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조달 '숨통' 트인 카드업계, 수익성 확보에 속도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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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로 카드사 자금 조달 용이해져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카드업계 수익성 전반 악화 신사업 개발 등에 속도 붙을 것으로 전망
국내 카드업계가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속된 기준금리 인하로 채권 금리가 하락해 여신전문금융채 발행이 용이해지면서다. 금융당국의 연이은 카드 수수료율 인하 정책으로 카드사 신용판매 수익이 눈에 띄게 위축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카드업계가 확보한 자금을 수익성 개선을 위해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전채 금리 하락세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하 흐름이 본격화하며 카드사들의 주요 자금 조달 통로인 여전채 금리도 눈에 띄게 내려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의 자료를 살펴보면 여전채 AA+등급 3년물 금리는 지난 3일 기준 3.102%로 1개월 전(3.378%) 대비 0.27%p 하락했다. 지난해 연말 여전채 금리가 3.821%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 금리가 0.7%p 이상 하락한 셈이다.
여전채 금리는 미국과 국내 기준금리 변동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75%p 인하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지난 10월, 11월 연이어 인하되면서 3.00%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국내·외 금리 정책의 변동에 따라 여전채 금리 역시 한동안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전채 금리 하락이 본격화하자 카드사들의 채권 발행 규모는 확대되는 추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지난 10월 3조9,600억원, 지난 11월 3조1,3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2개월 사이 카드사가 발행한 채권액은 7조90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7,650억원) 대비 48.8% 많다. 이와 관련해 카드업계 관계자는 "여전채는 카드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금 확보 수단"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흐름이 본격화한 만큼 여전채 금리가 이 이상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카드사 본업' 신용판매 위축
채권 발행 확대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카드사들의 수익성 개선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대다수 카드사는 신용판매 수익 위축으로 인해 위기에 빠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고객이 가맹점에서 결제 시 점주로부터 결제 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신용판매를 본업으로 삼고 있다"며 "당국 주도하에 관련 수수료율이 줄줄이 인하되고 있는 이상, 카드사의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 카드수수료율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도입한 뒤 3년마다 카드 수수료율을 개편해 왔다. 지금까지 적격비용 재산정은 2012년, 2015년, 2018년, 2021년 등에 걸쳐 총 네 차례 이뤄졌다. 이를 통해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은 약 2.3%에서 0.5%로, 연 매출 3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는 3.6%에서 1.1~1.5%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수수료율이 상향 조정된 적은 없다.
이에 카드사의 수수료 관련 수익은 역대 최저치 수준까지 고꾸라졌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전업 카드사 7곳(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의 전체 수익 중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8년 30.54%에서 2023년 23.2%까지 하락했다. 이달 중 5번째 적격비용 재산정이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카드사들은 당국의 추가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성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활로 찾기'
카드업계는 수익 공백을 보전하기 위해 대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의하면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NH농협카드)의 10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2,201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던 8월 말(41조8,310억원)과 대비 3,891억원 늘었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최초 도입된 2012년 전체 카드론 실적이 14조원대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가파른 증가세다.
연회비 수익도 카드사의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출시된 신용카드 44종의 연회비 평균은 11만3,225원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출시된 전체 카드 평균 연회비 대비 63%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연회비 수익도 급증했다. 신한·KB국민·삼성·현대·하나·우리·롯데·BC카드 등 전업카드사 8곳의 올 상반기 누적 연회비 수익은 7,084억원으로 전년 동기(6,434억원) 대비 약 10% 늘었다.
카드업계는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신사업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가 지출한 개발비는 총 4,49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9년(2,246억원) 대비 약 두 배가량 급증한 수준이다. 카드사들은 마이데이터, 디지털 플랫폼,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업 등의 사업 개발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