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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빅테크들 '청소년 SNS 금지 물결', 한국도 잇달아 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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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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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블록스, 13세 미만 청소년의 대화 기능 이용 제한
메타, 청소년 접근 제한하는 인스타 전용 계정 도입
호주 16세 미만 SNS 금지 법제화, 유럽도 규제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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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소셜미디어(SNS)와 게임의 부작용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기업들과 주요국 정부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국회를 중심으로 입법 논의가 활발하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과거 '게임 셧다운제'의 사례를 교훈 삼아 청소년과 업계에 미칠 영향과 정책의 실효성 확보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美 10대들, 현실보다 로블록스에서 더 많은 시간 보내

10일(현지 시각)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로블록스는 오는 18일부터 청소년이 부적절한 콘텐츠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13세 미만 어린이의 일부 대화형 서비스 접근을 제한한다. 이용자가 불쾌한 이미지나 메시지를 작성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문자나 음성 채팅을 통해 다른 이용자와 소통하는 '소셜 행아웃'과 화이트보드 같은 칠판 형태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자유형 2D 유저 창작' 등이 해당한다. 이와 함께 다음 달 3일부터는 13세 미만 이용자가 등급이 표시되지 않은 콘텐츠를 플레이하거나 검색하지 못하도록 차단할 예정이다.

2006년 공식 출시된 로블록스는 사용자가 게임을 제작하고 다른 사용자가 만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루아(Lua)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 다양한 장르의 사용자 제작 게임을 호스팅한다. 올해 초 기준 이용자 7,800만 명을 확보하면서 단순 게임을 넘어 청소년들의 SNS 역할까지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로블록스를 하고 있고, 10대의 52%는 현실 친구보다 로블록스 내 관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도 8세에서 12세 사이 어린이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게임으로 꼽혔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청소년 사용 규제에 팔을 걷어붙였다. 메타는 지난 9월 19세 미만 청소년의 인스타그램 이용을 제한하는 전용 계정을 미국, 영국 등 4개국에 도입했다. 해당 청소년 계정은 승인받은 사람만 볼 수 있는 비공개 계정으로 설정되며 나이에 따라 누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지 등을 부모가 관리할 수 있다. 틱톡은 지난해 18세 미만 사용자의 이용 시간을 60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 기능은 18세 미만 사용자 계정에 자동 적용되며 60분을 넘겨 틱톡을 사용하고 싶은 청소년들은 별도 암호를 입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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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블록스/사진=로블록스 유튜브

호주·미국·프랑스·중국 등도 청소년 SNS 사용 제한

국가 차원에서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 7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이달 의회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도한 SNS 사용으로 청소년의 신체·정신 건강이 위험한 상황"이라며 "특히 남학생을 겨냥한 여성 혐오 콘텐츠로 인해 여학생이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생의 변화를 겪으며 성숙해 가는 청소년이 이런 콘텐츠를 접한다면 정말 힘든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해당 법안이 부모 동의를 받은 청소년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며 SNS 접근을 막으려는 조치와 책임은 기업에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이 SNS를 사용할 경우, 사용자나 부모가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SNS 회사가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점검하고, 이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으면 막대한 벌금을 물린다는 계획이다. 이 법이 적용되는 플랫폼에는 인스타그램·페이스북·틱톡·엑스·유튜브 등이 포함되며, 국가 지도자 회의를 통해 주 정부 총리와 논의를 거친 후 이달 말 의회에 상정돼 12개월 후에는 전면 시행될 전망이다.

미국은 주요 주에서 만 14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원천 차단하고 나섰다. 플로리다주는 내년 1월부터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HB3 법안이 시행된다. 유럽 각국도 SNS 규제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노르웨이 총리는 SNS 이용 제한 연령을 현행 13세에서 15세로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고, 프랑스는 3세 미만 유아의 영상 시청과 13세 미만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21년 게임 이용 시간 제한에 이어 라이브 스트리밍·동영상 플랫폼·SNS에 대해서도 청소년의 이용을 제한하는 추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실효성 논란 끝에 폐지된 셧다운제 반면교사 삼아야"

우리나라도 관련 법안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지난 7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SNS가 성장기 아동의 지능·인지·정신건강 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응해 14세 미만 청소년의 SNS 가입을 금지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8월에는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 및 긴급 상황 대응 등 목적을 제외하고 교내에서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근에는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부모가 동의하지 않은 알고리즘 게시물의 알림을 제한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법안이 청소년의 통신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점을 두고 의견이 충돌한다는 점이다. 또한 과거 게임 셧다운제의 사례처럼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 2011년 도입된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심야 게임 규제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에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도입 이후 청소년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게임산업을 위축시키는 제도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결국 도입 10년 만인 지난 2022년 폐지됐다.

실효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게임 셧다운제는 부모 명의로 계정 가입을 하거나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하는 방식까지 막지 못했고,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에는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초통령'으로 불릴 만큼 인기를 끌었던 마인크래프트가 한국에서만 성인용 게임으로 분류되면서 규제가 변화하는 환경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더욱이 2019년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게임 셧다운제로 늘어난 청소년 수면시간은 1분 30초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입법 취지마저 무색해졌다.

전문가들은 게임 셧다운제의 전철을 밟지 않고 실효성 있는 법안과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청소년과 업계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스마트폰 보급률·디지털 기기 의존도·인터넷 인프라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환경 속에서 집-학교-학원으로 이어지는 청소년의 생활 패턴과 학업에 대한 부담을 고려할 때 SNS 이외에 할 수 있는 활동이 극히 제한적이다. 즉 SNS 사용 금지 이후의 대안에 마련되지 않는다면 정책의 실효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4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해당한다. 증가 속도도 빨라 2011년 11.4%였던 수치가 10여 년 새 4배가량 올랐다. 최근 들어서는 청소년의 중독 현상이 비단 PC나 스마트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한국의 경우 주요국에 비해 중독의 종류가 많고 중독 유병률도 2~3배 높은데 특히 청소년의 게임·마약·알코올·성 중독이 매년 확산되고 있다. 최근 1년간 초등학생의 성인용 영상물 이용률도 2018년 19.6%에서 2022년 40%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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