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에 택지 매각 중단까지" LH 실적 붕괴 현실화, 16년 만에 첫 적자 기록
"부동산 침체에 택지 매각 중단까지" LH 실적 붕괴 현실화, 16년 만에 첫 적자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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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2009년 통합 출범 이후 최초로 적자 기록 사업 규모 확대 및 부동산 시장 침체로 위기 가중 핵심 수입원이었던 택지 매각마저 중단, 빚내서 버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통합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이후 악화일로를 걷던 실적이 지난해 택지 매각 중단으로 치명타를 맞은 것이다. LH의 사업 구조를 지탱하던 핵심 수입이 사실상 '증발'한 가운데,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주거 복지 관련 정책까지 다수 등장하며 부채 규모 역시 눈에 띄게 불어나는 추세다.
LH 실적 위기 본격화
2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 공시에 따르면, LH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3조5,574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404억원 흑자에서 6,413억원 적자로, 당기순이익은 7,608억원에서 918억원 손실로 각각 전환됐다. LH가 영업손실 및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 출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LH가 적자를 짊어지게 된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공공임대주택 사업 확대가 재무 부담을 가중했다. 현 정부는 공공임대·매입임대 등 주거 복지 사업을 비롯해 3기 신도시 조성,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미분양 주택 매입 등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을 연이어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이 저렴한 임대료로 운영되는 만큼, 그 규모가 커질수록 LH가 떠안는 구조적 손실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LH 임대주택 사업 부문에서 발생한 손실은 2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00억원, 2022년 대비 8,000억원가량 불어났다. 현 상황과 관련해 LH 관계자는 “관리하는 임대주택 수가 늘고, 노후화에 따른 비용도 증가해 손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공공 분양 주택 사업도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다 보니 최근 급등한 공사비를 분양가에 반영하지 못했고 일부 단지에서 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침체가 실적 악화 견인
부동산 경기 둔화 역시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위기의 출발점은 금리였다. 시장 금리는 2022년 이후 이어진 긴축 기조로 인해 빠르게 올랐고, 부동산 개발 사업의 핵심 자금 조달 수단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용 역시 확대됐다. PF 금리 상승은 건설업계의 사업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졌으며, 건설사들은 신규 개발을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방식으로 이에 대응했다. 여파는 곧바로 토지 시장까지 번졌다. LH는 이전부터 토지를 판매한 대금으로 임대주택을 운영하며 발생하는 적자를 메우는 교차보전 회계 방식을 택해 왔다. 개발 수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수익 구조인 셈이다.
현금 회수 실패 문제도 두드러졌다. 부동산 경기 둔화와 미분양 증가로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자, 이미 매각된 토지의 대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거나 계약 자체가 해지되는 사례가 급증한 것이다. 실제 지난 수년 동안 LH 공공택지에서는 연체와 해약이 잇따랐다. 지난해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LH가 민간에 공급한 수도권 공공택지 중 45개 필지(총 116만3,244㎡)의 계약이 해지됐다. 이들 택지에서 공급 가능한 주택은 2만1,612가구 규모였으며, 해약 금액은 4조3,486억원에 육박했다.
이러한 악재 속 LH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2022년 LH의 영업이익은 1조8,128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었으며, 2023년에는 상황이 한층 심각해졌다. 매출은 13조8,84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5조7,000억원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37억원으로 1년 만에 약 98% 쪼그라들었다. 2024년에는 일부 반등 흐름이 나타났지만, 이는 구조적 회복이라기보다 공동주택용지 공급 증가 등 특정 사업 효과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가까웠다.

택지 매각에도 제동 걸려
택지 매각 중단 역시 치명타였다. 정부는 지난해 LH의 교차보전 구조로 인해 개발 이익이 공공이 아닌 민간으로 흘러간다는 지적을 내놨다. 부동산 호황기에 민간이 시세차익과 개발 이익을 가져가고, 공공은 토지를 넘긴 뒤 공급 통제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공급 변동성 역시 한계로 지목됐다. 민간은 경기 침체기나 미분양 우려가 커질 때 착공을 늦추거나 사업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으나, LH는 자금 조달 능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만큼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공급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정부는 이 같은 판단하에 직접적으로 LH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국무회의에서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같은 해 7월 김윤덕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구조적이고, 판을 바꿀 수 있는 큰 규모의 LH 개혁을 염두에 두면서 능동적, 공격적으로 임해 달라는 대통령의 주문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LH 개혁을 공개 의제로 끌어올렸다. 이후 지난해 8월 국토부는 LH 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사업·기능·재무·경영 전반의 개혁 논의를 시작했고, 같은 해 9월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며 매각 예정 공동주택용지 판매 중단과 LH 직접 시행 전환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LH의 토지 매출액은 2022년 12조원에서 지난해 7조3,000억원으로 급감했다. 공공임대주택 사업이 확대되며 지출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수입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이는 결국 막대한 부채 부담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LH의 부채는 173조6,567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13조원, 2021년 대비 40조원가량 급증한 수준이다. 이러한 부채 증가세는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올 1분기 LH의 채권 발행액은 4조1,83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037억원) 대비 178%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