동안 전용 120㎡를 초과하는 오피스텔은 바닥 난방을 할 수 없었지만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규제를 모두 폐지하기로 했다. 또 레지던스가 오피스텔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복도 폭, 주차장 관련 규제도 완화했다.
각종 세제 혜택도 오피스텔 투자를 부추기는 요소다. 정부는 올해 1월 발표한 ‘1·10 부동산 대책’에서 올해와 내년 준공하는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신축 오피스텔, 빌라 등을 살 때 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해 주기로 했다. 취득세와 양도세, 종합부동산세를 산정할 때 주택 수에서도 빼준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선 매매가 기준 수도권은 6억원, 지방은 3억원 이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부동산 투자 회사들이 국내 오피스텔 임대시장에 진출할 조짐도 포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세라는 독특한 임대시장으로 인해 글로벌 투자사들의 오피스텔 시장 진출이 제한됐으나 월세 수요가 확대되면서 흐름이 바뀌는 분위기다. 세계 3대 부동산 개발 업체 중 한 곳인 미국 하인스는 연내 서울 신촌 일대에 임대 오피스텔을 매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