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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착륙 기대 키우는 美 시장, 고용 지표 개선 전망
9월 피벗 공식화한 파월 연준 의장, 인하 폭 두고 시장 '갑론을박'
가계부채에 신음하는 韓, 주요국 대비 피벗 지연될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주요 시장 지표로 꼽히는 고용 데이터가 낙관적인 수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에 시장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폭 및 추후 정책 전환 속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美 고용 지표 개선 전망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경제학자들은 비농업 고용자가 전월보다 16만5,000명 늘고, 실업률은 4.2%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부진한 수준에 머물렀던 고용 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7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실업률은 4.3%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농업 고용자 수는 전월 대비 11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7월 고용 지표 악화는 기술주 거품 붕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과 맞물려 지난달 5일 '검은 월요일'로 불리는 글로벌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시장은 오는 6일 발표되는 비농업 고용(NFP) 보고서를 비롯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등 이번 주 중 공개될 경기 관련 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주요 지표 발표 이전부터 경기 상황과 관련한 미국인들의 심리 지표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응답한 유권자의 비중은 34%로 7월(26%) 대비 8%p 뛰었다.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한 응답자는 한 달 새 54%에서 48%로 줄었다. 미국 경제 전망을 평가하는 전통적 심리 지표인 미국 미시간대의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7월 66.4에서 8월 들어 67.9로 반등했다. 시장 전반에서 경기 연착륙 기대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9월 '빅컷' 있을까
경제 지표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잭슨홀 미팅에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때가 도래했다”며 9월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잭슨홀 미팅은 매년 8월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학자 등이 모여 정책을 논의하는 행사로, 통화정책 방향 변화를 알리는 자리로도 활용된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에 매우 가까워졌다”며 “인플레이션이 2%로 안정적으로 복귀할 것이란 확신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관건은 연준의 금리 인하 폭과 차후 정책 전환 속도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데이터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대부분 연준이 9월과 11월 두 차례 회의에서 25bp(1bp=0.01%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12월에는 50bp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전망과 관련해 애널리스트, 투자자 등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는 엇갈리는 추세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서라도 빠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지나치게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 단위로 인하할 경우,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금리 수준을 더 오래 유지하게 된다. 이 경우 투자자들이 달러 표시 자산으로 몰리면서 미국 통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 반면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면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금리를 따라 내리며 피벗(통화 정책 전환) 흐름이 확산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점진적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연준이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할 경우 미국 고용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며 "결국 조만간 발표되는 8월 고용 지표에 따라 시장의 여론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진단했다.
韓 피벗 가능성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피벗 움직임이 속속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비교적 미진한 상황이다. 급증하는 부채와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이 금리 인하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정부와 가계의 부채 합은 최초로 3,0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인 2,401조원의 127%에 달하는 수치다. 감세 기조로 세수가 줄면서 국채 발행이 증가한 가운데,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가계대출이 급증한 결과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 다수는 물가 안정세와 내수 부진에도 불구, 급등하는 집값과 가계 부채를 경계하며 금리 인하를 주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통위는 7월 11일 개최된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회 연속 만장일치 의견으로 3.5%로 동결한 바 있다.
한 금통위원은 “물가 측면에서의 피벗 위험은 상당폭 낮아진 것으로 평가하나, 주택 가격 상승 폭 확대로 인한 금융 안정 측면에서의 피벗 위험은 증가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 상승세, 주택 매매 거래량 증가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잔액 확대 등을 우려한 것이다. 이 위원은 “과거 경험상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규모와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주택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가계부채가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역시 최근 여야 국회의원의 연구 모임 ‘대한민국 전환과 미래 포럼 창립총회’에 강연자로 나서 "여러 구조적 문제 때문에 집값이나 물가가 올라 이번(8월 금융통화위원회)에 금리를 인하하고 싶어도 못했다"며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이에 국내 증권가에서는 한국은행이 10월 금통위 회의에서 재차 금리 동결을 택하고, 11월에 접어들어서야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