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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농협금융 ‘지배구조’ 정조준 “중앙회 부당개입 집중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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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농협금융 정기검사 착수 예정, 내부통제·지배구조 중점
투자증권 인선 놓고 '중앙회-금융지주' 갈등, 해묵은 문제 재부상
중앙회가 지분 100% 보유, 독특한 '지배구조' 민낯 드러낸 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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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지배구조와 관련해 농협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농협은행의 배임 사고와 NH투자증권의 대표이사 인선 과정에서의 갈등 등이 모두 농협금융지주의 특수한 지배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협은 이미 십여 년 전 조직혁신을 통해 신용·경제 부문이 분리됐음에도 여전히 지배구조 면에선 후행적 행태가 답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금감원의 정기검사 결과가 농협금융지주를 넘어 중앙회까지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금감원, 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 정기 검사 예고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0일까지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사전 검사를 마무리하고 오는 20일부터 6주간 정기 검사에 나선다. 금감원은 지난달 22일부터 농협금융지주와 은행에 대한 사전검사에 돌입했다. 이번 정기검사에서는 중앙회 인사들이 농협금융계열사로 옮기는 인사교류 시스템에 대한 강도 높은 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최근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관련 검사에서 내부통제 취약점이 노출된 만큼,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를 토대로 농협중앙회를 정점에 둔 농협금융 지배구조에 메스를 댈 전망이다. 또한 농협금융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서도 이행 가능성을 점검하고, 세부 일정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검사 결과는 빨라야 하반기 중에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은 정기검사가 종료된 뒤 내부보고를 거쳐, 농협금융과 은행에 검사의견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은행 측 소명을 듣고 조치안이 나오는 대로 제재심의위원회 안건에 올리는 수순으로, 검사 종료 이후에도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잇단 배임 사고-인선 갈등, 원인은 독특한 지배구조

앞서 금감원은 지난 3월에도 농협금융과 계열사인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 통상 금감원의 대형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주기는 2년으로, 이달이 검사 도래 주기인 점을 고려하면 3월에 행해진 전방위적 검사는 이례적인 조치였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감원이 농협금융에 대해 강도 높은 압박을 이어가는 이유는 여타 금융그룹들과는 다른 독특한 지배구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는 2012년 100% 출자하는 방식으로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가 나눠지는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실행했다. 금융 계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였다. 농협의 신경분리는 산업자본(기업)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금산분리’와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협동조합이라는 특성상 금융지주와 그 자회사에 대해 중앙회의 관리·감독 권한을 인정하고 있어 중앙회의 금융지주 인사권·경영권 개입 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중앙회 인사들이 농협금융 계열사로 겸직·이직하는 창구가 돼 전문성 없는 인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주류였다.

금감원은 이같은 구조적 특수성이 최근 발생한 배임 사고를 촉발시켰다고 보고 있다. 비금융기관인 농협중앙회가 전문성이 요구되는 금융사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금융 사고까지 유발했다는 판단이다. 실제 농협은행의 한 지점 대출 담당 직원은 브로커에게 금품을 받고 약 4년 8개월 동안 담보 가치보다 더 많은 대출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사문서를 위조한 사실도 적발됐다. 또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의 불완전판매 액수도 타 은행 대비 많은 수준이었다.

지난 3월 NH투자증권 대표 선임을 놓고 불거진 내홍도 농협의 지배구조와 무관치 않다. 해당 사태는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전문성을 내세운 증권사 내부 인사를 추천한 반면,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은 증권사 이력이 없는 중앙회 출신 인사를 밀어주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사태는 이석준 회장의 추천 인물이 최종 선임되면서 일단락됐으나, 중앙회와 금융지주의 해묵은 문제가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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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지배구조, 농협금융지주 경쟁력까지 약화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같은 지배구조가 농협금융지주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는 부분은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 ‘과다 책정’이다. 농지비는 농업인 지원을 명목으로 농협중앙회가 매년 거둬가는 분담금으로 일종의 ‘브랜드 사용료’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로부터 배당금 3조8,566억원, 농지비 4조7,587억원을 합해 총 8조6,153억원을 받았다. 같은 기간 농협금융지주의 누적 당기순이익(17조8,349억원)의 무려 48.3%를 차지하는 규모다. 지난해에는 4,927억원을 걷었는데 이는 농협금융 순이익(2조5,774억원)의 20%에 달한다.

문제는 과도한 농지비와 배당금이 농협금융의 손실흡수능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농협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88%로, KB금융(13.58%)과 하나금융(13.22%)은 물론 평균(12.9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재무 건전성 우려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농지비의 경우 순이익이 아닌 매출을 기준으로 산정해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농협금융 계열사인 농협생명은 1,1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농지비 628억원을 내야 했다.

수익성 역시 갉아먹고 있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은 농지비 차감전 기준으로는 우리금융보다 앞섰으나, 농지비 차감 후 순이익은 2조2,343억원으로 5대 금융지주 중에서 가장 낮았다. 농지비 차감전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5% 증가했지만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하는 농지비는 무려 9.4%나 증가했다.

그럼에도 농협금융지주는 농지비와 배당금 규모를 마음대로 줄일 수 없다. '농협중앙회→농협금융→은행·증권'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상 농협중앙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농지비의 수혜를 받는 지역농협 조합장이나 조합원이 사실상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농협금융지주의 의지와 관계 없이 농지비를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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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 공장 매각 급물살, OLED 투자 강화로 적자 탈출 기반 다지나

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 공장 매각 급물살, OLED 투자 강화로 적자 탈출 기반 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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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중심 사업구조 재편 착수, 거듭된 적자에 OLED로 시선 돌려
6세대 OLED에 매몰된 LG디스플레이, 벌어진 '기술 격차' 어쩌나
광저우 LCD 공장 매각으로 '실탄' 확보? 8세대 OLED 생산 신호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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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LCD 공장/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에 있는 대규모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매각을 위한 행정적 절차에 돌입했다.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과 가격 후려치기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한 LCD 패널 생산을 접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비롯한 주력 사업에 속도를 내겠단 취지다. 그간 적자를 이어 오면서 기술 경쟁력이 다소 뒤처진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이번 광저우 공장 매각이 앞으로의 명운을 결정할 가장 큰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 공장 매각 착수 나선다

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장 매각 허가 심사를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절차에 따라 산업부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와 가전업체 TCL의 디스플레이 자회사 CSOT를 포함한 복수의 업체를 인수 후보군으로 선정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매각대금 확정을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당초 알려진 매각대금은 1억5,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차후 금액이 1조원 중후반대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중심의 사업구조를 OLED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국내외 LCD 공장을 정리하고 있다. 국내 LCD TV 공장의 경우 이미 지난 2022년 가동을 중단한 상태며, 이번에 매각하는 광저우 공장은 TV용 LCD 패널을 생산하는 LG의 마지막 해외 공장이다. 매각이 성사되면 LG는 LCD 사업을 사실상 접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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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업황 부진 심화, LG디스플레이는 '7분기 연속' 적자

이처럼 LG디스플레이가 급하게 사업구조 재편에 나선 건 최근 들어 LCD 업황 부진이 심화한 탓이다. 당초 한국 LCD 업체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2016년까지 세계 1~2위를 독차지하면서 시장 주도권을 독점해 왔으나, 2017년 정점을 찍은 뒤 무너지기 시작했다. 중국이 LCD 생산을 시작하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 LCD 패널가 하락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구조에서 LCD 비중이 높았던 LG디스플레이는 타격이 더 컸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왔고, 올 1분기에도 매출 5조2,530억원, 영업손실 4,694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영업손실 자체는 전년(1조984억원)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재무 상태가 여전히 좋지 않은 건 리스크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순차입금은 13조7,900억원으로 지난해부터 13조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부채 비율은 279%로 작년 연말(308%) 대비 낮아졌지만 전년 동기(248%)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상태다. 그나마 지난 3월 유상증자 흥행에 성공하면서 1조3,000억원가량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으나 시장에선 아직 부족하단 의견이 나온다.

자금 수혈 이뤘지만, "OLED 실탄 확보가 명운 가를 분기점"

위기가 가시화하면서 LG는 급하게 자금 수혈에 나섰다. LG유플러스의 토지 매입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30일 LG유플러스는 이사회를 열고 LG디스플레이가 소유한 경기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일대 토지·건물을 1,053억원에 매입해 초대형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구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IDC 사업을 강화하면서 LG디스플레이의 급한 불까지 한 번에 끄겠단 취지지만, 업계에선 "현 상태가 유지되는 한 LG유플러스의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경쟁사 대비 기술 격차가 상당히 벌어진 상태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적자로 인한 자금 조달 문제로 8.6세대 라인 투자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진 채 6세대 중소형 OLED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 유상증자로 조달한 1조2,924억원의 자금 중 4,000억원가량을 기존 6세대 투자 보완에 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8.6세대 IT용 OLED 생산시설에 2026년까지 총 4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로, 생산시설은 이르면 2025년 1분기부터 초기 가동이 시작될 전망이다. 중국 BOE도 지난해 11월 쓰촨성 청두에 8.7세대 OLED 생산라인 건설을 위해 88억 달러(약 1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전히 6세대 OLED를 주력으로 삼는 LG디스플레이는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 내 8세대 OLED 제품의 중요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6세대 대비 수익성이 높아서다. 8세대급(2.25m×2.6m) 유리기판은 기존 6세대급(1.5m×1.8m)보다 면적이 넓은데, 통상 디스플레이는 유리기판 원장(마더글라스) 면적이 확대될수록 수익성이 높다. 그만큼 패널 생산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존 6세대급 설비에서 14.3인치 태블릿 패널을 1년에 약 450만 매 생산할 수 있었다면 8세대 설비로는 연 1,000만 매까지 생산하는 게 가능해진다. 세대가 높을수록 공정 효율이 향상돼 수익성 개선이 용이해 진다는 것으로, 결국 6세대 제품의 파이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광저우 LCD 공장 매각을 통한 OLED 사업 '실탄' 확보가 LG디스플레이의 명운을 결정지을 분수령이 되리란 전망이 거듭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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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시세 조종 의혹에 위기 몰린 카카오·원아시아, 김범수 창업자 개입 여부도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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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시세 조종 의혹받는 카카오, 하이브 공개매수 의도적으로 저지했나
카카오 백기사 노릇 해온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회장 결국 구속영장 청구
김범수 위원장 '승인' 여부에 검찰, "공개매수 저지에 직접 관여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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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를 조사한 금융감독원 직원이 법원에 출석해 카카오의 SM 주식 대량매수를 시세 조종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SM 지분 매수가 하이브 공개매수 마지막 날 집중된 건 시장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동이었단 것이다. 이에 카카오 변호인단 측은 시세 조종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단순히 대량매수를 했다고 해서 시세 조종을 단정하는 건 어폐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혹 제기와 반박이 거듭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에 대한 시세 조종 재판은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 'SM엔터 시세 조종' 두고 검찰·변호인 격돌

7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형사부(부장판사 양환승)는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및 카카오 법인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관련 공판기일을 열었다. 배 전 대표와 카카오 법인은 지난해 2월 SM 경영권 인수전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2,400억원을 투입, SM 주식 시세를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가격을 높게 설정할 목적으로 553회에 걸쳐 고가 매수 등을 자행했단 게 골자다.

이날 공판기일엔 카카오의 SM엔터 시세 조종 의혹을 조사한 금융감독원 팀장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카카오의 SM 지분 매수가 공개매수 마지막 날 집중된 점에서 시세 조종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대량의 지분 매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1,000억원대 자금을 단기에 투입한 건 시장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A씨는 "대량매수가 회사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라면 그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며 "하루에 1,000억원이나 되는 자금을 투입해 매수하는 경영진의 의도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최대한 저렴하게 사려고 할 텐데, 1,000억원을 한 번에 사면 시장에 영향이 크지 않겠나"라며 "시세 조종을 통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실패로 돌리기 위한 목적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반면 배 전 대표의 변호인단 측은 카카오의 시세 조종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통상 주식을 대량매수하는 연기금의 거래 행태를 시세 조종으로 판단하지 않듯, 단순히 대량매수를 했다고 해서 시세 조종을 단정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카카오와 원아시아의 공모관계도 부정했다. 원아시아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전부터 SM 주식을 매수해 왔단 이유에서다. 검찰은 원아시아 자회사 그레이고(과거 카카오 계열사)와 헬리오스가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 과정에서 SM 주식을 고가 매수한 점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에 구속영장 청구, 카카오 책임론 커지나

이런 가운데 지창배 원아시아 회장에 대해선 이미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박건영)는 지난 3월 말께 카카오와 공모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지 회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원아시아는 센트럴인사이트의 전 소유주인 지창배 회장과 이정우 부회장이 공동 설립한 사모펀드 운용사로, 지 회장은 연예 매니지먼트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부를 축적한 뒤 다수의 상장사 M&A(인수합병)를 통해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해 왔다.

카카오에 있어 원아시아는 줄곧 자사를 위해 백기사 노릇을 자처해 온 사업 파트너다. 2022년 9월 카카오는 영업적자에 허덕이던 자회사 그레이고의 지분 30%를 원아시아가 운영 중인 펀드 가젤 제1호에 500억원의 가격으로 매각했다. 같은 기간 동안 원아시아는 아크미디어에 카카오를 2대 주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당시 카카오는 아크미디어의 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판단하며 2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간 밀월관계가 이어져 온 정황이 거듭 포착된 셈이다. 결국 양사의 관계성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카카오 투자총괄 배 대표와 지 원아시아 회장에 연달아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인데,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카카오의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론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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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모습/사진=카카오

김범수 위원장도 '가시권', 연쇄 처분 이어질까

한편 업계에선 이번 시세 조종 건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시세 조종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이 내려질 경우 김 위원장이 이를 승인했느냐 여부가 수사의 주안점으로 떠오르리란 시선에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세 조종이 확실시되면 김 위원장에 대한 처분도 연쇄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이미 김 위원장 등 카카오 윗선 수사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상태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 차원에서 공개매수에 김 위원장의 입김이 있었으리란 정황상 증거가 제출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3월 열린 배 전 대표 공판에서 서증조사를 통해 카카오 임직원들이 하이브 공개매수 기간 동안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집하는 것이 시세 조종 행위임을 인지하고 그룹 차원에서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려는 목적으로 김 위원장 등 카카오 고위 임원이 참여한 투자심의위원회가 이를 승인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지난해 2월 28일 아침 8시 30분께부터 투심위가 열렸고, 이 자리엔 김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검찰은 배 전 대표가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격인 황태선 카카오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에게 "다음 주 하이브 공개매수 분수령인 마지막 날인데, 화상이든 오프라인이든 브라이언(김범수 위원장)이 참여하는 미팅이 필요하다"고 말한 카카오워크 메시지를 공개했다.

아울러 투심위 개최 전후 김기홍 최고재무책임자(CFO)가 SNS 메시지를 통해 배 전 대표에게 "오늘 브라이언이 제이(배재현 전 대표) 손 들어주실 거로 생각한다"고 언급한 내용도 공개했다. 이들 자료는 김 위원장이 공개매수 저지에 직접적으로 관여했음을 방증하는 정황증거라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결국 카카오의 시세 조종 여부가 김 위원장 구속 여부를 판가름할 주요 쟁점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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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온시스템 최대주주 자리 오른 한국타이어, 재무 부담·주가 하락 어쩌나

한온시스템 최대주주 자리 오른 한국타이어, 재무 부담·주가 하락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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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50% 이상 프리미엄 붙여 한온타이어 지분 인수
50.5% 지분 확보하며 최대주주 등극, 시장은 "괜찮은 거 맞나"
순식간에 미끄러진 주가, 조씨 일가 경영권 분쟁 '불씨'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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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의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다. 1조7,33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공격적으로 지분을 인수한 결과다. 무리한 인수 추진으로 시장 여론이 악화하며 한국타이어의 주가가 눈에 띄게 미끄러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주가 하락을 빌미로 지난해 말 일단락된 한국타이어 내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한국타이어, 한온시스템 지분 대거 사들여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타이어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한온시스템 최대 주주 자리를 꿰찼다. 한국타이어는 한앤코오토홀딩스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50.5%) 가운데 25%(1억3,345만 주)를 1조3,679억원(주당 1만250원)에 사들이고, 한온시스템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6,514만 주를 3,651억원(주당 5,605원)에 인수했다. 총투자 금액은 1조7,330억원으로, 한온시스템의 최근 한 달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인수가 대비 54%가량 높다.

이번 투자를 통해 인수한 지분을 보유한 지분과 합하면 한국타이어는 50.5%의 지분율을 확보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업계에서는 한국타이어 측이 전기차 시대의 개화에 대비해 한온타이어 인수를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국타이어의 모회사인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온시스템 인수로 타이어, 배터리, 자동차 열관리시스템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자동차부품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한때 8조원대에 육박하던 한온시스템의 몸값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는 점, 기존 한온시스템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퇴로’를 찾고 있었다는 점 등도 이번 거래 성사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타이어는 연말까지 모든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한국앤컴퍼니의 자산총액은 현재 대비 50% 증가한 약 2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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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시장 반응, 주가 '곤두박질'

그러나 해당 인수 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한 분위기다. 인수 주체인 한국타이어와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재무 상황이 여유롭지 못한 만큼, 최악의 경우 조 단위 차입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연결 기준) 기준 1,967억원에 불과하다. 별도 기준 한국타이어의 현금성 자산은 3,331억원, 이 중 순현금자산은 3억원에 그친다. 한온시스템 인수 자금 대부분을 차입 등을 통해 충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온시스템의 기술이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사업과 실질적인 시너지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한온시스템은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에 특화한 기업이다. 한국타이어의 주력 사업인 타이어 부문과 이렇다 할 접점이 없다는 의미다. 현재 한온시스템이 미국 조지아에서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후 추가 현금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이 같은 부정적 여론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인수 소식이 전해진 7일, 한국타이어 주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6.98%(8,950원) 급락한 4만3,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 행렬이 매물을 쏟아내며 주가가 순식간에 미끄러진 것이다. 같은 날 한온시스템 역시 13% 넘게 하락한 5,620원에 장을 마감했다.

'경영권 분쟁' 또 시작되나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추후 한국타이어의 주가가 한온시스템의 실적에 비례해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한온시스템이 이렇다 할 실적 개선세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한국타이어도 함께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한국타이어가 주가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지난해 연말 한국타이어를 둘러싸고 벌어진 '경영권 분쟁'에 다시금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자녀들이 조현범 회장의 과감한 인수 결단을 '공격'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말 MBK파트너스는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조희원씨와 손을 잡고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에 착수한 바 있다.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20.35~27.32%(1,931만5,214∼2,593만4,385주)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조 고문의 지분은 18.93%, 조희원씨의 지분은 10.61% 수준이었다. 공개매수가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이들의 지분율은 49.89~56.86%까지 치솟는다. 당시 조현범 회장 지분율(42.03%)을 훌쩍 뛰어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의 공개매수는 실패로 끝났다. 당시 MBK파트너스 스페셜 시튜에이션스(MBKP SS)는 입장문을 내고 “유의미한 청약이 들어왔으나 목표치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MBKP SS는 지켜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도 한국앤컴퍼니 지배 구조 개선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이번 인수 건으로 인해 한국앤컴퍼니의 주가가 하락세를 유지할 경우, MBK파트너스 등 조현범 회장의 '반대 세력'이 다시금 지배 구조와 관련한 반발의 뜻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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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재개한 한화오션, 호주 오스탈 인수로 미국 진출·특수선 투트랙 본격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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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탈 인수 본격 추진, 한국 '오커스' 합류 분위기로 한화오션도 봄날
글로벌 방산 시너지 확대 기대, "M&A 이루면 미국 함정 MRO 시장 진출 가능"
변수는 호주 정부, 호위함 프로젝트 설계사 선정 전까진 승인 나기 힘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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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전경/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이 호주 최대 방산기업 오스탈(Austal) 인수를 추진한다. 중장기 투자 계획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한화오션은 미국 함정 설비·유지·보수(MRO) 시장에 진출할 채비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선 오스탈 인수가 현실화하면 한화오션의 사업 경쟁력이 단번에 급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오션-오스탈 M&A 가시화

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투자은행 유비에스(UBS)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오스탈 측에 인수를 제안했다. 딜 규모는 9,000억원 안팎이다. 당시 한화오션 측은 올 3월께 실사를 예정했지만, 현장 실사를 하루 앞두고 오스탈 측이 실사 취소를 통보했다. 오스탈의 사업이 호주 국가 안보와 밀접하게 연관돼 호주와 미국 규제 당국이 거래를 승인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오스탈은 지난해 11월 호주 정부로부터 전략적 조선업체로 선정됐는데, 이 때문에 오스탈이 해외 기업에 매각되려면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IFIUS), 미국 국방방첩안보국(DCSA)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영국·호주 간 군사안보동맹 '오커스(AUKUS)'가 한국을 협력 파트너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오스탈은 국가 자산이기 때문에 오커스 동맹국 기업에만 매각할 수 있는데, 한국이 오커스에 합류하게 되면 동맹 우방국 개념이 확대돼 인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이번 거래에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한화가 오스탈의 사업과 호주 지역 사회를 지원하고 호주 및 미국 정부의 목표와 일치하는 중요한 역량과 투자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리처드 말스(Richard Marles) 호주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이 한국 장관들과의 회담에서 한화그룹의 오스탈 인수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점도 호재다. 지난 1일(현지 시각) 말스 장관은 "궁극적으로 이것은 오스탈의 문제고 오스탈은 민간 기업”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한화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오스탈 인수에 대한 호주 정부의 입장을 간략하게 대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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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4월 30일 호주 멜버른에서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국방부

한화오션, 오스탈 통해 '파이 확장' 노리나

한화오션이 오스탈 인수에 공을 들이는 건 호주뿐 아니라 미국 함정 사업 등 글로벌 방산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에서도 한화오션이 앞으로 미국 해군 군함을 건조하기 위해선 미국에 자회사를 둔 오스탈 인수가 필수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지난 1920년 제정한 존스법 때문이다.

존스법에 따르면 미국 항만 간 운항이 가능한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하거나 개조한 뒤 미국 시민이 소유하고 미국 국적의 선원을 태운 선박뿐이다. 미국에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는 오스탈을 인수해야 한화오션도 미국 함정 MRO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오스탈 인수를 통해 한화오션이 특수선 사업 부문 경쟁력을 추가 확보할 수 있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오스탈은 중소형 상선을 주력 선박으로 내세우면서도 연안전투함(LCS) 원정고속수송함(EPF), 다목적상륙정(LCU) 등 특수선을 함께 건조하던 업체다. 이전까지 대형 군함을 주로 건조하던 한화오션 입장에선 오스탈 인수를 기점으로 특수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산업 연구원은 "영업 가능한 선박이 다양해지면 그만큼 수주 협상력이 높아진다. 국내에선 대형 군함, 해외에선 중소형 위주의 투트랙 전략으로 사업을 펼칠 수도 있다"며 "오스탈 인수가 한화오션에 분기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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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오스탈이 건조한 연안전투함(LCS)의 모습/사진=오스탈

인수 승인 미루는 호주 정부, 신규 호위함 프로젝트가 원인

문제는 호주 정부가 승인을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 경제 매체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AFR)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 승인을 내년 이후까지 늦출 가능성이 있다. 미국 해군이 발주한 100억 달러(약13조6,500억원) 규모의 신규 호위함 프로젝트를 위한 설계업체 선정을 먼저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오스탈은 미 해군이 해외 발주를 통해 확보할 계획인 총 11척의 호위함 중 총 8척을 수주할 전망이다. 호주 정부는 이를 위해 독일 TKMS,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스페인 나반티아 등 3곳이 제시한 설계안 가운데 주설계사 한 곳과 예비 설계사 한 곳을 선정할 계획인데, 호위함 설계사 선정 전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를 먼저 승인하게 될 경우 설계 입찰에 참여한 3개 회사가 꺼림직한 태도를 내보일 가능성이 있다. 해양 방산 부문의 새로운 경쟁사로 떠오르고 있는 한화오션에 자신들의 지적 재산을 공유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호위함 설계사 선정 과정이 마무리되고 관련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호주 정부도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 승인을 늦출 수밖에 없다는 게 AFR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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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에셋도 팔린다" 삼성 계열사 몸담은 오피스, 줄줄이 새 주인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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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람코자산신탁, 최근 더 에셋 매각자문사 선정
첫 삽 뜬 순화동 삼성타운, '강남 삼성타운' 시대 저무나
핵심 부동산 매각 이어가는 삼성, 오피스 부동산 시장 '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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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계열사가 몸담은 서울 시내 소재 부동산 자산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 종로타워 △삼성생명 본관 △삼성화재 본관 △삼성SDS타워 등 삼성 측의 핵심 부동산이 줄줄이 새 주인을 찾은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서울 강남업무지구(GBD) 랜드마크로 꼽히는 '더 에셋(The Asset, 과거 삼성물산 서초사옥)'의 매각전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속도 붙은 '더 에셋' 매각 시도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달 중 삼성화재 본사가 입주한 더 에셋 오피스빌딩의 매각자문사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와 세빌스코리아를 낙점했다. 더 에셋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지하 7층~지상 32층 규모 건물로, 연면적 8만1,117㎡(2만4,538평)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GBD 우량 오피스 자산들의 평균 매각가 △강남역 초역세권 입지 △우량 임차인 등을 고려, 매각가가 3.3㎡당 4,000만원 중후반대에 이를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더 에셋은 2007년 12월 준공된 뒤 줄곧 삼성물산 산하 건물이었으나, 지난 2018년 9월 코크렙43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코크렙43호리츠)를 통해 코람코자산신탁의 품으로 넘어갔다. 당시 매각가는 7,484억원으로 국내 오피스 거래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내년 하반기 더 에셋을 담고 있는 코크렙43호리츠가 청산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코람코자산신탁이 최적의 매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매각에 나섰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삼성화재 이전설'이 매각 부추겼다?

일각에서는 삼성화재의 2026년 본사 이전 전망이 코람코자산신탁의 자산 매각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해 삼성 측은 ‘순화동 삼성타운’의 첫 삽을 뜬 바 있다. 순화동 삼성타운은 서울 중구 순화동의 옛 중앙일보 본사 일대에 축구장 30배 크기 연면적(21만4,735㎡)의 대규모 복합 건축물을 신설하는 사업으로,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순화동 삼성타운이 완공되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삼성그룹의 금융 계열사들이 줄줄이 본사를 옮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강남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타운의 시대가 저물고, 삼성의 중심축이 다시금 강북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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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에셋 타워/사진=코람코자산신탁

더 에셋의 안정적 입주자인 삼성화재가 순화동으로 이전하며 공실이 발생할 경우, 더 에셋의 투자 가치 역시 미끄러질 가능성이 크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삼성화재를 잃기 전 선제적으로 더 에셋 빌딩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코람코자산신탁 측은 삼성화재 본사 이전이 매각 판단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팔려나가는 삼성 부동산

주목할 만한 부분은 더 에셋 외에도 삼성 계열사가 몸담은 서울 시내 핵심 부동산들이 속속 새 주인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말 삼성생명은 서울 종로2가 종로타워를 약 3,000억원에 팔아치웠고, 2016년엔 태평로2가 삼성생명 본관(5,800억원)과 을지로 삼성화재 본관(4,400억원)을 각각 부영그룹에 매각했다. 2018년에는 삼성물산이 서울 금천구 가산동 물류센터를 2,300억원에 처분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잠실 삼성SDS타워가 8,500억원에 KB자산운용의 손에 넘어갔다. 삼성SDS타워는 지상 30층, 지하 7층, 연면적 9만9,536.9㎡ 규모의 건물로, 현재 삼성SDS가 전체 오피스를 임차해 본사 사옥으로 사용 중이다. 임대차만기일은 10년 후인 2034년 6월 30일이다. 최소 10년 동안 공실 우려가 없는 우량자산인 셈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을 중심으로 한 오피스 부동산 시장 격변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최근에는 부동산을 여러 채 갖고 있어 봐야 (기업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삼성 역시 일찌감치 자산을 매각해 신사업 성장 동력원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 계열사들이 줄줄이 경기도 남부, 강북 등으로 중심축을 옮기고 있지 않나. 관련 시도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손바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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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둔화 흐름에도 여전한 '金과일', 프루트플레이션 지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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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3개월 만에 2%대 둔화에도 체감물가와는 '괴리'
농산물가격 20.3% 상승, 국제유가 추이도 지켜봐야
일조량 감소·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과일값 폭등 이어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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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로 석 달 만에 2%대로 떨어졌다. 다만 배 가격아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채소·과일 물가 급등세는 이어지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와는 괴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이상기후와 일조량 감소에 에너지가격 상승까지 더해져 과일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탓에 당분간 과일 가격 폭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4월 물가 석 달 만에 2%대, 과일값은 전년 대비 2배 올라

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로 전년 동월 대비 2.9%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에서 2~3월 2개월 연속 3.1%에 머물다가 석 달 만에 다시 2%대로 떨어졌다.

상품별로는 농·축·수산물이 전년 동월 대비 10.6% 올랐다. 축산물과 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각각 0.3%, 0.4%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반면 농산물은 20.3% 급등했다. 특히 농산물은 전체 물가를 0.76%p 끌어올렸는데, 이는 농산물이 전체 물가 상승률 2.9%의 4분의 1가량을 견인했다는 의미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들은 2%대 초반까지 상승 폭이 둔화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오르면서 전달 기록한 2.4%보다 0.2%p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3% 올랐다.

반면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전월 기록한 3.8%와 비교하면 상승 폭은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밥상 물가’와 직결되는 신선식품지수는 전월 대비 3.7% 하락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19.1% 오르면서 급등세를 이어갔다.

상승 폭도 7개월째 두 자릿수를 이어갔다. 신선식품지수는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한다. 사과 80.8%, 배 102.9%로 신선과실이 38.7% 상승하면서 3월 기록한 40.9%에 이어 40% 안팎의 급등세를 이어갔다. 특히 배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5년 1월 이후로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채소 가격도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토마토는 전년 동월 대비 39.0% 올랐고 배추는 봄배추 출하를 앞두고 32.1% 상승했다. 양배추 역시 48.8%로 1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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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값 폭등, 올해도 계속된다

과일 가격이 치솟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내내 지속된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급감한 탓이 크다. 봄철에는 냉해, 서리 등 저온 피해로 착과가 부실했고, 여름철에는 집중호우와 고온으로 과수원 유실과 낙과 발생이 늘었다. 수확기마저 탄저병 유행과 잦은 우박 등 악재가 겹치면서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39만4,000톤으로 전년 56만6,000톤보다 30% 감소했다. 사과를 제외한 감귤, 복숭아, 포도, 배, 단감 등 주요 과일도 사정은 비슷하다. 배 생산량은 전년 대비 27% 감소했고 복숭아는 15%, 단감은 32% 각각 감소했다.

그렇다고 수입으로 대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동식물 위생·검역 조치(SPS)에 따라 사과와 배를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사과를 수입하려면 접수·착수 통보·예비위험평가부터 최종 고시까지 총 8단계를 거쳐야 하는 데다 검역 문턱을 낮추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사과와 배의 수입절차 간소화는 지역 농민의 반발을 야기하는 초대형 이슈다. 최근 과일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는 있지만, 정부는 간소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과일 가격이 최소 가을 수확 때까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1년에 한 번 수확하는 사과 등은 생산량 변동에 따라 이듬해 공급량과 가격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사과와 배는 햇과일 출하 전까지 가격 강세가 불가피하다"고 선을 그었다. 사과·배 검역 문제와 관련해서는 "상대국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여서 한쪽의 의지만 가지고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며 "우선은 수입대체 품목, 납품단가 인하, 할인 지원 등을 확대하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일·채소 가격 폭등 원인은 '에너지가격'

최근 한국의 과일 가격 상승세는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지난달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G7(미국·일본·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과 전체 유로 지역, 대만의 1∼3월 월평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과일류 물가 상승률은 월평균 36.9%로 14.7%의 상승률을 보인 대만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한국, 대만에 이어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나라는 이탈리아 11.0%, 일본 9.6%, 독일 7.4% 등으로 과일 가격이 많이 뛰긴 했지만 10% 안팎 수준이었다. 채소류 상승률도 한국이 10.7%로 가장 높았다. 한국 다음으로는 이탈리아 9.3%, 영국 7.3% 순으로 집계됐다. 신선 과일·채소류가 단일 품목으로 발표하는 미국의 상승률은 월평균 1.3%에 그쳤다.

노무라증권은 그동안 주로 지적됐던 일조량 등이 아닌 에너지 비용 증가를 과일 가격 폭등의 주요 원인으로 짚었다. 노무라증권이 올해 1~3월 전기·가스요금, 연료비 등 에너지 관련 항목을 가중 평균해 산출한 에너지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한국은 월평균 1.1%로 프랑스 2.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2월 국제유가 상승분이 반영된 3월만 떼어놓고 보면 2.9%의 상승률로 10개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라증권은 "한국은 석유 등의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큰 탓에 중동 사태의 영향을 크게 받아 에너지가격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농가 현장에서는 급등한 연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고충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겨울 면세유 가격과 전기요금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시설농가들의 난방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유가연동보조금과 고효율 냉난방 설비 지원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지만, 한시적·제한적인 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결국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나면 출하되는 농산물이 적을 수밖에 없고, 생산량 감소는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일조량 등으로 인해 작황이 부진하다고 하지만 요즘은 다들 하우스 재배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이유는 유류비 폭등"이라며 "결국 과일 가격 폭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에너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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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금리 동결·깜짝 경제 성장에 '인하 재점검' 띄운 한은, 시장선 "반도체 착시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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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논의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 금리 인하 시점 밀리나
미국서도 기준금리 동결 기조,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2%) 안착 어려워"
경제 성장 지표엔 경계 목소리,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 효과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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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현지 시각) 조지아 트빌리시를 방문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의 전제가 되는 상황이 세 가지 바뀌었다며 "기존 논의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기"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한 셈으로, 이 총재가 언급한 세 가지 상황은 ▲견조한 경기와 물가 수준에 따른 미국 금리 인하 지연 ▲예상을 크게 웃돈 우리 경제의 1분기 깜짝 성장률(1.3%) ▲중동사태 등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일리가 있다는 반응이지만, 경제 성장률에 대해선 이견이 쏟아진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 효과를 왜곡해 해석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총재 "세 가지 전제 상황 바뀌었다"

이 총재는 2일(현지 시각) 조지아 트빌리시를 방문하던 중 국내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통화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재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예상보다 강한 경제 성장으로 인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더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라는 질문을 받고 "지난 4월 통화정책방향회의(통방)가 5월 통방의 근거가 되기 힘들어졌다"며 정책 근거 중 '달라진 세 가지'를 언급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전제가 달라진 탓에 통화정책방향 논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세 가지 변화 중 첫 번째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그널이 바뀐 점을 꼽았다. 그는 "4월 통방 때만 해도 미국이 피벗 시그널을 줬다"며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제로 통화정책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그 사이 미국의 경제 관련 데이터가 좋게 나오면서 금리를 낮출 걸로 예상하는 시점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며 "9월이냐 12월이냐, 올해 몇 번이냐는 디테일한 것이고, 지금 전 세계가 생각하는 건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미국의 견조한 경기와 물가 수준을 볼 때 뒤로 미뤄졌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변화로는 시장 예상치를 2배 이상 웃돈 한국 경제의 1분기 깜짝 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1.3%)을 지목했다. 이 총재는 "우리(한은) 생각보다 성장률이 굉장히 좋게 나왔다"며 "수출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수가 우리 생각보다 강건하게 나왔고, 그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디서 차이가 났는지 검토하고 있다. 날씨 문제인지, 휴대전화 판매 효과인지 그 이유를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부연했다. 전망치 상향 조정에 대해선 "얼마나 상향하느냐가 문제"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일(현지시간) OECD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2.6%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2월에는 2.2% 성장을 예상했는데 3개월 만에 0.4%p 상향한 것이다. 한은의 전망치는 현재 2.1% 성장이다.

한은이 꼽은 마지막 변화는 유가와 환율이다. 이 총재는 “4월 통방 이후 지정학적 긴장, 특히 중동사태가 악화해 유가가 올라갔다가 지금은 안정됐지만, 그로 인한 변동성이 커졌다”며 “미국 데이터와 겹치면서 지정학적 위기 변동성이 커지고 환율 변동성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게 앞으로 얼마나 안정될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세 가지 요인이 우리 통화정책에 주는 함의가 크다"며 "현재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기준 금리 동결 시사한 미국, "리스크 감수하긴 힘들 듯"

이 총재의 금리 인하 시점 재검토 언급에 국민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금리 인하가 미뤄질수록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총재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미국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섣불리 움직이기는 힘들 수 있다는 시선에서다.

실제 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지난 1일 기준금리를 5.25~5.5%로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움직인다는 보다 큰 확신을 얻을 때까지 기준금리 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연방공개시장위는 직전 기준금리 결정 회의가 열린 3월만 해도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 전망을 내놓으면서 6월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물가가 들썩이기 시작하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Fed에 따르면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3.5%로 2월보다 0.3%p 뛰었다. 같은 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2.7% 올랐다.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 2%에 이르기 어려워지면서 동결 가능성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 동결 기조를 시사한 가운데 한국도 물가의 목표 수준(2%) 안착을 확신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섣불리 금리를 인하하는 데 부담이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CPI 상승률 지표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CPI는 2.9%였다. 석 달 만에 3%대에서 내려왔지만, 여전히 국제유가와 과일 농산물 가격 탓에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불안한 환율 흐름도 금리 인하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라지고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면서 지난달 16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뛰었다. 이후 상승률은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1,370원~1,380원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 모양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은 높아진다. 인플레이션 관리가 제1 목표인 한은 입장에선 기준금리 동결을 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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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률은 허수, 반도체 착시 효과 인식해야

다만 경제 성장률이 깜짝 반등한 데 대해선 이견이 적지 않다. 1분기 한국 경제가 1.3% 성장한 건 순간적인 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단 지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3월 0.2p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0.2p) 이후 11개월 만의 감소 전환이다.

현재 경기 수준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 대비 0.3p 하락했다. 지난 1월 0.1p, 2월 0.2p 상승한 뒤 3개월 만에 감소전환한 것으로, 지난해 7월(0.3p) 이후 9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업계에 따르면 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일제히 감소한 건 지난해 1월 이래 1년 2개월 만이다.

국내 주요 상장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0% 넘게 뛰었으나, 막상 각 기업의 실적은 지지부진하다. 업종별로 보면, 우선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이차전지 업체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내연기관 대비 높은 가격으로 영향력을 잃으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77.3%(4,121억원), 35.4%(1,329억원)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2,714억원의 흑자를 거뒀던 한화솔루션도 올해 1분기엔 855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중국산 태양광의 저가 공습에 국내 태양광 시장마저 붕괴하면서 관련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체들 역시 영업이익이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66.0%(4,559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며, 롯데케미칼은 영업이익이 -262억원에서 -765억원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올해 1분기 기준 반도체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4.8% 증가했다. 이는 2010년 1분기 이후 14년 만에 최대 폭 증가다. 반도체 기업 업황도 호조세를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3조4,02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SK하이닉스는 올해 1조4,32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며, 삼성전자도 영업이익이 6,402억원에서 4조9,547억원으로 껑충 뛸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반도체가 1분기 성장률을 주도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의 독주를 인식하고 통화정책을 거듭 재고해 나가는 게 한은의 선결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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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미분양은 늘고 인허가는 줄고, 불안정한 상황속 대형 건설사에 몰리는 수요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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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택 인허가·착공, 전년 대비 뚝
1분기 전국 부도 건설업체 9곳
정부, 부동산 PF 연착륙에 속도
청약자들, 신용등급 견조한 건설사로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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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8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비 상승 및 고금리 여파로 올해 1분기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도 전년 대비 절반가량 감소했다. 건설업계 전반에 연쇄 부도 위기감이 감도는 가운데, '5월 위기론'까지 확산하면서 대형 건설사에만 청약 수요가 몰리는 쏠림현상도 포착된다.

다 지어도 안 팔린 ‘악성 미분양’ 8개월 연속 증가, 인허가·착공도 부진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2만5,836가구로 전월(2만2,912가구)보다 12.8% 증가했지만, 1분기 총 주택 인허가 실적은 7만4,558가구로 지난해보다 22.8% 줄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은 1만423가구로 작년 1분기 대비 14.2% 감소했고 서울은 6,493가구로 같은 기간보다 무려 49.1% 줄었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2만2,644가구로 지난달보다 10.6% 증가, 비아파트는 3,192가구로 30.9% 늘었다. 하지만 이 역시 1분기 기준으로 보면 아파트 인허가는 6만6,023가구로 지난해 1분기보다 20.3% 감소했고, 비아파트는 8,535가구로 38.1% 줄었다.

인허가가 줄면서 착공 실적도 감소했다. 지난달 착공 실적은 1만1,290가구로 전월 1만1,094가구 대비 1.8% 확대됐으나 1분기 기준으로는 전국 착공 실적 4만5,359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6% 감소했다. 유형별로 1분기 기준 아파트 착공은 3만7,79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줄었고, 비아파트는 7,566가구로 31.4% 감소했다.

착공 감소로 인해 분양 실적 또한 3월 기준 2,764가구로 전월 2만6,094가구보다 89.4% 줄었다. 이어 3월 준공 실적은 4만9,651가구로 전달 3만8,729가구보다 28.2%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준공 실적은 12만5,14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2% 늘어났다. 유형별로 아파트는 11만3,755가구로 작년 1분기보다 59% 증가했다. 하지만 비아파트의 경우 1만1,387가구로 같은 기간보다 40.1% 감소했다.

지방 건설사들 회생절차 이어져, 건설업계 연쇄 부도 빨간불

착공 실적이 2~3년 후 주택 시장 상황을 가늠하는 지표라면, 인허가는 3~5년 후의 상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향후 주택 공급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특히 지방의 인허가 실적 감소는 국내 건설 사업 추진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 인허가 대비 분양 물량은 37.6% 수준으로 2022년(45.8%) 대비 8%p가량 감소했다. 인허가를 받은 주택이 착공하기까지의 기간은 지난해 상반기 11.6개월로 1년 가까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21년 상반기(7.9개월)와 비교하면 4개월이나 늦어진 셈이다. 사업 기간 지연은 시행사를 비롯한 개발사업 주체의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인허가와 착공·준공이 줄어든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주택 매입 수요가 감소한 데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담으로 대부분 건설사가 개발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정비사업이 올스톱되거나, 아예 시공사를 찾지 못하는 곳 기업도 허다하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시장을 비롯한 비아파트 시장은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이렇다 보니 최근 건설업계에는 연쇄 부도 위기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에서 부도가 난 건설업체(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정지 건설업체, 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 말소된 업체는 제외)는 1월 3곳에서 2월 2곳, 3월 4곳 등으로 증가해 총 9곳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1곳 △경기 1곳 △부산 2곳 △광주 1곳 △울산 1곳 △경북 1곳 △경남 1곳 △제주 1곳 등이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3곳) 대비 약 3배 늘어난 수치로 2019년(15곳) 이후로는 최대치다. 종합건설사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1분기 폐업 신고(변경, 정정, 철회 포함)한 종합건설사는 134곳으로 전년 동기(119곳) 대비 12.6% 늘었다.

회생 절차에 돌입하는 지방 소규모 건설사도 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하루 동안에만 건설사 2곳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 공고가 내려졌다. 서울회생법원에서는 에스원건설에 대한 회생 절차 개시가 결정됐고 수원회생법원에서는 유원건설에 대해 회생 절차 개시가 결정됐다.

에스원건설은 강원 지역 시공 능력 8위인 종합건설업체로,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에스원은 부동산 PF 부실과 공사 미수금 급증 등에 따라 현재 자본 잠식 상태다. 법원은 에스원건설에 오는 7월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라고 공고한 상태다. 유원건설은 경기 평택을 기반으로 하는 소규모 건설사로 2022년 재무제표에 대해 대주회계법인 측으로부터 감사 의견거절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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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위험 없는 상위 건설사에만 청약 수요 몰리는 현상도

이런 가운데 부동산 PF 부실 우려와 악성 미분양 증가, 고금리 등으로 건설 업계 전반의 부침이 지속되면서 올 초부터 업계를 덮쳤던 이른바 ‘4월 위기설’은 이제 달을 넘겨 '5월 위기설'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금융권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35조6,000억원으로 최근 3년 새 무려 46.6% 늘었다. 증권사의 PF 채무보증 역시 지난 3월 22일 기준으로 16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건설사가 제공한 PF 보증액 등도 17조1,000억원에 육박했다.

문제는 올 연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부동산 PF 대출 14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58.4%)인 8조2,000억원가량이 브릿지론으로 이 중 6조4,000억원 정도가 상반기 만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브릿지론은 부동산 시행사들이 사업 초기에 사용하는 비용(토지 매입·인허가 등)을 융통하는 고금리 단기 차입금으로, 예정된 일정대로 착공하면 문제가 없으나, 사업이 지연될 경우 본PF로 넘어가지 못해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즉 브릿지론을 상환하지 않고 만기 연장을 한다는 것은 사업이 착공, 분양 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는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업권과 건설업계 등과의 협의를 거쳐 마련한 PF 정상화 방안을 다음 주말께 발표할 방침이다. 사업성이 있는 PF 사업장에 은행과 보험사의 유동성을 공급해 숨통을 트이게 하고, 이들 금융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이 골자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PF 사업장은 금융당국의 '옥석가리기'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투자자와 수요자들 사이에서 시공사를 판단함에 있어 안정성과 신뢰성이 하나의 중요한 척도로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안정적인 재무 구조는 기본이고, PF 보증 규모가 크고 부채비율이 낮아 신용등급이 견조한 건설사들이 주목받고 있는 추세다. PF 보증 규모가 클수록 해당 건설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음을 의미하는 데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부채비율이 낮다는 것은 건설사가 부채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는 재무적 안정성이 탄탄하고, 경제적 변동에도 강한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울러 건설사의 신용등급은 해당 기업의 재무 상태와 미래 리스크를 평가하는 중요 지표라는 점에서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한 건설사는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신뢰를 제공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향후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설 때 이러한 기준들을 모두 충족하는 건설사가 공급하는 단지에 주목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때문에 서울과 지방, 브랜드와 비브랜드, 아파트와 비아파트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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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개선계획안 가결로 속도 붙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도장값' 등 잡음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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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로' 확보한 태영건설, 무상감자·출자 전환 등 단행 예정
높은 값에 팔려나가는 자산들, 에코비트도 매각전 본격화
소수 PF 사업장 내에서는 시행사와 '도장값 갈등'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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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이 본격적인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 작업) 실행에 착수한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산 매각에 속도가 붙은 가운데, 채권단 동의하에 기업개선계획안이 가결되면서 재무 건전성 개선의 '청사진'이 확보된 것이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시행사들의 '도장값' 요구 등 일부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재기 발판 다지는 태영건설

지난달 30일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은 채권단의 75% 이상(오후 6시 기준)이 제3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 부의된 기업개선계획 안건들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기업개선계획이 가결됨에 따라 태영건설과 금융채권자협의회는 기업개선계획과 부동산 PF 사업장 처리 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며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자본 확충 방안을 신속하게 실행해 2025년 이후에는 정상적인 수주 활동이 가능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에는 대주주의 보통주 100주를 1주로, 소액주주는 2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 방안이 담겼다. 감자 비율을 차등화해 대주주에게 경영 실패 책임을 묻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워크아웃 전 대여금 4,000억원을 출자 전환(부채를 지분으로 전환하는 것)하고, 워크아웃 후 대여금 3,349억원을 100% 영구채로 전환할 예정이다. 금융채권자는 무담보채권의 50%(2,395억원)를 출자 전환하며, 나머지 50%에 대해선 3년간 상환 유예 및 금리 인하 조치를 시행한다.

사업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수 PF 사업장의 구조조정 방안도 제시됐다. 태영건설은 본PF 사업장 40곳 중 32곳, 브릿지론 사업장 20곳 중 1곳에서 사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외 사업장은 시공사 교체, 경·공매 등을 통해 태영건설의 품을 벗어난다. 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이 본격적인 PF 사업장 '옥석 가리기'에 착수한 만큼, 추후 잔여 사업장의 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자산 매각도 '순항'

지난해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제출한 자산 매각 계획도 점차 이행되고 있다. 태영그룹의 레저·관광 계열사 블루원이 운영하는 골프장 '디아너스CC(The honors CC)'가 새 주인을 찾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디아너스CC는 경상북도 경주 소재 보문관광단지에 위치한 27홀의 회원제 골프장으로, 그 면적만 126만5,944㎡(38만3,000평)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블루원과 매각주관사 삼일PwC는 고려시멘트를 포함한 강동그룹 컨소시엄을 디아너스CC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 지난달 24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매각 대상은 디아너스CC와 리조트, 워터파크, 웨딩홀 등 부속 시설이며, 거래 가격은 약 3,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그룹은 디아너스CC와 같은 지역에 위치한 루나엑스CC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으나, 강동그룹은 루나엑스CC까지 인수하는 건 원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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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그룹 워크아웃의 핵심으로 꼽히는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의 매각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자인 KDB산업은행이 ‘스테이플 파이낸싱(Staple financing, 매각 측이 잠재 인수자를 대상으로 주선하는 인수금융)'을 통해 인수자 자금 조달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스테이플 파이낸싱은 매각 측이 희망하는 몸값을 유지하는 동시에 인수자의 자금 부담을 대폭 낮추는 효과를 낸다.

일부 PF 사업장에서는 잡음도

다만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마냥 순항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태영건설의 일부 PF 사업장에서는 시행사들이 '도장값'을 요구하고 있다. 도장값은 아파트 사업 시행사가 준공에 필요한 각종 서류에 도장을 찍어주는 대가로 시공사에 요구하는 뒷돈을 일컫는다. 준공 승인을 무기로 내세워 시공사 측에 적자 보전, 이자 납부 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일례로 태영건설 PF 중 가장 규모가 큰 마곡CP4 사업장의 시행회사인 마곡CP4PFV는 준공을 위해 필요한 추가 공사비 3,700억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마곡CP4PFV는 아이알디브이(이하 IRDV, 지분 45.20%), 태영건설(29.90%), 이지스자산운용(19.90%), 메리츠종합금융증권(5.0%)이 공동 출자해 만든 프로젝트금융회사(Project Financing Vehicle, PFV)다.

최근 시행사 IRDV는 PFV 주주총회에서 추가 공사비 대출로 인한 이자 비용을 태영건설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내놨다. 태영건설은 이 같은 IRDV의 주장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고, 추가 공사비 대출 약정은 체결되지 못했다. 준공을 코앞에 두고 사업이 공전하게 된 셈이다.

문제는 IRDV의 압박이 마곡 사업장 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IRDV는 상봉동·개봉동·독산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등의 사업에서도 태영건설과 함께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IRDV가 (청년주택 개발사업) 사업장 대주단 회의에서 (추가 운용 자금에 대해) 태영건설이 자금보충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IRDV 측이) 태영건설의 책임준공 의무를 빌미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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