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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시급제와 월급제, 형태보다 위험 분담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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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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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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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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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변동, 저소득층에 집중된 구조적 위험
시급제·월급제 구분보다 위험 분담이 핵심
고정 임금보다 예측 가능성과 제도적 보호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 근로자의 임금은 대부분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변한다. 통계에 따르면 4개월 중 3개월은 전월과 다른 금액을 받으며, 중간값 기준 변동 폭은 약 5%다. 한 달 평균 17% 이상 급여가 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변동은 단순한 가계 불편을 넘어 생활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월세 납부나 부채 상환이 지연되고, 돌봄비와 같은 필수 지출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문제의 핵심은 임금이 변하는 사실이 아니라, 그 위험이 누구에게 전가되느냐다. 임금 변동을 법이나 제도로 억제하더라도 부담이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근로 시간 축소, 인력 감축, 서비스 질 저하의 형태로 옮겨간다. 결국 임금을 고정해도 위험은 남으며, 그 피해는 다시 근로자에게 돌아온다.

사진=ChatGPT

임금 불안정의 구조

임금의 불안정은 주로 기업의 수요 변화에서 비롯된다. 생산량, 주문, 매출 등 경영상 요인이 변하면 근로 시간이 조정되고 급여도 달라진다. 특히 시급제 근로자는 이러한 변동에 직접 노출된다. 반면 월급제 근로자는 급여가 상대적으로 고정돼 있어 영향을 덜 받는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더라도 계약 형태에 따라 위험의 크기가 달라지는 구조다.

이 불안정은 저소득층에 집중돼 있다. 2023년 기준 미국 가구의 약 3분의 1은 월별 소득이 일정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연 소득 2만5,000달러(약 3,400만원) 이하 가구에서는 절반을 넘었다. 소득이 불안정한 근로자는 생활비 지출과 기본 비용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고, 근무 일정의 불확실성도 더 크다. 매출 변동이 심한 소매업, 물량이 계절적으로 달라지는 물류업, 단기 계약이 반복되는 서비스업에서 이러한 현상이 특히 두드러진다. 이러한 불안정은 소득 수준이 낮고 일정 조정권이 제한된 직군에서 더욱 뚜렷하다. 임금 변동은 협상력과 일정 통제권이 약한 노동자에게 집중되며, 위험을 줄이기 위한 해법도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고정급 근로자와 시간제 근로자의 월별 소득 변동 분포-전월 대비 변화(왼쪽 그래프), 평균 월 대비 변화(오른쪽 그래프)
주: 임금 변동률(X축), 월 비중(Y축)/고정급 근로자(연한색), 시간제 근로자(진한색)

제도와 보호의 격차

시급제 근로자는 미국 공정근로기준법(FLSA)에 따라 주 40시간을 초과해 일할 경우 ‘시간당 1.5배’의 초과근무수당을 받는다. 이는 무급 초과근로를 막고, 업무량이 늘 때 합당한 보상을 보장하는 제도다. 반면 월급제 근로자 중 일정 급여(2025년 기준 주 684달러, 약 94만원) 이상을 받는 관리·전문직은 초과근무수당 대상에서 제외된다. 업무량이 늘어도 보상이 따르지 않아 위험이 근로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복리후생에서도 차이는 크다. 기업이 부담하는 복리후생 비용은 전체 보상의 약 30%에 이르지만, 저임금·시간제 근로자는 퇴직연금, 유급휴가, 건강보험 등 기본 혜택을 제공받을 가능성이 낮다. 같은 임금 변동이 발생하더라도 저임금 근로자가 받는 타격이 더 큰 이유다.

월급제는 예측 가능한 소득을, 시급제는 실제 근로 시간에 대한 정확한 보상을 제공한다. 두 체계는 서로 다른 위험 분담 구조로 되어 있으며,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지 않다. 따라서 제도의 목적은 근로 형태의 단순 통일이 아니라 위험의 균형 있는 분담에 있다.

임금 동결보다 위험 분담

임금 변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직군별 급여 변화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월별 임금 데이터를 분석해 변동성이 큰 부문을 확인하고, 그 특성에 맞는 대응책을 설계해야 한다.

정책의 방향은 ‘유연성 속의 안정성’이다. 임금을 고정하는 대신 최소 근무시간을 보장하고, 단기 호출이나 일정 변경 시에는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일정은 사전에 통보하고, 불가피한 변경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러한 제도는 기업의 운영 유연성을 유지하면서도 근로자의 소득 불안을 줄이는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시급제 근로자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한 ‘공정 근무시간 규정(Fair Workweek)’은 주목할 만하다.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일부 도시는 일정 변경을 최소화하고 사전 통보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규정은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을 줄이고 근로자의 소득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보였다. 다만 과도한 규제는 기업의 인력 운용 유연성을 제약할 수 있어, 예외 상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인력 감축보다 근로 시간을 조정하는 방식도 효과적이다. 근무 공유제를 통해 전체 근로 시간을 줄이되 실업보험으로 일부 임금을 보전하면 인력 유지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임금의 총액뿐 아니라 지급 시점도 안정성에 영향을 미친다. 근무 주기와 맞춘 격주 급여제나 수수료 없는 당일 지급제는 단기 유동성 위험을 완화한다.

기업 근로 시간 변동이 임금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
주: 기업 총근로 시간 변동성(X축), 근로자 임금 변동성(Y축)

임금 안정과 조직 신뢰

임금 안정은 근로자 개인의 생활뿐 아니라 조직의 신뢰와도 직결된다. 급여가 일정해야 인력 유지가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환경이 마련돼야 생산성과 품질이 유지된다. 주 20시간 이상 근로자에게 유급병가와 퇴직적립을 확대하고, 단기 계약직의 보험 공제액을 연중 균등 분할하면 변동 폭을 완화할 수 있다.

또한 변동성이 큰 직군에는 ‘안정성 수당’을 적용해 급여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단체협약과 정책 문서에 변동성 지수, 보장 근무시간, 수당 산정기준을 명시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하면, 임금 변동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줄어든다.

관리해야 할 현실

임금 변동성은 근로 형태의 차이가 아니라 경기와 수요 변화가 만들어내는 구조적 현상이다. 변동을 없애려는 시도는 위험을 다른 영역으로 옮길 뿐이다. 필요한 것은 임금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면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근로 시간 보장, 초과근무 보상, 공정 근무시간 규정, 투명한 급여 관리가 그 핵심이다. 임금 변동성은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다. 위험을 공정하게 나누는 체계가 구축될 때, 노동시장은 지속 가능한 안정성을 회복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age Volatility Is About Who Bears the Risk, Not Just Hourly vs Salar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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