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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자본 소득세 올렸는데 노동 소득이 증가하는 이유

[딥파이낸셜] 자본 소득세 올렸는데 노동 소득이 증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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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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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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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소득세, 소득 불평등 해소 위한 방편으로 인식
납세자 대응 예측 어려워 효과성에 의문 제기
납세자 행동 패턴과 과세 표준 영향 이해 중요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자본 소득에 대한 과세는 불평등 문제를 바로잡는 핵심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자본 소득세에 대한 납세자들의 대응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자본 소득세 변경에 대한 납세자들의 대응과 이에 따른 자본 소득 및 노동 소득의 변화가 래퍼 세율(Laffer tax rate, 세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 세율)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 소득세 설계 시 납세자들의 행동 패턴과 이에 따른 과세 표준 영향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CEPR

자본 소득세, 납세자들 강력 대응으로 소득 재분배 효과 감소

치솟는 소득 불평등 상황에서 자본 소득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수의 고소득자에게 집중된 자본 소득에 대한 과세는 소득 불평등을 바로잡고 경제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하여 G20 의장국인 브라질이 고소득자들에 대한 과세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자본 소득세는 노동 소득세에 비해 과세 대상자들의 강력한 대응을 끌어내 효과성이 줄어드는 문제를 안고 있다. 예를 들어 2003년 미국의 배당금에 대한 세율 인하 조치는 배당금 지급 붐을 일으켰고 최근 프랑스 세제 개혁에서도 납세자들은 배당 소득 과세에 대해 잉여금 유보로 맞대응했다. 자본 소득세 인상 시 자본 소득을 노동 소득으로 재분류해 신고하는 ‘소득 이동’(income-shifting) 현상으로 납세자들의 대응을 설명하는 이론도 있다. 한편 프랑스에서 2018년에 도입한 자본 소득에 대한 30% 정률세는 불평등 완화에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이지만, 늘어난 배당금에도 불구하고 자본 소득 전체에 대한 직접적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자본 소득세에 따른 노동 소득 변화가 더 큰 변수 되기도

자본 소득세에 대한 납세자들의 대응 패턴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2008~2017년 프랑스에서 진행된 세제 개혁에서 자본 소득세제 변화에 따른 래퍼 세율을 계산한 연구가 있다. 래퍼 세율은 자본 소득세 변화가 가진 직접 탄력성(direct elasticity, 자본 소득의 변화)과 교차 탄력성(cross-elasticity, 노동 소득의 변화)을 동시에 고려하기 때문에 양쪽의 변화를 모두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노동 소득이 자본 소득에 비해 더 많은 과세 표준을 형성하기 때문에 미세한 교차 탄력성도 세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자본 소득세 개혁이 오히려 노동 소득 규모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교차 탄력성에 대해서도 엇갈린 이론들이 존재해 혼란을 더한다. ‘소득 이동’ 이론은 자본 소득세 인하가 노동 소득을 자본 소득으로 재분류하는 현상을 강화해 ‘음의 교차 탄력성’(탄력성 비교 대상은 세금 공제 후 소득 비율=‘1-세율’)을 보이며 래퍼 세율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납세자들의 미래 대비 저축까지를 감안한 ‘2기간 모델’(two-period model)은 양의 교차 탄력성이 나타나 래퍼 세율을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교차 탄력성을 이론적으로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해당 연구는 2008~2012년까지 존속했던 정률 자본 소득세인 ‘일시적 자유 공제’(Prélèvement Forfaitaire Libératoire, 납세자가 선택 가능한 세제 옵션 중 하나, 이하 PFL)의 폐지에 따른 영향을 다루는데 세제 폐지 이후 PFL을 이용하던 집단은 아닌 집단에 비해 자본 소득이 급격히 줄어든 반면 노동 소득에는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에서는 ‘소득 이동’ 효과가 미미하고, 양의 교차 탄력성이 나타남을 시사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PFL 이용 여부에 따른 자본 소득 및 노동 소득 추이
주: 자본 소득 변화 추이(상단 그래프), 노동 소득 변화 추이(하단 그래프), PFL 사용 가구(점선), 미사용 가구(실선), *2011년=0 기준으로 변화 추이 분석/출처=CEPR

자본 소득세 개편에 따른 납세자 행동 패턴 이해해야

여기서 자본 소득의 소득세에 대한 직접 탄력성은 0.77로 계산됐는데 이는 교차 탄력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래퍼 세율 57%에 해당한다. 이에 고세율 납세자 중심으로 나타난 미세한 교차 탄력성까지 반영하면 래퍼 세율은 43%로 내려가며 해당 결과는 이제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교차 탄력성이 래퍼 세율 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세 표준으로서의 노동 소득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미세한 교차 탄력성에도 래퍼 세율이 크게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래퍼 세율과 교차 탄력성 간 관계
주: 교차 탄력성(X축), 래퍼 세율(Y축)/출처=CEPR

하지만 연구 결과로 나타난 양의 교차 탄력성이라는 결론은 자본 소득세율을 높이려는 일련의 세제 개혁이 진행된 시기를 연구 대상으로 했다는 약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론적으로는 타당한 결과지만 구체적 내용과 국가, 시기 등의 변수를 달리해 검증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또한 과세 대상자들의 납세 최소화 노력이 교차 탄력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으로 미루어 세금 지출(tax expenditures, 세금 감면, 우대 등의 조치) 정책 변화도 탄력성과 래퍼 세율을 변화시킬 확률이 매우 높다.

현재 자본 소득세 개혁에 대한 납세자들의 반응 패턴을 이해하는 것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며, 보다 구체적인 상황들에서 래퍼 세율을 정확히 계산해 낼 수 있다면 소득 재분배와 세수 극대화 목표 사이 균형을 이루는 정책 수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마리노엘 르페브르(Marie-Noëlle Lefebvre) 파리 2대학(University Paris II) 박사과정생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Estimating the Laffer tax rate on capital income: Cross-base responses matter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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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두 세기에 걸친 뱅크런에서 얻은 교훈 "시스템적 뱅크런만은 피하자"

[딥파이낸셜] 두 세기에 걸친 뱅크런에서 얻은 교훈 "시스템적 뱅크런만은 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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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적 뱅크런, 경제에 심각한 충격 줘
반면 비시스템적 뱅크런은 상대적으로 영향 미미
시스템적 뱅크런 예방책 '예금보험제도와 최종대부자 기능'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작년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뱅크런이 주목받고 있다. SVB는 뱅크런이 발생한 지 이틀 만에 파산했으며, 이 사태로 인해 유럽의 글로벌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Deutsche bank)까지 파산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했다. 이처럼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시스템적 뱅크런(Systemic bank run)'은 학계에 큰 관심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시스템적 뱅크런을 예금 데이터와 결합한 획기적인 연구가 발표됐다.

사진=CEPR

전염병처럼 퍼져나가는 뱅크런

뱅크런은 단기간에 대규모로 예금 인출을 요구하는 사태를 말한다. 이러한 사태는 예금자와 은행 간의 신용이 깨졌을 때 발생하므로 은행의 재무 상태와 관계 없이 일어나기도 한다. SVB가 파산하면서 도이체방크까지 위험이 전파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SVB 파산이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고, 이 심리는 재무 상태가 튼튼한 도이체방크와 예금자 간의 신용에 균열을 가져왔다.

이렇듯 뱅크런은 한 은행이 파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 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하면 다른 은행에서도 뱅크런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이를 시스템적 뱅크런이라고 하며, 연구자들이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주제 중 하나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제한된 데이터로 인해 시스템적 뱅크런을 측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루스탐 자밀로프(Rustam Jamilov) 올 소울즈 컬리지(All Souls College) 박사후 연구원을 비롯한 3명의 연구진은 뱅크런과 예금 데이터를 결합해 시스템적 뱅크런 연구에 돌파구를 마련했다. 연구진은 1800년부터 2023년까지 184개국에서 발생한 308건의 뱅크런과 은행 예금을 연결 지어 시스템적 뱅크런을 정의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해당 연구는 뱅크런 연구에 전례 없는 발전을 가져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역사적으로 꾸준히 발생해 온 뱅크런

연구진은 분석의 첫 단추로 뱅크런의 발생 빈도를 살펴봤다. 금융 시스템이 발전하고 거미줄처럼 유기적으로 엮이면서 뱅크런이 더 자주 발생하는지 확인한 것이다. 지난 200년 동안에 발생한 뱅크런을 조사한 결과 발생 빈도는 2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상승 추세를 보이다가 전쟁 후에 급격히 감소했으며, 1980년대에 들어 다시 증가한 걸로 나타났다. 이를 모두 합쳐 계산한 결과 뱅크런이 발생할 확률은 1.9%가 나왔다.

1800~2023년에 일어난 뱅크런 및 은행 위기 빈도/출처=CEPR

뱅크런의 발생 빈도를 살펴본 후 연구진은 시스템적 뱅크런을 경제 전체 예금을 감소시킨 뱅크런으로 정의했다. 이는 특정 은행에서 시작된 뱅크런이 다른 은행으로 확산하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308건의 뱅크런 중 165건이 시스템적 뱅크런으로 정의됐다.

시스템적 뱅크런이 불러온 경제 충격

시스템적 뱅크런을 정의한 다음 연구진은 시스템적 뱅크런이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스템적 뱅크런이 발생하고 5년 후 실질 예금은 크게 위축됐으며 실질 GDP는 뱅크런 이전에 비해 평균적으로 9% 낮아졌다. 다만 거시경제에 피해를 준 뱅크런은 시스템적 뱅크런에 국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뱅크런이 발생한 뒤 경제가 위축되는 이유로는 실물 경제에 신용을 공급하는 은행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뱅크런과 예금 위축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주: 시스템적 뱅크런(파란색), 비시스템적 뱅크런(빨간색), 뱅크런은 아니지만 예금이 축소한 경우(녹색)로 정의했다. X축은 사건이 터지고 몇 년이 지났는지를 나타내며, Y축은 변화율(%)을 나타낸다/출처=CEPR

다음으로 연구진은 뱅크런이 발생한 원인에 관심을 가졌다. 뱅크런은 통화정책 충격이나 환율의 극심한 변동과 같은 펀더멘털(Fundamental)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들춰본 결과 165건의 시스템적 뱅크런 중에서 55건이나 비펀더멘털 요인에 의해 뱅크런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비펀더멘털에 의해 발생한 시스템적 뱅크런은 펀더멘털에 의한 시스템적 뱅크런과 비슷한 수준으로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 이는 펀더멘탈에 의해 발생했든 비펀더멘탈에 의해 발생했듯 시스템적 뱅크런은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펀더멘털 요인에 의한 시스템적 뱅크런의 경제적 손실/출처=CEPR

시스템적 뱅크런에 대처하는 방식

다음으로 연구진은 뱅크런이 발생한 은행의 특징을 눈여겨봤다. 일반적으로 레버리지가 높은 은행에서 예금 유출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와 더불어 수익성이 낮거나 예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은행에서도 예금 유출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레버리지가 높은 은행만 주시할 것이 아니라 더욱 포괄적인 범위에서 뱅크런을 감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시스템적 뱅크런을 대처하고 예방하는 방안에 관해서 조언했다. 사전에 대처하는 방안으로는 '예금보험제도'와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이 뱅크런을 시스템적 뱅크런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미 시스템적 뱅크런이 발생한 경우에는 '책임 보증'이 경제적 손실을 절반 가까이 줄일 정도로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원문의 저자는 루스탐 자밀로프(Rustam Jamilov) 올 소울즈 컬리지(All Souls College) 박사후 연구원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wo centuries of systemic bank run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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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유동성 공급으로 금융 위기 탈출하는 법

[딥파이낸셜] 유동성 공급으로 금융 위기 탈출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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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위기, 경제 충격이 투자 심리 위축과 은행 취약성 유발
은행 유동성 수요 증가가 자금 조달 비용 높이는 악순환
탄력적 유동성 공급이 문제 해결의 핵심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금융 위기는 경제 충격이 투자 심리를 위축해 금융기관 취약성을 유발하는 연쇄 반응으로 정의돼 왔다. 실물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 안정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해 거시 경제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이다. 이때 은행들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연쇄 반응을 막고 금융 위기의 여파도 최소화할 수 있다.

사진=CEPR

금융 불안정성 발생 시 은행 유동성 수요 증가

은행들은 자금 유입과 유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때 완충 장치로 사용하는 것이 유동 자산이다. 특히 갑작스러운 자금 유출이 생겼을 때 충분한 유동 자산을 보유해야 비싼 대출이나 손실을 감수하는 비유동자산 매각 없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금융 위기가 그랬던 것처럼 대규모 자금 유출 하나만으로 경제 불안정성이 확산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충격을 증폭시키는 것은 바로 비관론의 확산이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 은행의 자금 조달 창구가 줄어들어 일부 은행들은 손실이 수반되는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때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금융 불안정성이 확산하기 시작한다. 이때 유동성 버퍼(liquidity buffer)가 부족한 은행들일수록 취약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유동 자산 보유를 늘려 위기에 대비하고자 한다.

투자 심리 위축과 비관론은 은행 자금 조달 비용 올려

한편 경제 충격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이유는 은행의 순자산가치(net worth, 자산에서 부채를 뺀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 위기 당시에도 주택 가격의 급락이 은행 순자산가치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비관론이 확산하면서 은행들의 자금 조달을 힘들게 했다.

여기서 조달 자금의 감소는 다시 은행의 대출 상품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고 대출 부족은 투자 위축을 불러 경제 충격을 한층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렇게 비관론은 경제 충격이 은행 자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1/3 더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다 은행들의 타격은 장기화하기 쉽다. 높은 자금조달 비용 때문에 은행들의 자본수익률(return on equity)이 줄고 이는 순자산가치의 회복까지 더디게 하기 때문이다. 장기화한 은행들의 취약성이 경제 성장과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은행 유동성 수요 증가와 자금 조달 비용 상승 ‘상관관계’

금융 위기 당시에도 금리 스프레드(interest rate spread, 기준금리에 신용도 등의 차이에 따라 추가되는 가산금리, 자금 조달 및 유동성 비용의 핵심 지표)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특히 자금 스프레드(funding spread, 투자자들이 위험도에 따라 은행에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와 유동성 프리미엄(liquidity premium,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불하는 추가 비용)이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며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위기 시 은행들의 유동성 수요 증가가 유동성 프리미엄을 밀어 올리고 다시 자금 스프레드를 상승시켜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보여주는 결과다.

유동성 프리미엄과 자금 스프레드 간 상관관계
주: 금융 위기 전후 두 지표 추이(좌측 그래프), 연도(X축), 유동성 프리미엄(%P, 청색), 자금 스프레드(%P, 적색) / 두 지표 간 상관관계(우측 그래프), 유동성 프리미엄(X축), 자금 스프레드(Y축)/출처=CEPR

탄력적 유동성 공급으로 악순환 고리 끊고 경제 성장 가능

따라서 유동성 정책은 이러한 악순환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일 수밖에 없다. 정책 당국은 유동 자산 공급을 늘려 은행들이 유동성 버퍼를 보충하도록 함으로써 비관론의 확산을 버티도록 만들 수 있다. 이는 다시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고 대출 금리를 낮춰 투자와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견인하게 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에 따른 0.15%P의 유동성 프리미엄 하락은 0.3%P의 자금 스프레드 감소로 이어져 2%의 투자 증가로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 공급(유동성 프리미엄 0.15%P 하락)에 따른 영향
주: 유동성 프리미엄(좌측), 자금 스프레드(중앙), 투자(우측), 유동성 공급 이후 시간 경과(연도, X축)/출처=CEPR

결국 경기 침체기에는 중앙은행 지급준비금(central bank reserves) 등의 형태로 탄력적인 유동성 공급을 유지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강력한 대응 정책이 될 수 있다. 한편 중앙은행 직접 대출(discount window) 역시 위기 상황에서 시중 은행들에 대한 자금 공급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예금자 보험(deposit insurance)도 금융 안정성 유지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에 속한다.

원문의 저자는 다비드 포르첼라키아(Davide Porcellacchia)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이코노미스트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macroeconomic effects of liquidity supply during financial crise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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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중국 제도 개혁이 ‘혁신 성과’에 미친 영향

[딥파이낸셜] 중국 제도 개혁이 ‘혁신 성과’에 미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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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및 지역 제도 수준, 혁신 생태계 ‘주춧돌’
제도 개혁 당시 ‘기보유 혁신 기반’이 전체 성과에 결정적 영향
개혁 성과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와 조정도 필수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전 세계가 혁신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인식하면서 연구 개발과 인적 자본,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가 우선시돼 왔다. 하지만 자주 간과돼 온 지방 및 지역의 제도 수준(institutional quality)이 혁신 생태계 조성에 중대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국의 시차를 둔 정부 기관 개혁은 제도 개선을 통해 혁신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특히 이미 일정 수준에 도달한 지적 자본(intellectual capital)과 혁신 기반(innovation infrastructure)을 보유한 도시 지역의 성과가 가장 컸다.

사진=CEPR

각국 제도 수준, 혁신 성과에 중대한 역할

혁신이 경제적 성과의 주춧돌로 부상하며 국가와 지역들은 기술 발전과 혁신 기업 육성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서 관리 방식, 재산권 보호, 규제 관행 등을 포함하는 제도는 혁신 생태계에 심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높은 수준의 관리 방식은 관료주의를 최소화하고 거래 비용을 줄여 기업과 인재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반대로 비효율과 부패로 상징되는 제도상 결점은 경제 주체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해 혁신을 억누른다.

전 세계적인 연구 결과도 이러한 결과를 뒷받침한다. 제도 수준에 따라 심각한 혁신 성과 차이를 보이는 지역들이 존재하는데, 유럽 일부 지역의 경우 개선된 관리 방식이 특허권 획득과 장기적 혁신 기반 성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침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관심이 국가 수준의 제도에만 맞춰지고 있다는 사실은 되돌아봐야 할 문제를 제시한다.

중국 선전(Shenzhen), 제도 개혁 통해 혁신 중심으로 ‘우뚝’

2009~2016년 중국은 지방 정부 기관 개혁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중앙집권화와 비효율로 상징되는 산업통상관리국(Administration for Industry and Commerce, AIC) 산하 기관들을 시장 감독 당국(Market Supervisory Authorities, MSAs)에 편입시켜 지역 기관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며, 중복을 제거해 규제 효율을 높이기 위한 구조 조정이 이뤄졌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개혁이 획일적 상명하달이 아닌 자발적 방식으로 진행돼 지역 간 실행 시기에도 상당한 차이가 생겼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 기관 개혁
주: 조기 실시(2014년까지 완료, 주홍), 지연 실시(2015~2016년 시행, 주황), 미실시(2016년까지 미시행, 베이지), 남중국해 제도(South China Sea Islands)/출처=CEPR

해당 개혁의 선봉에 선 선전(Shenzhen)은 영업 허가에 소요되는 기간을 23일에서 8.5일로 줄이는 등 관료주의 장벽을 철폐하는 데 성공했고, 이에 따른 효율성 향상은 인재와 투자를 끌어들여 혁신 중심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화하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이러한 성공 사례를 따른 지역들도 다수 있었지만 대부분 관성과 편의주의 영향으로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제도 개혁 당시 지역이 보유한 인프라로 설명된다. 중상위 수준의 혁신 인프라를 보유한 상태로 일찍 개혁에 착수한 지역들이 얻은 것이 가장 많았다는 얘기다. 선전의 제도 개혁은 경제적 효율성 향상에 그친 것이 아니라 1인당 특허권(patenting per capita) 수 증가까지 촉진했음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혁신 기반이 미비한 지역들은 성과 달성에 어려움을 보이면서, 제도 개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교육, 기술, 인프라 투자가 선행돼야 함을 반증하기도 했다.

제도 개혁 여부에 따른 1인당 특허권 수 증가 추이
주: 연도(X축), 특허권 수(Y축), 조기 실시(청색), 지연 실시(녹색), 미실시(적색)/출처=CEPR

지역 상황 감안한 맞춤형 제도 개혁이 경제 성장 이끌어

중국의 사례는 혁신 촉진에서 지역의 제도 수준이 차지하는 역할을 알려준다. 지금까지 국가 수준의 개혁만이 정책 중심에 서 왔던 것과 달리 지역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개입이 경제 성장에 크게 이바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을 포함한 타지역에서도 목표 기반 제도 개혁이 범용의 정책(one-size-fits-all policies)보다 효율적이었다는 사실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에 제도 개혁은 한 차원 다른 성과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는데, 선전의 사례는 강화된 지역 관리 방식이 점진적 개선에 그치지 않고 획기적인 경제 발전을 견인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거래 비용과 부패를 줄이고 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며 연구개발과 같은 ‘고위험, 고보상’(high-risk, high-reward) 활동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지역 상황을 고려한 단계적 개혁을 추진하면서 지역 경제 성과에 대한 기여도를 지속적으로 검증해 나가는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제도 개혁 사례는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먼저 지역 제도 개선은 혁신 기반 성장의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지방 행정상의 장벽과 비효율을 제거하면 지역이 보유한 혁신 잠재력이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제도 개혁의 성공 여부는 진행 당시 지역 상황에 달려 있다. 기존재하는 혁신 기반은 개선된 제도로부터 최대한의 성과를 끌어내지만 기반이 미비한 지역은 혁신 기반 조성을 위한 투자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제도 개혁은 지속적인 평가와 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개혁이 시차를 두고 진행되면서 지속적으로 효율성을 평가해 재조정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이것이 중요한 성공 요인이라는 것이다. 심각한 지역 격차를 가진 국가들의 경우 파일럿 프로젝트를 띄워 테스트하고 결과에 맞춰 조정한 후 국가적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유사한 접근 방식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민장(Min Zhang) 중국 쑤저우 대학교(Soochow University) 부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Government reform and innovation performance in China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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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무역 전쟁’ 대응을 위한 ‘통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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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관세로 인한 거시 경제 영향, 공급과 수요에 모두 미쳐
인플레 관리 위한 ‘긴축’과 경기 활성화 위한 ‘부양’ 함께 고려해야
‘쌍방향’ 관세 상황에서는 부양책 우선 검토가 유리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보호 무역주의가 재도래하면서 관세의 거시 경제적 영향과 이에 대응하는 통화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관세는 공급과 수요 모두에 영향을 미치므로 중앙은행은 물가 인상에 대응하는 동시에 총생산과 고용을 유지, 진작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또한 일방 관세인지 아니면 무역 전쟁인지, 관세 부과 상품이 중간재인지 최종 소비재인지 등을 모두 고려한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

사진=CEPR

관세 거시 경제 영향, 공급과 수요에 모두 작용

통상 수입 상품에 부과되는 관세는 수입국의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 뿐만 아니라 수입 원료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생산비를 높이고 소비자 물가도 상승시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첫 집권기인 2018~2020년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7배가 올랐는데 이로 인한 글로벌 무역 왜곡은 물론이고 미국 내수도 상당한 인플레이션 영향을 받은 바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본적인 대응은 수요를 줄여 물가 인상을 막기 위한 목적의 통화 긴축이다. 하지만 관세로 인한 거시 경제 영향은 통상적인 ‘비용 상승’(cost-push markup shocks) 및 ‘생산성 저하’(productivity shocks)로 인한 공급 측면 인플레이션과 달리 공급과 수요에 모두 작용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경기 부양 및 고용 유지라는 두 가지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양국이 모두 관세를 주고받는 '무역 전쟁'(trade war) 상황에는 상품 가격 상승으로 당사국의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수요 위축이 동시 발생하기 때문에 균형 잡힌 통화 정책이 더욱 중요하다.

일방 관세 상황에서 부과국은 ‘긴축’, 상대국은 ‘부양’이 타당

한쪽만 관세를 부과하는 일방 관세 상황에서는 양국의 상황이 정확히 반대로 전개된다. 미국과 같은 관세 부과국에서는 국내 생산품 수요가 증가하는 동시에 생산 비용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반면 관세를 부과당하는 상대국은 수출 상품에 대한 수요 감소로 경기 침체(deflation) 압력이 증가한다.

그러나 이때 부과국이 긴축 통화 정책을 사용하면 인플레이션 억제는 물론 통화 가치 절상으로 수입품 가격을 낮춰 자국 생산품과의 가격 차이를 줄이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상대국은 경기 침체에 대응해 부양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양국의 대응이 맞물리면 관세로 인한 상품 가격 왜곡을 바로잡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일방 관세 상황에서 부과국과 상대국 경제 지표 변화
주: 분기(X축), 변동성(0.01=1%, Y축), 긴축 통화 정책 시행(실선), 정책 금리 유지(점선) / 부과국 GDP, 상대국 GDP, 부과국 인플레이션, 상대국 인플레이션, 부과국 금리, 상대국 금리, 환율, 부과국 무역수지(좌측부터 우측 거쳐 아래로)/출처=CEPR

양국 간 ‘보복 관세’ 상황에서는 ‘경기 부양’에 중점 둬야

다만 양국이 보복성 관세를 주고받아 전반적인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는 무역 전쟁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인플레이션도 증가하지만 글로벌 수요 감소로 총생산 및 고용률이 하락하는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때는 물가를 잡으면서 경기 부양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중앙은행의 균형 잡힌 정책이 절실해지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경기 부양에 무게를 둔 통화 정책이 더 나은 결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 상승보다는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한 생산자물가지수(producer price index, PPI) 하락을 안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쌍방 관세 상황에서 해당국들 경제 지표 변화
주: 분기(X축), 변동성(0.01=1%, Y축), 경기 부양책 시행(실선), 무대응(점선) / GDP, 인플레이션, 금리, 임금, PPI 인플레이션, 수출(좌측부터 우측 거쳐 아래로)/출처=CEPR

이러한 통화 정책의 효과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요소는 해당 국가의 수입 원료 의존도다. 수입 원료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 관세가 생산 비용을 끌어올려 공급 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수입 의존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경우가 아니라면 경기 부양책을 사용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미국은 ‘기축 통화 안정성’ 덕에 통화 정책 ‘활용 여지’ 커

글로벌 기축 통화로서 달러의 역할도 통화 정책 효과성에 작용하는 변수다. 대부분의 무역 대금이 달러로 결제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시행하는 통화 정책은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무역 전쟁에서도 미국은 수입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확장적 통화 정책으로 경제를 안정화할 수 있는데, 이는 달러 표시 수입 물가의 변동성이 다른 나라보다 적은 까닭이다. 또한 이 같은 경제 안정화는 글로벌 수요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미국은 물론 교역 상대국에도 도움을 준다. 더욱이 일방 관세 상황에서도 달러의 위상은 미국이 수출 가격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지 않고도 충분한 긴축 정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쌍방 관세 상황에서 기축 통화 보유국(부과국) 및 상대국 경제 지표 변화
주: 분기(X축), 변동성(0.01=1%, Y축), 경기 부양책 시행(실선), 무대응(점선) / 부과국 GDP, 상대국 GDP, 부과국 인플레이션, 상대국 인플레이션, 부과국 금리, 상대국 금리, 환율, 부과국 무역수지(좌측부터 우측 거쳐 아래로)/출처=CEPR

결국 관세의 고유한 성격과 영향력으로 인해 중앙은행들은 상황 맞춤형 통화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기존의 생산성 및 생산 비용으로 인한 공급 측면 인플레이션과 달리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은 공급과 수요 양쪽 모두의 왜곡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역 상대방의 보복 관세 부과 가능성, 수입 물품 구성, 자국 통화의 기축 통화 여부 등 전반적인 상황을 함께 고려해 정책을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원문의 저자는 폴 버진(Paul Bergin)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Monetary policy in response to tariff shock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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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자유 무역’이 ‘소득 불평등’을 심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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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무역, 경제 성장과 빈곤 퇴치에 ‘결정적 기여’
무역 효과의 국가 간, 국민 간 분배 문제는 ‘해결 과제’
자유 무역 기반 ‘소득 재분배’ 위한 보완책 마련이 최선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국제 무역은 전 세계의 경제 성장과 빈곤 퇴치에 결정적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효과가 국가와 국민에게 균등하게 분배되지는 않았다.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가 발간한 2024년 세계무역 보고서(World Trade Report)는 무역과 ‘소득 재분배’(inclusiveness) 사이의 관계를 재조명하면서 핵심적인 문제가 일부의 지적과 같이 자유 무역 자체에 있기보다 각국의 정책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WTO가 무역 규정의 개선과 보완에도 힘써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 무역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각국의 보완책이라는 것이다.

사진=CEPR

국제 무역, 선진국과 개도국 간 소득 격차 축소에 ‘핵심 역할’

지난 30년간 국제 무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소득 격차를 줄이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1995년부터 작년까지 전 세계 1인당 국민소득 평균이 7,050달러(약 985만원)에서 11,570달러(약 1,616만원)로 65% 성장하는 사이 중저소득 국가들의 1인당 국민소득은 1,835달러(약 256만원)에서 5,337달러(약 745만원)로 3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이러한 현저한 격차 축소는 수출, 수입, 해외 직접 투자 등에 의한 글로벌 시장 경제의 통합에 기인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글로벌 공급망 참여가 규모의 경제, 경쟁, 기술 이전, 혁신 등을 촉진해 생산성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중저소득 국가들의 소득 격차 축소 효과와 국제 무역 참여 수준 간 관계(1996~2021)
주: 연도(X축), 소득 격차 축소 속도(좌측 Y축), 국제 무역 참여 수준(1995년=100, 우측 Y축), 소득 격차 축소 속도(막대그래프), 무역 참여 수준(선 그래프)/출처=CEPR

WTO는 1995~2020년 국가 간 거래 비용(trade cost)의 축소가 세계 각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평균을 6.8% 끌어올렸다고 추산하는데 이중 저소득 국가들의 성장률은 33%에 이른다. 일방적 무역 정책을 시행한 개발도상국들이 연간 1~1.5% 정도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는 사이, 관세 무역 일반 협정(GATT) 및 WTO와 같은 다자간 무역 협정은 회원국 간 교역 규모를 평균 140% 끌어올렸다. 또한 WTO 가입 조건 달성을 위해 무역 제도 개혁에 착수한 국가들이 개혁을 요구받지 않은 기가입국들보다 가입 이전부터 이미 평균 1.5%P 더 높은 소득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물론 가입 이후에도 훨씬 가파른 성장률을 달성했다.

WTO 가입 조건으로 개혁을 시행한 국가들과 미시행 국가들 간 소득 성장률 차이
주: GATT/WTO 가입 전후 기간(가입 연도=0, X축), 평균 1인당 GDP 성장률 변화(가입 연도 대비, Y축), 개혁 시행 국가(청색), 개혁 미시행 국가(적색)/출처=CEPR

국제 무역 효과의 국가 간, 국민 간 재분배는 균등과 “거리 멀어”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무역으로 인한 소득 재분배는 고르게 이뤄지지 못했다. 아프리카, 카리브해, 라틴 아메리카, 중동 국가들은 낮은 무역 비중, 규제적 무역 정책, 부족한 인프라, 불리한 위치, 취약한 법 제도 등으로 인해 온전한 혜택을 누리지 못한 것이다. 최빈국(Least-developed countries, LDCs)의 경우는 고소득 국가에 비해 제조업은 47%, 서비스업은 50% 높은 거래 비용으로 인해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원자재(commodity)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들 역시 높은 무역 비중에도 불구하고 느린 소득 성장과 낮은 경제 다각화(economic diversification)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제 무역 혜택의 개인 간 분배 역시 균등과 거리가 멀었다. 교역이 자원을 보다 생산적인 분야에 재분배해 전반적인 경제적 효용과 삶의 질을 개선했지만 특정 노동 인구에는 그 효과가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저숙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수입 상품들과의 경쟁에 맞서 고생산성 일자리로 옮겨가기에는 보유한 기술과 이동성(mobility) 자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적절한 정책 대응이 없다면 이러한 노동 시장 붕괴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자유 무역은 저소득 가구를 포함한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가구들은 높은 운송 비용과 특정 기업들의 내수 시장 독과점으로 이러한 혜택에서마저 배제돼 왔다.

자유 무역 유지하되 소득 재분배 위한 보완 정책 필수

WTO 보고서는 국제 무역의 차별적 효과가 자유 무역 자체에서 기인하기보다는 각국의 정책 부재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소득 재분배 문제 해소를 위해 자유 무역 대신 보호 무역 조치를 채택할 경우 특정 산업 보호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물가 상승과 낮은 혁신 수준 및 수출 경쟁력으로 경제 전반에 더 높은 비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교역 상대국의 보복 조치가 이어질 경우 수출 산업 고용은 더욱 위험에 처하게 된다. 한편 자국으로의 생산기지 복귀(reshoring) 역시 자동화와 디지털화의 영향으로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는 뚜렷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결국 자유 무역이 보다 높은 소득 재분배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의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먼저 직업 및 직종 간 이동을 촉진할 수 있는 재교육 프로그램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노동 시장 정책이 재수립돼야 한다. 변두리 지역과 주요 시장을 연결하는 운송망의 보완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재무 격차의 해소 역시 시급하다. 또한 글로벌 무역으로 오히려 벼랑 끝에 몰리는 개인과 지역 사회를 위한 복지 차원의 보상 프로그램도 절실하다.

한편 국제 무역이 소득 재분배에 미치는 역효과에 대한 우려로 많은 무역 협정에 소득 격차 축소를 위한 규정이 포함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규정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무역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개별 성과는 물론 성별 격차, 고용, 가구별 소득 등 세부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재분배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정책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역 협정에 포함된 ‘소득 격차 축소 규정’ 증가 추이(1990~2021)
주: 연도(X축), ‘소득 격차 축소 규정’ 포함 정도(Y축), 선진국 간 무역 협정(청색), 선진국-개도국 간 무역 협정(적색), 개도국 간 무역 협정(연두)/출처=CEPR

국제 무역이 경제적 격차 축소와 사회적 평등에 지속적으로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도 필수적이다. 규칙에 기반한 다자간 자유 무역 체제를 유지해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파편화를 최소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글로벌 공급망 다양화와 디지털 거래의 확산,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중저소득 국가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 역시 온전히 발휘되려면 높은 서비스 거래 비용, 디지털 격차, 규제 환경 및 준수, 초거대 디지털 기업들의 시장 지배 등의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모든 문제는 WTO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의 참여와 각국의 협력으로 만들어지는 보완책으로 해소되거나 최소화될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호세-안토니오 몬테이로(José-Antonio Monteiro) WTO 이코노미스트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rade and inclusivenes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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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외환보유고 통화구성으로 바라본 외화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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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환보유고 통화구성 다각화돼
통화구성에 급격한 변화 불러온 전쟁
미국 달러 의존도 낮아진 건 맞지만, 달러 패권 붕괴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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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의 통화구성을 공개하는 추세다. 외환보유고는 미 달러화, 유로화, 일본 엔화 등 다양한 외화로 구성돼 있는데, 그 비율을 공개한 것이다. 연구진은 최근에 공개된 외환보유고 통화구성 데이터를 분석해, 미국 달러가 여전히 국제 주요 통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나 의존도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미국 달러 패권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수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CEPR

투명성 강조의 일환 '외환보유고 통화구성 공개'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의 통화구성을 공개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통화구성이 공개되면 환투기 세력이 들어올 것을 우려해, 각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기 꺼렸다. 그러나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책임감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변했고, 중앙은행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외환보유고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

공개된 외환보유고 통화구성 데이터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다. 포크 레이저(Falk Laser) 실증 경제학자를 비롯한 2명의 연구진은 최근에 발표된 외환보유고 통화구성을 활용해 전 세계 외화 흐름을 파악했다. 데이터는 1996년부터 2023년까지 총 64개국의 자료로, △미국 달러(USD) △유로(EUR) △일본 엔(JPY) △영국 파운드(GBP) △캐나다 달러(CAD) △호주 달러(AUD) △중국 위안화(CNY) 등 7가지 주요 국제 통화에 기타 통화를 포함해 8가지 통화의 국가별 외환보유고 통화구성 정보가 담겨 있었다.

첫 번째 인사이트: 통화구성 다각화

연구진은 데이터에서 두 가지 인사이트를 뽑아냈다. 첫 번째 인사이트는 세계적으로 통화구성이 다각화됐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시각화를 통해 전 세계 통화구성의 변화를 알기 쉽게 표현했다. 그림 1은 지역별로 외환보유고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미국 달러 보유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남미와 유로 지역이었으며,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미국 달러 비중이 가장 낮은 지역은 호주와 오세아니아였다.

그림 1. 지역별 외환보유고의 미국 달러 비중 변화/출처=CEPR
주: 지역은 대상 통화(여기서는 미국)가 되는 나라는 제외했으며, 달러 비중은 나라별 가중치 없이 평균 낸 값이다. 따라서 북미는 캐나다만 포함돼 대표성을 띠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림 2는 외환보유고에서 유로 점유율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평균적으로 유로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북미와 비유로(유럽 대륙에 속하지만, 유로화를 채택하지 않은 국가) 지역이었으며, 그다음으로 호주와 오세아니아가 유로화 비중이 높았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은 중위권으로 유로화 비중이 비슷했으며, 남미 지역이 유로화 비중이 가장 낮았다.

그림 2. 지역별 외환보유고의 유로 비중 변화/출처=CEPR
주: 그림 1과 동일한 방식으로 계산됐으며, 이제 북미는 미국과 캐나다가 포함돼 있다.

그림 3은 외환보유고에서 위안화 비중의 변화를 보여준다. 위안화 비중은 호주와 오세아니아, 아시아를 비롯해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증가했다. 이는 많은 국가가 중국의 입지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림 3. 지역별 외환보유고의 위안화 비중 변화/출처=CEPR
주: 그림 1과 동일한 방식으로 계산됐으며, 이제 북미는 미국과 캐나다가 포함돼 있다.

연구진이 시각화한 그래프들은 지역별 외환보유고의 통화구성이 이질적으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는 외환보유고의 미국 달러 비중을 가장 높은 반면, 비유로 지역은 유로가 외환보유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지역마다 이질적으로 통화를 구성한 것은 나라마다 가진 고유한 역사와 지리적 위치에 의한 결과로 추측된다.

두 번째 인사이트: 전쟁에 따른 외환보유고 통화구성의 급격한 변화

두 번째 인사이트는 전쟁이 일어날 시 외환보유고의 통화구성이 급격히 변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통화구성을 완전히 재편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림 4, 5의 왼쪽 그림은 외환보유고의 달러와 유로 비중을 나타내는 그림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상반된 행동을 보여준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우크라이나는 외환보유고에서 미국 달러 비중을 약 60%에서 2023년에는 80% 이상으로 늘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러시아는 외환보유고에서 미국 달러 비중을 2014년 약 40%에서 2021년에는 15% 이하로 크게 줄였다.

또한 눈여겨볼 만한 점은 러시아는 같은 기간 동안 위안화 비중을 크게 늘렸다는 점이다. 2014년 0%에서 2022년에는 약 25%까지 비중을 늘렸다. 이러한 변화는 전쟁이 일어나면서 생긴 경제 및 무역 제재, 지리적 분열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그림 4. 우크라이나의 외환보유고 통화구성 변화/출처=CEPR
그림 5. 러시아의 외환보유고 통화구성 변화/출처=CEPR

미국 달러 패권, 아직까지는 건재해

두 가지 인사이트를 종합해 연구진은 미국 달러 의존도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여전히 미국 달러는 국제 주요 통화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환리스크를 줄이고자 외환보유고를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 등 과거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던 통화를 외환보유고에 담기 시작했으며, 자연스레 미국 달러 의존도는 낮아졌다.

그럼에도 미국 달러의 위상은 향후 수년 동안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화와 위안화라는 두 가지 경쟁 통화가 있지만, 두 통화가 넘어야 할 벽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중국을 필요로 하는 나라가 많아지면서, 위안화의 위상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위안화가 미국 달러와 비교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는 데에는 중국의 '낙후된 자본 시장'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 자본 시장에 대한 투명성 부족으로 선뜻 위안화를 보유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유로화는 EU 국가들의 경제력과 민주주의, 자유 시장, 개방 경제를 내세워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최근에 들어서는 과한 규제로 기술력이 미국에 밀리고 있다. 연구진은 중국과 유럽이 가진 문제점을 극복한다면, 충분히 미국 달러와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문의 저자는 포크 레이저(Falk Laser) 실증 경제학자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urrency denomination of foreign exchange reserves: From taboo in the past towards disclosure and exciting research nowaday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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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인플레이션 억제, 경제 성장, 친환경 산업 육성 ‘세 마리 토끼 잡기’

[딥파이낸셜] 인플레이션 억제, 경제 성장, 친환경 산업 육성 ‘세 마리 토끼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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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오염 산업 규제가 인플레이션 유발하는 ‘친환경 딜레마’
긴축 정책 시 친환경 산업 위축
‘통화 정책’과 친환경 산업 육성 위한 ‘재정 보조’, ‘신용 정책’ 혼합해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친환경 산업 육성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경제가 기존의 ‘오염 기술’(polluting technologies)을 버리고 친환경으로 나아갈수록 각국 중앙은행들은 새로운 고민거리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 성장을 지연시키거나 친환경 기술 투자를 보류하지 않으면서 오염 산업 규제에 따른 단기적 인플레이션 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고민의 핵심이다. 이러한 ‘친환경 딜레마’(green dilemma)는 친환경 기술로의 이전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상당 기간 모든 중앙은행과 정책 당국이 해결해 가야 할 과제로 보인다.

사진=CEPR

오염 산업 규제, 친환경 전환기 인플레이션 촉발

친환경 경제(green economy)로의 이행은 그간 사용한 ‘오염 기술’을 버리고 친환경 대체 기술을 도입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탄소세, 배기가스 배출 상한제 등의 정책을 비롯한 환경 오염 규제는 기존 ‘오염 기술’ 가격을 높여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는데, 이것이 각국 통화 정책에 던지는 새로운 고민거리다.

친환경 전환기에는 전통적인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 고용률과 인플레이션의 선형적 비례 관계를 보여주는 곡선)의 모양이 변한다. 고용률이 낮은 상태에 있으면 인플레이션도 낮게 유지되지만 고용률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오염 기술 규제와 이에 따른 생산품 가격 상승이 더 가파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규제가 한층 강화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는 시점 또한 앞당겨지게 되며 수요가 줄어 인플레이션이 낮아진다 해도 이전 상태로 완전히 복귀하지는 못한다. 고용과 경제 성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해결해야 하는 중앙은행들의 과제 난이도가 친환경 전환기에는 더욱 높아지는 이유다.

친환경 전환기 필립스 곡선의 변화
주: 고용률(X축), 인플레이션(Y축), 오염 기술 규제 무(청색), 기술 규제 적용(적색), 강화된 기술 규제(연두)/출처=CEPR

인플레이션 통제 위한 긴축 정책, 친환경 산업 위축

친환경 기술의 혁신이 환경 목표와 생산성을 조화시켜 장기적인 경제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은 사실이다. 발전한 친환경 기술 도입으로 ‘오염 기술’ 퇴출에 따른 생산성 감소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전환은 각국의 통화 정책에 크게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을 감축하기 위한 긴축 통화 정책은 총수요를 낮추고 투자까지 위축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문제는 친환경 산업의 경우 기존 산업보다 필요한 투자 규모가 크고 기간도 길기 때문에 통화 정책에 영향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친환경 업체들이 높은 금리와 수요 감소에 따른 어려움을 더 크게 겪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는데 갑작스러운 긴축 통화 정책이 시행됐을 때 친환경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가 기존 산업보다 더 크게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 정책이 친환경 산업에 대한 영향을 충분히 감안해 시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보여준다.

0.25% 금리(미 국채 3개월물) 인상에 따른 친환경 산업과 오염 산업 연구개발 투자 영향(미국 상장사 대상)
주: 오염 산업(좌측), 친환경산업(우측), 분기(X축), 연구개발 투자 영향(%, Y축)/출처=CEPR

긴축 정책과 함께 ‘친환경 산업 보조금’, ‘저리 대출’ 병행이 답

‘친환경 딜레마’에 대응해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접근방식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무시하고 높은 고용률을 유지한 채 친환경 전환 속도를 가속화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인플레이션 불안감을 고조시켜 전체적인 경제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우려가 상존한다. 다른 대안으로 긴축 통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과 수요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높은 실업률과 친환경 산업 투자 축소는 물론 총생산성과 국내총생산(GDP)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장기적으로도 친환경 전환을 늦추고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친환경 딜레마 대응 방식에 따른 영향
주: 인플레이션 압력 무시(청색), 긴축 통화 정책(적색), 통화 정책과 재정 및 신용 정책 병행(녹색), 분기(X축), 정책 시행 이전 대비 변화율(%, Y축) / 오염 산업 규제, 인플레이션, GDP, 친환경산업 점유율, 친환경산업 생산성 향상, 오염 산업 생산성 향상(좌측 위부터 우측 순서)/출처=CEPR

두 가지 접근을 절충한 제3의 방안이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 신용 정책의 혼합이다. 친환경 산업에 초점을 맞춘 재정 보조금과 대출을 통해 긴축 통화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것인데, 친환경 기업에 연구개발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대출 금리를 낮춰주면 전반적인 경제 위축에도 지속적인 기업 활동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는 시뮬레이션 결과로도 입증된다. 일정 수준의 긴축 통화 정책과 강력한 재정 및 신용 정책을 묶으면 경제 위축을 최소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 친환경 전환까지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친환경 분야에서의 생산성 향상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춰 통화 긴축의 필요성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결론적으로 ‘친환경 딜레마’는 중앙은행들이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목표제’(inflation targeting)에만 매달리지 말고 보다 섬세한 접근방식을 사용해야 함을 보여준다. 장기적인 경제 성장 및 환경 문제 해결과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억제 목표를 함께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며 이에 대한 효율적인 해결 방안은 정책 당국 간 협력에 있다. 통화 정책과 재정 및 신용 정책을 조화시켜 친환경 전환을 촉진하면서 경제 성장률과 생산성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경제 안정과 환경 문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유일한 길이다.

원문의 저자는 루카 포르나로(Luca Fornaro) 바르셀로나 경제대학원(Barcelona School Of Economics) 연구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 green dilemma for monetary polic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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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보조금 정책이 글로벌 무역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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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산업 정책, 글로벌 경쟁 주요 수단으로 복귀
보조금, 개도국 수출 경쟁력 확보에 ‘심대한 역할’
무역 분쟁 방지 위해 파급 효과 고려해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한동안 뒷전으로 밀려 있던 ‘산업 정책’(industrial policy)은 각국 정부가 핵심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재등장했다. 산업 정책의 중심을 이루는 보조금(subsidies)은 특히 G20 내 개발도상국들(중국, 인도, 러시아 포함)의 국내 산업 육성과 수출 경쟁력 확보에 지대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보조금 사용 빈도와 규모가 증가하며 국제 교역에 있어 보복과 갈등의 가능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보조금의 대외적 파급 효과를 고려하고 국제 무역 규칙을 준수하며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CEPR

보조금, 국제 무역 질서 깨뜨리고 경제적 비효율 야기

산업 정책이 글로벌 경제 전략의 핵심으로 재부상했다. 주요 논의 선상에서 멀어졌던 해당 정책은 각국이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고 혁신을 촉진하며 심지어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으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과 ‘칩스법’(CHIPS and Science Act), 유럽의 ‘그린 딜’(Green Deal)과 ‘디지털 유럽 프로그램’(Digital Europe programme), 중국의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등이 모두 산업 정책에 해당한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들도 산업 기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재생 에너지, 반도체, 디지털 기술 등의 핵심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산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러한 산업 정책의 중심에는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논란의 여지도 큰 보조금이 자리하고 있는데 생산 보조금(production subsidies), 직접 보조금(grants), 세제 혜택(tax breaks), 국가 지원(state aid) 등의 형태로 특정 산업과 기업을 육성, 지원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문제는 보조금의 자국 경제 부양 효과는 의심할 바 없지만 대외적 파급 효과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때로 국제 교역에서 국가 간 비교 우위 양상을 바꿔 교역 상대국의 무역 보복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더구나 보조금 사용 빈도와 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전면적인 보조금 전쟁이 국가 간 상호 협력을 깨뜨리고 경제적 비효율을 초래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

G20 개발도상국, G20 전체 보조금 건수의 67% 차지

산업 정책에서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0년간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글로벌 무역 경보(Global Trade Alert, 이하 GTA, 해외 상거래에 영향을 미칠 국가 개입에 대한 정보 제공) 자료에 따르면 동 기간 각국의 보조금 사용 빈도가 3배 이상 증가해 2021년에는 GTA 통계에 기록된 ‘왜곡된 개입’ 사례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주로 선진국들이 보조금을 사용하는 주체들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G20 내 개발도상국들이 주역으로 떠올라 2021년 6,000건이 넘는 보조금으로 G20 국가 전체 보조금 정책의 67%를 점유하기도 했다.

G20 국가 국내 산업 보조금(수출 보조금 제외) 건수 증가 추이(2009~2021)
주: 연도(X축), 건수(Y축), G20 개발도상국(청색), G20 선진국(적색)/출처=CEPR

이는 개발도상국들이 더 이상 선진국들의 무역 정책에 단순 대응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무역 질서에 능동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그들이 느끼는 무역 경쟁의 강도와 전략 산업에서 발판을 마련하려는 열망으로도 비친다.

보조금 지원, 개도국 수출 성장에 15% 이상 기여

이러한 보조금이 국제 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심대하다. G20 개도국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적용 이후 8년간 보조금 지원을 받은 제품의 수출 성장률은 그렇지 않은 경쟁재와 비교해 15%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 지원이 신규 상품 수출을 가능하게 할 확률도 3%p 더 높았다. 보조금이 전체 수출 증가는 물론 수출 다양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개발도상국들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는 이야기다.

G20 개발도상국 보조금이 수출 실적에 미친 영향 (수출 총량)
주: 기간(0=보조금 도입 연도, X축), 수출 증가율(보조금 비대상 대비, Y축), 90% 신뢰구간/출처=CEPR
G20 개발도상국 보조금이 수출 실적에 미친 영향 (신규 제품 수출 가능성)
주: 기간(0=보조금 도입 연도, X축), 수출 가능성(1=가능성 100%, Y축), 90% 신뢰구간/출처=CEPR

하지만 선진국들의 경우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이미 높은 수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던 제품들에 보조금 지원이 더해지는 경우가 다수 확인됐고, 때문에 보조금 할당에 있어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수출 실적을 빠르게 성장하는 업체가 로비를 통해 보조금을 확보하고 성장세를 유지하려는 ‘승자 독식 정책 편향성’(winners picking government policy), 수입 제품들로 고통받는 기업이 정부에 호소해 보조금을 확보하는 ‘패자 동정 정책 편향성’(losers picking government policy)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상대국 보복 조치 시 무역 전쟁 비화 가능성

경로에 관계없이 보조금이 국내 산업을 넘어 교역 상대국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글로벌 무역에 적지 않은 리스크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교역 흐름의 패턴을 바꿔 상대방이 보복 조치를 강구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무역 보복은 관세(tariffs), 상계 관세(countervailing duties), 심지어 자국 경쟁 제품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포함하기 때문에 전면적인 보조금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교역 국가 간 신뢰가 깨지고 공급망 붕괴와 자유 무역 원칙이 훼손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예를 들어 수입국이 상대국 보조금 지원을 받는 특정 제품 유입이 크게 증가하는 것을 보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대응 조치를 발동할 수밖에 없고 경쟁이 격화할수록 국내 해당 산업 지원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다. 이는 글로벌 시장 왜곡에 그치지 않고 더 생산적인 분야에 투입돼야 할 자원이 엉뚱한 곳에 집중되는 비효율을 낳기도 한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는 보다 넓은 관점의 산업 정책을 도입할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우선 보조금 도입 시 대외적인 파급 효과까지 고려한 ‘비용-편익 분석’(cost-benefit analysis)이 필수적이다. 또한 교역상의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의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규정을 준수하는 것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국가 간 협력을 통해 해당 규정 준수를 강화하는 것도 각국 산업 정책이 비생산적인 보조금 전쟁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첨단 및 환경 기술을 포함한 보다 넓은 범위의 보조금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국가 간 대화와 협력도 유익한 효과를 보탤 수 있다. 교역 정책이 야기하는 긍정적 파급 효과를 이해하는 것은 국가적 이익과 글로벌 복지가 균형을 이루는 산업 정책 입안을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문의 저자는 로렌조 로툰노(Lorenzo Rotunno)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수석 이코노미스트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rade spillovers of industrial polic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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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러시아 경제, 과연 “잘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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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자국 경제 ‘서방 국가 압도’ 주장
실제 인플레이션, 발표 수치의 ‘2배 이상’ 추정
실질 GDP는 ‘역성장’ 확실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자국 경제가 건재하며 오히려 서구를 압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주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우방국들의 단결과 의지를 와해시키려는 거짓임이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무리한 재정 부양책(fiscal stimulus)이 경제 성장이 아닌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러시아 중앙은행(Central Bank of Russia, CBR)은 막대한 전쟁 피해 복구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뒷받침할 만큼 우방국들의 경제력이 러시아를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CEPR

러시아, 서방 제재에도 전시 경제 ‘건재 주장’

러시아의 선전전은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원조와 대러시아 경제 제재가 자국 경제와 전쟁 수행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강조하는 것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전쟁이 교전국 간 상대적 전력 차이에 의해 판가름 난다는 관점에서 볼 때 러시아의 경제 규모는 상대국인 우크라이나보다 10배가 더 크지만, 우크라이나 편에 선 우방국들의 규모를 모두 합친 경제 규모는 러시아의 25배에 해당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 러시아 경제는 에너지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고 전쟁 수행 물자 공급을 위해 첨단 기술 부품들을 다량 수입해야 한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간파한 전 세계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와 대러시아 수출 규제로 대응하고 있음에도 러시아는 여전히 자국 경제가 서구를 능가하는 것은 물론 경제 제재 조치도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대내외에 강조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공식 발표 수치의 ‘두 배 이상’

스톡홀름 경제대학원(Stockholm School of Economics)의 스톡홀름 전환경제연구소(Stockholm Institute of Transition Economics, SITE)가 펴낸 보고서는 러시아가 자국 경제 관련 통상적인 수치들을 내놓지 않는 가운데 유일하게 발표하는 인플레이션과 실질 국내총생산(GDP) 수치가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역설한다. 인플레이션은 축소하고 실질 GDP 성장률은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러시아의 실질 GDP 성장은 최근 30년간 원유 수출 가격 등락에 좌우돼 왔다. GDP 성장률의 60~90%가 유가 변동이라는 단일 변수로 움직인다는 연구까지 발표된 바 있다.

러시아 GDP 및 유가 변동 추이
주: 연도(X축), 미국 달러 표시 GDP(Y축, USD GDP), 브렌트유 배럴당 가격(미국 달러 기준)(Brent oil)/출처=CEPR
러시아 GDP 및 유가 변동 추이
주: 연도(X축), 러시아 루블화 표시 GDP(Y축), 브렌트유 배럴당 가격(미국 달러 기준)(Brent oil), 실질 GDP(Real GDP)/출처=CEPR

또한 러시아 내 독립 시장 조사 업체 ROMIR 리서치가 집계한 실제 인플레이션 예상은 러시아 당국 자료의 두 배를 넘어, 공식 발표 수치가 심각하게 축소 왜곡됐음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공식 발표한 인플레이션이 지난 9월까지 8.6%에 머물고 있음에도 러시아 중앙은행이 최근 정책 금리를 21%로 인상한 것은 적어도 실질 인플레이션이 12% 수준을 넘어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 인플레이션 및 관련 수치 추이
주: 기간(연월)(X축), 연간 인플레이션(%)(Y축), 공식 발표 수치(Inflation), 식품 소비자 물가지수(CPI food), ROMIR 리서치 집계(ROMIR), 2020년 실질 인플레이션 대비(Real=avg 2020), *해당 월은 전년 동월 대비 인플레이션 수치를 나타냄/출처=CEPR

실질 GDP 성장률은 실제 ‘마이너스 수준’

이에 따라 러시아의 실제 인플레이션이 적어도 공식 발표 수치의 두 배 이상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에 러시아 중앙은행의 온갖 조치에도 불구하고 최근 2년간 러시아 루블(ruble)화가 눈에 띄게 평가절하된 것도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또한 보고서가 인플레이션율 조정을 거쳐 2023년 달러화 표시 기준으로 추정한 실질 GDP 성장률도 -2~-10%로 작년 공식 성장률인 3.6%와 크게 대비된다.

2023년 러시아 GDP 성장률 추정
GDP 성장률(Y축), 러시아 통계청(Rosstat), 유가 기준 루블화 표시(Oil model RUB), 유가 기준 달러화 표시(Oil model USD), ROMIR 추정 인플레이션 기준(ROMIR inflation), 달러화 표시 기준(USD GDP)/출처=CEPR

전쟁 수행 위한 무리한 재정 지출이 인플레이션 불러

러시아의 공식 발표 GDP는 전쟁 수행을 위한 엄청난 정부 지출 및 재정 부양의 결과인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관련 수치가 작년 GDP 발표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을뿐더러, 공급 차질 상황에서의 재정 부양은 경제 성장이 아닌 인플레이션으로 직결된다는 것이 거시경제 원칙이다.

결론적으로 러시아 경제는 전혀 건재하지 않다. 경기 부양책은 성장이 아닌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중앙은행은 전쟁으로 인한 민간 경제 피해 복구에 노력하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우방국들이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한 경제력에서 러시아를 압도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선전전에 속지 않고 정치적 의지를 유지한다면 우크라이나의 승리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이는 우선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위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전 세계 모든 민주 국가와 국민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원문의 저자는 토르비욘 베커(Torbjörn Becker) 스톡홀름 전환경제연구소(Stockholm Institute of Transition Economics) 소장입니다. 영어 원문은 Russia’s economic war propaganda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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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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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