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 결국 9만 건 넘었다, 대출 조이자 거래량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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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 9만274건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 관망세에 매물 적체 강북·광명선 신축 마피 매물 잇따라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아파트 매물이 가파르게 쌓이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경기 침체 우려 확산 등으로 거래가 잠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하락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물 3년만에 최다
21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9만274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9만 건을 넘긴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21년 11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인천과 경기 매물도 각각 3만9,257건, 16만8,227건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강남구(8,332건), 서초구(7,646건) 등에 가장 많은 물량이 몰렸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두 지역 모두 30%가량 증가했다. 인천에서는 연수구(8,725건)와 서구(8,243건), 경기에선 평택(1만1,802건)과 남양주(9,491건) 등의 매물이 많았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거래가 얼어붙자 매물이 소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외 경제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우려 등도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7월 9,188건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9월에 3,101건으로 쪼그라들었다. 10월에는 3,417건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올해 2분기에 나타났던 거래량 급등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다. 같은 기간 경기는 1만5,847건에서 8,065건으로, 인천은 3,323건에서 1,865건으로 급감했다.
아파트 거래량 감소는 아파트 최고가 거래 비중에도 영향을 미쳤다. 10월 최고가 거래가 가장 많이 감소한 지역은 서초구(22건)로, 전월 대비(53건) 58%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이어 은평구(54%), 중랑구(36%), 금천구(33%), 노원구(29%) 순으로 감소했다.
매매심리도 '꽁꽁'
수요자들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각종 주택 매매 지표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의 '2024년 10월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에 따르면 10월 수도권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 지수는 전월 대비 8.0포인트(p) 하락한 113.1로 6개월 만에 보합 국면에 들었다.
부동산 소비자심리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소와 일반 가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소비자의 행태 변화 및 인지 수준을 0~200의 숫자로 수치화한 것이다. 수치가 95 미만이면 하강 국면, 95~115 미만이면 보합, 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으로 구분한다. 매매 심리가 보합 국면에 진입한 것은 주택 가격이 상승 또는 하락이 아닌 현상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는 의미다.
서울도 전월 대비 8.7p 하락한 117.7로 보합 진입을 목전에 뒀다. 서울의 주택매매 소비심리는 올 들어 꾸준히 상승해 7월 140.6으로 정점을 찍은 뒤 8월(-0.1p), 9월(-14.7p)에 이어 3개월째 내림세다. 경기는 111.2로 전월(119.5)보다 8.3p, 인천은 109.5로 전월(116.1)보다 6.6p 각각 내리며 한발 먼저 보합에 진입했다.
국토연구원이 서울의 중개업소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주택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많다'는 응답은 5.0%(훨씬 많다 0.4%, 다소 많다 4.6%)에 그쳤지만, '매도자가 더 많다'(다소 많다 49.0%, 훨씬 많다 23.1%)가 72.1%로 더 많았다. '매매 거래가 전월 대비 감소했다'는 응답도 47.1%(다소 감소 34.6%, 매우 감소 12.5%)로 절반에 육박했다. '증가했다'는 응답은 7.0%(다소 증가 7.0%, 매우 증가 0%)에 불과했다.
7,000만원 마피도 등장
신축 아파트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분양권 매물도 속출하고 있다. 다음 달 입주를 앞둔 경기 광명시 ‘트리우스 광명’ 분양·입주권에는 1,000만~3,000만원의 마피가 붙었다. 전용면적 84㎡(10층)는 분양가보다 3,000만원 낮은 10억 8,910만원에 매물이 올라왔다. 전용 102㎡도 분양가보다 3,000만원 낮은 12억1,600만원에 주인을 찾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분양가보다 5,000만원 낮은 금액에도 거래가 가능하다”며 “웃돈을 포기한 매물도 점차 마피로 돌아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 신축 아파트에서도 마피 매물이 등장했다. 내년 11월 입주 예정인 강북구 ‘한화포레나미아’ 전용 80㎡는 분양가보다 5,000만~7,000만원 낮은 금액에 급매로 나왔다. 2022년 10월 분양한 이 단지의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11억5,000만원이다. 이는 시세보다 2억~3억원 높은 수준이다. 이에 계약자의 절반 이상이 이탈했고 1년 넘게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겨우 완판된 바 있다.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수도권 신축 아파트의 인기가 꺾인 것 역시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매매 거래 급감 속에 재건축 호재가 있는 구축 아파트보다 신축 단지의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