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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2천년 전 베수비오 화산 폭발에 불탄 파피루스 해독, 인공지능 대회로 밝힌 헤르쿨레니움 두루마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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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학생으로 구성된 연구팀, 베수비오 챌린지 우승
머신러닝 알고리즘 적용, 감각과 쾌락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 밝혀내
2024 베수비오 챌린지, "연말까지 두루마리 85% 해독이 목표"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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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한 연구팀이 2,000년 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불에 탄 파피루스 속 그리스 문자를 일부 해독해, 고고학의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를 푸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베수비오 챌린지(Vesuvius Challenge)라는 대회의 우승자인 이 연구팀은 이집트, 스위스, 미국 출신의 세 학생으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말아져 있는 파피루스 스캔 이미지를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학습시켜 두루마리 속에 감춰진 내용이 감각과 쾌락에 대해 논의하는 철학적 이야기임을 밝혀냈다.

이 두루마리는 18세기 이탈리아 헤르쿨레니움의 고급 로마 별장에서 출토된 파피루스 수백 개 중 하나다. 헤르쿨레니움 두루마리로 알려진 이 파피루스는 화산 폭발의 영향으로 재 덩어리가 되어 개봉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성과로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여 두루마리 전체를 해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고, 일반적으로 더디게 움직이던 고고학 연구에 불이 지펴짐과 동시, 고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넓혀질 것으로 전망됐다.

20년간의 노력, 인공지능으로 결실 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J. 폴 게티 박물관의 유물 큐레이터 케네스 라파틴(Kenneth Lapatin)은 "항상 꿈만 같다고 생각했던 일이 실현된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대회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의 고전주의학자 밥 파울러(Bob Fowler)는 "역사적인 순간이다"고 밝혔다. 지난 5일에 공개된 우승작에는 전체 두루마리의 약 5%에 해당하는 수백 개의 단어들이 번역돼 있다. 미국 렉싱턴 켄터키대학교의 컴퓨터과학자이자 이 대회의 공동 창립자인 브렌트 실즈(Brent Seales)는 "이번 대회를 통해 모든 사람의 의구심이 말끔히 씻겼다"며, 이제 해독 가능성에 대해 "더 이상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즈는 거의 20년 동안 이 두루마리들을 해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의 팀은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 이미지를 사용하여 말려진 파피루스의 표면을 '가상으로 펼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2019년에는 파리의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에서 두루마리 두 장을 옥스퍼드 인근의 다이아몬드 광원 입자가속기로 가져가 고해상도 스캔을 했었다. 그러나 표면을 매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탄소 기반의 잉크는 파피루스와 밀도가 같아 CT 이미지로는 구분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에 실즈와 그의 동료들은 머신러닝 모델로 두루마리를 '풀어서' 잉크를 식별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으나, 작업의 규모에 비해 그의 팀이 가진 자원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던 중 실즈의 강연을 보고 헤르쿨레니움 두루마리에 흥미를 느낀 실리콘밸리 기업가 넷 프리드먼(Nat Friedman, 전 깃허브 CEO)이 대회를 주최해 문제를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125,000달러를 기부했고 트위터에서 수십만 달러의 모금이 이뤄졌다. 아울러 실즈는 고해상도 스캔 이미지와 함께 그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도 공개했다. 이렇게 베수비오 챌린지는 작년 3월에 시작하여 연말까지 진행됐으며, 각각 140자 이상으로 구성된 4개의 구절을 해독한 팀에게 대상을 수여하기로 계획됐다. 또한 단계마다 우승한 코드를 참가자들에게 공개하여 서로의 발전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장려했다.

'크랙' 발견으로 돌파구 열어, 첫 글자는 '보라색'

작년 중반 미국의 기업가이자 전직 물리학자인 케이시 핸드머(Casey Handmer)가 이미지에서 갈라진 진흙 표면과 비슷한 모양, 즉 그리스 문자 모양을 형성하는 듯한 '크랙클'(crackle)을 발견하면서 대회 양상이 바뀌었다. 미국 네브래스카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학부생 루크 패리터(Luke Farritor)는 크랙클을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학습시켜 '보라색'이라는 단어 ‘포르피라스’(porphyras)를 식별해 냈고, 10월 말 첫 글자를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다. 베를린의 이집트 출신 박사 과정 학생인 유세프 나데르(Youssef Nader)는 더 선명한 이미지로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들의 코드는 참가자들이 더 많은 해독을 할 수 있도록 마감일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공개됐다. 프리드먼은 "우리는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라며 당시 절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들의 걱정과 달리 대회 마지막 주에 18개나 되는 결과물이 접수됐다. 그 결과 패리터, 나데르 그리고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의 로봇공학을 전공한 줄리안 실리거(Julian Schilliger)가 함께 결성한 팀이 수상 기준을 모두 충족한 유일한 팀으로 선정됐다.

이탈리아 나폴리 페데리코 2세 대학의 파피루스 학자이자 대회 심사위원인 페데리카 니콜라르디(Federica Nicolardi)는 "놀라운 결과"라며, "우리는 그들이 보여준 이미지에 완전히 놀랐다"고 밝혔다.

에피쿠로스 철학과 그 너머, "발굴되지 않은 두루마리 더 있어"

이전에 공개된 헤르쿨레니움 두루마리의 내용은 대부분 에피쿠로스 철학 학파와 관련된 것으로, 기원전 341~270년에 살았던 아테네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추종자인 필로데무스라는 인물의 소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두루마리에는 음식의 즐거운 '맛'과 '볼거리'뿐만 아니라 고대 작가 세네카와 플루타르코스가 언급한 제노판투스라는 이름의 플루트 연주자가 등장한다. 그의 매력적인 연주로 인해 알렉산더 대왕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에피쿠로스에게서 철학 목적은 행복하고 평온한 삶을 얻는데 있었다. 따라서 우승팀이 해독한 텍스트에는 저자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파울러와 니콜라르디는 텍스트의 내용이 쾌락 중심으로 서술된 것으로 미루어 보아필로데무스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파피루스 학자이자 대회 심사위원인 리처드 얀코(Richard Janko)는 행복과 평온한 삶에 대해 설파한 에피쿠로스 철학뿐만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과 같은 더 많은 그리스 철학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이를 증명하듯 라틴어로 쓰인 두루마리 중 일부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으며, 호메로스에서 사포에 이르는 작가들의 시와 문학 작품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로 인해 아직 전체적인 발굴 작업이 진행된 적이 없는 헤르쿨레니움 별장에서 추가 조사를 실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얀코와 파울러는 빌라의 메인 도서관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수천 개의 두루마리가 아직 지하에 더 있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더 넓게 보면 실즈와 베수비오 챌린지 참가자들이 개척한 기술로 이집트의 미라를 포장하는 데 자주 사용했던 재활용된 파피루스와 같은 다른 유형의 텍스트를 연구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한편 프리드먼은 올해 연말까지 두루마리의 85%를 해독하는 것을 목표로 2024 베수비오 챌린지 상금을 새롭게 발표했다. 그는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기적처럼 느껴진다"며 "성공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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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가공할 헛소리'를 증명한 끈 이론 ②, 복잡하지만 아름다운 수학과 물리의 대칭성

[해외 DS] '가공할 헛소리'를 증명한 끈 이론 ②, 복잡하지만 아름다운 수학과 물리의 대칭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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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케이는 괴물군과 모듈 형식의 수열을 연결 
보처즈는 끈 이론을 통해 군론과 수론을 엮어
괴물의 크기로 실이 진동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표현해

[해외 DS] '가공할 헛소리'를 증명한 끈 이론 ①, 수학자의 뇌리에 박힌 숫자 '196,884'에서 이어집니다.


정수론은 대부분 정수에 관한 것으로 언뜻 보기에는 매우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그 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모듈러 형식(modular form)과 같은 복잡한 개념에 의존한다. 이는 극단적으로 대칭적인 함수 f(z)이며 사인(sine) 함수와 마찬가지로, 모듈러 형식의 특정 부분만 알면 다른 부분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알 수 있다.

"모듈러 형식은 삼각함수와 비슷하지만 그것의 극단적인 버전에 가깝다"고 수학자 켄 오노(Ken Ono)는 콴타 매거진에 말했다.

String_theory_modulargroup_ScientificAmerican_20240208
사진=Scientific American

모듈러 형식은 수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옥스퍼드대학교의 앤드류 와일즈(Andrew Wiles)는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하는 데,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학의 마리나 비아조브스카(Maryna Viazovska)는 8차원 공간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구의 배열을 찾는 데 모듈러 형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모듈러 형식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무한히 긴 다항식으로 근사화되는 경우가 많다.

f(q) = (1⁄q) + 744 + 19,688q + 21,493,760q2 + 864,299,970q3 + …

변수 q 앞에 있는 계수들은 수 이론적 관점에서 볼 때 흥미로운 특성을 가진 수열을 형성한다. 맥케이는 바로 이 수열을 괴물과 연결했다.

괴물군, 모듈러 형식, 끈 이론의 연결성

보처즈는 1980년대에 문샤인 가설(moonshine conjecture)에 대해 처음 들었다. 그는 유튜버 커트 자이문갈(Curt Jaimungal)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깜짝 놀랐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보처즈는 콘웨이의 강의를 들으며 수론과 군론이 신비롭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고, 이 주제가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연관성이 의심되는 부분을 찾기 시작했고, 1992년 획기적인 결과를 발표해 6년 후 수학계 최고의 상 중 하나인 필즈 메달을 수상하게 된다. 그의 결론은 물리학의 극히 추측적인 분야인 끈 이론으로 군론과 수론 사이를 봉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끈 이론은 물리학의 네 가지 기본 힘(전자기학, 강 핵력, 약 핵력, 중력)을 통합하려는 이론이다. 기존 이론에서처럼 입자나 파동에 의존하여 우주의 기본 구성 요소를 나타내는 대신, 끈 이론은 1차원의 작은 실이 악기의 현처럼 진동하여 입자와 상호 작용을 한다고 해석한다.

보처즈는 끈 이론이 대칭성과 관련된 많은 수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고 보니 모듈라이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작은 실이 닫혀서 흔들리는 방식으로 시공간을 이동할 때, 그 궤적은 2차원 튜브를 형성한다. 이 구조는 실이 진동하는 방식과 관계없이 모듈러 모양과 동일한 대칭성을 갖는다.

진동 에너지와 괴물의 대칭성

보처즈가 연구한 끈 이론의 유형은 25개의 차원에서만 수학적으로 공식화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세계는 눈에 보이는 삼차원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론가들은 나머지 22개 차원을 작은 구 또는 도넛 모양으로 말아 올린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물리학에서는 모양에 따라 그 계산이 달라진다. 차원이 원통으로 말려 있는 끈 이론은 구를 형성하는 이론과 다른 예측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입자와 입자의 상호작용을 우리 세계에 맞는 방식으로 설명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이 계산에서 올바른 '압축'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보처즈는 24차원을 24차원 도넛 표면으로 말아서 관련 끈 이론이 괴물과 대칭을 이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유 공간 차원이 하나만 남았다는 사실은 그를 괴롭히지 않았다. 결국 그는 우리 세계를 설명하는 물리 이론이 아니라 모델의 수학적 속성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구성된 세계에서 실은 24차원 도넛을 따라 흔들린다. 괴물의 크기는 실이 특정 에너지에서 진동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계산한다. 따라서 가장 낮은 에너지에서는 한 가지 방식으로만 진동하고, 그다음으로 높은 에너지에서는 196,883개의 다른 가능성이 생긴다. 그리고 실이 남기는 흔적은 모듈러 형식의 대칭성을 갖게 된다.

보처즈는 괴물 그룹과 모듈러 형식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했다. 그동안 수학자들은 다른 유한 군과 다른 모듈러 형식을 연결할 수 있었고, 끈 이론도 그 연결 고리를 제공했다. 따라서 추측 이론이 우리 우주를 설명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더라도 완전히 새로운 수학적 세계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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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가공할 헛소리'를 증명한 끈 이론 ①, 수학자의 뇌리에 박힌 숫자 '196,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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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맥케이, 기하학 및 정수론과 관련된 숫자 '196,884' 발견
존 톰슨, 맥케이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두 번째 숫자 찾아
두 분야의 연관성을 추측한 '가공할 헛소리'라는 제목의 논문 발표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String_theory_ScientificAmerican_20240207
사진=Scientific American

오랫동안 사람들은 고(故) 존 맥케이(John Mackay)가 수비학에 매료되거나 바더-마인호프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추측했다.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그가 집착했던 숫자는 196,884였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숫자 '196,884'

맥케이는 1978년 자신의 전공이 아닌 수학 분야의 논문을 살펴보던 중 우연히 이 숫자를 발견했다. 그는 기하학을 전공하고 있었고 도형의 대칭을 연구하고 있었다. 소수와 같은 정수의 성질을 다루는 정수론의 결과를 살펴보던 중, 그의 눈에 196,884라는 값으로 시작하는 일련의 숫자가 들어왔다.

맥케이는 이 숫자가 낯익었다. 그는 이전에 '괴물'(Monster)이라고 알려진 수학적 구조(당시에는 가설에 불과했다)를 연구한 적이 있었는데, 이 기묘한 대수 구조는 196,883개 차원(숫자 196,884보다 하나 적은 차원)에 존재하는 기하학적 물체의 대칭성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1차원의 점은 모든 대칭을 충족하기 때문에 그는 괴물의 대칭성이 적용된다고 믿었던 처음 두 차원을 더해서 196,883 + 1 = 196,884를 다시 만났다.

전문가들은 맥케이의 발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괴물과 같은 구조는 수많은 숫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수 이론의 결과도 많은 숫자를 포함했다. 그중 몇 개는 우연에 의해 서로 같을 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이다.

하지만 맥케이는 기하학과 정수론이 극도로 다른 두 수학 분야지만 서로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심지어 그는 컨퍼런스에서 "196,883 + 1 = 196,884"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기도 했다.

한 수학자의 광기일까 아니면 천재적인 발상일까?

얼마 후 존 톰슨(John Thompson)은 맥케이의 의구심에 결국 뭔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괴물의 대칭을 따르는 한 물체의 다음 차원과 수 이론에 등장하는 그 신비한 수열의 다음 항을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그 차원은 21,296,876인데, 값은 다르지만 이전과 같이 모든 괴물의 차원을 더하면(1 + 196,883 + 21,296,876) 결과는 21,493,760이 된다.

맥케이가 봤던 그 수열의 두 번째 항이 바로 21,493,760으로 톰슨의 결과와 일치했다.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수학 영역 사이에 실제로 연결 고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수학 커뮤니티도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상상할 수 없이 큰 물체(괴물)의 대칭을 설명하는, 아직 완전히 구성되지도 않은 이 기묘한 구조가 수 이론과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을까?

1979년에 이르러 다른 수와 차원도 이 예상치 못한 패턴을 따르는 것 같다는 증거가 쌓여갔다. 수학자 존 콘웨이(John Conway)와 사이먼 노턴(Simon Norton)은 마침내 기하학과 수론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추측을 담은 '가공할 헛소리'(Monstrous Moonshine)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독일 본에 있는 막스 플랑크 수학연구소의 수 이론가인 돈 자기에(Don Zagier)는 2015년 퀀타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억지스러워 보였기 때문에 가공할 헛소리라고 불렀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추측을 증명할 수 있는 희망은 거의 없었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수학 영역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사실 외에도 괴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달빛 속의 괴물

괴물은 물체의 대칭적 성질을 다루는 기하학의 한 분야인 군론의 이론적 예측이다. 1970년대에 수학자들은 일종의 주기율표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유한 대칭의 '원자'를 찾고자 했다. 원자들을 찾으면 그 조합으로 모든 유한한 그룹을 나타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의 연구 끝에 기하학자들은 마침내 목표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다. 화학 원소와 달리 '유한 단순 그룹'은 무한히 많지만 거의 모두 18개의 범주로 나눌 수 있으며 주기율표를 연상시키는 배열로 표현됐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 18개 범주에 맞지 않는 26개의 산재군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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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의 대칭은 유한한 그룹을 형성한다/사진=Scientific American

이 중 첫 번째 산재군이 1973년 수학자 베른트 피셔(Bernd Fischer)와 로버트 그리스(Robert Griess)가 예측한 '괴물'이었다. 괴물이라는 이름은 해당 그룹의 엄청난 크기에서 유래했는데, 이 그룹에는 8×1053개 이상의 대칭이 포함돼 있다. 비교를 위해 20면체 'D20' 주사위(an icosahedron)를 예로 들면, D20의 대칭 그룹은 60개의 대칭을 포함하는데, 이는 D20의 방향을 바꾸지 않고도 60가지 변형(회전 또는 반사)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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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초록, 파랑 산발 그룹 중 일부는 서로 관련이 있다. 흰색 산발적 그룹은 외부 노드로 간주된다/사진=Scientific American

그 거대함 때문에 괴물군은 수학자들에게 큰 난제를 안겨주었다. "당시에는 더 작은 그룹이라도 컴퓨터로 구축해야 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괴물을 만드는 것이 절망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이 분야에 큰 공헌을 한 수학자 리처드 보처즈(Richard Borcherds)는 Monstrous Moonshine에 대한 설명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1980년 그리스는 컴퓨터의 도움 없이도 괴물을 만들어 그 존재를 증명했다.

[해외 DS] '가공할 헛소리'를 증명한 끈 이론 ②, 복잡하지만 아름다운 수학과 물리의 대칭성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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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상온 초전도체, 논란과 기대 사이에서

[해외 DS] 상온 초전도체, 논란과 기대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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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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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광고, 연구 윤리 문제, 학술지의 영향력 지수 경쟁 등 학계에 구조적 문제 존재
하지만 상온·상압 초전도체 연구 자체는 여전히 잠재력이 높아
H3S, LaH10과 같은 성공 사례가 5~10가지나 있어, 지속적인 관심·발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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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conductivity_research_controversy_ScientificAmerican_20240206
사진=Scientific American

고온 초전도체는 물리학의 성배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관련 논문이 잇따라 철회되고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 분야이기도 하다.

초전도는 물질이 저항 없이 전기를 흘려보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에 물리학자들이 붙인 이름이다. 이 현상은 1세기 이상 전부터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초전도는 엄청나게 낮은 온도에서만 발견됐다. 또한 남극의 한겨울 기온에 근접한 온도에서 초전도가 발생한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지구 중심부 깊숙한 곳의 압력과 맞먹는 엄청난 고압을 가해야 한다.

랑가 디아스의 연구 논란과 초전도 연구의 지속적인 발전과 관심

초전도체가 상온에 가까운 온도에서 작동한다면 공중 부양 열차, 개선된 MRI 스캐너, 더 나은 에너지 저장 장치, 더 효율적인 전자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잠재력 때문에 이 분야는 많은 과대광고를 낳았고, 종종 실망감을 안겨줬다. 2023년 7월 한국 연구팀은 상온 초전도체(LK-99)를 발견했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동료 과학자들은 이 연구팀의 결과를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온라인 과학전문지 언다크는 로체스터대학의 물리학자 랑가 디아스(Ranga Dias)의 연구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디아스의 논문은 지난 2년 동안 네이처(Nature) 저널에 발표한 논문 2편과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한 논문 1편 등 총 3편을 철회됐다. 세 편의 논문 중 두 편은 초전도와 관련된 것이었는데, 지난 8월 뉴욕타임스는 디아스가 소속 대학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계에서 초수소화물로 알려진 물질(수소가 풍부하게 함유된 물질로, 엄청난 고압을 가해야 하지만 고온에서 초전도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버팔로대학 화학과의 계산 재료 과학자 에바 주렉(Eva Zreck)과 같은 연구자들은 초수소화물의 가능성을 보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초전도체를 둘러싼 분쟁과 논쟁의 원인을 더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과거 디아스와 공동 연구를 한 적이 있는 주렉 교수와 함께 초전도 연구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학술지와 연구 생태계에 관해 논의했다. 주렉 교수에 따르면 디아스와의 공동 실험 결과는 문제의 소지가 없었으며 이번 사태가 그녀의 과학적 명성에 타격을 주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증명의 어려움과 오류 가능성, 그리고 학계 구조 변화의 필요성

상온 초전도체 발견은 그 자체로 여파가 크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실험을 재현하고 싶어 하고, 그 결과 오류가 드러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주렉 교수에 따르면 어떤 금속이 초전도체인지를 실험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 수소화물의 경우 다이아몬드 모루 세포에서 자성 물질이 많다고 해서 실제로 외부 자기장을 밀어내는 마이스너 효과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디아스가 수행한 실험과 같은 고압 실험에서는 측정하고자 하는 것을 측정할 수 있도록 실험을 설계하기도 어려운데, 해당 실험 결과를 해석하는 일도 난해하다.

이런 상황에선 실험의 해석 범위를 제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일원리 계산법을 사용하는데, 이 계산법은 원자 및 전자 수준에서 물질의 특성을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이론적 틀과 실험 결과와 비교하여 검증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함으로써 초전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초전도체의 경우 계산 과정이 복잡하며 단순화와 근사치에 의존할 경우 계산 결과가 부정확할 가능성이 있어 연구자의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연구자가 의도적으로 조작한 경우는 실수와는 다른 문제며, 발생해서는 안 되며 용납되어서도 안 된다고 주렉 교수는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선 연구자보다 학술지의 역할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최근 논문 철회 사건과 관련하여 학술지가 게재를 수락하는 연구에 대해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또한 일부 학술지가 영향력 지수를 높이기 위해 연구 게재 기준을 낮추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하지만 주렉 교수는 이러한 문제들이 학술지 혹은 연구자들의 개별적인 요인이 아니라 학계 전체의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연구자들은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자신의 연구를 더 중요하게 보이도록 왜곡하고, 학술지도 영향력 지수를 높이기 위해 해당 연구들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으며, 자금 지원 기관은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위해 유명 학술지에 게제된 이력이 있는지를 평가하기 때문에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논란을 넘어 과학의 발전을 향해, 여전히 높은 잠재력과 기대

이번 논란으로 인해 이 분야의 명성이 훼손되어 젊은 과학자나 연구 지원 기관의 유입 감소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아직 잠재력이 많은 분야다. 상온·상압 초전도체만 만들 수 있다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고 잠재적으로 많은 특허로 돈을 벌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아울러 최근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스타트업을 설립하는 등 연구 동기를 유지할 수 있는 요소가 다각화돼 앞으로 많은 지원과 관심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언론에서는 안 좋은 부분이 더 많이 조명되는 경향이 있어, 성공 사례에 대한 격려와 관심도 잃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수많은 실험과 이론적 계산을 통해 특정 초전도 특성을 갖는 것으로 밝혀진 H3S에 대한 미하일 에레메츠(Mikhail Eremets)의 연구는 성공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렉 교수는 밝혔다. 에레메츠와 러셀 헴리(Russell Hemley)에 의해 LaH10에 대한 연구도 진행됐으며, 고압 수소화합물 중 현재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초전도 특성이 있는 사례는 적어도 5~10가지나 있다. 결과적으로 초전도체 연구 분야가 논란으로 인해 평판이 훼손된 것은 맞지만 논란을 교훈 삼아 더 많은 발전을 이루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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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배운 AI, 인간과 기계의 학습 격차 좁혀

[해외 DS]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배운 AI, 인간과 기계의 학습 격차 좁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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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생후 6개월 된 아기의 시점으로 AI 모델 훈련
기존 AI 모델보다 훨씬 적은 데이터로 단어 습득해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인간 학습의 비밀 밝히는 데 중요한 한 걸음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Baby_taught_AI_ScientificAmerican_20240205
사진=Scientific American

대다수의 아이들은 만 2세가 되면 약 300개의 단어를 이해하고, 4세가 되면 평균 어휘력이 1,000단어 이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단어를 빠르게 습득하는 인간의 놀라운 학습 능력은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일부 인지 과학자와 언어학자들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가진 언어적 논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신 머신러닝 연구에 따르면 선천적인 능력 없이도 최소한의 데이터에서 단어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지난 1일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이 연구는 인지 및 컴퓨터 과학자들로 구성됐으며, 연구팀은 샘이라는 어린이의 관점에서 촬영한 61시간 분량의 영상과 소리만으로 이미지와 단어를 일치시킨 인공지능 모델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샘이 생후 6개월에서 25개월 사이에 간헐적으로 착용한 헤드 마운트 카메라로 녹화된 영상과 음성을 학습 데이터로 사용했는데, 비록 길지 않지만 AI가 특정 명사의 의미를 파악하도록 유도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아이의 눈과 귀로 배운 세상, "수십억 개 단어는 필요 없어"

이번 연구 결과는 언어 습득의 경로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간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스키드모어대학의 심리학 부교수인 제시카 설리번(Jessica Sullivan)은 아이들이 단어의 의미를 효율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맞춤형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언어적 메커니즘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설리번 교수는 이번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에 사용된 영상 데이터 세트를 제작한 바 있다. 어린이의 시점에서 얻은 단순한 정보만으로도 패턴 인식과 단어 이해가 시작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여 이번 연구의 의미가 크다고 설리번 교수는 설명했다.

또한 이번 연구는 기계가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학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ChatGPT의 최신 버전인 GPT-4와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은 수십억 개, 때로는 수조 개의 단어 조합을 포함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 학습되는 반면, 인간은 훨씬 적은 정보로 살아가며 적절한 유형의 데이터만 있다면 기계 학습과 인간 학습 사이의 격차는 크게 좁혀질 수 있다고 이 논문의 제1저자인 뉴욕대학교의 컴퓨터 인지 연구원 와이 킨 봉(Wai Keen Vong)은 언급했다. "오늘날의 모델은 의미 있는 일반화를 하기 위해 지금처럼 많은 입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이 연구의 또 다른 제1저자이자 뉴욕대학교의 심리학 및 데이터과학 부교수인 브렌든 레이크(Brenden Lake)도 봉의 말에 동의했다. "우리는 처음으로 한 아이의 눈과 귀를 통해 단어를 학습하도록 AI 모델을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멀티 모달 학습, AI가 인간처럼 시각과 청각을 연결한 방법

레이크 교수와 봉, 그리고 그들의 동료들은 비전 인코더와 텍스트 인코더로 구성된 일반적인 멀티모달 머신러닝 모델로 연구를 시작했다. 그런 다음 동기화된 신경망을 통해 이미지와 문자를 같은 수학적 공간으로 변환하여 AI가 해석할 수 있도록 결합했다. 연구원들은 모델에 61시간 동안 촬영된 영상을 정지된 프레임 형태로 제공하고, 오디오는 텍스트로 변환해서 입력했다. 카메라는 단순히 샘이 보고 들은 것을 기록했기 때문에 데이터 세트는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가 아니였다. 여기에는 보호자가 아이에게 직접 말하는 장면과 배경에서 들리는 다른 사람들 간의 대화도 포함돼 있다. 게다가 음성의 내용이 장면이나 사물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샘과 AI 모델은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여러 테스트에서 이 모델은 많은 단어를 해당 이미지와 정확하게 일치시켰다. 또한 훨씬 더 많은 데이터로 학습된 다른 두 AI 모델의 정확도에 근접하는 성과를 이뤘다. 한 평가에서 연구자들은 기본 모델에 훈련 세트의 이미지 4개를 한 묶음으로 제시하고, 어떤 이미지에 공과 같은 특정 물체가 포함되어 있는지 테스트했다. 모델은 약 62%의 정확도를 보였는데, 이는 무작위 추측의 정확도인 25%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다. 연구원들은 또한 샘의 영상에 없는 새로운 물체 이미지로 모델을 테스트했는데, 이 경우 역시 많은 물체를 정확하게 식별하여 학습한 내용을 일반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였다.

복잡한 인간 언어 습득 과정, "아직 완벽하게 반영 못 해"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것에는 중요한 한계가 있다. 우선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아이들이 어떻게 언어를 습득하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블루밍턴의 심리학 및 뇌과학 교수인 린다 스미스(Linda Smith)는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데에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스미스 교수는 인간의 학습에는 단순한 패턴 인식뿐만 아니라 다른 요인도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연구에 사용된 모델은 수십 개의 단어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단어가 많았다. 예를 들어 "sand"(모래)와 "car"(자동차)를 정확하게 식별하는 것은 잘했지만, "hand"(손)와 "room"(방)을 식별하는 데는 무작위와 비슷하거나 무작위보다 못했다. 레이크 교수는 모델의 특성이 아이들이 가장 빨리 기억하는 단어의 종류와 일치하지 않는 점을 짚었다.

아울러 이번 연구는 명사를 인식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다. 밀라-퀘벡 인공 지능 연구소의 컴퓨터 언어학 연구원 에바 포텔랑스(Eva Portelance)는 인간의 언어 학습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며, 아이들은 자기 경험을 통해 동사, 문장 구조, 추상적인 개념도 일찍부터 이해하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구에서는 제한된 데이터로 AI가 동일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포텔랑스는 연구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인간의 학습 방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녀는 AI 연구가 기계의 능력과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그쳐서는 안 되며, 우리 자신에 대해 오랫동안 해답을 찾지 못했던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는 데에 더 많이 쓰여야 한다고 독려했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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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부정맥 '심방세동', 삶의 질을 위협하는 '조용한 살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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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불규칙한 심장 박동, 조기 발견 및 치료 중요
인종, 성별, 경제적 여건에 따른 진단 및 치료 불평등 존재
사회적 인식 개선 및 웨어러블 기기, 인공지능 등의 기술 발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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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gular_heartbeat_ScientificAmerican_20240202
사진=Scientific American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면서 가슴에 통증이 생기고, 어지럽고 숨이 가빠지면 심방세동을 의심해 봐야 한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상방인 심방에 전기 신호가 잘못 전달될 때 발생한다. 그 결과 불규칙한 심장 박동으로 인해 혈액이 하방으로 펌핑 되지 않고 고이게 된다. 치명적인 결과 외에도 심방세동은 신체적 불편함을 유발하고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심장학자이자 전기생리학자인 민투 투라키아(Mintu Turakhia)는 "우리는 심방세동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이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심방세동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심장의 노화에 따라 심방세동이 나타난다. 아울러 심방세동은 뇌졸중 외에도 심장마비, 심부전, 혈전, 심지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심방세동은 약물 치료와 전기 충격을 가해 심장을 정상 리듬으로 되돌리기 위한 시술인 심율동전환 시술로 치료가 가능하나, 환자 스스로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질병 중 하나다. 심방세동 환자의 3분의 1은 자신이 심방세동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발작은 빠르게 왔다가 사라질 수 있으므로(발작성 심방세동) 사람들은 잠시 피곤하거나 숨이 가쁘다고 느끼지만 금세 회복되어 병원에 가지 않을 수 있다. 2023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2년 동안 심방세동 환자의 4분의 1이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흑인은 과소 진단, 여성은 치료 접근성 제한, 빈곤층은 의료 서비스 불균형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 심방세동 유병률은 4배나 증가했다. 이러한 높은 수치는 부분적으로 의료기기의 발전으로 심방세동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이 수십 년 전보다 더 오래 살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나이'가 위험 요인이라는 사실을 반영한다. 한편 비만,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질환이 동시에 증가하면서 젊은 층에서도 발병률이 높아졌다. 흡연과 수면 무호흡증도 또 다른 위험 요인이다. 역학자들(Epidemiologist)은 현재 40세 이상 백인의 경우, 평생 심방세동 위험이 3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흑인의 경우는 5명 중 1명이다. 흑인의 유병률이 낮은 이유는 아직 불분명하나, 부분적으로는 과소 진단의 결과일 수 있다고 한다.

진단과 치료에 성별 차이도 존재한다고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알프레드 병원의 심장 전문의이자 전기생리학자인 루이스 시건(Louise Segan)은 지적했다. 시건은 심방세동 증상이 불안 때문에 발생한다는 말을 들었던 많은 여성을 치료했다고 전했다. 또한 일부 여성은 남성과 같은 비율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심지어 초기 연구에서는 여성이 심장 중재술 후 더 많은 합병증을 경험한다고 발표했었다. 다행히도 최근 자마 심장학에 게재된 대규모 연구의 2023년 하위 분석에 따르면, 펄스 필드 절제술이라는 새로운 기술로 치료받은 사람들은 성별에 따른 결과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츠버그대학교의 심장 전문의 자레드 마그나니(Jared Magnani)는 심방세동을 건강 불평등의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심방세동은 감시와 발견이 필요한 질병이다. 그리고 약물 치료와 같은 결정을 내릴 때 파트너와 함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더 발전된 치료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미국 심장 협회(AHA) 저널 Circulatio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부유한 지역 주민들에 비해 가장 빈곤한 지역의 주민들은 심장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거나 심방세동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낮고 예후도 좋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마디로 심방세동은 '비싼' 질병이다.

조기 발견·치료 강조, 웨어러블 기기의 역할 기대

심방세동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좋다. 정상 리듬을 회복할 수 있다면 향후 몇 년 동안 질병의 궤적과 결과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발작성' 심방세동은 더 심각한 '지속성' 심방세동보다 치료가 더 쉬운데, 어떤 유형에서든 영양 개선, 금연, 절주와 같은 생활 습관 변화가 초기에 효과적이었다. 심박수를 늦추고 리듬을 조절할 수 있는 약물도 있다. 작년 11월 주요 의료 단체는 심방세동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들은 심장 건강에 좋은 습관에 더욱 집중하고 심장 리듬을 조절하기 위해 조기에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다행히도 농구계의 거장이자 작가인 카림 압둘-자바(Kareem Abdul-Jabbar)가 자신의 심방세동 진단에 대해 이야기한 홍보 캠페인 덕분에 심방세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심방세동은 웨어러블 기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더 많이 발견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2019년 애플의 심장 연구에 따르면 애플 워치는 불규칙한 심장 박동을 성공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방세동을 확진하려면 추가 검사가 필요하지만, 이 역시 며칠 분량의 데이터를 기록하여 의사에게 보내 분석할 수 있는 웨어러블 심전도 패치를 통해 집에서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환자가 병원에 가기 전에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질 수 있는 질환에 특히 유용하다.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애플 스터디(Apple Study) 앱을 다운로드하고 연구 참여에 동의한 것을 보면 심방세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이 심방세동을 일찍 인지할수록 심방세동이 발생할 확률은 낮아지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보조 기기의 역할이 앞으로 더 많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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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허위 정보 '예방접종', 검열 없이 '정보 면역력' 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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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 허위 정보의 확산을 가장 큰 위험으로 지목
허위 정보 연구 반대 측, "언론의 자유 위협해!"
반면 정보 분별 향상법 제시한 허위 정보 연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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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information_threat_ScientificAmerican_20240201
사진=Scientific American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은 '글로벌 위험 보고서'(Global Risks Report)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허위 정보의 확산을 꼽았다. 올해 전 세계 인구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40억 명 이상이 각 나라의 주요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보고서는 지금이야말로 전 세계가 허위 정보와 이를 유포하는 자들에 대비해야 할 때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허위 정보 연구,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가?

일각에선 이 보고서의 결론을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라고 일축했다. WEF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미국의 통계학자이자 정치분석가인 네이트 실버는 1,500명에 가까운 WEF의 전문 컨설턴트들을 '바보'로 규정했고, 일론 머스크는 WEF의 의제와 상충하는 모든 것을 허위 정보로 치부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허위 정보'라는 용어가 주관적이고 모호하며 편향적이라는 논점을 고수하고 있었다.

물론 대중의 믿음이 진실과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젊은 층의 5명 중 1명은 홀로코스트를 신화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지 몇 년 후, 대중의 42%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다. 심지어 미국 전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의 위험성이 백신의 이점보다 크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이런 허위 정보의 확산을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내버려둬야 할까?

대중의 잘못된 믿음은 곧 그들의 신념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쳐 민주주의를 위협하거나, 공중 보건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치고,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불필요한 혼란을 일으킨다. 따라서 허위 정보 연구에 반대하는 것은 시민들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영욱적 행위가 아니라, 대중의 분별력을 약화하는 시도로 해석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허위 정보는 대중에게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 피한 공화당 유권자 사망률 증가

대중의 잘못된 믿음은 대개 소셜 미디어나 정치적 행위자가 다른 채널을 통해 퍼뜨린 허위 정보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양상은 코로나19 백신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처음에는 백신의 빠른 개발과 배포에 대한 공로를 인정했지만, 공화당 정치인과 보수 세력이 백신의 신용을 떨어뜨리려고 시도하면서 백신은 빠르게 정치적으로 양극화됐다. 한 연구에 따르면 폭스 뉴스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허위 사실을 자주 보도한 것이 시청자들의 백신 접종률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트럼프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공화당원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보다 백신을 접종할 확률이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결과 백신에 관한 허위 정보는 당파적 차이에 따른 높은 사망률이라는 비극을 낳았다. 팬데믹 이전에는 공화당과 민주당 유권자의 사망률이 같았지만, 백신이 널리 보급된 이후에는 공화당 유권자의 사망률이 민주당 유권자보다 최대 43% 더 높았던 것이다. 이 격차는 백신 접종자 비율이 가장 낮은 카운티에서 가장 컸고, 백신 접종자 비율이 가장 높은 카운티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미국에서 백신 허위 정보의 주요 피해자가 공화당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허위 정보 연구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시작한 사람이 공화당원인 오하이오주 짐 조던(Jim Jordan) 하원의원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의 캠페인은 부분적으로 온라인 음모론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예를 들어 연구자들이 국토안보부와 공모하여 2020년 선거 기간 동안 2,200만 개의 트윗을 검열했다는 음모론이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분석을 위해 이러한 트윗을 수집했을 뿐이며, 그중 약 3,000개(약 0.01%)만이 트위터 이용약관 위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표시됐었다. 허위 정보 연구 커뮤니티는 조던의 캠페인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정보 분별력 향상'으로 이어진 허위 정보 '예방접종' 연구 결과

조던은 언론의 자유를 기치로 내걸고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홀로코스트 부정과 같은 명백한 이슈와 관련된 허위 콘텐츠에 대해서는 미국 대중의 초당적 지지가 있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진실 또는 거짓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정보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해결책은 허위 정보 연구자를 고소하거나 괴롭히거나 검열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다.

허위 정보 연구자들은 검열의 위험이나 다른 사람의 언론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이러한 기법 중 하나는 사람들의 정보 분별력을 높이는 '예방접종'(inoculation)으로 알려져 있다. 예방 접종 또는 '프리벙킹'(prebunking)의 핵심은 '허위 정보에는 양질의 정보와 구별할 수 있는 표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미 좋은 주장과 나쁜 주장을 구분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으며,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일관성 없는 정보, 체리피킹, 희생양 삼기 등이 여전히 저품질 정보의 지표라는 것을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소셜 미디어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짧은 동영상으로 교육 정보를 제공하면 거짓 딜레마나 희생양 삼기 등 잘못된 정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작 기법을 더 잘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에서 시작된 해당 동영상 교육은 몰입하기 쉬운 상황 예시와 키워드로 청취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허위 정보 확산이 미디어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진 시대지만, 반대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유용한 연구 결과를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때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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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AI 임팩트' 설문조사 편향 논란, "인류를 멸망시킬 가능성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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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연구자 2,778명 대상 설문조사
자금 출처와 질문 구성에 대한 비판 제기
AI 위험에 대한 신중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해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AI_survey_exaggerates_apocalyptic_risks_ScientificAmerican_20240131
사진=Scientific American

인공지능이 인류를 멸망시킬 가능성이 5%라는 한 가지 주제가 1월 초의 모든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는 한 논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의 냉정한 결과였다.

이번 설문은 유명 AI 연구 학회와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게재한 2,778명의 연구자를 대상으로 실시됐고, 지금까지 AI의 실존적 위험과 관련해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 설문조사다. 이 논문의 공동 주저자이자 설문조사를 실시한 AI 임팩트의 수석 연구원 카티아 그레이스(Katja Grace)는 "사람들은 AI 연구자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효과적 이타주의', AI 실존적 위험 과장한 설문조사

그러나 일부 AI 연구자들은 설문조사 결과가 편향된 시각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AI 임팩트는 효과적 이타주의(실리콘밸리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신흥 철학적 운동으로, AI와 인류 파멸적 미래를 전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를 장려하는 오픈 필란트로피 등 여러 단체로부터 부분적으로 자금을 지원받았다. 효과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 EA)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삶에 최대한의 혜택을 주기 위해 자원을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핵무기에 버금가는 인류의 실존적 위협 중 하나로 AI에 점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자금 지원으로 인해 일부 연구자들이 설문조사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한편 설문조사의 질문 구성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이 있었다.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로 실시된 AI 임팩트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연구자들에게 AI가 인류의 '멸종'(또는 이와 유사하게 영구적이고 심각한 능력 상실)을 초래할 확률을 추정하도록 요청했는데, 이미 질문에서 인공지능이 실존적 위협을 가한다는 생각을 전제·조장한다고 인공지능발전협회(AAAI)의 전 회장인 토마스 디트리히(Thomas G. Dietterich)는 해석했다.

디트리히는 설문조사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질문지를 읽은 후 설문조사 참여를 거절했다. 그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많은 질문이 인공지능의 실존적 위험 관점에서 출제됐다"라며, 특히 설문조사의 일부 질문은 응답자에게 가능한 모든 작업에서 인간을 능가할 수 있는 기계로 정의되는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이 결국 구축될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가정하도록 요구했다고 전했다. "신중한 위험 분석과 관련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수립보다는 '얼마나 걱정해야 하는가'에 여전히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AI 위험성에 대한 근거 빈약, 추측성 위험 보다 당면한 문제 집중해야

비평가들은 이러한 추측성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과장과 집착이 차별, 프라이버시, 노동권 등 다른 시급한 문제들을 포함하여 오늘날 AI가 이미 초래하고 있는 위험에 대한 논의, 연구, 규제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분산시킨다고 우려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의 머신러닝 연구원 팀 반 에르벤(Tim van Erven)은 "이 설문조사는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인류가 멸종할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근거 없는 추측만 강조하고 있다"며, "이러한 모호하고 과장된 개념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평범하지만 훨씬 더 시급한 문제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구자들에게 먼 미래에 대한 추측을 요구하는 설문조사가 AI 위험의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있다. 응답자에게 자신의 예측을 뒷받침할 근거를 요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또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연구자들이 전문가 집단에 속한 것은 맞지만, 그들 대다수가 AI 위험 분석을 신중히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AI 위험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선 설문조사보단 별도의 연구 활동이 필요하다는 게 비평가들의 주장이다.

"오늘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AI 산업과 다가오는 AI 규제 의제를 EA에 맡기는 것을 재고하고 있다"고 효과적인 이타주의자들의 활동을 연구해 온 커뮤니케이션 연구원이자 저널리스트인 니릿 와이즈-블랫(Nirit Weiss-Blatt)은 언급했다. EA의 평판이 나빠지고 있고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는 의미다.

대표성 논란 지속, 참여자 특성 편향 우려

그레이스와 AI 임팩트의 동료들은 자신들의 연구를 옹호하면서 지난 몇 년간 AI 임팩트의 연구에 대한 비판, 특히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응답자가 해당 분야를 적절히 대표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피력했다. 그래서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고 참가자를 모집하는 콘퍼런스를 확대하여 응답자 수를 늘리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참여자의 '수'보다 참여 '폭'이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FAccT[공정성, 책임성, 투명성에 관한 미국 컴퓨터학회(ACM) 콘퍼런스]나 AIES[인공지능, 윤리, 사회에 관한 AAAI/ACM 콘퍼런스]처럼 윤리와 AI를 명시적으로 다루는 콘퍼런스는 여전히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AI 회사 허깅페이스의 수석 윤리과학자 마가렛 미첼(Margaret Mitchell)은 말했다.

미첼은 설문조사에 참여하라는 초대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그녀는 "일반적으로 모르는 사람의 업무 요청 이메일에는 응답하지 않는다"며, "응답할 이메일이 많지 않은 사람이거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사람, 즉 주니어 층이 더 많이 응답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양질의 응답이 집계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설문조사의 대표성 왜곡에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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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뛰는 탐지기술 위에 나는 '딥페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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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교 교장의 음성 파일 유포 돼, 딥페이크 가능성 높아
딥페이크 탐지 기술은 제한적, 책임 있는 기업·언론 대응 필요
민간, 기업, 정부의 협력을 강조하여 구체적인 대책 마련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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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fakes_outpace_detection_ScientificAmerican_20240130
사진=Scientific American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인공지능이 디지털상에서 사실과 허구의 구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미래에 대해 경고해 왔다. 그리고 이제 그 미래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최근 한 고등학교 교장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처럼 들리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인공지능 도구가 가져올 위험과 그 사용을 식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딥페이크로 교장 음성 조작 의혹, 이젠 일반 시민의 명예도 위협해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카운티의 한 학교 교장의 목소리와 유사한 모욕적인 음성 클립이 지난 17일 소셜 미디어에 올라왔다. 이 영상은 빠르게 온라인에 퍼져나갔고 전국적인 뉴스로 보도됐다. 그러나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이 영상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으며, 한 노조 대변인은 이 영상이 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볼티모어 공립학교는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재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는 녹음 파일의 진위에 의문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누군가가 딥페이크를 만들어 퍼뜨린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부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같은 유명 인사들이지 일반 고등학교 교장은 더욱 아니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같은 주, 뉴햄프셔주에서는 사람들이 주 예비선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려고 바이든의 목소리를 위조한 로보콜이 급증했다. 이렇듯 최근 생성형 AI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럴듯한 가짜를 만들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됐다. 하지만 그에 반해 사회는 피할 수 없는 디지털 사기의 물결, 모든 미디어 아이템이 사기일 가능성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 같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디지털 포렌식 및 미디어 분석을 연구하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컴퓨터과학 교수 해니 파리드(Hany Farid)와 이번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파리드 교수는 오디오, 이미지, 동영상을 분석하는 딥페이크 탐지 도구를 개발했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몇 가지 도구를 사용하여 해당 오디오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오디오가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 음성과 AI가 생성한 음성을 구분하도록 훈련된 모델은 문제의 오디오를 AI가 생성한 것으로 분류했다. 또한 오디오의 스펙트로그램을 수동으로 분석한 결과, 5개의 개별 부분에서 디지털 접합의 흔적이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여러 개의 클립이 개별적으로 합성된 후 합쳐진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됐다.

딥페이크 사태, 수사 접근법과 탐지 기술의 한계

파리드 교수는 전반적으로 문제의 오디오는 딥페이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지만, 결론을 내리기 전에 더 많은 정보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녹취록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각적으로 사안을 분석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모두가 함께 분석해서 오디오의 출처에 대해 더 많이 알아내야 이번 사안을 하루빨리 바로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디서 기록된 것인가? 언제 기록된 것인가? 누가 기록했는가? 처음 사이트에 유출한 사람은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들이 조사 당국과 언론 매체, 그리고 민간에서 활발하게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어 붙이거나 편집한 흔적이 명백한 이유도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대화가 진행 중이었는데 누군가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오디오를 잘라내거나 클립 길이를 줄였을 수 있다. 또는 여러 개의 AI 답변을 조합하여 하나의 문장처럼 들리도록 만들었을 수도 있는데, AI 생성은 긴 클립보다 짧은 클립에서 더 잘 작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서 전자와 같이 실제 음성일 수도 있고 후자와 같이 합성 음성일 수도 있으므로 최대한 다양한 각도로 사건을 재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수사 당국의 합리적인 조사 과정으로 이번 사건의 진상이 어느 정도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만, 현재 갖춰진 탐지 기술 수준은 기대 수준보다 낮다. 여기엔 심각한 비대칭성이 존재하는데, 가짜 음성을 만들어서 벌어들이는 돈은 많지만, 이를 탐지해서 얻는 수익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묘하고 복잡한 음성 딥페이크의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고, 그 기준이 항상 높아지므로 탐지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심지어 전 세계에서 탐지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연구소의 수는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여서 앞으로의 딥페이크 사태가 더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딥페이크 대응을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 필요

현재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딥페이크 탐지 도구 중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도구가 없다고 파리드 교수는 토로했다. 기존 탐지 분석 도구를 도입하기엔 "개인의 삶과 평판뿐만 아니라 각 사건이 가져오는 선례에 대한 파급력이 너무 크다. 신중하게 적용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그는 전했다. 탐지가 어려운 것에 반해 음성 딥페이크를 조작하는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다. 1분에서 2분 정도 사람의 목소리만 있으면 된다. 한 달에 5달러를 지불하면 레퍼런스 오디오를 업로드하고 음성을 복제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는데, 텍스트를 입력하면 몇 초 안에 실제 같은 음성 파일로 변환해 준다. 이것이 바로 텍스트-음성 변환의 예다. 음성-음성 변환이라는 두 번째 방법도 있다. 먼저 사용하고 싶은 사람의 목소리를 복제한 다음, 자신이 원하는 말 녹음하면 미리 녹음했던 상대방의 목소리로 변환되는 방식이다. 두 방법 모두 진입장벽이 낮고 특별한 기술력 없이 즉시 사용 가능하다. 그만큼 악용, 남용, 오용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한 가지 큰 법적 의문은 관련 기술을 개발한 AI 기업이 대중에 대해 갖는 책임 의식이다. 왜 기업들은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이러한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을까? 딥페이크는 생성형 AI의 예상치 못한 결과가 아니라 분명히 예측할 수 있는 결과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막는 것보다 수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리드 교수는 기업에 책임을 물을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물론 책임 제도는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결함이 있거나 위험한 기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해 왔다. 자동차가 과거보다 훨씬 더 안전해진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AI 기업의 '책임 부재'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는 신뢰할 만한 탐지 도구도 없으며 AI 기업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 사법제도의 부담만 커지는 중이다. 제일 먼저 법정에서 증거를 고려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딥페이크의 정교함이 빚어낸 영상과 음성 파일로 인해 판결에 큰 혼선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소셜 미디어나 뉴스 미디어와는 달리 실제 법정에서는 분석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사법 시스템이 느리게 움직인다는 사실에 조금은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부분이다.

미디어의 책임 더욱 중요해진다, "단순히 AI의 문제만은 아니야"

모두가 이렇게 될 줄은 알고 있었다. '만약'이 아니라 '언제'의 문제였다. 또한 이번 사건은 단순히 생성형 AI의 문제가 아니라, 소셜 미디어와 주류 미디어를 아우르는 생태계 전체의 문제다. 사건 당일 음성 파일에 대한 검증 절차 없이 기사 발표에 급급했던 미디어의 행태를 오히려 더 경계해야 한다. 딥페이크가 일으킨 혼란을 가중했기 때문이다.

딥페이크가 등장하기 전에도 온라인에서 읽고, 보고, 듣는 것을 믿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앞으로 이런 사건이 하루에 여러 번 발생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 어렵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민간, 기업, 정부 모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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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생체 전기'로 읽고 쓰는 세포의 기억, "살아간다는 행위 자체가 인지적 상태"

[해외 DS] '생체 전기'로 읽고 쓰는 세포의 기억, "살아간다는 행위 자체가 인지적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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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슬라임 곰팡이 등 뇌가 없는 생명체에서도 지능의 흔적 발견
세포가 서로 협력하여 '생체 전기' 정보를 처리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지능이 발현돼
레빈 교수의 연구는 인지의 진화와 인공지능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송두리째 바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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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_cells_can_do_things_ScientificAmerican_20240129
사진=Scientific American

쉼표처럼 생긴 편형동물인 플라나리아는 전 세계 호수와 연못의 진흙탕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플라나리아의 머리에는 뇌로 보이는 미세한 구조가 있고, 두 개의 눈동자는 서로 가까이 붙어 있다. 이 벌레는 바닥에 깔려 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완벽한 재생이 가능한 반전이 있는 동물이다. 플라나리아를 반으로 찢으면 머리는 새 꼬리를 생성하고, 꼬리는 새 머리를 자라게 한다. 일주일이 지나면 두 마리의 건강한 플라나리아가 생성된다.

뇌가 없어도 '기억'을 유지한 플라나리아, 뇌 '밖'에서도 발견된 지능

미국 터프츠대학의 생물학자 마이클 레빈(Michael Levin)은 플라나리아의 꼬리 부분에 특히 흥미를 느꼈다. 그는 평소 단일 세포로부터 신체가 발달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으며, 생물의 지능이 뇌 바깥에 있다는 의심을 하는 학자다. 그런 그에게 플라나리아는 완벽한 실험 대상이었다. 머리가 완전히 잘린 꼬리 조각으로부터 뇌가 있는 머리가 재생되는 일은 그 반대의 경우와는 의미하는 바가 분명 달랐기 때문이다. 기존의 연구 결과와 믿음은 뇌를 중심으로 재생이 진행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정반대의 상황도 관측 가능하므로 그의 의심을 뒷받침하는 대상을 만난 것이다.

자연 상태의 플라나리아는 거칠고 노출된 환경보다 매끄럽고 보호된 환경을 더 선호한다. 예를 들어 바닥이 울퉁불퉁한 접시에 플라나리아를 넣으면 테두리에 모여들 것이다. 하지만 레빈 교수는 약 10년 전 실험실에서 일부 플라나리아에게 울퉁불퉁한 접시 한가운데에 간 퓌레를 떨어뜨려 맛있는 보상을 기대하도록 훈련했다. 그 결과, 플라나리아는 곧 거친 바닥에 대한 두려움을 잊고 간식을 얻기 위해 울퉁불퉁한 바닥을 열심히 유영했다. 그는 대조군도 같은 보상으로 매끄러운 접시에서 훈련했다. 그런 다음 모든 플라나리아의 머리를 잘라냈다.

레빈 교수는 머리는 버리고 꼬리가 있는 부분에서 새 머리가 자라날 때까지 2주 동안 기다렸다. 플라나리아가 재생된 다음 그는 울퉁불퉁한 접시에 모든 플로나리아를 넣고 중앙에 퓌레를 떨어뜨렸다. 그 결과, 매끄러운 접시에 살았던 플라나리아는 움직이기를 꺼렸지만, 거친 접시에서 살았던 꼬리에서 재생된 플라나리아는 먹이를 찾는 법을 더 빨리 배웠다. 뇌를 완전히 잃었음에도 실험집단의 플라나리아는 간 보상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머리가, 즉 뇌가 없는 상태에서 보상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

위의 실험은 뉴런과 같은 고도로 전문화된 뇌세포뿐만 아니라 일반 세포도 정보를 저장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레빈 교수의 실험에서 일반 세포가 전기장의 미묘한 변화를 일종의 기억으로 사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발견으로 레빈 교수는 '기저 인지'(basal cognition)라는 새로운 분야를 선도했으며, 현재 급성장하고 있는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학습, 기억, 문제 해결과 같은 지능의 특징을 뇌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발견하고 있다.

'인간의 예외주의'에 대한 도전, 뇌 중심적 지능에서 신체 결합적 지능으로

최근까지 과학자 대다수는 인지 능력이 5억 년 전 최초의 뇌와 함께 나타났다고 믿었다. 복잡한 뉴런 클러스터가 없던 시절의 행동은 일종의 반사 작용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레빈과 다른 여러 연구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레빈은 뇌의 놀라운 기능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일반 세포와 뇌의 차이를 종류가 아닌 정도의 차이로 바라봤다. 그는 세포가 엄청나게 어려운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협력하기 시작하면서 인지 능력이 진화한 후, 동물이 더 빨리 움직이고 생각할 수 있도록 뇌로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입장은 버몬트대학교의 형태·진화·인지 연구소를 운영하며 레빈과 자주 협력하는 로봇공학자 조쉬 봉가드(Josh Bongard)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뇌는 대자연의 가장 최근 발명품 중 하나이며, 가장 늦게 나온 것"이라고 말한 봉가드 교수는 고도로 지능적인 기계를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간의 '뇌 중심적 지능' 모델에서 벗어나, 육체로부터 형성되는 '신체 중심적 지능'의 결합으로 인지 능력을 해석하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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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전압을 바꿔 영구적으로 머리를 재생하게 한 플라나리아의 모습/사진=Scientific American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이 아닌 동물은 고통이나 다른 감정을 경험할 수 없다고 믿었다. 마음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었다. 하지만 2018년에 '기저 인지'라는 용어를 만든 호주의 애들레이드대학교의 인문사회과학부 파멜라 리옹(Pamela Lyon) 교수는 인간의 지능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은 운명적인 예외주의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인간은 동물의 중심이 아니며, 또 다른 동물 중 하나일뿐이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한편 유인원, 개, 돌고래, 까마귀, 심지어 곤충까지 인간의 생각보다 훨씬 더 영리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2022년 행동생태학자 라스 치트카(Lars Chittka)는 저서 '벌의 마음'에서 꿀벌이 수화를 사용하고,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고, 멀리 떨어진 꽃의 위치를 기억하고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게다가 꿀벌은 기분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으며, 꽃 속에 숨어 있는 거미에게 물리는 등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통해 트라우마를 겪기도 했다.

식물의 환경 적응과 미래 계획, 뇌가 없어도 지능의 흔적 발견돼

물론 꿀벌은 실제 뇌를 가진 동물이기 때문에 놀랍지 않은 결과라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뇌가 없는 식물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지적인 행동들이 관찰됐다. 식물 지능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한 피렌체대학교의 식물학자 스테파노 만쿠소(Stefano Mancuso)는 "뉴런은 기적의 세포가 아니다"라며, "뉴런은 전기 신호를 생성하는 일반적인 세포고, 식물에서는 거의 모든 세포가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봉선화(touch-me-not plants)의 경우, 털로 뒤덮인 잎에 자극이 가해지면 잎이 접히거나 시드는 방어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호주의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와 이탈리아 피렌체대학교의 합동 연구팀이 하루 종일 봉선화를 해치지 않고 자극을 가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조건을 부여하자, 해당 봉선화는 자극을 무시하는 방법을 금방 터득했다. 심지어 해당 식물을 한 달 동안 내버려두었다가 다시 실험했을 때, 식물이 그 경험을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파리지옥(venus flytraps)의 경우, 덫에 달린 감각털 중 두 개를 연달아 자극해야 닫히고, 세 번 더 자극하면 닫힌 덫에 소화액을 쏟아내는 등 수를 세는 기능을 가졌다. 식물의 이러한 반응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전기 신호로 매개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리고 식물은 놀랍게도 주변 환경을 잘 감지 한다. 식물들도 마취 가스에 의해 기절할 수 있는데, 마치 의식이 없는 것처럼 반응을 멈춘다. 또한 자신의 일부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에 의해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식물은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물이 있는 방향으로 자라고, 벌의 날갯소리를 감지해 꿀을 준비한다. 또한 해충이 자신을 해할 때를 알아채고 이에 대응하여 독한 화학물질도 만들어 낸다. 과학자들이 유채과 식물에 '애벌레를 잡아먹는 소리'를 들려주었을 때, 겨자유를 잎에 쏟아부은 실험 결과도 있었다.

이렇듯 식물은 자신의 형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주변의 광경, 소리, 냄새를 바탕으로 미래의 성장을 계획하며, 단순한 공식으로 요약할 수 없는 방식으로 미래의 자원과 위험이 어디에 있을지에 대한 복잡한 결정을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스페인 무르시아대학의 미니멀인텔리전스연구소 소장이자 '플랜타 사피엔스'의 저자인 파코 칼보(Paco Calvo)는 "식물은 생존하기 위해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방대한 정보를 통합해야 한다. 식물은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고 식물의 인지 능력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단세포마저도?", 슬라임 곰팡이의 분명한 학습·기억 능력

식물이 천재라는 것을 강조하는 게 아니다. 식물이 제한된 조건 내에서 세상을 인식하고 그 정보를 사용하여 필요한 것을 얻어 내는 지능의 대표적인 요소를 보여줬기 때문에 놀라운 것이다. 물론 여기서도 일부 사람들은 식물은 두뇌가 없어도 높은 복잡성과 수조 개의 세포로 이뤄진 특별한 사례라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단세포 생물에 대해서도 유사한 인지 능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세포 생물은 전통적으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생각이 없는' 생물로 분류해 왔다. 아메바마저 생각하는 게 발견되면, 인간은 인지에 대한 모든 종류의 가정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사실 보잘것없어 보이는 단세포도 생각한다는 증거가 매일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슬라임 곰팡이(slime mold, 점균류)를 예로 들어 보자. 양탄자 크기만 한 슬라임 곰팡이는 수많은 핵을 가진 단일 세포며, 신경계는 없지만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 일본과 헝가리의 연구진이 미로의 한쪽 끝에 슬라임 곰팡이를 놓고 다른 쪽 끝에 귀리 조각 더미를 놓았을 때, 슬라임 곰팡이는 맛있는 자원을 찾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경로를 탐색했다. 하지만 귀리 조각을 발견한 후에는 모든 막다른 길에서 물러나 귀리로 이어지는 길로 몸을 집중하여 미로를 통과할 수 있는 네 가지 해결책 중 매번 최단 경로를 선택해 냈다. 이 실험에서 영감을 받은 연구진이 도쿄의 인구 구조를 나타내는 위치와 양으로 귀리 조각을 점균의 주변에 쌓아놓자, 점균은 자신을 변형시켜 도쿄의 지하철망 지도를 완성했다.

이마저도 단일 세포에 내제된 단순한 알고리즘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다른 실험에서도 슬라임 공팡이가 학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오드리 뒤수투어(Audrey Dussutour)가 카페인(슬라임 곰팡이가 싫어하는 성분)이 든 오트밀 접시를 다리 끝에 놓아두자, 슬라임 곰팡이는 거미 혐오증이 있는 사람이 타란툴라를 지나치려는 것처럼 며칠 동안 다리를 건너는 방법을 찾느라 꼼짝도 하지 못했다. 결국 점균은 배가 고파서 카페인이 묻은 다리를 건너 맛있는 오트밀을 찾아 먹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전에 혐오감을 느꼈던 음식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모두 잃었다. 점균은 한계를 극복하고 그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었고, 1년 동안 정지 상태에 놓인 후에도 그 기억을 유지했다.

세포는 '생체 전기' 트랜지스터, 전압의 변화가 빚어낸 세포의 지능

다시 플라나리아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뇌가 없는 생명체가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기억은 어디에 저장돼 있을까? 그렇다면 정신은 어디에 있을까?

기억에 대한 정통적인 견해는 기억이 뇌의 뉴런 사이의 안정적인 시냅스 연결 네트워크로 저장된다는 것이다. 레빈 교수는 "이 견해에 분명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캘리포니아대학교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글랜즈먼(David Glanzman)의 연구실에서는 감전된 갯민숭달팽이의 뇌에서 RNA를 추출하여 새로운 갯민숭달팽이의 뇌에 주입함으로써, '감전의 기억'을 옮기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갯민숭달팽이는 전기 충격이 가해졌을 때 반동하는 것을 '기억'하게 됐다. 이처럼 RNA가 기억 저장 매체가 될 수 있다면 뉴런뿐만 아니라 모든 세포가 그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세포 집합이 경험을 통합하는 메커니즘은 무궁무진하다. 모든 세포는 세포 골격과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에 조정 가능한 다양한 형태를 많이 가지고 있으며, 이를 다른 형태로 설정하여 행동에 반영할 수 있다. 목이 잘린 플라나리아의 경우, 과학자들은 아직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남은 몸통이 세포 내부에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가 몸이 재건될 때 나머지 몸통에 대한 정보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접시의 거친 바닥에 대한 신경 반응의 기본값이 이미 변경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레빈 교수는 훨씬 더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세포 내부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관통하는 '생체 전기'를 통해 상호 작용하는 상태가 저장됐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리하여 레빈 교수는 세포 집단이 형태 형성 또는 신체 형성 과정에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정확한 위치에 팔다리와 장기를 만들어 내는 미스테리의 해답이 생체 전기에 있음을 그는 직감했다.

신체에 전기가 흐른다는 사실은 수 세기 동안 알려져 왔지만, 최근까지 생물학자 대부분은 생체 전기가 주로 신호를 전달하는 데 사용된다고 생각했다. 개구리의 신경계에 전류를 쏘면 개구리가 다리를 차게 되는 일종의 단순한 작용으로 바라봤다. 뉴런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생체 전기를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그것이 신체가 아닌 뇌의 특기라고 믿었다.

그러나 1930년대 이후 소수의 연구자들은 다른 유형의 세포도 정보를 저장하고 공유하기 위해 생체 전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레빈은 이 색다른 연구에 몰두하면서 컴퓨터과학에 대한 자신의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인지적 도약을 이뤘다. 그는 학창 시절 코드를 작성하며 컴퓨터가 전기를 사용하여 트랜지스터로 0과 1의 값을 이산적으로 전환하고, 모든 컴퓨터 프로그램이 이러한 이진법을 기반으로 구축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학부 시절, 그는 인체의 모든 세포막에 '전압 게이트'처럼 다양한 수준의 전류가 통과할 수 있는 채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세포막이 트랜지스터처럼 작동할 수 있으며 세포도 같은 전기 기반 정보 처리 과정을 통해 활동을 조정할 수 있음을 즉시 깨달았다.

전압 조작의 입증된 잠재력, "인지의 진화와 재생 의학에 새로운 지평 열어"

전압 변화로 세포가 서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을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레빈 교수는 자신의 플라나리아 농장으로 눈을 돌렸다. 2000년대 들어 그는 플라나리아의 어느 지점에서든 전압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고, 머리와 꼬리 끝에서 서로 다른 전압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약물을 사용해 꼬리의 전압을 머리의 전압으로 바꿨다. 그 다음 둘로 자르자 꼬리가 잘려 나간 머리 부분에서 꼬리 대신 두 번째 머리가 자랐다. 이어서 두 머리로 재생된 플라나리아를 반으로 다시 자르자 또다시 머리만 생성됐다. 실험 대상은 정상적인 플라나리아와 유전적으로 동일했지만, 한 번의 전압 변화로 인해 영구적으로 두 개의 머리가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레빈은 생체 전기가 체형과 성장을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기 위해 알에서 올챙이, 그리고 성체로 빠르게 변태하는 일반적인 실험동물인 아프리카발톱개구리로도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올챙이의 특정 부위에 특정 전압을 유도함으로써 올챙이의 어느 부위에서나 기능적인 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상처에 24시간 동안 적절한 생체 전기 신호를 가하는 것만으로도 기능적인 다리의 재생을 유도할 수 있었다.

"이는 서브루틴 호출이다"고 그는 말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서브루틴 호출은 기계에 일련의 하위 수준의 기계적 동작을 자동으로 시작하도록 지시하는 일종의 축약형 코드다. 추상화의 정도가 높은 하이 레벨 프로그래밍 언어의 장점인데, 기계 속을 일일이 변경하지 않고도 수십억 개의 회로를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다. 올챙이 눈을 만들 때도 같은 메커니즘이 작용했다. 아무도 렌즈, 망막 및 기타 눈의 모든 부분을 미세하게 조정하지 않았는데도 기능적인 눈이 생성됐다. 생체 전기 수준에서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레빈 교수는 "말 그대로 인지적 접착제"라며, "세포가 그룹 단위로 함께 작동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레빈 교수는 이 발견이 인지의 진화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의학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체 전기를 통해 세포의 행동을 조정하는 '세포의 말하기'를 배우면 신체의 일부가 나머지 신체와 협력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질병인 암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상 세포는 간세포, 피부 세포 등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면서 집단의 일부로 기능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돼 있다. 그러나 암세포는 본연의 일을 멈추고 주변을 낯선 환경처럼 여기며 영양분을 구하고, 복제하고,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다른 세포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즉 암세포는 독립적인 유기체처럼 행동한다.

왜 이들은 집단 정체성을 잃게 됐을까? 레빈 교수는 부분적으로는 세포의 정신적 융합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의 실패를 원인으로 꼽았다. 스트레스, 화학물질, 유전적 돌연변이 등이 모두 이러한 소통을 무너뜨릴 수 있다. 그의 연구팀은 건강한 조직에 '나쁜' 생체 전기 패턴을 강요함으로써 개구리에서 종양을 유도할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적절한 생체 전기 패턴을 다시 적용하여 종양을 소멸시킴으로써 암과 신체 사이의 통신을 다시 회복시켰다는 점이다. 그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생체 전기 치료가 인간의 암 치료에 적용되어 종양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또한 과학자들이 세포가 올바른 패턴으로 성장하도록 지시하는 생체 전기 코드를 해독한다면, 신장이나 심장과 같은 고장난 장기를 재생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레빈 교수는 올챙이 실험을 통해 선천적으로 심각한 뇌 손상을 입은 동물에 생체 전기를 주입한 후, 정상적인 뇌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피카소 올챙이'의 정변, 지능은 문제 해결형 세포 집단의 산물

레빈 교수의 연구는 암 치료, 사지 재생, 상처 치유와 같이 항상 가시적인 응용 분야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그는 자신의 논문과 강연에 철학적 관점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는 오랫동안 생각해 왔지만, 이전엔 이야기할 시기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2019년 '자아의 계산적 경계'(The Computational Boundary of a Self)라는 제목의 유명한 논문에서 그는 실험 결과를 활용하여 우리가 모두 고도로 유능한 소규모의 문제 해결 에이전트로 구성된 지성 집약체라고 주장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레빈 교수는 발톱 개구리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개구리는 올챙이에서 성체로 변하는 과정에서 얼굴이 대대적으로 개조되는데, 머리의 모양이 바뀌고 눈·입·콧구멍이 모두 새로운 위치로 이동한다. 이러한 재배치는 유전자에 의해 수행되는 단순한 기계적 알고리즘에 따라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가정이었지만, 그는 그것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레빈 교수는 개구리 배아의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전기 신호로 뒤섞어 눈·입·콧구멍이 엉뚱한 곳에 있는 올챙이를 만들었다. 레빈은 이 올챙이들을 '피카소 올챙이'라고 불렀고, 실제로 올챙이들은 피카소처럼 생겼다.

리모델링이 미리 프로그래밍이 돼 있었다면 최종 개구리 얼굴은 올챙이처럼 엉망이어야 했다. 개구리의 과거 진화 과정에서 이런 새로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진 개구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올챙이가 개구리로 변하는 동안 눈과 입이 올바른 배열을 찾아갔다. 세포들은 추상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한 것이다. 레빈은 "이것이 바로 행동하는 지능"이라며 "변화하는 상황에 직면하여 새로운 단계를 수행함으로써 특정 목표에 도달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레빈의 연구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 분야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분야로, 이들은 기저 인지를 활용해 인공지능의 몇 가지 핵심적인 약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인공지능은 언어를 조작하거나 규칙이 잘 정의된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는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만,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셰익스피어 스타일의 소네트를 읊을 수는 있지만, 걷는 방법이나 공이 언덕 아래로 어떻게 굴러갈지 예측해 보라고 하면 전혀 알지 못한다.

'구체화된 인지', AI 로봇이 스스로 세상과 상호작용해야

봉가드 교수는 인공지능의 약점이 어떤 의미에서 너무 머리가 좋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인공지능과 게임을 해보면 어디에 균열이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균열은 상식이나 원인과 결과와 같은 것들에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왜 신체가 필요한지 알려준다. 신체가 있으면 결과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원인과 결과에 대해 능동적으로 배울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AI 시스템은 세상과 부딪히는 방식으로 세상을 배울 수 없는 상태다."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세상에 대해 학습하는 로봇을 설계하려는 '구체화된 인지' 운동의 선봉에 봉가드 교수가 서 있다. 그는 구체화된 인지가 작동하는 실제 예를 보려면 "지금 부엌을 망가뜨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한 살 반짜리 아이만 봐도 알 수 있다"라며, "그게 바로 유아가 하는 일이다. 문자 그대로 또는 은유적으로 세상을 찌른 다음 세상이 어떻게 반발하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거침없이 경험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봉가드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AI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로봇 공학용 마인크래프트'라고 부르는 레고 같은 큐브로 로봇을 설계한다. 이 큐브는 블록 모양을 한 근육처럼 작용하여 로봇이 애벌레처럼 몸을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AI가 설계한 로봇은 시행착오를 통해 학습하고, 큐브를 더하고 빼면서 효율적인 움직임에 방해가 되는 디자인을 수정하고, 이동성이 뛰어난 형태로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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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2020년에 그의 AI 로봇은 걷는 방법을 스스로 학습했다. 이 성과는 레빈 교수의 연구실에도 영감을 줬는데, 아프리카발톱개구리에서 살아있는 피부 줄기세포를 떼어내어 물속에서 집어넣으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세포들은 참깨만 한 크기의 덩어리로 융합되어 하나의 단위로 작용했다. 피부 세포에는 일반적으로 성체 개구리의 표면에 보호 점액층을 유지하는 작은 털인 섬모가 있지만, 이 생명체는 섬모를 노처럼 사용하여 새로운 환경(물)을 헤쳐 나갔다. 개구리의 피부 조직들은 미로를 헤쳐 나갔고, 다쳤을 때 상처를 봉합하기도 했다. 생물학적으로 좁은 공간에 갇혀 살던 개구리들은 새로운 존재가 되어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동일한 게놈을 공유했지만 '개구리'는 분명 이전의 개구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세포가 원래 '제노푸스' 개구리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레빈과 봉가드는 이들에게 '제노봇'(xenobots)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2023년에 그들은 인간의 폐 세포에서도 비슷한 성과를 거뒀다. 인간의 세포 덩어리들은 스스로 조립되어 특정한 방식으로 유영했다. 터프츠 연구팀은 이를 '앤트로봇'(anthrobots)이라고 명명했다.

인식은 모든 생명체의 본질, '진화'에 담긴 지능의 眞 의의

레빈에게 제노봇과 앤트로봇은 실제 세계에서 인지가 작동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또 다른 신호로 작용했다. "일반적으로 어떤 생명체에 대해 질문할 때 '왜 그런 모양을 하고 있을까? 왜 그런 행동을 할까?'라고 묻는다. 물론 정형화된 대답은 진화다. 오랜 세월 동안 선택을 받았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제노봇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좋은 제노봇이 되어야 한다는 환경적 압박도 없었다. 그렇다면 왜 세상에 나온 지 24시간도 안 돼서 생존에 유리한 효율적인 행동을 보여줬을까? 나는 진화가 특정 문제에 대한 특정 해결책을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진화는 '문제 해결형' 기계를 만들어 낸다."

물론 제노봇과 앤트로봇의 능력은 상당히 제한적이지만, 특정 목표와 필요를 가진 개별 단위가 모여 협력할 때 지능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창이 됐다. 레빈은 혁신을 향한 이러한 타고난 성향이 진화의 원동력 중 하나이며, 찰스 다윈이 말한 것처럼 세상을 가장 아름다운 형태의 끝없는 상태로 이끌고 있다고 봤다. "우리는 아직 이에 대한 좋은 어휘를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이 모든 것의 미래가 화학적인 이야기보다는 정신의학적 이야기처럼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 결국 우리는 압박감과 추억, 매력에 대한 미적분을 계산하게 될 것이다."

레빈은 그의 비전이 슬라임이든 실리콘이든 상관없이 우리 자신과는 다른 마음을 수용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했다. 애들레이드의 리옹은 이 친밀감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기저 인식의 진정한 가능성이라고 확신했다. "우리는 인간을 창조의 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풀잎이나 위 속의 박테리아와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 즉 우리가 정말, 정말 깊은 차원에서 관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 이 지구상에서 인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전체 패러다임이 바뀐다."

리옹은 인간이 '살아가는 행위' 자체가 기본적으로 '인지적 상태'라고 정의했다. 모든 세포는 끊임없이 주변 환경을 평가하고,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배제할지 결정하고, 다음 단계를 계획한다. "인지는 진화의 후반부에 등장한 것이 아니라, 생명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인지다"라며 "살아있는 모든 것은 이 놀라운 일을 하고 있다"고 리옹은 말했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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