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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밀릴 수만은 없다" 삼성전자, 日에 패키징 연구소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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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months 3 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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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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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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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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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日 요코하마시 연구소 설립에 250억 엔 투자
차세대 반도체 위한 핵심 열쇠 '패키징'에 힘 싣는다
韓 패키징 역량, 대만 주도 최첨단 경쟁 못 따라가 

삼성전자가 일본 요코하마에 최첨단 패키징 연구소를 세운다. 패키징 기술력이 반도체 패권 경쟁을 좌우할 '핵심 무기'로 떠오른 가운데, 일본 학계 및 산업계와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은 삼성전자가 이번 연구소 신설을 통해 대만 TSMC·ASE 등 기존 강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日 R&D 기지 확보 나서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일본 법인은 요코하마시에 250억 엔(약 2,36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패키징 연구소를 짓기로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삼성전자가 발표한 일본 패키징 투자 계획이 구체화된 것이다. 가동 시점은 2027년 3월로 설정됐으며, 이에 맞춰 현지 연구 인력도 채용한다. 요코하마시는 삼성전자를 ‘기업 입지 촉진 조례 인정 사업자’로 선정하고 보조금 25억 엔(약 236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요코하마시 미나토미라이21지구 중심부에 있는 연면적 4만7,710㎡(1만4,332평·지상 12층, 지하 4층) 규모의 ‘리프 미나토미라이’ 빌딩을 매입하고, 일부 층에 최첨단 패키징 연구소와 시험 생산 설비를 마련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일본에 대형 빌딩을 보유하게 된 것은 2015년 3월 구조조정 차원에서 도쿄 롯폰기 일본삼성 본사 빌딩 지분 57%를 매각한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패키징 연구소 설립지로 일본을 택한 배경에는 '기술 협력'이 있다. 향후 도쿄대학교와 디스코(장비), 나믹스(소재), 라조낙(소재) 등 일본 학계 및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최첨단 패키징 기술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TSMC도 패키징 기술 고도화를 위해 2019년 도쿄대에 연구소를 세운 바 있다.

일본 패키징업계의 '연합' 전략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적절한 시기에 투자를 결정했다는 평이 나온다. 최근 수년 사이 패키징을 비롯한 후공정 기술의 중요성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반도체업계는 전공정 영역에서 회로의 선폭을 줄여 반도체 성능을 끌어 올려 왔으나, 선폭이 10나노미터(nm) 이하까지 좁아지면서 기술적 진보에 난항을 겪게 됐다. 후공정은 이 같은 상황에 선폭을 축소하지 않고도 칩 성능을 제고할 수 있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2.5D·3D 패키징, 칩렛 등 최첨단 패키징은 후공정 기술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이에 일본 OSAT(반도체 외주 패키징 테스트) 기업들은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합치고 나섰다. 지난 4월 J-OSAT 협회를 결성하고, 30여 개 회원사와 본격적인 협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아시아는 "J-OSAT 설립 이전에는 정보 공유의 장이 없어, 관련 기업의 80%가 중소기업인 일본 후공정 업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제 일본 후공정 생산 능력이 월 11억 대를 넘는다는 것이 명확해졌고, 공급량의 40%는 자동차, 40%는 기계산업, 20%는 소비재 부문이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J-OSAT는 자동화, 생산 데이터 공유, 인력 개발 등 총 5개 분야에 초점을 맞춰 활동해 갈 계획이다. 또한 고성능 장비 확보를 위해 일본 정부에 보조금을 요청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J-OSAT의 초대 회장인 마코토 스미타는 "반도체 전공정에는 약 1조 엔(약 9조3,0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후공정에는 100억 엔(약 944억7,000만원) 혹은 200억 엔(약 1,889억4,000만원)으로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며 "일본 기업들이 최첨단 장비를 도입하면 생산 비용을 20%까지 절감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만 어떻게 이기나" 경쟁서 밀려난 韓

일본 패키징 기업들이 협력 구조를 발판 삼아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반면,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여전히 미미하다. 대만 기업들이 장악한 패키징 시장에 파고들지 못한 탓이다. 최근 TSMC는 파운드리 경쟁력을 토대로 최첨단 패키징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TSMC의 파운드리·패키징·테스트 시장 통합 점유율은 2024년 1분기 29.4%에서 2025년 1분기 35.3%로 올랐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묶어 AI 가속기로 만드는 과정에서 파운드리와 최첨단 패키징을 도맡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통 패키징 강자인 대만 ASE도 올 1분기 6.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인텔(6.5%)에 이어 시장 3위에 올랐다.

이에 반해 한국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패키징 ·테스트 시장 통합 점유율은 1분기 기준 5.9%에 그쳤다. 패키지 시장 단독으로 보면 국내 기업 중 세계 10위권 내에 드는 곳은 단 하나도 없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첨단 패키징 부문에서 대만·미국에 밀리고,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범용 패키징 부문에서는 말레이시아·중국에 쫓기는 실정”이라며 "반도체 강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자체 반도체 생태계는 무척 초라하다"고 짚었다.

우리나라가 패키징 패권 경쟁에서 좀처럼 맥을 추지 못하자, 삼성전자는 TSMC처럼 파운드리와 최첨단 패키징을 모두 도맡는 ‘턴키(일괄수주) 서비스’를 앞세워 고객사 유치에 나섰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턴키 서비스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첨단 패키징 부문 생산 능력과 기술력이 TSMC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일본 패키징 연구소 신설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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