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경쟁 불붙은 고려아연, 주가 200만원 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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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가 200만원까지 껑충 임시 주총 앞두고 장내 매집 가열 이달 19일 권리락 우려, 투자 유의
고려아연 주가가 200만원을 찍었다. 2017년 3월 삼성전자가 액면분할 전 200만원을 돌파한 후 7년 9개월 만에 주가 200만원을 기록한 종목이 나온 것이다. 경영권 분쟁 중인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장내 지분 매수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풀이된다. 다만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가지려면 이달 18일까지 주식을 보유해야 해 ‘권리락’ 우려도 한층 높아져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거래일 연속 상승, 시총 6위까지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5일 고려아연 주식은 코스피시장에서 20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19.60%(32만9,000원) 뛴 것으로,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달 25일만 해도 고려아연은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시장에서 20위였다. 하지만 8거래일 연속 주가가 뛰면서 메리츠금융지주, LG화학, 삼성물산, POSCO홀딩스등을 차례로 제쳤다. 고려아연은 이날도 시가총액 순위 10위로 출발, KB금융, 기아, 삼성전자우,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5위인 현대차와의 격차도 1조4,200억원까지 좁혀졌다.
고려아연 주가가 급등한 것은 MBK·영풍 연합과 최 회장의 지분 매입 경쟁 때문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MBK·영풍 연합과 최 회장 측 모두 장내에서 지분을 매집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기타법인이 220억원, 기타금융이 780억원 순매수했다. 베인캐피털, 유미개발, 영풍정밀 등 최 회장의 특별관계자들도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4일까지 0.32% 지분을 장내 매입해 17.50%로 지분율을 높였다.
최 회장 백기사 베인캐피털, 165만원에 매입
특히 최 회장의 백기사 베인캐피털은 165만원에 고려아연 주식을 취득할 정도로 지분 확보 경쟁에 적극 뛰어들었다. 베인캐피털은 이달 3일 평균 151만5,505원에 5,184주를, 4일에는 165만4,713원에 5,875주를 매입했다. 각각 78억원, 97억원 규모다. 가장 낮은 매입 단가가 지난달 25일의 91만467원으로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89만원) 보다 높다. 베인캐피털은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매수 자금으로 썼으며 베인캐피털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1.41%에서 1.56%로 증가했다.
이 외에 유미개발 1만7,665주(0.09%), 영풍정밀 7,670주(0.04%), 최정운 전 서울대 교수(150주) 등이 장내 매입에 동참해 베인캐피털을 포함하면 총 6만6,623주(0.32%) 지분을 샀다. 이로써 최 회장과 특별관계자의 지분율은 17.50%로 0.32%포인트 늘어났다. 다만 MBK·영풍 연합의 지분율(39.83%)과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최 회장의 우호군을 모두 더해도 약 5% 안팎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양측이 공개매수에 이어 장내 매수까지 나서면서 고려아연은 유통주식 수가 적은 ‘품절주’에 가까워졌다. 그만큼 주가 상승 폭도 가파를 수밖에 없다. 고려아연 하루 평균 거래량은 지난 10월 평균 32만5,000주였으나, 이달 들어서는 10만 주 수준으로 불어났다.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 종료 후 주가 21% 뚝
주가가 급등하자 한국거래소는 고려아연을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했다. 그런 만큼 권리락 시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고려아연은 내년 1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해당 주총 주주명부폐쇄 기준일은 오는 20일로, 결제까지 2거래일 시차를 고려할 때 오는 18일까지 확보한 주식만 주주총회에서 표가 된다. 오는 19일부터 권리락일에 들어가면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한미사이언스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이후 주가가 폭락했다. 경영권 분쟁을 호재로 인식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분쟁 종료 이후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3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연초부터 3개월간 이어지던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한 바 있다. 당시 임종운·종윤 형제 측이 추천한 이사 5인이 주주들의 과반 득표로 이사회에 진입했다.
주총이 열린 당일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4만4,350원이었지만, 이튿날 주가는 3만8,300원으로 하루 만에 13.64% 급락했다. 이후로도 완만한 하락세가 이어져 10거래일 새 3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와 통합 결정을 발표한 1월 12일 종가(3만8,400원)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며 주가가 최고로 치솟았던 1월 16일 종가 5만6,200원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37.72%나 고꾸라진 것이다. 시가총액 역시 1월 16일 3조9,314억원까지 치솟았으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3월 28일엔 3조1,026억원으로 감소했고, 이어 10거래일 만에 6,500억원 이상 증발하며 2조4,520억원까지 쪼그라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