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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료의 가치’ 못 전한 MS 코파일럿, 번들 상품에 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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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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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파일럿 월 2만8,000원 요금 철회
‘끼워팔기-시장독점’ 관행 되풀이하나
AI 환각 ‘심각’ 수준, 성능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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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IT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코파일럿에 부과하던 월 20달러의 요금을 철회했다. 해당 기능은 기존 MS오피스에 번들 형태로 통합되며, 이에 따라 MS오피스의 요금 조정이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코파일럿의 성능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MS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는 모습이다.

코파일럿 흡수한 MS365, 가격 인상

10일(현지시간) 더 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MS는 7일 코파일럿프로(Copilot pro) 기능을 자사의 구독형 서비스인 365퍼스널·패밀리 상품에 번들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MS의 결정에 따라 이용자들은 코파일럿 추가 사용료로 월 20달러(약 2만8,000원·한국 요금 29,000원)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 6개국에서 코파일럿프로가 포함된 MS365가 판매 중이며, 향후 지역 확대 계획에 대해서는 공개된 바 없다.

MS는 코파일럿프로를 포함하면서 365 상품의 구독료를 일부 조정했다. 호주를 예로 들면 기존 139호주달러(1년 기준·약 12만8,000원) 수준이던 구독료는 179호주달러(약 16만5,000원)로 올랐다. AI 기능이 필요하지 않은 사용자는 기존 가격의 클래식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MS는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추가한 가치를 반영하고, 향후 몇 년 동안 새로운 혁신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구독료 인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정식 출시된 코파일럿은 사용자들의 요청에 응답하고 일정 관리, 보고서 작성, 발표 자료 만들기 등 다양한 업무를 지원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됐다. 이후 올 1월에는 유료 모델인 코파일럿프로를 선보이며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소 냉담했다. 기존 대화형 AI와 비교해 월 구독료를 지불할 만큼의 차별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는 “MS 코파일럿은 사용자들에게 아무런 가치도 선물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MS의 이번 조치는 이 같은 시장의 반응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MS는 공식 발표를 통해 “MS 365 앱에서 소비자들에게 코파일럿을 선보인 지 9개월이 넘었다”며 “그동안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성능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피드백에 귀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소비자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코파일럿을 MS365 구독의 일부로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상습적 ‘끼워 팔기’, 시장 독점 의도?

다만 업계에서는 MS의 결정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MS가 코파일럿과 관련해 이미 한차례 ‘끼워팔기’ 논란을 일으킨 바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1일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MS가 올해 초부터 윈도우 11 노트북에 코파일럿 키를 추가한다고 밝히면서 PC 제조업체들이 스페이스 바 오른쪽 기존 버튼 중의 하나를 코파일럿 시행 버튼으로 교체해서 출시하고 있다”며 “이용자가 요구할 경우 다른 키로 변경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사실상 그 조건을 굉장히 까다롭게 해서 교체를 어렵게 해놨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또 코파일럿 키가 AI 기능을 즉시 활성화하는 장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외 PC 제조업체들이 MS의 요청에 따라 이 키를 기본 탑재하게 될 경우 경쟁업체들이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코파일럿 키가 기본 탑재되면 과거 넷스케이프의 사례와 유사하게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우리 테크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 의원의 말대로 과거 MS는 웹 브라우저 시장 장악을 위해 만든 전용 웹 규격들을 윈도우 운영 체제에 탑재했고, 그 결과 이전까지 시장을 양분하던 넷스케이프는 2008년 선보인 모델을 끝으로 더 이상 웹 브라우저 사업을 전개하지 못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MS의 행위가 불공정 행위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의 다양한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면 공정한 경쟁은 필수”라고 짚으며 “노트북에 코파일럿 키를 의무적으로 탑재하는 것은 비즈니스 연구나 학업, 코딩 등에서 AI를 도구로 사용할 때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과 같다”고 일갈했다. 이어 “MS 윈도우가 설치된 PC에서 자동으로 코파일럿이 실행되면, 온디바이스 AI의 처리 능력 대부분을 소모해 이용자가 다른 AI를 활용할 여력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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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성능 관련 불만족 줄 이어

코파일럿의 성능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의하면 코파일럿과 관련해 MS에 가장 많이 접수된 소비자 불만은 ‘챗GPT처럼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만을 토로한 소비자들은 코파일럿이 챗GPT처럼 빠르게 작동하지 않고, 내놓은 답변도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특히 기업용 코파일럿에서 두드러진 현상으로 전해진다.

MS는 해당 문제가 코파일럿의 웹 버전과 업무 버전이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웹 버전은 챗GPT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해 유사한 출력을 생성하지만, 업무 버전은 내부 데이터로 맞춤화를 거쳐 구체적인 응답을 내놓도록 만들어져 처리 속도나 답변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자레드 스파타로 MS 직장 AI 담당 부사장은 “웹 버전과 업무 버전 사이를 전환하는 스위치 등을 이용해 어떤 데이터셋으로 쿼리에 대응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코파일럿의 작동 방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AI 환각(할루시네이션) 또한 코파일럿의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다. 코파일럿이 특정 인물과 주변 사건의 관계를 잘못 정의해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어서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마틴 베른클라우의 피해 사례가 대표적이다. 코파일럿은 그를 아동 성추행자, 정신병자, 마약상, 흉악범 등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그가 작성한 기사에 등장하는 내용일 뿐이다. 코파일럿이 법정 전문 기자인 베른클라우의 기사를 그의 개인적 경험으로 오인해 범죄자로 묘사한 것이다. 심지어 코파일럿은 그의 주소와 전화번호 등 민감한 정보까지 함께 공개해 피해를 키웠다. 베른클라우는 MS를 상대로 소송도 고려하고 있으나, 막대한 비용 등을 이유로 망설여진다는 입장이다. 그는 “MS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며 “대신 내 이름이 코파일럿은 물론 챗GPT 등에서도 차단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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