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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40대 이상 직원 늘고 신규채용은 감소 국내 대기업 20대 직원 비중도 빠르게 하락해 코로나19 팬데믹 기점 20대 이하 일자리 감소

국내 IT·대기업의 청년 직원 비중이 급격히 줄고, 임직원 평균 연령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주요 IT 기업에서는 40~50대 이상 직원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난 반면, 20대 신규채용은 급감했다. 국내 100대 대기업에서도 20대 직원 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경력직 수시 채용 확대,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과 양질 일자리 감소가 맞물리면서 청년 고용 시장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韓 실리콘밸리' 판교도 경기 침체 속 고령화 추세
18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의 기업 사이에서 임직원의 고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의 40대 이상 직원은 2022년 1,393명에서 지난해 1,554명으로 2년 새 11%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신규채용 인원은 258명으로 2021년(838명)과 비교하면 3배 이상 감소했다. 카카오 역시 50대 이상 임직원이 2022년 51명에서 2024년 80명으로 51% 늘어난 반면, 20대 직원은 같은 기간 1,141명에서 821명으로 28% 줄었다. 신규채용은 2021년 994명에서 2024년 314명으로 많이 감소했다.
2010년대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한국을 대표하는 IT 기업들이 판교에 대거 입주하면서 2030세대의 유능한 인력이 몰렸다.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신사업을 발굴하며 영역을 확장했고, 연봉과 경력을 좇아 이직과 창업도 빈번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기업들은 더 이상 혁신적인 신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대졸 신입 등 신규채용도 문을 닫아 직원들의 평균 연령대는 빠르게 상승했다. 여기에 더 좋은 기회를 위해 다른 회사로 옮기거나 창업 등을 선택한 직원들이 줄면서 자발적 이직률은 하락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20대 이하 일자리 15.4%P 하락
이러한 현상은 비단 IT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대기업에서도 20대 직원의 비중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100대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한 67곳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의 절반이 넘는 38곳(56.7%)에서 20대 임직원 수가 줄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대 비중은 2022년 24.8%에서 2023년 22.7%, 2024년 21.0%로 2년 만에 3.8%포인트 감소했다. 직원 수 기준으로는 △2022년 29만1,235명 △2023년 26만4,91명 △2024년 24만3,737명으로 2년 만에 4만7,498명 줄었다.
업체별로 2022년과 2024년을 비교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20대 직원 비중이 43.8%에서 28.4%로 15.4% 포인트 줄어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이어 △SK온 12.3%포인트 △LG이노텍 8.9%포인트 △SK하이닉스 8.8%포인트 △삼성SDI 7.9%포인트 △네이버 7.1%포인트 △삼성전자 6.6%포인트 △한화솔루션 6.4%포인트 △삼성전기 5.9%포인트 △LG디스플레이 5.6%포인트 순으로 20대 비중이 감소했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방산업 호조에 힘입어 20대 고용 비중이 7.5%에서 15.8%로 8.3%포인트 급증했다.
청년 취업자의 감소는 국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이하 일자리 수는 코로나19 확산 시작 시점인 2019년 4분기 326만 개에서 지난해 4분기 297만 개로 8.8% 감소했다. 특히 신규채용 일자리는 같은 기간 166만 개에서 141만 개로 25만 개(15.0%) 줄었다. 20대 이하가 점유하는 일자리는 점차 사라지고, 기업들도 새로 뽑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히 급여·복지·워라밸 등 두루 충족하는 '좋은 일자리'는 급감했다. 300인 이상 기업의 20대 신규채용 일자리는 2019년 47만 개였지만, 2023년에는 40만 개로 15.6%나 쪼그라들었다.
기업들은 신입 채용 감소의 배경으로 경기 악화를 지목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국내 100인 이상 기업 500곳 중 올해 '신규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60.8%로 2022년(72.0%) 이후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있다. 실제 최근의 경제 상황은 1998년 외환위기 시절에 비견된다. 지난해 2분기 마이너스 성장(-0.2%)을 시작으로 3분기 0.1%, 4분기 0.1%, 올해 1분기 -0.2% 등 4분기 연속 0.1% 이하 성장에 그쳤다. 2분기 들어 0.6%로 반등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연간 성장률은 1%대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경영직 수시 채용으로의 전환이 청년 고용에 영향
경력직 중심의 수시 채용으로의 변화도 청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2019년부터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직무별로 필요한 인력만 채용하는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현재 5대 그룹 가운데 정기 공채를 운영하는 곳은 삼성뿐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약해지며 근로자의 이직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고, 기업들 역시 필요로 하는 능력이 고도화된 영향이다.
보고서는 “경력직 채용 증가로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청년들의 고용 상황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기업과 근로자 사이 ‘탐색-매칭 모형’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경력직 채용이 늘면서 20대 고용률은 43.6%에서 33.9%로 떨어졌다. 반면 30대 고용률은 54.1%에서 50.9%로 떨어지는 데 그쳤다. 연구팀은 20대와 30대의 상용직 고용률 격차 17%포인트 중 7%포인트는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 확대에 나선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연구팀은 20대 청년의 첫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기대 생애 총취업기간이 평균 21.7년에서 19.7년으로 2년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생애 총소득의 현재 가치도 3억9,000만 원에서 3억4,000만 원으로 13% 하락했다. 이러한 무기력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올해 ‘쉬었음’ 청년(39세 이하)은 80만 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와 고용 불안정성 등 구조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지만, 청년 고용시장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발생한 미스매칭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