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잠재력 희미” 중국 등지는 기업·자본 갈수록 증가
입력
수정
“對중국 기업 신뢰도 사상 최저 수준”
데이터보안법, 반간첩법 등 규제 강화
공장 가동 중단으로 고용시장 부진 예상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을 벗어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자본과 인력 등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며 중국은 높은 실업률과 그에 따른 경기 침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올해 목표로 제시한 5%대 경제성장률 역시 실현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이전 행렬
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첫 임기 동안 기업들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미국에 좋지 않다고 주장하며 중국의 보복 관세 등을 우려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귀환을 앞둔 지금은 미·중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그 이유는 미국 기업들이 더 이상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여전히 적지 않은 미국 기업이 중국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지만, 갈수록 그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주중미국상공회의소 설문에 따르면 800개 이상의 미국 기업이 중국 내 생산 시설을 다른 국가로 옮겼거나, 옮기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WSJ은 “과거 중국 사업을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미국 기업들은 더 이상 로비를 통해 중국 투자를 방어하려 하지 않는다”며 “의회나 행정부에 ‘중국에 대한 투자가 미국에 수입, 일자리, 수출을 창출한다’고 말하는 기업들은 없어지고, 다른 투자처를 찾는 기업들만 줄을 잇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관세 폭탄이 떨어지기 전 관세 폭탄이 떨어지기 전 탈출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 직후 미국의 신발 소매업체 스티븐 메이든은 중국 내 생산을 40%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에드워드 로젠펠트 스티븐 메이든 최고경영자는 “중국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새로운 정책을 고려해 볼 때 그것은 공급망뿐만 아니라 전체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 생산 감축의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을 벗어난 생산 시설들은 대부분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시아로 옮겨갔다. 애플은 지난해 2022년 아이폰14 모델을 시작으로 인도에서 생산라인을 확대 중이며, 맥북 역시 베트남 생산을 위해 공장을 건립 중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의류 기업들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옌스 에스켈룬 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은 이 같은 탈중국 추세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기업들의 신뢰도가 사상 최저 수준”이라고 진단하며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자의적 해석 가능한 각종 법률로 해외 기업 압박
중국 정부의 잇따른 규제 강화도 외국 기업의 탈출을 부추기는 요소다. 중국은 2022년 하반기 ‘개인정보보호법’과 ‘데이터보안법’을 시행, 개인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나섰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5,000만 위안(약 94억원) 또는 해당 기업이 거둔 연수익의 최대 5%를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법안 시행 직후 공유 숙박 업체 에어비앤비는 15만 개에 달하는 중국 본토 숙박 리스트를 삭제하면서 사업을 중단했으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전자책 단말기 ‘킨들’ 사업을 철수했다.
여기에 2023년 7월에는 ‘반간첩법’ 개정안까지 시행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중국의 반간첩법은 해외 기구·조직·인사를 위해 중국의 국가 비밀 또는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간첩 행위로 규정하는 법이다. 법 개정 직후 중국 안팎에서는 간첩 행위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해석이 없어 중국인 및 중국 기업의 민감 정보를 취급하는 기업인은 모두 간첩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우려는 금세 현실로 드러났다.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는 지난해 6월 CBS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월부터 미국 기업 6~7곳이 급습당했다”며 “그들(중국 당국)은 미국 기업에 들어가서 문을 닫고 우리가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혐의를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번스 대사에 의하면 중국의 반간첩법 개정안 시행 이후 미국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 정보서비스업체 민츠그룹, 캡비전 등이 당국의 사전 통지 없는 일방적 수색과 직원 체포 등으로 수난을 겪었다.
갈 길 먼 5% 성장의 꿈
이렇다 보니 유형의 실체가 없는 자본은 기업보다 빠른 속도로 중국을 빠져나갔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5% 감소한 5,802억 위안(약 109조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FDI 감소 폭 또한 1~2월(19.9%↓)과 비교해 1~4월(27.9%↓), 1~6월(29.1%↓), 1~7월(29.6%↓), 1~8월(31.5%)로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간 중국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이었던 수출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여기에 소비심리 위축과 고용시장 부진 등이 맞물리며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로 4.5%를 제시했으며, 세계은행(WB)은 4.3%의 성장률을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