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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방위, 우주항공청 특별법 소위원회 회부 '빠른 추진' 앞세운 여당 vs '철저한 준비' 강조한 야당 기술·안보 자립까지 '먼 길', 우주항공청이 해법 될까
윤석열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의 연내 입법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오랜 시간 겉돌던 국회 논의가 5일 재개되면서다. 이른바 ‘여야 2+2 합의체’ 우선 논의 대상으로 꼽힌 법안 가운데 해당 법이 포함된 만큼 국회가 극적인 합의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항우연·천문연 이관 방식 두고 이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개최해 우주항공청 특별법 등 총 5개 법안을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원회(1소위)에 일괄 회부했다. 지난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우주항공청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하며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우주항공청법은 여야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며 거듭 파행을 겪었다.
이후 우주항공청법은 야당의 적극적인 움직임 아래 7월 26일 안건조정위원회(안조위)가 구성되면서 한 차례의 전환점을 맞았다. 특정 쟁점을 압축적 논의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도출하는 안조위는 △우주항공청과 기존 연구기관의 관계 설정 △대전·전남·경남 등 우주산업 클러스터 3축 기능 강화 방안 △기존 우주항공 연구인력 처우개선 문제 등 다수의 쟁점에서 합의를 이뤘지만, 연구개발(R&D) 기능을 추가 여부에 대해서는 끝까지 뜻을 모으지 못한 채 지난 10월 23일 해산했다.
이에 과방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안조위의 심사 경과보고를 검토한 후 우주항공청법을 소위원회로 회부하는 절차를 밟았다. 6일부터는 연내 처리를 위한 막판 합의가 진행된다.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최대한 빨리 법안을 통과시켜 우주항공청을 개청해 우주항공 분야의 경제·안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어떤 형태로든지 개청을 앞당길 수 있도록 과방위원들이 뜻을 모아주면, 과기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장제원 과방위원장은 “그간 이견이 있었던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많이 좁혀진 것 같다”고 이날 회의를 평가하며 “국가의 미래 산업 분야를 육성하는 기회인 만큼 소위원회 구성원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빠른 합의를 끌어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천문연구원(천문연)의 이관 방식을 두고 여야가 또 한 차례 의견 충돌을 빚었다. 그간 항우연과 천문연의 우주항공청 소속 기관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던 과기정통부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해당 사안에 동의하며 핵심 쟁점이 사라진 듯했지만, 그 구체적인 방식을 두고 다시 입장차를 보인 것이다.
과방위 야당 간사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항우연과 천문연 등 소속기관을 항공청으로 이관하는 것 관련해서는 여당이 주장하는 ‘부칙’에서 다룰 것이 아니라 법안의 ‘본칙’에 정확한 근거 규정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 간사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먼저 부칙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나중에 관련 법률이 정비되면 재정비해 본칙에 추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본칙 개정은 부칙의 그것보다 더 복잡한 절차가 수반되는 만큼 법안의 신속한 처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주장이다.
우주항공청 필요성엔 공감, 기술력 뒷받침은 ‘다소 부족’
전문가들은 우주항공청 설립을 통해 한국의 우주산업이 국가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이 돼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기술력의 발전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구심을 드러냈다. 우리나라가 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독자적인 우주항공 기술력을 구축하지 못해 미국 등 주요국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이달 4일 4·25 군사정찰위성 1호기(EO/IR) 발사 성공 직전까지 약 45년 동안 미국에 크게 의존해 오던 군사정찰위성 정보 운용이 대표적 예다. 이전까지 우리 군은 위협이 예상되는 적의 활동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촬영하거나 이에 따른 대처 계획을 수립하고 임무를 지시하는 등 일련의 군사 대응 체계에서 독자적 권한을 갖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관련 군사 활동의 전 단계가 피동적이고 의존적일 수밖에 없으며 적시성, 정확성, 완전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정부와 여당의 우주항공청 설립 추진은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전담 기구 설립을 통해 본격적인 투자와 활발한 국제 협력을 이끌 수 있다면 빠른 시일 내 안보 정상화를 이루는 것은 물론 나아가 우주항공 선도국의 반열에도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주진 전 항우연 원장은 “우주항공청이 설립되면 중국의 12분의 1, 러시아·일본의 5분의 1, 인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한국의 우주개발 예산을 확대할 수 있다”며 “우주항공청은 항우연과 천문연 등 각종 관련 연구기관과 동반 협력해 우리를 우주 선진국 대열에 올려다 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