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시장에도 AI 훈풍" 삼성전자, 기업용 SSD 시장 점유율 1위 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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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포스 기업용 SSD 보고서 3분기 전체 글로벌 매출 28.6%↑ 삼성·SK하이닉스, 1·2위 유지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세계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 지난 분기보다 29% 증가한 32억 달러(약 4조5,800억원)를 달성하며 1위 자리를 수성했다. 생산능력 조정으로 일부 출하 지연이 있었지만 고용량 모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대 이상의 성장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1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업용 SSD 시장 매출은 인공지능(AI)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의 견고한 수요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2분기보다 28.6% 상승한 73억7,920만 달러(약 10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트렌드포스는 “고용량 모델에 대한 수요는 엔비디아의 H 시리즈 제품 출시와 AI 트레이닝 서버에 대한 지속적인 주문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며 “그 결과 기업용 SSD의 총 조달량은 전 분기 대비 15%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가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도 다양한 AI 스토리지 제품 라인업을 통해 사상 최대 출하량을 달성하며 3분기 매출이 2분기 대비 12.8% 늘어난 20억5,800만 달러(약 2조9,500억원)로 2위를 유지했다. 오는 4분기에도 176단 트리플레벨셀(TLC) 낸드를 사용하는 차세대 PCIe 5.0 SSD의 양산과 솔리다임의 대용량 쿼드레벨셀(QLC) SSD 등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것이라고 트렌드포스는 전망했다. 다만 같은 기간 점유율은 3.9%포인트 감소한 27.9%를 기록했다. 이는 AI 낸드 시장에서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거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은 매출과 점유율이 모두 확대됐다. 마이크론은 고용량 기업용 SSD의 안정적인 출하량 증가로 3분기 매출이 전 분기보다 47.8% 늘어난 11억5,300만 달러(약 1조6,500억원)를 달성해 3위를 차지했고, 키옥시아는 같은 기간 매출이 29.8% 늘어난 6억3,620만 달러(약 9,112억원), 8.6% 점유율로 4위에 올랐다. 5위인 웨스턴디지털은 북미 고객사의 주문 증가에 힘입어 3분기 매출은 3억3,200만 달러(약 4,754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102.1% 급증한 것으로 점유율은 1.6%포인트 늘어난 4.5%를 달성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QLC SSD CSP 인증 유일 기업
이처럼 기업용 SSD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독보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서 QLC 기반 SSD로의 수요 이동이 두드러지고 있어 이 기술을 보유한 양사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고객사로부터 인증받은 QLC 기업용 SSD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자회사인 솔리다임뿐이다.
현재 양사 모두 AI 추론 시장에서 QLC 기업용 SSD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QLC 기업용 SSD는 읽기 속도가 빨라 AI 추론 서버에 적합해 점차 HDD 대체 이동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높은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NAND 플래시 기술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지난 4월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QLC 9세대 V낸드'를 양산하겠다고 밝히 바 있다. QLC 제품은 기존 7세대 제품보다 비트 밀도가 80% 이상 높고 IO 속도 역시 2.4Gbps까지 높였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을 내세워 기업용 SSD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사업부 신설 법인으로, 업계에서 유일하게 60TB(테라바이트) 이상의 고용량 QLC 기반 기업용 SSD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델 테크놀로지스 컨퍼런스에서 실제 데이터센터에 탑재된 기업용 SSD 레퍼런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와 온디바이스AI 수요 증가로 SSD 수요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AI 추론 시장에서 HDD를 대체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용 SSD 가격 상승세, 4분기에도 지속
기업용 SSD 가격 상승세는 4분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소비자용 SSD 가격 전망과 상반된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소비자용 SSD 가격이 5~10%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에는 가격이 3~8%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나 4분기에는 상황이 반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AI 기반 PC가 출시됐지만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해 소비자용 SSD 가격 상승 동력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트렌드포스는 낸드 웨이퍼 가격도 10~1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는 "스마트폰 및 노트북 제조 업체가 재고 감축 전략을 채택하면서 보수적으로 낸드를 주문하고 있다"며 "낸드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공급 과잉도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업용 SSD 가격은 4분기 최대 5%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상승폭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기업용 SSD 가격은 지난 3분기 15~20% 올랐으나 일부 고객사의 AI 서버 구축 지연으로 4분기 서버향 주문이 현격하게 감소해 성장 모멘텀이 둔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를 앞두고 조달 수요가 냉각되기 시작하면서 기업용 SSD 매출이 둔화할 것"이라며 "출하량이 감소함에 따라 4분기에는 전체 업계 매출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