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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웹툰 전성시대'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웹툰의 인기가 기존 매체를 넘어 영상물까지 확장되는 등 괄목할 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드라마 <마스크 걸>, <무빙> 등 웹툰 원작 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매력적인 콘텐츠의 원천으로서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웹툰 각색 흥행 공식’이 검증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웹툰 원작의 연이은 성공
지난 31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이 공개 2주 만인 지난 30일 비영어권 TV 부문 주간 시청시간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8일 공개된 <마스크걸>은 네이버웹툰이 원작이다.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회사원이 밤마다 가면을 쓰고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며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같은 날 디즈니 플러스도 데뷔 첫 주에 시청 시간 1위를 차지한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으로 웹툰 각색 열풍에 합류했다. 비밀스러운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원작 웹툰 작가 강풀이 직접 드라마 각본을 집필해 더욱 화제가 됐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이들 각색 작품의 성공으로 원작 웹툰의 인기가 다시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화 공개 이후 원작 웹툰 『무빙』의 일 평균 조회수는 카카오페이지에서 22배, 카카오웹툰에서 9배 급증했다. 이는 드라마 공개일인 지난달 9일부터 29일까지의 일평균 조회수·매출액과 방영 직전 일주일간 수치를 비교한 것이다.
네이버웹툰의 『마스크걸』도 마찬가지로 방영일 전후 10일을 비교했을 때 조회수와 거래액이 각각 4배, 3배 증가하며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카카오웹툰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관찰됐다. 지니TV 드라마 <남남>, SBS 드라마 <국민사형투표> 등의 방영 이후 해당 원작 웹툰은 다시금 인기를 얻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하나의 콘텐츠 팬이 해당 IP로 만들어진 다른 콘텐츠로 넘어가는 선순환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웹툰 팬이 드라마로, 드라마 팬은 다시 웹툰으로 넘어가면서 트래픽이 올라가고 수익이 극대화되는 공식을 업계가 확인한 것이다.
화제성 보장된 웹툰 원작
웹툰과 이를 각색한 작품의 성공 원동력은 '보장된 화제성'에 있다. 독자들은 자신이 충성도가 높은 콘텐츠에 끌리기 때문에 반복적인 소비와 꾸준한 수요가 발생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만화와 웹툰을 원작으로 한 2차 저작물의 만족도는 6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성공 방정식을 위해서는 웹툰 IP 기획부터 2차 저작물까지 체계적인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는 OSMU 방식의 전략이 필수적이다. 국내 웹툰 산업은 2017년 3,800억원에서 2021년 1조5,500억원으로 무려 310% 성장했으며, 이는 글로벌 OTT와 플랫폼 기업의 해외 시장 선전에 힘입은 결과다. 디지털 콘텐츠와 크리에이터 경제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웹툰의 성장세는 여전히 유망하다.
하지만 웹툰의 인기에 편승하는 것이 각색 작품의 완벽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원작과 대비되는 캐릭터 캐스팅이나 원작 스토리 변경으로 인해 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웹툰, 드라마, 영화는 다양한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대중성과 흥행을 위해 보편성과 무난함 등의 흥행 공식을 주입하려는 압력을 거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웹툰 문화 특유의 자유분방한 본질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독자들이 직접 검증한 IP, 웹툰
놀랍게도 넷플릭스의 블록버스터 히트작 중 상당수가 만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옥>, <좋아하면 울리는>등 여러 인기 시리즈가 웹툰 원작에서 출발한 것만 봐도 각색이 가진 힘을 알 수 있다. 한국 웹툰이 가진 차별화된 장점은 20년 넘게 인정받아 온 '검증의 용이성'이다.
웹툰은 만화가로 가는 길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기존의 ‘도제’식 검증 시스템과 편집부의 선택을 ‘베스트도전’, ‘도전만화’등의 독자 검증 시스템으로 혁신한 것이다. 이를 통해 ‘웹툰’에 대한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져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비평받을 수 있게 됐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작품의 홍수 속에서 참신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소재로 눈에 띄는 작품을 만들어야 웹툰 작가로 데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웹툰’으로 데뷔한 작품은 이미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검증받은 작품이라는 의미다. 뛰어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가 절실한 글로벌 OTT가 보기에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한 웹툰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고, 이미 대중들에게 사랑받은 이야기라도 다시 보기에 거부감이 없는 소비자의 성향을 알리며 '보장된 콘텐츠'의 매력을 강조했다. 이어 최근의 독자들은 평점·댓글 등 다른 사람들의 평가보다는 자신이 '직접' 본 콘텐츠가 신뢰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웹툰이 다양한 장르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소스로 자리 잡으면서 OTT 플랫폼에 특화된 ‘장르’적 작품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기존 TV 드라마는 주로 로맨스 위주였지만, 장르물 IP가 많은 웹툰에 의해 시청자들의 장르적인 니즈도 충족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근래 콘텐츠 제작사들이 더 좋은 원작 IP를 찾기 위해 웹소설 및 웹툰 플랫폼들을 훑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전문가는 “이제 본격적으로 웹소설에서 웹툰, 웹툰에서 OTT 라는 형태의 IP 확장 성공 공식을 봤기 때문에 시장에 돈이 더 투입될 것”이라며 “그다음은 슈퍼 IP를 만들어 내 흥행을 확고히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