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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AI, 2018년 오픈AI 떠난 머스크가 새롭게 만든 AI 스타트업 미국 SEC에 최대 10억 달러 규모의 주식 투자자 모집 신고 빅테크 출신 인사까지 개발에 가세, 초거대 AI 패권 전쟁 심화될 전망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최대 10억 달러(약 1조3,120억원) 규모의 공모를 신청했다. X.AI는 머스크가 지난 7월 오픈AI의 대항마를 만들기 위해 설립한 AI 스타트업으로, AI 챗봇 그록(Grok)을 선보인 바 있다. 최근에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수천 개 가까이 확보한 만큼, 오픈AI·구글·메타 등이 일으킨 초거대 AI 패권 전쟁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챗봇 그록(Grok)으로 출사표
5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X.AI는 앞서 4명의 투자자로부터 약 1억3,500만 달러(약 1,770억원)를 유치했으며, 지난 11월 29일 첫 번째 매각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X.AI는 “우주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한다”는 취지로 머스크가 지난 7월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지난 달에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모델로 한 챗봇 그록(Grok)을 출시한 바 있다.
그록은 2개월의 머신러닝 교육을 통해 데뷔했고, 인터넷에서 실시간 지식을 학습했다. X.AI는 그록에 대해 “조금은 재치 있는 답을 하도록 설계됐고 반항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면서 “유머를 싫어한다면 사용하지 말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대부분의 다른 AI 시스템이 거부하는 어려울 질문에도 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록은 오픈AI의 챗GPT, 구글 바드, 앤트로픽 클로드 챗봇 등과의 경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7월 테슬라 실적 발표 당시 X.AI가 테슬라의 비즈니스와 경쟁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세계 최고의 AI 엔지니어와 과학자들 일부는 테슬라 같은 이미 확립된 대기업에 합류하기 보다는 성장성 측면에서 과실이 큰 스타트업을 선호했다”며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것보다 제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이 더 낫다고 생각해 X.AI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초 머스크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칩인 수천 개의 고성능 GPU를 엔비디아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그록은 일반적인 GPT와 달리 가장 최신 정보들을 갖추고 있다”며 “이 AI 챗봇은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으로 제작된 만큼 수학 문제 풀이, 파이썬 코딩 작업 등 몇몇 분야에서는 타 AI 챗봇 모델의 성능을 능가한다”고 강조했다.
오픈AI 떠나 새롭게 AI 스타트업 세운 머스크, 설립 배경은?
사실 머스크는 2015년 샘 알트만 등과 함께 오픈AI를 공동 창업할 정도로 AI 산업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2018년 2월 오픈AI가 모든 AI 정보를 오픈소스화하겠다던 당초 설립 취지와 다르게 수익화를 추구하자 회사를 떠났다. 당시 머스크는 미국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기업이 되길 바랬던 기업이 이제는 창업 정신과 반대로 폐쇄적 AI 개발 생태계로 전환해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됐다”며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아들이면서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으로 전락했고, 이제 나의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졌다”고 밝혔다.
이후 머스크는 지난 7월 오픈AI의 대항마를 만들기 위해 ‘X.AI’를 세웠고, 불과 4개월 뒤에 선보인 첫 챗봇 서비스가 바로 그록이다. 이에 일각에선 머스크가 오픈AI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서 회사를 떠났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가 알트만에게 ‘오픈AI의 기술력이 구글에 뒤쳐져 있다’며 자신이 지휘봉을 잡겠다고 제안했지만, 알트만을 비롯한 다른 창업자 모두가 이를 거절했다”며 “이 때문에 머스크가 오픈AI를 나왔고, 결국 그가 오픈AI에 지원하겠다던 10억 달러 지원 자금도 무산되고 말았다”고 전했다.
한편 X.AI는 독립적인 AI 연구개발 기업이지만,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와 엑스 등의 기업들과도 협력할 예정이다. 여기에 딥마인드(DeepMind)와 오픈AI, 구글 리서치,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출신 인사들까지 X.AI 개발에 가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AI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