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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사안 이견 여전" 공회전하는 美-이란 종전 협상, 국제사회 혼란 속 美 '미소'

"핵심 사안 이견 여전" 공회전하는 美-이란 종전 협상, 국제사회 혼란 속 美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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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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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원하면 전화하라" 美-이란 이슬라마바드 평화 회담 무산
美 해상 봉쇄 지속, 타협안 모색하던 이란도 강경 노선 복귀
교착 장기화 흐름, 美에 경제·외교적 이익 안겨줘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핵 프로그램 폐기·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핵심 사안과 관련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고위급 평화 회담마저 사실상 무산되며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봉쇄 상황을 에너지 수출 확대 및 동맹국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며 강경 노선을 꺾지 않고 있다.

美-이란 입장 충돌 이어져

26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협상과 관련해 "그들이 원하면 우리에게 전화하면 된다"며 "사람들(미국 협상 대표단)을 18시간이나 여행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미국은 협상 대표단을 지난 주말에 이슬라마바드로 파견하려 했다. 이는 지난 24일부터 진행 중인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의 파키스탄, 오만 순방에 맞춘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라그치 장관은 파키스탄 측에 서면으로 이란의 입장을 공유한 뒤 곧장 오만으로 출발했고, 미국도 협상단 파견 구상도 무산됐다. 아울러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재차 강조했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이란과 굳이 만날 이유가 없다는 논지다.

미국이 기존 입장을 좀처럼 꺾지 않는 가운데, 이란 역시 일관적으로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등 적대 행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오만으로 향했던 아라그치 장관은 순방 일정을 변경해 하루 만에 다시 이슬라마바드로 복귀하고, 관련 입장을 파키스탄 측에 제시한 상태다. 이란 준관영 타스님통신은 아라그치 장관이 이슬라마바드 재방문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새로운 법적 체제 시행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금 수령 △교전 당사국들의 재침략 금지 보장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 해제 등 종전 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3일 오전 10시를 기해 대(對)이란 해상 봉쇄를 시작한 바 있다. 당시 미 중부사령부는 "미군 승인 없이 봉쇄 구역에 진입하거나 출항하는 선박은 차단·회항·나포 대상이 된다"고 경고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1일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며칠 내로 하르그섬(이란 최대 원유 터미널)의 저장 시설은 가득 찰 것이며, 취약한 이란의 유정들은 폐쇄될 수밖에 없다”며 역봉쇄 효과가 금방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미국 관리들은 역봉쇄 조치 시행 이후 30척 이상의 선박을 돌려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美, 해상 봉쇄 조치 굳건히 유지

양국의 해상 봉쇄 해제 관련 논의는 공회전을 거듭하는 중이다. 아라그치 장관은 지난 17일 엑스를 통해 “레바논 휴전 협정에 따라 남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의 항행이 전면적으로 허용된다”며 “이란 항만해사청이 발표한 협의된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뒤 자국의 허가를 받은 선박에 한해 안전 항로 이용을 허용해 왔는데, 이를 제3국 선박에도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안전 항로는 오만 무산담 반도와 가까운 기존 항로가 아닌 이란 라라크섬 옆을 지난다.

문제는 이란이 타협 의지를 내비쳤음에도 미국이 강경 노선을 꺾지 않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라그치 장관의 발표가 나온 후 약 20분 만에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방금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개방돼 통행이 가능하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감사한다”고 적었다. 이어 “협상이 100% 완료될 때까지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는 전면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대부분 사안이 이미 합의됐기 때문에 이 과정은 매우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란 정부는 항행 허용을 선언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18일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란군 통합사령부도 "미국이 이란 선박의 완전한 항행 자유에 대한 제한을 해제하기 전까지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은 엄격히 통제된 채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란 해군 역시 미국이 이란 선박과 항만에 대한 봉쇄를 해제할 때까지 폐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략 카드' 된 교착 상황

이러한 교착 상황은 미국 경제에 일정 수준의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후 미국의 에너지 수출량은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중동산 에너지 수입에 난항을 겪게 된 아시아와 유럽이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대거 매입한 결과다. 실제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달 11~17일 미국의 원유 및 석유 제품 수출량은 하루 평균 1,290만 배럴에 육박했다. 해운 데이터 업체 케플러는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산 원유 및 LNG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아시아 동맹국들을 향한 압박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지난 24일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은 펜타곤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미국 책임이 돼선 안 된다”며 "유럽과 아시아는 수십 년 동안 우리의 보호 아래 혜택을 누려 왔지만, 무임승차는 이제 끝났다"고 일갈했다. 동맹국들에 방위 역할 확대를 주문한 것이다. 이어 그는 “미국과 자유세계는 능력과 충성심이 있고, 동맹은 일방통행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동맹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유럽과 아시아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점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재 유럽권 국가 정상들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이란 제재 완화 카드까지 꺼내 든 상태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24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키프로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양보할 의지가 있다면 유럽연합(EU)이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EU는 지난 1월 이란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IRGC를 테러 단체로 지정했으며, 지난달에는 이란 당국자·단체 19곳을 신규 제재 대상으로 승인했다. 제재 대상은 EU 여행이 금지되고 역내 자산이 동결된다. 다만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제재 수위 조절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재개방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역내 국가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호르무즈 해협은 어떤 제한이나 통행료 없이 즉각 개방돼야 한다"며 "이는 전 세계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EU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해 아스피데스(Aspides·방패) 등 이미 배치된 해군의 임무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국가들의 연합을 가장 빠르게 구성하는 방법은 기존의 임무를 확대하고 필요한 함정과 장비, 역량을 보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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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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