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동남아시아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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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일자리 전 세계 영향 ‘미미’ 지식 노동 ‘오프쇼어링’, 동남아에 유리 ‘AI 활용 교육’ 투자가 정답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은 전 세계적으로 40%, 선진국 일자리에는 60%의 영향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경고에도 불구하고 챗GPT 등장 이후 노동 시장은 놀랍게 안정적이다. 대규모 해고나 특정 직업군이 무너지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일자리가 아닌 ‘업무’가 전 세계적으로 재배분되고 있다. 그리고 현 상황의 가장 큰 수혜자는 동남아시아로 판단된다.

선진국 일자리 60%가 ‘AI 영향’
디지털 부문의 빠른 성장과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수준, 기술 역량의 발전이 동남아를 AI 관련 업무의 새로운 전진 기지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I는 파괴가 아닌 재편성의 원동력이며, 점화가 시작됐지만 폭발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뇌관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AI가 인간을 대체하기보다 업무 성과를 강화하는 모습이 더 자주 목격된다. AI 비서를 갖춘 서비스 부문 직원들은 생산성이 14% 향상됐으며, 이중 신규 직원들의 업무 성과는 1/3 이상 증가했다. 신기술이 역할을 없애지 않고 전문 지식의 효율적인 확산을 돕고 있는 것이다.

주: 수요/공급량(X축), 가격(Y축), AI 활용 공급 곡선(supply), 노동 수요 곡선(demand), *수요 증가가 없을 경우 AI 활용 증가는 인건비 하락으로 이어짐
일자리 영향은 ‘지금까지 안정적’
지금까지의 신기술 도입과 비슷한 패턴으로 생산성이 먼저 오르고, 업무 흐름이 따라가는 식이다.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직원들을 훈련하면서 AI를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기업들이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기도 하다. 특히 서비스 부분 인력이 대학 졸업장보다 실질적인 훈련과 역량에 의존하는 동남아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실제로 2,000개의 동남아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이 점진적인 자동화를 계획하고 있어 일자리 영향은 최소화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단순 반복적 업무를 자동화하되 인간의 관리 감독을 유지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것이다.
작년 동남아의 디지털 부문은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해 총 상품 가치(gross merchandise value) 기준으로 2,630억 달러(약 372조원)에 이르렀으며 e-커머스와 결제, 물류 부문의 발전까지 돕고 있다. AI 도구를 도입하면서도 지속적인 채용을 유지해 AI를 ‘대체’가 아닌 ‘보완’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주: 수요/공급량(X축), 가격(Y축), AI 활용 공급 곡선(supply), 노동 수요 곡선(demand), *동남아의 경우 노동 수요 증가를 통해 인건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음
풍부한 기술 인력 보유한 ‘동남아의 기회’
이러한 추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동남아의 정보통신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usiness process outsourcing, BPO) 산업이다. 필리핀의 해당 부문은 작년에 182만 개의 일자리와 380억 달러(약 54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조만간 2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베트남의 FPT(글로벌 기술 솔루션 제공업체)를 비롯한 기술 기업들도 분석 및 소프트웨어 수출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의 진출에 AI를 활용하는 모습이다.
AI 기반의 오프쇼어링(offshoring, 생산 기지 해외 이전)은 서비스 업무의 국경 간 이동을 촉진한다. 물론 대부분의 인지 기반(cognitive-intensive) 업무는 선진 경제권을 바탕으로 하지만 AI가 업무를 표준화하고 모듈화함에 따라 더 많은 일감이 원격으로 처리될 수 있다. 저렴하지만 높은 수준의 기술 인력을 보유한 동남아가 중심지로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위해 동남아는 디지털 경제 기본 협정(Digital Economy Framework Agreement)과 EU-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한 무역협정을 통해 국경 간 데이터 및 서비스 흐름을 자유화하고 있다.
AI가 전반적인 임금 수준을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기술 인력들에게는 전혀 무관하다. 신규 고용이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AI 기술을 갖춘 인력들은 임금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의 보강이 생산성과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빠른 교육훈련이 가능한 지역일수록 강력한 수혜자가 될 수밖에 없다.
‘AI 활용 교육’에 투자해야
이러한 추세를 지속 가능한 성장과 연결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수준의 인프라와 업무 기준, 단기 인증 과정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클라우드 환경, 일관성 있는 데이터 규제도 기본이다. 특히 교육 부문은 AI 관련 지시문 설계(prompt design) 및 데이터 관리, 콘텐츠 제작 등을 포함해 실질적인 업무 역량을 키워 줄 수 있는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공동의 번영을 위해서는 노동권 보호와 투명성도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오프쇼어링의 효과는 자동화 속도를 지연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이는 인간의 역량을 무시한 발상이다. AI는 복잡하고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업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서비스 산업에서 인간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다. AI가 일자리를 삭제하기보다는 성과를 강화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결과다.
따라서 기업의 도입 속도와 동기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AI를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으로 보지 않고 재교육 및 데이터 품질 개선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동남아가 기술과 표준, 관리에 주력한다면 이 기회를 성장으로 연결할 여지는 충분하다. 여전히 인간을 품질과 신뢰의 중심에 놓고 더 많은 고부가가치 업무를 유치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I Jobs in Southeast Asia Will Reshape Global Hiring, Not Destroy I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