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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상품 재정비, 바이아웃 부활
가격 경쟁 심화에 매출 방어 전략
고가 제품 소비 기업고객 집중 공략

테슬라가 리스 상품 강화를 통해 판매 부진 타개에 나섰다. 최근 미국 내 테슬라 구매 의향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은 CEO 일론 머스크에 대한 반감으로 드러났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말부터 리스차 바이아웃 부활 등을 통해 이미 판매 둔화를 인지하고 대응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 원인은 BYD 등 경쟁사의 저가 공세로, 테슬라는 리스 상품을 통해 기업 고객을 공략하는 등 B2B 시장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개인 이미지가 테슬라 브랜드에 악영향
27일(이하 현지시각) 미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새로운 형태의 리스 상품을 출시했다. 후륜 구동 모델3 기준 24개월 리스를 위해 매달 지급하는 금액은 349달러(약 50만3,000원)이며, 계약금은 필요하지 않다. 지난해 3분기 출시된 299달러(약 43만원) 상품보다 월 납부금을 50달러 높이는 대신 초기 필요 비용을 없앴다는 점이 특징이다.
테슬라는 새로운 리스 상품을 통해 비용을 이유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테슬라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33만7,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가량 감소했다. 그리고 이 같은 판매량 감소의 배경에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이 자리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야후뉴스가 지난 3월 20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성인 1,6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7%의 응답자는 테슬라 차량 구매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중 가장 큰 이유는 머스크에 대한 반감이었다. 머스크의 발언과 행동이 정치·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면서 브랜드 이미지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런 흐름은 단순한 감정적 반응에 그치지 않는다. 전기차라는 친환경 트렌드를 이끌던 브랜드가 CEO의 성향으로 소비자층 충돌하게 된 것은 테슬라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젊고 진보적인 소비자층의 이탈은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 하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오너 리스크 터지기 전부터 판매 둔화 조짐
테슬라도 이 같은 소비자들의 이탈을 예상하듯 지난해 말 리스 차량을 소비자가 직접 매입하는 ‘바이아웃’을 다시 허용한 바 있다. 테슬라는 2019년 이후 리스 상품을 운영하면서 반납을 조건으로 했지만, 5년 만에 바이아웃을 재도입했다. 당시 테슬라는 “리스차 바이아웃은 신차 구매자 입장에서 차량을 새로 구매하는 것보다 위험이 적은 대안인 만큼 선불 약정을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옵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단순히 소비자 편의를 높이려는 의도를 넘어 구조적인 수요 약화에 대한 대응으로 이 같은 변화에 나섰을 것으로 봤다.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은 “(리스차 바이아웃 부활은) 테슬라가 그간 공언해 온 것과 달리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의 능력이 아직 완전한 무인 택시를 구현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테슬라 FDS의 기술적 수준은 고속도로를 비롯한 제한된 주행 환경에서 정지 표지판 및 장애물을 인식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운전자의 개입이 필수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제시한 총 5단계 가운데 2단계를 가까스로 충족하는 수준이다. 2단계 자율주행은 일정한 조건에서 운전자의 주행을 보조할 수 있지만 운전자 없이 운행은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테슬라의 로보택시 공개 시점도 지난해 8월에서 같은 해 10월로, 다시 올해 하반기로 연기됐다.

저가 전기차 시장 침투 심화-매출 방어 전략 가동
나아가 테슬라의 판매 부진은 단순한 이미지 문제가 아니라, 경쟁 구도의 급변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저가형 모델을 앞세워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과거 테슬라가 독주하던 시장은 이제 다양한 선택지로 채워지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가 정책을 고수해 온 테슬라는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BYD는 단순한 가격 경쟁력 외에도 빠른 제품 출시 주기와 다양한 모델 라인업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는 모델 S, 3, X, Y로 이어지는 비교적 한정된 라인업을 유지하고 있으며, 신모델 출시 템포도 다소 느리다. 이러한 차이는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제한하고, 브랜드 매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테슬라는 B2B(기업 간 거래)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 시장이 가격 민감성에 흔들리는 반면, 기업 고객은 차량 구매를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친환경 이미지 강화 및 비용 절감 등 이유로 전기차를 대량 도입하려는 기업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전기차 업체들의 B2B 전환을 부추겼다.
테슬라는 리스 프로그램을 강화해 기업 수요를 적극 공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단기 판매량을 높이는 효과를 넘어 B2B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장기 전략이다. 결국 테슬라의 리스 강화는 단순한 판촉 수단이 아니라, 시장 재편 속에서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 전략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BYD를 비롯한 경쟁사들의 저가 공세에 맞서 수익성과 브랜드 이미지 방어에 나선 테슬라가 B2B 시장에서도 강자로 자리매김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