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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 1명 양성에 2억 ‘훌쩍’ 국방부, 사관학교 자퇴 시 양성비 환수 검토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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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사 자퇴생 해마다 증가폭 확대
2020년 40명→2023년 120명 3배 급증
양성비용 1명당 2억원대, 양성비 환수제 도입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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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육·해·공군 사관학교에서 자퇴하는 생도 수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생도 양성비용 환수 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사관학교 자퇴생 8년간 489명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국방부와 사관학교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3개 사관학교에서 자퇴한 생도는 총 489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7년 27명, 2018년 40명, 2019년 34명, 2020년 40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1년에 52명을 기록한 후 2022년 100명으로 급증했고 작년에는 120명에 달했다. 올해는 8월까지 벌써 76명이 자퇴했다.

군종별로는 육사 264명, 해사 113명, 공사 112명이 자퇴했다. 특히 올해 들어 8월까지 육사 52명, 해사 13명, 공사 11명 총 76명이 자퇴했는데 통상 11월 수능 이후 자퇴생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올해 역시 자퇴생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자퇴율이 가장 높은 학년은 1학년으로 파악됐다. 3개 사관학교 자퇴생 489명 가운데 49.3%인 241명이 모두 1학년에 자퇴했다. 학교를 그만둔 이들의 자퇴 사유는 대부분 ‘진로 변경’이었다.

입학 직후 자퇴를 택하는 인원이 많아지자 각 사관학교가 진학 의사가 뚜렷한 진성 지원자를 선발하기 위해 입시제도를 바꿨지만, 그럼에도 실효성은 미미한 모양새다. 공사는 2023학년부터 면접시험 배점을 확대하면서 인적성 역량 평가를 강화했고, 육사는 군 적성요소를 중점적으로 보는 우선선발의 비율을 꾸준히 확대해 왔지만 자퇴 증가를 막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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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육군사관학교

국방부, 양성비용 환수 검토

자퇴 생도가 급증하자 초급장교 인력 부족, 재학 생도 사기 저하와 더불어 생도 양성에 투입된 국고 손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생도들의 일정 기간 의무 복무를 전제로 사관학교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이 비용은 급여, 급식, 피복, 개인용품, 탄약, 교육자료 등 직접비와 인력운영, 장비 및 시설유지, 유류 등 간접비를 모두 포함한 액수다. 국방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4년간 생도 1명을 길러내는 데 드는 비용은 육사 2억7,037만원, 해사 2억3,257만원, 공사 2억6,36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자퇴 시 이를 환수하는 구체적인 규정은 사실상 없다. 생도 입장에서는 자퇴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셈이다. 이에 국방부는 자퇴 생도에게 투입된 양성비용을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사관학교를 상대로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 앞서 사관학교들은 질병·사고에 따른 심신 이상으로 자퇴하는 생도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진로를 변경하려는 저학년생도 등을 제외하고는 양성비용을 환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관학교 경쟁률 상승세는 ‘허수 지원’ 영향

다만 입학 경쟁률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3개 사관학교의 입학 경쟁률은 2021학년 24.1대1(모집 735명·지원 1만7,739명), 2022학년 22.3대1(735명·1만6,424명), 2023학년 22.3대1(735명·1만6,367명), 2024학년 28.4대1(735명·2만905명)의 추이로 상승하고 있다. 육사는 2021학년부터 26.2대 1, 24.4대 1, 34.3대 1, 28.9대 1로 등락을 반복하다가 올해인 2025학년엔 29.8대 1로 3년 연속 상승했고, 해사는 2023학년 18.7대 1을 기록한 이후 25.1대 1로 크게 상승했다가 2025학년엔 25.7대 1로 6년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입시 업계는 사관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한 것이 아닌 허수 지원자가 늘어난 것이라 보고 있다. 허수 지원자는 사관학교 1차 시험을 수능 전초전으로 활용해 진학 의사가 없음에도 시험에 응시하는 지원자를 의미한다. 사관학교 1차 시험이 국어·영어·수학 과목을 수능 형식의 지필고사로 출제되고 있는 만큼 수험생들이 실제 수능 시험장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일종의 모의고사로 활용하는 것이다. 올해 역시 경찰대와 1차 시험 일정이 분리된 영향으로 허수 지원자가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육사 입학처는 육사신보를 통해 “허수 지원을 줄이기 위해 입학전형료 인상과 지원동기서 접수를 2021학년부터 모든 사관학교가 시행해 오고 있는데 그 효과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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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부로의 귀환" 공무원 정원 감축 나선 尹 정부, 지출 구조조정에 초점

"작은 정부로의 귀환" 공무원 정원 감축 나선 尹 정부, 지출 구조조정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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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공무원 정원, 국세청·고용부·행안부·기재부 등에서 감축
위태로운 정부 재정 상황, '작은 정부' 앞세워 지탱한다?
"덜 걷고 덜 쓰는 게 답은 아냐" 세수 확충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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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공무원 정원을 사실상 감축한다. 정부 개입을 줄이고 민간·시장의 자유를 중시하는 '작은 정부' 기조를 표방, 행정 효율성을 제고하고 지출을 절감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며 급속도로 불어난 재정 지출 규모, 최근 2년여간 누적된 세수 결손 등을 이 같은 '구조조정'의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2025년 공무원 정원 실질적 감축

9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 첨부 서류'에 따르면, 기재부와 행정안전부는 57개 중앙행정기관의 내년도 일반회계 기준 공무원 정원을 35만43명(군 장병 제외)으로 잡았다. 이는 올해(34만9,935명)보다 소폭 증가한 수준이지만, 올해 신설된 우주항공청 정원(293명)이 내년 공무원 정원에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전체 공무원 정원은 사실상 감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2년 대대적인 조직진단을 실시, 이를 토대로 매년 각 부처별 정원의 1%를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도 인력이 감축되는 주요 부처는 국세청, 고용노동부, 행안부, 기재부 등이다. 구체적으로 국세청 정원은 올해 2만1,511명에서 내년 2만1,270명으로 241명이 줄어들고, 정부 조직과 인력을 총괄하는 행안부의 정원은 올해 4,167명에서 내년 4,111명으로 56명 감축된다. 예산권을 갖고 있는 기재부 정원은 1,255명에서 1,246명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반면 경찰청과 해양경찰청은 올해 대비 내년 정원이 각각 140명, 136명 증가한다. 다른 부문에서 줄인 정원을 대국민 공공서비스가 필수적인 치안 부문 등에 집중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까지만 해도 가팔랐던 공무원 정원 증가세가 눈에 띄게 진정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군 장병을 제외한 일반회계 기준 공무원 정원은 2018~2022년 연평균 1만1,268명씩 증가해 왔다. 문제는 해당 기간 조직 규모가 비대해지면서 정부의 행정 효율성 역시 빠르게 악화했다는 점이다. 실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정부 효율성 부문은 2017년 28위에서 올해 39위로 추락해 종합 순위(20위)를 크게 밑돌았다. 이에 정부는 '작은 정부' 기조를 표방해 공무원 수를 감축, 조직 거대화에 따른 행정 비효율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불어난 지출, 줄어드는 세수

다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작은 정부로의 귀환'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평도 흘러나온다. 지난 정권 당시 눈에 띄게 불어난 재정 지출이 정책 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문재인 정부 당시 '큰 정부'로 한 차례 노선을 선회한 바 있다. 2018~2022년 당시 연평균 정부 지출 증가폭은 10.8%에 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집권 초 400조원 수준이었던 한 해 예산 규모는 집권 말기 600조원대까지 불어났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재정 지출을 빠르게 늘려왔다"며 "문제는 한 번 커진 지출은 ‘톱니 효과(Ratchet Effect, 특정 수준에 도달한 소비 수준이 이전으로 되돌아가기 어려운 현상)’로 인해 원래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올해 예산 증가폭을 2.8%까지 낮췄지만, 전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와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이미 확대된 지출 규모를 축소하지는 못했다.

해당 전문가는 "최근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수가 예산안에 비해 30조원 넘게 결손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 지출은 불어나고, 세수는 줄어들며 재정 지속성이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 세수를 확충할 수 없다면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서라도 재정 상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윤 정부가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단행한 공무원 정원 감축 역시 일종의 구조조정 노력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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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확충의 필요성

일각에서는 재정 지출 감축이 무조건적인 정답이 될 수는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경제학계 관계자는 "정부는 세입 확충 없이 지출만을 줄이며 작은 정부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며 "그야말로 '덜 걷고, 덜 쓰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마치 저출산·고령화 등 막대한 복지 비용을 필요로 하는 사회 문제는 일절 고려하지 않는 듯한 기색"이라며 "정부가 대한민국이 처한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현 정부 들어 조세부담률은 눈에 띄게 미끄러지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연이어 쏟아져 나온 감세 정책의 영향이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 계획’(이하 중기계획)에 의하면 정부는 내년 조세부담률이 18.9%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박근혜 정부 이후 복지 강화와 세수 확충 노력에 따라 2015년 16.5%에서 2022년 22.1%까지 꾸준히 상승해 온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조세부담률은 2022년 기준 25.2% 수준이다.

국가예산정책처는 고령화 효과를 염두에 둘 때 증세 조처를 단행하지 않으면 국가채무가 2050년께 4,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현재 국가채무 규모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곳곳에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선 세수 확충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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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3.2% 증가, '증세 없는 건전재정'에도 국가채무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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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증가율 3.2%로 묶어, 2년째 '긴축 페달'
24조원 구조조정에 정부 지출 확대 최소화
민생안정 우선, 보건·복지·고용 예산 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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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총지출을 677조4,000억원으로 하는 2025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당초 민생 안정과 내수 진작 등에 대규모 예산 투입이 예고되면서 5%대로 늘릴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3%대 증가율로 긴축 재정 기조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6년 연속 적자 예산안이 이어지면서 국가채무는 1,277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재정준칙 상한 3%'를 강조하며 적자 비율을 제한하고는 있지만 매년 적자가 전망치를 상회하면서 '증세 없는 건전재정'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정 적자 비율 2.9%, 6년 만에 재정준칙 지켜

27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2025년도 예산안'과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의결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은 올해보다 3.2%(20조8,000억원) 늘어난 677조4,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 4.5%와 지난해 중기재정계획에서 제시한 증가율 4.2%보다 낮은 수치다. 반면 내년도 총수입 증가 폭은 중기재정계획 전망치 8.1%에 못 미친 6.5%로 무리하게 재정적자를 늘리기보다 지출 증가율을 낮추는 방향의 긴축 재정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2025년 예산안에서도 정부는 재정이 부족한 가운데 지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24조원에 달하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24조원과 23조원을 감축한 데 이어 내년까지 3년 연속 20조원대 구조조정이다. 정부의 감축 노력에 힘입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올해 3.6%에서 내년 2.9%로 낮아지며 재정준칙을 간신히 지킬 수 있게 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재정준칙이 정한 '상한 3%'를 하회한 것은 2019년 2.7% 이후 6년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건전재정은 정부가 세 번의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켜온 재정의 대원칙"이라며 "내년 예산안에도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위한 정부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언론 브리핑에서 "내년 예산안에서 24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다부처 협업 예산을 통해 재정의 효과성을 높였다"며 "이러한 각고의 노력 끝에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 범위 내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재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민생에 최우선을 뒀다고 강조했다. 12대 부문별로 보면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올해 대비 4.8% 증가한 249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36.8%를 차지했다. 약자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대상 생계 급여액을 연 141만원 인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2024년 예산안에서 대대적 구조조정 대상이었던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 26조5,000억원에서 29조7,000억원으로 대폭 증액했고 12개 부문 중 사회간접자본(SOC) 부문만 유일하게 올해 대비 3.6%(9,000억원) 삭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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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세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세수 펑크 등 세입 감소로 6년 연속 적자 예산안

당초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은 올해보다 크게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국가 R&D 예산을 지난해 수준으로 복구하기로 했을 뿐만 아니라 내수 경기 회복에도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면서 증가율이 5%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예상을 뒤엎고 지출 증가율을 3.2%로 조정하면서 증세 없이 건전재정을 추진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한 모습이다. 2년 연속 세수 펑크 등 세입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불어난 나랏빚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재정의 효율적인 운용에 중점을 두고 있긴 하나, 확고한 건전재정까지는 갈 길이 멀다. 내년에도 총지출이 총수입보다 25조6,000억원 많은 적자 예산안을 편성하며 6년 연속 적자 예산안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출 증가분의 대부분은 사회보장비, 교부금 등 법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의무지출로 채워졌다. 의무지출은 347조4,000억원에서 365조6,000억원으로 5.2% 증가한 반면 정부의 재량지출은 309조2,000억원에서 311조8,000억원으로 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0%대 증가율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2일 열린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내년 예산안 지출 증가율이 올해보다 커졌지만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크게 악화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정상화하고 강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재정적자가 쌓이면서 국가채무가 1,300조원에 육박하며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며 나랏빚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7년 660조2,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내년에 1,277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7.4%에서 48.3%로 오를 전망이다. 국가채무(결산기준)는 2014년 533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500조원을 넘어선 뒤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 국가채무는 1,067조7,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내년에 201조3,000억원의 국고채를 발행할 예정으로, 올해 본예산과 비교하면 42조8,000억원 더 많다. 일반회계 세입 부족분 보전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적자국채 역시 86조7,000억원으로 올해 81조7,000억원보다 5조원 더 늘어난다.

정부, 재정준칙 입법 추진해 왔지만 국회서 표류

문제는 정부가 재정준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세수가 감소하면서 스스로 제시한 목표치마저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7조원으로 GDP 대비 적자 비율은 3.9%를 기록했다. 재정준칙 상한 3%를 넘겼을 뿐 아니라 당초 목표치인 3.6%도 지키지 못했다. 이에 대해 당시 기재부 재정성과심의관은 "예산 편성 때보다 세수가 감소한 탓"이라며 "세수가 줄어든 만큼 지출을 함께 줄이면 목표치를 지킬 수 있지만 경기 침체에 대응해 지출 축소를 최소화해 적자 비율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연간 목표치인 91조원을 넘어 103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조4,000억원 증가한 규모로, 팬데믹으로 지출이 급증했던 2020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적자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는 "법인세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조1,000억원 줄어들면서 총수입이 3,000억원 감소한 반면, 대규모 신속 집행으로 총지출은 20조3,000억원 증가한 결과"라며 "통상적으로 부가세나 법인세 등 수입이 적은 6월에 재정수지 적자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올해도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세수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추진해야 할 재정 지원 정책이 많아 올해 재정 적자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 상한을 골자로 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 스스로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당위성을 설득할 논리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준칙 제정을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재정준칙의 한계를 지적한다. 국가채무비율 60%·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의 한도가 어떻게 산출된 기준인지, 재정준칙이 재정 건전화를 위한 수단으로 효과적인지,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준칙은 말 그대로 법령적 사안으로 매우 경직된 속성을 지니기 때문에 유연성에 대한 기준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실업률이 치솟고 가계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재정준칙을 발동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한국은 지난 2020년 10월부터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했지만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폐기됐고, 22대 국회 들어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해당 법안에서는 보다 전향적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때 기존 기준을 강화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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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9 외국인 취업' 외식업 전체로 확대, 가사관리사 등 일손 부족한 업종에 외국인력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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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서울시, 9월부터 필리핀 가사관리사 투입
지난해 숙련기능인력 전문취업도 조선업 등 확대
20240717 pe labor

극심한 일손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국내 외식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이른바 '고용허가제'로 불리는 '비전문취업(E-9) 비자'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현재 적용하고 있는 업종과 지역, 업력의 제한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안으로. 외국인력정책위원회 의결을 거쳐 오는 9월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도 9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올해 4월, E-9 비자 음식점업 적용에 이어 업종 제한 등 완화

17일 노동계에 따르면 국무총리 소속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오는 19일 본 회의를 열어 '외국인 근로자 음식점업 채용 범위 확대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해당 안건이 의결되면 3분기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가 접수 때부터 적용돼 연말에는 본격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E-9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는 농·축산업, 어업, 제조업, 건설업에서만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외식업계 자영업자들의 인력난이 심해지자,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음식점업에도 취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하지만 음식점업 시범 도입 이후에도 업종과 취업요건이 여전히 까다로워 외식업계에서는 인력난 해소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E-9 비자를 가진 외국인 근로자가 일할 수 있는 음식점업은 최소 5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한식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마저도 서울 종로구와 중구, 부산 중구 등 지정된 100개 기초자치단체에서만 취업할 수 있다. 인구가 1,300만 명이 넘는 경기도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를 한식 음식점에 고용할 수 있는 곳은 수원시, 고양시, 성남시 등 3개 지역에 불과하다.

이에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이번 개선안을 통해 적용 업종을 한국표산업분류 상 '한식 음식점업'에서 '외국식 음식점업', '김밥 및 기타 간이 음식점업', '피자, 햄버거 및 치킨 전문점' 등 음식점업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5년으로 제한된 고용 업주의 업력 기준은 아예 폐지되거나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적용 지역도 현행 100개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와 서울시가 시범 사업으로 진행하는 '필리핀(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도 17일부터 내달 6일까지 희망 가정을 접수한다. 선발된 필리핀 가사관리자 100명은 오는 9월부터 서울 시민의 가정에서 돌봄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 가정 부담액은 하루 4시간 기준 월 119만원으로 시급 기준으로는 시간당 1만3,500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최저임금 9,860원에 4대 사회보험 등 최소한의 간접비용을 추가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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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늘려 '빈 일자리' 해소, 일각에선 일자리 잠식 논란도

정부는 올해 비전문취업 비자의 쿼터도 전년 대비 37.5% 늘어난 16만5,000명으로 확대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인력 유입이다. 업종별 쿼터를 보면 제조업이 9만5,000명으로 가장 많다. 축산업·서비스업·어업이 1만 명대로 뒤를 이었고 건설업과 조선업은 각각 6,000명과 5,000명이다. 정부는 근로자가 출국·재입국 과정 없이 10년 이상 한국에 머물면서 근무할 수 있는 장기근속 특례제도의 확대 등도 면밀히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내국인 일자리 잠식'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인력난 해소에만 치중해 '빈 일자리'를 외국인으로 메워버리면 청년 실업은 심화하고 일자리의 질은 낮아져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특히 건설업계는 청년층의 유입이 감소하고 이 공백을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가 채우는 과정에서 '숙련 기능 전수의 단절'로 이어져 시공 품질이 낮아지고, 나아가 건설생산 기반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호황기를 맞은 조선업계 역시 코로나19 팬데믹과 업황 침체기에 현장을 떠난 숙련공의 빈 자리를 청년 기술 인재가 채우지 못하고 있다. 선박 건조 현장에서는 숙련공의 부재로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으로 꼽혀온 고부가 친환경 선박 기술이 중국에 따라 잡힐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인력이 부족한 조선업에 채용돼 현장 교육을 받은 비숙련 인력에 대해 전문인력(E-7) 자격으로의 전환을 허용하기로 했는데, 인력난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정부가 E-7 자격 전환에 대한 문턱마저 낮춘 것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내국인 일자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관광숙박업종에도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허용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어 '일자리 잠식'의 문제가 단순한 기우만은 아니게 됐다.

감사원 "고용부 등 외국인 채용 정책 주먹구구" 시정 권고

외국인 근로자가 급증하면서 정부의 관리 체계도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16일 감사원이 공개한 '외국인 인력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고용허가제 규모 산정 시 객관적 근거 없이 기초 자료를 조정하거나 임의로 전망치를 제시했다. 지난해 농림어업 부족 인원 통계치 확보가 어려워지자, 제조업 부족 인원에 임의의 숫자인 3%포인트를 더해 부족 인원을 산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관계 부처로부터 도입 규모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고도 이를 반영하지 않았고 외부 자문도 받지 않았다. 그 결과 2016∼2022년 정부의 산정치가 산업계의 수요를 연간 2만∼10만 명씩 밑돌았다. 감사원은 또 정부가 건설·서비스업 등의 일용직 인력으로 활용되는 방문취업 체류자격 외국인 근로자의 감소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서비스업 등의 인력 공백과 외국인 인력이 국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정책적 결정이 부재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불법체류자 문제도 주먹구구식으로 다루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 대학교수 등 전문직 근무를 위해 체류 중인 전문인력 체류자격 인원 가운데 상당수가 관련 법령을 위반해 근로 활동 중인데도 법무부는 실태 파악과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감사원은 법무부에 전문인력의 근로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해외 사례를 참조해 특정 국가의 불법 체류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면 사증면제 협정 일시 정지와 같은 대응체계를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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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농식품부 '韓 물가 수준' 놓고 대립각, '금사과 파동' 이어 농산물 정책 재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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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우리나라 주요 농축산물 물가 OECD 최고 수준"
농식품부 "38개 OECD 국가 중 19번째, 물가 안 높다"
송미령 장관 “한은, 농업 분야 전문가 아냐” 작심 비판도
OECD prices BOK PE 001 20240625

정부와 중앙은행이 농식품 물가 수준 및 고물가 해법을 놓고 열띤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농산물·식료품 물가가 해외에 비해 높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유엔 자료를 들어 반박했지만, 한은이 다시 정부가 '물가 상승률'과 '물가 수준' 개념을 뒤섞어 사용하고 있다고 재반박에 나서면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양 기관은 농산물 수입 비중에 대해서도 입장차를 보였다. 한은은 농산물 수입 비중이 작아 가격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취약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개방을 더 확대하면 농산물의 수입 의존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반론을 제기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은이 'OECD 최상위권 물가' 강조하자 'FAO 순위'로 반박한 농식품부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은과 농식품부가 국내 식료품 물가 수준을 놓고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가면서 양 기관 간 공방전이 확대되고 있다. 발단은 한은이 지난 18일 발표한 ‘우리나라 물가 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물가 수준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중간 수준이지만, 의식주 물가는 55% 더 높다고 진단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통계(2023년 주요국 수도 중심)를 분석한 결과다.

의식주로 나눠보면 의류·신발과 식료품의 가격지수는 OECD 평균보다 약 1.6배 높았고, 주거비는 1.2배로 모두 평균을 웃돌았다. 세부 품목별로 살펴보면 사과는 OECD 평균보다 약 2.8배, 감자 2배, 돼지고기 2배, 티셔츠는 2배 더 높았다. 반면 공공요금(전기·가스·수도, 대중교통) 가격지수는 OECD 국가 평균보다 27% 낮았다. 택시비는 다른 나라의 0.8배 수준이었으며, 수도요금과 전기료 등은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낮았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한국의 의식주 필수 생활물가는 더 높아지고, 공공요금 물가는 더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OECD 평균과 비교할 때 한국의 식료품가격은 1990년 1.2배에서 지난해 1.6배로 더 오른 반면, 같은 기간 공공요금 수준은 평균의 0.9배에서 0.7배로 오히려 떨어졌다. 한은은 높은 농산물 가격의 원인으로 농경지 부족과 영세한 영농으로 인해 생산단가가 높고, 유통비용이 높은 데다 수입을 통한 공급도 제한적이라는 점을 꼽았다.

이에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의 송미령 장관은 이튿날인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식료품 가격은 OECD 평균보다 높지 않다"고 반박하며 "한은은 농업 분야 전문가들이 아니기 때문에 복잡다기한 농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역설했다. 근거로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순위를 들었다. 물가의 경우 데이터를 언제 조사했는지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지는데, 유엔 FAO 데이터로 할 경우 우리나라는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19위라는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한은이 EIU 자료를 쓴 점도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IU 자료는 33개국의 주요 도시 생활비만 분석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GDP(국내총생산)의 52∼53%가 서울에서 나오기 때문에 물가가 과다하게 추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송 장관은 EIU의 조사 방식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예컨대 각 도시에서 사과 가격 2개를 뽑아 평균을 내고 비교하다 보니 허점이 많아 흔하게 쓰이는 데이터도 아니라는 것이다.

송 장관의 간담회 직후 한은은 즉시 재반박에 나섰다. FAO 자료는 한은이 말한 ‘물가 수준(level)’이 아니라 ‘물가 상승률’ 개념의 통계라는 점에서 기준이 전혀 다르다는 반론이다. 한은에 따르면 FAO 통계는 2015년 물가 수준을 지수로 환산해 해당 지수를 100으로 놓고 이후 2022년까지 물가 지수의 누적 상승률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한은은 우리나라 과일·채소 등 농산품가격이 OECD 평균보다 1.5배 넘게 높다는 2022년 OECD의 ICP(국제비교프로그램) 통계를 제시했다.

OECD prices BOK PE 002 20240625

'농산물 시장 개방도' 두고도 엇갈린 진단

한은과 농식품부는 농산물 시장 개방 수준을 두고도 엇갈린 진단을 내놨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농산물의 낮은 수입 비중으로 인해 국내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주요국과 비교해서도 농식품 물가가 훨씬 높다고 진단하면서, 농산물 개방도를 ‘수입량/(수입량+국내 생산량)’으로 정의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과일 수입 개방도는 한국 35.1%, 미국 71.8%, 유로존 48.7%, 채소는 한국 24.3%, 미국 42.5%, 유로존 45.8%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한은은 소비자 선택 범위를 넓히고 가격 안정화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농산물 수입 물량을 확대하고 공급처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농식품부가 농산물 시장 개방도를 계산하는 방법은 한은과 달랐다. 특히 과거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도가 다른 국가보다 현저히 높다고 반박했다. 농식품부는 농업부문 GDP 대비 농업교역액(수입+수출) 비율을 개방도(무역개방도)로 보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세계은행(WB)에 공개된 한국의 농업부문 무역개방도(농림수산업 부가가치 기준)는 1999년 28%에서 2022년 46%로 크게 늘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OECD 회원국의 농업부문 무역개방도 평균치는 36%에서 44%로 증가하는 데 그쳤고, 호주는 39%에서 21%로 오히려 크게 감소했다.

농식품부는 한은과 개방도 개념 정의가 다른 이유에 대해 "국제적으로 무역개방도를 분석할 때 흔히 GDP 대비 교역액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송 장관도 "개방 부문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며 “GDP 중 교역량 비중을 개방 수준으로 봐야 하고 이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너무 개방도가 높아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과를 비롯한 일부 농산물은 검역 협상의 문제로 수입이 안 되고 있을 뿐, 통상 차원에서 농산물 개방도는 높다는 주장이다. 이어 송 장관은 "우리나라 농산물 수입액은 약 40조원에 달해 교역량으로 보면 개방도가 낮지 않다"며 "수입 농산물은 시장 자체가 다르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수입량을 늘린다고 국내 농산물 가격이 낮아지지는 않는다"고 일축했다.

금사과 대란으로 촉발된 논쟁, "농산물 수입해야" vs "수입 부작용 크다"

한은과 농식품부가 대립각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양 기관은 두 달 전에도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논쟁 출발점은 ‘사과’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사과’와 ‘대파파동’이 일었던 지난 4월 금융통화회의 직후 농산물 수입을 주장하면서다. 이 총재는 당시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이 재배면적 더 늘리고 재정을 쓴다고 해결될까”라며 “불편한 진실인데 물가 수준, 특히 농산물 가격이 높은 것은 통화·재정정책으로 해결할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그때그때 지원금을 주는) 지금과 같은 정책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수입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생산 감소와 고물가를 재정 지원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사과·배 수입을 금지하는 지금의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농식품부는 수입 위험분석 절차를 마치기 전에는 수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한은의 발언에 대한 반론을 내놨다. 수입 허용 시 외래 병해충 유입과 같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농식품부 설명이다. 2015년 발생한 과수화상병(잎과 줄기가 말라 죽는 병)이 외래 병해충 유입의 대표 사례다. 당시 미국에서 불법 반입된 사과 묘목을 통해 과수화상병이 보고된 후 현재까지 34개 시군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른 연평균 손실 보상액은 지난해까지 247억원, 방제 비용은 365억원이 소요됐다. 해외에서 반입된 작은 막대 모양의 세균이 사과 과수원을 습격하면서 10여 년째 세금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사과 수입 문제는 정부 물가 당국에서도 중장기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과제다. 그도 그럴 것이 수입 위험분석 절차는 수출국 요청 접수부터 수입 허용기준 고시·발효까지 모두 8단계를 거치는데, 기존에 수입이 허용된 품목 76건의 경우 8단계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8년 1개월이다. 현재 한국에 사과 수출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한 나라는 일본 등 11개국으로, 이 중 일본에 대해 5단계(위험관리방안 작성)까지 진행 중이지만, 병해충 위험관리에 문제가 있어 2015년부터 사실상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당초 한은이 농산물 수입 카드를 꺼내 든 건 금리를 조절하는 통화정책으로 물가상승률은 낮출 수 있으나 물가 수준 자체를 낮추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장기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 2%대로 내려왔지만, 사과값은 1년 전과 비교해 80% 이상 오른 상황에서 쉽사리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이 최근 통화정책에서 벗어나 사회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제언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가 한은의 전문성을 문제 삼으며 반박에 나선 것이라 그 파장에 이목이 쏠린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말에는 저출생 원인이 청년 세대의 경쟁 체제와 고용·주거·양육 불안에 있다는 보고서를 내 주목을 받았고, 올해 3월에는 고령화 추세에 맞춰 외국인 돌보미를 확대하고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자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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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출신 판사 비중 하락세, 낮은 연봉·법조일원화에 '로펌'으로 쏠리는 엘리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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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는 판사직, 신임 판사 중 스카이 비중도 10년 새 20% 하락
적은 연봉에 사회적 인식 저하까지, "판사 해야 할 이유 없단 게 대체적 분위기"
법원보단 로펌에 자리 잡는 엘리트들, 비수도권→수도권으로 로스쿨 갈아타기도
SKY judge PE 001 20240624 n

최근 판사직이 소위 '스카이(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 법조인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물가 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박한 연봉과 사회적 인식 저하에 더해 지방 순환 '뺑뺑이 근무'에 시달릴 수 있단 우려가 커진 탓이다.

신임 판사 중 비스카이 출신 38%에 달해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임명된 판사 123명 중 비스카이 출신은 47명으로 전체의 약 38%에 달했다. 2014년 약 16%에서 2배 넘게 급증한 셈이다. 반면 스카이 출신 비중은 매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4년엔 스카이 출신 신임 판사 비중이 84%에 달했지만, 지난해 기준 62%로 내려앉았다.

통상 스카이 출신은 법조계에서도 엘리트로 통한다. 법조계 입신양명의 대표로 꼽혔던 판사직에 스카이 출신이 몰려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단 것이다. 그러나 최근엔 복합적인 사유가 섞이면서 판사직이 기피 대상으로 전락했다. 가장 큰 요인은 박한 연봉이다. 물가, 특히 자녀 교육비와 부동산 등이 빠르게 치솟으면서 판사 월급으론 경제적 안정을 갖기 어렵단 인식이 엘리트 법조인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사회적 명예를 위해 판사직을 선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최근엔 사회적 명예보다 높은 연봉 등 보상체계를 더 중시하는 풍조가 퍼지면서 이 같은 경향도 줄었다. 명예를 취하기엔 판사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쩍 낮아지기도 했다. 과거만 해도 판사를 정의의 집행자로 인식하는 시선이 확산돼 있었으나, 오늘날엔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지에 판사를 성토하는 글이 쏟아진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판결 사례가 이슈화한 탓이다.

엘리트 법원 진입↓, 법조일원화 등이 원인

법조일원화 제도가 도입되면서 스카이 출신의 법원 이탈이 심화했단 분석도 나온다. 법조일원화란 법조경력을 쌓은 변호사자격소지자 중 법관을 선발하는 제도다. 즉 판사가 되기 위해선 수년 이상의 법조경력이 필요하단 의미다. 스카이 출신 대다수는 법조경력을 채우기 위해 로스쿨 졸업 직후 대형 법무법인에 취직하는 경우가 잦다. 문제는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이 판사로 전직하는 것보다 급여가 높단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로펌에 취업해 억대 연봉을 받던 이들이 다시 판사로 진로를 바꿀 이유가 없다"며 "판사가 되면 월급이 기존 대비 절반 이상까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사 시즌 때마다 언제 지방으로 발령 날지 모른단 우려도 판사직을 고려하는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공무원 신분인 판사는 정기적인 지방 근무 발령을 피할 수 없다. 배석판사는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에서 각 2년씩 4년을 근무하면 무조건 지방에서 3~4년을 지내야 한다. 약 30년 동안 판사로 일할 경우 세 번 이상은 지방에 내려가야 한단 것이다. 가정을 꾸린 고참 판사 입장에서 서울과 가족을 떠나야 하는 지방 근무는 꺼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으로 서울지방법원 판사에 임용된 바 있는 A씨는 "판사직을 유지하다 지방으로 배정받고는 미련 없이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지방 근무를 감수하면서까지 판사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judge avoid PE 20240624

힘 잃은 전관예우, 로스쿨 학생들 제1 목표도 '로펌'

전직 판사 또는 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전관예우가 사라진 것도 판사의 인기를 줄이는 데 한몫했다. 과거엔 당장 많은 돈을 벌지 못해도 판사로서 법원 경력을 쌓으면 전관 출신 변호사로서 혜택을 누릴 수 있단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엔 법원 내부에서도 '1심 판결 존중' 기조가 생겨나면서 1심과 항소심 등에서 전관 출신 변호사의 영향력이 축소됐다. 로스쿨 도입 이후 법조계 인력 공급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전관 출신 타이틀을 내세울 만한 상황이 잘 나오지 않는단 점도 겹쳤다.

최근엔 오히려 판사 재식 시 로펌에 들어가기 어려워질 수 있단 인식도 늘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 행정법원 판사였다는 B씨는 "최연소로 사시에 합격해 행정법원 판사로 재직한 경력이 있음에도 법무법인에 들어가기 어려웠다"며 "법조문만 봤단 이유로 기업법무를 주로 하는 법무법인들이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월급도 적고 이점도 없는 판사보단 곧장 로펌에 들어가 변호사 경력을 쌓는 게 더 낫단 게 법조계의 전반적인 인식"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스카이 등 수도권 로스쿨 출신은 애초 로펌을 목표로 두는 경향이 짙어졌다. 실제 SKY 등 일부 수도권 로스쿨 학생은 1~2학년에 실무 수습을 거쳐 대형 로펌에 입사를 확정하기도 한다. 검사나 로클럭 시험은 3학년 1학기가 끝날 무렵 치러지는데, 대형 로펌 입사가 확정되면 굳이 해당 시험에 매달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 입사를 희망하는 비수도권 로스쿨 재학생들의 수도권 로스쿨 '갈아타기'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SKY 로스쿨에 들어가야 대형 로펌 입사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전국 25개 로스쿨 중퇴생 수는 2020년도 180명, 2021년 195명, 2022년 236명으로 매년 증가세다. 스카이 출신들이 변호사를 하기 전 판사를 거쳐야 할 이유가 없어지면서 로스쿨 학생들의 최종 목표도 판·검사보단 변호사로 일원화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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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그룹 총수 일가 '차명 약국' 무죄 확정, 1,000억원 요양급여 환수 처분도 취소

 한진그룹 총수 일가 '차명 약국' 무죄 확정, 1,000억원 요양급여 환수 처분도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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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전 회장, 인하대병원 인근 차명 약국 개설
14년간 요양급여·의료급여 1,522억원 부당 취득
법원 "비자금 형성 목적으로 약사법 위반은 아냐"
pharmacy 2024061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이 14년간 차명으로 약국을 운영하면서 1,000억원대 부당이득을 얻었다는 혐의에 대해 지난달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은 이 사건과 관련해 한진그룹 총수 일가를 상대로 1,000억원의 요양급여 환수 처분을 내렸는데 이번 무죄 확정에 따라 직권 취소됐다.

계열사 건물에 차명 약국 운영하며 부당 수익 챙겨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지난달 30일 정석기업 원종승 대표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배임), 약사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이 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약사 이모씨와 그의 남편 류모씨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의 부동산 등을 관리하는 비상장 계열사로 사실상 조 전 회장과 그룹의 금고지기 역할을 해왔다.

검찰은 지난 2018년 조 전 회장이 2010~2014년 정석기업 소유 건물에서 이른바 '차명 약국'을 운영하면서 공단으로부터 1,522억원 상당의 요양급여와 의료 급여비용을 부정하게 타낸 혐의로 조 전 회장과 원 대표 등을 재판에 넘겼다. 당시 검찰은 공소장에 약국의 실질적인 운영자를 조 전 회장이라고 보고, 조 전 회장이 계열사 건물에 공간을 제공한 뒤 해당 약국에서 발생한 이득 중 일정액을 받아 챙겼다고 썼다. 다만 조 전 회장은 2019년 4월 사망해 공소 기각됐다.

지난 2020년 1심 재판부는 약사법 위반과 공단을 속여 요양급여를 타낸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원 대표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2심 재판부는 약사법 위반과 사기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약국을 운영한 약사가 주도적으로 약국을 운영하며 약품 조제·판매·복약지도를 했고 약사가 약국 수익 일정 부분을 원 대표와 조 전 회장 등에게 지급한 것은 해당 건물에서 계속 약국을 운영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고 봤다.

'법리상 무죄'일 뿐 행위 자체는 합법적이라 볼 수 없어

법원이 무죄를 확정했지만, 한진그룹의 도덕성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확정한 2심 판결을 보면 "법리상 무죄 판결이 선고됐지만 행위 자체가 아주 합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여러 기록에 비춰보면 무죄가 선고된 부분은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는 게 합의된 판단"이라고 판시했다. 증거와 증명이 부족한 데 따른 판단이라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이들이 운영한 약국 형태를 차명 약국이라 분류하며 통상적인 면허대여약국(면대약국)과 구분 지었다. 면대약국과 달리 차명 약국은 운영 과정에서 의약품 오남용이나 판매 질서가 훼손되는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건의 실체는 독점 약국을 운영하는 대가로 수익금 중 70∼80%를 현금으로 받아 조 전 회장의 비자금을 만든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조 회장의 내부 보고용으로 작성한 문서에서 약국을 사업 차명 관련 항목으로 분류했다. 내용란에 '연 2억8,000만원 배당금 현금 수령', '우리 측 80% 지분 소유', '2001년부터 배당 수령'을 적어두고 문제점 란에는 '약사법 위반'이라 기재했다. 재판 결과 조 전 회장은 의약분업이 시작된 2000년부터 약국에 대한 지분 관계를 정리한 2014년까지 정기적으로 약국 재정과 운영 사항을 보고받으면서 약국 수익 지분의 80%를 챙겨왔고, 14년간 매년 2억8,000만원 상당을 현금으로 수령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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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대약국,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기관 근절을 위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캠페인/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유튜브

무죄 판결로 1,000억원 요양급여 환수 위기 넘겨

한편 이번 판결로 공단이 2018년부터 진행하던 1,000억원의 요양급여 환수 작업도 중단됐다. 앞서 공단은 요양급여를 환수하기 위해 조 전 회장의 서울 종로구 구기동·평창동 단독주택을 가압류했다. 이에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 환수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조 전 회장 사망 후에는 배우자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자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조현민 한진 사장·조원태 한진 회장이 소송을 이어받았다.

그러다 17일 원 대표 등에 대한 형사 소송에서 무죄가 확정되면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요양급여 환수 처분 취소 소송 취하했다. 공단이 원 대표와 한진그룹 총수 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591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도 취하됐다.

1,000억원은 한진그룹에 적지 않은 금액이다. 2016년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 당시 조 전 회장은 직접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진해운에 기부한 사재 400억원이 재산의 20%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1,000억원은 조 전 회장의 재산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로서는 차명 약국 무죄 판결로 보유 주식, 부동산 등을 매각해 요양급여를 환수해야 하는 위기를 넘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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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 탈락' 한전 직원들, 경영진 배임·업무방해로 고발 추진

'희망퇴직 탈락' 한전 직원들, 경영진 배임·업무방해로 고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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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 신청자 369명 중 '20년 차 미만' 65명
당초 예상보다 신청자 많아, 이 중 40%만 선정
재원 마련, 대상자 선정 등 논란으로 내홍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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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5월 16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의 정상화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전력공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자구책을 이행 중인 한국전력이 최근 희망퇴직을 두고 내홍이 심화하고 있다. 희망퇴직을 신청했다가 승인 불가 통보를 받은 직원들이 경영진을 배임·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을 추진하면서다. 이들은 희망퇴직 대상자를 선정하는 기준이 정해진 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데다 위로금도 공정하게 배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탈락한 신청자들, 경영진 고발에 권익위 공익신고도 추진

31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희망퇴직 대상자에서 탈락한 한전 직원들은 경영진과 상임 인사위원회를 대상으로 배임·업무방해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민권익위원회에 비실명 대리인을 통한 공익 신고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이 지연되면서 누적 적자가 커지자 지난해부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관련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지난 24일에는 희망퇴직 신청자 369명 중 149명을 대상자로 선정·통보했다. 퇴직자 명단에는 20년 이상 근무자 119명(명예퇴직), 4년 이상 20년 미만 근무자 30명(조기퇴직) 등이 포함됐다. 

당초 한전 안팎에서는 위로금의 액수가 크지 않은 만큼 실제 신청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희망퇴직 대상을 입사 4년 차까지 확대했는데 이들이 수령하는 위로금은 3개월 치 월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고액의 위로금을 받는 고연차의 경우도 재취업 기회가 저연차 대비 마땅치 않아 잔류를 선택하는 직원이 많을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재정적 위기에 회의를 느낀 직원들이 과감히 희망퇴직을 신청하면서 실제는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한전에 따르면 신청자 총 369명 중 입사 20년 이상인 직원은 304명, 입사 4~19년 차 직원은 65명으로 집계됐다. 희망퇴직 규모가 130~150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계획 대비 두 배가 넘는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이다.

재원 부족해 경영평가 성과급으로 위로금 마련

희망퇴직자로 선정된 직원들은 명예퇴직·조기 퇴직금 외에도 연차에 따라 3~18개월 치 월급을 별도의 위로금으로 받는다. 이 중 위로금은 직원들의 성과급 반납분으로 조성된다.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에 인건비와 별도로 희망퇴직 지원금을 요구했지만, 기재부는 공공기관 중 한전만 예외를 둘 수 없다며 예산을 지원하지 않았다.

이에 한전은 올해 2월 지급 예정이던 2022년 경영평가성과급에서 직원 1인당 20%씩 반납받아 122억원의 재원을 마련했다. 반납 금액은 1직급은 성과급 전액, 2직급 50%, 3직급 30%, 4직급 이하 20%로 직급에 따라 1인당 40만~100만원씩 성과급 반납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한전은 지난 1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 반납 동의서를 받았는데 저연차 직원들을 중심으로 임금 반납을 거부하는 직원이 속출했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못 하게 해 발생한 회사의 적자를 직원이 성과급을 반납받아 해결하려 한다는 여론이 다수를 이룬 것이다. 실제로 1직급(본부장, 각 처·실장)과 2직급(부장)의 임금 반납 동의율은 각각 80%를 넘겼고 3직급(차장)도 78% 이상 동의했지만 4직급(과장 이하)의 동의율은 50%를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직원들의 전체 직원들의 임금 반납 동의율도 5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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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차 대거 선정에 저연차 배제 논란, 수용인원도 감소

선정 기준에 대한 논란이 뒤따랐다. '2024년 희망퇴직 시행 기준'에 따르면 신청 자격에는 ‘임금 반납에 동의한 사람’이란 단서가 포함됐다. 이와 함께 근속연수가 높은 순서대로 대상자를 선정하도록 명시했다. 다만 젊은 직원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전체 인원의 80%를 근속 20년 이상인 직원으로 채우고 나머지 20%를 근속 20년 미만 직원으로 채울 예정이었다. 여기에 재원을 초과해 신청자가 몰릴 경우 △희망퇴직 위로금이 적은 순 △정년 잔여기간이 짧은 순 △근무 기간이 긴 순 등의 기준을 순차적으로 적용해 결정하도록 했다.

그런데 희망퇴직 신청자의 60%가 탈락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당초 제시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저연차를 배제하고 고연차 간부들이 대거 선정됐다는 것이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희망퇴직 위로금이 적은 순'을 최우선 조건으로 적용하게 돼 있음에도 위로금이 많은 사람이 선정됐고 이 과정에서 수용 인원도 당초 예상에 비해 지나치게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정 기준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자 한전 측은 "전 직급·연차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반납한 임금을 재원으로 시행했기 때문에 위로금을 지급받는 희망퇴직 대상자가 특정 연차·직급에 편중되지 않는 방향으로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탈락 사유를 공개해 달라는 직원들의 요청을 사측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직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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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1일부터 우유 원유가격 협상 개시, 우유 가격 인상 가능성은?

다음 달 11일부터 우유 원유가격 협상 개시, 우유 가격 인상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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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진흥회, 소위원회 열어 원유가격 인상 논의
인상 범위는 생산비 반영한 리터당 0~26원 예상
농식품부 "가격 동결하거나 최소 수준 인상 중재"
Bottles of milk in shopping trolley in supermarket aisle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낙농가와 유업체들이 우유 원유 가격을 새로 정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빵과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 가격도 함께 오른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이에 정부는 엄중한 물가 상황을 감안해 생산자와 유업체들이 원유 기본 가격을 동결하거나 최소 수준에서 인상하도록 중재할 계획이다.

생산비 4.6% 올라 우유 가격 인상에 반영 가능성

3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다음 달 11일 소위원회를 열어 원유 가격을 논의하기로 했다.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는 한 달간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그동안 각 유업체는 원유 가격을 개별적으로 정할 수 있지만 관행적으로 낙농진흥회가 결정한 원유 기본 가격을 준용해 왔다. 소위원회가 올해 가격을 정하면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8월 1일부터 인상분이 반영된다.

우유 생산비는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난해 우유 생산비는 전년 대비 4.6% 오른 리터(L)당 약 1,003원이다. 농식품부는 생산비 상승분에 지난해 음용유(마시는 우유) 사용량이 전년 대비 2% 감소한 상황을 감안해 생산비 상승분 리터당 44.14원의 0∼60% 수준인 리터 당 0∼26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을 진행하도록 했다.

올해 협상에서는 2025∼2026년 유업체가 구매할 용도별 원유량을 조정하는 논의도 처음 진행된다. 각 업체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음용유 공급이 많은 경우 해당 물량을 줄이고 가공유 물량을 늘릴 수 있다. 조정된 원유량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지난해 음용유 초과량이 5%를 넘어 이번 협상에서 음용유 감축 범위는 9,112∼2만7,337톤(t) 수준에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유 물가 상승률 9.9%, 14년 만에 최고

원유 가격이 오르면 이를 주재료로 쓰는 유제품 가격도 오르게 된다. 지난해에는 원유 1리터에 69∼104원 범위에서 인상 폭을 논의해 음용유 기준 가격을 리터 당 88원 인상했는데 이에 따라 유제품 전반의 가격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실제로 지난해 우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9.9% 오른 118.13을 기록했다. 특히 우유 물가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9년 19.1% 이후 14년 만의 최고였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3.6%와 비교하면 2.8배 수준이다.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발효유, 치즈,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도 기록적인 가격 인상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유제품은 기록적인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치즈와 아이스크림은 각각 19.5%, 10.8%로 2008년 이후 1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발효유는 12.5%로 1981년 18.4% 이후 42년 만에 가장 높았고, 분유는 6.8%로 2014년 7.15%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생산비 변동 폭이 크지 않아 지난해와 같은 기록적인 수준의 우유 가격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생산비 변동 폭이 4.6% 수준임을 감안해 원유 가격이 동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산 반값 멸균우유 수입은 6년 새 9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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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산 멸균우유/사진=11번가

한편 밀크플레이션으로 인한 부담이 커지면서 최근 6년 새 외국산 우유 수입량이 9배나 늘어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외국산 우유 수입량은 3만1,462톤으로 2017년에 비해 9배나 급증했다. 이 기간 우유 수입량은 해마다 증가했는데 2017년 3,440톤에서 2018년 4,219톤으로 늘었고 2019년에는 1만484톤을 기록하며 1만 톤을 넘어섰다. 이후 2년 만인 2021년 2만3,284톤으로 2만 톤을 넘어선 데 이어 불과 1년 만인 지난해 3만 톤을 넘어선 것이다.

외국산 우유가 약진한 배경은 국내산에 비해 싼 가격이다. 외국산은 멸균 우유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폴란드산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리터당 1,500~1,700원에 구할 수 있다. 이는 국내산 우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오는 2026년부터 미국과 유럽연합(EU)산 우유의 관세율이 0%가 되는 만큼 외국산 우유 수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올해 각각 7.2%, 6.8%인 미국과 EU산 우유의 관세율은 매년 순차적으로 인하돼 2026년 0%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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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법인세 자산 '10조원' 넘는 한전, 법인세 면제 전망에 세수 불확실성↑

이연법인세 자산 '10조원' 넘는 한전, 법인세 면제 전망에 세수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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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이어온 한전, 올 1분기 4년 만에 법인세 비용 반영
실제론 올해 법인세도 '전액 면제' 전망, "이연법인세 자산 영향"
이연법인세 자산-부채 차액 10.1조원, 법인세수 불확실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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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에 시달리던 한국전력이 실적 개선을 이루면서 4년 만에 의미 있는 수준의 법인세 비용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법인세로 230만원을 납부하면서 심각한 부실 문제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한전, 재무제표에 1,500억원 법인세 비용 반영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1분기 재무제표에 1,496억원(별도 기준)의 법인세 비용을 반영했다. 유효 법인세율은 20.15%인데, 이는 지난해 회계상 유효세율이 0%였던 것과 대비된다. 재무제표에 기재되는 법인세 비용은 중장기적으로 납부해야 할 세액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해당 회계연도 납부 세액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한전이 1분기에만 1,500억원에 육박하는 법인세 비용을 반영한 건 세 납부액이 정상 궤도로 돌아오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업계에선 1분기 책정된 법인세 비용과 올해 실적 전망을 고려하면 한전의 법인세수 기여분이 차후 상당히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제시한 올해 한전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 예상치 평균은 8조1,663억원이다. 증권가에선 한전이 올 여름철 성수기 이후 전기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각적인 실적 개선을 통해 2015년 1조1,500억원의 법인세를 내던 한전의 기세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진다.

이연법인세 자산 10조원, 올해도 '전액 면제' 가능성

다만 실제론 올해도 한전은 법인세가 전액 면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연법인세 자산의 영향이다. 한전의 이연법인세 자산은 2022년 기준 1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한전이 '법인세 수익'으로 잡고 있는 돈으로, 다르게 말하면 향후 내야 할 법인세가 이 액수를 초과하기 전에는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그간 한전의 적자가 상당 부분 누적된 영향이 크다. 한전은 지난 2021년부터 최근 3년간 사실상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못했다. 한전의 결정세액은 △2021년 약 1억3,000만원 △2022년 약 230만원 △2023년 약 5,280만원 선인데, 이마저도 토지 등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가 포함된 수치다.

즉 영업을 통한 세금은 사실상 없었단 뜻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전기요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본 게 원죄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전은 2021~2023년 동안 누적 기준 47조원의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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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개선 기업도 법인세는 제로, 정부 세수 '빨간불'

이렇다 보니 세무당국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법인세를 내지 못할 예정인 가운데 실적 개선을 이룬 한전 등 기업마저 법인세를 내지 않게 되면서 법인세수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매출액 1,000억원(별도·개별 기준)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 624곳의 이연법인세 자산과 이연법인세 부채의 차액은 10조1,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22년(-6조4,000억원) 대비 16조5,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이연법인세 부채는 앞으로 부담해야 할 대략적인 법인세 비용을 뜻하는데, 이연법인세 자산이 부채보다 많다는 건 향후 기업들이 정부에서 받을 세제 혜택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이연법인세 자산이 급증하면서 내년 이후에도 법인세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지난해 기업 실적 악화가 당장 올해 법인세 세수에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 미사용 세액공제가 늘어나 법인세 실효세율이 떨어지는 식으로 향후 법인 세수에 지속적으로 여파를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세수 추계 시 이연법인세 변동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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