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개발은행’(Ukrainian Development Bank, 이하 UDB) 창설이 종전 후 우크라이나 재건 방안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 사회의 신뢰와 당사국 책임을 동시에 유지함으로써 경제 현대화와 유럽연합(EU) 편입을 앞당길 수 있는 수단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UDB는 유럽 지역 국가부흥은행(national development banks, 이하 NDB)들로부터의 교훈과 우크라이나 자체의 개혁 경험을 통합해 관리 감독과 당사자 책임을 조화시킴으로써 부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게 된다.
미국 재무 시장에 ‘그린스펀의 수수께끼’(Greenspan's Conundrum, 기준 금리 인상에도 시장 금리가 하락하는 현상)를 연상시키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 9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FOMC) 소집 이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이하 연준)가 단기 금리를 1% 내렸는데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동일한 비율만큼 오르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트럼프의 수수께끼’(Trump conundrum)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준비 자산’(reserve assets)으로 미 국채보다 ‘금’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제재와 자산 동결 조치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불경기에는 소비 패턴이 급격히 바뀐다. 생필품 수요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비생필품 소비는 급감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 위축은 부유한 가구들이 사치품 소비를 줄이는 것이 주된 이유인데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저소득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노동자들이 사치품을 포함한 비생필품 산업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기 침체로 인한 피해도 키우지만 통화 및 재정 정책의 효과에도 영향을 준다.
지난 수 세기 동안 미국 노동 시장은 성 역학에 있어 혁명적 변화를 겪었다. 특히 남성과 여성 간 고용률과 임금 격차가 눈에 띄게 줄었다. 역사학자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Goldin)이 ‘조용한 혁명’(quiet revolution)이라고 명명한 이 변화는 광범위한 거시 경제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구체적으로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는 20세기 후반 이후 90년대까지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생산성 증가를 견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유럽인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전쟁의 혜택을 누리는 소수의 러시아 기업가들이 있다. 이들은 해외 자산을 헐값에 사거나, 수입 대체 산업 성장에 힘입거나, 유럽 시장 붕괴의 혜택을 보거나, 늘어난 국내 수요 덕에 추가적인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전쟁 발발 후 러시아 억만장자 수는 오히려 늘어났으며 서방의 제재 대상이 된 인물들도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려를 낳고 있는 지경학적 파편화(geoeconomic fragmentation)가 국가 간 행해지는 경제 활동과 무역, 자본 이동의 패턴을 바꾸고 있다. ‘다국가 뉴케인즈 모델’(multi-country New Keynesian model, 뉴케인즈 모델을 국가 간 거래에 적용)을 활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파편화의 도구로 활용되는, 상품과 원자재에 대한 관세와 자본 이동에 대한 세금은 지역마다 다른 효과를 발휘한다. 중국과 미국 동맹국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반면, 미국 및 미중 양쪽에 속하지 않은 중립국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다.
무역 전쟁과 산업 정책이 글로벌 경제 환경을 지배하면서 공급망 차질(supply chain disruptions)은 이제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정책 당국으로서는 생산 과정 자체의 복잡성과 불분명함 때문에 이러한 공급 차질의 영향을 헤아려 대처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최첨단 인공지능 기반 도구를 활용하면 글로벌 무역 네트워크를 한눈에 살펴 공급망 차질이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
파괴적 결과를 가져오는 금융 위기는 은행들이 ‘수익 추구 모드’에서 ‘생존 모드’로 돌변할 때 일어나곤 한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 때문에 정상적인 경제 상황을 가정해 만들어진 통계 모델로는 위기 자체와 위기 상황에서의 은행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생존 본능이란 내재적이고 자연스러운 성향인 탓에 규제할 수도 없다. 여기에 유동성 관리를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금융 위기의 발생 및 확산 속도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 변화는 80년대 이후 명확한 징후를 곳곳에 드러내면서 이 시대를 대표하는 도전 과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한 기후 변화 중에서도 ‘이상 고온’(high temperature shocks)과 ‘폭염’은 빈도와 강도 측면에서 최근 가장 두드러지는 기후 현상이라고 ‘2023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은 밝히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상 고온은 ‘공급 측면 차질’(supply shocks)과 동일한 효과를 발휘해 거시 경제에 상당한 피해를 끼침으로써 중앙은행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미국의 세계 최고 지위는 군사력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금융 지배력과 함께하는 것이다. 미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지탱하기 위한 군사력은 유리한 조건으로 국방 예산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 분야의 위상이 있어 가능하며, 강력한 군사력은 다시 금융 지배력을 강화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엄청난 특권’(exorbitant privilege, 미국이 기축 통화 보유국으로서 누리는 혜택)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 달러의 지위도 군사력이 글로벌 금융 파워를 만들어냈던 역사적 선례들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미국의 특권은 영원하지 않으며 세력 구도의 변화에 따라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어느 나라나 수출은 ‘슈퍼스타 수출업체’(superstar exporters)로 불리는 소수 고생산성 기업들에 따라 움직이게 마련이다. 이들 업체는 국가 총수출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전체 경제 실적을 좌우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들 슈퍼스타 기업에 집중된 생산성 향상이 업계 전반적 생산성 개선보다 총수출 증가에 훨씬 더 많이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 및 산업 정책 입안 시 반드시 참고해야 할 내용으로 보인다.
유로 지역(Euro area)은 2018년 이후 에너지 의존, 제조업 약화, 무역 패턴 변화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돼 왔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산업 중심으로 수출이 감소하며 전반적인 제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과의 무역도 수입은 급증한 반면 수출은 급감해 유럽 경제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시장 간 연결성이 갈수록 강화되며 주요 경제권에서의 경기 변동이 타국에 미치는 파급력도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금융 순환(global financial cycle)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미국을 주목해 왔지만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개발도상국(emerging economies, 이상 개도국)에 미치는 수준도 무시할 수 없게 증가했다. 중국에서 발원한 거시 경기 변동(macroeconomic shocks)이 개도국들의 금융 안정성과 경기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최근 연구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중국의 존재감을 실감하게 한다.
1933년 제정된 미국산우선구매법(Buy American Act)은 대공황 이후 미국 경제 정책의 초석을 이뤄 왔지만 세계 무역 시장의 변화와 보호주의의 대두 속에서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찬성자들은 해당 정책의 일자리 창출과 산업 성장 기여를 강조하지만, 늘어나는 복지 비용과 비효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또한 해당 조치는 엄청난 교역 규모와 함께 교역 물품의 2/3 이상이 중간재에 해당하는 현재의 글로벌 경제에서 사실상의 ‘비관세 장벽’(non-tariff barriers)이 갖는 경제적 부작용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한다.
전 세계적으로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자본 소득에 대한 과세는 불평등 문제를 바로잡는 핵심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자본 소득세에 대한 납세자들의 대응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자본 소득세 변경에 대한 납세자들의 대응과 이에 따른 자본 소득 및 노동 소득의 변화가 래퍼 세율(Laffer tax rate, 세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 세율)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 소득세 설계 시 납세자들의 행동 패턴과 이에 따른 과세 표준 영향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SVB 파산을 계기로 주목받은 시스템적 뱅크런은 한 은행의 뱅크런이 다른 은행으로 확산되어 경제 전반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하는 현상이다. 연구에 따르면 실질 GDP는 평균적으로 9% 감소하고 예금도 크게 축소됐다. 연구진은 시스템적 뱅크런 예방을 위해 예금보험제도와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을 강조하며, 이미 발생한 경우에는 책임 보증이 손실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금융 위기는 경제 충격이 투자 심리를 위축해 금융기관 취약성을 유발하는 연쇄 반응으로 정의돼 왔다. 실물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 안정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해 거시경제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이다. 이때 은행들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연쇄 반응을 막고 금융 위기의 여파도 최소화할 수 있다.
전 세계가 혁신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인식하면서 연구 개발과 인적 자본,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가 우선시돼 왔다. 하지만 자주 간과돼 온 지방 및 지역의 제도 수준(institutional quality)이 혁신 생태계 조성에 중대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국의 시차를 둔 정부 기관 개혁은 제도 개선을 통해 혁신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특히 이미 일정 수준에 도달한 지적 자본(intellectual capital)과 혁신 기반(innovation infrastructure)을 보유한 도시 지역의 성과가 가장 컸다.
보호무역주의가 재도래하며 관세의 거시경제적 영향과 이에 대응하는 통화 정책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기본적으로 관세는 공급과 수요 모두에 영향을 미치므로 중앙은행은 물가 인상에 대응하는 동시에 총생산과 고용을 유지, 진작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또한 일방 관세인지 ‘무역 전쟁’인지, 관세 부과 상품이 중간재인지 최종 소비재인지, 당사국의 통화가 기축 통화인지 여부 등을 모두 고려한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
국제 무역은 전 세계의 경제 성장과 빈곤 퇴치에 결정적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효과가 국가와 국민에게 균등하게 분배되지는 않았다.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가 발간한 2024년 세계무역 보고서(World Trade Report)는 무역과 ‘소득 재분배’(inclusiveness) 사이의 관계를 재조명하면서 핵심적인 문제가 일부의 지적과 같이 자유 무역 자체에 있기보다 각국의 정책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WTO가 무역 규정의 개선과 보완에도 힘써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 무역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각국의 보완책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