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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CS 방식 충전 테슬라, CCS 사용하는 유럽에선? 보행자 안전 위협한다는 지적 잇따른 美 픽업트럭 ‘장단점 극명’ 차체 소재는 생산 늦추는 주범으로 지목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신형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의 유럽 시장 진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충전 및 운행에 관한 각종 번거로움이 그 배경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사이버트럭의 가격 상승 이슈와 양산 지연이 맞물리면서 이같은 전망은 힘을 얻고 있다.
도시 환경·시민 인식 달라도 너무 다른 유럽과 미국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일(현지 시각)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을 당분간 유럽에서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1월 30일 미국 내에서 사이버트럭 인도를 시작한 테슬라가 유럽시장 출시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체는 사이버트럭의 유럽시장 출시에 앞서 테슬라가 일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테슬라가 해당 모델 판매를 위해 미 정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트럭의 공차 중량은 최대 4.5톤 정도인데, 유럽연합(EU)에서 3.5톤 이상의 차량을 운전하기 위해서는 트럭 면허를 소지해야 하는 탓에 다양한 소비자를 공략하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충전을 위한 포트가 유럽에서 사용 중인 충전기와 호환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미국 텍사스 주에 위치한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되는 사이버트럭은 미국 전역에서 사용 중인 NACS(북미충전표준) 방식의 충전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글로벌 표준인 CCS(결합충전시스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물론 테슬라가 차량의 무게를 최소화하고 현지에 맞는 충전기를 장착하는 식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할 수는 있지만, 무엇보다 사이버트럭의 유럽 미진출 가능성을 더하는 것은 유럽 시장에서 픽업트럭의 인기가 매우 낮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페드로 파체코 부사장은 “유럽의 도로와 도시 환경은 미국과 다르다”고 짚으며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엔트리급의 작은 픽업트럭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미국산 픽업트럭은 안전 문제 유발 등으로 유럽 내에서 여러 차례 지탄받은 바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지난 10월 유럽자전거연맹, 국제보행자연맹, 유럽교통안전협의회 등 7개 협회에서 미국산 픽업트럭이 유럽의 안전 및 환경 규정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미국산 픽업트럭이 보닛 등 차체 전면의 높이가 너무 높아 보행자 및 자전거 이용자에게 큰 위험을 초래하는 만큼 유럽 내 판매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판매량 맞추기도 벅찬 테슬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지난 2020년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소형 버전의 사이버트럭을 출시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지금 출시된 사이버트럭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테슬라는 2019년 사이버트럭 출시 후 미국에서 몰려든 약 200만 대의 선주문 물량을 소화하기에도 벅찬 상황이기 때문이다. 머스크 CEO 역시 이같은 시장의 평가를 인정하며 “테슬라가 연간 25만 대의 사이버트럭을 생산하기까지는 최소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도 테슬라가 사이버트럭의 안정적인 생산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사이버트럭이 차체에 적용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가 견고하고 부식에 강해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장점과 가공이 어렵다는 치명적 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사이버트럭의 생산은 테슬라에 '생산 악몽(production nightmare)'과도 같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당초 예고했던 가격에서 최대 50% 넘게 뛴 출고가도 사이버트럭의 경쟁력을 방해하는 요소다. 2019년 머스크 CEO는 사이버트럭의 디자인을 공개하며 3만9,900달러(약 5,200만원) 선에서 최저 모델이 출시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실제 출고에서는 6만990달러(약 8,000만원)의 최저가가 책정되면서다. 테슬라가 사이버트럭 생산과 판매를 둘러싼 이중고를 안고 있는 만큼 “사이버트럭이 도로의 풍경이 바꿀 것”이라는 머스크 CEO의 자신감이 현실로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