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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7주래 최강세, 155엔도 무너졌다 "38년 만의 슈퍼 엔저 막 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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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금리 격차 감소 기대·안전 자산 수요가 엔화 지지 
日 정부 외환시장 개입 및 트럼프 엔저 문제 언급도 영향
엔화 강세 흐름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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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 추이/출처=구글 파이낸스

속절없이 떨어지던 엔화 가치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시아 통화 약세’에 대한 경고성 발언과 미국-일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좁혀질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다. 기록적 슈퍼 엔저의 끝이 보인다는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저리의 엔화로 다른 고금리 자산을 매입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도 풀리기 시작했다.

달러당 엔화 강세, 엔·달러 환율 153엔대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53.66엔까지 떨어졌다. 약 2개월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전날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2엔가량 하락했다. 현재 주요 10개국 통화(G10) 중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엔화는 약 7주 전만 해도 심리적 저항선이라고 여겨졌던 ‘1달러=160엔’을 돌파하며 일본의 경제 버블 시기인 1986년 12월 이후 38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당시 시장에선 엔화가 160엔대에서 움직이는 ‘초(超)엔저 시대’가 지속될 것이란 비관론까지 나왔다.

최약세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던 엔화가 반등하기 시작한 건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부터다. CPI 상승률이 3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론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시장은 오는 9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96.3%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전망도 엔화 가치 상승을 유도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축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하면서다. 현재 연준은 22년 만의 최고 수준인 5.25~5.5%의 기준금리를 고수하고 있는 반면 BOJ는 0~0.1%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LSEG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일본은행이 오는 30~31일 개최되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10bp 인상할 가능성을 67.2%로 점치고 있다. 이는 이번 주 초 40%에서 대폭 상승한 수치다.

"달러와 엔화 격차 크다", 트럼프 발언도 엔화 강세 견인

최근 발생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격 사건도 엔화 강세를 이끌었다. 총격 사건은 외환시장에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급격히 높인 것은 물론, 향후 엔저 흐름의 전환 가능성도 부각했는데, 이는 트럼프가 재임에 성공할 경우 양적 완화를 동반한 달러 가치의 하락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의 최근 발언도 엔화 매수에 불씨를 당기며 엔저가 흔들릴 가능성을 열었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내세우며 수출 촉진을 위해 달러화 약세를 지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통화 이슈를 언급하며 엔화 약세를 용인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큰 통화 문제를 안고 있다"며 "현재 강한 달러 및 약한 엔, 약한 위안이라는 측면에서 통화의 깊이(the depth of the currency)가 엄청나기(massive)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달러와 엔, 달러와 위안의 불일치(discrepancy)가 믿기지 않는다(unbelievable)"며 “미국 제조업체들은 달러가 너무 비싸서 아무도 제품을 사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는 유지하면서도 미국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달러 약세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트럼프는 1기 집권 당시에도 달러 가치를 낮춰야 한다며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한 바 있다.

트럼프의 발언에 달러인덱스는 즉각 반응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7일 미국 동부시간 오전 4시 반께 104에서 103 후반대로 내려앉았다. 이는 지난 3월 중순 이후 최저 수준이자 200일 이동평균선이 가리키는 수치인 104.4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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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 오르자 '엔 캐리 트레이드' 위축

일본 정부의 개입도 엔저 기조에 제동을 건 요인으로 거론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당국은 11일 3조 엔(약 27조원) 넘는 자금을 외환 시장에 투입한 데 이어 12일엔 2조 엔(약 18조원) 정도를 추가로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11일 엔화 가치는 장중 달러당 161.6엔대에서 157.4엔까지 올랐다.

미국과 일본 주식시장에서 주요 지수가 하락하며 부각된 위험 회피 움직임도 엔저 탈피에 기여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를 하던 투기 세력이 엔화 매도 포지션을 축소하고 엔 매수에 박차를 가하면서다. 실제로 최근 엔저 추세가 완화되는 가운데 엔 캐리 트레이드에도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금리가 낮을 때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으나, 금리가 오르고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그만큼 환손실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엔화로 투자한 자산을 팔고 자금을 회수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엔 캐리 자금은 올해 5월까지만 해도 57조2,640억 엔(약 515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8조7,167억 엔)과 비슷한 수준에서 느는 추세였다. 유럽이 최근 잇달아 기준금리를 내리며 통화가치가 낮아진 반면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으로 달러 독주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엔 캐리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와타나베 부인'들이 슈퍼 엔저에 베팅하면서 엔화 약세를 더욱 부추겨왔다. 하지만 최근 엔저 추세 완화로 이같은 흐름에 반전이 생긴 것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시그널은 3개월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수한 금액은 2조4,600억원으로, 2월 7조8,583억원, 3월 4조4,285억원에서 점차 순매수 규모가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4월에만 7,580억원어치를 팔아치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하반기 엔화의 절상 움직임이 나타나는 와중에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점진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요건이 충족될 것이라 보고 있다. 닛케이지수 하락 자체가 엔고로 이어지는 구조도 있다. 외국인은 통상 일본 주식에 투자할 때 같은 금액의 ‘엔 매도·달러 매수’를 통해 환율 변동 리스크를 헤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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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분기 경제성장률 2.8%, 탄탄한 지표에도 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

美 2분기 경제성장률 2.8%, 탄탄한 지표에도 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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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분기 GDP 성장률, 전문가 전망치 크게 웃돌아
경기 침체 위험은 여전하다? 기준금리 인하 점치는 시장
캐나다, 2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하며 '주요국 피벗' 기대 키워
usa gdp 20240726

올해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 상황 속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가 확인된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탄탄한 경제 지표에도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긴축으로 인한 경기 침체 위험, 캐나다 등 주요국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움직임 등이 기준금리 조정 압박을 가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美 2분기 경제 성장 '견조'

미국 상무부는 올해 2분기 미국 GDP 증가율(속보치)이 2.8%(직전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됐다고 25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1%)를 크게 웃도는 수치자, 지난 1분기(1.4%) 대비 1.4%p 상승한 수준이다. 다만 이날 발표된 수치는 속보치로 향후 수정될 수 있다. 미국은 GDP를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로 세 번에 걸쳐서 발표한다.

2분기 경제 성장률 개선을 이끈 것은 미국 경제 활동의 3분의 2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 활성화였다. 2분기 미국의 개인소비지출은 2.3% 증가했다. 이는 1분기의 1.5% 대비 대폭 개선된 수치다. 서비스 부문 내에서는 의료·건강과 주택, 유틸리티, 여가 활동 서비스가 증가세를 주도했고, 상품 부문에서는 자동차와 부품, 여가용 상품과 운송 수단, 가구 등의 기여도가 높았다.

민간투자 역시 8.4% 증가하며 2분기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교적 변동성이 큰 재고투자 증가세가 민간투자 증가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2분기 민간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1.46%p, 재고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0.82%p 수준이다.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가 입증된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에 집중되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100%에 가까우며,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컷'을 밟을 가능성도 10.2%에 달한다고 봤다.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6.7%로 점쳤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미국이 7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지만, 9월 인하론'에는 꾸준히 힘이 실리는 추세"라며 "2분기 GDP 성장률만을 가지고 미국의 경기 침체 위험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실제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의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한발 빠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 '매파'(경기 긴축 선호) 인사로 분류되는 윌리엄 더들리(William Dudley)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연준이 다음 주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동안 연준이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해야 한다는 편에 서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고, 견해를 바꿨다”고 덧붙였다.

더들리 전 총재는 연준 긴축 정책에 따른 경기 냉각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경기 침체 신호 중 하나인 ‘삼의 법칙’(Sahm's Rule)에 따른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의 법칙은 실업률 3개월 평균이 직전 12개월 저점보다 0.5%포인트 높아지면 경기 침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경기 침체 위험 지표 중 하나다. 최근 이 지표는 0.43%p로 높아진 상태다. 그는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침체를 막는 게 이미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며 "지금 인하를 주저하는 것은 불필요한 위험만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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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적극적 피벗 움직임

캐나다 등 일부 주요국의 피벗 움직임 역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달 5.0%에 달했던 기준금리를 0.25% 인하한 바 있다. 이는 코로나19 발발 직후인 2020년 3월 이후 4년 만이자, G7(주요 7개국) 국가 중 첫 금리 인하였다. 이어 지난 24일(현지시간) 캐나다 중앙은행(Bank of Canada, BOC)은 정례 금리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인 오버나이트 금리를 기존 4.75%에서 4.5%로 0.25%p 인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 이어 2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BOC는 성명에서 "광범위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적으로 완화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하기로 했다"며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이번 인하 결정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CPI는 5월 2.9%로 전월(2.7%) 대비 0.2%포인트 예상 밖 상승을 기록했지만, 6월엔 다시 2.7%로 둔화했다.

티프 맥클렘(Tiff Macklem) BOC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추가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맥클렘 총재는 “향후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예측에 따라 광범위하게 완화되는 추세를 지속한다면 정책금리의 추가 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과 관련해 캐나다 임페리얼 상업은행(CIBC)의 에이버리 셴펠드(Avery Shenfeld) 경제 전문가는 “이는 9월 추가 금리 인하의 문을 열어주는 발언"이라며 오는 10월까지 4회 연속 인하로 캐나다의 정책금리가 4.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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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보다 채무조정 더 급했던 우크라이나, 트럼프 당선 가능성 올라간 덕에 급한 불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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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통에 국제 채권단과 강대강 협상, 37% 헤어컷 요건 관철시켜
국가 부도났던 그리스도 20% 헤어컷 불과, 우크라이나 정부의 협상 승리라는 평가 지배적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후 우크라이나 부도 가능성 감안해 채권단의 타협이라는 반박도
trump zelensky FE 20240723
(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GettyImages

막대한 전쟁 비용으로 인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채권단과 200억 달러(약 27조원) 규모의 채무 구조조정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그간 채권단과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된 결과다.

밀고 당기던 우크라이나 채권 감액 협상, 디폴트 직전 어렵사리 합의

22일(현지시간) 세르치 마르첸코(Sergii Marchenko) 우크라이나 재무장관은 민간 채권단, 국제통화기금(IMF) 및 양자 파트너들과 수개월 논의한 끝에 공공 외채의 포괄적인 구조조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통상 '헤어컷(Hair-cut)'에 해당하는 채권 일부 면제 합의로 채권단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효력이 발휘된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가 내건 조건에 채권단이 불만을 표하면서 논의가 길어졌으나,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피격 사건을 거치며 우크라이나에 관한 미국의 추가 지원 가능성이 낮아진 것을 반영해 합의가 급진전됐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힌 구조조정 안에 따르면 채권단은 채권 액면가의 37%인 87억 달러(약 12조원)를 할인하기로 했다. 나머지 액면가의 40%는 내년부터 이자를 지급하는 2029~2036년 만기 채권으로, 23%는 2030~2036년 만기 채권 두 가지로 나눠 롤오버(만기 연장)한다. 두 번째 채권은 2027년까지 이자를 지급하지 않지만 2028년 우크라이나 경제성장률이 IMF 기대치를 넘어서면 지급액이 증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향후 3년간 114억 달러(약 15조8,000억원)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국제 금융 전문가들은 지난 2015년 IMF가 그리스 국가 채무의 20%에 대해 헤어컷을 제공했던 것을 감안할 때 우크라이나가 이번 협상에서 큰 수혜를 입었다고 설명한다. 협상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우크라이나의 채무 상환 기한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이뤄졌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채무 상환을 2년 유예해줄 것을 요청했고 채권단도 이를 받아들였다. 채무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는 국가 부도(디폴트)에 처할 수도 있었던 만큼, 사실상 '벼랑 끝 전술'을 감행한 것이다.

극적인 합의에 이르렀지만 채권단 일부에서는 여전히 불만의 불씨가 남아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우크라이나 정부는 채권단과 헤어컷 협상을 진행했으나, 협상 초기 금융사들은 전면적인 채무 유예에만 찬성할 뿐, 채권 소각에는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나 전쟁 2년차인 지난해 전년 대비 5.3% 성장한 우크라이나 경제와 동맹국의 현금 지원 등이 채권단에 신뢰를 심어준 덕분에 상황이 급반전 됐다. 앞서 지난달 채권단은 2027년까지 25억 달러(약 3조5,000억원)의 이자를 요구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측 제안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협상 실패를 염두에 두고 디폴트에 대비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양측이 팽팽히 맞섰다.

헤어컷 받아낸 우크라이나 정부의 역량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

글로벌 금융계에서는 대체로 부담스러운 헤어컷 조건을 관철시킨 우크라이나 정부의 역량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국가부도 사태를 겪은 그리스의 경우도 30%의 헤어컷과 만기 20년 연장을 줄곧 요구했으나, 채권단은 20%의 헤어컷에만 일부 동의했을 뿐이다. 당시 주요 채권국인 독일의 우호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헤어컷 협상에 난항을 겪었던 것에 비해, 전쟁 중 디폴트를 불사하면서까지 채권단과 강대강으로 맞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뚝심이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 13일(현지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당하면서 미국 대선 판세가 급변한 것이 헤어컷 합의의 주원인이라 평가 절하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미국의 현금 및 무기 지원이 현재 전황을 유지할 수 있는 절대적인 경제적인 근거인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할 경우 사실상 우크라이나 자체가 디폴트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채권단 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될 경우에는 사실상 채권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이번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원하는 조건을 다 들어주는 걸로 일종의 '양심적 마지노선'을 그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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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사진=도널드 트럼프 인스타그램

19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젤렌스키 간 전화 통화도 영향

국제 관계 전문가들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전화 통화도 이번 채권 협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내다본다. 자세한 대화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CNN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크림반도 일대의 장기 평화를 위한 종전 협상을 암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영토 경계선 변경 조건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강력한 거부 의사를 보이고 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전쟁 개입에 꾸준히 반대해 왔던 것에 비춘 정책 노선 변경이 예측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5년 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둘째 아들인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정부와 맺은 비밀 협약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조사를 요구했다 묵살된 점도 향후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헌터 바이든의 각종 엽색 행각 및 비리 지원 자금이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나온 것이라는 의혹이 확산됐고, 트럼프 선거 캠프에서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에서 낙마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당시 정부가 중립을 지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패배의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국제 금융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지급된 주요 지원이 중단될 경우 2025년 이후 우크라이나가 이번 헤어컷 조건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주요 농지 및 지원시설이 완전 파괴된 데다, 옥토로 불렸던 영토 상당 부분이 러시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요 채권단의 대부분이 서유럽의 은행 및 자산운용 기관들인 만큼, 서유럽 금융시장이 2025년 이후 한 차례 대규모 상각을 진행해야 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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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개월 만에 기준금리 0.1%p 인하, 경제 성장 둔화·美기준금리 인하 기대 등 영향

중국 5개월 만에 기준금리 0.1%p 인하, 경제 성장 둔화·美기준금리 인하 기대 등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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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연속 금리 동결한 인민은행, 이번 달엔 LPR 인하 나섰다
위안화 가치 안정에 주력해 온 中 금융당국, 성장률 둔화에 위기감
미국 기준금리 인하 전망도 영향, "위안화 가치 하락 리스크 적어질 수도"
china Economic growth FE 20240722

중국 인민은행(PBOC)이 당초 시장의 예상을 깨고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고 고시했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 및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 인민은행, LPR 10bp 인하

중국 인민은행이 22일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85%로 전월 3.95% 대비 10bp(1bp=0.01%p) 인하한다고 밝혔다. LPR은 중국에서 실질적인 기준금리 역할을 하고 있으며, 1년물은 우량기업 대출금리의 지표가 되고 5년물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된다.

이날 LPR 인하에 앞서 공개시장조작(OMO)을 통해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도 기존의 1.8%에서 1.7%로 0.1%p 인하했다. 지난해 8월 7일물 역레포 금리를 0.1% 인하한 이후 11개월 만이다. 역레포 금리는 중앙은행이 국채를 담보로 금융기관에게 빌려주는 단기 정책 금리다.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해 인민은행 측은 "공개시장 조작 메커니즘을 최적화하고 경제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늘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었던 중국

그간 중국은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 인민은행은 이전까지 4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도 1년물 LPR은 동결한 채 5년물 LPR만 0.25%p 인하하는 정도에 그쳤다. 1년물 LPR 금리는 지난해 8월 0.1%p 인하한 이후 10개월째 동결 상태였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리가 여전히 높은 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더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 중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2bp 하락한 연 2.18%로 2002년 이래 최저치로 마감했다. 20년 만기와 50년 국채금리 역시 지난 수개월간 사상 최저 수준에서 거래됐다.

interest rate reduction Fed FE 20240722

중국 경제 성장 둔화세, GDP 성장률 전 분기 대비 0.6%p 하락하기도

중국이 금리 인하에 소극적 태도를 견지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위안화 가치 안정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중국이 먼저 금리를 내리면 금리 차가 확대돼 위안화에 평가절하 압력이 커진다. 더군다나 이미 중국 금리는 주요 국가보다 낮은 편이라 중국 은행의 수익성도 뒤처진 상태다. 시장에서 "이번 달에도 인민은행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왔던 이유다.

이런 가운데서도 인민은행이 예상 밖의 금리 인하 '결단'을 내린 건, 최근 중국 경제 성장이 급격히 둔화한 영향이 크다. 중국 내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실물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는 차원에서 LPR을 하향 조정한 것이다. 실제 올해 2분기 중국의 GDP(국내총생산)는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 분기 5.3%에 비해 0.6%p 대폭 낮아진 수준이며,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인 5.0%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외 지표도 악화를 거듭했다. 지난달 기준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4.5% 하락해 2015년 6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소비 척도인 소매 판매 증가율 역시 전년 대비 2.0% 증가에 그치며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국 2분기 성장률 쇼크가 가시화하면서 '위안화 가치 절하' 등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빠르게 성장률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중국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늦어도 9월엔 금리를 내린 것이란 확신이 생긴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5일(현지 시각)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3개월 간의 지표로 (물가 둔화에 대한) 추가적인 확신을 얻었다"며 "물가 상승률이 2%로 떨어질 때까지 (기준금리 인하를) 계속 기다리면 너무 오래 기다렸음을 결국 깨닫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피벗(통화 정책 전환)' 가능성을 직접 시사하고 나선 것이다. 연준의 의지에 따라 이른 시일 내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중국 측이 우려하는 위안화 가치 하락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정치적인 압박에 기준금리 인하 스케줄이 변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앞서 지난 16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란 것을 알지만, 어쩌면 그들(연준)이 11월 5일 선거 전 (기준금리 인하를) 할 수 있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실상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밝힌 셈이지만, 실제 연준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휘둘릴 여지는 거의 없다. 연준은 이전부터 정치권 압박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금리를 결정해 왔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가 발간한 '과거 미국 대선과 통화정책 간 연관 여부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시행된 13회 미국 대선에서 연준이 특정 후보자를 고려해 금리를 결정한 건 1972년 한 번뿐이었다. 특히 이미 연임에 성공한 파월 의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식할 이유도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대선 전인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인터뷰 공개 이후 17일 오후 5시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가 예상하는 9월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93.3%로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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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비둘기파 오스탄 굴스비, "금리 인하 서두르지 않으면 '황금 경로'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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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연은 총재 "금리 인하 늦으면 '황금 경로' 잃어"
노동시장 악화 피하기 위해선 금리 인하 서둘러야
한은 “너무 늦은 전환 시 수출·내수 간 차별화 등 우려”
Austan Goolsbee Chicago FE 20240719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사진=시카고 연방준비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꼽히는 오스탄 굴스비(Austan Goolsbee)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조만간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금리 인하 시기를 너무 오래 늦출 경우 경기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경고다.

굴스비 총재 "곧 금리 낮춰야"

18일(현지시간) 굴스비 총재는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곧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으면 실업률이 크게 상승하지 않고도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황금 경로’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굴스비 총재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지속되고 있지만 지난 몇 달 경제 지표 개선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2%의 목표치로 낮출 수 있는 경로에 올라섰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시장이 확실히 우려되는 분야"라고 지적하며 물가 압력이 완화되는 동안 금리를 높은 수준에 유지했기 때문에 “이는 통화정책이 상당히 긴축됐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준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차감한 실질 금리를 보더라도 그렇다”며 “이는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경제 과열 우려가 있다면 제약적이어야 하지만 지금 경제는 과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동시장이 우려되는 부분이자 계속 주시해야 할 부분이라고 경고하면서도 아직까지는 “더 나은 균형의 위치”로 냉각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계속 악화되지 않고 안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굴스비 총재는 연준이 언제 금리 인하를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일부 고위 관리들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며 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30~31일 열리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8회 연속 기준금리를 5.25~5.50%에 동결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으며 9월을 시작으로 최소 2회 금리를 낮출 것으로 베팅하고 있다.

금리 인상 파급 시차 축소, 금리 인하로 내수 진작 기대

국내 전문가들도 통화정책을 다룰 때 정책의 파급 시차가 8분기에서 4분기로 단축된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영경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3월 연준의 통화정책을 분석한 결과 포워드 가이던스(통화정책 방향 예고), 대차대조표 정책 등을 함께 시행하면서 파급시차가 짧아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한국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짚으며 이 같이 말했다.

한은 경제모형실 분석에 따르면 금리 변경 후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파급 시차가 약 10년 전에는 각각 5분기, 8분기였으나 최근엔 모두 4분기로 축소됐다. 한은이 작년 1월 금리를 3.5%로 인상한 이후 1년 넘게 금리를 동결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3.5% 금리가 성장, 물가에 충분히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서 전 위원은 “IMF(국제통화기금)의 논의를 우리나라에 적용해 보면 그동안 환율 변동 용인, 금융 심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확대 등에 힘입어 금리정책의 파급시차가 단축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이런 변화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IMF는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변화는 금융 및 외환시장, 기대 변화 등을 통해 시차를 두고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데 국가별 경제 구조, 시장 상황, 경기 여건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에 서 전 위원은 산업, 고용 등 실물경제에 대한 이해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성장과 물가 등 거시경제변수를 중시해 왔으나 이제는 산업과 고용 등 미시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과 노동시장의 구조변화는 단기시계에서의 통화정책 대응을 넘어서 중립금리 변화 등을 통해 통화정책의 장기 경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경기적 요인뿐만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와 같은 구조적 요인에 대한 이해도 통화정책의 정도를 높이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대차대조표(B/S) 정책과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활용도 필요하다고 봤다. 서 전 위원은 “전통적으로 신흥시장국에서는 선진국과 달리 기준금리가 제로하한(ZLB)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B/S 정책의 활용도가 크지 않았지만 이번 위기 과정에서는 한은은 대차대조표의 자산과 부채 구성을 변화시킴으로써 시장조성자, 최종대부자, 선별적 신용지원 등과 같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차이는) 시장의 장기채권을 매입하면서 한편으로 보면은 양적 완화일 수도 있지만 벤 버냉키(전 연준 의장)가 말한 대로 장기시장금리를 조절을 하는 정책이었는데 우리나라의 대차대조표 정책도 장기 시장금리를 어느 정도 관리한다는 면에서는 일맥상통한다”며 “그러나 일단 우리나라는 제로금리가 아니기 때문에 한정된 전체 유동성을 빨아들이면서, 총량을 관리하고 미국은 무차별적으로 장기채권을 매입해 시장 금리를 인하시켰지만 유동성 경색이 심하게 나타난 부분들을 타깃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부연했다. 이와 더불어 서 전 위원은 △유연한 정책대응 필요 △통화정책에 있어 금융안정도 적극 고려 △환율의 대외충격 흡수기능 확대 △통화정책의 커뮤니케이션 강화도 앞으로의 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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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둔화에 대한 실질임금 감소 및 이자상환 부담의 영향/출처=한국은행 통화정책국

금리 인하 시점 늦춰지면 '내수 부진·금융 불안' 확대할 수도

기준 금리를 너무 늦게 내릴 경우 우려되는 부분은 수출·내수 간 차별화 심화, 금융시장 불안 리스크 증대 등이다. 한은이 발간한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주요 리스크' 보고서에서 분석한 국내 경기 상황을 보면 내수는 1분기 중 반등한 소비와 건설투자가 2분기 이후 조정받는 모습이다. 이에 반해 수출은 글로벌 IT 경기 등 대외요인의 영향으로 호조가 나타나고 있다.

내수가 부진한 이유로는 고물가와 금리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 긴축 기조가 지속될 경우 이 같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수출과 내수의 차별화가 확대되면 예상치 못한 대외 충격이 발생했을 때 취약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수출이 외부요인에 의해 급감할 때 내수가 버텨줘야 하는데 현재의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 경기가 크게 침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 시장의 부실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은 "통화긴축 기조 지속이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측면이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PF 부실 확대로 금융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긴축이 장기화할수록 부실 위험이 커지고,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정책기조를 너무 일찍 전환할 경우엔 물가 상승률의 둔화속도가 느려지고, 늦게 전환하면 내수 회복세 약화, 연체율 상승 등 시장 불안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양 측면의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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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하락 가시화, '중국 경기 침체·트럼프 전 대통령 강세' 등 영향

국제 유가 하락 가시화, '중국 경기 침체·트럼프 전 대통령 강세' 등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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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연속 유가 하락세, WTI 가격 총 2.25% 감소
약세 보이는 중국 경제, 부동산 시장 침체·내수 부진 등이 원인
연준에 '고금리 기조 유지' 주문한 트럼프, 유가 하락 흐름에 일조했나
oil price down FE 20240717

중국 경제 침체에 원유 수요 둔화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했다. 실제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하락을 거듭하는 등 경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강세가 유가 하락을 촉발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화석연료 확대 기조가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단 것이다.

중국 경기 둔화에 유가 하락세

16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근월물인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15달러(1.40%) 하락한 배럴당 80.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또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9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1.12달러(1.32%) 하락한 배럴당 83.7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하락세로 유가는 사흘 연속 하락한 셈이 됐다. WTI는 지난 3거래일 동안 가격이 2.25% 하락했고, 브렌트유는 이달 들어 가장 낮은 가격을 형성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가 둔화한 점이 유가 하락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한다. 중국 경제 약세가 수요 불안을 자극하면서 유가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원유 수요 감소세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바 있기도 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의 하루 원유 가공량은 1,420만 배럴 수준이었다. 근 6개월 동안 가장 적은 수치다. 이에 대해 옙준롱(Yeap Jun Rong) IG그룹 애널리스트는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중국 3중 전회에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경기 부양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유가 약세는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china down FE 20240717

중국 GDP 성장률 4.7%, 소매 판매도 2% 상승에 그쳐

실제로 최근 중국의 경기 지표는 거듭 악화하고 있다. 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3분기 4.9%(전년 동기 대비), 지난해 4분기 5.2%, 올 1분기 5.3% 성장하며 3개 분기 연속 회복세를 보였던 경제성장률이 2분기 들어 급격하게 둔화세로 돌아선 것이다.

중국 측은 홍수·재해 등 '단기 요인'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위축됐다고 강조했다. 당장 경제 운영이 어려움이 있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경제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제 지표 하락의 원인으로 중국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꼽는다. 이는 중국의 내수 관련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통계국이 발표한 경제 지표에 따르면 6월 중국 소매 판매는 지난해 동기 대비 2%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 추정치 3.4%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으로, 내수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방 정부의 채무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중국 지방 정부의 채무는 총 7조~11조 달러(약 9,680조~1경5,2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중앙 정부 부채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자금조달용 특수법인(LGFV)을 앞세워 무작정 부채 규모를 키우다 보니 채무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시장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6월 중국의 신규 주택 가격은 지난해 동기 대비 4.5% 감소해 2015년 6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을 보였고, 부동산 투자 역시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 업체의 자금 조달은 23% 줄었고, 신규 주택 판매액 역시 25%나 급감했다.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시장 역시 덩달아 흔들리는 모습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ESG 채권의 주요 발행 주체였던 중국 건설업계가 줄파산 위기 등으로 자금 조달을 미룬 탓이다. 실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3년 중국 3대 ESG 채권 발행사로 꼽히던 중국 진마오 홀딩스그룹과 수이온 랜드, 비야디(BYD)는 올해 들어 채권 발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년간 43억 달러(약 6조원)에 달했던 중국 개발업체의 상업용 모기지 담보 증권 판매도 올해엔 전무했다. 이렇다 보니 올해 상반기 기준 아태지역 ESG 채권 발행으로 조달된 금액도 28억 달러(약 3조9,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6% 급감했다. 이처럼 중국 내부적 경제 위기가 외부로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유가 하락이 현실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강세도 유가 하락 견인

일각에선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유력한 점도 유가 하락을 촉발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내세워 온 만큼 향후 유가 하락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단 것이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을 요청한 것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고금리 장기화는 원유 수요를 위축해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의 대선 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쩌면 그들(연준)은 선거 전에, 11월 5일 전에 (금리 인하를) 할 수 있겠다"며 "그것(금리 인하)은 그들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란 것을 알지만"이라고 언급했다. 11월 대선 전 기준금리를 낮춰선 안 된다고 직접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세가 오히려 화석연료 기반 산업에 폭등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친환경 정책에 거부감을 드러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그간 정부 보조금을 기반으로 세를 불리던 친환경 기업이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시선에서다. 특히 전기차 분야에서 최대 7,500달러(약 1,037만원)를 지원하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보조금이 사라질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 4월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지원) 명령 폐기에 서명할 것을 약속한다"고 발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IRA 보조금이 철폐되면 신규 업체의 전기차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고, 결국 하이브리드차 등을 판매하는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게 될 공산이 크다.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시장 판도가 격변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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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인플레 목표 달성 확신", 시장에선 9월 금리인하에 이어 8월 인하 점치기도

파월 "인플레 목표 달성 확신", 시장에선 9월 금리인하에 이어 8월 인하 점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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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인플레 목표 조만간 달성할 것으로 확신한다"
시장선 9월 금리 인하 전망 지배적, 8월 금리 인하 예상도 나와
노동 시장 냉각·주거용 부동산 위험 신호에 금리 인하 기대감 확대
fed 20240712
제롬 파월 연준 의장 / 사진=연준 유튜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은 9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9월 금리 인하? 8월도 가능?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이코노믹 클럽 대담에서 1분기에는 확신을 얻기 어려웟지만, 2분기 들어 물가상승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주에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 연준의 정책 결정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고 답했다.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사실상 9월 금리 인하를 확정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2%까지 도달할 때까지 기다린다면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이라며 "현재의 긴축이나 긴축 수준이 인플레이션을 2% 아래로 끌어내리는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부분에서 연준이 경기 침체가 더 가시화되기 전에 정책 방향을 틀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 월가 예측치를 모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 워치(Fed Watch)에서는 오는 31일(현지시간)으로 예정된 다음 연준 회의에서 0.25%p 금리 인하를 예측하는 비중이 8.8% 늘었고, 9월 18일(현지시간)에는 0.25%p 인하에 85.7%, 추가 인하에 14.2%가 쏠리는 상황이 됐다(한국시간 7월 16일 오후 4시 기준).

앞서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경기가 둔화하고 있어 연준은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노동 시장 리스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플레이션이 2%로 떨어지지 않았더라도 금리 인하를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지난 11일 “금리 인하 시기가 곧 무르익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Federal Reserve System FE 20240716 002

페드워치, 올해 12월까지 0.75%p 인하 확률도 62%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리는 12월 18일까지 연준이 3회 이상(0.25%p폭 기준) 금리를 내릴 확률을 62%로 반영했다. 일주일 전인 7월 9일만 해도 연준이 연내 3회 이상 금리를 내릴 확률은 25.9%에 불과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도 2회 인하(46.7%)였다. 미국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 시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서는 7월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골드만삭스의 보고서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오는 9월 인하를 자사의 기본 전망으로 유지하면서도 이달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탄탄한 근거(solid rationale)가 있다"고 밝혔다.

그간 불경기 신호 및 금융 경색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금리를 쉽사리 내릴 수 없었던 이유로 미국 고용 시장의 활황이 꼽힌다. 중국에서 대거 이탈한 달러 투자금이 미국 내 제조업에 투입된 데다, 미 정부의 보조금도 제조업 활황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최근 연구를 통해 불법 이민자 유입이 미국 고용시장을 계속 냉각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브게니야 두자크 샌프란시스코 연은 경제학자는 이날 연은 웹사이트에 게재한 논문에서 “지난해 노동시장 경색이 완화한 원인의 약 5분의 1은 이민자 급증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민자들의 노동력 전환이 지연되고 이민자의 지속적인 유입을 가리키는 업데이트된 추정치를 고려할 때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자크 연구원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130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추가로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올해 회계연도엔 불법 이민자 수가 380만 명을 돌파해 의회 예산국(CBO)의 최근 추정치인 33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노동 시장 냉각에 부동산 시장도 침체로 접어들어

미국 고물가의 핵심 요소 중 하나였던 주거용 부동산 시장도 침체로 접어드는 상황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이 시장에 충격파를 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테크니컬 트레이더스의 크리스 베르뮬렌 수석 시장 전략가는 지난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부동산은 가파른 가격 조정에 직면했다"며 "주거용 부동산을 비롯해 상업용 부동산(CRE) 모두 가격이 약 30%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동산 가격과 금리가 함께 높아지면서 커진 재정 부담이 결국 가계 소비 여력을 축소시키고 월세 하락을 이끌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사람들이 모기지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과 눈을 낮춰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어 집을 팔기 시작할 것"이라며 "아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2~3년 정도가 지나면 부동산 시장은 크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가격 하락을 점치기도 했다. 이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CRE에서 손실을 본 은행들이 대출을 주저해 수요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일부 지역에서는 50%의 가격 하락이 있을 수도 있고, 이러한 침체를 회복하는데 7~10년은 걸릴 것"이라고 은행권에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늦어질수록 은행권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장 물가 목표 2%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정책 시차를 감안해 늦어도 9월에는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자칫 부동산 시장에 장기 불경기가 올 경우 기업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15일 이코노믹 클럽 대담에서 미국의 경착륙 우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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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목표 아래까지 미끄러졌다" 中, 2분기 경제성장률 4.7% 기록

"연간 목표 아래까지 미끄러졌다" 中, 2분기 경제성장률 4.7%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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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中 경제, 지난 2분기 4.7% 성장하는 데 그쳐
내수 부진·부동산 침체 등 구조적 문제 여전
'연 5%' 경제 성장 목표 달성 어려울 수도
china 20240716

중국의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 증가율)이 시장 기대를 밑돈 것으로 확인됐다. 내수 부진, 부동산 시장 침체 등 내부 악재의 압박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최근 5% 이상까지 치솟았던 경제성장률이 3개 분기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시장 기대 밑돈 中 2분기 성장률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이 시장 전문가와 함께 추정한 5.1%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자, 지난해 1분기(4.5%)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3분기 4.9%(전년 동기 대비), 지난해 4분기 5.2%, 올 1분기 5.3% 성장하며 3개 분기 연속 회복세를 보였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분기 들어 급격하게 둔화세로 돌아선 것이다.

중국 당국은 경제성장률이 ‘단기 요인’으로 인해 위축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성장률 하락은) 극단적인 날씨와 홍수·재해 등 단기 요인의 영향이고, 현재 경제 운영에 어려움과 도전이 다소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라며 "특히 국내 수요가 부족하고 ‘국내 대순환(내수)’이 원활하지 않은 등의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장기적으로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기본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중국 경제 지표 하락의 원인이 구조적 문제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지방 정부의 채무 부담 가중, 내수 부진 등 고질적인 악재가 누적되며 경제 성장 전반이 둔화됐다는 지적이다.

내부 악재 누적되며 경제 성장 위축

실제 이날 발표된 6월 중국 소매 판매는 지난해 동기 대비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시장 전문가 추정치(3.4%)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며, 2022년 12월(-1.8%)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치다. 미국의 경제 종합 미디어그룹 마켓워치는 중국의 내수 위축 상황과 관련해 “고용주가 급여를 줄이고 청년 실업률도 높기 때문에 가계가 적극적으로 소비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라고 분석했다.

수년째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역시 하락세를 이어갔다. 6월 중국의 신규 주택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 감소했다. 2015년 6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부동산 투자 역시 올해 상반기 중(1~6월) 전년 대비 10% 감소하며 중국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같은 기간 부동산 업체의 자금 조달도 23% 줄었고, 신규 주택 판매액 또한 25% 급감했다. 

지방 정부의 드러나지 않은 채무 역시 중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자금조달용 특수법인(LGFV)을 앞세워 무작정 부채 규모를 키워온 지방 정부가 경기 침체로 인해 줄줄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중국 안팎의 경제학자들을 인용해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중국 지방 정부의 빚이 7조~11조 달러(약 9,680조~1경5,211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는 중국 중앙 정부 부채의 약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china deflation 20240716

1분기 '반짝 성장세' 끝났다

이처럼 내부적인 악재가 꾸준히 누적되자 일각에서는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흘러나온다. 지난 3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회식에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5% 안팎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해 3월 제시한 2023년 경제 성장 목표와 동일한 수준이다. 당시 리 총리는 “(성장률 목표치 설정 시) 국내외 형세와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필요와 가능성을 함께 따졌다”며 “올해 우리나라 발전이 직면한 환경은 여전히 전략적 기회와 리스크가 병존해 있고, 유리한 조건이 불리한 요소보다 강하다”고 자신한 바 있다.

이후 중국은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정부 부양책을 발판 삼아 도약에 성공했다. 중국의 지난 1분기 경제 성장률은 5.3%로 시장 전망치인 4.6%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에 주요 기관들은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상향 조정했다. 지난 5월 골드만삭스는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8%에서 5%로, 모건스탠리는 4.2%에서 4.8%로 상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치는 4.7%에서 4.9%로 조정됐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전망치를 4.6%에서 5%로 올려 잡았다.

문제는 중국이 1분기의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1분기 '반짝 성장'을 견인했던 중국 제조업은 최근 들어 성장이 점차 둔화하고 있다. (1분기와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2분기 경제성장률은 중국의 현재 침체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극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올해 중국이 5% 이상의 뚜렷한 경제 성장을 기록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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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4년 만에 물가 하락, 연내 2차례 이상 금리 인하 기대

美 4년 만에 물가 하락, 연내 2차례 이상 금리 인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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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고용시장 둔화에 이어 물가상승률 크게 꺾여
美 연준 통화정책 중심이 '물가'에서 '고용'으로 이동
금리 인하 시기 무르익어, 9월 기준금리 인하 확실시
cpi 20240712

6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예상치를 하회하며 전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향해가는 가운데 통화정책의 양대 지표인 고용 둔화가 나타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재무부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한층 더 힘이 실리고 있다.

CPI 전월 대비 0.1% 하락, 연간 기준 3년 만에 최저치

11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 통계국에 따르면 6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 기준으로는 0.1% 하락했다. 당초 다우존스가 발표한 물가상승률 전망치 평균은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3.1%였다.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이 하락한 것은 2020년 5월 이후 4년여 만으로, 연간 기준 3.0%의 물가상승률 역시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 평균은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3.4% 수준으로 실제 값이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 보면 식품 가격과 주거비가 각각 0.2% 상승했지만, 휘발유 가격이 3.8% 하락하면서 이를 상쇄했다. 특히 주택 관련 비용은 인플레이션의 가장 완고한 요소 중 하나로 CPI 가중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지난달 관련 비용이 크게 늘지 않은 것이 월별 물가상승률 하락의 단초가 됐다.

이에 대해 CNBC는 "6월 인플레이션 보고서는 미 연준이 9월 금리 인하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했다. CPI는 지난 2022년 6월 9%를 넘어서며 최고치를 기록했고, 연준은 이에 지난해 7월까지 11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대응했다. 이후 1년간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기준금리는 5.25~5.50% 범위에서 계속 동결돼 왔다. 지난달 회의에서 연준이 연내 25bp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오는 9월 기준금리 인하 후 연말까지 한두 차례 더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usa cpi 20240712

美 물가 하락 소식에 엔·달러 환율 등 외환시장도 동요

미국의 물가 하락 소식에 외환시장도 동요했다. 11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61엔 중반대였던 엔화 가치는 미국 정부의 CPI 발표 직후 160엔 후반까지 상승하며 3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후 급격히 엔 매수·달러 매도세가 유입되자 157엔40전까지 단숨에 엔고(高)가 진행됐다.

시장은 미국 CPI 하락으로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달러 매도세가 나타난 것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개입한 것이라 분석한다. 이와 관련해 칸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11일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선 언급할 사안이 없다"면서도 "미·일 간 금리 차가 축소되는 경향이 있음에도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경제 펀더멘털에 비춰봤을 때 합리적인 움직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 하락에 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본 금융 당국은 올해 4월 26일부터 5월 29일까지 약 한 달간 9조7,885억 엔(약 84조7,000억원) 규모의 시장 개입을 단행했는데, 당시 엔화 가치는 잠시 상승세를 보였다가 지난달 말 다시 하락했다. 문제는 엔화 가치가 계속 상승할 수 있을지다. 전문가들은 이미 올 연말까지 두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반영돼 있어 추가적인 달러 하락을 유도하려면 금리 인하 속도를 올릴 추가 요소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이 외환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닛케이는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정책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도 새로운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로 해외자산 투자가 늘어나면 엔 매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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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연준 의장이 6월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동결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美 연준, 금리 인하 시사 "인플레·고용 간 균형 이뤄야"

한편 물가 보고서 발표 전날인 지난 10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하방 압력이 강해 아마도 향후 물가상승률이 2% 아래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은 물가상승률 목표치뿐만 아니라 고용 안정을 양대 책무로 하는 만큼 양쪽이 균형을 이루지 않고 그저 물가상승률만 하락하는 상황은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준이 물가 지표로 활용하는 6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한 데 반해 같은 기간 미국의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 수는 전월 대비 20만6,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평균 20만 개를 상회하지만, 최근 1년간 평균 증가 폭인 22만 개에 못 미치는 규모로 일자리 증가세 둔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6월 실업률도 시장 전망치보다 0.1%p 높은 4.1%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11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앞서 지난해 9월 미 상원 상반기 통화정책 보고에 출석한 파월 의장은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노동시장 상황은 2년 전과 비교해 상당히 냉각됐다"며 "정책적 제약을 너무 늦게 또는 너무 적게 완화하면 경제활동과 고용이 과도하게 약화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물가 안정을 강조했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여러 차례 물가 상승과 고용 둔화 사이의 균형을 강조하면서 예상치 못한 노동시장 위축이 완화적 통화정책의 이유가 될 수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같은 날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도 파월 의장과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하원에 출석한 옐런 장관은 "고용시장이 이제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야기할 압력이 낮아졌다"고 지적하며 한 달여 만에 정반대의 평가를 내렸다. 미국 경제 정책을 이끄는 두 수장이 미국의 고용시장 둔화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 것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의 무게 중심이 물가 안정에서 고용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미묘하지만 중대한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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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 잃은 中' 물가상승률 0.2%, 내수 침체에 디플레이션 수출 이어져

'활력 잃은 中' 물가상승률 0.2%, 내수 침체에 디플레이션 수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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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소비자물가 당초 예상치 하회하며 마이너스 문턱
생산자물가도 21개월째 하락세, '디플레' 우려 현실화
내수 침체로 재고 쌓여, 글로벌 시장에 밀어내기 수출
deflation 20240711

중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돌며 마이너스를 눈앞에 뒀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2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내수 침체로 쌓인 재고를 해외 시장에 내놓으면서 중국산 초저가 제품의 공세에 전 세계 주요 산업에서 '2차 차이나 쇼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1년간 中 CPI 상승세 둔화, 사실상 저물가 쇼크

10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6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0.3%보다 0.1%p 둔화했고 로이터통신이 제시한 시장 예상치 0.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2월 중국의 CPI는 0.7%로 춘제 연휴를 맞아 식품과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승 전환했다. 이후 3월 0.1%, 4~5월 각 0.3%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상승 폭은 크게 둔화했고 상반기 CPI는 전년 동기 대비 0.1% 오르는 데 그쳤다.

6월 CPI를 품목별로 살펴보면 식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1% 하락했다. 특히 소고기(-13.4%), 과일(-8.7%), 야채(-7.3%)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다만 돼지고기 가격이 18.1% 급등하고, 운송 연료와 여행 서비스 가격 인상률이 각각 5.6%, 3.7%를 기록하며 전체적인 상승세를 유지했다. CPI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PPI도 0.8% 하락하며 2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CPI가 마이너스 문턱에 다가서고 PPI도 하락세를 막지 못하면서 중국에 대한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된다. 더욱이 최근 일부 선진국의 기준금리 인하, 원유 감산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악재보다는 호재가 많았음에도 물가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둥리쥐안 국가통계국 수석통계사는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 일부 국내 공산품에 대한 시장 수요 부족 등의 요인으로 전월 대비 0.2% 하락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하락 폭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中 디플레이션 위기, 수출 감소 등 韓 경제도 '먹구름'

중국의 경제 침체는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진영의 대(對)중국 디리스킹과 팬데믹으로 장기화된 강력한 봉쇄정책의 후유증 등 대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또한 그동안 중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질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부동산 시장은 장기 침체 국면에 진입한 지 오래다. 실제 2021년 중국의 대형부동산개발업체 헝다의 디폴트를 시작으로 부동산 업계의 도미노 파산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의 피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은 중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 중 하나다. 한국은 중국이 생산해 수출하는 완제품에 중간재를 공급하기 때문에 중국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면 한국의 수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수입이 5.5% 감소했는데 이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3%로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도 지난 2022년 11월 감소세로 돌아선 뒤 지난해 12월까지 14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의 '기술 굴기'로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상대적으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현대차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지난 2016년 176만 대에서 2022년 26만 대로 급감했고 한때 20%대를 차지했던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현재 1%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2010년대 후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인한 반한 정서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감소 폭이다.

ali express 20240711

내수 침체하자 헐값 공세, '디플레이션' 수출하는 中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자 중국 기업들은 부진한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들은 헐값에 재고를 해외로 밀어내면서 글로벌 시장에 초저가 중국산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철강, 전기차, 배터리, 석유화학, 유통 등 주요 산업에서 글로벌 시장 질서가 흔들리며 '중국발 디플레이션 수출'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을 품목별로 살펴보면 전기차 분야에서는 BYD가 저가 전기차의 가격을 5% 추가 인하하고 배터리 분야에서는 CATL이 가격을 낮춰 글로벌 평균가의 56%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석유화학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은 중국 내 재고 물량이 넘쳐 동남아 등에 저가 수출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이커머스 기업들이 각국에 거점을 늘리며 초저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시장에 풀어놓은 초저가 제품은 소비자 입장에서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낮아져 좋지만, 기업과 산업 전반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기업은 값싼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 수익을 포기하며 밑지는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야 하고, 부채가 늘어난 기업은 재정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린 자국 산업이 붕괴하면 고용 감소, 소비 감소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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