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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가치 평가에 EBITDA의 시대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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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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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는 8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의 스타트업 생태계 관련 발표에서 "미래에 대한 성장의 기대를 담은 매출이 아니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에비타(EBITDA,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등이 다시 중요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발언을 내놨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과거 금융권에서 기업 가치 평가의 핵심이었던 영업현금흐름 기반의 계산법 중 하나인 '영업현금흐름배수(EV/EBITDA)'가 시장에서 언급되지 않은 게 몇 년이나 됐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해당 관계자는 국내 초대형 핀테크 스타트업의 기업 인수에 투자금을 대면서 적절한 인수가액 조율에 안간힘을 썼으나, 매각처인 대기업보다 인수처인 스타트업이 영업현금흐름에 대한 관심이 덜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EBITDA 시대의 도래?

전직 IB 출신 한 인력은 한국에 돌아와 최근 들어 주가평가배수(P/E), 영업현금흐름배수(EV/EBITDA)가 전혀 언급되지 않는 금융 시장 상황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을 떠나던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제조기업에는 EV/EBITDA, 금융기업에는 장부가치배수(P/B) 등이 주로 쓰이고, P/E가 영업 종류에 관계없이 통용되는 배수였으나, 2010년대 후반 들어 국내에서 주가 관련 배수에 기반한 가치평가보다는 '미래가치'라는 표현이 자주 언급되는 상황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벤처 업계에서는 최근까지 벤처투자 업계에 자금이 몰린 배경으로 명확한 가치 평가가 어려운, 이른바 '거품'을 만들어 내기 용이한 시장을 꼽았다. 이 때문에 보다 빠른 수익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이어져 왔다는 주장이다.

한편 금융시장이 커지고 대체투자에 불과했던 스타트업 투자가 주요 산업군으로 급부상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거품이 발생함에 따라 시장 건전성과 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인력 전문성 크게 떨어져

한 벤처투자(VC)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VC 업계 인력 중 재무제표를 정상적으로 읽고 EBITDA를 계산할 수 있는 인력도 흔치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채용을 위해 경력직과 신입 가릴 것 없이 수백 명의 인력을 면접해 왔으나, 경력직들은 과거 투자의 투자수익률(IRR) 값만 강조하고, 신입들의 경우 스타트업에는 가고 싶지 않지만 스타트업 분위기로 일을 하고 싶은 인력들이 정작 학부 수준의 전문성도 갖추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회계사(CPA) 시험을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관리의 기초 중 하나인 '듀퐁 분석(DuPont analysis)'에 쓰이는 회계 장부 값을 찾지 못하는 인력을 만난 적도 있다고 답했다.

전직 IB 관계자는 과거 IB 업계가 인력 충원을 위해 산업 전문 인력을 수혈할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을 지적하며, 시장이 확대되다 보니 필수적인 훈련이 부족한 인력들이 다수 진입하는 것은 금융 업계에서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금융투자업이 기간 산업에 투자할 때는 금융 전문가가 아닌 기간 산업 전문가를 유치한 탓에 금융 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 업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VC 관계자는 "'사업 모델이 좋다'고 주장하면서도 이유를 전혀 설명을 못하는 산업 전문가를 왜 채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불평을 털어놓기도 했다.

VC업계, 금융 지식·산업 지식 모두 불합격 인력 크게 늘어

벤처 업계는 금융 지식보다 기업 성장을 위한 산업 지식이 더 중요한 분야다. 그런 만큼 업계에서는 금융 지식 부족에 관해서는 양보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문제는 시장이 확대되면서 산업 지식까지 부족한 경우도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이어 스타트업 업계 자체가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는 영역인 만큼 기존 사업의 전문성이 확대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매출액이 아니라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로 전환되면서, 재무제표에서 EBITDA도 못 읽으면 문제 삼는 경우가 늘었다"는 업계 속사정을 전한다. 경기 침체로 거품이 사라지면서 좀 더 숫자에 기반한 투자에 초점을 맞추는 VC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벤처투자 침체기가 1~2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투자할 기업들의 수익성을 더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재무제표 읽기가 VC 업계 진입의 새로운 필요 역량으로 대두되는 상황이 온 셈이다. 지난해 초에 시리즈 B 투자를 3건 집행했다는 한 VC는 "시리즈 B 단계가 됐는데, 스타트업 대표도, 창업진도, 심지어 클럽 딜을 들어가는 VC들도 EBITDA값이 얼마인지 모르는 '묻지마 투자'를 했었다"며 "최근 들어서는 업계 지인들에게 EBITDA 읽는 법을 가르쳐 달라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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