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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보다 채무조정 더 급했던 우크라이나, 트럼프 당선 가능성 올라간 덕에 급한 불 껐다

전쟁보다 채무조정 더 급했던 우크라이나, 트럼프 당선 가능성 올라간 덕에 급한 불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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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통에 국제 채권단과 강대강 협상, 37% 헤어컷 요건 관철시켜
국가 부도났던 그리스도 20% 헤어컷 불과, 우크라이나 정부의 협상 승리라는 평가 지배적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후 우크라이나 부도 가능성 감안해 채권단의 타협이라는 반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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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GettyImages

막대한 전쟁 비용으로 인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채권단과 200억 달러(약 27조원) 규모의 채무 구조조정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그간 채권단과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된 결과다.

밀고 당기던 우크라이나 채권 감액 협상, 디폴트 직전 어렵사리 합의

22일(현지시간) 세르치 마르첸코(Sergii Marchenko) 우크라이나 재무장관은 민간 채권단, 국제통화기금(IMF) 및 양자 파트너들과 수개월 논의한 끝에 공공 외채의 포괄적인 구조조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통상 '헤어컷(Hair-cut)'에 해당하는 채권 일부 면제 합의로 채권단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효력이 발휘된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가 내건 조건에 채권단이 불만을 표하면서 논의가 길어졌으나,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피격 사건을 거치며 우크라이나에 관한 미국의 추가 지원 가능성이 낮아진 것을 반영해 합의가 급진전됐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힌 구조조정 안에 따르면 채권단은 채권 액면가의 37%인 87억 달러(약 12조원)를 할인하기로 했다. 나머지 액면가의 40%는 내년부터 이자를 지급하는 2029~2036년 만기 채권으로, 23%는 2030~2036년 만기 채권 두 가지로 나눠 롤오버(만기 연장)한다. 두 번째 채권은 2027년까지 이자를 지급하지 않지만 2028년 우크라이나 경제성장률이 IMF 기대치를 넘어서면 지급액이 증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향후 3년간 114억 달러(약 15조8,000억원)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국제 금융 전문가들은 지난 2015년 IMF가 그리스 국가 채무의 20%에 대해 헤어컷을 제공했던 것을 감안할 때 우크라이나가 이번 협상에서 큰 수혜를 입었다고 설명한다. 협상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우크라이나의 채무 상환 기한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이뤄졌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채무 상환을 2년 유예해줄 것을 요청했고 채권단도 이를 받아들였다. 채무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는 국가 부도(디폴트)에 처할 수도 있었던 만큼, 사실상 '벼랑 끝 전술'을 감행한 것이다.

극적인 합의에 이르렀지만 채권단 일부에서는 여전히 불만의 불씨가 남아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우크라이나 정부는 채권단과 헤어컷 협상을 진행했으나, 협상 초기 금융사들은 전면적인 채무 유예에만 찬성할 뿐, 채권 소각에는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나 전쟁 2년차인 지난해 전년 대비 5.3% 성장한 우크라이나 경제와 동맹국의 현금 지원 등이 채권단에 신뢰를 심어준 덕분에 상황이 급반전 됐다. 앞서 지난달 채권단은 2027년까지 25억 달러(약 3조5,000억원)의 이자를 요구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측 제안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협상 실패를 염두에 두고 디폴트에 대비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양측이 팽팽히 맞섰다.

헤어컷 받아낸 우크라이나 정부의 역량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

글로벌 금융계에서는 대체로 부담스러운 헤어컷 조건을 관철시킨 우크라이나 정부의 역량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국가부도 사태를 겪은 그리스의 경우도 30%의 헤어컷과 만기 20년 연장을 줄곧 요구했으나, 채권단은 20%의 헤어컷에만 일부 동의했을 뿐이다. 당시 주요 채권국인 독일의 우호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헤어컷 협상에 난항을 겪었던 것에 비해, 전쟁 중 디폴트를 불사하면서까지 채권단과 강대강으로 맞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뚝심이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 13일(현지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당하면서 미국 대선 판세가 급변한 것이 헤어컷 합의의 주원인이라 평가 절하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미국의 현금 및 무기 지원이 현재 전황을 유지할 수 있는 절대적인 경제적인 근거인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할 경우 사실상 우크라이나 자체가 디폴트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채권단 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될 경우에는 사실상 채권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이번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원하는 조건을 다 들어주는 걸로 일종의 '양심적 마지노선'을 그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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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사진=도널드 트럼프 인스타그램

19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젤렌스키 간 전화 통화도 영향

국제 관계 전문가들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전화 통화도 이번 채권 협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내다본다. 자세한 대화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CNN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크림반도 일대의 장기 평화를 위한 종전 협상을 암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영토 경계선 변경 조건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강력한 거부 의사를 보이고 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전쟁 개입에 꾸준히 반대해 왔던 것에 비춘 정책 노선 변경이 예측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5년 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둘째 아들인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정부와 맺은 비밀 협약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조사를 요구했다 묵살된 점도 향후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헌터 바이든의 각종 엽색 행각 및 비리 지원 자금이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나온 것이라는 의혹이 확산됐고, 트럼프 선거 캠프에서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에서 낙마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당시 정부가 중립을 지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패배의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국제 금융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지급된 주요 지원이 중단될 경우 2025년 이후 우크라이나가 이번 헤어컷 조건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주요 농지 및 지원시설이 완전 파괴된 데다, 옥토로 불렸던 영토 상당 부분이 러시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요 채권단의 대부분이 서유럽의 은행 및 자산운용 기관들인 만큼, 서유럽 금융시장이 2025년 이후 한 차례 대규모 상각을 진행해야 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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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회사채 발행 133조원 '역대 최대’ 기록, 그중 99조는 빚 갚는 데 사용

상반기 회사채 발행 133조원 '역대 최대’ 기록, 그중 99조는 빚 갚는 데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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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직접금융 조달, 전년比↑ 회사채 발행 역대 최고
시설자금 용도는 상반기 최저 수준, 대부분 차환 목적
기업대출도 최대폭 증가세, 연체율 관리에도 '빨간불'
corporate bond FE 001 20240723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에 크레딧 채권이 강세를 보이자 차환 또는 신규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에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가 조성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설자금 용도 비중은 최근 5년간 최저 수준으로, 대부분 빚을 갚는 '차환' 목적에 쓴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최근 기업 대출 연체율이 눈에 띄게 치솟으면서 건전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반회사채, 금융채 중심 9.4% 증가

2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기업 직접 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상반기 회사채 발행 규모는 133조2,47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21조8,016억원)보다 9.4%(11조4,454억원) 증가했다.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주로 대기업이 발행하는 일반 회사채 발행 규모는 33조5,19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1% 늘었다. 이 가운데 채무 상환 목적 발행량이 24조9,623억원으로 전체 회사채 발행의 74.5%를 차지했다. 만기가 도래한 채권이나 은행 빚을 갚는 데 회사채를 사용했다는 의미다.

시설자금 목적 회사채는 2조4,560억원으로 전체 회사채 발행의 7.3%에 그쳤다. 발행 규모와 비중 모두 최근 5년간 상반기 기준으로 최저 수준이다. 특히 일반 회사채의 경우 AA등급 이상 우량물의 발행 비중이 68.2%로 전년 동기 대비 14.9%포인트 줄어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채 발행은 92조4,9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했다. 금융지주채가 0.6% 감소한 가운데 은행채(1.9%)와 기타금융채(22.7%)를 중심으로 늘었다. 이 중 기타금융채는 신용카드사(27.5%), 할부금융사(14.3%), 증권회사(47.2%), 기타금융사(40.2%) 등 모든 업종에서 발행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운영자금 목적 발행은 18.2%로 집계됐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건설업 이외 유통 등 기타 업종에서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면서 비중이 확대됐다. 2022년 금리 상승 이후 급격히 위축됐던 석유·화학업, 건설업의 회사채 발행은 지난해부터 점차 회복되는 모습이다. 자산유동화증권(ABS)은 7조3,083억원 발행돼 전년 동기 대비 3.5% 줄었다. 다만 신용보증기금 등이 신용을 보강해 발행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의 경우 발행액이 2조4,347억원으로 1.9% 늘었다.

같은 기간 주식 발행액은 5조75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조7,354억원)보다 85.5%(2조3,400억원) 증가했다. 이는 대규모 기업공개(IPO)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IPO 규모는 1조5,662억원으로 57.1% 늘었는데, 1년 전에는 없었던 유가증권(코스피) 상장 목적 IPO가 2건(HD현대마린솔루션, 에이피알)이 이뤄졌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IPO 건수와 규모(52건, 1조1,178억원)도 1년 전(48건, 9,969억원)보다 증가했다.

상반기 유상증자는 23건, 3조5,092억원으로 전년 동기(16건, 1조7,386억원)보다 7건, 1조7,706억원(101.8%) 뛰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 45.1%, 281.9% 증가했다.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발행 실적은 597조3,6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이 14조3,050억원으로 12.3% 줄어든 영향이다.

corporate bond FE 002 20240723

회사채 발행 열풍, '높은 신용스프레드'가 투자 유인으로 작용

전문가들은 시장 금리가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된 점이 회사채 발행 규모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한다. 아직 시점은 불명확하지만 한국은행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연내 시작될 것이란 시장 기대감에 채권 투자 수요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발맞춰 한국은행 역시 하반기에 적어도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3.50 → 3.25%)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자본시장연구원(KCMI)에 따르면 통상 연초에 기관투자자의 자금 집행 등으로 회사채 발행이 증가한다. 상반기 회사채 발행 규모로 그해 회사채 투자 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연초 효과를 고려해도 올해 회사채 발행 증가 추이는 급등세가 뚜렷하다. 여기엔 기관투자자의 회사채 투자 수요가 이어지면서 신용등급 AA- 이상과 A+ 이하 그룹 역시 당초 발행 예정금액의 각각 163%, 177% 증액해 회사채를 발행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 격차가 커지면서 국고채 대비 투자 수익이 증대된 점도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신용 스프레드(하이일드 채권 수익률과 국채 수익률의 금리격차)가 크게 확대됐던 2022년 10월 이후 회사채 표면금리(coupon rate)가 높은 수준에서 결정됨에 따라 회사채 투자를 통해 무위험채권에 해당하는 국고채 대비 추가적인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KCMI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채권 시장 불안이 진정되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돼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가 빠르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corporate bond FE 003 20240723

기업대출도 증가 추세, 건전성 비상등

다만 회사채 발행 규모가 늘어나면서 기업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회사채뿐만 아니라 최근 기업대출까지 폭증하고 있어 고금리 기조 속 기업 부채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823조9,105억원으로 6월 말 대비 무려 12조5,624억원 늘었다. 불과 보름 만의 증가폭이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은 지난 4월 말 전달 말 대비 10조8,940억원 늘며 근 2년 새 처음으로 10조원이 넘는 증가폭을 보였다. 7월이 아직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업대출 증가폭은 2년 새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은행 연체율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0.69%로 전월(0.61%) 대비 0.08%포인트(p) 상승했다. 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도 0.51%로 전월 말(0.48%) 대비 0.03%p 올랐다. 지난 2월 0.51%까지 상승하며 2019년 5월(0.5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3월 은행이 연체 채권 관리를 강화하는 분기 말 효과 덕에 0.43%로 떨어졌지만 두 달 만에 다시 0.5%대로 올라선 모습이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연체율도 0.58%로 전월 말 대비 0.04%p 상승했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2%로 전월 말 대비 0.06%p 올랐고, 중소법인 연체율은 0.75%로 전월 말 대비 0.05%p 뛰었다. 대기업 대출(0.11%→0.05%)을 제외한 모든 대출의 연체율이 오른 것이다. 올해 수출이 증가하면서 수입신용장 및 운전자금 등 대기업 여신 수요가 증가한 것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적 부진과 재무 지표 악화가 겹치면서 국내 기업 신용도도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가 올 상반기 신용등급이나 전망을 내린 기업은 총 74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 중동 등의 거센 추격을 받는 석유화학,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에 흔들리는 건설과 건축자재 업종 기업 다수의 신용도가 강등됐다. 금융, 유통, 게임 업종에서도 하향세가 나타났다. 신용도가 올라간 기업은 44곳에 그쳤다.

이에 시중은행은 하반기부터 기업대출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연체 우려가 작은 우량 기업과 건실한 중견·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을 확장하며 건전성을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KB국민은행은 '잠재부실자산관리 TFT'를 통해 매월 잠재 관리 등급과 관련한 리뷰를 실시하는 방안을 수립했다. 기업영업 전담 조직인 'S.O.L 클러스터'를 만든 신한은행은 기업여신 심사 프로세스를 자동화·간소화하며 기업 여신 관련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특화채널 '비즈(Biz)프라임센터' 점포를 8월 중 추가로 신설해 건실한 중소기업 대상의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며, 하나은행은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기업대출은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속도 조절성 지침을 내리고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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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거리는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두산그룹 밥캣-로보틱스 합병에 '밸류킬' 논란 확산

삐걱거리는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두산그룹 밥캣-로보틱스 합병에 '밸류킬'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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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 합병 논란에 '밸류킬' 지적까지, 시작부터 난관 봉착한 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 계획
합병으로 밥캣 지분 가져가는 두산그룹, "소액주주 피해 등에 업고 지배주주 이익 극대화한 것"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실효성에 의구심 ↑, "정부 차원의 정책 재정비 필요해"
bobcat doosanrobotics FE 20240723

사업구조 개편 차원에서 두산밥캣(밥캣)과 두산로보틱스(로보틱스) 간 합병을 추진 중인 두산그룹이 시장의 비판에 직면했다. 밥캣은 저평가되고 로보틱스는 고평가된 탓에 양사의 주식 교환 비율이 불합리하게 책정됐단 것이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두산그룹의 행태가 정부 차원의 밸류업 기조와 배치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두산그룹 밥캣-로보틱스 49:51 합병 추진, 시장선 '헐값 합병' 비판

22일 밥캣의 외국인 기관투자자 션 브라운(Sean Brown) 테톤캐피탈 이사는 Two IFC 3층 더포룸에서 열린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 세미나에서 "합병 비율의 비대칭으로 밥캣 주주들의 지분이 상당히 희석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은 날강도 짓"이라며 "현저하게 불공정한 합병 비율로 인해 보유하고 있던 밥캣 지분이 휴지 조각이 됐다"고 거듭 날 선 지적을 쏟아냈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밥캣을 로보틱스에 넘기고 내년 상반기 밥캣과 로보틱스를 합병하겠다고 밝혔다. 로보틱스가 밥캣을 100% 자회사로 품고 밥캣은 상장폐지하는 방식이다.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밸류업을 단행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두산그룹 측의 설명이지만, 시장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밥캣의 저평가 및 로보틱스의 고평가 상황을 악용해 '헐값 합병'을 진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두산그룹 측이 내놓은 밥캣과 로보틱스 간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산정돼 49:51로 결정됐다. 그러나 실제 기업가치를 산출하면 실질적인 합병 비율은 다소 달라진다. 브라운 이사가 추산한 밥캣의 적정 가치는 약 15조원이다. 밥캣의 지난 12개월 영업이익 1조4,000억원에 10배수를 적용하고 여기에 순현금을 더한 값이다. 적정 배수를 10배로 정한 건 일본 구보타, 미국 캐터필러 등 경쟁사들이 시장에서 10.5배에 거래되고 있단 점을 고려한 것이다.

로보틱스의 적정 가치는 약 7,000억원으로 평가했다. 경쟁사가 받는 매출액 배수 5배에 할증을 붙이고 순현금을 더해도 로보틱스의 적정 시총은 7,000억원을 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브라운 이사가 산출한 각 기업의 가치를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은 96:4가 된다.

저평가된 밥캣과 고평가된 로보틱스, 소액주주 피해 커질 듯

합병 방식 자체에도 논란이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밥캣 지분(46%)을 보유한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일시적 비상장사가 된 투자회사를 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건 꼼수라는 지적이다. 결국 비상장사와 상장사 간 합병으로 진행되는 탓에 밥캣 소액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논란의 골자다.

로보틱스 대비 밥캣의 실적이 견조하단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지난 로보틱스는 지난 2015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적자 행진을 이어왔으며, 올해 1분기 역시 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반면 밥캣은 북미 소형건설기계 강자로서 2022년 1조716억원, 지난해 1조3,899억원 등 2년 연속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

결과적으로 밥캣 주주들은 안정적인 실적을 내던 기업의 주주에서 적자 회사의 주주로 신분이 강제 변경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입장에서도 알짜 자회사 하나를 잃게 됐다. 소액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그만큼 침해됐단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거버넌스포럼은 "(이번 합병으로) 밥캣 주주들은 로봇 테마주 주주가 되거나 현금 청산을 해야 하는 양자 선택을 강요받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사실상 소액주주의 피해를 등에 업고 두산그룹 지배주주만 이익을 얻겠단 것"이라는 힐난이 나오기도 한다. 이번 개편으로 실질적인 이익을 얻는 건 손쉽게 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얻어갈 수 있는 두산그룹 지배주주들 아니냐는 시선에서다. 한국거버넌스포럼도 두산그룹이 로보틱스의 고평가를 이용해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했다고 보고 있다.

포럼에 따르면 밥캣이 로보틱스의 100% 자회사가 된 직후 두산그룹의 로보틱스 지분은 42%가 된다. 두산그룹이 밥캣에 대해서도 42%가량 간접 지배하는 셈이다. 다만 이는 로보틱스 시총을 5조원으로 계산한 경우다. 지난해 로보틱스 상장 당시 공모가 1조6,000억원을 기준으로 재계산하면, 주식 교환 후 두산그룹의 지분은 18.7%에 그친다. 로보틱스의 고평가와 밥캣의 저평가가 맞물려 두산그룹이 이익을 챙겨 갔다는 의미다.

DOOSAN VALUE UP FE 20240723

두산그룹 사업구조 재편, 정부 '밸류업' 기조에 찬물 끼얹나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이 정부가 역점 과제로 적극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두산그룹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인 소액주주 보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가순자산비율이 1 미만인 저평가(디스카운트)된 주식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박스권'에 갇힌 한국 증시를 정상화하기 위한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소액주주 보호 정책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지난 2022년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상장(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소액주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공시 및 상장 심사를 강화하는가 하면, 주식매수청구권 도입하는 내용의 대책도 발표했다. 지난해엔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정한 후 배당액을 확정하는 '깜깜이' 배당 절차를 개선하기도 했다. 올해 발표한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에도 배당 상향,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강화안 등이 중심적으로 담겨 있었다.

그러나 밥캣-로보틱스 합병 절차로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저평가 상태에서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하는 방식으로 저PBR(주당순자산가치) 종목이 비자발적 퇴출당하는, 소위 '밸류킬' 사태가 직접 가시화한 셈이기 때문이다. 밸류킬이 시장에 만연해질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긴커녕 오히려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차원의 정책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시장을 중심으로 쏟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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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부동산 PF 손실 처리된 줄 알았더니, 금감원 실태조사에 추가 부실 속속 드러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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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금융당국, 부동산 PF 추가 부실 우려에 주요 증권사들 현장 조사 진행
1분기에 쌓은 충당금으로 모자라 2분기에도 추가 충당금 쌓아야 할 것 전망
손실 예상 규모도 지난해 대비 증가, 한신평은 기본 시나리오에서도 4조8천억 전망
부동산 경기 악화 및 관련 정책 실패 시 손실분 최대 7조원 넘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PF localbank reserve FE 20240712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발 증권사들 손실 규모가 1분기 충당금을 통해 대부분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금감원이 실태조사에 나서면서 추가 부실이 드러날 상황에 직면했다. 일부 대형 증권사들 중에는 2분기 실적에서 '어닝 쇼크'가 예상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번 금감원의 현장 조사가 부동산 PF에 대한 추가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안정적인 충당금 확보로 시장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증권사들, 금감원이 통과 기준 높게 산정한 탓에 충당금 추가 산정 필요해졌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금융감독원은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부동산 PF를 집중적으로 해온 국내 증권사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PF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에 따라 증권사가 사업장 옥석 가리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에 나선 것이다. 그간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 1분기에 부동산 PF 관련 자산을 대규모 상각 처리한 데다, 금감원의 사업성 평가 기준에 맞게 충당금을 배정했다고 강조해 왔으나, 금감원의 이번 현장조사에서 추가 부실이 다수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금융사들은 PF 사업장의 사업성을 3단계(양호-보통-악화 우려)로 구분해 평가했지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모범규준을 대폭 수정한 뒤로는 사업성 평가도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로 강화됐다. 과거에는 ‘악화 우려’ 사업장만 부실로 분류됐는데, 이제는 ‘부실 우려’와 ‘유의’가 부실에 속한다. 이같이 통과 기준이 세분화 되면서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에 대해 지정한 대손충당금의 규모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부동산 PF에 집중했던 중소형 증권사들은 앞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충당금으로 인한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에서는 SK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대주주가 매각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 다올투자증권도 2분기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반면 대형 증권사들은 작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한 덕분에 2분기부터는 부동산 PF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PF 손실이 제한된 가운데 기업금융(IB) 실적이 개선되면서 2분기 지배순이익이 1,835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국신용평가는 NH투자증권의 브릿지론 비중이 전체 부동산금융 중 9.4%에 불과해 PF 관련 위험이 낮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도 부동산 PF 신용공여를 올 초 대비 절반으로 줄이면서 PF 자산 정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 초 미래에셋증권이 밝힌 바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부동산 PF 신용공여(매입보장, 매입확약) 규모는 4,575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9,639억원에 비해 52.5% 축소된 것이다. 이에 KB증권은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의 2분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2분기 대비 24.1% 증가한 1조180억원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충당금 적립 이슈 부상, 2분기 실적 추정치 크게 하회할 가능성 높아져

그러나 충당금 적립 이슈가 급부상하면서 2분기 실적이 추정치를 크게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1분기 대손충당금이 1조380억원으로 집계돼 있다. 지난해 6월 4,000억원의 유상증자까지 진행하며 자기자본 8조원 시대를 열었으나, 지난 분기 대손충당금으로 자기자본의 13%를 손실 처리했던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국금융지주의 1분기 사업보고서가 발표됐을 당시 한국투자증권이 공격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책정해 향후 부동산 PF로 인한 우려에 선을 그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강화된 규정 탓에 2분기에도 충당금을 책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실 규모에 대한 우려마저 커진 상태다.

일부 증권사들은 금리가 떨어질 경우 일부 부동산 PF가 살아날 것을 기대하고 '보통' 단계에 배정했던 사업장을 금감원의 지적을 받고 4단계 중 '유의' 단계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유의' 단계도 부실에 속하는 만큼, 충당금 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이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관련 리스크를 점검했던 것도 깐깐한 평가를 강조하는 현장조사가 진행된 이유 중 하나다. 한은은 브릿지론과 본PF 대출 모두 질적으로 다소 저하됐다고 보고 사업성 평가에 유의할 것을 지적한 바 있다. 특히 브릿지론에 대해선 부동산 PF 관련 신용경계감이 확산하면서 본PF 대출로 전환되지 못하고 만기 연장이 늘어나며 대출기간이 장기화되고 대출금리도 높아지고 있어 '유의' 혹은 '부실 우려'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본PF 대출의 경우에도 시공사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고 미분양 리스크도 있어 입지 여건 등이 불리한 사업장의 미분양 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PF Construction company collapse 20240625

한은, 증권사에 유동성 리스크 확대될 가능성 높다 지적

한은은 6월 보고서에서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으로 단기금융시장 전반에 유동성 경색이 나타날 경우 증권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상황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최근 들어 해외 자산 투자 손실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일부 금융기관의 유동성 우려가 시장 전체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사건이 나타날 경우 증권사들의 연쇄 유동성 리스크로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PF 채무보증을 보유한 증권사들이 대체로 현금 등 유동성 자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증권사의 PF 채무보증 현실화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부동산시장의 부진이 지속되고 건설원가 상승 등으로 PF사업성이 저하되면서 부실 위험이 다소 증대된 상황지만 그동안 충당금 적립 확대, 자본확충 등으로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력이 제고된 점을 고려할 때 PF사업장의 잠재리스크가 현실화돼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즉 충당금을 많이 쌓아놓도록 감독 절차를 통해 시스템 리스크 우려를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부동산 PF 사업장 중 부실 위험이 높은 사업장에 물린 금액을 전체 브릿지론의 46%인 4조8,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사업성이 좋지 않은 브릿지론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중후순위 대출일 경우 손실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 15일 발표된 '금융업권 부동산 PF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캐피탈, 저축은행 대비 양적 부담은 낮은 편이나, 질적 구성은 열위하다"며 "특히 중소형사의 경우 서울‧수도권 선순위 익스포저 비중이 13%로 낮은 반면, 지방‧중후순위 비중은 33%로 높아 위험도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정부의 부동산 구제 정책 성과가 미진할 경우 브릿지론 부도율이 예상치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브릿지론 부도율이 최대 80%에 이른다고 가정할 경우 대형증권사는 4조2,000억원, 중소형사는 3조3,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시장 전체가 감당해야 하는 손실은 7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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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원대 횡령·내부통제 부실로 경남은행 중징계 전망, 잇단 제재에 소비자 신뢰도 하락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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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행 대규모 횡령 사고 발생, 업계서도 "중징계 피하긴 어려울 것"
내부통제 부실 등 경남은행 책임론 확산, "임직원·은행장 등도 제재받을 수 있어"
노사관계에까지 리스크 확대되기도, 성과급 환수 조치에 노조 측 반발 극심
FSS BNK embezzle FE 20240722

금융감독원이 3,0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경남은행에 중징계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내부통제 부실 및 늑장 보고 등 책임을 물어 고위 경영진까지 포함한 임원급에 인적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단 것이다. 이에 따라 경남은행에 대한 신뢰도 하락 역시 불가피해졌다. 이미 금융사고 등으로 제재를 받은 전례가 적지 않은 탓이다.

금감원, 23일 제재심서 경남은행 징계 논의

22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오는 23일 열리는 제재심에서 경남은행 횡령 안건을 올린다. 이날 제재심에선 경남은행에서 벌어진 횡령 사고에 대한 징계 수준이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8월 경남은행에선 3,000억원에 달하는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 중 가장 큰 규모다.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서 직원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경남은행이 자체 감사에서 파악한 횡령 규모는 78억원이었으나, 금감원과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 횡령 규모는 3,098억원으로 확대됐다.

금감원은 이번 횡령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은행의 내부통제 실패로 봤다. ▲장기 근무자에 대한 순환인사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 ▲고위험 업무에 대한 직무 분리를 실시하지 않은 것 ▲거액 입출금 등 중요 사항을 미흡하게 점검한 것 등에서 경남은행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권에선 경남은행이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사에 대한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와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으로 나뉘는데, 중징계로 분류되는 건 기관경고부터다.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사는 이후 12년 동안 금융 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횡령 사고와 관련된 임직원 및 은행장도 무더기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감원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에 대해 단호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남은행이 속한 BNK금융지주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주 차원에서 이행해야 할 자회사 내부통제 관리를 부실하게 운영한 것이 드러난 탓이다. 실제 BNK금융은 지난 2014년 이후 고위험 업무로 분류되는 PF 대출 관련 내부통제 점검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 전례 다수 있는 경남은행, 이번에도 중징계받나

이번 사태로 중징계가 확정되면 경남은행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사고 등으로 인해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전례가 이미 많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 12월만 해도 경남은행은 기관경고와 과태료 1억1,000만원 부과 등 제재 조치를 받았다. 직원의 불법 차명 거래 등이 원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경남은행 전 지점장 A씨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장모 명의의 차명 계좌를 이용해 193차례 주식 거래를 해왔으며, 매매 내용을 통지하지도 않았다. 금융투자판매업 직무를 겸하는 은행 직원은 주식 등을 매매하는 경우 본인 명의로 하고 매매 내용도 분기별로 보고해야 하는데, 이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같은 시기 경남은행의 금융거래 실명 확인 의무 위반 사례도 적발됐다. 앞서 경남은행은 일반 투자자 195명을 대상으로 사모펀드 207건, 총 370억원 규모를 판매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계좌 개설 당시 명의인이 내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위임 서류나 실명 확인 증표도 없이 명의인이 직접 내점한 것처럼 계좌를 개설했다는 점이다. 경남은행은 금융투자 상품의 위험성 등에 대한 설명을 일반 투자자가 이해했음을 서명·녹취 등의 방법으로 확인받지 않았으며, 관련 설명서조차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불완전 판매를 한 셈이다.

지난해 6월엔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절차 미준수를 이유로 과태료 4,000만원의 제재 조치를 받은 바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경남은행은 지난 2018년 7월 27일 이사 1명이 불참해 이사회 재적이사 전원의 찬성을 득하지 않은 채 최대 주주의 특수관계인 BNK캐피탈에 대한 기준 금액 이상의 신용공여(대출금액 1,500억원)를 의결했다. 현행 은행법과 은행법 시행령은 "은행이 그의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에 대해 자기 자본의 1만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 또는 50억원 중 적은 금액(이하 기준 금액) 이상의 신용공여를 하는 경우 미리 이사회 재적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BNK bonus union FE 20240722

성과급 환수에 노사관계도 악화 수순

이런 가운데 경남은행 내 노사관계가 악화하고 있단 점도 부담을 키우는 요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일 경남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직원들에게 지급된 성과급 중 일부 항목(이익배분제·조직성과급·IB조직성과급)을 환수하기로 의결했다. 횡령액 반영에 따른 재무제표 수정으로 순손실액 435억원이 발생하는 등 수치가 변한 만큼 민법상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판단해 성과급 환수를 결정했다는 게 이사회 측의 설명이다. 결국 3,000억원대 횡령 사태로 실적이 마이너스(-) 전환함에 따라 성과급을 환수하겠단 것이다.

노동조합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와 합의 없이 성과급을 환수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경남은행지부는 '경남은행 직원 성과급 환수 조치에 대한 노동조합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일반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 환수는 은행장 이하 경영진이 해야 할 최선의 업무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가장 우선인 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 책임 있는 자에 대한 징계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조는 성과급 환수의 정당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노조 측은 "은행은 일반 직원의 급여성 성과급 중 일부마저도 당기순이익 변동에 따라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하지만 막상 주주 배당에 따른 부당이득 여부는 설명조차 없다"며 "포괄적 주식 교환의 방식으로 BNK금융그룹은 경남은행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해 운영하는 만큼 지주사의 책임 있는 해명도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 직원의 급여 중 일부인 성과급은 부당이득이고 BNK금융그룹의 배당금은 부당이득이 아닌 이유를 먼저 설명하라"고 일갈했다.

이에 경남은행 측은 "법률 검토 결과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고 직원이나 노동조합에도 해당 내용을 설명한 상태"라며 "성과급 환급 대상자는 경남은행 전 직원이며, (성과급 환수는) 법률적으로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성과급 환수는 법률 검토 결과에 따라 정당하게 이뤄지는 절차라고 강력히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노조 측은 경남은행 측 주장과 관계없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발도 점차 거세질 전망이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소송 참여 의사를 물은 뒤 법무법인을 선임해 본격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상태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노조 관계자는 "결산이 완료된 재무제표를 수정해 그 결과에 따라 직원들의 임금 및 성과급을 반환한 전례는 없다"며 "상급단체와 연대해 경영진의 성과만능주의가 유발한 내부통제의 실패와 금융사고의 책임을 일반 직원에게 전가하는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경남은행을 둘러싼 내부통제 부실 리스크가 노사관계에까지 전염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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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밸류업 정책의 빗나간 방향성, 껍데기만 고칠 게 아니라 기업 오너들의 사고방식부터 고쳐야

[기자수첩] 밸류업 정책의 빗나간 방향성, 껍데기만 고칠 게 아니라 기업 오너들의 사고방식부터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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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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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정책, 세부안 연이어 나오지만 대기업들 기업지배구조 개선책은 미봉책에 불과
소액 주주들을 투자자로 보지 않고 단순 자금 지원 채널로만 보는 오너들 자세부터 고쳐야
전문가들 "시장 신뢰 어긴 대주주에 대한 법적 제재 강화돼야 밸류업 성공할 수 있을 것"
value_up_fe_20240531_002

올해 초부터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공매도 금지, 공시 강화, 은행들의 횡령 사건 적발, 금투세 폐지 등등은 큰 틀에서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고 증시를 부양시키기 위한 각종 제도적 지원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감은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주식 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기업 오너들의 '합법적 약탈' 때문

지난 2월 주요 대기업들의 팔목을 비틀어 내놨던 각종 주주 환원 정책들은 대부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와 같은, 그간 기업들이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종종 내걸었던 IR(기업설명회) 활동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주가 역시 한때 일시적으로 반등하기는 했지만 3월 주주총회를 거친 후 대부분 제자리로 돌아갔다. 현재 국내에서 주가가 오르는 주식들은 여전히 '테마주'에 속한 주식들뿐이다. 금융당국은 답답했는지 19일 한국거래소에 '거래소시장 구조 재편'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할 것을 주문했다. 일본, 영국 등의 사례를 참고해 거래소 시장의 코스피-코스닥-코덱스 시장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으나, 시장 관계자들은 또 다른 세금 낭비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 밸류업 정책이 기대만큼 먹혀들지 않은 것은 금융당국의 제안 대부분이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주식 시장의 가장 고질적 문제는 기업지배구조다. 지난달 한국거래소는 오는 2025년부터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밸류업 계획 항목을 신설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시장은 기업 오너들의 '합법적 약탈'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SK그룹과 두산그룹이 대표적 예다. 최근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SK와 두산은 그룹 내 기업 간 합병절차를 밟고 있다. SK의 경우 전기차 빙하기로 심각한 자금난에 빠진 SK온을 살리기 위해 중간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SK E&S로 1기업 2체제 방식으로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합병 비율이 SK E&S에 불리하다는 시장 평가가 확산하면서 SK E&S에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투자를 진행했던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어떤 수준의 보상이 주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말들이 많다. 두산그룹도 밥캣과 로보틱스가 합병하면 지배주주만 이득을 보고 소액 주주들은 피해만 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주주, 특히 오너 일가가 이렇듯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기업 가치를 정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주식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발표에 대한 신뢰도는 굉장히 낮다. 이에 야당은 지난 18일 '두산밥캣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대주주 합병 비율을 개편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대주주들이 국내법의 제한 범위 안에서 대주주들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정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이를 두고 종목 토론방에서는 그 어떤 밸류업 정책보다 대주주 전횡을 막는 법안이 훨씬 더 강력한 주가 부양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평들이 나오기도 했다.

기업 상장은 자금 조달일까? 자금 수탈일까?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은 국내 주요 기업 오너들이 가진 주식 시장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기업을 비상장 상태로 유지하는 장점은 그대로 취하려 하면서도, 정작 투자자들의 의사가 기업 경영에 영향을 주는 것에 대해선 독재자처럼 차단하는 것을 당연시 여긴단 것이다.

관계자들은 이같은 인식의 시작이 1972년 박정희 정권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1970년대 들어 실물 경제 위축, 수출 둔화로 기업들이 고금리의 사채를 끌어 쓰다 무너지는 상황에 이르자, '8.3 사채동결조치'라는 긴급조치를 통해 사채업자들의 돈을 사실상 강탈해 기업 활동을 지원했다. 박정희 정권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기업들에게 기업공개 강요와 더불어 철강, 비철금속, 조선, 기계, 전자, 화학 등 6개 전략 업종에 강제로 계열사를 세우도록 압박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중화학 공업 육성 및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한 기업의 자금 확보 통로 구축을 목표로 한 전략이었으나, 관치 금융의 압박에 맞춰줄 수밖에 없었던 기업들은 자본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순환출자, 교차출자 등을 통한 가공자본을 만들었고, '쪼개기 상장'으로 대변되는 모-자회사 중복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를 공고화하는 임시방편을 선택했다. 지금까지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각종 기업지배구조 문제가 지난 1970년대 압축 성장을 위해 선택했던 임시방편들의 결과물인 셈이다.

결국 같은 문제가 기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를 낮추고, 그 어떤 밸류업 정책을 써도 시장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경영 실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경영권에 대한 공격이 차단된 순환출자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유상증자 등의 자본시장 의사 결정이 자금 조달이라는 원래의 목적과 달리 주주들에게 '우리가 안 망하도록 돈을 바쳐라'는 식의 '자금 수탈'로 비춰지게 됐다는 것이다.

valueup governance FE 20240626

환부를 도려내는 밸류업 정책 나와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가능

앞서 지난 2008년 1월, 막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은 대한통운 인수전에 대우건설을 참여시키지 않겠다는 시장과의 약속을 어기며 맹비난을 받은 바 있다. 대한통운 인수 전에 자금 부족을 고민하다 결국 대우건설이 지분 24.98%를 인수하는 것으로 인수 전략을 변경했던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기업의 상징과도 같았던 서울역 앞 대형 오피스 건물을 매각했고, 이후로도 여러 차례 자산 매각을 집행해야 했다.

당시 대우건설 직원들은 이미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평이 나왔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인수에도 불만이 가득한 상태였는데, 연이어 회사의 자부심까지 팔려나가자 사기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대우건설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함께, 시장에서도 박삼구 회장을 믿고 대우건설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이 사라졌고, 대우건설 주가 부양을 담보로 걸었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서 발생한 막대한 차입금 부담에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4년 계열 분리를 진행하게 된다. 이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모두 새로운 주인을 찾아갔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사실상 몰락했다.

금융 시장 전문가들은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한통운 인수를 포기했었더라도 대우건설 경영권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저버리면서까지 무리한 인수를 진행한 것이 기업 몰락의 결정타였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최근 나오는 밸류업 정책도 당시 시장의 냉혹한 평가와 같은 관점에서 정책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진단도 함께 내놓는다.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은 주요 대기업 수장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의 일시적인 부양책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최근 진행된 SK그룹과 두산그룹의 자회사 간 합병이 당장은 위험에 빠진 자회사를 살리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두 대기업 집단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사라지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 보고 있다. 시장 기대치를 크게 뛰어넘는 수익성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주가를 오랫동안 짓누르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대주주들이 처벌조차도 받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식을 수밖에 없지 않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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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 생산성 저해 우려" 금융당국, 비트코인 현물 ETF 반대 입장 견지

"실물경제 생산성 저해 우려" 금융당국, 비트코인 현물 ETF 반대 입장 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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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민주당, 공약 이행 위해 '비트코인 현물 ETF' 논의 촉구
금융당국, 금융 시장 안정성 저해 및 투자자 피해 우려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에 금융사 건전성 악화 가능성도
bitcoin ETF 002 FE 20240719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가상자산이 기성 금융에 빠르게 파고들고 있어 업권법 준비가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변동성이 심한 가상자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제도권 편입 시 금융시장 안정성이 저해되는 부작용이 수반될 수 있는 만큼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당국 역시 법률상 근거 부재와 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며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민주당, 비트코인 현물 ETF 제도화에 속도

19일 정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승인을 위해 금융당국에 관련 논의를 촉구하고 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지난 4월 총선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의 발행과 상장, 거래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를 포함, 총 300석 가운데 175석을 차지하는 등 압승을 거두며 당시 제시한 공약들도 대부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 스위스, 미국, 영국, 홍콩 등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시장에도 ETF가 승인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승인한 데 이어 홍콩에서도 지난 4월부터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에 공식적으로 가상자산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가상자산과’가 신설된 점도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가상자산과는 19일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에 따라 마련한 것이다. 해당 부서의 주된 임무는 가상자산 관련 불공정 거래는 물론 거래소와 같은 사업자들의 이상 징후를 상시 감시하는 것이지만 가상자산과 관련한 전반적인 업무도 함께 다룰 것으로 예상돼 현물 ETF를 포함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권해석에 따라 가상자산이 ETF 기초자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서는 기초자산에 대해 △금융투자상품 △통화(외국 통화 포함) △일반상품(농산물·축산물·수산물·임산물·광산물·에너지 등) △신용위험 △그밖에 자연적·환경적·경제적 현상 등에 속하는 위험으로서 합리적이고 적정한 방법에 의해 가격·이자율·지표·단위의 산출이나 평가가 가능한 것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중 금융투자상품에 가상자산을 포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별도의 법안 개정 없이도 현물 ETF를 승인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bitcoin ETF 001 FE 20240719

금융위, '금융 시장 불안정' 부작용 우려

다만 금융당국은 이미 비트코인 현물 ETF가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상태다. 또한 당국은 여전히 가상자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최근 금융위가 민병덕 의원에게 제출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영향 분석' 자료에서 금융위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부정적 영향으로 △금융 시장 안정성 저해 △실물경제 생산성 저해 △투자자 피해 등을 꼽았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면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에 참여하거나 투자한 금융사에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일어날 수 있으며, 개인 투자자들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잃어 패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물경제 생산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거래될 경우 증권사 계좌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데, 이로 인해 주식‧회사채 등에 예치됐던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쉽게 이동하고 실물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의 자금조달이 위축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이 비생산 부문으로의 저축에 그칠 수 있다는 의미로, 기성 시장의 기능은 단순히 투자 수요를 만족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유가증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연구개발(R&D) 등에 활용해 고용·성장 등 실물경제에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한 논리다.

금융위는 비트코인 거래 증가로 국경 간 자본 이동 관리에 난관이 생기거나 정부의 외환시장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또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 시 가상자산을 ‘정부가 인정한 안전한 상품’이라고 오인하게 해 투자자 피해를 촉발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가상자산의 내재 가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제도권으로 포섭하는 것은 자칫 시장 참여자에게 검증된 자산이란 인식을 심어줘 각종 리스크에 노출 시킬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반면 긍정적 영향으로는 비트코인 거래 절차 간편화와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금융사 수수료 수익 증대 등을 꼽는 데 그쳤다. 부작용 측면에서 국가 단위의 거시적 영향을 거론한 것과 비교하면 긍정적 영향은 개인이나 일부 기업 단위의 미시적 범위에 그치는 모습이다. 그간 금융위는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불가하다는 방침을 강조하며 법률상 근거 부재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증권 상품의 토대가 될 수 있는 ‘기초자산’에 가상자산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예측하고 거래 금지에 힘을 실어 왔다는 주장에 무게추가 쏠린다. 해당 사안은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만큼 금융당국 입장에선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는 22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지난 5일 "비트코인 현물 ETF는 짚어봐야 할 부분이 많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피력한 상태다.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 S&P500의 5배

가상자산업계는 금융위의 견해에 날 선 반응을 보이며 반박했다. 금융 시장 안정성 저해 관련 분석이나 비트코인이 전체 금융 시장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 등이 모두 지나치게 비약적이라는 것이다. 한 가상자산 리서치기업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 전체 규모에 비해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칠 영향력은 미미하다”며 “비트코인 폭락에 따른 뱅크런 우려는 삼성전자 같은 대형 주식이 하락했을 때 전체 자본시장에 패닉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와 같다”고 말했다.

민 의원도 “비트코인의 현물 ETF가 도입된다면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보다 다양한 투자 옵션을 갖게 돼 투자 환경의 개선 및 국내 자본시장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해 찬성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민 의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 인가 문제를 포함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을 위해 전문가들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민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후에도 당국의 유권해석 답변이 부족할 경우 자본시장법 개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상자산 연계 상품을 도입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가상자산 채굴이나 발행으로 만드는 경제적 편익이 불분명하거나 크지 않기 때문에 AI(인공지능)나 로봇, 대체에너지 등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에 비해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뤄질 수 있어서다.

월가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두고 ‘독이 든 성배’라는 평도 나온다. 원래 비트코인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기존 금융기관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발판 삼아 탄생한 ‘대안 화폐·자산’의 성격이 짙었다. 그런데 올해 초 비트코인이 펀드라는 전통적 금융 상품의 투자 대상이 되자 비트코인을 탈중앙화된 화폐 체계로 만들겠다던 목표가 무너진 것이란 비판이 커졌다. 더욱이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으로서의 기능도 기대하기 어렵다. 개당 가격이 비싸고 가격 변동 폭이 크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약 5배, 코스피의 약 4.5배로 위험성이 상당히 크다. 실제로 지난달 초 1억200만원을 돌파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비트코인 가격은 19일 오후 3시 기준 9,003만원에 거래 중이다. 이는 예금의 변동성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해 은행의 유동성 관리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 샘 뱅크먼 프리드(Sam Bankman-Fried)가 창업한 전 세계 3위권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지난해 파산하면서 가상자산 산업을 적극 지원했던 실버게이트 은행도 함께 문을 닫은 것이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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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속도 내는 SK이노베이션·SK E&S, 변수는 'RCPS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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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본격화, 합병 비율 1:1.19 수준
SK E&S 기업가치 곤두박질, RCPS 투자자 KKR 움직임은?
양사 경영진은 "KKR과 기존 투자 관계 유지하겠다"
sk innovation e&s 20240719

SK그룹의 양대 에너지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을 단행한다. 양 사의 합병 비율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1 대 1.19 수준에서 책정된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SK E&S의 RCPS(상환전환우선주) 투자자인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움직임에 집중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안건 의결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 17일 서울 서린동 SK서린빌딩에서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통합법인은 다음 달 27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오는 11월 1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양 사 합병 비율은 SK이노베이션 1 대 SK E&S 1.1917417로 산출됐다.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은 합병 신주를 발행해 SK E&S 지분을 사실상 100% 보유한 SK㈜에 4,976만9,267주를 교부한다. SK이노베이션 최대주주인 SK㈜의 지분율은 기존 36.22%에서 합병 후 55.9%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사는 이날 공시를 통해 합병 목적에 대해 "양 사 에너지 사업과 인적·물적 역량 통합을 통해 현재와 미래 에너지 산업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구축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 구조 구축과 미래 에너지 사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해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 SK온이 진행해 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열관리 시스템 등의 사업을 SK E&S의 △분산전원 △수소 △에너지 솔루션 사업 등과 결합, 신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양 사의 합병은 에너지 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혁신”이라면서 “이번 합병을 통해 현재부터 미래까지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토탈 에너지&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양 사 모두 기존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래 에너지 핵심 사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바탕으로 기존 4대 핵심 사업 중심 그린 포트폴리오를 고도화, 미래 에너지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자금 유출 걱정이네" KKR의 상환권 행사 가능성

양 사의 합병 작업에 속도가 붙은 가운데, 업계는 SK E&S의 RCPS 투자자인 KKR의 '선택'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SK E&S는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RCPS를 발행, KKR로부터 총 3조1,35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RCPS는 만기 시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을 포함한 개념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양 사가 1 대 2 수준의 합병 비율 설정 등을 통해 KKR 측에 유리한 조건을 부여, 보통주 전환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은 1 대 1.19로 결정됐다.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를 설득하기 위해 시장 예상보다 SK E&S의 가치를 저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17일 합병 공시를 통해 "합병 완료 전까지 RCPS를 SK E&S의 발행 주식에서 소멸시킬 예정이며, 합병 비율 역시 RCPS의 소멸을 전제로 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전환가액 하락에 불만을 가진 KKR이 상환 청구에 나서며 SK E&S에서 대규모 현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실제 KKR이 SK E&S RCPS에 투자할 당시 13조6,000억원 수준이었던 SK E&S 기업가치는 이번 합병 과정에서 6조2,000억원까지 고꾸라졌다. 만약 KKR이 합병 기일 전 상환권을 행사할 경우, SK E&S는 연내로 약 3조9,000억원 내외의 상환 의무를 짊어져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kkr sk e&s 20240719

합병에 대한 시장 전망

이에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이 SK E&S 산하의 도시가스 자회사를 KKR에 현물 상환하는 방식으로 RCPS 소멸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SK E&S가 발행한 RCPS의 기초자산은 강원도시가스, 영남에너지서비스, 코원에너지서비스, 전북에너지서비스, 전남도시가스, 충청도시가스, 부산도시가스 등 SK E&S가 지분 100%를 보유한 도시가스사업 관련 자회사 7곳이다. SK E&S는 현금 또는 해당 기초자산으로 RCPS를 상환할 수 있다.

KKR 입장에서도 이 같은 상환 방식은 득이 될 수 있다. SK E&S는 도시가스 시장 점유율이 22.7%에 달하는 1위 사업자로, 지난해 도시가스사업으로 5조1,89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 평가기관인 한영회계법인이 산출한 7개 도시가스 회사의 장부상 가치는 1조4,600억원 수준이고, 현금흐름할인법으로 추산한 지분가치는 3조6,457억원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애초 KKR은 단기 차익보다는 안정적인 도시가스 사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SK E&S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KKR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현금으로 상환받는 대신 SK E&S의 수익성을 책임지는 '알짜 사업'을 넘겨받는 게 오히려 이득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SK E&S는 이런 의혹을 일축하는 모습이다. 18일 진행된 양 사 경영진의 합병 관련 간담회에서 추형욱 SK E&S 사장은 "(KKR과의 투자 관계는)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건기 SK E&S 재무본부장도 "기존 발행 취지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KKR과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협의 중"이라며 "(RCPS는) 합병 법인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이 직접 나서 KKR과 투자 관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SK E&S가 KKR과 협의해 RCPS를 소멸시킨 뒤, 합병 법인 출범 이후 RCPS를 재발행해 기존과 동일한 조건으로 투자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 이 경우 기존에 SK E&S가 온전히 책임지던 RCPS의 재무적 부담이 SK이노베이션에 전가된다.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합병에 대한 불만이 한층 가중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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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로 내린 주담대 금리, ‘2금융권 한도 역전·소상공인 폐업’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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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허점 파고든 시중은행, 장기 주담대 상품 줄줄이 출시
2금융권만 주담대 만기 30년 제한, 가계대출 '은행 쏠림' 심화
정부 개입으로 가계대출 잔액 증가, 자영업자 재정 부담 가중
mortgage FE 001 20240718

오는 9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시행되면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은행보다 작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정부가 가계대출 확대를 방조하면서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춘 것에 더해 2금융권만 주담대 만기를 30년으로 제한한 것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함에 따라 서민·소상공인 등의 금리 부담만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DSR 규제로 대출 한도 줄어들자, 40년 만기로 우회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에서는 4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이 30년 만기 상품을 제치고 대세로 자리 잡았다. 만기가 길수록 개인에게 더 큰 금액의 주담대를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의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하는 DSR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선 대출 만기가 길수록 유리하다.

실제로 만기가 길면 소득과 대출금리가 동일하더라도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 대출 한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연봉 1억원을 받는 직장인이 연 3.5% 금리로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스트레스 DSR 1단계' 적용 시 만기 30년 상품은 최대 7억3,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지만, 40년으로 늘리면 8억5,000만원으로 한도가 1억2,000만원 증가한다.

국내 주담대 상품은 2021년까지만 해도 만기가 30년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2022년 지방은행들이 40년 주담대를 새로 선보인 이후부터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4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엔 만기가 50년인 초장기 주담대를 줄줄이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고금리 기조로 인해 개인에게 내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제한적인 상황이 장기화하자 만기를 늘려 최대한 많은 대출을 낼 수 있게 꼼수를 쓴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가계대출 폭증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000억원에 불과하던 50년 만기 주담대 대출액은 같은 해 8월 5조1,000억원으로 반년 만에 무려 50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부터 만기가 50년인 주담대라도 DSR은 40년 기준으로 산정하는 규제를 신설하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이를 두고 당시 금융권에선 정부의 모순적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규제의 빈틈을 찾아 꼼수를 부린 것은 민간 은행들이지만 그 방법을 먼저 알려준 것은 정부였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금융당국은 공기업인 한국주택금융공사(HF)를 통해 정책대출인 ‘보금자리론’의 만기를 기존 30년에서 최대 40년으로 늘렸고, 2022년엔 5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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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주담대 한도 역전, 은행 4.1억원 vs 새마을금고 3.3억원

은행의 탐욕과 체계적이지 못한 DSR 규제가 맞물려 40년 만기 주담대가 대세로 자리 잡은 현실은 농협,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는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면 지역농협과 새마을금고 등 대부분 2금융권의 대출 한도가 은행보다 축소되기 때문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업권에 상관없이 50%로 동일하지만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DSR은 은행 40%, 2금융권 50%로 차등 적용하고 있어 그간 은행 대출만으론 자금이 모자란 차주들은 2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단계가 도입되면 이 같은 차등 규제가 무의미해진다.

예를 들어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DSR 2단계 규제 상한선까지 주담대를 받는다고 치면, 시중은행에서는 4억1,400만원(가산금리 적용해 3.75%)을 받을 수 있는 반면 농협은 3억9,620만원(연 5.57%), 새마을금고는 3억3,500만원(연 6.30%)의 한도가 산정된다. DSR 40%를 적용한 은행의 대출 한도가 50%를 적용한 농협, 새마을금고보다 많게는 8,000만원 가까이 더 나오는 것이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원인은 금리에 있다. 시중은행은 2금융권 대비 조달 금리가 낮은 데다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까지 더해져 주담대 금리가 한때 최저 2%대까지 급속히 떨어졌다. 1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때는 시중은행만 가산금리 0.38%포인트를 적용해 그나마 2금융권 대출 한도가 더 많았지만 2단계부터는 업권과 관계없이 모두 0.75%포인트를 일괄 적용하게 되면서 한도 역전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대출 만기 규제도 한도 역전을 견인한 요소로 지목된다. 현재 2금융권은 2017년 3월부터 시행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주담대 만기가 30년으로 제한돼 있어 40년 만기 상품을 출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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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보다 높아진 중기대출 금리, 관치 금융에 벼랑 끝 몰린 자영업자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관치 금융의 폐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주담대 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는 등 시장 개입을 강화한 탓에 시중은행만 웃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관치 금리로 인한 가계부채 급증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피해까지 초래했다는 데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내준 중소기업대출(중기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연 4.85%였다. 같은 기간 은행권 전체 주담대 평균 금리(연 3.91%)보다 0.9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2022년 5월까지만 해도 중기대출은 주담대보다 평균 금리가 낮았다. 하지만 정부가 가계 이자 부담 완화를 이유로 은행권에 주담대 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2022년 4분기부터 중기대출 평균 금리가 주담대 대비 1%포인트가량 높은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주담대 금리 인하는 가계대출 폭증으로 이어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 주담대 잔액은 올 상반기에만 26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투자가 한창이던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 같은 가계 빚 우려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의 걸림돌로도 작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집중됐다. 금융위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0.5%에서 올해 1분기 말 1.5%로 세 배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이 0.56%에서 0.98%로 0.42%포인트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증가 폭이다.

빚을 갚지 못해 폐업하는 자영업자는 코로나19가 닥쳤을 때보다 더 많아졌다.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는 총 91만1,000명으로 전년(79만8,000명) 대비 무려 11만3,000명 늘었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2020년(82만7,000명)보다 10만 명가량 많은 수치다. 올해엔 폐업 자영업자가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낮은 금리로 인해 가계대출이 폭증하자 금융당국은 이달 들어서야 부랴부랴 은행권에 주담대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나섰지만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금리 인상 폭은 0.1~0.2%포인트로 미미한 수준이다. 심지어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이달 도입하기로 한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시기를 돌연 9월로 미루면서 또다시 빈축을 샀다. 자영업자 금리 부담 완화 등 다른 정책 목표와의 조화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해명했으나, 당초 목표인 가계대출 억제는커녕 막차에 올라타려는 수요를 자극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보름 새 시중은행의 주담대가 3조원 이상 늘어나는 결과만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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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실패 용납 못 해" SK에코플랜트, SK 산하 알짜 자회사 2곳 품고 IPO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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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알짜 자회사 2곳 SK에코플랜트 산하로 편입 예정
IPO 앞두고 흑자전환 시급한 SK에코플랜트, 실적 개선 기대
"상장 실패하면 배당금 폭탄" SK가 상장에 총력 기울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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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SK㈜ 산하 반도체 모듈 유통사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전문회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수익성이 탄탄한 '알짜 자회사'를 재배치해 SK에코플랜트의 실적을 제고, 기업공개(IPO) 움직임에 속도를 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에센코어·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SK에코플랜트 밑으로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와 SK에코플랜트는 오는 18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에센코어를 SK에코플랜트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SK그룹 측은 최근 SK에코플랜트 재무적 투자자(FI)를 포함한 기존 주주들에게 관련 안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센코어는 SK하이닉스로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공급받아 SD카드, USB 등으로 가공·유통하는 회사다.

SK는 이번 사업 재편으로 에센코어와 SK에코플랜트 자회사 SK테스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SK테스는 중고 정보기술(IT) 기기와 데이터센터 서버 등을 정비한 뒤 판매하는 업체로, 에센코어와 고객군이 비슷해 영업망과 물류망을 공유할 수 있다. 에센코어가 판매한 D램 등의 활용 가치가 낮아지면 SK테스가 제품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식이다.

SK에코플랜트는 18일 이사회에서 SK㈜ 산하 산업용 가스 전문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건도 심의할 예정이다. SK머터리얼즈에어플러스는 고순도 산업가스를 생산하는 회사로, 탱크로리를 활용해 산업용 가스를 저장한 뒤 플랜트에 납품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자회사 편입을 통해 SK에코플랜트가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등 각종 빌딩과 공장을 지을 때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가 가스관 설계 및 시공을 맡는 식의 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캐시카우' 발판 삼아 실적 개선 착수

업계는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가 각각 몸값이 1조원대에 달하는 알짜 자회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가 2026년에 계획대로 상장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제고를 통한 흑자 전환이 필수적"이라며 "SK㈜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두 기업이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편입될 경우, 단시일 내에 유의미한 실적 개선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SK에코플랜트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친환경 사업에 뛰어들면서 인수한 폐기물 업체들의 실적이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은 결과다. 지난해 SK에코플랜트가 기록한 순손실은 336억원 수준이며,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1조6,744억원(1분기 말 기준)에 육박한다.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가 자회사로 편입될 경우 이 같은 재정 위기는 대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에센코어는 반도체 호황기였던 2021년 1,1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 존재감을 입증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업황 악화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590억원까지 미끄러졌지만, 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동종업계 기업인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만큼 에센코어의 영업이익 역시 순조롭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역시 SK하이닉스 등 안정적인 그룹 물량과 장기 계약을 통해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이다. 지난해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2,576억원, 영업이익은 27% 늘어난 653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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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 왜 상장 서두르나

SK가 안정적인 흑자를 기록하는 알짜 자회사를 재배치하면서까지 SK에코플랜트의 IPO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뭘까. 지난 2022년 6월 SK에코플랜트는 4,000억원 규모 RCPS(상환전환우선주, 94만주)를 발행했으며, 같은 해 7월 6,000억원 규모 CPS(전환우선주, 133만3,334주)를 발행했다. 이 중 IPO를 6,000억 규모 CPS는 우선주배당률이 0%다. 배당은 배제하고 IPO를 유일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삼은 셈이다.

이에 CPS 투자자들은 발행일로부터 4년 뒤인 2026년 7월까지 IPO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수익 실현을 위한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IPO가 약속한 시기(2026년 7월)까지 이뤄지지 않았을 때 발행사 최대주주인 SK㈜가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CPS 전부를 SK㈜나 SK㈜가 지정한 제3자에게 매도할 수 있는 권리다.

만약 상장에 실패해 SK㈜에 매도청구권 행사 사유가 발생했음에도 SK㈜가 행사 기간 내 매도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CPS 우선배당률은 행사기간 만료일부터 0%에서 5%로 높아지게 된다. 이후에도 매도청구권이 행사되지 않으면 다음 해부터 매년 3%포인트씩 배당률을 높이기로 했다. CPS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시 2026년엔 원금의 5%, 2027년엔 8%, 2028년엔 11%로 배당금이 확대되는 구조다.

같은 기간 발행한 4,000억원의 RCPS 역시 2027년부터 매년 2% 수준의 배당률 스텝업이 예정돼 있다. SK에코플랜트가 2027년 6월까지 상장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민평금리에 1.45% 포인트를 가산한 기존 배당금에 더해 80억원을 추가로 배당해야 한다. 상장 실패로 인해 배당률이 뛰어오를 시 SK 측이 CPS·RCPS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총배당금 규모는 2027년에는 약 880억원, 2028년엔 1,1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 입장에서는 상장에 실패했을 때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큰 상황"이라며 "몸값을 낮추고, 알짜 자회사를 재배치하며 상장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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