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만난 롯데렌탈, ‘2.8조원 몸값’ 두고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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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2배 훌쩍 넘는 기업가치
‘고용불안’ 노조는 매각대책위 결성
투자금 회수 방안 다양한 어피너티
국내 최대 렌터카 업체 롯데렌탈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되는 가운데, 시장에서 롯데렌탈의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장 이후 줄곧 하락세를 거듭해 온 주가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롯데렌탈 내부에서는 어피너티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까지 커지는 모습이다. 어피너티는 이같은 우려에 지난 8월 인수한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을 향후 3년간 분리 경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당 7만7,115원에 지분 매각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6일 어피너티와 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 56.2%를 1조5,729억원(주당 7만7,115원)에 매각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거래는 내년 2월 중순 본계약 체결과 금융당국 승인을 거치게 되며, 최종 거래 종결은 6월 말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 이번 거래를 놓고 어피너티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주목하는 모양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피너티는 업계 2위인 SK렌터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롯데렌탈을 무조건 사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며 “1위 사업자인 롯데렌탈이 다른 곳으로 넘어갈 경우, 어피너티가 보유한 SK렌터카는 매각 등에서 만년 2순위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피너티 입장에서는 1, 2위 업체를 모두 인수해 볼트온(Bolt-on·동종 업체들을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것) 전략을 취하는 게 가장 최선이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어피너티가 롯데렌탈의 몸값을 현재 주가 대비 후하게 책정했다는 점도 시장의 관심사다. 주당 7만7,115원을 기준으로 책정한 롯데렌탈의 몸값은 지분 100% 기준 2조8,000억원이다. MOU 체결 당일인 지난 6일 기준 롯데렌탈의 시가총액과 주가가 각각 1조825억원, 2만9,550원(종가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번 인수합병(M&A)을 두고 시장은 물론 양사 내부에서도 롯데렌탈의 기업 가치가 과도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PEF는 향후 다시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제때 매각하지 못하면 내부 구성원을 상대로 구조조정 등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롯데렌탈과 롯데오토에버 노동조합은 매각 반대를 위한 연대체인 매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나선 상황이다. 매각대책위는 전날 성명을 내고 “그간 어피너티가 인수한 기업들은 아웃소싱, 희망퇴직,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이 이어지며 심각한 고용불안을 야기한 바 있다”고 짚으며 “롯데렌탈을 인수하면 합병, 구조조정, 임금 삭감, 배당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결국은 재매각해 차익을 실현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어피너티 측은 노조의 반발을 의식해 향후 3년간 롯데렌탈을 SK렌터카와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향후 매각을 위해서는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SK렌터카를 따로 매각한다면 상품성이 저하되는 만큼 두 회사를 합쳐 초대형 렌터카 기업으로 만들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3년 넘게 공모가 밑돈 주가
반면 롯데렌탈의 주가가 그간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었던 만큼 제값을 찾은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 롯데렌탈은 지난 2021년 8월 상장한 후 단 한 차례도 공모가(5만9,000원)를 회복하지 못했다. 이처럼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시장 점유율이 전폭적으로 확대할 수 없는 롯데렌탈의 사업 구조를 꼽을 수 있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롯데렌탈이 21%로 1위, SK렌터카가 15%로 2위다.
이들 상위권 2개 업체를 제외하면 렌터카 시장 대부분을 현대캐피탈(13%)과 하나캐피탈(6%) 등 여신전문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렌탈업의 특성상 국내 시장을 상대로만 사업을 펼치는 탓에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게 쉽지 않고, 이 때문에 캐피탈 등 여신전문업체들이 다수 들어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더해 렌탈업 특성상 저금리 자본조달이 회사의 경쟁력이 되는데, 상장 이후 줄곧 고금리 구간을 지나왔다는 점도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롯데렌탈의 지난해 부채는 유동 부채 1조7,000억원, 비유동부채 2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유동부채는 금리가 1% 오를 때마다 이자비용이 170억원씩 늘어나는 구조다. 여기에 롯데가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열사의 지원 또한 기대할 수 없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꽃놀이패’ 쥔 어피너티
어피너티 입장에서는 롯데렌탈 인수에 투입된 자금 회수를 위한 선택지가 많다. 먼저 렌터카 시장 전망이 좋은 만큼 향후 SK렌터카와의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렌터카 사업은 회사채·차입금을 통해 신차를 매입한 후 이를 3~4년간 소비자에게 빌려줘 대여료를 받고, 그 이후엔 중고차로 매각해 차익을 보는 구조다. 결국 신차를 얼마나 저렴하게 사들이느냐가 수익성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다. 롯데렌탈·SK렌터카는 시장 내 압도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 점에서 유리하다.
IB 업계에서는 어피너티가 막대한 드라이파우더(미집행 약정액)를 보유한 만큼 추가 자금을 투입해 밸류업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거론되는 인수 사업체는 쏘카다. 카셰어링 국내 1위 업체인 쏘카는 2대 주주인 롯데렌탈이 25.73% 지분을 들고 있다. 카셰어링은 본질적으로 ‘시간 단위’ 대여 사업이기 때문에 롯데렌탈이 기존 운영 중인 그린카와 연결하면 막대한 시너지를 예상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합친다는 전제하에, 합병 법인의 전체 기업가치(자기가본 가치 기준)는 3조6,200억원을 넘어야만 어피너티의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앞서 SK렌터카 지분 100%의 거래 대금이 8,200억원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자 비용 등을 감안하면 허들은 더 높아진다. 결국 매수한 값의 2배 이상 가격에는 되팔아야 ‘남는 장사’가 되는 셈이다.
이번 거래가 무사히 종료된다면 어피너티는 롯데렌탈 지분 56.2%를 가져가게 되며, 롯데 측이 5%를 보유하게 된다. 이 외에 국민연금과 우리사주조합, 소액주주들이 각각 5.8%, 2.8%, 28.4%씩(9월 말 기준)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잔여 지분 43.8%의 시장 가격은 4,741억원 수준이다. 최근 주가가 10% 넘게 하락하며 시총이 1조원 근접한 수준으로 줄어든 탓이다. 이는 어피너티가 인수한 가격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가격이다.
만약 어피너티가 현재 가격에 롯데렌탈 잔여 주식을 공개 매수해 자진 상폐한다면, 주당 인수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또 동시에 배당금을 대폭 늘려 투자금을 일부 회수할 수도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공개매수가 시작되면 주가가 오르는 만큼 현재 가격에 잔여 지분을 매입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해 어피너티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자진 상폐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롯데 측이 지분 5%를 남긴 이유 중 하나도 향후 기업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 만큼 공개 매수 및 자진상폐를 논할 상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도 “어피너티가 과거 락앤락을 인수했을 때 잔여 지분을 공개매수해 자진 상폐한 이력이 있긴 하지만, 롯데렌탈은 규모 면에서 과거 케이스와는 차이가 커서 공개매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